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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작은 땅 이름이 아름답다 지면기사
이름이 크면 오히려 내포된 의미 줄어들어구체적인 명칭, 기억과 브랜드 관리에 쉬워2026년 인천 '區 개편' 행정체제 크게 변화새로운 지명자원 사전 조사와 검토 거쳐야세상에는 날마다 새로운 이름이 탄생한다. 신생아가 태어나듯 새로운 도시나 마을이 만들어지고 도로나 철도역, 기구나 시설이 만들어지고 이름도 따라 생겨난다. 변화하는 현실에 맞추어 새 이름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지명은 도시 공간에 장소성을 부여하고 방문자들에게는 위치감각을 갖게 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지자체들도 지자체 명칭을 브랜드처럼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땅이름과 대상은 부합해야 마땅하지만 새 이름이 논란거리가 되거나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깊은 고민 없이 부여한 행정구역 명칭들, 방위식 자치단체 명칭이나 숫자로 된 동명이 대표적이다. 최근 이런 명칭에 대한 반성으로 고유어를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고유어를 살려 쓰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이다. 물론 새로운 문제도 있다. 누리, 솔빛, 나래 등 의미나 소리가 아름다운 몇몇 고유어들을 선호하다 보니 정작 고유어로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큰 이름을 선호하는 경향도 반성해야 한다. 작은 지역이 큰 지역의 이름을 점유하여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큰 지역 명칭이 지역주민들에게는 친근하게 들려 선호할 수 있겠지만 차별성과 고유성을 지니기 힘들어 정작 이름의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경기도 부천시(富川市)는 부평과 인천을 합한 지역이라는 뜻이지, 지금의 부천은 부평이나 인천의 이웃 도시일 뿐 직접 연관이 없다. 옛 부천군의 지명을 고민 없이 사용한 결과로 그 유래를 설명하기 어려운 지명이 되고 말았다. 미추홀구도 큰 지명이다. 남구에서 미추홀구로 바꿀 때 미추홀의 발상지가 인천 남구 문학산과 관교동 일대였다는 사실을 중시한 것이지만, 미추홀은 인천광역시의 옛지명으로 도시의 상징처럼 오래 사용해왔기 때문에 혼란이 따른다. 미추홀도서관이나 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미추홀타워 등과 같은 명칭이 그렇다. 인천의 여러 단체나 상호 등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학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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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수원 천변풍경(川邊風景) 지면기사
방화수류정 주변 '수원판 종교문화' 형성불교계 진각국사비·도심형 대형사찰 수원사기독교계 동신교회·천주교 북수원 성당…다종교 도시, 다종교 국가 대한민국 축소판박태원(1909~1986)의 장편소설 '천변풍경'은 1930년대 청계천변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일상과 도시 생태를 다룬 작품이다. 평론가 임화는 이를 '세태소설'이라 명명한 바 있다. 산책과 관찰이란 고현학(考現學)의 방법을 동원하여 도시 서민들의 생활사를 잘 그려냈다. 독특한 공간구성과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실험기법으로 '천변풍경'은 1930년대 말 한국모더니즘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경기도 수부(首府) 도시 수원도 이에 못지않은 천변풍경이 있다. 지금의 수원은 조성된 지 235년이 된 비교적 젊은(?) 도시다. 옛 수원은 융건릉과 수원대학교 일대였으나 정조 13년(1789) 사도세자의 능침인 현륭원(顯隆園)이 조성되면서 수원부가 현재의 수원으로 이전되고, 정조 20년(1796) 수원화성이 완공되면서 수원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수원하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화성만 떠올리기 십상인데 수원의 중심부를 가르는 수원천변에는 일반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근대 종교문화유산들이 포진되어 있다.수원의 근대 문화유산으로 '부국원'과 금융회사였던 '옛 수원문화원'(조선중앙무진회사) 등을 꼽을 수 있다. 고대 도시의 상징으로 통하는 튀르키예 아나톨리아 고원 위의 '카탈 후유크'나 이탈리아의 폼페이 또는 삼국시대나 조선시대의 건축물들만 문화유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사를 대표하거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 나아가 한 시대의 전범이 된다면 그 역시 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켜 지역의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수원에도 이런 조건을 갖춘 근대 문화유산들이 수원천 주변에 밀집해 있다. 수원화성의 백미로 꼽히는 방화수류정 주변과 화홍문에서 남수문에 이르는 구간에 독특한 수원판 천변풍경, 종교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문화의 불모지였던 수원에 기념비적인 기념비가 들어섰으니 고려시대 '창성사지 진각국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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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주6일 근무 부활 지면기사
