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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일상 많은 것들 오른손잡이 편의 맞춰져 '불편' 지면기사
직장인 A씨가 출근을 위해 지하철역에 들어선다. 개찰구 오른쪽에 위치한 태그에 교통카드를 가까이 댄다. 직장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탄 후 오른쪽에 위치한 버튼을 누른다. A씨 책상에는 컴퓨터가 놓여있다. 마우스는 오른쪽에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사이트 오른쪽에 위치한 로그인 창을 바라본다.누군가에겐 지극히 익숙한 모습이지만, 왼손잡이라고 생각하면 끝없이 불편한 일상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많은 것들이 오른손잡이의 편의에 맞춰져 있다. 대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역자 책상이 대표적이다. 왼손잡이가 필기를 하려면 몸을 90도로 틀어야 한다. 왼쪽과 오른쪽의 클릭 기능이 다른 컴퓨터 마우스 역시 오른손잡이용으로 맞춰져 있어 왼손잡이가 수월하게 사용하려면 별도의 설정을 통해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해야 한다.지난 2014년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8월 13일 '국제 왼손잡이의 날'을 맞아 성인 남녀 1천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가 왼손잡이였다. 이들 가운데 37%는 "일상생활에서 왼손잡이라 불편하다"고 말했다. 편리함의 문제를 넘어 안전과 직결되기도 한다. 군대 내에서 왼손잡이 다수는 불편한 오른손을 사용해 사격을 한다. 수류탄을 던질 때도 왼손잡이는 수류탄을 거꾸로 들고 준비 자세를 취해 사고 위험이 가중된다. 한국전력공사가 2019년 상반기까지 안전 문제와 기존 매뉴얼 등을 이유로 전기·전자 기술직군 채용시 왼손잡이를 배제했던 것처럼 차별로 이어지기도 한다.지하철역 개찰구 교통카드 태그 위치승강기 버튼·군대 사격 모두 오른쪽'우 편향 문화' 왼손잡이 실종 심화 오른손잡이 위주의 문화는 우리나라 왼손잡이의 '실종'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다. 유럽의 왼손잡이 전문 사이트 'leftyfretz'가 전 세계 왼손잡이 비율을 조사했는데,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왼손잡이 비율은 2%로 나타났다. 2014년에 이뤄진 한국갤럽 조사보다도 비율이 낮아졌다. 조사 대상과 방식 등에 차이가 있음을 고려해도 해당 조사에서 전 세계 인구의 12%가 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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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은 못한다는 '차별' 지면기사
왼손잡이인 박영수(33·가명)씨는 지난 2017년 한국전력공사 전기·전자분야 기술직 채용에 지원했다. 박씨는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공사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도 있어 나름 합격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응시자격의 한가지 조건이 박씨를 짓눌렀다. 한국전력이 전기·전자분야 응시자격을 '오른손 사용자'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면접일 하루만 오른손잡이가 되려 노력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부터 수험표를 받는 것까지 모두 익숙지 않은 오른손을 사용했다. 심지어 '왼손잡이'인 것이 티가 날까 면접장 문조차 오른손으로 열었다. 실기과정에서 오른손잡이에 유리한 평가가 있었지만 무난하게 해냈다. 그럼에도 차별에 대한 설움을 지우기 어려웠다.한전 2019년까지 '왼손' 응시 제한합격자 박씨, 면접·회사생활 고충 며칠 후 박씨는 고대하던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면접일에 겪었던 서러움도 '합격'이라는 두 글자로 모두 잊었다. 그러나 몇 달 후 A본부에 배치돼 첫 근무에 나선 박씨에겐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동료들과 식사를 할 때 왼손으로 먹으면 "너 왼손잡이야?"라는 질문이 날아들곤 했다. 박씨는 "처음 같이 밥을 먹는 동료들에겐 '원래 왼손잡이냐'는 질문을 항상 들었다. 윗사람들과 식사를 할 땐 특히 눈치가 보였다"면서도 "왼손잡이인데 오른손 사용을 연습해 합격했다고 답했다. 굳이 왼손잡이임을 숨기지 않았다. 왼손잡이를 배제하는 것은 한국전력이 극복해야 하는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윗사람과 식사땐 특히 눈치 보여"공공기관마저 최근까지 편견 잔존 한국전력은 2019년 상반기까지 전기를 다루는 직군에 한해 응시자격에 '오른손 사용자로 색맹이 아닌자'라는 제한 요건을 뒀었다. 이런 규정은 불과 3년 전인 2019년 하반기에서야 삭제됐다. 과거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강제 교정시키는 교육이 이뤄지곤 했지만 올해 취업준비생들이 입사하고 싶은 공공기관 1위로 꼽힌(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 '2022년 취업준비생 2천264명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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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법에 없는 병가, 아프면 연차 사용 당연할까 지면기사
오미크론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병가' 딜레마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정부에서 자가 격리 기간 중 유급 휴가를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력이 있는 제재가 아닌 탓에 현장에서는 직장인들에게 연차 사용을 강제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27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본인 확진에 한해 일주일간 자가격리 기간을 두도록 한 대신 자가격리에 들어간 노동자들에게 유급 휴가를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상 기업이 노동자의 유급 병가를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다. 감염병 예방법 제41조도 '노동자가 입원 또는 격리될 때 사업자가 유급 휴가를 줄 수 있다'고 규정한다.문제는 해당 법이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미크론 확산이 이어지면서 27일 0시 기준 전국 신규 확진자가 31만8천여 명을 웃도는 상황 속에서도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직장인은 많지 않았다. 감염병 예방법 '유급휴가' 권고뿐확진·자가격리자 맘 놓고 못 쉬어"회사는 쉬라고 하지만 연차 써야" 용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지훈(가명)씨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으로 일주일간 자가격리를 했다. 