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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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승 26패, 선수 탓만 하는 kt위즈 지면기사
1승위한 기존선수 보직파괴 ‘변칙야구’ 안돼‘당장 트레이드’하기보다 미래위해 그들을 지켜야프랜차이저 마저 버린 ‘감독 능력’ 팬들 의심 시작1993년 시즌 후 LA다저스 프레어 클레어 단장, 토미 라소다 감독, 프랭크 조브 주치의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178㎝ 78㎏의 체구, 역동적인 투구 폼, 강속구 등 부상을 일으킬 ‘위험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작은 체구의 투수 트레이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는 17세에 다저스에 입단한 도미니카 출신의 프랜차이즈 투수였다. 이들은 그가 체형과 투구 조건으로는 오래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데 의견일치를 보고, 몬트리올 엑스포스 2루수 델라이노 드실즈와 맞바꿨다. 하지만 이 트레이드가 메이저 리그 역사상 ‘가장 바보같은 짓’이었음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가 미국 메이저리그의 4대 슈퍼에이스 중 한명이었던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즈다. 미국 메이저리그 부자구단들은 자체적으로 팜(farm)시스템을 운영해 선수를 키운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구단은 마이너리그 팀과 계약을 맺어 일정 기간 선수를 위탁 관리하다 실력이 인정되면 메이저리그에 데뷔시킨다. 다저스의 페드로도 이런 경우다. 이들을 프랜차이저(franchiser)라고 한다. 이들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끔찍하다. 뛰어난 프랜차이저를 보유하기 위해 구단이 지출해야 할 돈도 엄청나다. 유망주를 발굴해 계약하고, 다른 팀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그만큼 많은 돈을 선수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프랜차이저만을 보기 위해 구장에는 홈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그것이 무시할 수 없는 프랜차이저의 힘이다.지난 토요일 저녁, 연패에 시달리던 kt위즈가 프랜차이즈 선수인 투수 박세웅을 비롯한 이성민, 조현우, 안중열 등 젊은 선수 4명을 롯데로 보내고 대신 5명을 받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는 소식은 큰 충격이다. 3승 26패(승률 0.103)로 사실상 전력분석이 무의미할 정도가 돼버린 kt위즈가 얼마나 1승이 다급했으면 신인 1차지명한 프랜차이저 선발투수 박세웅을 보내야 했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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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정치, 망각의 정치 지면기사
여야, 재보선 의식 성완종수사 물타기 의도 감지박대통령 입장 정국향배 가늠할 분수령될 것청와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면돌파가 해법현실의 정치공간에서 국면전환은 정치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적 쟁점도 태풍처럼 특정 지점에서 발생하고 소멸하는 경우도 있고, 서서히 에너지를 규합하면서 확대 재생산되어 다른 이슈들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기도 한다. 한 이슈가 정치사회적 쟁점을 형성하고 모든 사회적 현안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은 다른 이슈로 빠른 속도로 대체된다. 그리고 블랙홀은 이내 소멸하고 만다. 그래서 한국 정치는 블랙홀의 정치요, 망각의 정치다. 아무리 메가톤급 이슈라 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과정에서 국면전환을 위한 정치공학이 동원되기도 하고, 권모술수와 책략이 난무하기도 한다. 그래서 정치는 생물이다.그레고리 헨더슨은 그의 저서 ‘소용돌이의 한국정치’에서 일제시대와 해방 공간, 이승만·박정희 정권을 분석하고 한국 정치의 본질을 정치권력을 향해 몰려드는 소용돌이로 파악했다. 블랙홀의 정치와 망각의 정치가 다이내믹스라는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나면서 한국 정치는 소용돌이 정치로 귀착된다. 이는 한국 정치를 불가측의 정치로 귀결시킨다. 헨더슨은 해방 공간의 혼란을 분석했지만 지금의 정치공간 역시 당시의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점차 성완종 전 회장의 노무현 정부 말 특별사면 국면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여권의 ‘국면전환’이 어느 정도 약발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이 이루어진 기간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에는 기억하는 인물도 없고 아무 자료도 남아있지 않다. 이 사안이 지루한 소모적 정치적 쟁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사안인 이유이다.‘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검찰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지 2주가 넘었지만 성완종 전 회장의 측근들을 구속한 것 이외에 리스트에 거론된 인사들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정황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인사에 대해서도 수사의 시작조차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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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물에 그 밥 지면기사
