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이 얇아졌다… 가벼워진 '피케티의 방대한 이론'

벽돌책이 얇아졌다… 가벼워진 '피케티의 방대한 이론'

자본·소득 관계 짚은 '21세기 자본' 등요약·압축… 불평등 역사 새관점 제시' ■ 평등의 짧은 역사┃토마 피케티 지음. 전미연 옮김. 그러나 펴냄. 324쪽. 2만2천원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많아도 정작 완독한 사람은 없다는, 이른바 '벽돌책'. 누군가에게 아는 척하고 싶거나, 일부 구절을 인용해 있어 보이는 글을 쓰고자 할 때 종종 사용된다. 두꺼운 책의 무게만큼 책 자체가 지닌 위엄이 있다는 얘기다.'21세기 마르크스'로 불리는 토마 피케티의 역작 '21세기 자본'(2013)은 사회·정치학도들의 책장에 하나씩 꽂혀 있는 대표적인 벽돌책이다. 이 책에서 피케티는 무수한 데이터를 근거로 자본과 소득의 상관관계를 짚는다. 그리고선 사회 불평등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피케티 지수'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국민 순자산을 순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쉽게 말해 노동 소득보다 부동산 같은 자산 소득이 상승할 때 이 수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피케티가 전하는 이런 의미 있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들은 너무 두껍고 무겁다. 역사와 경제 등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탓이다. 피케티의 신간 '평등의 짧은 역사'는 대중 독자들의 아쉬움을 해소해 줄 목적으로 집필한 책이다. 불평등에 천착했던 '21세기 자본'을 비롯해 앞선 그의 저서 '20세기 프랑스 상위 소득'(2001)과 이후에 나온 '자본과 이데올로기'(2019)를 압축했다.서문에서 피케티는 "이 아담한 책은 그동안 만난 독자들이 내게 꾸준히 해왔던 요구에 대한 응답이기도 하다. … 아무리 의지가 있는 시민 독자라도 선뜻 읽을 용기를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요약을 하고 분량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고, 이 책이 바로 그 시도의 결과물"이라며 "나는 이 책에서 그동안 내 연구가 촉발한 다양한 논의를 되짚는 동시에 불평등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전한다.피케티의 말마따나 '아담한 책'이기는 하나, 기존의 분석을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주장도 제시한다. 그는 이번 책에서는 사회·경제·정치적으로 평등 확대를 향한 인류의 장기적인 흐름이 있었다는 점을 논증한다. 이를 통해 이런 평등을 향한 여정이 21세기에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등을 향해 진보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순과 불평등도 결코 빼놓지 않는다. 무게가 가벼워진 만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찬찬히 일독해볼 만한 분석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21세기의 마르크스’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경제대학교 토마 피케티 교수. /AP PHOTO

2024-09-05 19:20:22
효성도서관·다누리 공동 기획 28일 '문학싸-롱 인천' 행사

효성도서관·다누리 공동 기획 28일 '문학싸-롱 인천' 행사

체험형 강연·글 쓰기 프로그램양진채·신지명 작가 진행 맡아 인천의 문학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직접 글도 써보는 프로그램 '작가가 되는 시간 여행, 문학싸-롱 인천'이 오는 28일 오후 5시 인천 계양구립도서관 효성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린다.이번 행사는 현재 상주작가가 활동하고 있는 효성도서관과 청소년문화공간 다누리가 공동으로 기획한 체험형 강연·글쓰기 프로그램이다. 상주작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문학 작가의 안정적 창작 활동을 돕고자 기관·작가를 연계하는 사업이다. 기관은 8개월 동안 작가에게 집필실을 제공하고, 작가는 글을 쓰며 기관과 협업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문학싸-롱 인천'은 인천을 배경으로 꾸준히 소설을 창작하며 현재 다누리 상주작가로 있는 양진채 작가와 2022년 계양구 '올해의 책' 작가이자 효성도서관 상주작가인 신지명 아동문학가가 함께 진행한다.행사 참가자들은 '1일 개항기 살롱'으로 꾸민 효성도서관에서 다과를 즐기며 인천의 문학과 역사 이야기를 듣는다. 또 직접 글을 써서 '인천 문학 지도'를 완성해본다.참가자들에게는 도서와 기념품도 주기로 했다. 참가자는 4일부터 효성도서관과 나누리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내달 중에는 효성도서관 신지명 작가가 다누리로 와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계획이다. 효성도서관 관계자는 "1880년대 개항 도시였던 인천의 역사와 문학을 깊이 이해하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문학 싸-롱 인천' 포스터. /인천시 제공

2024-09-04 00:27:06
'거지방·고물가·오픈런·새벽배송…' 현재 한국사회 다룬 '초단편' 소설집… 장강명·곽재식 등 유명 작가들 집합