그리스, 이달부터 '주 48시간'으로 늘어나국내 대기업 비상경영 임원 근로시간 연장한국 노동생산성 OECD 33위 바닥도 부담4차산업으로 저임금 주4일 불가피할 수도'칠말팔초'(7월 말∼8월 초)의 바캉스 시즌이다. 비수기 휴가문화 확산과 고물가 여파로 올여름 피서특수는 별로일 전망이나 MZ 셀러리맨들은 모처럼의 해방에 설렌다. 그런데 노동자 천국인 유럽에서 무거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스에서 이달부터 주6일 근무제가 실시된 것이다. 작년에 개정한 노동법에 지속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의 '주 40시간'에서 '주 48시간'으로 늘렸다. 소매업, 농업, 일부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우선 적용된다. 그리스 노동계는 근로조건 악화를 우려하며 반발하나 집권 여당인 신민주주의당은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맞섰다. 현재 그리스에는 근무 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지만 적절한 보상을 못 받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 초과근무는 불법이어서 사업장들이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때문이다. 개정노동법은 추가로 8시간을 더 근무할 경우 사용자는 피고용자에게 임금 40%를 추가로 지불하도록 명시했다.그리스의 젊은 청춘들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역사의 반동에 실망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 차례의 국가 부도 위기를 겪었음에도 경제가 호전되지 않아 주6일제가 국가표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프랑스, 독일, 영국, 노르웨이, 아일랜드, 스페인 등에서는 주 4일제 근무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벨기에는 2022년 2월에 주4일 근무제를 공식화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글로벌 트렌드화하고 있다.주5일 근무제는 1908년 미국 뉴잉글랜드의 목화농장에서 유태인들이 안식을 목적으로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쉬던 것이 효시였다. 1926년에 헨리 포드가 노동자복지 차원에서 토·일요일에 기계들을 강제로 멈춘 이후 1938년 미국에서 주5일 근무가 법제화되었다. 주 5일 근무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 배경이다. 국내에서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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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적대를 넘는 적개의 정치… 누가 타파할 건가 지면기사
'이재명 사법리스크' 여전히 진로에 걸림돌국힘 전대 '문자파동·댓글팀' 진흙탕 싸움여권, 국회권력 넘겨준것 인정 민의 순응해야지지율 올리는 길만이 '野 일방통행' 막는길여의도와 용산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에 '정치'란 말을 붙인다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자신의 흠결을 덮기 위해 상대를 말살시켜야 하는 치킨게임적 양상과 적대를 넘는 적개의 양태를 띠는 게 지금의 한국정치다. 정치의 '허울'을 쓰고 자신들의 '허물'을 덮기에 온갖 기제를 동원하는 행위들이 '정치'일 수는 없는 노룻이다. 정치가 권력투쟁을 동력으로 하는 일련의 현상이고,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기 위해 마타도어도 불사하는 영역이라는 현실주의적 관점을 수용하더라도 정치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윤석열 대 이재명의 구도에서 윤 대통령은 시간이 지날수록 '살아있는 권력'으로서의 효용성이 반감될 것이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의 영향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에 그의 '미래권력'으로서의 가능성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그의 진로에 걸림돌이다. 10월에 이 대표 공직선거법 관련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의 1심 선고가 있다. 비록 1심이지만 재판에서 유죄가 나오면 이 대표가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대법원 판결이 대선 전에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이 대표의 야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만약 1심 판결 후 1년내 2심에서도 유죄가 나온다면 이 대표의 당 장악력과 차기 야권 대선 주자로서의 존재는 현저히 왜소해질 것이다.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사 탄핵의 대상 검사들은 모두 이 대표와 민주당 관련 수사와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을 탄핵하는 근거로 들은 사실관계도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일을 들춰내서 탄핵을 위한 억지 명분을 만들고 있는 면도 있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느냐를 밝혀내기 위해 특검은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도 대통령 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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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인천이 없다 지면기사
