[인터뷰] '30년 경력 그림자 수사관' 하동환 前 국정원 대구지부장

[인터뷰] '30년 경력 그림자 수사관' 하동환 前 국정원 대구지부장

보안에 가려진 진실… 간첩은 우리와 멀지 않다 고리타분한 말 같아도 '생존 문제' 주장 北 대남공작 실태 등 국가안보 현실 담겨 경험담·개인 소회 등으로 사유 이끌어내삽화까지 직접 그려 쉽고 흥미롭게 표현 조직특성상 신분 노출을 꺼릴 수밖에 없는 국가정보원 전 고위간부가 30년 경력 수사관으로서의 소신을 담은 책을 내놨다. 책 '우리가 몰랐던 간첩 잡는 이야기'의 저자 하동환 전 국정원 대구지부장(1급 관리관)은 수사 경험담과 개인적 소회를 담아 '국가 안보'에 대해 사유하도록 이끈다.하동환 전 지부장은 "국가 안보가 정권 유지 또는 반대파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기에 고리타분한 메아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면서도 "국가 안보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1의 국정 목표가 돼야 한다"고 책을 펴낸 배경을 소개했다.책은 국가 안보와 간첩의 위험성, 국정원 수사권 폐지 등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던진다. 특히 올해부터 폐지된 국정원 수사권에 대해서는 수사관으로 살아온 하 전 지부장 만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2020년 12월13일 국정원법 개정안 통과로 올해 1월1일부터 국정원은 간첩 사범에 대한 각종 증거 수집 내사 및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하 전 지부장은 "일반 형사 사건과 달리 '이적지정'을 입증해야 처벌이 가능하다"며 "이적지정을 입증하려면 보통 5년 이상, 15년까지 걸리는 사안도 있다. 국정원의 간첩 수사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이 찾아낸 간첩이 어떤 국가 기밀까지 탐지했는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고, 해외 내사가 필요한 간첩 사건들은 경찰에 아직 해외 간첩 수사나 과학수사 전문성이 국정원만큼 체계적으로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수사권 폐지뿐 아니라 직접 수사하거나 수사를 지휘한 사건들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겼다. 이를 통해 간첩의 해악성과 북한 대남공작 실태,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을 엿볼 수 있다.구성에 있어서도 많은 고민이 담겼다. 검찰의 보도자료를 활용해 실제 국가 안보를 위협한 사례를 소개했고, 수사경험을 담은 쉬운 설명으로 간첩이 과거 또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삽화까지 직접 그려 담으면서 재치와 유머를 보여준다.하 전 지부장은 "간첩활동의 실체는 국정원도 알고, 간첩도 알고, 북한도 안다"며 "그럼에도 국정원은 수십년간 간첩만 잡았지, 추적하는 과정이나 사건의 상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보안이라는 이유로 국민들께 알리지 않았다. 그 결과 국민들은 안보불감증이 일상화됐다"고 안타까워했다.마지막으로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간첩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치· 경제·사회·노동 등 각 분야에서 간첩조직은 은밀하게 자생하며 암약하고 있다"며 "우리는 결코 이런 위험한 상황에 대해 경계를 늦춰선 안된다"고 밝혔다. 광명/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하동환 前 국정원 대구지부장. /저자 제공'우리가 몰랐던 간첩 잡는 이야기' 표지.

2024-09-12 18:56:00

역사교육 시민강좌 '인천 섬 어디까지 가봤니'