'거지방·고물가·오픈런·새벽배송…' 현재 한국사회 다룬 '초단편' 소설집… 장강명·곽재식 등 유명 작가들 집합

■ 소설, 한국을 말하다┃장강명 외 20명 지음. 은행나무 펴냄. 248쪽. 1만6천800원중견부터 신진까지, 널리 알려진 소설가들이 쓴 21편의 4천자 내외 '초단편' 소설집이다. 한국 문학에서 가장 활발하고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는 작가들이 '현재의 한국 사회'를 주제로 보여주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거지방, 고물가, 오픈런, 번아웃, 중독, 새벽 배송 등 열쇳말을 통해 현재 한국 사회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 그 방향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첨예하고 날선 질문들을 던진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학원 강사 면접을 보러 갔다가 어처구니 없는 질문 세례만 받고 온 취업준비생 성규(이기호 '너희는 자라서'), 재벌 목숨 한 번 구한 썰로 일약 스타 강연자가 된 셀럽(김동식 '돈'), AI 시대에 맞춰 작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문장 생성사 자격면허 시험'(곽재식 '제42회 문장 생성사 자격면허 시험'), 타투 도안을 자유롭게 시술하고 지울 수 있는 기계를 사용했다가 극심한 부작용을 겪지만, 그보다 더한 편견에 맞서게 된 피해자들(정보라 '낙인') 등의 이야기가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를 그린다. 노동, 일상, 관계 등을 열쇳말로 한 소설을 읽다 보면, '이거 내 얘기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생생하게 현실을 반영한 소설이 대부분이다. 혹은 아직 접해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해보게 한다.문화일보가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봄까지 기사가 아닌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자는 취지로 연재한 시리즈를 책으로 엮어냈다. 기획의 말에서는 "어떤 사실은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 이야기로 만들어졌을 때 더 명징해진다"며 "애초 인간과 사회를 탐구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게 소설이 하는 일 중 하나고, 소설가들은 늘 인간의 마음을 유영하고 있기에"라고 했다.참여 작가는 장강명, 곽재식, 구병모, 이서수, 이기호, 김화진, 조경란, 김영민, 김멜라, 정보라, 구효서, 손원평, 이경란, 천선란, 백가흠, 정이현, 정진영, 김혜진, 강화길, 김동식, 최진영이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2024-08-29 18:59:29
[북리뷰] 3개의 점이 만나 그려낸 '우리'라는 곡선… 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북리뷰] 3개의 점이 만나 그려낸 '우리'라는 곡선… 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13년 만에 돌아온 김애란의 장편소설각자 아픔 지닌 세 고등학생 성장 통해미온한 듯 힘 있게 '휴머니즘' 담아내■ 이중 하나는 거짓말┃김애란 지음. 문학동네 펴냄. 240쪽. 1만6천원여기, 조금은 특이한 고등학생 세 명이 있다. 자신을 대신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엄마를 둔 '채운'. 죽음을 앞둔 사람을 알아볼 수 있으며 한때 투병 중인 엄마가 죽기를 바랐던 '소리'. 엄마의 자살로 어느 날 가족이 사라져버린,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지우'. 이들은 학교에서 외톨이거나 외톨이가 되기를 자처한다. 나는 그저 세상의 한낱 '작은 점'에 불과하다고, 듣는 것만으로 용기가 샘솟는 성장담은 결코 내게 주어질 수 없는 삶이라고 자조하면서.하지만 이들은 체념하는 와중에도 일상을 순순히 포기하지는 않는다. 스마트폰 앱으로 영어 공부를 하거나, 친구의 반려 동물을 애지중지 돌보기도 하고, 건설 현장에서 노동을 한다. 채운·소리·지우는 저마다 각자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세 명의 고등학생, 파편적으로 찍혔던 세 개의 작은 점은 무수한 사건 속에서 기대와 좌절을 맛보며 천천히 곡선으로 이어진다. 세상에는 오직 '나'뿐이라던 이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우리'라고 지칭할 주어가 생긴다.신간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한국 문학의 '젊은 거장'이라고 불리는 김애란(44)이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13년 만에 들고온 장편 소설이다. 평단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사랑받는 작가라는 점에서 이번 신작을 향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해당 소설은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특히 서점가의 큰 손, 3040세대 여성이 전체 구매자의 55%가량을 차지하며 김애란을 향한 확고한 지지를 보여줬다.소설은 '거짓말 게임'과 '죽음을 보는 능력'이라는 제법 독특한 설정에서 시작된다. 책 제목과 동일한 '이중 하나는 거짓말' 게임은 채운·소리·지우의 담임선생이 만든 일종의 자기소개 방식이다. 새 학기, 한 명씩 교탁으로 나와 친구들에게 본인을 소개해야 하는 상황. 학생들은 다섯 개의 문장으로 자신을 설명하되, 그중 한 문장에는 반드시 거짓을 포함해야 한다. 아이들끼리의 가벼운 유머 속에 혼재된 진실과 거짓은 묘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치로 작용한다.말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거짓말은 주인공 소리의 비범한 능력과 맞물려 기대와 좌절, 희망으로 이어진다. 가정 폭력을 일삼던 아빠를 칼로 찔러 식물인간으로 만든 채운은 효자인 척하며 소리에게 아빠가 곧 죽을 건지 봐달라고 부탁한다. 영문을 모르는 소리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채운은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하지만 채운의 아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다. 문상객들은 홀로 장례를 치르는 채운을 동정한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채운은 어제와는 아주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아버지를 찌른 사람은 난데 사람들이 나를 위로합니다. 나는 무릎 꿇고 고개 숙여 그들에게 절합니다. 이곳은 내가 벌받는 자리입니다. 위로가 벌이 됩니다."소리와 지우도 마찬가지다. 각각 자신의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했던 그릇된 바람과 열등감을 정면으로 맞닥뜨린 뒤 내면의 어둠을 조금씩 거둬간다. "…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는 데다 거의 표도 안 나는 그 정도의 변화"일지라도 분명한 한 걸음, 앞으로의 내디딤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장 없이 탄생한 어느 고등학생들의 성장담, '이중 하나는 거짓말'. 김애란이 또 한 번 펼쳐낸 미온하면서도 힘 있는 휴머니즘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소설가 김애란이 지난 21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13년 만의 장편 신작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소개하고 있다. 2024.8.21 /문학동네 제공