가족 구성원 2명 모두가 확진된 탓에 온종일 방 안에서만 머물러야 했음에도 그는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김씨는 미리 잡아둔 고객과의 미팅은 간신히 익힌 비대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진행했고 고열에 시달리던 중에도 시시각각 회사에서 걸려 온 연락을 받아야 했다. 수원의 한 기업에 다니는 이지혜(가명)씨도 자가격리 기간 내내 근무했다. 코로나19 확진 이후로 증상이 점차 악화했지만 "노트북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그는 "열이 38도까지 오르고, 두통이 심해 잠시 잠을 청하려 할 때면 회사에서 꼭 연락이 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회사에서 일하기 싫으면 연차를 쓰라는데 아픈 것도 서러운데 연차까지 소진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이들이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사측에서 운영 중인 '병가 제도'가 없어서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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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쉬는 것도 회사 규모 따라… 5인 미만 사업장 취업규칙도 없어 지면기사
직장 내 병가 제도의 핵심에는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이 있다. 현행 근기법에는 '병가'가 명시돼있지 않는데, 이 때문에 대다수 사업장은 '취업 규칙'에 근거해 병가를 운영한다. 그러나 취업 규칙에 병가를 명시하는 것 자체도 사측 자율에 맡겨져 있고 5인 미만 소규모 영세 사업장은 취업 규칙 자체가 없는 곳이 대다수다.5인 미만 사업장은 경기도에만 31만1천680개에 달한다.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는 85만4천878명이다. 해당 수치는 2019년 말 기준으로 코로나19 이후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배달 노동자 등 초단기간 노동자 수가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5인 미만 사업장은 더욱 늘었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쉬는 것도 회사 규모에 따라…왜통상 사업장 규모에 따라 병가 제도 운용 여부가 다르다. 사업장 규모는 근기법 적용 대상인 5인 이상이 기준이 된다. 5인 이상 노동자가 소속된 사업장은 휴업수당, 연차휴가, 취업규칙 등 노동자의 쉴 권리가 근기법에 근거해 대체로 보장된다. 하지만 '병가'는 의무 조항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일주일 격리를 하더라도 무급으로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경기도 5인 미만 31만1천여개주15시간 미만 노동자수 증가 5인 미만 사업장의 상황은 어떨까. 근기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 해당 사업장은 사실상 노동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시피 하다. 5인 미만 사업장 권리 보장 활동을 하는 권리찾기유니온은 사업장 규모와 별개로 근기법 전면 적용을 촉구하며 길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하은성 노무사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도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병가' '상병수당' 해외에선 병가와 상병수당은 대한민국에서는 근기법상 제대로 명시돼있지 않다. 상병수당은 일정 기간 몸이 아파 일을 못하면 소득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로 사업 취지는 유급 병가와 일맥상통한다. 병가는 법에 규정되지 않았고, 상병수당은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 규정이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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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휴일 동원' 공무원 반발·역대 최다 '무효표'… 지선도 똑같을까 지면기사
코로나19 대유행의 혼란 속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느 때보다 유권자의 강한 질책을 받으며 20대 대통령선거를 치렀다. 선관위 입장에선 감염병으로 인한 유례없는 선거였지만, 미흡한 선거관리로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효율적인 선거 관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투·개표에 동원된 지방공무원의 집단 반발과 대선 직전 이뤄진 단일화로 뜻하지 않게 자신의 표가 사표로 처리된 유권자 문제 등은 현행 투·개표 시스템을 다시 성찰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지방공무원의 선거사무 동원은 꽤 오랫동안 곪아온 문제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선거사무 종사자 위촉 방식 등 부동의서' 서명운동을 벌였고 한달여 만에 11만374명의 동의를 얻어 각 자치단체와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전달했다. 대선前 공무원노조 11만 '부동의'동원된 사무원 방역 대책 미비도 공무원노조는 이미 오랫동안 휴일인 선거일 '강제 동원'에 대한 불만이 커져 온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치며 확진·격리대상 유권자에 대한 선관위의 허술한 업무 지시와 불가피한 접촉에 대비한 방역 대책 미비가 더해진 게 이번 선거사무 단체 거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집단 행동과 함께 공무원 내부 게시판 등에는 개인적인 반감을 드러낸 사례도 속출했다. 성남의 한 공무원은 내부망 익명 게시판에 올린 글에 "대선까지는 울면서 하겠습니다만, 지방선거는 못하겠다. 아니 안 하겠다"며 "오늘 투표가 끝나고 저희 팀장님 펑펑 우시는데 진짜 가슴이 아팠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진짜 못해먹겠다. 너무 화가 난다"고 적었다. 이 공무원은 댓글에 "다른 말은 표현할 수가 없고, 사전투표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 선관위는 시종일관 성남시 직원들을 부리는 느낌이었다"며 "성남시 공직자를 위해 노동조합에서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덧붙였다.투표지 인쇄후 단일화·후보사퇴일부 재외·선상투표 '무효' 전락 문제는 또 있다. 사전투표 개시를 불과 이틀 앞두고 이어진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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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사전투표 '과노동 비효율'… 사표 줄이기 노력 뒤따라야 지면기사