세계 장수기업들 CEO 검증작업 무척 엄격오너들도 회사를 개인사유물로 인식하지 않아물려받은 기업 건강하게 키워 후세대로 물려줘야지난달 말에 일본 N경제신문의 K기자가 오랜만에 나에게 전화를 했다. 조현아 파문으로 물의를 빚었던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 참관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장을 목격했다며 나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다는 것이다. 수화기 너머로 K기자의 야릇한 미소까지 감지되었다.조현아부사장 건으로 기업가치 훼손이 심각해 주주들의 경영진에 대한 질타가 당연함에도 정작 주총에선 이 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소액주주 한명이 따지고 들다 주최 측의 제지로 흐지부지 된 것이 고작이다.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은 50%나 인상되었으며 구설수로 언론의 주목을 받던 장남 조원태 부사장은 3년 임기의 사내이사에 재선임되었다. 경영진 문책은커녕 오히려 상(?)을 주어 격려하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K기자의 질문에 잠시 주저했다.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는 자칫 양국 간의 국익(國益)문제가 대두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한일관계가 미묘한 상황에서 일본의 ‘대표’ 신문에 한국 ‘대표’ 기업의 경영행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해야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니 말이다. 낮 뜨거운 질문이란 판단에 K기자가 얄밉기까지 했다. 많은 이들은 땅콩회항사건을 한국재벌 특유의 족벌세습경영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관리자본주의도 정답은 아니다. 1932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시장을 지배했던 전문경영인체제는 과거의 오너경영시대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기업이 성장하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아돌프 벌리(Adolf Berle)의 라이프사이클이론에 의문이 드는 것이다. 반면에 앤더슨(Ronald Anderson)과 리브(David Reeb)는 가족기업의 성과가 비가족기업보다 더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가족기업이 더 발전할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다. 세계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호시료칸(法師旅館)을 비롯한 세계 대다수 장수기업의 세습경영이 상징적인 사례이다. 이씨왕조의 조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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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 지면기사
진정한 차별화는 ‘품(品)과 혼(魂)’을 담아야자신만의 분야에 집념어린 ‘장인 정신’ 필요자부심과 목표 이루려는 ‘강한 의지’도 필수필자는 졸저 ‘기업 생로병사의 비밀’의 출판 이후, 한 기업의 미래 비결이 무엇일지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런데 사실 그 답이 쉽지 않다. 기업 판세가 워낙 변화무쌍할 뿐 아니라, 밀림에서의 경쟁과 같아서 우발적인 생존비결이 난무하기 때문에 미래의 생존 요인을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믿는 가장 강력한 비결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세상에서 독보(獨步)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독보적 존재란 많은 사람의 무리에서 벗어나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것, 즉 다른 곳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존재를 말한다. 영어권에서는 ‘온리 원(only one)’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표현의 의미도 좋다. 결국 ‘너만이 할 수 있어’라는 경지에 올라야 ‘독보’가 된다. 미묘한 흥분을 주는 말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경지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쉼 없는 훈련으로 내공을 쌓아야 겨우 도달할 수 있다. 이렇게 높은 경지라고 해서 이 비결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만 해당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작은 골목 안의 자영업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세상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유일한 된장찌개, 최고의 건강을 주는 김밥, 뭐 이런 것들이 미래를 지배하는 비결이 된다는 것이다.미국 페이팔 기업의 창업자인 ‘피터 틸’은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다. 그의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의 선풍적인 인기 때문인데, 그 인기는 그가 금융과 IT기술의 융합분야인 ‘핀테크(FinTech)’의 원조기업인 ‘페이팔(PayPal)’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신생 창업자들에게 간결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세상에 없는 것을 개척하여 독점적 가치를 누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1 to n’의 생각에서 벗어나, ‘제로 투 원’으로 전환하라고 권장한다. 이 권장은 언젠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블루오션’ 개념과도 맥이 통하는 말이다. 독보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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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와 죽은자, 진실과 사실 사이에서 지면기사
