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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추칼럼] 새들의 시

    [춘추칼럼] 새들의 시 지면기사

    마을 앞에 서있는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 고결한 인격 갖춘 상상 속의 어떤 인물 같아 날마다 새로운 시를 써주는 놀라운 ‘시 나무’ 하루도 빠짐없이 바라보는 살아 숨쉬는 책 아침밥 먹고 빨래 개서 옷장에 정리하고 빨아 놓은 빨래를 거실에 잘 털어 널었다. 빨래를 널거나 소파에 앉아 빨래를 개고 있는 내 모습을 내가 생각하면, 내가 착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보르헤스’의 시를 읽다가 시집을 배 위에 올려놓고 이불 속에 누웠다. 방바닥의 따사로운 온기가 몸으로 전이 되어 왔다. 내 몸과 이불 속의 온도가 일치되는구나, 하면서 정신이

  • [춘추칼럼] ‘희망의 리더십’이 그리운 요즘

    [춘추칼럼] ‘희망의 리더십’이 그리운 요즘 지면기사

    제2차 세계대전 승리로 이끈 영국 총리 처칠 뛰어난 리더십으로 국민 마음 모으는 구심점 어두운 밤, 사람들에 등불 같은 희망 보여줘 식견·역량 갖춘 지도자 나오길 간절히 기대 2025년 새해가 밝았다. 뛰어난 식견과 냉철한 판단으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지도자가 그리운 요즘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중요한 시기마다 탁월한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들이 나타나 어려움을 해결하곤 했다. 뛰어난 지도자는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경륜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위기에서 그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

  • [춘추칼럼] 2025년 정치 개혁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춘추칼럼] 2025년 정치 개혁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지면기사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 사유화·교착정치 문제 정치 사법화·팬덤정치로 양당 대결 구도 심화 협조와 협치, 공존·공영토록 제도로 강제해야 ‘미래 선도·유능한 민주적 리더십’ 전환 필요 방향은 분명하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분산과 승자독식에 따른 독선과 무능의 리더십에서 유능한 민주적 리더십’으로의 전환이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민폐가 아니라 ‘국민 통합의 구심점이자 미래 선도의 정치 리더십’을 지향한다. 1987년 체제의 핵심은 ‘1인 장기집권의 방지’였다. ‘제왕적 대통령과 승자독식의 제도’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대통령으로의 권

  • [춘추칼럼] 지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춘추칼럼] 지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면기사

    갑작스런 지인의 부음, 슬픔과 당혹감 안겨줘 다시 볼 수 없어 죽고사는 일 덧없음 밀려와 무에서 유로 존재하다가 무로 돌아가는 죽음 내 어머니, 흙으로 돌아가 안식하고 있으리라 한 주일 전에 만나 서로의 건재함을 확인한 지인이 죽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평소 지병이 없던 분이기에 그 부음은 큰 슬픔과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사망 원인은 심근경색이었다. 죽은 당사자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겠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나는 황망한 마음에 한동안 일손을 놓고 망연히 앉아 있었다. 다시는 웃으며 말하는 그이를 볼 수 없을 거라고

  • [춘추칼럼] 우리 공동체의 리더십 희망을 찾습니다!

    [춘추칼럼] 우리 공동체의 리더십 희망을 찾습니다! 지면기사

    코스피·코스닥 144조 증발 등 계엄 대가 혹독 한명이 지닌 큰 영향력… 막대한 피해 입혀 ‘이재명 공포’ 국힘 vs ‘조기대선 총력’ 민주 차기대안 여야 손에… 결국 우리 선택이 중요 엄청난 후폭풍이다. 경제부터 흔들린다. 원화 약세와 환율 상승은 물론 주식시장도 고전 중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이 144조원이라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기관이 8천억원에 가까운 돈으로 더 이상의 증시급락을 막았다. 이 중 6천억원은 국민연금이 포함된 연기금에서 나왔다고 한다.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쏟아 부어 증시폭락을 막은 셈이

  • [춘추칼럼] 겨울 감나무

    [춘추칼럼] 겨울 감나무 지면기사

    세월 갈수록 품위… 찢어지지 않고 부러져 검은 가지위 흰 눈의 대비는 ‘수묵의 경지’ 다문다문 열린 감 같은 시 쓰고 싶을 때도 사시사철 소박·조촐하게 농촌풍경 그려줘 감나무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마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격 있는 나무가 감나무다. 감나무 모습 중에서 가장 문기가 넘치는 모습은 뭐니 뭐니 해도 붉은 감이 몇 개 달린 눈 쌓인 감나무 가지에 까치가 앉아 우는 새 아침의 모습일 것이다. 다른 나무에 비해 실 가지가 굵은 감나무는 눈을 많이 받는다. 검고 굵고 짧고

  • [춘추칼럼] 한 해의 끝, 나에게 하고 싶은 질문

    [춘추칼럼] 한 해의 끝, 나에게 하고 싶은 질문 지면기사

    올해 초 무릎수술, 일 년 계획에 많은 영향 소중한 사람과 시간, 일에 밀려 소홀히 여겨 한정된 시간 지혜롭게 사용해야겠다 다짐 우선순위 정하고 의미있게 한해 마무리해야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아일랜드 출신 영국 극작가이자 소설가로 192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묘비에 새겨진 글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면 이 문구가 자주 떠오르곤 한다. 2024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나는 올해 어떻게 살았는가?’라고 질문해본다. ‘새해에 세운 목표를 되새기

