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한 경제의 시선이 '토종 씨앗'을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어냈지만, 문화예술의 눈을 통해 본 '토종 씨앗'은 우리 사회가 짚어봐야 할 하나의 주제가 됐다. 여기에 개인과 사회적 기업 등의 노력이 합쳐져 '토종 씨앗'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세계 최대 식량기업 중 하나인 몬산토가 2002년 인도에 판매한 Bt(해충 저항성) 면화가 농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얼핏 관계 없는 일 같지만, 몬산토의 면화가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하게 했고 그만큼 농민들이 빚을 지면서 생긴 문제였다. 이 밖에도 세계 식량기업들이 지적재산권을 이용해 종자를 독점하고 있어 농민의 생산권을 제한하는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개인이나 사회적협동조합 등은 종자를 무기로 벌이는 전쟁터에서 내려와 토종 씨앗을 발굴하고 지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면서 토종씨앗의 의미를 함께 전파해 경제적·문화적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대표적인 사례가 앉은뱅이 밀이다. 한국 토종 밀로 기원전 300년부터 재배한 종인데, 미국의 농학자이자, 197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노먼 볼로그가 개량해 멕시코 등에 보급했다. 볼로그의 노벨 평화상은 식량 증산에 기여한 공로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토종 밀이 미국에 노벨상을 안긴 셈이다. 수입밀에 밀리다 2012년 보존 확인상업적 성공·동화 출판 다양성 전파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부터 값싼 수입 밀이 들어오고, 1990년대 우리밀살리기운동이 실패로 끝나면서 잊혔다. 다시 앉은뱅이 밀이 주목을 받은 것은 2012년 '토종곡식'의 저자 김석기 작가가 진주의 한 정미소에서 앉은뱅이 밀을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다. 재발견 과정에서의 극적 이야기에 힘입어 앉은뱅이 밀은 상업적 성공뿐 아니라, 이를 소재로 한 동화책으로 출판돼 초등학생들에게 생물 다양성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토종씨앗을 단순히 식량문제로만 다루지 않고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곳도 있다. 2008년 설립된 '토종씨드림'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과 전국귀농운동본부, 연두농장, 흙살림, 한국토종연구회, 환경농업연구회, 농어촌사회연구소 등이 소멸되는 토종씨앗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설립한 비영리민간단체다. '토종씨드림' 수집·증식·활성화 성과철학으로 확장·씨앗도서관 대중화도 이들은 각 지역에서 지역별 특성에 맞게 토종씨앗 수집에서부터 증식, 활성화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설립 이후 강화, 여주, 가평, 포천, 안성, 화성, 양평, 용인, 평택을 비롯해 전국 28개 지역에서 180여 작물 7천800여점을 수집해 보존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교육을 진행하면서 토종씨앗을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만들고 있다. 토종씨앗이 상징하는 종의 다양성이 만물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맞닿아있다고 보고 '씨앗철학'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아울러 광명과 수원, 안양 등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씨앗도서관은 토종씨앗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토종씨앗을 원래 심었던 지역에서 심으면 좋겠다는 판단으로 설립된 씨앗도서관은 토종씨앗을 책처럼 빌렸다가 농사에서 거둔 토종 씨앗들을 다시 반납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토종씨드림 변현단 대표는 "토종씨드림이 15년 넘게 활동하면서 토종씨앗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크게 확산됐다는 것을 느낀다"며 "토종씨앗은 단순히 식량, 종자 등의 문제가 아니라 인문학적인 많은 내용을 포함한다. 잃어버린 옛것을 찾아 새것과 융합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씨앗철학'을 확산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9일 오후 평택시 고덕면 경기도종자관리소 평택분소 토종씨앗은행에서 관계자가 토종 씨앗을 살펴보고 있다. 2022.1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9일 오후 평택시 고덕면 경기도종자관리소 평택분소 토종씨앗은행에서 관계자가 토종 씨앗을 살펴보고 있다. 2022.12.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1994년 도입된 산업연수생제도에서 지금의 고용허가제로 이어지기까지. 한국 사회 이주노동자 역사는 어느덧 30돌을 훌쩍 넘겼지만, 산업현장 곳곳에 주요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의 노동환경과 사회안전망 등 여건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이주노동자 썸밧(가명·23)씨는 지난 2019년 고용허가제 E9 비자를 받고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비닐하우스 50개 동의 대규모 채소 농장에서 상추와 청경채가 잘 자라도록 가꾸는 일을 하고 있다. 반면 농장에서 일하는 3년 동안 정작 본인의 건강은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포천시 가산면의 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만난 썸밧씨는 옆에 있던 얇은 덴탈 마스크를 손으로 짚었다. 덴탈 마스크는 그가 밀폐된 비닐하우스에서 농약을 살포할 때 쓰는 유일한 안전장치다. 그는 "방독 마스크는 받아본 적이 없고 써야 하는 줄도 몰랐다. 