투·개표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에는 '사전투표'가 있다. 20대 대통령선거의 사전투표 수치는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고 수치인 36.93%를 기록하며 참정권 실현의 긍정적 효과를 보여준 건 분명하다. 하지만 사전투표 제도 도입 이후 투·개표 선거 사무 동원 인력과 비용이 늘어나 '과노동 비효율'이라는 부정적 견해가 공존하고 정치 단일화가 만연한 한국 정치풍토에서 재외, 선상투표 등 사전에 투표하는 제도들에서 사표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대선에 동원된 경기·인천 공무원 2만345명=이번 대선에서 선거 사무에 동원된 전국 총 인원은 55만3천여명(추정치)이다. 이 수치는 사전투표와 선거일 투표에 동원되는 사무원과 참관인, 위반행위 예방·단속 인력 등으로 지난해 12월 기준 평택시 인구수와 맞먹는다.선거 사무원 대다수는 지방공무원이다. 각 지역 선관위는 유관기관에 선거 사무원 참여 독려 공문을 보냈지만, 자발적 참여 효과는 거의 없고 사실상 할당이 있어 강제동원에 가까웠다. 이유는 간단하다. 14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급이 6천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선거사무 동원 55만여명 추정14시간 노동 시급 6천원 불과 대부분 지방공무원에 떠넘겨 경기 지역 투표 사무원과 개표 사무원 4만9천125명 중 1만5천265명이 지방공무원이었다. 지방공무원 강제동원 논란이 끊임없이 일자 선관위도 선거사무원 등으로 참여하는 지방공무원 목표치를 50% 이하로 잡기도 했다. 경기지역은 전체의 31.07%로 목표치 아래이긴 하지만, 기타로 분류된 인원을 제외하면 공직자 중에선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인천 지역도 마찬가지로 투·개표 사무원 1만1천440명 중 지방공무원만 5천80명이 동원됐다.익명을 요구한 경기 남부의 지자체 공무원 A씨는 "투표 사무원과 개표 사무원 모두 지방공무원이 공직자 중에선 가장 많다"라며 "선관위 직원들도 투·개표소에 나와 있지만, 실제 유권자 응대와 참관인들 사이의 중재와 선거 사무는 오롯이 지방직에 떠넘겼다"고 토로했다.선관위는 선거사무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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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쓸줄 모르는 태블릿PC 주고 연락 없어" 지면기사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정겨운 노랫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여느 전통시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곳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스마트 기술 도입 시범상가(이하 스마트 시범 상가)로 선정한 시흥 삼미시장이다. 지난 24일 찾은 시장은 육안으로는 어떤 스마트 기술이 도입됐는지 알 수 없었다. 시흥 삼미시장에 공급된 '스마트 기술'은 30만원 상당의 태블릿PC가 전부였다. 무인 계산과 스마트 주문 등을 확인하는 용도였다. 이마저도 전체 110여개 점포 중 47곳에만 지급됐는데, 배치한 상가를 찾기가 힘들었다. 정작 이 태블릿PC로 어떻게 주문을 받아야 하는지, 결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상인들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해서였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된 셈이다.김은문 삼미시장상인회장은 "스마트상점이라고 하는데 예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며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분들도,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고령인 분들이 많다. 교육을 제대로 해준다면 어떻게 활용이라도 해보겠는데 기기만 달랑 던져놓고 아무런 연락도 없다. 그냥 한쪽에 방치해놨다"고 하소연했다.시흥 삼미시장 점포 절반 보급주문 등 이용 상가 찾기 힘들어"교육 해준다면 써보기라도…" 평택 국제중앙시장 역시 같은 시기 스마트 시범상가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에서 6년째 옷 수선 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시장이 스마트 상가로 선정돼 가게에 키오스크를 도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곧 포기했다. 도입 비용 30%인 200만원 가량을 자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들어 하루 매출이 3천원에 그친 날이 부지기수. 이런 상황에서 200만원은 벅찬 금액이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수선을 맡긴 옷들로 꽉 찼던 A씨의 가게엔 이날 A씨의 옷 한벌만 걸려있을 뿐이었다.A씨는 "처음에야 이런 게 들어오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돈을 내야 해서 포기했다. 우리 같은 영세상인에겐 10만원도 큰 돈"이라고 푸념했다.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120개의 점포 중 키오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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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기술 도입했지만 소비자 인지도 낮고 사용 불편 '어려움 호소' 지면기사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급변하는 상황 속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통시장·상점가에 스마트 기술 도입을 지원하고 있지만, 비용·교육 문제로 기술이 아예 뿌리내리지 못한 곳이 있는가 하면 어렵사리 도입한 곳 역시 활성화에 애를 먹는 실정이다. 제대로 활용하는 곳에선 만족도가 높지만, 그렇지 못한 점포도 적지 않아 '혈세 낭비'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사후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 속에 정부는 그동안의 실적을 분석해 올해 미비점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도입했어도 어려움은 여전= 스마트 기술 도입 시범상가(이하 스마트 시범상가)로 지정된 안양 평촌1번가와 평택 통복시장은 스마트 기술 중 '스마트 오더 시스템'을 도입했다. 소비자가 스마트폰 앱 등으로 점포의 물건을 주문하면 배달되는 시스템으로, 정부가 개발했다. 2020년에 스마트 시범상가로 지정된 평택 통복시장은 정부 지원만으로 도입했지만, 지난해엔 국비 지원 비율이 70%가 되면서 평촌1번가 상인들은 20%에 해당하는 80만원을 자부담해야했다. 10%는 안양시가 부담했다.