인천문화재단 내달 5일부터 11월2일까지섬 관련 책 저자 5명 '문화 유산' 등 강연 인천 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책을 주제로 한 시민 강좌가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열린다. 인천문화재단은 내달 5일부터 11월2일까지 매주 토요일 한국근대문학관 3층 다목적실에서 시민 역사 교육 프로그램 '인천 섬 어디까지 가봤니'를 진행한다고 12일 밝혔다.재단은 지난 2021년 인천시립박물관, 인천 옹진군과 '섬 조사·연구 및 섬마을박물관 조성(운영)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인천 섬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과 생활 모습 등을 기록하고 조사·연구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해마다 조사 대상 섬을 선정하고, 인천 섬 생활사 조사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이 사업과 연계한 이번 강좌는 인천 섬과 관련한 책을 쓴 저자 5명이 강사를 맡아 섬의 역사와 문화 유산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10월5일 첫 번째 강의는 '시대의 길목, 개항장'(글누림·2016)을 집필한 유동현 전 인천시립박물관장이 '그때 그 섬, 지금 이 섬'을 주제로 역사 속 섬 이야기를 들려준다. 10월12일은 '맛있는 인천 섬 이야기'(광창문화사·2023)를 쓴 김용구 인천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이 맡아 섬 음식과 특산물에 대해 강연한다.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서 2022년 펴낸 '덕적도 Ⅰ·Ⅱ' 조사보고서를 기획한 조용철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10월19일 '우리 섬에도 해양유산이?'라는 주제로 덕적도·강화도 조사 결과를 공유한다.10월26일 네 번째 강의는 옹진군 북도면 신도·시도·모도에서 현장 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쪽 바다의 작은 섬 이야기'(글누림·2020) 저자로 참여한 우석훈 인천시 학예연구사가 삼형제 섬 신도·시도·모도를 안내한다. 11월2일에는 '인천 섬 지역의 어업문화'(보고사·2016)를 쓴 정연학 국립민속어린이박물관장이 풍어제와 신앙 등 인천 섬의 어업 문화를 강의한다. 수강 신청은 오는 30일까지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수강료는 무료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2024-09-12 18:55:42
홍사용 시인 '자유로운 예술정신' 기리는 문학·예술 만남 '노작문학축전' 21일부터

홍사용 시인 '자유로운 예술정신' 기리는 문학·예술 만남 '노작문학축전' 21일부터

문학을 토대로 다양한 예술 장르가 한 자리에서 어우러지는 축제가 시민들을 찾아온다. 화성시에 위치한 노작홍사용문학관은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8일간 '2024 노작문학축전'(포스터)을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노작문학축전은 노작 홍사용 시인의 자유로운 예술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한 차례 열리는 행사다.올해 노작문학축전의 주제는 '나는 하고 싶은 소리를 다- 불러봅니다'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의 커다란 기쁨을 드넓게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취지다. 노작의 작품 '백조는 흐르는 데 별 하나 나 하나'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찾아가는 문학관'이라는 형식을 택해 지역 사회 곳곳을 무대로 활용하는 점도 주요 특징이다. 문학관 내 산유화극장과 야외무대 외에도 화성시 반석산 맨발 산책길, 독립서점, 송린이음터 등으로 장소를 넓혔다. 해당 장소에서는 시인·소설가·동화작가·카투니스트·영화감독과의 대담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노작문학축전의 꽃, 노작문학상 등 시상식은 행사 마지막 날 열린다. 제24회 노작문학상(황유원 시인), 제2회 음유시인문학상(강허달림), 제7회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 대상 및 희곡상(현장 발표) 시상식이 진행된다. 자세한 프로그램 일정은 노작홍사용문학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2024-09-12 18:55:24
디아스포라 삶 관통한 한국의 대서사시… 신작 '해방자들'

디아스포라 삶 관통한 한국의 대서사시… 신작 '해방자들'

고국·타국의 역사, 한 인물 생에 담아내 ■ 해방자들┃고은지 지음. 장한라 옮김. 엘리 펴냄. 272쪽. 1만7천원'고국과 타국, 세대와 개인, 과거와 현재'.디아스포라의 삶은 대비하는 두 가지 가치 사이 경계선에 놓여있다. 완전한 한국인도, 또 온전한 현지인도 아닌 이들의 애매한 정체성은 그 자체로 정치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다. 한국을 떠나 타지로 이주한 이들의 선택과 그 결과는 결코 역사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아스포라 문학'이 그저 사소한 한 개인의 이야기일지라도 대하소설의 서사성을 띠는 이유다.신간 장편소설 '해방자들'은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인물의 삶, 그리고 고국과 타국의 역사가 거미줄처럼 얽혀 후대에까지 이어진다. 1980년 대전에서 출발하는 소설은 군부독재와 계엄령이라는 시대의 비극을 지나,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 머물고 있는 여러 군상의 인물들을 조명한다. 이들을 둘러싼 감정은 '한'으로 압축된다. 군부독재, 제주 4·3, 분단된 조국, 삼풍백화점 붕괴 등 조국에서 마주한 아픔과 부조리는 한 개인에 머물지 않고 세대에서 세대로 전이된다.디아스포라 문학계의 베스트셀러 이민진의 '파친코'(2018)와 줄거리는 다르지만 서사 구조 등 맥이 맞닿아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 고은지는 앞서 드라마 애플 TV+ '파친코'(2022)의 작가진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더욱이 그 역시 이민 2세로,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한국의 역사에 담긴 고통을 되짚어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느낀 외로움을 깨달아 가는 것은 곧 한국의 각 시대에 서린 아픔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자연스레 작품에도 스며들었다. 올해 뉴욕 공공도서관 주관 '젊은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2024-09-12 18:55:10
[신간] 구약성서와 이데올로기