2024-08-29 18:59:20
'I♥시티'… 사랑받는 도시에 숨은 4가지 비결

'I♥시티'… 사랑받는 도시에 숨은 4가지 비결

■ 사랑받는 도시의 선택┃최현희 지음. 헤이북스 펴냄. 272쪽. 2만1천원도시를 상품처럼 마케팅해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 미국 뉴욕의 'I♥NY'. 그리고 '빌바오 효과'라는 단어가 생길 만큼 도시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스페인 빌바오. 두 도시에는 공통점이 숨어있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십분 활용해 혁신을 이뤄간 것.신간 '사랑받는 도시의 선택'에서는 뉴욕과 빌바오를 포함해 세계 곳곳의 주요 도시들이 맞이한 위기와 혁신 과정을 분석한다. 저자 최현희는 한국의 주요 도시들의 혁신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앞서 현대카드에서는 '1913송정역시장' 프로젝트를 기획해 대통령상 등을 수상했다. 이후 성남문화재단에서는 '위례스토리박스' 공간 구성과 운영 프로그램 기획을 총괄했다."도시는 단순히 건물과 인프라의 집합체가 아니라 우리의 문화적 가치, 경제적 성장, 사회적 결속을 반영하는 살아 숨 쉬는 실체로 변화, 발전해야 한다." 저자는 혁신에 성공한 도시는 크게 네 가지를 갖췄다며 '도시 혁신 필수 요소'를 강조한다. 자원과 재원, 조직화, 법률과 제도, 지원, 문화예술 활동이 그것이다.주요 도시들이 겪은 과정을 보다 보면, 현재 정체를 겪고 있는 한국의 무수한 도시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며 책을 덮게 된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2024-08-29 18:59:10
시간과 매체 경계를 넘어 그림의 의미 짚기

시간과 매체 경계를 넘어 그림의 의미 짚기

개정 신판 출간, 기존 미술사 연대기 탈피그림 역사에 특별한 의미 지닌 315점 선별■ 호크니와 게이퍼드가 말하는 그림의 역사┃데이비드 호크니, 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미술문화 펴냄. 372쪽. 3만8천원살아있는 현대미술의 전설로 불리는 데이비드 호크니, 그의 오랜 친구이자 미술 평론가인 마틴 게이퍼드가 말하는 '그림의 역사' 개정 신판이 출간됐다.우리가 쓰는 휴대폰부터 신문, 책, 건물의 벽 등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의 그림으로 넘쳐나는 시대, 그림 그 자체가 단일한 범주로 간주된 적이 있었을까. 여기서 말하는 그림은 삼차원의 세계를 평면 위에 재현한 모든 이미지를 말한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묘사된 그림들 간의 연관성과 상호작용이 호크니와 게이퍼드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이다.'무엇이 그림을 기억에 남게 만들까', '우리는 그림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림은 진실의 재현일까' 등 가볍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들이 이어지고, 호크니의 경험과 게이퍼드의 지식으로 채워진 답들이 제공된다. 책은 이처럼 미술사 연대기와 유형에 따라 분류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시간과 매체의 일반적인 경계를 넘나들며 그림을 만드는 과정과 의미를 짚어본다.책에 담긴 315점의 작품은 긴 그림의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들로 선별됐다. 프랑스 동굴 벽에 그려진 황소 그림과 피카소의 부엉이 작품부터 회화, 사진, 영화, 게임 등의 온갖 매체를 통해 그림이 등장한다. 미래에 남겨질 그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 좋은 그림을 선별하고 의미 있는 그림들을 저장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책은 두 사람의 대담과 다양한 형식의 그림을 통해 본질을 꿰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새로운 시각을 전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2024-08-29 18:59:03