현정부 실세들 거론된 56자 메모 ‘성완종 리스트’당사자 부인할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사실 밝혀야‘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故事 교훈 새겨야성완종 리스트로 온통 시끄러운 아침 신문을 뒤적이다가 문득 이런 얘기가 생각났다. 중국의 왕조사를 기록한 십팔사략의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天知地知子知我知)’는 고사(故事) 말이다. 환관의 횡포와 탐욕으로 뇌물이 성행했던 후한 시대에 청신(淸臣)으로 꼽히던 양신이란 관리가 있었다. 그가 제법 넓은 영토를 다스리는 군수(郡守)가 됐을 때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양지를 지향하는 사람은 많고 권력에 줄 대기 좋아하는 세태는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군의 하급관청인 현의 현령이 승진청탁을 위해 한밤중에 몰래 많은 금품을 가지고 와서 양진에게 건네며 ‘지금은 밤이 깊으니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라고 속삭이듯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받으라는 의미였겠지. 그러자 양진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알고 있는데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하고 꾸짖으며 금품을 물리쳤고 말문이 막힌 현령은 부끄러워 사죄하고 그대로 물러갔다는 것이다. 세상 아무도 모를 것 같지만 비밀은 없다는 교훈이다. 서양에도 이와 비슷한 ‘벽에도 귀가 있다(Walls have ears)’라는 경구가 있다.자원외교 비리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생을 마감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현 정부 실세들의 이름이 기록된 56자의 메모와 죽기 직전에 모 신문과 진행한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세간의 여론은 죽음을 결심하고 남긴 메모와 인터뷰에 설마 거짓이 있을까 라며 신빙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동정론도 한몫 거들고 있다. 거론된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터무니없는 얘기, 황당무계한 소설 같은 시나리오로 사실무근’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단돈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배수의 진까지 치면서 말이다.사실이 어떻든 간에 파문은 커지고 있고 후유증도 깊어질 조짐이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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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노믹스 시대와 도시의 준비 지면기사
장이모우감독 ‘西湖의 전설’ 재구성 뮤지컬 대성공지자체 차원의 스토리콘텐츠 성과 이끌어 내스토리텔링센터 설치·축제프로그램 개발 급선무20년 이후의 세계 산업구조는 1, 2차 산업혁명보다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향후 15~20년 사이에 전개될 3, 4차 산업혁명은 3D 프린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각각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미래사회가 기술혁신에 의한 신산업으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물부족 현상의 심화와 바다의 자원가치 증대로 인해 물 산업과 해양산업은 더욱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기초인 스토리산업도 가장 유력한 미래산업의 하나로 거론된다.스토리가 부를 창조하는 스토리 노믹스 시대의 도래는 이미 여러 영역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콘텐츠 회사 월트디즈니사의 2011년도 영업 이익은 75억 달러였는데, 도요타 자동차 회사의 영업이익 66억달러보다 많다. 영국의 동화작가 조앤 롤링은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성공으로 1조원 대의 부호가 되었으며 10년 후 재산 총액은 64조원에 도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해리포터 시리즈라는 판타지 스토리가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출판 등의 문화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생 효과가 무려 30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던 영국인들이 스토리텔러 조앤 롤링의 몸값은 어느 나라와 비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스토리로 성공한 도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차대전으로 폐허가 된 영국의 코벤트리(Coventry)시는 도시의 전설을 이용하여 재생에 성공한 사례이다. 코벤트리시의 상징은 레이디 고다이버(Lady Godiva)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11세기경의 실존인물로 무거운 세금으로 신음하던 농민들을 위해 알몸으로 말을 타고 시위를 벌여 결국 영주의 감세를 약속받은 숭고한 여성이었다. 고다이버 이야기는 문학과 미술, 음악, 캐릭터 등으로 다양하게 재현되고 있다. 중국의 항저우가 관광도시로 성공한 것도 도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항저우의 역사와 문화, 전설과 민담을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