[신간] 구약성서와 이데올로기

■구약성서와 이데올로기┃김영호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344쪽. 2만2천원 성공회대학교 일반대학원 신학과 석좌교수로 경인일보 오피니언 필진 등으로 활동하면서 구약성서를 연구하고 있는 김영호 (주)풍전에프앤비, (주)멀티퍼시픽 대표이사 회장이 새 책 '구약성서와 이데올로기'를 발간했다. 책은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히브리 성서를 '누가, 언제, 왜, 어떻게' 집필·편집하고 보존했는가를 논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성서를 보다 풍부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다. 저자는 최종 형태의 히브리 성서를 저술하고 편집한 주체를 '바벨론 포로 귀환 사제 집단'으로 여기고, 그들이 어떻게 정통성을 확보해갔는지 성서의 편집과정을 파헤친다. 또한 히브리 성서에서 성전과 성벽을 완공한 목적, 배경, 의미, 그것의 이데올로기 등을 살펴본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교회 또한 이 책에서 서술된 사제의 권력과 탐욕 이데올로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목회자들이 권력 지향적 부패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하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성서가 이끄는 깊은 안내와 초대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독자들이 단순히 성서를 해체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성서가 제시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바라보길 기대하고 있다. /양형종기자 yanghj@kyeongin.com

2024-09-12 17:39:03
4행시에 담은 고찰·원숙한 절제미… 최동호 시인의 '생이 빛나는 오늘'

4행시에 담은 고찰·원숙한 절제미… 최동호 시인의 '생이 빛나는 오늘'

사행시는 역사적 연원도 깊고 구조적 완결성도 지니고 있어 보편적 용어가 될 수 있다. 이는 고대의 '구지가'나 '풍요'와 같은 시가와도 상통한다.최동호(사진) 시인이 이번에 낸 사행시집 '생이 빛나는 오늘'은 오랜 세월 시인이 추구해 온 시를 향한 고투와 숙련의 길을 지나 이제 서정시의 정수를 원숙한 절제미를 통해 보여준다. 극서정시를 추구한 그의 시적 지향이 4행시라는 형식을 새롭게 발견했다. 문학이 전위의 자리에 있을 때 새로움을 찾아 골몰하는 것이 시가 추구하는 방향이었다면 인공지능(AI)이 시를 쓰고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에 시의 새로움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인이라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4행시 형식의 재발견에는 최 시인의 동시대 시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시가 쓸모없다고 말해지는 디지털 시대에 시가 어떻게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최동호는 4행시를 착안했다.1948년 수원시에서 태어난 최 시인은 고려대 대학원 문학박사를 거쳐 고려대 문과대 국문과 명예교수 겸 경남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집 '황사바람', '불꽃 비단벌레', '얼음 얼굴', '수원 남문 언덕' 등을 집필했으며 정지용 문학상, 고산 문학상, 미국 제니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

