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춘추칼럼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 [춘추칼럼]우리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유전자원

    [춘추칼럼]우리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할 유전자원 지면기사

    미래성장동력·생존환경·민족성·문명발달 등 경제·생태·문화·사회 분야 다양한 가치 지녀 우리도 유전자원관리 전략 조속한 논의 필요2004년부터 유전자원 복원의 중요성을 인식해 환경부를 중심으로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곁에서 사라졌던 지리산 반달가슴곰, 백두대간의 산양, 화천의 수달, 소백산의 여우 등 우리 민족의 얼과 함께 수천년을 살아 숨쉬었던 멸종위기 동물들이 하나둘씩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완성을 앞두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우리의 고유한 민족정서와 조상들의 삶 속에 녹아 있던 애환까지 복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사라진 우리의 백두산 호랑이, 곰, 여우, 늑대, 표범 등은 1915년부터 조선총독부가 '해수구제사업(害獸驅除事業)'을 통해 맹수로부터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우리 산하의 야생동물을 무차별하게 사냥하고 도살해 그 종을 멸종 시켰고, 결국 민족정기마저도 빼앗는 결과를 낳았다. 이 기간 동안 표범은 약 500여 마리가 희생됐고, 광복 후에는 남한에서만 서식하다가 1970년대 가야산에서 마지막 목격이 된 후 그 명맥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 외에도 곰은 1천여두, 늑대는 3천여두, 여우는 1천500여두, 삽살개는 매년 수십만 마리를 사살해 모피나 군수용품으로 사용했다. 지난해 스크린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대호'에서 조선의 마지막 백두산 호랑이 사냥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이처럼 일제에 의해 절멸된 우리땅의 토종동물은 단순히 멸종에 그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삶과 애환마저도 함께 빼앗긴 잔혹사를 우리 가슴에 안기게 된 것이다.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일제의 고유자원 멸절정책에도 큰 저항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오류를 범해 안타까운 진실을 간직하게 됐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성장과 더불어 먹거리 해소정책을 명분으로 우리의 고유한 유전자원을 상당부분 스스로 훼손시키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몇 몇 위정자

  • [춘추칼럼]음력과 양력

    [춘추칼럼]음력과 양력 지면기사

    우린 스스로 일어설수 있는데 인정않으려 해타자는 합리적인 것처럼 의지를 훼방하지만때론 의식·의지가 이룰수 없는걸 이뤄내기도추석이 눈앞에 다가왔다. 추석은 물론 음력 8월 15일에 지내는 명절이다. 우리에게는 음력 날짜를 짚어 쇠는 명절이 아직도 여럿 남아 있다. 설과 대보름이 그렇고, 단오와 백중이 그렇다. 이 명절들이 이름만으로도 존속하는 한 음력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고향이 서남해안지방인 우리 집은 언제나 섣달 그믐날에 차례상을 차려 왔다. 그 섣달이나 그믐이 늘 음력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었지만, 어쩌다 양력설을 쇨 뻔한 적은 있었다. 내가 대학생일 때, 배운 자식들의 권에 못 이겨 신정 과세를 하기로 결정을 내린 어머니가 차례상을 준비하던 중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손에 든 접시를 내려놓으셨다. "오늘 차례 못 지낸다. 어찌 섣달그믐에 달이 뜬단 말이냐." 양력과 음력의 개념과 차이에 관해 설명할 계제가 아니었다. 어떤 설명도 설날의 밤하늘이 지녀야 하는 유현한 기운을 어머니의 마음속에 만들어 줄 수는 없었다. 바닷가 사람들인 우리 가족에게 시간은 늘 썰물 밀물과 연결되어 있다. 이 시간의 리듬은 곧 달의 숨결이며, 우주의 율려(律侶)이다. 이 박자를 짚어 비도 오고 바람도 분다. 적어도 바닷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사리 때인 보름이나 그믐에는 날이 맑고 그 사이에 있는 조금 때는 비가 온다. 흘러가는 시간을 균일하게 분할해 놓은 것이 달력이지만 거기에는 천지의 리듬도 함께 표시된다. 보름에는 만월이고 삭망에는 달이 없다. 봄이 오고 가을이 오는 태양의 변화야말로 간만의 변화보다 훨씬 더 강력한 리듬이지만 그것은 강한 권력과도 같기에 리듬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법칙처럼 여겨진다. 사실상 양력에 해당하는 24절기는 책력에서 지극히 합리적으로 배열되었지만 달력의 씨실이 되는 것은 월과 일이다. 농사는 절기에 따라 짓고 제사는 날짜에 따라 지낸다. 양력에는 공식적인 삶이 있지만 음력에는 내밀한 삶이 있다.아마도 '양력 설'이 어머니를 실망시킨 데는 그믐밤의 중천에 달이 떴다는 사실만은

