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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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자살률, 지역을 보다·(1)]주민들 특징 빼곡히 담긴 수첩…동네 지키는 '또순이 아줌마' 지면기사
'생활지도사 출신' 조종면 현1리 김정희씨마음건강조사지 들고 마을 전역에서 활동할머니 생명 구하기도… '함께 동참해주길' #동네 또순이 아줌마 이야기가평군 조종면 현1리 김정희(72)씨의 별명은 동네 '또순이 아줌마'다. 반장, 구역장, 부녀회장 등 마을 살림꾼 노릇을 톡톡히 한 덕에 붙은 별명이라고 한다.그의 또 다른 이름은 조종면 현1리 '생명지킴이'다. 그는 2010년대 중반부터 이 마을의 생명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원래 독거노인을 돌보는 생활지도사로 일했다고 한다. 힘든 처지에 놓인 노인들을 돕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생명지킴이 활동도 그 누구보다 열심이다. 생명지킴이의 심화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가호도우미' 역할도 겸하고 있다.그가 하는 일은 '마음건강조사지'를 들고 가가호호 마을 전역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마을회관에서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주민의 집을 찾아가거나, 길거리에 힘없이 앉아 있는 노인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 마음건강조사 설문지를 작성한다. 또순이 아줌마에게도 자살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 하지 말라'며 면박을 주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그는 마을의 생명지킴이일뿐 아니라, 외로운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주고 있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친화력 가득한 그의 모습에 마음을 굳게 닫고 있던 주민들도 어느 순간 경계를 허물었다."고집이 좀 있어서 마을 사람들과 잘 못 어울리는 분이 계시는데, 지금은 저랑 형님 동생으로 지내고 있어요.(웃음) 간혹 한글을 못 읽는 분들에게는 한글을 가르쳐드리기도 하고, 파스 붙여달라고 하면 냉큼 붙여드리죠. 팥죽을 끓여 함께 나눠 먹기도 하고요."그는 생명지킴이로 활동하면서 실제로 생명을 구한 값진 경험을 했다. 그가 오랜 기간 책임감을 갖고 이 활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82세 할머니 집에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분이 누워서 TV를 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상이 있는 것 같은 거예요. 그분을 서둘러 깨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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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자살률, 지역을 보다·(1)]가평군, 어떻게 절반으로 줄였나 지면기사
가평, 2010년 '60.5명' → 2019년 '32.3명'… 특화사업 괄목성과구석구석 찾아다니는 '생명지킴이 네트워크' 구축 큰 예방효과철저히 지역으로 눈돌린 가평군, 정부·타지자체 눈여겨 볼 필요 코로나19 시국에 우울감을 느끼는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자살률이 특히 높은 한국사회의 정신건강 문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평균 자살률을 2배가량 웃돈다. 2019년에는 하루 평균 37.8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 문제에 있어 한국은 코로나 이전에도 매일 비상이었던 셈이다. 이제는 자살이 '사회적 문제'라는 사실에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살예방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경인일보는 이번 기획을 통해 자살예방사업의 주체로서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사회'의 역할을 조명하고자 한다. 실제 현장에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지역의 관점에서 자살예방사업을 살펴보고, 자살률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 편집자주2019년 경기도에서는 모두 3천310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하루 평균 9명이다. 경기도의 자살률(인구 10만명 당 사망자 수)은 25.4명이었다.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한 시·군은 연천군(45.8명)으로, 포천시(43.9명), 양평군(38.1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자살률이 가장 낮았던 시·군은 파주시(20.0명)였고, 고양시(20.2명), 군포시(20.4명) 등이 하위권이었다.지금부터 살펴볼 가평군의 2019년 자살률은 32.3명이었다. 경기도 내 군 단위 지역과 비교하면 분명 낮은 수치이긴 하나, 비교 대상을 경기도 전체로 확대할 경우 상위권에 속하는 숫자다. 가평군의 사례를 조금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과거 지표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2010년 가평군의 자살률은 60.5명으로, 경기도 시·군 중 가장 높았을 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 자살률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가평군에 이어 높았던 양평군의 자살률이 49.4명이었던 점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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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자살률, 지역을 보다·(1)]고위험군 발굴하는 마을 리더들…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다 지면기사
