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에도, 한강의 기적… 서점가 모든 책 매진 행렬

스톡홀름에도, 한강의 기적… 서점가 모든 책 매진 행렬

'채식주의자' 공공도서관 대출 예약 350명'아시아 女 최초 노벨문학상 호명' 스웨덴 관심 올해의 주인공 한강 초상화 걸어전 지역서 동나 재인쇄에 돌입지난 3월 초청 당시 1천명 몰려"그녀의 수상은 아주 좋은 선택""그녀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잖아요. (스톡홀름에서 한강의 책을 구하려면) 꽤 오래 기다려야 할 겁니다. (She is the Nobel prize winner. You should wait a long time.)"스웨덴 스톡홀름 쇠데르말름에 있는 '트란스트뢰메르 공립도서관'(Transtromerbiblioteket)에서 만난 사서는 도서 검색 프로그램에 'han kang'을 검색해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어로 쓰인 원작 도서를 포함해 스웨덴어, 영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된 도서들이 모두 대출 중이었다.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이름이 호명된 스웨덴 현지에서도 그의 작품에 대해 관심이 뜨겁다. 지난 15일 오후 6시께(현지시간)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201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이름을 딴 도서관에 들어서자 올해의 주인공인 한강의 초상화가 눈에 띄었다.이 도서관을 비롯해 스톡홀름의 모든 공공도서관에서는 스웨덴어로 출간된 한강의 '소년이 온다'(levande och doda), '채식주의자'(Vegetarianen), '흰'(Den vita boken), '작별하지 않는다'(Jag tar inte farval) 등 4개 도서가 전부 대출 중이었다. '채식주의자'만 해도 스톡홀름 내 공공도서관들의 대출 예약자 수가 이미 350여 명에 달한다는 사서의 말에 입이 쩍 벌어졌다. 사서는 "스웨덴어는 물론 한국어로 된 책들도 모두 예약자가 많다"며 "이 책(채식주의자)을 읽고 싶다면, 우리 도서관의 40번째 예약자로 등록해주겠다"고 농담을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한글 점자의 날'(11월4일)을 앞두고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스웨덴을 찾은 경인일보 취재진은 현지 곳곳에서 한강의 높은 인기를 실감했다. 스웨덴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출간을 정부에서 장려하는 점자 콘텐츠 선진국으로 평가받는다. 인천 강화군 출신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이 만든 한글 점자 '훈맹정음'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잘 활용할 방안을 찾기 위해 기획된 이번 해외 취재에서 얻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한국의 경사를 축하합니다!(Congratulation for your country!)" 스톡홀름에서 서점 '감라스탄 북핸들'(Gamlastans Bokhandel)을 운영하는 헬레나 란드베리(Helena landberg)는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에게 축하 인사부터 건넸다.이튿날인 16일 오후 1시께 방문한 이 서점에서도 한강의 책은 이미 매진 상태였다. 노벨 문학상 발표 이후 한강의 책은 스톡홀름 전 지역 서점에서 모두 팔려나가 재인쇄에 들어갔다고 한다.한강의 오랜 팬이라는 헬레나 란드베리는 "6년 전에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스토리가 약간은 어둡지만 중요한 주제(a little bit dark but it's a serious subject)를 다루고 있어 좋았다"고 했다. 한강은 올해 3월 '작별하지 않는다'의 스웨덴 출간을 기념해 스톡홀름과 우메오(Umea)에서 열린 국제문학축제에 초청됐다. 당시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는 약 1천명이 한강을 보러 몰려왔다고 한다. 강연을 지켜본 헬레나 란드베리는 "한강 작가가 쓴 '희랍어 시간(Greek lesson)' 등 더 많은 책이 스웨덴어로 번역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그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I think it was a very good choice. she is rather a young woman because the Nobel Prize winners are normally really old people, often men."(젊은 여성인 한강에게 노벨상이 주어진 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노벨상은 보통 나이가 많고 남자들에게 종종 주어졌기 때문이죠.) 스웨덴 스톡홀름/백효은·정선아기자 100@kyeongin.com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톡홀름 콘서트홀. 2024.10.15 스웨덴 스톡홀름/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15일 오후 6시께(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트란스트뢰메르 공립도서관 내부에 2024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2024.10.15 스웨덴 스톡홀름/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15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트란스트뢰메르 도서관 로비에 전시된 2024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초상화. 2024.10.15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지난 15일 오후(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트란스트뢰메르 공립도서관에 전시된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알리는 포스터를 도서관에 방문한 현지인이 둘러보고 있다. 2024.10.15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스웨덴 스톡홀름 트란스트뢰메르 도서관. 2024.10.15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서점 ‘감라스탄 북핸들’을 운영 중인 헬레나 란드베리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노벨문학상 수상하기 6년 전에 읽었다”며 “어둡지만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감명 깊었다”고 말했다. 2024.10.16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서점 ‘감라스탄 북핸들’. 이 서점에 있는 한강의 책은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 이후 매진됐다. 2024. 10.16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2024-10-20 20:52:16
품귀현상에 '한강 작품 특별전'… 11월 30일까지 경기도청 북부청사서