'살기좋은 세계도시' 조사 대상 인천 제외5월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평가에도 없어세계경제망내 좌표 읽어야 미래설계 가능'글로벌도시 지표 개선' 당장 해야할 급선무인천시가 '뉴홍콩시티'의 개정증보판 격인 '글로벌 톱텐 시티'를 발표한 지 두달이 지났다. 시 조직도는 여전히 옛 과제를 수행 중이다. 새 프로젝트도 빼꼼 고개를 내밀긴 했다. 구호나 슬로건은 토끼처럼 날래지만 행동과 실천은 굼벵이처럼 더딘 게 세상의 흔한 모습이다. 원래 '글로벌 시티(global city)'라는 말이 동네 강아지 이름처럼 쉬운 게 아니지 않나. 인구가 많다고 해서, 면적이 넓다고 해서 '글로벌'을 수식어인양 함부로 가져다 붙이는 게 아니다.세계경제 네트워크에서 선과 선을 잇는 결절(結節), 즉 주요 연결점의 역할을 하는 도시를 일컫는 말이 '글로벌 시티'다. 세계·지역·도시의 경제발전 및 노동력과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미국 사회학 분야의 권위자 사스키아 사센 교수가 1991년 출간한 명저 '글로벌 시티: 뉴욕, 런던, 도쿄'에서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그녀는 세계화가 전 세계의 금융, 무역, 문화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위치의 계층구조를 새로 만들어냈다고 본다. 40여 개의 글로벌 시티들로 구축된 부의 네트워크다. 대기업과 다국적기업의 본사가 집중해 있는 이 도시들은 자본과 정보가 모이는 결절의 역할을 수행한다. 국제 금융기구와 로펌 등의 생산자 서비스업이 발달하고, 예술·패션·음식 등 고급 소비자 서비스업도 함께 번성하는 공간이다.각 대륙의 주요 도시들은 이제 국가의 경계를 넘어 전지구적 네트워크 안에서 그 층위(層位)에 따라 새로운 전략적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도시들의 경쟁력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체계들도 잇따라 만들어졌다. 미국 AT커니의 글로벌 도시 지수(GCI)를 비롯해 일본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의 글로벌 파워도시 지수(GPCI), 중국사회과학연구원과 유엔 해비타트의 글로벌 도시경쟁력 보고서(GUCR)가 대표적이다. 영국 경제연구소 옥스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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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사라진 '내마음의 협궤열차' 지면기사
협궤 수인선 원형 간직했던 '송도역사'연수구, 원형보존 방침 번복하고 철거여러 문학작품 배경·추억이 서린 장소시민 생활사, 기록으로나마 복원해야'내마음의 협궤열차'는 작고한 이가림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연작시 '내 마음의 협궤열차1'은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에서/ 장난감 같은/ 내 철없는 협궤열차는/ 떠난다'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다음 연에서 시적 주인공은 협궤열차를 타고 끊어진 철교를 넘어 아스라한 은하수를 향해 기적을 울리며 떠나간다. 이 상상의 철도 여행이 시작되는 출발점인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은 바로 옛 송도역이다.협궤열차와 소래포구는 소설의 공간이기도 하다. 윤후명의 장편 소설 '협궤열차'(1992)는 협궤열차를 배경으로 한 남녀의 사랑과 이별이 주제이다. 수인선 연변의 한 소도시에 사는 주인공이 헤어졌던 옛 연인과 함께 협궤열차를 타고 여행하면서 사랑과 생활, 이별과 만남의 의미를 반추하는 것이 소설의 내용이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룬 소설 이원규의 단편 '포구의 황혼'에도 수인선은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포구의 적막과 어둠을 헤치고 철교 위를 달려가는 협궤열차의 모습은 분단 현실의 상징이기도 했다.그런데 여러 문학 작품들의 배경, 상상 여행의 장소였던 옛 송도역사가 사라졌다. 협궤열차 수인선 마지막 역이었던 옛 송도역사 건물이 지난 5월에 철거된 것이다. 연수구청은 송도역사 철거가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른 것이라 한다. 안전진단 결과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개축해야 하는 E등급을 받았다는 것인데 이 같은 결과는 송도역사가 수인선 폐선 이후 20여년간 사실상 방치해 왔기 때문에 예견된 것이다. 구조물 보강이나 부분 개축을 통해 얼마든지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음에도 대안을 찾을 노력은 하지 않고 철거해버린 것이다.옛 송도역사 복원사업이 주목받은 이유는 역사건물의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가치 때문이었다. 수인선은 일제가 경기도 내륙의 미곡을 인천으로 수송하고 인천으로부터는 생활물자를 보낼 목적으로, 인천에서 수원을 거쳐 여주에 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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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일상에 지친 그대여, '장자'를 읽자 지면기사