그러나 통복시장도, 평촌1번가도 썩 만족스럽지는 않은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 속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앱에 더해 네이버 장보기 등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된 게 주된 요인이었다. 정부에서 자체 배달 플랫폼을 개발한 이후 이렇다할 홍보가 뒤따르지 않아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낮고 사용하기가 다소 불편해 민간 앱에 비해 소비자들의 이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평택 통복시장 배달 '오더시스템'개발한 앱 '네이버 장보기'에 밀려 통복시장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소비자가 제품을 주문하면 상인들이 상품을 픽업 장소에 가져다놓는 '통복시장 어플' 개발을 지원받았다. 민간 배달앱의 '포장하기'와 비슷하다.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게 일상이 된 만큼,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오히려 '네이버 장보기'가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시장 측 설명이다. 시장 관계자는 "앱 개발 지원을 받았는데 아쉬운 점이 많았다. 민간 배달앱과의 연계도 잘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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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지역사회 역할 잊으면… '치매환자' 기댈 곳 잃는다 지면기사
정문화(84)씨는 10년 전 아내가 치매 진단받던 날을 아직 잊지 못한다. 그에게 갑자기 주어진 치매환자 보호자 역할, 막막함이란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기분이었다.정씨는 당시 아내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40년 넘는 세월동안 평탄하게 이어오던 가정생활도 그래서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는 부부의 남은 삶을 위해 치매라는 병을 제대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이런 그에게 도움을 준 곳이 고양시 일산동구치매안심센터다. 그는 센터의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하며 치매의 원인과 증상, 돌봄방법 등을 배웠다. 교육을 통해 아내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이해하기 시작하니 자신이 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보다 선명해졌다고 한다. 정씨는 "지금 아내는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니면 기억을 잘 못 한다. 어떤 때는 자식들 얼굴도 못 알아볼 때가 있다"며 "지난 10년 동안 치매에 대해 공부하고, 아내를 있는 힘을 다해 돌봐서 그런지 다행히 병의 진행 속도는 느린 편"이라고 말했다.10년간 아내 돌봐온 80대 정씨'치매안심센터' 도움 간병공부지역사회 환자관리 거점 역할 급속한 고령화의 그늘인 치매라는 병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언한지도 어느덧 5년이 지났다. 문재인 정부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치매환자에 대비해 국가 돌봄 기틀을 사전에 마련하자는 취지로 그간 '치매국가책임제'라는 이름 아래 여러 예방·관리사업 등을 추진했다.각각의 사업은 결국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지역사회'다. 제4차(2021~2025년) 치매관리종합계획은 '치매환자와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치매안심사회 실현'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각 지자체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는 기본적으로 지역사회 치매관리체계의 거점 역할을 한다. 치매환자를 등록해 관리하고, 조기에 치매를 발견할 수 있도록 검진서비스를 제공한다. 센터는 또 정씨의 사례처럼 치매전문 교육프로그램을 여는 등 환자 가족들을 지원하는 사업도 병행한다.'책임제' 사업 제대로 정착 안돼실적 위주 불필요 경쟁 지적도 물론 국가 주도로 단기간에 이뤄진 '치매국가책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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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경기도에 17만7천여명 치매파트너… '따뜻한 시선' 필요 지면기사
경기남부지역에선 매일 치매환자 7명이 집을 찾지 못하고, 길거리를 배회한다. 경찰에 실종 신고 접수된 이들 대부분은 다행히 가족을 찾지만, 일부는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지난해 2월에는 파주시 제2자유로를 걷던 80대 치매환자가 자동차에 치여 숨졌다. 적지 않은 수의 치매환자가 매일 길을 잃고,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 사고를 당한다.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치매국가책임제'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지역사회의 따뜻한 관심은 필수적이다. 관심은 이해를 수반한다. 치매라는 병을 잘 알지 못하면 관심 자체가 생길 수 없다. 만약 길거리를 떠도는 치매노인을 마주치더라도, 그 노인이 치매환자임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 그래서 '치매파트너'들이 존재한다. 치매파트너는 자살예방으로 치면 일종의 생명지킴이(게이트키퍼)다. 치매라는 병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치매환자와 가족을 배려하겠다고 다짐한 이들이다. 초등생 이상 30분 교육 '누구나'치매가족 지역사회 열린마음 원해코로나로 사업 대부분 중단 '아쉬움' 20일 오전 1시 기준 경기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치매파트너는 모두 17만7천801명이다. 되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30분짜리 온라인 교육 영상을 시청하면 치매환자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치매환자에게 먼저 말을 걸고, 교육에서 배운 정보를 주변에 알리는 치매파트너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치매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치매파트너 뿐만 아니라, 치매안심마을, 치매공공후견 제도 등 다양한 사업들은 애초에 치매환자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밀접한 관계를 맺도록 설계됐다.치매환자와 가족들이 바라는 점도 결국 지역사회의 열린 마음이다. 이들은 이미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과는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살아가고 있다. 3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집에서 돌보고 있는 문성숙(58)씨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자조모임을 하고 있다. 그는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대화하며 치매에 대한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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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틀에 맞춘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체육계 "현실 모른다" 지면기사