그냥 덴탈 마스크만 쓰고 스프레이로 농약을 뿌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밀폐 비닐하우스내 '얇은 마스크'방독마스크 지급 규정 안 지켜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는 방독 마스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최소한의 보호 장비도 지급되는 않는 게 상례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가 파악한 현황에 따르면 방독 마스크가 지급되는 농장은 없을 뿐더러 대개 스카프를 입에 두르거나, 일반 마스크를 개별 노동자가 알아서 착용하는 식으로 농약 살포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실제 방독 마스크를 쓰지 않고 비닐하우스에서 7년 동안 농약 살포 작업을 하던 네팔 국적의 게삽(40)씨는 2020년 평택의 한 대학병원에서 불임판정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자 이주노동자들의 일터는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자리를 뜻하는 3D에 죽음(Death)을 덧붙여 4D로 불리기도 한다.농약 중독문제로 뒤늦게 피해를 받는 이주노동자들의 현황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실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센터장은 "농약에 중독되면 단기적으로는 두통, 장기적으로는 정자 수 감소나 호르몬 장애를 일으킨다"며 "농약문제를 다룬 기존 연구를 참고해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농약 중독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7년간 살포 작업 '불임판정' 받아'농약 중독 피해' 실태조사 안돼열악한 환경 '불법 체류' 부추겨 국내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 수는 코로나19로 국제적 이동이 줄어든 시기를 제외하곤 쭉 상승세다. 통계청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E9 비자) 도입현황'을 보면 2020년 6천688명, 2021년 1만501명, 2022년 4만2천344명(8월26일 기준)이다. 고용노동부도 중소 제조업, 건설업 등에서의 내국인 구인난이 이어지자 올해 이주노동자 쿼터를 기존 5만9천명에서 6만9천명으로 확대했다.고용허가제는 국내 기업들이 내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 정부 허가를 받은 외국인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사업주의 동의가 있어야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으며 200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해당 제도도입 이전에는 1994년부터 시행한 산업연수생제도가 있는데, 당시 인권 유린 등 열악한 노동 환경 탓에 근무지를 이탈해 불법체류자가 되는 외국인들이 늘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2007년 산업연수생제도는 폐지되고 고용허가제로 단일화 됐다.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는 고용허가제는 현재 쿼터를 늘린 뒤, 내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에 이주노동자를 투입하며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안전불감증·고용허가제… 중대재해 사망률, 내국인보다 3배 높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포천시 가산면의 한 농장에서 이주노동자가 방독 마스크 없이 일반 마스크를 쓴 채 농약 살포 작업을 하고 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제공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에 농약을 살포할 때 사용하는 기구가 경운기에 실려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포천 가산읍의 한 비닐하우스 숙소. 썸밧(가명)씨가 거주하는 곳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아래서 자신들은 "일하는 '사람'을 뜻하는 노동자가 아닌 '부품'이 되어 소진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노동환경,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인 '사업장 변경 시 고용주 동의 필요', '4D(3D+Death)' 환경에서 일하면서 정작 보험료만 내고 병원에는 가지 못하는 등 사회안전망은 열악하기 때문이다.15년 전 한국으로 건너와 현재는 이주노동자노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다야 라이(네팔·55)씨는 봉제 공장, 건설 현장 등 다양한 노동 환경을 몸소 겪으며 느낀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중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위험천만한 순간이 가장 많던 곳으로 건설 현장을 꼽았다.라이씨는 "콘크리트 기둥을 세울 때 철근을 밑에 깔아 놓는다. 간격이 굉장히 좁은데 그 사이를 위태롭게 왔다 갔다 해야 한다.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작업 반장이 재촉하는데, 자칫하다 철근이 무너지면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이라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사 현장에서 많이 다친다. 제조업이나 농촌에서 일하는 것보다 임금은 많이 받지만, 안전장치 설치가 제대로 안 된 곳도 많아 위험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3명 사망 공사장 산안법 142건 위반독소조항, 사업주 눈치 병원도 못가 실제 두 달 전인 10월 21일 안성시 원곡면의 한 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는 시멘트 타설 중 바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중국 국적의 이주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지난 28일 발표된 고용노동부 현장 감독 결과, 해당 물류창고의 시공사가 건설하는 현장에서 142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추락 예방과 거푸집(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한 틀) 붕괴 예방 등의 안전조치 등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위태로운 노동 환경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 대비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도 상대적으로 크다. 