품귀현상에 '한강 작품 특별전'… 11월 30일까지 경기도청 북부청사서

품귀현상이 일어난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소설가의 작품을 21일부터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만나볼 수 있다.경기도청 북부청사 경기평화광장 북카페에서는 21일부터 11월 30일까지 '2024 노벨문학상 한강-특별전'을 진행한다.특별전은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작가의 주요 저서 대출이 마감되거나 출판 공급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많은 도민들에게 한강 작가의 주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특별전에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7종, 모두 70권이 전시되며 전시기간동안은 도서대출이 제한되고 열람만 가능하다.변상기 경기도 행정관리담당관은 "경기평화광장 북카페는 경기북부의 지식과 예술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노벨문학상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 기념하기 위한 자리로, 도민 누구나 책 읽는 문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 일시품절로 인해 예약 접수를 알리는 안내문이 14일 오후 북스리브로 수원점 2024노벨 문학상 축하 기념코너에 놓여 있다. 2024.10.14/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24-10-20 20:29:10
인천 도서관에 부는 '한강 바람'… '노벨문학상' 기념 다양한 행사

인천 도서관에 부는 '한강 바람'… '노벨문학상' 기념 다양한 행사

주안, 북큐레이션 도서전 진행화도진, 작가 작품 독서 동아리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인천 도서관 곳곳에서 관련 전시와 프로그램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인천시교육청 주안도서관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시민들이 만나볼 수 있도록 3층 종합자료실 내 특별전시공간에 '북큐레이션 도서 전시'를 마련했다. 전시는 이달 15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다.전시 도서는 한강 작가의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 지난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은 '소년이 온다' 등 총 18종이다. 주안도서관은 각 도서와 함께 작품 소개도 함께 전시해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인천시교육청 화도진도서관은 '도전! 읽었쓰' 독서동아리 프로그램을 연장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매달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이달까지만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작품을 함께 읽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프로그램을 연장하기로 했다.화도진도서관은 참여자들의 투표로 다음 모임 도서로 한강 작가의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를 선정했다. 일반자료실에는 한강 작가의 작품도 전시해 놓을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화도진도서관 누리집(https://lib.ice.go.kr/hwadojin)을 확인하거나, 일반자료실(760-4124~5)로 전화 문의하면 된다.인천남동구립도서관 5곳(남동논현, 소래, 서창, 간석3어린이, 만수2어린이)과 서창어울마당 작은도서관, 남동구청 북카페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고자 22일까지 특별 이벤트를 연다. 주민들은 '한강 에디션 회원증' 발급, 노벨상 퀴즈 풀기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인천시교육청 주안도서관 3층에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주안도서관 제공