  • [춘추칼럼]판사와 판결

    [춘추칼럼]판사와 판결 지면기사

    '남의 해석일뿐' 이라는 현직판사 주장 큰 충격비슷한 사건들 판결 다르다면 법 제구실 못해한번 결정되면 사회 큰 변화 없는한 존중돼야인천지법의 한 판사가 "재판이 곧 정치라고 말해도 좋은 측면이 있다"며 "판사마다 정치적 성향이 있다는 진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의 해석일 뿐인 대법원의 해석 등을 추종하거나 복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직 판사의 얘기라고 믿기 어려운 주장이라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정치란 말의 뜻은 여럿이다. 가장 근본적 수준에서 정치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미치는 영향들을 뜻한다. 일상적으로 쓰일 때, 정치는 국가 권력과 관계된 일들을 가리키며, 이념과 당파가 두드러진 요소들이 된다. 이 둘 사이는 무척 넓고, 갖가지 뜻을 지닌 채 정치라는 말이 쓰인다.그 판사는 정치라는 말이 하나의 뜻을 지녔다고 여겼고, 끝내 법의 본질에 어긋나는 결론에 이르렀다. 법이 정치적 현상이라는 사실과 판사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 사이엔 큰 논리적 틈이 있다. 정치는 전자에선 너른 뜻을 지녔고, 후자에선 아주 좁은 뜻을 지녔다. 이 둘 사이의 틈은 너무 커서 그의 주장을 따르면, 인류가 다듬어온 법체계와 이론이 모두 그 사이로 빠져버린다.법적 추리(legal reasoning)의 핵심은 연역적 추리다. 그래서 법체계는 본질적으로 연역적 체계다. 하위 법들은 상위법들로부터 연역적 추리를 통해서 도출되고 재판은 법에 바탕을 둔 연역적 추리를 핵심으로 삼는다.당연히, 법체계는 일관성을 지녀야 한다. 법들이 서로 부딪치거나 비슷한 사건들에 대한 판결들이 서로 다르면, 법이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거기서 '선례구속의 원칙'이 나왔다. 판결을 통해서 법체계는 자신을 확충해가므로 한번 판결이 나오면 사회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보편적 원칙인 '형벌불소급의 원칙'은 이런 원리가 시간적으로도 작동함을 일깨워준다. 현실에선 판사들의 해석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법체계는 그 문제를 권위 있는 최종심의

  • [춘추칼럼]북핵해법, 단계적 포괄적 접근

    [춘추칼럼]북핵해법, 단계적 포괄적 접근 지면기사

    현재핵 동결·미래핵 해체·과거핵 폐기 과정비핵화·관계 정상화·평화협정 등 연계 필요남북·북미대화·6자회담 재개 여건 만들어야지난 3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상당히 우려스럽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산다는 것은 고통이다. 북핵은 임박한 위협이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주변국과의 협력하에 평화적 해결의 지혜가 요구된다.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진 상태에서 핵보유국인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담판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가진 듯하다. 지난 4일 유엔안보리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대북제재를 둘러싸고 논쟁에서 시작해서 논쟁으로 끝났다. 미국은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중국이 대북압박과 제재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됐다는 주장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비롯한 대북원유지원 중단을 강력히 제기했다. 중국은 미국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이 북핵 개발의 원인이고 압박제재 일변도가 북한의 핵능력을 더욱 고도화시켰다는 주장이다. 북미간의 쌍중단(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과 양병행(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제시했다.원유는 북한의 생명줄이다. 산업 전력용, 군대 훈련용, 주민 왕래수단용이다. 중국은 3회 정도 송유관을 통한 대북원유 중단 사례가 있다.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중단했다. 북한에게는 고통을 주지 못했다. 중국이 대북원유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북한을 포기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내세워 중국을 포위한다고 느끼는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전방위 세컨더리 보이콧을 예고한다. 중국은 경제·금융을 포함해서 명실상부한 G2 국가이다. 미중간의 연간 교역액은 6천200억 달러를 상회한다. 미중간의 경제전쟁은 양국 모두 거대한 손실을 수반한다. 경제적 셈법에 능통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손실을 감당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정치권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제기한다.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검토의 필요성은 있다. 도움보다 손실이 크다면 의미가 없다. 첫째, 전술핵이 있는 상태에