2019년 심석희(쇼트트랙), 신유용(유도) 선수 등의 체육계 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체육계 미투'를 계기로 마련된 정부의 '스포츠 혁신안'이 다시금 화두에 올랐다. '학습권 보장'으로 되레 학생 선수들의 운동 여건이 위축된다는 체육계의 반발 목소리에 대선주자들이 화답하면서다.당시 성과만능주의에 가려진 체육계 구조적 폭력 고리가 수면 위에 오르자 정부도 책임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웠다. 지난 2019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부랴부랴 스포츠혁신위원회를 꾸려 7차례에 걸쳐 스포츠 선수들의 인권 강화·학습권 보장·상시 합숙소 폐지 등의 권고안을 내놓았다.스포츠혁신위의 권고안이 형식적 움직임에 그쳤다는 지적이 일찌감치 나오고 3년이 흐른 지금, 대선주자들이 하나같이 혁신안을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혁신안 이후'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지만, 체육계에서는 "체육 현장의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며 여전히 반발하는 기류가 거세다. 성적 치중 지양·인권보호 강화생활체육 진흥은 '긍정적 평가'주중대회 금지·최저학력 제한 혁신위 권고 이후 대표적인 변화는 선수 인권보호와 학습권 보장 취지에 따라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된 것이다. 성적과 메달에 치중한 정책과 분위기를 정당화한 '국위선양'이란 단어가 빠졌다. 그 자리를 '공정한 스포츠 정신으로 체육인 인권보호' 등의 문구가 대체했다. 선수 인권 침해와 체육계 비리를 조사하는 '스포츠윤리센터'도 설립됐다. 학교 중심의 '엘리트 체육인' 육성 시스템이 낳는 폐해를 예방하고자 생활체육 동호회를 통해 누구나, 어느 지역에서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클럽 진흥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이런 변화들에 대해 체육계도 대체로 긍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체육계는 '학습권 보장'을 넓히려는 정부 당국의 정책 방향엔 크게 우려를 표한다. 정부가 학교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 방안으로 주중 대회를 막고, 최저학력제를 도입해 일정 수준의 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대회 출전을 제한할 수 있게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운동 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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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인생이 걸린 경기는 주말에만 몰려… 선수도 지도자도 '부담 백배' 지면기사
정구(soft tennis)는 비인기종목으로 분류되는 만큼 운동부를 가진 학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양평에 살던 A(16)군에게 정구부가 있는 가장 가까운 학교는 차로 1시간 남짓 떨어진 이천의 중학교. A군의 엄마 박모씨는 긴 통학 시간에 운동기회가 줄어든다는 생각에 학교 주위에 집을 구했다. 하지만 양평 집도 오고 가야 하는 처지라 A군만을 온전히 살필 수 없다. 박씨는 "끼니를 매일 챙기지 못해 아들이 냉동음식과 배달음식으로 때우곤 하는데, 성장기라 걱정이 크다"며 "학습시간이 늘면서 팀 훈련 시간이 줄어들었는데, 실력 유지를 위해 자비를 들여 개인 훈련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전국구 탁구 명문으로 꼽히는 파주의 한 중·고교의 감독 신모씨도 최근 3년 간 변화에 당혹스럽긴 마찬가지. 경기를 주말로 몰면서 선수와 지도자들의 부담이 쌓였다. 신 감독은 "대회 수상 성적이 대학 입시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데, 코로나로 대회가 줄어든 마당에 남은 대회들이 다 주말에 몰려 '눈치'를 봐가며 대회를 고르고 있다"며 "선수들의 부상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인기 정구 운동부 학교 드물고코로나로 대회 줄어 출전도 '눈치'선수간 격차 심화·부상 위험까지 정부가 혁신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둔 사안인 '학습권 강화'가 되레 현장에서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학교에서의 팀훈련 기회가 줄어들면서 선수 간 격차가 심화하고 부상 위험까지 커진다는 것이다. 학교 체육의 '빈자리'를 공공이 메울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교육부는 2022학년도부터 '학생 선수의 대회, 훈련 참가를 위한 출석 인정 결석 허용일수'를 지난해 초중고별로 각각 10일, 15일, 30일에서 올해 5일, 12일, 25일로 줄였다. 이를 위해 대회 경기를 주말·공휴일에 하고, 가급적 방학 중 대회를 열도록 체육 단체에 요청했다.경기도는 학교 체육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G스포츠클럽(경기도형운동부)을 운영하고 있다. 엘리트 중심의 학교 체육 시스템에서 탈피,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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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더 미룰 수 없는 '이전'… 너도나도 '공약화' 시동 지면기사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3월 9일)와 지방선거(6월 1일) 등을 계기로 수원 군 공항 이전 사업이 탄력을 받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선거를 앞둔 출마 예정자들이 '군 공항 이전'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는 건 물론 군공항 인근 3기 신도시 조성계획과 최근 전투기 추락 사고 등에 정부도 사업을 미룰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였다.국방부 군공항이전사업단은 지난 2017년 2월 공군 작전성 검토결과 등을 반영해 수원 군 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를 선정했으나 화성지역 일부 반대 여론 등에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후 지난해까지 국방부 주관의 갈등관리협의체 회의가 50여 차례 열렸으나 수원시와 화성시 양측 관계자가 모두 참여한 논의는 한 번도 열리지 못하는 등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못하는 상태다. 