2024-10-20 19:01:42
[데이터로 본 이슈] 수원시, 도서 구입비 다이어트… '채식주의자' 어디 없나요

[데이터로 본 이슈] 수원시, 도서 구입비 다이어트… '채식주의자' 어디 없나요

'한강 사수' 치열한 이유 경기 공공도서관 통계 6년치 분석인구 상위 5개 지자체중 예산 꼴찌도서관 최다 불구 자료 마련 제약 "813.6-한12ㅊ(청구기호) 대출불가 [예약중]."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여파로 도서관을 찾는 시민이 증가하는 가운데,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은 수의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는 수원시의 도서 구입 예산이 인구수 상위 5개 지자체 중 가장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17일 경인일보가 '경기도 공공도서관 통계'의 6년치(2018~2023)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원시는 이중 유일하게 코로나19 이후에도 자료구입비 예산을 유의미하게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해당 예산의 낙폭이 가장 심해 6년 새 9억2천만원가량이 줄기도 했다. → 그래프 참조수원시가 도내에서 가장 많은 공공도서관(수원 25개소·용인 20개소·고양 21개소·화성 19개소·성남 17개소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도서관 운영의 핵심인 자료구입비 예산은 소극적으로 편성해온 것이다.지난해 기준 도내 인구수 상위 5개 지자체 중 자료구입비에 가장 많은 예산을 책정한 지자체는 용인시로, 30억3천만원이었다. 이어 고양시 22억4천만원, 성남시 21억원, 화성시 18억8천만원, 수원시 14억5천만원 순이었다.수원시 도서관 사업소 관계자는 시의 예산 삭감 기조가 도서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업에 있다고 설명하며, "2024년 자료구입비 예산도 지난해와 비슷해 동결 수준"이라고 전했다.인구수 대비 자료구입비가 현저히 낮다보니, 도서관이 신간 도서·시청각 자료·전자 저널 등을 충분히 마련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후폭풍은 최근의 '한강 신드롬'을 만나며 가장 단적으로 표출됐다. 한강의 대표작이자 지난 2016년 부커상을 수상한 스테디셀러 '채식주의자'로 앞선 다섯 지자체의 보유량(번역서 포함)을 계산하면 격차가 극명하게 보인다.'채식주의자' 보유량은 도내 인구수 2위인 용인이 1위인 수원을 78%가량 높은 수치로 역전했다. 이날 기준 용인시 109권·성남시 76권·고양시 63권·수원시 61권·화성시 55권이었다. 한 사람당 14일인 대출기간을 고려해 단순 계산하면, 1년을 기준으로 용인시민 2천834명·성남시민 1천976명·고양시민 1천638명·수원시민 1천586명·화성시민 1천430명만이 '채식주의자'를 대출할 수 있다.이는 각각 해당 지자체 인구수의 0.13%(수원), 0.14%(화성), 0.15%(고양), 0.21%(성남), 0.26%(용인)이다. 도내 도서관, 특히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수원시의 관내 도서관에서 한강 책의 예약 전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예산 삭감 기조 여파는 도서관 누적 이용자 수와 대출권 수에서도 엿볼 수 있었으며, '책 많이 읽는 도시' 타이틀은 용인시가 차지했다. 수원시가 용인시보다 도서관 수는 물론, 인구가 11만명가량 더 많은 상황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수치다.지난해 연간 누적 이용자 수는 순서대로 용인시 629만명, 성남시 605만명, 고양시 604만명, 수원시 472만명, 화성시 260만명이었다. 대출 도서 수는 차례대로 용인시 602만권, 성남시 433만권, 화성시 386만권, 고양시 369만권, 수원시 358만권이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한강 신드롬’이 거센 가운데, 17일 수원시내 한 도서관의 서가에서 ‘채식주의자’ 자리가 비어 있는 모습. 해당 도서관의 ‘채식주의자’ 청구기호는 ‘813.6-한12ㅊ’, ‘813.7-한12ㅊ’ 등이다. 2024.10.17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수원시는 경기도내 가장 많은 도서관을 공공도서관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료구입비 예산은 소극적으로 편성하고 있다. 사진은 수원내 한 공공도서관. /경인일보DB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 일시품절로 인해 예약 접수를 알리는 안내문이 14일 오후 북스리브로 수원점 2024노벨 문학상 축하 기념코너에 놓여 있다. 2024.10.14/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2024-10-17 20:53:51