지난해 중대 재해로 사망한 668명 중 이주노동자는 75명으로 11.2%를 차지한다. 아울러 통계청의 국내 전체 임금 근로자 중 외국인은 3.8%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주노동자의 사망 비율은 내국인 대비 3배가량 높은 셈이다.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이라 불리는 '사업장 변경 시 고용주 동의 필요'는 개별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안전 의무 조치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낼 여지를 좁힌다. 노동자가 업종을 바꾸려 할 때는 사업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이주노동자들의 설명이다. 물론 임금체불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 불합리한 대우를 받은 경우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을 옮길 수 있지만 증명하는 것이 까다롭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목사는 "이주노동자와 사장의 관계가 주종관계처럼 흐르는 건 '사업주 동의' 때문이다. E9 비자로 3년 동안 문제없이 일했을 경우 1년 정도 연장할 수 있는데, 연장할 때도 고용주의 동의가 필요하니깐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이처럼 위태로운 노동 환경에 놓여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건강 보험료만 지불하고 정작 병원에는 가지 못하는 실정이다."유럽형 노동허가제로 개선 바람직"작년 사망 668명중 75명 11.2% 달해 앞서 라이씨는 이주노동자노조에 상담하러 온 사례를 들며 "병원에 가려면 시말서를 쓰고 가라 했던 노동자가 있었다"며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는 사무직이 아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육체노동을 해야 하니 병원에 갈 일이 많은데도 사업주 눈치를 보거나, 한국어를 못해 의료 접근성이 떨어져 건강보험료만 내고 병원은 가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외국인 건강보험은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이주노동자 역사가 3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지원센터 '친구' 센터장)는 "현행 고용허가제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 노동자가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는 유럽형 '노동허가제'로 개선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얘기했다. 이어서 "앞으로 이런 이주민은 더 늘어날텐데, 단순히 노동만을 제공한다고 접근하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사회안전망 확대 등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라고 짚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경인일보와 인터뷰 중인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포천 가산읍 일대의 한 채소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경인일보와 인터뷰 중인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지자체들이 답례품 선정 등 준비작업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법령 공포가 다소 늦어지면서 아직 시행의 근거가 되는 조례 제정을 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지만, 고심 끝에 답례품을 선정한 지자체들은 특색 있는 상품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27일 경기도와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에 따른 답례품을 선정한 도내 시·군은 가평군과 연천군 2곳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거주하고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지자체에 기부하는 제도인데, 기부를 받은 지자체는 소정의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 높지 않은 상황에서 답례품이 고향사랑기부제의 흥행 여부를 좌우할 수도 있는 만큼, 아직 선정 절차에 돌입하지 않은 지자체들도 내심 고민이 깊은 모양새다.선정 고심끝 농축산물 다수 포함가평 숙박시설·지역화폐도 제공 답례품 선정을 마친 가평군과 연천군은 대체로 지역 농·축산물을 포함했다. 연천군은 15개 품목을 선정했는데 쌀과 콩, 율무, 인삼, 소고기,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과 참기름, 들기름, 된장, 고추장, 간장, 누룽지, 와인, 김치, 홍삼가공품 등 농산물 가공품을 준비했다. 답례품 선정을 위해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을 전수조사했고, 다수의 품목 중 내년 1월 제도 시행과 맞물려 비교적 빠르고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품목 위주로 선정했다는 게 연천군의 설명이다.가평군 역시 쌀, 사과, 잣, 표고버섯, 한우세트 등 지역 농·축산물이 다수 답례품에 포함됐다. 총 10개 품목으로, 가평군은 농·축산물 외에도 가평군 숙박시설 이용권과 관광지 순환버스 탑승권을 포함한 게 특징이다. 서울 근교에 있는 경기도 대표 휴양지라는 점을 알리고 가평군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7일 한 방송에서 숙박시설 이용권이 가평군의 답례품으로 제공된다는 점이 조명되면서 관심도가 높아지기도 했다.