수원·화성시 수년간 이견 못 좁혀이재명 등 '남부공항 건설과 연계'대선·지선 도전자들 앞다퉈 약속 하지만 올해 잇따라 치러질 선거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대통령과 수원특례시장, 화성시장 등 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앞다퉈 수원 군 공항 이전과 이를 토대로 한 경기남부 국제공항 건설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으면서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달 24일 경기도 지역 공약을 발표하며 "수원 군 공항 이전과 연계해 경기남부 공항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민주당 내 수원특례시장 출마 예정자들은 같은 달 27일 한 자리에 모여 김진표 의원을 중심으로 "오랜 숙원인 수원화성 군 공항 이전과 경기남부 통합국제공항을 건설하는 방향을 확정하려면 이재명 후보를 위해 함께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뜻이 모였다"고 전했다. 전투기 추락·3기 신도시 계획 여파'이전 여론' 급증… 화성도 공감대 화성에서도 군 공항 이전에 대한 공감대가 나타나고 있다. 화성지역 한 정치권 관계자는 "화성시에서도 군 공항 인근 지역 소음이나 고도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문제는 꼭 해결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이를 위해 화성시와 수원시가 협력해 이전 대상지와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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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이전 후보지 '화옹지구'인데… 화성시장 후보군들 "노코멘트" 지면기사
경기도 최대 도시인 수원과 화성 한복판에서 70년 가까이 운영되는 수원 군 공항을 두고 양 지자체는 '옮겨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지만 '어디로' 옮길지는 완전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국가사무로 군 공항 이전을 추진하며 화성 화옹지구를 예비이전후보지로 정했으나 선거 국면 가운데에도 정작 화성지역에선 누구 하나 화옹지구라는 지역명을 입 밖에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이전사업은 국방부의 '국가사무'자치권한 침해 청구 헌재도 각하 수원 군 공항 이전 사업은 국방부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국가사무다. 지난 2017년 2월 화성 화옹지구의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직후 화성시가 자치권한을 침해당했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를 각하했다. 지역적 자치사무가 아닌 국가적 이익에 관한 국가사무인 군 공항 이전 사업 추진과 관련해 심판 청구인 의사가 고려되지 않았다고 해서 자치권한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이에 군 공항 이전 사업의 종전부지 지자체인 수원특례시는 예비이전후보지인 화성 화옹지구를 대상으로 이달부터 경기남부 통합국제공항 건설을 통한 지역발전 방안 모색 등을 위한 연구용역에 나선다. 용역 결과가 나올 오는 8월 이후 진행될 수 있는 군 공항 이전 사업 후속 절차(이전후보지 선정)에 대비하기 위해서다.하지만 이전부지 지자체인 화성시는 군 공항 이전엔 찬성하면서도 화성 이외 제3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후속 절차 대비 연구용역화성시는 제3지역 사업진행 입장"또 다른 피해를 낳게 되는 상황" 서철모 화성시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수원 군 공항 이전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옹지구 등 화성지역으로의 이전은 불가하다는 전제와 함께 이전 수용 수요가 있는 지자체 대상으로 공모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올해 지방선거 화성시장 예비후보 출마 예정자 대다수도 군 공항 이전을 어느 곳으로 옮겨야 할 지는 말을 아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한 출마 예정자는 "(수원 군 공항)이전은 반드시 해야 한다. 이전부지에 대해선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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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가게 늘어선 골목, 수십년 살았는데 낯설다 지면기사
수원화성의 성곽을 따라 카페와 식당, 공방 등이 모여 있는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일대. 이른바 '행리단길'로 불리는 이곳은 저마다의 특색을 가진 가게들이 늘어서며 100개가 훌쩍 넘는 점포들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오후 8시만 돼도 컴컴해졌던 수원의 대표적인 구도심이 어느새 방문객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핫플레이스'가 된 것이다.자연스레 이 일대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주택의 두 집 걸러 한 집은 가게로 변했다. 여전히 골목 곳곳에는 주택 내부를 뜯어내고 리모델링이 한창인 공사현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두어 달이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가게가 들어선다.이로 인해 동네가 활기차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명소가 된 만큼 수년 전에 비해 집값과 임대료, 월세가 적어도 몇 배 이상은 뛰었다. 보는 사람들의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7~8배 비싸졌다는 말도 나온다. 이곳에 터를 잡고 살다 집을 팔고 떠난 주민들의 수도 상당하다.동네 한 주민은 "주택을 내놓았다 하면 가게 한다고 사간다"며 "이곳에 사는 게 불편해서 집을 판다기보다는 대부분 주택이 낡았고 나이 든 어르신들이 많아 이참에 집을 팔고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집 걸러 한 집은 가게로 변해붐비는 방문객… 주민 일상불편집값 뛰어… "이참에 팔고 떠나" 하지만 주민들의 불만과 우려도 적잖다.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골목 사이사이까지 즐비하게 들어선 차들로 시비가 생기는 일이 잦아졌다. 집 앞에서 너무 떠들지 말아 달라는 호소문이 붙기도 했다. 루프탑이 있는 카페에서는 건너에 있는 집 빨래도 보인다. 행궁동에서 40년 넘게 거주했다는 한 70대 주민은 "가게를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여기서 돈만 벌어간다. 