"사실상 검열 성교육 도서 폐기… 경기도교육청, 방지책 세워라"

시민단체연대·전교조 등 대책 촉구"보고하라 하고 전달 주장은 변명"22일 국회 교육위 국감서 쟁점 전망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포함해 경기지역 학교 도서관에서 성교육 관련 도서 2천500여 권이 폐기된 것을 두고 재점화된 논란(10월14일자 2면 보도=소설 '채식주의자' 폐기 논란… 경기도교육청 '진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도내 교사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사실상 경기도교육청의 '도서 검열'에 따른 결과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교조 경기지부, 다산인권센터 등은 17일 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교육청이 성평등·성교육 도서와 관련한 문제를 주장하는 보수성향 단체의 보도를 그대로 담아 학교에 공문을 보낸 것은 엄연한 검열 행위"라며 "나아가 '폐기'와 '열람 제한'의 처리 방식까지 학교에 제시한 것을 보면 '각급 학교에 전달만 했다'는 도교육청의 주장은 심각한 사실 왜곡이자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한강의 수상 이후 도교육청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폐기) 목록을 정한 것"이라며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으나, 학교 현장의 반발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사서교사는 "20년 동안 근무하며 이런 형식의 공문을 받은 건 처음인데, '자율'로 포장했을 뿐 폐기 결과까지 보고하라는 건 압박이자 검열"이라며 "학생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이 외부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민주적인 과정 속에 책을 고를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한편 오는 22일 예정된 국회 교육위원회 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도 '성교육 도서 폐기'가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교육위 소속 복수의 의원들은 도교육청의 성교육 도서 폐기 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황이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전교조 경기지부가 17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성평등·성교육 도서 폐기 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24.10.1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2024-10-17 20:21:14
[북리뷰] 남한은 포용적·북한은 착취적?… '제도'가 흥망 갈랐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북리뷰] 남한은 포용적·북한은 착취적?… '제도'가 흥망 갈랐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2024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2인 저서 같은 뿌리임에도 번영·빈곤 차이 '주목''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경제 효용 밝혀향후 제시할 '국제정세 해석·해답' 관심■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지음. 시공사 펴냄. 704쪽. 2만8천원동일한 동아시아 대륙에 있으며, 똑같은 인종으로 구성된 두 나라. 사용하는 언어도 같다. 하지만 경제력은 천지 차이다. 가장 극명한 예시는 남한과 북한이다. 두 나라를 보다 보면 가장 근본적인 의문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왜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가 존재할까'.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3인은 이런 의문을 품고 오랜 기간 국제정치경제학 연구에 골몰해온 미국 학자들이다. 그 주인공은 다론 아제모을루(대런 애쓰모글루), 사이먼 존슨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임스 A.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다. 이들은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는 정치·사회 '제도'에 있다고 본다.'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이런 연구 내용을 비교적 쉽게 풀어 대중적으로 전하는 책이다. 수상자 중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이 공동 집필했다. 오늘날 국가별로 두드러지는 번영과 빈곤의 기원이 어딘지를 여러 논거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15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로마제국, 마야 도시국가, 중세 베네치아, 구소련, 한반도, 잉글랜드, 미국 등에서 발견한 주요 사례를 토대로 '제도'의 중요성을 설파한다.이들은 국가의 빈부격차 원인을 연구한 앞선 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시작한다. 학계의 한편에서는 '지리적 요인'이 국가의 흥망성쇠를 나누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보기도 한다. 스테디셀러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대표적인 학자인데,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은 다이아몬드의 '환경 자원의 차이가 결과적으로 농업 생산성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한다.저자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근거로 사용한다. 오래전만 해도 멕시코 중심부 지역이 북아메리카보다 월등한 생활 수준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리적 위치는 변함이 없지만, 유럽의 식민통치자들이 강요한 제도가 '운명의 반전'을 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한다.그렇다면 세계 불평등을 해석할 더 설득력 있는 새로운 이론은 무엇일까. 이들은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포용적 제도란 사유재산의 보장, 공정한 경쟁의 장,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 등이 담긴 경제 제도를 의미한다. 반면 착취적 제도는 소수의 집단에 부와 권력이 집중된 사회로, 경제활동을 자극할만한 인센티브를 만들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앞서 남한과 북한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리적 위치는 동일하지만 어떤 정치·경제 체제를 택했느냐에 따라 국가의 경제 성장이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 남한은 성장을 계속하고 북한은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겨우 반세기 만에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두 나라의 소득 격차는 열 배까지 벌어졌다. … 그 해답은 '제도'에서 찾아야 한다."책을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다만, 한 가지 의문은 든다. 착취적 제도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경제 대국 중국은 이들의 이론으로는 단번에 설명되지 않기 때문. 두 저자는 책의 마지막 챕터에서 중국이 마오쩌둥에서 덩샤오핑 체제, 이른바 개혁·개방의 시대로 넘어가던 때를 짚으며 중국이 착취적 제도를 개선해 나간 점까지만 이야기한다.책이 국내에 출간된 건 12년 전인 지난 2012년. 노벨경제학상으로 국가 간의 빈부격차가 새삼 주목받는 현재, 이들이 지금의 국제 정치경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해답을 제시할지 앞으로의 행보를 눈여겨보게 한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올해 노벨 경제학상의 영예는 국가 간 불평등 연구에 기여한 다론 아제모을루(57), 사이먼 존슨(61), 제임스 A. 로빈슨(64) 등 3인에게 돌아갔다. /연합뉴스