가평군 관계자는 "답례품 제공 역시 지역 주민 전체에 이익이 되게끔 해야 하기 때문에 가평군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자라섬이나 칼봉산 숙박시설에 대한 이용권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농·축산물은 기부자에게 바로 제공할 수 있지만 이용권은 예약 등의 절차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고향사랑기부제 시스템에서 숙박권 제공 등이 어떻게 구현될지도 변수"라고 말했다.가평군은 지역화폐도 답례품 중 하나로 포함했는데, 다른 도내 지자체에서도 지역화폐를 답례품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역 내에서의 소비를 유도하는 목적 외에, 오는 1월 시행에 발맞춰 차질없이 답례품을 제공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도 한몫을 한다. 현재 경기도를 비롯한 도내 대부분의 지자체는 아직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을 위한 조례를 공포하지 못한 상태다.내년 1월 시행… 타지자체 분주시간 촉박 "지역화폐 물망 올라" 대체로 12월에 조례가 제정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조례가 마련돼야 답례품을 선정하고 이를 공급할 업체를 결정하는 등 일련의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자칫 해를 넘길 우려가 제기돼서다. 이 때문에 별도의 공급 업체를 선정하지 않아도 곧바로 지자체에서 지급이 가능한 지역화폐가 다수 답례품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행령이 지난 9월에 공포됐는데 해당 내용을 토대로 조례를 마련하려다 보니 대부분 12월에 의회 의결 절차를 거치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1월에 기부하는 분들께 바로 답례품 지급이 어려울 수 있어 급한 대로 지역화폐가 물망에 오르는 모습"이라며 "지역 소상공인들이 반기는 품목이기도 해서 지역화폐를 선택하는 곳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고향사랑기부제, 경기도 지자체들의 고민은) /지역종합·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지자체들은 답례품 선정 등 준비작업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한 전통시장의 모습. /경인일보DB자라섬 남도 꽃 정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백일홍 꽃밭을 감상하며 거닐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이 한달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 경기도내 지자체 상당수는 답례품 선정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등 좌충우돌인 상황이다. 시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지자체마다 부지런히 뛰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경기도 지자체들에 기부가 활발하게 이뤄질지에 대한 점은 또다른 고민이다.경기도 각 지자체들, 답례품 선정 왜 아직인가 고향사랑기부제는 거주하는 지역 외 다른 지자체에 최대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소멸위기에 놓인 지역이 늘어나면서 각 지자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됐다.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자체는 기부금액의 30% 한도로 기부자에게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또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 공제가 이뤄지고, 10만원 초과 금액은 16.5%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대부분 의회 의결, 내달께 예정돼자칫 시행 이후 공급 차질 가능성각 지자체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을 위해 관련 조례를 마련해야 한다. 답례품을 선정하려면 조례에 따라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당 위원회가 답례품을 결정한다. 지자체는 이후 선정된 답례품을 공급할 업체를 공모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일련의 절차들을 밟아야 하지만, 고향사랑기부제의 구체적 내용을 규정한 법 시행령이 지난 9월에야 제정되면서 이를 토대로 한 조례 역시 대체로 10월에 마련될 수 있었다. 의회 의결은 각 지자체마다 이제 하나둘 이뤄지는 추세다. 조례가 대부분 12월에 의결될 예정인 가운데 조례가 마련돼야 답례품선정위원회를 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제도 시행 이후 지자체 사정에 따라 한동안 답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인구 최다 경기도, 기부는 과연 얼마나 각 지자체가 제도 시행 시기에 발맞춰 무사히 준비를 마친다고 해도, 경기도 지자체들에 얼마나 기부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경기도는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자체이지만, 1970년대만 해도 전남·경북지역보다 인구가 적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지난해 말 펴낸 '대한민국 국가지도집'에 따르면 1975년 기준 경기도의 인구는 307만4천명으로, 전남(324만7천명)과 경북(334만1천명) 인구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이후 경기도의 인구는 급속도로 늘어 현재는 1천390만명에 이른다. 비수도권에서 출생한 이들이 경기도로 다수 옮겨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비수도권출신 다수 타 시·도에 무게서울 지역화폐 제시땐 '몰표' 관측도 여기에 적어도 1천390만명의 경기도민은 제도상 '경기도'에는 기부할 수 없는 만큼,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하는 도민 다수가 출생한 타 시·도 등에 기부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경기도와 각 지자체로선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일 수 있다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도민들이 통학, 출근으로 상당 시간을 보내는 서울시에서 고향사랑기부제에 따른 답례품을 어떻게 선정할지도 변수다. 