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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산에서 만나는 미달이 지면기사
[경인일보=]오늘 아침도 미달이를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이름처럼 그리 화려하지 않은 남양주의 황금산은 웬만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물을 산기슭에 숨기고 있어 마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30층 아파트 높이의 황금산의 정상 몇 발아래 떡갈나무 밑에서 강아지 미달이는 아침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 반갑게 사람들을 맞는다. 밤새 기다려온 것처럼, 그러나 꼬리를 흔들지는 않는다. 맞이하는 그의 인사에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한발이라도 다가가면 어느새 몇 발을 물러서고 만다. 그래서 그는 조금은 소심한 미달이다. 이런 미달은 문득 우리에게 어린왕자에게 한 사막여우의 말을 생각나게 한다. 참을성있게 서로를 길들이지 않으면 우리는 조금도 더 가까워질 수 없어, 꽃이 너에게 소중하게 된 것은ㄹ 그 꽃을 위해 소비한 너의 시간들 때문이란다. 반년 전 어느 날 미달이는 혼자가 되었다. 쓸쓸한 그의 눈빛으로 우리는 그의 가족, 그와 함께했을 이름 모를 사람들에 관한 그 어떤 기억들을 짐작할 뿐이다. 그는 이제 그를 행복하게 했을, 아니 어쩌면 더 슬프게 했을지도 모를 그 어떤 사람들에 관한 기억들로부터 떠나 황금산 속에서 머물고 있다. 산에 사는 미달이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온 몸을 덮는 털로도 감출 수 없는 앙상한 갈비뼈나 굶주림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것은 외로움이었을 것이다. 쓸쓸한 미달의 눈빛이 그리 말한다. 앞에 보이는 사물을 바로 쳐다보지 않고 멀리 사물의 뒤쪽을 건너다보는듯한 그의 눈빛이. 미달은 그가 선택한 황금산이란 영역과 거기서 누리는 값비싼 자유를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어떤 소중한 것과도 바꾸지 않았다. 밤새도록 부시럭거리며 깊은 잠을 들지 못하게 하는 성가신 산속의 새 가족들, 털가죽을 뚫고 뼛속까지 젖게하는 차가운 밤이슬, 한줄기 별빛조차 허용하지 않는 숲속의 짙은 어둠도 미달을 결코 마을로 다시 돌아가게 하지는 못하였다.매일 아침 마음씨 좋은 몇사람의 지금동 아주머니들이 미달이 좋아하는 먹을거리와 물을 들고 산을 오른다. 우리 모두는 매일 아침 그의 산에 입산을 허락해주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