우언·우화로 이뤄진 문학작품 가까워국내 김달진·안동림 변역본 최고 평가카프카·보르헤스 등 세계적으로 영향 전전긍긍 인생의 순간, 마음에 자유를'장자'는 노자의 '도덕경'과 함께 도가 최고 경전이다. 이 둘이 모여 '노장사상'을 이룬다. '도덕경'이 깊은 사유와 통찰을 담은 철학서라 한다면 '장자'는 우언(寓言)과 우화(寓話)로 이루어진 문학작품에 가깝다. '장자'는 '남화경'이라고도 하는데, 속세를 초탈하여 유유자적하는 초월적 세계관이 현실에 매여 악전고투하는 우리에게 마음의 자유와 해방의 공간을 제공해주고 있어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장자'의 저자 장주(莊周)는 사마천의 '사기'에 간략하게 소개돼 있다. 그는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 몽(蒙) 출신 철학자로 도가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도교에서는 그를 남화진인(南華眞人), 남화노선(南華老仙)이라고 한다. '삼국지통속연의'에서 황건적의 지도자 장각에게 도를 전수하는 남화노선이 바로 장자다.우리 문헌에서 장자가 언급된 가장 빠른 기록으로는 고려 가요, 이른바 경기체가인 '한림별곡'이다. '한림별곡' 제2장 '당한서 장노자 한유문집/ 이두집 난대집 백락천집/모시상서 주역춘추 주대예기'라는 구절이 그러하다. 풀이하면 '당서와 한서, 장자와 노자, 한유와 유종원의 문집, 이백과 두보의 시집, 난대영사(令使)들의 시문집, 백락천의 문집, 시경과 서경, 주역과 춘추, 대대례와 소대례'란 뜻으로 당대 선비들이 가장 사랑하는 책들이 열거돼 있다. 여기에 '장자'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고려시대 이처럼 인기가 높았던 필독서 '장자'는 주자학이 지배하는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돌연 자취를 감춘다. 주자학 이외에 학문을 '사문난적'으로 모는 무지막지한 이념의 독재 때문이다. 조선 중후기의 문신 남당 한원진(1682~1751)의 '장자변해'와 박세당(1629~1703)의 '남화경주해산보' 정도가 고작이다. '장자'를 사갈시(蛇蝎視)하던 주자주의의 관성 때문일까? '장자'는 다른 동양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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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바보들의 행진 지면기사
느닷없는 '해외 직구 규제'에 뿔난 국민발표 내용 뒤집은 정부, 스타일만 구겨압권은 AMAT 부지에 '신규택지' 지정어설픈 국정… '늘공'마저 그밥 그나물근래 들어 정부의 설익은 정책들이 자주 확인된다.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온라인 유통 플랫폼들의 한국시장 공략이 가시화되던 지난달 16일 정부가 해외직구에 제동을 걸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KS인증이 없는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생활화학제품 80종에 대한 국내 반입 차단조치를 6월 중에 시행한다고 공표했다. 국민들이 구매하려는 제품이 해외직구 금지 품목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소비자24' 사이트(www.consumer.go.kr)에 띄우기로 했다.그런데 지난달 19일 오후에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저희가 말씀드린 '80개 위해(危害) 품목의 해외직구를 사전적으로 전면 금지·차단한다'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3일 전의 한 총리 발표 내용을 뒤집었다. 이 국무2차장은 "80개 품목에 대해 관세청,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과 함께 집중적으로 위해성 조사를 하고, 위해성이 없으면 직구를 금지할 이유가 없다. 지금대로 직구해서 쓰셔도 된다"고 덧붙였다.정부의 느닷없는 규제에 뿔난 국민들의 동시다발적인 맹비난 때문이었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한 푼이라도 아낄 요량으로 해외직구에 나선 것을 정부가 국내 유통구조는 바꾸지 않고 규제만 하려 든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국무조정실과 관세청,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식품안전처, 공정거래위원회 등 14개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만들었다며 호기를 떨었는데 정부의 스타일만 구겼다.해외직구 금지소동 다음날인 20일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공동으로 내놓은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에 '고령 운전자 운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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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적대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면기사