생활권인 서울지역에서 현금 대신 쓸 수 있는 지역화폐 등을 답례품으로 제시할 경우 도민들의 기부가 몰릴 수 있다는 관측 등도 제기된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이 한달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경기도내 지자체 상당수는 답례품 선정을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경기도내 한 시장의 모습. /경인일보DB행정안전부가 제작한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포스터. /행안부 제공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도 응급의료 체계가 이미 마비돼 중증 응급환자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등 대응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번 이태원(10·29) 참사를 통해 경험했듯이 한 지역에 수많은 환자가 동시에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현재 응급의료 체계가 인명 피해 최소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응급의료 사각지대와 과밀화 해소를 위해 제도 개선과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내 중증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내에 응급의료시설에 도착하지 못한 비율은 51.0%였다. 절반 이상의 응급환자가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셈인데, 미도착 비율은 전국적으로 2019년 50.7%, 2020년 51.7%, 지난해 53.9%, 올해 55.3% 등 코로나19 이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전국 50.7→55.3% 코로나 후 증가세야간엔 도내 37곳에만 의존 더 취약現 시설·체계 재난 대응 불가 경고 병상과 응급실 부족 등으로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내 병원의 병상 거부로 환자가 재이송된 사례는 2019년 1천731건, 2020년 1천990건, 지난해 1천824건 등 매년 2천건에 육박했다.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중증·응급환자와 부상자가 동시에 수백명이 발생하다 보니, 서울시 관내 지역응급센터가 이들을 제대로 수용할 수 없어 경기도 내 응급시설까지 환자들이 이송됐다. 특히 이번 참사처럼 야간에 중증 응급환자가 도내에서 발생할 경우, 도내 30곳의 응급의료센터와 수도권 환자를 관할하는 7곳의 권역응급의료센터에만 의존하게 돼 더 취약하다. 아동환자는 도가 지정·운영하는 달빛어린이병원에서 야간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경증 환자 치료만 가능하고 도내 9곳밖에 없는 상태다.이에 전문가들은 현재의 응급의료시설 현황과 체계로는 사회적 재난과 참사에 대응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응급의료센터 현장에서도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야간 응급실 운영을 위해 지원하는 인건비 등의 수가로는 응급 인력 확충과 병상 확대를 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하는 목소리가 반복해서 나온다.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번 참사 이후에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경우 한 번에 사상자가 1천500명이 넘는 사고도 있을 수 있다"며 "수용치를 넘는 환자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건지, 각 의료기관에서 얼마나 초과 수용할 수 있는지 등 응급실 과밀화 문제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논의하고 관련 개선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경기도내 지역응급의료센터가 특정 지역에만 편중되고 아예 없는 시군도 존재하는 등 도민들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에 불균형이 우려되고 있다. 13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 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2022.11.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경기도내 지역응급의료센터가 특정 지역에만 편중되고 아예 없는 시군도 존재하는 등 도민들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에 불균형이 우려되고 있다. 13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구급 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2022.11.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4시간 준중증 응급환자 치료가 가능한 경기도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지역별 편차를 드러내 의료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동북부처럼 센터가 아예 없는 시·군도 있으며 같은 시·군 안에서도 특정지역에만 센터가 쏠려 불균형이 심한 상태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민간·지방 응급의료시설 중 응급실 전담전문의 2명 이상, 간호사 10인 이상의 인력과 응급환자 진료구역 20병상 이상, 음압격리병상 1실 이상 등의 시설을 갖춘 병원이다. 한 단계 낮은 시설인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응급실에서 간단한 시술과 처방만 가능한 것과 달리 센터는 외상, 골절 등 중환자 수술이 24시간 가능해 응급환자 '골든타임' 확보에 핵심으로 불린다.