2024-10-17 19:00:37
아픔 새긴 몸의 증언…

아픔 새긴 몸의 증언… "날 변형시킨건 사회"

인류학 교수, '몸이 곧 나' 메시지 ■ 몸,┃김관욱 지음. 현암사 펴냄. 256쪽. 1만7천500원우리 몸에 새겨진 역사와 신체 그 자체에 주목하는 책 '몸,'이 발간됐다. 의사이자 의료인류학자인 김관욱 교수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이상한 몸들의 인류학을 다루며 사회의 아픔이 어떻게 우리 몸에 반영돼 구부러지고 아픈 몸이 되는지 이야기한다. 오랜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몸의 슬픔과 사회·문화가 만들어낸 몸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삶의 근본인 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은 김관욱 교수가 13년의 현장 경험과 강의를 통해 다듬은 몸에 대한 인류학적 소결을 압축했다.김관욱 교수의 전작 '사람입니다, 고객님'에서 콜센터 근무자들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연구하며 사회 문제가 그들의 몸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파헤쳤다면, 이번 책에서는 범위를 넓혀 현대 사회에 일어나는 각종 문제와 우리가 겪는 몸의 통증, 아픔의 관계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그 몸들은 전쟁 이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이 걸리는 체념증후군, 커피와 설탕에 쉽게 중독되는 사람들, 폭력과 착취가 몸에 새겨지는 여러 사례까지 다양하다.의학과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몸'을 말하는 인류학자의 연구를 통해 독자들은 우리가 얼마나 몸에 무지했는지, 또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과 착취의 역사가 인간의 몸에 얼마나 깊고 선명하게 새겨지는지를 알게 된다. 저자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보여지고, 관계 맺고, 살아내고 있는 몸은 항상 자세이자, 공간이며,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몸은 나의 것'이 아닌 '몸이 곧 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2024-10-17 19: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