郡, 65세 이상·취약층 인구 비율 높아 2013년 예방센터 설립하고 '본격적인 대응'126곳 이장·부녀회장 '생명지킴이' 임명… 마을 사정 잘 아는 인적 네트워크 활용예방·홍보물에도 '세심한 주의'… "지역 이해도 필요, 같은 사업이라도 적용 차이" #지역사회의 힘을 키우다 가평군은 인구 6만2천명 정도가 거주하는 작은 지자체다. 가평군은 기본적으로 자살 문제에 취약한 인구학적 특징을 보인다. 2019년 한국의 연령대별 자살률 현황을 보면 80대 이상이 67.4명, 70대가 46.2명, 60대가 33.7명으로 노인 자살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확연히 높았다.가평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5% 정도다. 이는 경기도 노인 인구 비율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가평군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인구의 비율도 높은 편이다. 가평군은 경기도 시·군의 재정자립도 순위에서 하위 3개 시·군에 들어갈 정도로 경제적 여건도 녹록지 않다.노인들의 자살 문제가 심각했던 가평군은 지난 2013년 정신건강증진센터 부설 자살예방센터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다.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자살예방사업을 전담할 센터가 문을 연 것이다. 전담인력이 생겼다고는 하나, 처음 인원은 고작 3명이었다. 더욱이 지리적으로도 자살예방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가평군의 면적은 경기도에서 양평군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수원시 면적과 비교하면 7배에 이른다. 면적은 넓은데 교통 인프라가 열악해 군 안에서 이동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단 3명이 모든 군민을 대상으로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가평군 자살예방센터는 이듬해 '생명지킴이'를 발족한다.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하는 '게이트키퍼' 인력을 길러내기 위함이다. 가평군에는 총 126개 리가 있는데, 센터는 각 리의 이장과 부녀회장을 '생명지킴이'로 임명했다. 각 마을 사람들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장과 부녀회장의 인적 네트워크를 자살예방사업에 활용하겠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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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비대면 시대 고립되는 시각장애인 지면기사
타인 도움 없이 방역의무 못지켜"마스크 의무화, 말걸기 쉽지않아"스마트기기 '정보화 교육'도 격차道 교육시설 61곳중 33곳 장비 無촉각에 의존해 세상과 소통했던 시각장애인은 코로나19 앞에 무력하다. 보이지 않던 것을 만질 수도 없게 됐다. 누군가는 포스트 코로나를 말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허황한 꿈이다. 소비에서부터 교육에 이르기까지 비대면 시대에 시각장애인들은 점점 고립되는 상황이다.코로나19 사태 속 비대면사회가 2년째 이어지면서 시각장애인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가는 곳마다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출입명부를 작성하거나 QR코드를 찍어 개인정보를 남겨야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지키지 않으면 벌금까지 물어야 하는 방역 의무마저 타인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 눈이 보이지 않아 상대방이 마스크를 안 썼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덤이다.경증 시각장애인 정창윤(36)씨는 "병원에 갈 때도 매번 QR코드를 찍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직원분께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기가 쉽지 않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시각장애인이 배제되고 있는 것은 방역에서만이 아니다. 비대면 사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으로 등장하면서 국내 키오스크(결제 가능한 무인단말기) 시장이 점점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를 개발한다고 나서는 업체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중증 시각장애인 최재영(가명·61)씨는 "키오스크 같은 것이 세상에 나오듯,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막상 눈이 안 보이니까 점점 더 세상에서 고립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또 다른 중증 시각장애인 김재호(가명·78)씨는 교육분야에서도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지 못하면 과거 문맹과 같이 세상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사용법을 알려주는 '정보화교육'에 있어서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에 따르면 도내 정보화교육시설 61곳 가운데 38곳(62.3%)이 정보화교육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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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경기도 유적 63곳 중 62곳 북부에…보수·관리 어렵다 지면기사
지자체에선 예산 등 이유로 소홀포천 반월성 방치 특색은 사라져양주 불곡산 무너지고 토사에 묻혀'미지정' 고양 고봉산성 접근못해"여기가 고구려성이었어요?"경기도 내 고구려 문화유적은 총 63개로 전국(92곳)에서 가장 많다. 특히 경기북부 지역에만 유적 62개소가 남아있다. 그러나 유적을 관리하는 일선 지자체에선 예산 등을 이유로 보수·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13일 경인일보 취재진이 찾은 포천 반월성. 사적 제403호인 반월성은 '고구려' 유적 특색이 사라진 채 성곽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성곽에 짙게 깔린 이끼는 삼국시대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인근의 반짝이는 새 성곽은 지나치게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일부 허물어진 성곽은 오랜 시간 방치된 듯 보이기도 했다. 관광객들은 성곽이 이질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며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 왔다는 관광객 A(56)씨는 "고구려 유적이고, 산책길이라고 해서 와봤는데 너무 아무것도 없어서 실망했다"며 "현대식 성곽으로 보이는 곳이 많아 여기가 고구려성인지도 헷갈렸고, 역사적 성격을 잘 살리면 좋을 것 같은데 너무 휑해서 아쉽다"고 말했다.