그러나 경기도에 지역응급의료센터가 30곳 지정돼 있지만 안성, 여주, 하남, 양주, 동두천, 과천, 의왕, 연천, 양평, 가평 등 11개 시·군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에서 수술이 필요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타 지역으로 이송돼야 한다. 안 그래도 경기 동·북부의 의료인프라는 열악한데, 응급의료에서도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인구가 많은 시·군에서도 1㎞ 이내 센터가 2개 이상 몰려 있는 등 특정지역에만 센터가 밀집해 불균형이 심한 상황이다. 수원 내 센터 2곳은 모두 팔달구에 위치해 차로 5분 거리에 불과했고, 부천 2곳도 6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안성·여주 등 수술시 타지역 이송인구수 많은 수원 등 2곳 '불균형'道 "병원 규모 등 고려 확대 논의"도가 최근 지역응급의료센터 재지정 평가에 나선 가운데,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센터 지정과 지원을 지속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평가에서 수원 아주대학교병원과 화홍병원, 안산 한도병원, 의정부 을지대학교병원 등 총 4곳이 추가 지정됐지만 센터가 한 곳도 없는 의료취약지역에서도 병원들의 지정 요구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도 관계자는 "양평, 여주 등 일부 시·군은 아예 센터나 관련 응급기관이 없어 취약한 상황"이라며 "현행법상 인구 50만 이상의 시·군에는 반드시 센터를 1곳 이상 지정해야 하지만 병원 규모와 지역의 의료 상황 등을 고려해 센터 지정 확대에 대해선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그래픽 참조·관련기사 3면([경인 WIDE] '골든타임'내 미도착 51%… 병상 부족 재이송 '한해 2천건')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경기도 내 지역응급의료센터가 특정 지역에만 편중되고 아예 없는 시군도 존재하는 등 도민들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에 불균형이 우려된다. 사진은 13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지역응급의료센터의 모습. 2022.11.13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목표수익률 달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가 지역 버스업체를 소유하게 되면 단기 이익을 위해 비수익 노선을 폐선하거나 소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의 단기 차익 실현에 집중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사모펀드 인수 이후 일부 버스회사들은 소유 차고지를 정리하고 주주배당을 하는 식의 경영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사모투자 전문회사(PEF)는 지난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법 개정을 통해 도입 근거가 마련됐다. PEF는 50인 미만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투자금을 이용해 목표수익 달성을 목적으로 투자 행위가 이뤄진다.노선 폐선 등 단기차익 실현 우려수원 종사자 82% 경영권 이전 업체 대체로 대를 물려가며 경영권이 승계된 버스업체의 경우, 사모펀드가 소유권을 얻게 되면 풍부한 투자금액을 바탕으로 기업공개(IPO)까지 염두에 둔 경영을 펼칠 수 있어 투명한 경영이 가능해진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태생적으로 목표수익률이 목적이기에 노선 매매, 부동산 처분 등에 나서면서 공공재 성격을 띤 버스노선 운영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수익률이 낮은 노선을 폐선하거나 차고지 등의 명목으로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하는 손쉬운 경영으로 지표상의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천의 명진교통, 수원의 수원여객·용남고속은 사모펀드 인수 이후 일부 차고지를 매각하고 통폐합하는 작업을 펼쳤다. 이렇게 매각된 부동산(차고지) 대금으로 투자자금 상환이나 이익 배당을 했다는 게 사모펀드 인수에 비판적인 업계의 시각이다. 부동산 매각 수익으로 배당하면 혜택은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로 이전된다.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박영환 인천지역버스지부 조직부장은 "연수구, 남동구에 있던 차고지가 가좌동(서구)으로 옮겨가면서 버스기사의 이동거리가 늘어나 불만이 있었다"며 차고지 통폐합이 운수노동자 처우를 후퇴시키는 역효과도 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모펀드로 경영권이 넘어간 버스업체에 근무하는 운수종사자는 지난해 기준 화성 447명, 부천 570명, 수원 1천929명에 달한다. 각 지역의 전체 운수종사자 중 사모펀드 소유 회사 종사자 비중을 보면 부천은 전체 종사자 대비 사모펀드 버스회사 근무 운수종사자가 38%, 화성 52%, 수원은 무려 82%에 달했다.또 다른 문제는 사모펀드가 보유한 버스노선을 공공이 매입하면서 발생한다. 화성시는 시내버스 노선을 화성도시공사가 운영하는 공영제 노선으로 단계적 매입·편입하고 있다. KD그룹이 소유한 화성여객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 대부분을 사모펀드가 지분을 보유한 제부여객, 남양여객, 화성운수가 소유한 상황에서 만약 적자 노선을 공공재원으로 매입하면 자칫 사모펀드에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다는 우려다.공공재원으로 적자 매입땐 부작용지방의회 동의 등 타 사례 참고해야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다른 지자체는 여러 장치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서울은 버스회사에 소유주가 변경되면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대전은 부채비율이 높은 버스회사에 배당을 막는 식이다. 