  • [춘추칼럼]새로운 발견(犬)

    [춘추칼럼]새로운 발견(犬) 지면기사

    늘어나는 반려동물 '복지 전문가' 양성 시급자원봉사단체 활동으론 한계 지원방안 필요유기·학대·방치 줄고 국민 의식수준 향상 기대어느 날 60대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식들 모두 출가 시키고 노부부만 남아 외로워 반려견 입양을 고려하고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라고 묻는다. 여러 얘기를 주고 받아 결국 입양을 결정하게 됐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의 수가 1000만을 넘었다는 보도는 꽤 지난 이야기이다.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산업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에 지속적으로 발전하다가 IMF 이후 잠시 주춤했다. 2005년도 이후 입양된 반려동물 수와 사료 및 용품 등의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해 현재의 반려동물 시장은 약 4조원 정도로 대규모 산업이 됐다.이 외에도 산술적으로 계산하지 못하는 부가적 가치를 합산하면 엄청난 경제규모라고 할 수 있다.세계미래학회의 미래 10대 유망산업 중 하나로 선정된 반려동물 산업은 크게 분양, 진료, 사료 및 용품, 훈련, 문화 콘텐츠, 동물 복지, 동물매개 치료 분야 등으로 분류 할 수 있다. 분야에 따라 상당부분 정착돼 있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이 아직도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개나 고양이가 무슨 문화가 되겠느냐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가족으로의 지위를 누리는 반려동물은 현대인의 새로운 문화가치로 인정되고 있다.한동안 많은 대학에서 반려동물 관련 학과를 신설해 증가하는 반려동물 산업에 대비한 인력양성을 시도했으나 반려동물 산업이 시들해지면서 많은 대학에서 학과를 폐쇄한 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으로 반려동물 문화 콘텐츠 개발 및 사회적 기여 분야 등의 인력을 양성했더라면 더 참신한 반려동물 문화가 증가하는 반려동물 수만큼 발전했을 것이라고 본다.외국의 경우 평생교육원과 같은 교육기관에서도 동물매개치료(pet assisted therapy·PAT) 전문가를 양성해 노인이나 장애인 등의 심리정서적 재활치료에 활용하도록 하고, 반려동물 문화 콘텐츠 개발 전

  • [춘추칼럼]내가 아는 것이 무엇인가

    [춘추칼럼]내가 아는 것이 무엇인가 지면기사

    지식의 변두리에선 낡은 경험을 식민화하지만되레 중심부에선 늘 겸손한 태도로 세상 본다무지 앞에 있고 둘러싸임 아는게 배움의 자세세계적으로 성공한 총서들이 여럿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프랑스 대학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크세주' 문고를 아마 첫손가락에 꼽아야 할 것이다. 가로 11.5cm 세로 17.5cm의 문고본 판형 128쪽에 학식과 문화의 모든 영역에 걸쳐 백과사전적 지식을 항목별로 담고 있는 이 총서는 현재 3천 표제를 훨씬 웃도는 책이 40여 개의 언어로 옮겨졌으며, 그 가운데 일부는 한국어로도 발간되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지닌 독서 대중을 위해 각 학문분야의 전문가들이 집필을 담당한 이 '백과문고'는 우리 시대의 학술을 대표할 만한 기본지식의 저장고다.'내가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뜻의 '크세주'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서양에서 에세이란 장르를 창시한 르네상스 시대의 사상가 몽테뉴의 '수상록'에서 가져온 말이다. 몽테뉴는 이 말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항상 의심하는 상태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담았다. 오늘날의 학자들은 그 주장을 방법적 회의주의라고 부르는데, 지식을 탐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모든 지식을, 특히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먼저 의심해 본다는 뜻이다. 한 개인이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알 수도 없거니와 어떤 사안이나 현상에 대해 일정한 지식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 앎의 끝일 수 없다. 그 지식은 그의 지적 조건과 근면성과 주어진 자료에 따른 현재 상태의 지식일 뿐이니 모든 지식에 관한 담론은 그 탐구과정의 중간보고라고 말해야 옳다. "철학이라는 것이 매우 즐거운 의술인 것이 다른 의술은 치료된 다음에만 즐겁지만 철학은 즐거움과 치료를 동시에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 말도 몽테뉴의 '수상록'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말은 모든 교육이 가벼운 축제 분위기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원용되기도 하지만, 모든 지식은 교리와 독단의 형식으로 전해질 것이 아니라 유동상태에서 지속적으로 탐구되어야 한다는 뜻을