인천에서 온 관광객 B(30대)씨 역시 "안내판과 마땅한 벤치도 없고, 덩그러니 터만 남아있는 것 같다"며 "이곳이 어떤 유적이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없게 돼 있어 그냥 산책로 같다"고 지적했다.양주 불곡산 1보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의정부, 3번 국도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불곡산은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그러나 3천257㎡의 면적에도 유적의 형체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았다. 보루 성벽 일부가 노출됐을 뿐 대부분 무너지거나 토사에 묻혀 정확한 축조 양상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등반 중 으레 보이는 흙무덤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듬성듬성 올라온 나뭇가지와 벗겨진 흙무덤 사이로 깊게 패인 구덩이도 보였다. 빛바랜 구덩이는 보루에서 사용했던 집수시설로 추측되는데, 입구가 흙에 뒤덮여 이마저도 흔적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평소 불곡산을 찾는다는 등산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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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 남의 나라 일?…고구려만 '국립 박물관' 없다 지면기사
국립중앙박물관서도 1개실만 다뤄아차산 '대장간마을' 구리시 공립구리시 2004년 첫 '국립' 건의 묵살2013년 정부 연구용역후 흐지부지보고서엔 "中 전시기관 지속 건립고대사 인식 균형 위해 국립 시급"'조선구마사'부터 아리랑·김치·한복·윤동주까지 중국발 '문화동북공정'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는 상황에 우리나라 고대국가인 신라·백제·고구려·가야 중 고구려만 유일하게 '국립' 박물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중국에도 '고구려'만 다룬 박물관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고구려만 국립박물관이 없다는 건 우리 스스로 '고구려'의 역사를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13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알려진 고구려 유적은 63곳에 달한다. 이 중 경기 북부엔 62곳이 위치해 있다. 한강이 위치한 경기도 지역은 삼국시대 요충지로 고구려·신라·백제 모두 치열한 다툼을 벌였던 곳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 위치한 대부분의 고구려 유적은 경기도 내에 위치한다. 하지만 고구려만 전문적으로 다룬 국립박물관은 전무하다. 신라 역사를 '국립경주박물관'이, 백제 역사를 '국립공주, 한성백제박물관'이, 가야 역사를 '국립김해박물관'이 다루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고구려 역사를 일부 다룬 박물관은 있다. 서울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 중 고구려실과 구리시 아차산에 위치한 고구려대장간마을 전시관이 그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은 고구려·신라·백제·가야·부여·삼한·신석기·청동기·고조선·발해까지 모든 고대사를 다룬다. 이 중 고구려는 1개실에서만 다룬다.영화 '안시성' 촬영지로 유명한 아차산 고구려대장간마을 전시관은 국립이 아닌 구리시에서 만든 공립전시관이다. 지난 2008년 4월25일 도비와 시비 22억원을 들여 개관한 이 전시관은 국내 유일한 고구려 전시관이지만, 아차산 유역에서 발굴한 일부 고구려 유적을 만날 수 있고 규모 측면에서 다른 고대국가 전문 박물관과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 단점이다.사실 국립 고구려박물관을 지으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아차산에서 17개 보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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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자리 못잡는 '주소 체계' 이대로 괜찮나 지면기사
외우기 힘들고 '내비' 검색도 난해위치 가늠 안돼… '지번' 선호 여전지난 2011년 본격 도입된 도로명주소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원리를 이해하면 지번 주소보다 훨씬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도입된 지 10년째다."체계적이고 좋은 건 아는데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쓸 이유가 없다"는 말이 나오면서 여전히 곳곳에서 지번 주소가 병행 사용되고 있다. 꼬인 실타래 같은 국내 도로여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애초 있었으나 이제 와 제도를 뒤집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도로명+건물번호로 구성된 도로명주소는 2014년부터 전면 시행됐다. 왕복 8차로 이상은 'OO대로', 2~7차로는 'OO로', 이보다 작으면 'OO길'로 칭하고 건물번호는 출발지점에서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를 부여했다. 도로명주소로는 거리도 계산할 수 있다. 지점과 지점 사이 건물번호를 빼고 여기에 10을 곱하면 되는데, 목적지가 'OO대로 50'이고 출발지가 'OO대로 20'이라 할 때 30에 10을 곱한 값(300m)이 지점 간 거리다.이 같은 장점에도 도로명주소는 길어서 외우기 힘들고, 원리를 이해하기가 복잡하고, 실생활에 불편함이 따른다는 등의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예컨대 의정부에서 '자일동 118'로 통용되던 주소는 '호국로 182X번길 222-2X'로 늘어났고, 김포의 '장기동 1944-X'는 '김포한강2로 24번길 78-12X'가 됐다. 이에 시민들은 아직도 인터넷쇼핑과 택배 등에서 지번을 선호한다. 휴대전화 판매물품 배송을 위해 자주 우체국을 찾는다는 박모(44·안양시)씨는 "택배에 늘 지번 주소를 적어 넣어도 지금껏 문제는 없었다"며 "도로명주소는 관공서 업무체계상 필요해서 도입했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운전자들도 내비게이션에 수십, 수백 개까지 나열되는 도로명주소 목록을 일일이 찾기보다는 지번 주소를 택한다. 내비게이션 통합검색창에 상세주소를 입력할 때도 간단한 지번 주소를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 1길 다음 2길, 그다음 3길이 어디로 이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