버스회사의 적자를 공공이 보전하는 준공영제가 적용되기에 공공재원이 버스회사 수익으로 이전돼선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경기도 역시 버스회사가 배당을 했을 경우에 배당금에 해당하는 차액을 재정지원금에서 차감하는 식으로 공공성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버스업계에선 보다 강화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사모펀드가 버스회사를 인수할 때 지자체가 목표수익률과 투자금 상환계획이 담긴 사업계획서를 필수로 제출받고, 보유 부동산을 매각할 때 지자체와 사전 협의토록 하는 내용이다.경기지역자동차노조 이종화 부장은 "노선 조정이나 폐선, 사업계획 변경 시에 지방의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무구조 기준지표에 미달하면 주주배당을 금지하는 다른 지자체 사례를 참고해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경기·인천지역의 버스업체를 사모펀드가 인수하면서 이익을 위해 소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의 단기 차익 실현에 집중할 우려가 있어 공공성 보장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경기도 내 한 버스차고지의 모습. 2022.11.6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경기·인천지역의 버스업체를 사모펀드가 인수하면서 이익을 위해 소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의 단기 차익 실현에 집중할 우려가 있어 공공성 보장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경기도 내 한 버스차고지의 모습. 2022.11.6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비공개로 투자자를 모집해 고수익을 목표로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경기도·인천지역의 버스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며 교통업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특히 경기도 일부 대도시에서는 노선버스 운행 대수를 기준으로 절반에서 최대 80%까지 사모펀드가 장악하면서 공공성을 보장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구가 집중된 경기 남·서부권에서 사모투자 전문회사(PEF·Private Equity Fund)가 인수한 버스회사는 수원여객, 용남고속, 경진여객, 제부여객, 남양여객, 화성운수, 소신여객 등 7개에 달한다. 그 중 2019년 설립한 PEF 운용사 MC파트너스는 지난해 수원여객, 용남고속, 경진여객, 제부여객, 남양여객 5개사의 지분 100%를 1천300여억원에 인수하며 단숨에 지역 버스업계를 장악했다.운수업 코로나 불황에 집중 인수'MC파트너스' 작년 5개사 사들여수원 전체 노선버스의 80% 육박 인수 당시인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수원여객의 시내버스 509대, 용남고속 시내버스 188대·직행좌석 109대, 경진여객 시내버스 67대·직행좌석 158대·공영 5대 등 수원 노선버스 1천305대 중 1천36대(79.3%)가 사모펀드의 손에 넘어갔다.또 같은 해 제부여객이 운영하는 93대(시내버스 48대·직행좌석 26대·일반좌석 19대), 남양여객 87대(시내버스), 화성운수 42대(시내버스)도 사모펀드(자비스자산운용) 손에 넘어가며 화성 노선버스 전체 412대 중 222대(53.8%)의 지배권을 쥐게 됐다. 화성과 동일한 사모투자 전문회사에 대표 버스회사가 넘어간 부천 상황도 다르지 않다. 소신여객 318대(시내버스 298대·직행좌석 4대·일반좌석 16대)의 소유주가 바뀌어 부천 노선버스 44%를 사모펀드가 소유하게 된 것이다.상황은 인접한 광역 지자체인 인천도 마찬가지다. 인천은 사모투자 전문회사 차파트너스가 명진교통, 송도버스, 강화선진버스, 삼환교통, 인천스마트, 성산여객, 세운교통, 시영운수 등 8개 업체를 소유하고 있다.인천도 '차파트너스'가 8곳 소유"수익률 달성 치중… 문제 예상" 수원 시내버스의 '큰 손'인 MC파트너스는 단일 사모펀드 보유 버스차량으로는 전국 최다인 동시에 특정 지자체(수원) 노선 버스 사모펀드 점유율에서도 전국 최고다. MC파트너스에 이어 인천의 차파트너스는 서울시의 동아운수, 한국BRT, 선일교통 등을 비롯해 인천시 버스까지 포함해 900대 이상의 버스를 보유해 MC파트너스에 이어 보유 대수로 전국에서 2번째였다.이들의 인수작업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운수업이 불황을 맞은 2020년과 2021년 집중됐다. 사모펀드의 공격적인 버스업계 진입은 수도권 버스가 영업 손실을 공공재원으로 보전하는 공공재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경기지역자동차노조 이종화 부장은 "사모펀드 입장에서 버스업은 손해를 절대 보지 않는 투자처"라며 "수익률 달성에 치중하는 사모펀드가 버스회사를 소유함으로써 여러 문제가 예상되고 또 이미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버스 '공공성 지키기'… "현재보다 강화된 제도적 장치 있어야")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경기·인천지역의 버스업체를 사모펀드가 인수하면서 이익을 위해 소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의 단기 차익 실현에 집중할 우려가 있어 공공성 보장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경기도내 한 버스차고지의 모습. 2022.11.06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경기·인천지역의 버스업체를 사모펀드가 인수하면서 이익을 위해 소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의 단기 차익 실현에 집중할 우려가 있어 공공성 보장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경기도내 한 버스차고지의 모습. 2022.11.06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기업들이 만들고 정치권이 소비하면서 투자금이 몰렸던 메타버스 시장은 버블현상이 꺼지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메타버스 열풍을 타고 정부와 지자체 모두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 눈에 띄는 결실은 없다. 