주차·쓰레기·소음 등 주민이 직면한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주택에 사는 사람은 편치않다. 결국 주민이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기존에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며 가게를 운영했던 이들도 밀려나기 시작했다.최근 레트로 문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전국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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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주차난·채광 환기 포기 '방문객 공해'… 지역 정체성 갉아먹는다 지면기사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에 앞서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을 겪은 서울 경리단길과 가로수길 등이 있지만 대부분 부동산 가격 상승에 초점이 맞춰졌다. 해당 지역을 살린 상인들을 지키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이 시행됐다.하지만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치 등 무형의 자산을 보호하는 데에는 아직 이렇다 할 해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정서적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의 정체성, 주민 간의 화합 등이 거론되는 일은 여전히 드물고 되레 일부가 겪는 불편함 정도로 치부되는 게 현실이다.정서적 젠트리피케이션이 문제가 되는 것은 주민 간의 갈등뿐 아니라 지역 상권의 활성화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부동산 가격 상승 상인 지키기 급급문화적 가치 등 무형자산 보호 외면카페 옆 주택 합판으로 창문 막기도 먼저 외형적인 면에서 주민들의 불편과 상인들과의 갈등을 확인할 수 있다. 행리단길로 불리는 행궁동 일대를 보면 최근 마구 들어선 카페와 방문객 등을 막기 위한 장치가 눈에 띈다. 주민들은 대형 화분으로 주차를 막고, 일부 몰지각한 방문객은 이 대형 화분조차 밀어내는 주차전쟁을 벌인다.또 주택가를 개조한 카페 옆 주택은 합판으로 창문을 막기도 하는데, 주민들에게는 채광이나 환기마저 포기해야 할만큼의 '공해'가 된 셈이다.행궁동에 거주하는 A씨는 "주택 옆에 여러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식당이 들어와도 불법이 아닌 것이냐"며 "아무런 대책 없이 마구 허가를 내줘도 되는지 알고 싶다"고 불쾌함을 직접 드러내기도 했다.앞서 벽화로 유명세를 탔던 서울 혜화동 벽화마을 등은 주민들이 공들여 가꿨던 벽화를 지우는 등으로 스스로 지역 문화를 지우기까지 했다. 이 같은 문제는 해당 지역이 쌓아온 정체성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다.지역 상권 활성화 일시적 현상 우려"대형상권 업장 창업에 특색 희석" 여전히 행궁동 주택들이 가격 갱신을 기록하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창업 붐을 일으키고 있지만 주민들은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동네가 언제까지 이렇게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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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정부 임대 공급에도… 청년은 '안정적 내 집' 원한다 지면기사
'집을 가진' 청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곧 집 없는 청년들의 고민이 갈수록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월세 보증금을 저리로 빌려주고 임대주택을 역세권에 짓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남의 집'이 아닌 안정적인 '내 집'을 꿈꾸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점점 낮아지는 수도권 청년들 자가보유율…청년들은 집을 원한다 = 수도권 내 자가를 보유한 청년 가구는 해마다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0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수도권 청년층의 자가보유율은 지난 2018년 17.4%에서 2019년 14.8%, 2020년 13.8%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수도권 전체 가구의 자가보유율이 2020년 기준 53%인 것에 비하면, 청년층의 자가 보유율은 턱없이 낮다. 2020년 수도권 자가보유율 13.8%'구입비 대출 지원' 바람 가장 커 이런 상황 속 '내 집 마련'에 대한 청년들의 염원도 큰 모습이다. 국토부 실태 조사에 참여한 가구들을 대상으로 가장 필요한 주거 지원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묻자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34.6%로 가장 높았다. 집을 사고 싶지만 자금이 부족한 청년들이 다수인 만큼, 구입을 위한 대출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큰 것이다.청년층 겨냥 '주거 안정' 공약 내놓는 대선 후보들…전문가들 "청년층 위한 별도의 대책 필요" = '집 걱정'이 갈수록 커지는 청년들을 겨냥해 대선 후보들은 백가쟁명식으로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무주택자 누구라도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분양 주택인 '기본주택' 100만가구를 역세권에 공급하는 한편 이를 청년에게 우선 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무주택 청년이 원가로 주택을 분양받고 5년 이상 거주하면 매각 때 시세 차익의 70% 이상을 보장받도록 한 '청년 원가주택' 30만 가구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토지임대부 안심주택 100만가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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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집 못사서 걱정, 샀더니 빚 걱정… '잠 못드는 청년들' 지면기사