2024-09-05 19:21:02
해방인천 문화 총망라 '고적'… 77년만에 상봉

해방인천 문화 총망라 '고적'… 77년만에 상봉

인천시립박물관에 1·2·3호 이관 한국전쟁 때 유실… '국립중앙'서 보관市 박물관 역할·기능·방향성 등 수록예술사 희귀자료, 아카이브 전시 예정인천시립박물관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1947년 발간 시립박물관 관보 '고적'(古跡) 창간호와 2호, 3호를 최근 완전히 넘겨받았다. 소실됐던 인천시립박물관 역사의 일부가 77년 만에 돌아왔다.관보 '고적'은 시립박물관이 개관한 이듬해인 1947년 2월에 발간됐다. '고적'에는 박물관 관련 기사뿐 아니라 해방 이후 인천 지역 문화계 전반을 다룬 글들이 수록돼 지역 문화예술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인천 출신 한국 1세대 미술평론가이자 시립박물관 초대 관장을 지낸 석남 이경성(1919~2009) 선생이 쓴 박물관의 방향 등 귀중한 글들이 실렸다. 특히 이경성 선생 등이 창간호에 쓴 '1946년 인천 문화계의 회고'는 문학, 미술, 음악, 공연예술, 학술, 교육, 언론·출판 등 '해방 공간 인천' 문화계의 분야별 동향을 총망라한 글이다.박물관학, 고고학, 인류학 등 전문 논고는 물론 관람 인원, 주요 방문자 등 박물관 운영에 관한 기록도 있어 당시 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을 보여준다. 이경성 선생은 '고적' 창간호에 쓴 '인천박물관의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인천박물관의 방향을 말할지니 곧 지리적 특수성과 연관 지어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즉, 무역항이라는 데서 오는 인천의 국제성과 지방이라는 점에서 기인하는 향토성이 그것이다. (중략) 인천박물관은 인천 부근의 도서를 포함한 향토사 연구에 주력하고, 그 분야의 권위가 되어야 한다. 문학산 부근, 계양산 부근, 그리고 강화도, 덕적도에서 멀리 석기시대로부터 고구려, 신라의 유물, 유적을 답사하고 조선 최근세사에 등장한 제물포 시대를 중심으로 외적의 침략에 대한 진실을 과학적으로 진열하는 것. 이것이 참으로 인천박물관의 나가야 할 방향이고, 근본 사명이라 믿는다."'고적'은 1950년 한국전쟁 이전 5호까지 발간됐으나, 전쟁 중 대부분 유실됐다. 그동안 시립박물관에는 6호(1956년 간행)와 7호(1959년 간행)만 소장돼 있었다. 시립박물관은 유실된 '고적' 초기 호들을 찾고자 여러 도서관을 수소문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그러다 시립박물관 측은 우연한 계기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창간호, 2호, 3호가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복제를 신청했는데, 뜻밖에도 실물을 이관받게 됐다.시립박물관은 이번에 이관받은 '고적' 창간호 등 3권을 추후 조성할 박물관 아카이브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또 복간 작업을 통해 지역 사회에 배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적' 초기 호들을 찾는 데 역할을 한 시립박물관 배성수 유물관리부장은 "아직 찾지 못한 4호, 5호의 소재 파악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손장원 시립박물관장은 "관보 '고적'은 100부 한정으로 발간된 희귀 자료로, 완전히 소실된 줄 알았던 것인데,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마치 잃어버린 아이를 찾은 것처럼 기뻤다"며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과 고고역사부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인천시립박물관 관보 '고적' 1호, 2호, 3호 표지.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2024-09-05 19:20:51
슬픔·애정·정의로움… 인간心 만큼 풍부한 동물心

슬픔·애정·정의로움… 인간心 만큼 풍부한 동물心

행동양식 연구한 책, 17년만에 전면개정사람들의 동물 대하는 방식 재평가 요구■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마크 베코프 지음. 김민경 옮김. 두시의나무 펴냄. 424쪽. 2만4천원동물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 회의론자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으며 50년 넘게 동물의 감정을 연구해온 선도적인 과학자 마크 베코프의 책 '동물의 감정은 왜 중요한가'가 17년 만에 전면 개정판으로 출간됐다.책은 동물의 감정과 행동에 대해 그간 축적해온 다양한 과학적 연구 성과와 증언, 흥미로운 동물의 일화와 저자의 새로운 경험담이 추가됐다. 특히 어느 때보다 동물의 감정과 그 감정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더욱 개정되고 확장된 내용을 다룬다.책은 흥미로운 동물들의 일화를 전한다. 죽은 친구에게 애도를 표하는 까치들, 장애가 있는 친구를 기다려주며 함께 길을 떠나는 코끼리들, 납치된 소녀를 구해준 세 마리의 사자 등. 저자는 우리가 동물에게 이끌리는 이유가 동물의 감정 때문이며,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이유도 감정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에게 인간의 감정이 중요하듯, 동물에게도 동물 자신의 감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더불어 동물이 느끼는 감정 자체가 중요하고, 우리도 그 점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저자의 과학적 결실과 통찰, 솔직함, 감동을 한데 아우르는 결과물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누구나 동물에게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과 동물복지의 실태를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러한 현실에서 저자는 특유의 온정적 시선과 가벼운 유머, 연민으로 책을 채우며 우리가 동물을 보는 방식과 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재평가하라고 요구한다. 이 책의 서문은 저와 오랫동안 연대해온 '침팬지의 어머니' 제인 구달 박사가 초판에 이어 작성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2024-09-05 19: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