  • [춘추칼럼] 점술사의 시대

    [춘추칼럼] 점술사의 시대 지면기사

    공자, 이념이 옭아매는 ‘괴력난신’ 세상 탄식 점술사 목소리 높아지며 시대 혼란 극에 달해 이런일 대한민국 역사서 반복되지 않길 소원 전문가·과학적 수치 기반으로 미래예측해야 인간의 불확실한 미래는 늘 두렵다. 특히 운명이 걸린 상황이라면 불안이 더욱 고조된다. 내가 투자한 주식, 인사에서 승진, 선거에서 당선, 건강의 위험과 인간관계, 미래는 모든지 불안하고 알고 싶다. 불확실하기에 점술사를 찾는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사람을 수소문해서 찾는다. 어떤 일이 발생할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어떻게 위기를

  • [춘추칼럼] 임기 후반의 변수와 첫 분수령

    [춘추칼럼] 임기 후반의 변수와 첫 분수령 지면기사

    대치정국, 주요변수·포인트에 돌파구 달려 尹 지지율 최저 경신… 대통령 인식변화 시급김건희 특검, 부부 정치운명에 결정적 요인 李 차기집권 위한 조직화… 사법리스크 변수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후반부가 시작되었다. 남은 시간이 지금까지 보낸 날보다 짧다. '잃어버린 2년 반'이 반복될지 아니면 반전의 시간일지 궁금하다. 대치정국은 이어진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승전 윤석열 탄핵'과 '임기단축의 개헌'을 동시에 추진한다. 대통령은 24회의 재의요구권 행사와 '시행령 정치'로 맞선다. 1987년 이후의 민주주의 전통은 연이어 위협 받는다. 거대야당은 합의 우선의 원칙을 무시하고 '독식과 독주'를 새로운 관행으로 만든다. 대통령은 처음으로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고 11년만에 시정연설을 총리에게 미룬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걱정은 점점 높아진다. 시계 제로의 상황이다.대치정국의 돌파구는 가능할까? 여야의 극단적 대립을 해소할 타협안은 없을까? 대통령 임기 후반 정국의 주요 변수와 포인트에 달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그리고 한동훈 대표의 삼각함수다.여권부터 보자. 당장 관심은 윤석열 지지율이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은 조사마다 '최저치 경신' 중이었다. 더 내려가면 국정동력을 상실할 위기 앞에 선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당분간 횡보 가능성이 높다. 반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추가 하락을 방어하려 한다. 핵심은 TK 지지율인데 '60%는 나오는 곳이 영남'이라는 주장과 '전국적 여론 흐름과 괴리는 힘들다'는 반론이 엇갈린다. 최근 한 영남지역 대상 조사는 대통령 지지율이 45%였다.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대통령실과 내각개편의 인사와 쇄신 조치 등으로 국정 장악력을 높인다. '깜짝' 외교성과까지 더해질 수 있다. 바탕은 민생 우선의 정책기조다.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소상공인 자영업자 관련 대책도 내놓는다고 한다. 후반기엔 국민이 체감할 진정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며 양극화 해소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소득과 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 타개를 위한 노력을 전개하려 한다. 한

  • [춘추칼럼] 마을은 염려 없다

    [춘추칼럼] 마을은 염려 없다 지면기사

    서산에 예쁘게 걸린 아침 달·한가로운 들판 널어놓은 깨 위에 만든 고랑 '추상화' 같아생각지도 못한 일 일어나는 사람 사는 세상 견디고 이겨내며 하루 살아가는 이들 장해 아침 달이 서산에 걸렸다. 예쁘다. 아직 노란빛이 남았다. 아침 바람 부는 날이다. 양식이가 산책 못 간다고 문자가 왔다. 홀로 걷는 들판이 텅 비었다. 들이 멀리 한가롭다.아내가 나들이 가면서 빨래 다 되면 널라고 한다. 바람이 거칠어져서 거실에 빨래를 널었다. 책을 보다가 잠이 쏟아져서, 낮잠을 길게 잤다. 어제 주워다 삶은 알밤을 다람쥐처럼 앉아 까먹었다. 배불렀다.자전거 타고 알밤 주우러 갔다. 회관 마당에 점순 어머니가 콩 타작하고 있다. 점순 어머니가 삶은 감자를 비닐 주머니 속에서 꺼내 준다. 따뜻하다. 감자가 든 비닐 주머니 속에 김이 서려 있다. 하나 남은 것도 가져가라고 했다. 두고 갔다. 가을바람과 가을 햇살이 하는 일을 잘 알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자연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고 그대로 한다. 널어놓고 깨 위를 돌아다니며 두발로 고랑과 이랑을 만든다. 추상화 같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삶이 예술이다.바람이 세게 불면 밤나무 가지가 흔들려 알밤이 많이 빠진다. 생각대로 알밤이 빠져 있다. 밤나무의 생산은 아름답고 나의 수확은 신난다. 저만큼 밤송이가 알밤을 물고 떨어져 있다. 두 발로 밤송이를 열고 알밤을 꺼낸다. 서너 개 주우면 행복한 한주먹이 된다. 밤을 다 줍고 밤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오지 않아도 되겠다.점순 어머니가 아직도 콩 타작하고 있다. 나무막대기를 양손에 들고 콩대를 투닥 투닥 때린다. 콩들이 콩콩 뛰어나와 톡톡 뛰다가 또르르 또르르 굴러 간다. 콩을 쫓아다녔다. 금방 한 주먹이 된다. 일하는 중간에 올 수 없어 콩 타작 다 할 때까지 콩을 따라다니며 주웠다. 콩 한 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마을 사람들이 콩 한 조각도 나누어 먹는다고 했다.앞산에는 팽나무 잎이 노랗게 물든다. 뒷산 그늘이 마을을 덮어 올 때 아내가 왔다. 뒤 안에서 호박잎과 새순을 땄다. 호박잎은 단 한 번의 서리로 잎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