1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수원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명모(31)씨. 기쁨은 찰나, 지금 그를 에워싼 건 불안감이다. 분양가(5억3천만원)의 10%인 계약금 5천300만원을 가까스로 치르고 난 뒤 통장 잔액은 30만원. 내년 1월 입주에 앞서 중도금과 잔금까지 치러야 하는데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그는 예비 배우자와 결혼 전 혼인신고를 하기로 했다. 17대 1 경쟁 뚫고 청약당첨 됐지만중도·잔금 감당안돼 조기 혼인신고 명씨는 "당첨지가 투기과열지구인 탓에 온갖 대출을 끌어모아도 1억5천만원가량은 따로 갚아야 하는데 내 소득만으로는 더 이상의 대출도 어려운 상황이라 하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현대판 속도위반'이라고 명씨는 얘기했다.김모(34)씨는 지난해 5월 고양시 백석동의 한 아파트(75㎡)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 2020년 말부터 집값이 치솟자 '지금이 아니면 평생 집을 구매할 수 없겠다'는 걱정에 통 큰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8개월 뒤인 지금, 김씨의 심경은 복잡하다.보금자리론 원리금 상환액 70만원, 은행권 대출 등의 이자 35만원, 청약저축을 담보로 한 대출 이자 5만원 등 매달 김씨의 계좌에서 세후 월급 300만원 가운데 3분의1 가량이 이자로만 속절없이 빠져 나간다. '영끌'한 대출에, 보금자리론이 체증식(나이가 들수록 상환액 규모 증가)이라 매달 갚아야할 빚 부담이 늘어난다. 설상가상 집값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요지부동이라 잠 못드는 날도 늘었다. 김씨는 "더 일찍 샀어야 했나 하는 후회가 생긴다. 집을 사고 나서도 여전히 '패배자'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고 푸념했다.'지금 아니면 집 못 사' 구매 했지만월급 3분의 1 이자 상환 허덕이기도 두 사람의 얘기는 누군가에게는 '남의 떡'에 지나지 않는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 사진작가 생활을 하는 이모(32)씨는 다른 작가들이 운영하는 스튜디오에 '더부살이'를 한다. 소득은 최저임금 언저리 정도. 이씨는 "전세 아파트도 구하기 어려운 내게 집 구매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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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경제성 잡고 역세권 욕망 자극… '트램의 부활' 성공할까 지면기사
경쟁력을 잃고 60여 년 전 퇴출됐던 교통수단이 다시 되돌아온다. 시계를 되감아 '대중교통의 원조'가 돌아오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부활'이라고도 부른다. 바로 노면전차 '트램' 이야기다. 일제강점기 전성시대를 보내다 자동차 보급 확대로 1968년 퇴출됐던 트램이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한때 10여 개 노선의 트램 도입을 추진했던 경기지역의 경우 화성시 동탄과 성남시 판교는 착공 일정이 잡히는 등 가시권에 진입했고, 전국적으로도 서울·부산·대구·울산·대전 등에서 앞다퉈 트램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 위례선 트램은 이미 착공해 2025년 개통 예정이다.전기나 수소를 이용하는 친환경성과 상대적으로 적은 인프라 비용에 따른 경제성이 트램을 교통수단으로 다시 복귀시킨 주된 이유다. 게다가 지역민들에게 '역세권 욕망'을 자극하는 정치권과 지자체의 과잉된 경쟁도 한몫했다. 경기도 내에서는 동탄신도시 일원에 건설되는 동탄도시철도(이하 동탄트램)가 대표적인 트램 사업이다.'동탄도시철도'는 사업비 9천773억원을 투자해 ▲수원 망포역∼동탄역∼오산역 ▲병점역∼동탄역∼차량기지 등 2개 구간에 노면전차(트램)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2024년 착공해 2027년 말 개통하는 게 목표다. 성남시가 추진 중인 판교(성남2호선)·모란(성남1호선)트램도 자체 재원 조달 방식을 통해 최근 타당성 용역에 착수했다. 친환경에 적은 인프라 비용 강점주민 눈치, 정치권·지자체 유치전경기도 동탄·판교 착공일정 잡혀실패땐 경전철처럼 후유증 상당공유교통·무료버스와 경쟁 과제트램은 친환경성과 경제성 외에도 노면에서 이동해 탑승이 용이하고 단거리에서 대규모 수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동탄의 경우 이미 트램 구역이 확보돼 있어 공사 등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노면을 달리는 특징으로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지역상권 활성화를 기대하기도 한다.하지만 트램의 부활을 낙관적으로 보기만은 힘들다는 시각이 있다. 60여 년 만에 부활하는 만큼, 사업성이 예측되지 않았다. 트램이 오래도록 유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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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도로 레일 주행, 차량 정체·교통사고 우려… 신중한 접근 필요 지면기사
트램은 도로에 깔린 레일 위를 주행하는 노면전차다. 1887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돼 전 세계로 확산됐으나 1920년대 이후 버스가 보급되면서 사용이 감소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1899년 12월 서울 서대문~청량리 사이에서 처음 개통됐다가 1968년 운행이 중단됐다. 자동차 보급이 늘어 퇴출된 셈이다.하지만 역사를 지속하며 대표적인 대중교통으로 사용되는 나라와 도시도 많다. 유럽 등 전 세계 400여 개 도시에서 운행되고 있다.우리나라에서 트램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친환경성이 대두되면서다. 트램은 전기나 수소로 움직여 미세먼지와 유해가스 등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게다가 경전철보다 설비와 운영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노약자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도시 미관에도 도움이 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 간 경쟁적 도입을 하다 보니 치적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안전한 트램을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트램은 도로에서 전용노선으로 달린다. 트램 전용 도로가 확보돼 있지 않으면 기존 도로를 줄여 트램 도로를 확보해야 한다. 트램이 기존 도심의 수송량을 대체하지 못할 경우 차량과 뒤엉키면서 정체를 빚을 수도 있다. 또 트램이 설치될 경우 도로당 약 2~3개 차로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량 정체도 불가피하다.트램의 경우 일반도로에서 차량과 함께 운행되는 만큼 교통사고 발생의 우려도 커질 수 있다. 2020년 2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20대 한국 여성이 트램에 치여 사망한 사고가 있었고, 유럽 곳곳에서 트램 전복 등에 따른 인명 피해 사고도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도로당 2~3개 차로 줄어들고유럽 전복 등 수시 인명 피해 지난해 11월 열린 '지방정부 트램 활성화의 기대와 전망'이라는 학술세미나에서 박종혁 한양대 갈등문제연구소 전문위원은 "트램은 버스와 동일한 환경에서 운행되기 때문에 철도안전법이 정한 형식인증 대상이 아닌 도로교통의 일부로 봐야 한다"며 "동일한 설계로 제작된 트램은 처음 국가로부터 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