  • [춘추칼럼]지도력의 본질

    [춘추칼럼]지도력의 본질 지면기사

    원자력 정책은 전문적 지식들이 유난히 중요일반 시민 의견 수렴후 결정하겠다는건 문제한분야 전문가, 타분야도 전문이란 믿음 위험어떤 집단의 지도자가 지닌 지도력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 이 점은 국가와 같은 공식적 조직의 경우에 뚜렷하다.그러나 지도력은 현실 속에서 발휘되므로, 상황에 따라 지도력의 성격이 달라진다. 예컨대 산행에서 병자가 나오면, 의학 지식을 가장 많이 갖춘 사람이 실질적 지도력을 발휘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정치 지도자도 장군들의 의견을 존중하게 된다. 현실에선 이런 기술적 지도력(technical leadership)이 큰 몫을 한다.물론 최종적 결정은 정치 지도자가 내린다. 산행에서 생긴 병자의 구호방식이나 산행의 지속 여부와 같은 결정들은 최종적으로 산행의 대장이 내린다. 전쟁에선 물론 정치 지도자가 최종적 결정들을 내리고 책임을 진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 지도자의 선출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왔다.현 정권이 원자력 발전에서 발을 빼는 정책을 펴면서 발생한 문제들도 정치 지도자의 지도력과 관련되었다. 원자력 발전은 아주 어려운 주제다. 게다가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 경제성, 기술 발전의 전망과 같은 여러 분야의 문제들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당연히 그것과 관련된 문제들은 전문가들만이 판단할 수 있어서 기술적 지도력이 유난히 중요해진다. 현 정권은 이처럼 깊은 전문적 지식들이 필요한 원자력 발전에 관한 정책을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전문적 지식들이 필요한 일을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적이다. 그나마 국민투표를 통해 전체 국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도 아니다. 소수의 사람들을 정부가 선정해서 기구를 만든 뒤 그들의 결정을 대통령이 무조건 따르겠다는 얘기다. 그들이 무슨 권위와 권한으로 그런 복잡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인가?당연히, 공론화를 통한 정책 결정은 지도력의 본질에 어긋난다. 전문가들이 포함되지 않은 기구에서 결정하니, 정치 지도자가 기술적 지도력을 받아들여 결정하는

  • [춘추칼럼]한반도 문제의 한국화

    [춘추칼럼]한반도 문제의 한국화 지면기사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은 '한반도 평화 구상'한국이 문제해결 주도 역할 하겠다는 전략남북간 물밑접촉 등 더 많은 대화노력 필요지난 6일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371호가 채택됐다. 북한의 돈줄은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지만 생명줄은 건드리지 않았다. 북한의 광물과 수산물 수출의 전면 금지를 명시했다. 북한의 교역총액만 놓고 보면 외화수익을 일정 감소시키는 효과가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북한의 광물수출은 약 7억5천만불이었다. 수산물 수출은 3억불 정도였다. 둘을 합치면 10억5천만불로 추정된다. 지난해 북한의 수출총액 30억불을 감안하면 약 3분의 1의 외화수익이 감소되는 셈이다. 2371호에는 대북원유수출 중단을 명시하지 않았다. 원유는 북한의 생명줄이다. 북한산업의 전력용이고, 군대의 훈련용이며, 주민들의 운송수단용인 원유문제를 그대로 둔 것은 2371호의 실효성이 출발에서부터 반감을 보여준다.2371호의 채택과정은 두 가지의 특징을 지닌다. 첫째, 기간이 짧았다. 과거 결의안 채택은 보통 3개월 정도 소요됐는데 이번 결의안은 33일 걸렸다. 둘째, 만장일치 채택이다. 이전에는 유엔안보리 15개 이사국들이 투표까지 갔는데 이번에는 투표의 과정이 없었다. 이런 특징은 미중간에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 받는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광물수출 전면금지를 포함한 돈줄차단을 미국에게 주었고 미국은 원유지원 중단 제외라는 생명줄을 중국에게 주었다. 지난 8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이 채택됐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북한에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371호의 즉각적인 준수를 촉구했다.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평화적으로 달성하는데 지지를 표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구축을 향한 남북관계 개선 구상에도 지지를 표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한반도 긴장격화의 본질을 심히 왜곡하는 미국과 몇몇 추종국들의 주장이 반영됐다고 비판했다.올해 ARF는 세 가지의 특징을 지닌다. 첫째, 회원국