이갑성 친일밀정설 허구 규명…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 논문집 발간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 산하 독립운동사연구소가 총서 4호로 독립운동가 이갑성(1889~1981) 선생에 관한 '3·1운동과 연당 이갑성 추모 논문집'을 발간했다.이 책은 2006년 12월 개최된 '민족대표 33인의 재조명 학술회의'에서 김창수(동국대)·유준기(총신대) 교수가 쓴 논문, 지난해 8월 '민족대표 연당 이갑성 추모 학술회의'에서 이정은(3·1운동기념사업회)·이태룡(인천대)·허동현(경희대) 등 연구자들이 쓴 논문을 화보와 함께 엮었다.이들 논문에 따르면 이갑성은 1919년 2월 경성의 학생대표를 규합하고, 종교 지도자들과 연계해 민족대표 33인의 이름으로 '선언서'를 선포했다. 경성뿐 아니라 함남 함흥, 대구, 경남 김해·마산, 전북 군산 등지에도 학생을 보내 '선언서'를 배부했다. 이갑성은 3·1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끈 후 붙잡혀 3년여 옥고를 겪었다. 1924년 민립대학 설립을 위한 강연 활동을 하다 붙잡혀 2년, 1931년 신간회 간사로 활동하다 6개월, 이밖에 상하이 망명 후 펼친 독립운동으로 여러 차례 경찰서와 감옥, 형무소 등에서 고초를 겪었다. 해방 이후 이갑성은 초대·2대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광복회 초대 회장을 거쳐 2대 회장에 당선된 직후 '친일 밀정설'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한 허위 광고를 신문에 낸 사람이 명예훼손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아 마무리됐다.하지만 1981년 이갑성이 작고한 직후 다시금 잡지에 거짓 내용이 게재돼 친일 밀정설에 빠졌다. 책에 실린 논문들은 이갑성에 대한 밀정설이 사실이 아님을 규명했다.책을 엮은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 이태룡 박사는 "이갑성 지사는 3·1운동 때 전국 방방곡곡에서 '독립만세' 소리가 메아리치게 한 공적이 가장 큰 분인데, 광고나 기사 형식을 빌려 거짓을 유포함으로써 '친일 밀정'이란 누명을 들씌운 것은 매우 큰 죄악"이라며 "앞으로도 독립유공자에 대한 거짓 내용이 있는 경우, 이를 밝혀 나가겠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2024-08-22 19:01:17
과거부터 현대까지 스미듯 쌓아온 '한국미(美)의 원형' 발자취

과거부터 현대까지 스미듯 쌓아온 '한국미(美)의 원형' 발자취

■ 한국미의 레이어┃안현정 지음. 아트레이크 펴냄. 434쪽. 3만2천원'K-Art, K-Pop, K-Food, K-Movie',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한국의 아름다움은 어느새 한국을 문화의 강국으로 만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고 있다. 미술계에도 이러한 K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가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고, 여기서 안주하지 않으며 한국미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 시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한국미란 무엇일까. 다소 예스런 느낌이 나는 단어 같지만 한국미는 과거의 역사 속에 머물러 있는 아름다움이 아니다. 여전히 활발하게 현대와 미래로 연결되며 새로움을 지니고 있는 원형의 것이다. 신간 '한국미의 레이어' 저자 안현정은 한국미의 개념을 모호한 단어들로 풀지 않고,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26점의 문화재와 26명의 현대작가를 매칭시켜 설명한다. 분청사기, 달항아리, 고려불화, 달마도, 나한상, 미인도 등 문화재를 김근태, 최영욱, 신제현, 한상윤, 신미경, 김미술 등의 유명 현대작가와 연결지어 놓은 책은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국미를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다.저자는 한국미에 대해 '이 땅에 살며 스미듯 이어온 한국인의 독특한 활력'이라 말하며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구축되고 있음을 말한다. '눈맛의 발견'이라는 부제를 달아놓은 책은 예술작품을 대할 때 필요한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독자들이 키울 수 있도록 챕터 속에 '눈맛의 발견' 코너를 넣어뒀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2024-08-22 19: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