게다가 제도적 장치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자체보다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핵심기술에 초점을 두고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1992년 美 닐 스티븐슨 책 '스노 크래시' 첫 언급VR·AR·MR 등 발전정부출연 연구원 장밋빛 전망 관련주 최고치"연관업체 선별 투자해야"메타버스, 왜 주목 받았나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저서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언급하며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소설에서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가상세계를 뜻했다. 개념이 등장하자 3차원 가상현실을 소재로 각종 게임이 인기를 끌었고 자연스레 대중의 머릿속에 자리했다.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핵심기술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인터넷 기술도 발전해 성능도 강화됐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메타버스 시장이 급속도로 부상하는 '버블' 현상을 맞았다. 메타버스가 국내에서 싹트기 시작한 건 3년여 전부터다. 기업들이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메타버스 앱을 출시하기에 이르렀으며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점차 늘어났다. 이후 비대면 방식을 택해야 했던 선거철과 맞물려 일시적으로 청년과 기성세대로 이용자를 넓히는 버블현상이 발생했다. 버블을 부추긴 데는 다수의 경제 리포트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등 다수의 정부출연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의 낙관적 청사진을 내놓으며 관련 시장에는 투자금이 몰리는 계기가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메타버스 관련주 대부분이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들 대다수는 현재 최고가 대비 평균 70%가 빠진 상황이다.메타버스 현주소 정치권은 메타버스를 '선거 수사'로 사용한 뒤 발을 빼는 모양새다.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정치인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했지만 선거와 함께 이곳에서 빠져 나갔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는 메타버스란 단어가 무려 14번 등장한다. 하지만 '메타버스 검찰청·경찰청 구축', '직업훈련에 메타버스 활용' 등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고 실현 가능성도 낮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대중 관심도 역시 줄어들었다. '구글트렌드'의 최근 2년(2020년 9월20일~2022년 9월20일) 기록을 보면, 메타버스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는 지난해 11월 14~20일에 최고점(100)을 기록했는데 이어 하락세로 돌입, 9월말에는 관심도 39 수준에 머무르면서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전형적인 '산(山)' 모양의 그래프를 나타내고 있다. 10대 이용자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메타버스 내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용자를 보호할 제도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국회에서는 메타버스 관련 법률안이 올해 1월이 돼서야 처음 만들어졌고 3건이 아직 계류 중인 상태다.산업계에서는 정부 예산을 받으려는 무늬만 메타버스가 판친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작사 관계자는 "최근 정부와 지자체 예산이 생겨나면서 업체들 간 '예산 따기'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다"며 "메타버스를 목적으로 창업한 업체보다는 기존 사업계획서에 메타버스란 단어만 넣어 투자금을 받아가는 업체들이 많은 실정"이라고 말했다."예산 제대로 쓰이려면 메타버스 핵심기술 바로 봐야" 경기도 역시 도내 게임개발사 및 컨소시엄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사업 연관성이 높은 업체를 선별해 투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메타버스 자체보다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VR을 만들던 회사가 같은 제품을 만들면서 갑자기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정부 예산을 받는 일이 많다"며 "보는 시각에 따라 투자 유치를 받으려는 노력으로 볼 수도 있으나 메타버스 게임 개발사처럼 직접 연관성을 가진 업체가 투자지원을 못 받는 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도 "메타버스 열풍의 과정을 보면 정치권이 선거용 이슈와 테마로 접근한 경향이 있다"며 "버블현상이 모두 끝난다면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사라지고 그 이면의 'VR·AR·NFT' 등을 활용한 시장은 성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핵심기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광주 에이스 페어(ACE Fair)에서 참관하는 시민들이 메타버스 체험하고 있는 모습. 2022.9.22 /연합뉴스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참관객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에듀테크는 가상·증강현실(VR·AR),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교육에 접목해 쌍방향·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2022.9.22 /연합뉴스서울 마포구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스퀘어에서 열린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In 자라섬 재즈유니버스' 미디어데이에서 안재진 총감독이 발제를 하고 있는 모습. 2022.8.22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