입법부 장악한 민주당 이재명 의해 '형해화'대선주자 1위지만 여전히 사법적 뇌관 작용국힘, 野 특검정국 헤쳐나가기 버거워 보여현상황 타개하는 자가 차기 대선 거머쥔다제22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야당 단독 개원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막을 올린 제21대 국회에서 여야의 적대와 대치는 일상이었고 타협과 협상은 사라졌다. 21대 전반기 국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함으로써 존중과 배려의 민주주의의 기본이 사라지면서 정치 역시 최악으로 치달았다. 제22대 국회는 개원 벽두부터 야당 주도의 특검법들이 발의되고, 야당 주도의 입법에 맞선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정치의 경로로 고착화되는 비토크라시(vetocracy)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러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제1야당 대표의 사법문제와 해병 대원 순직 사건의 수사 상황 및 특검 발동 여부가 언제든지 뇌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구조적으로 여야의 적대가 비등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형국이 새로운 국회 벽두부터 현실화되고 있다.민주화 이후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이 다른 여소야대의 분점정부를 여러번 경험했지만 임기 내내 여소야대를 유지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 여소야대는 최소한 21대 대통령선거 전의 3년 동안은 유지될 것 같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정국을 여대야소로 바꿀 수 있는 동력을 지금으로서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의 두 선출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금의 상황은 여야의 정치적 속내와 무관하게 국정의 난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여야 합의가 안될 때 다수결로 처리하자고 주장하지만 이는 인내와 포용으로 상호 접점과 합의를 모색해 나가는 과정으로서의 정치를 사실상 포기하고 '다수의 횡포'를 기정사실화시키는 것과 다름없다.입법부를 장악한 민주당의 당내 민주주의는 이재명 대표에 의해 형해화되어 가고 있다. 향후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어떠한 결론을 맺을 지는 알 수 없다. 대법원 판결은 다음 대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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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칼럼] 가심(歌心)과 가심(假心) 지면기사
일본가수 우타고코로, 진정성 있는 울림김호중은 음주운전 은폐하려 세상 기망거짓으로 꾸민 마음, 영광을 물거품으로'진실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우타고코로 리에는 일본 여자 가수다. 올해 나이 50세. 일찍이 자신의 노래가 한 제약회사 이온음료의 CM송으로 채택된 적도 있지만 30년 노래 인생은 대체로 무명에 가깝다. 아이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고향 마을에서 남편과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면서 주말마다 직접 무대에 오른다. 그 공간은 지역사회의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주민들을 위한 이벤트와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열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일본의 여자 서바이벌 음악오디션에 출전해 최종 성적 2위로 일본대표팀의 일원이 됐다. 한국을 첫 방문하게 된 계기다.올해 4월 초부터 5월 초까지 6회에 걸쳐 방송된 한·일 음악 대결프로그램을 통해 그녀는 우리 대중음악 팬들의 가슴을 울린 몇 안 되는 일본 가수로 기억될 무대를 만들어 냈다. 박정현의 맑고 깨끗한 음색과 자우림 김윤아의 섬세한 퍼포먼스를 갖춘 노래, 좀 연륜이 있는 세대로 치자면 정훈희의 청량함과 양희은의 담박함이 동시에 묻어나는 고품격 노래는 한 편의 뮤지컬 같았다. 노래가 시작되면 양 팀 가수들의 눈가에 이내 물방울이 그렁그렁 맺혔다. 한 댓글처럼 그녀의 노래는 이기려고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위로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였다.'우타고코로'는 그녀의 예명이다. 일본식 한자어로 '歌心(가심)'이라고 쓴다. 내 마음 속의 노래라는 뜻을 가졌다. 십수 년 전 일본 TV방송의 음악프로그램에 솔로가수로 출연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이번 음악 대결프로그램에서도 노래를 할 때마다 그녀가 주문처럼 들려주는 말이 있었다. 한류 드라마 '겨울연가'의 OST '처음부터 지금까지'를 부를 땐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1980년대 일본의 유명한 싱어송라이터가 부른 '어릿광대의 소네트'를 준비할 땐 "제 노래가 가슴 깊이 닿을 수 있도록 부르겠다"고 약속했고, 지켰다. 진정성을 다해 부르는 노래가 어떤 울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