  • [춘추칼럼]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바이오 헬스케어

    [춘추칼럼]호모 헌드레드 시대의 바이오 헬스케어 지면기사

    100세 이상의 장수가 보편화되는 지금유전자 분석 규제완화 등 새 기준 절실바이오+헬스 시스템화 노력 기울여야'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란 소수의 사람들만 가능하다고 여겼던 장수가 보통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으로 백세시대를 맞이하면서 생긴 신조어이다. 이 용어는 국제연합(UN)이 2009년에 작성한 '세계인구고령화(World Population Aging)' 보고서에서 의학기술 등의 발달로 100세 이상의 장수가 보편화되는 시대를 지칭하면서 만들어졌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에는 평균수명이 80세를 넘는 국가가 6개국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31개국으로 급격한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수명 증가로 '건강하게 나이 들어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비 지출 또한 상승하게 되고, 이에 따라 질 높은 의료서비스와 비용대비 효율적인 헬스케어에 대한 기대감도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전통적인 헬스케어보다 더욱 효율적인 모델을 필요로 하게 됐고, 건강에 대한 예방적 개입, 맞춤형 의료시스템과 노후 헬스케어 분야의 시장 성장 전망이 밝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최근 바이오 헬스케어의 기술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후성유전체, 줄기세포, 유전체 치료, 개인 맞춤형 치료제 등이 키워드로 등장하며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논의에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혁신적인 치료기술은 빅데이터 분석과 맞춤형 혁신제품 및 서비스의 트렌드에 맞추어 대중의 관심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충족하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인 맞춤형 치료기술은 인간 유전체 정보의 접근성 확대로 질병과 관련 있는 유전자 이상을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하는 치료(Cure)중심에서 개별화된 헬스케어·예방(Care·Prevention)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예를 들어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인 안젤리나 졸리는 가족(모친)의 유전력에 의한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자 양쪽 유방절제 수술을 감행했다. 이러한 사례는 특정 유전자의 변이가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갖는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

  • [춘추칼럼]희생자의 서사

    [춘추칼럼]희생자의 서사 지면기사

    거의 모든일 담당하는 여자 막중한 명령 느껴가부장 사회 착하든 나쁘든 남자의 서사 같아역사 발전 늘 희생자로부터 시작됨을 알아야근대 서정시의 걸작 가운데는 그 짧은 형식 안에 이야기를 품고 있는 시들이 많다. 물론 그 이야기는 압축되고 생략되어 있으며, 그래서 오히려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는 힘이 그만큼 커지기도 한다. 가까운 데서 예를 들자면, 이용악이 식민지시대에 썼던 시 '강가'는 여덟 줄의 시 속에, 아들이 감옥에 잡혀 있는 한 늙은이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마지막 네 줄로 그 이야기의 깊이를 만든다. "그 늙은인/암소 따라 조밭 저쪽으로 사라지고/어느 길손이 밥 지은 자췬지/끄슬린 돌 두어 개 시름겹다." 노인이 떠난 강가에는 돌을 세워 아궁이를 만들고 그 위에 솥단지를 걸어 밥을 지었던 흔적이 있다. 어느 나그네가 지나갔던 자취다. 이 길손의 취사는 기능으로만 본다면 오늘날의 등산객이 버너와 코펠로 밥을 짓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이 강가의 "끄슬린 돌 두어 개"가 그 시절 한 가정의 부엌을 간소한 형식으로 다시 조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엌은 가정의 중심으로 조왕신이 깃든 곳이다. 나그네는 혼자 몸으로 집을 이루고, 살 길을 찾아 그 집을 끌고 간다. 아마 노인도 감옥이 있다는 청진까지 아들을 찾으려 그렇게 밥을 지으며 갈 것이고, 청진에서 아들과 함께 그렇게 집을 짓고 허물며 돌아올 것이다. '강가'라는 제목은 무심하다. "시름겹다"는 말로 끝은 맺었지만, 어찌 이 시름을 다 말할 수 있겠느냐는 듯이 무심하다. 한 시대에 이 민족이 유랑하며 겪었던 고뇌가 이 무심함 속에 다 들어 있다.그러나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다.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에는 '살인자의 술'이라는 끔찍한 이야기를 담은 끔찍한 시가 들어 있다. 어느 술꾼이 잔소리하는 아내를 우물 속에 밀어 넣어 살해한 뒤 또다시 술집에 앉아, 아내에게서 풀려난 해방감과 아내를 죽인 자의 절망감을 동시에 읊고 있는 시이다. 그는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죽였다고 말하는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