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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말 한 마디와 국가의 흥망(興亡) 지면기사
나라 책임질 사람 선택하는 대선선거때마다 입에 담지못할 말 많아본인은 '한때의 말' 이라고 하지만국가와 자신 망친다는 사실 알아야부디 국민이 기억하고 나라 세우는아름다운 말들이 들려 왔으면…노나라 임금 정공이 공자에게 물었다."말 한 마디로 나라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하던데 참으로 그런 말이 있습니까?""한 마디 말로 그 정도 효과를 기약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르기를 '임금 노릇하기는 어렵고 신하노릇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니 임금과 신하가 이런 도리를 안다면 한 마디로 나라를 일으키는데 가깝지 않겠습니까."정공은 다시 물었다."말 한 마디로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런 말이 있습니까?""한 마디 말 때문에 나라가 망하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사람들이 이르기를 '임금 노릇하는데 다른 즐거움은 없고 오직 내가 명령을 내리면 아무도 어기지 않으니 이것은 참으로 즐거워할 만하다'고 하니 임금이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한 마디 말로 나라를 잃는데 가깝지 않겠습니까.""..."아무리 좋은 말이라 하더라도 한 마디 말로 나라를 일으키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평소 번드레한 말을 미더워하지 않았던 공자다운 말이다.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일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거니와 말로 나라를 다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임금과 신하가 이 말로 인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면 적어도 바로 나라가 흥하지는 않더라도 아름다운 미래를 기약할 수는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말 한 마디로 나라를 망하게 할 수는 있을까? 역시 공자의 이야기처럼 한 마디 말로 나라가 망하기는 어렵다. 모름지기 나라라는 커다란 물건이 하루아침에 망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라처럼 큰 물건만 있는 게 아니다. 때로 한 마디 말을 잘못하여 작게는 신세를 망치고 크게는 심지어 나라까지 망친 예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공자가 나라를 망친 예로 든 저 말도 본디 진나라 평공이 한 말이다.진나라 평공이 어느 날 신하들을 불러 함께 술을 마시다가 이렇게 말했다."임금 노릇해보니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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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근 칼럼]선(善)한 고을의 조건 지면기사
대선주자들 다양한 공약 주장문제는 그들의 선한 이야기가얼마나 진실에 가까운가 하는점이번엔 다수의 기계적 선택 아니길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그렇지않은 사람보다 많은게 '善'공자의 제자 자공이 스승에게 물었다."고을의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을 좋아하면 어떻습니까?""좋지 않다.""고을의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을 미워하면 어떻습니까?""좋지 않다. 고을 사람 중에서 선(善)한 사람은 그를 좋아하고 선하지 않은 사람은 미워하느니만 못하다."공자의 대답은 뜻밖이다. 고을의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대답이야 수긍할 수 있다 쳐도 고을의 모든 사람이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말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히려 공자는 선한 사람은 좋아하고 불선한 사람은 미워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그렇다면 세상에는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반드시 비관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공자의 말대로라면 고을에서 선한 사람의 수가 불선한 사람의 수보다 많아지면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그럼 어떤 사람이 선한 사람인가? 무엇이 선인지는 예부터 수많은 철학자들이 각기 다른 견해를 내놓았을 만큼 풀기 어려운 문젯거리다. 이를테면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한 에우다이모니아는 모두 선이 무엇인지에 대한 각기 다른 견해다. 16세기 조선의 성리학자 이황과 기대승이 8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다퉜던 주제도 다름 아닌 선과 욕망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둘러싸고 일어난 논쟁이었다.그런데 고대 동아시아인들이 어떤 것을 선이라고 생각했는지는, 선(善)이라는 문자의 자의(字義)를 살펴보면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한자의 선(善)은 양(羊)자와 공(公)자가 위아래로 배치된 글자다. 여기서 양(羊)은 뿔 달린 양을 그린 글자이고 공(公)은 함께 나눠 먹는다는 뜻을 담고 있는 글자다. 따라서 나눠먹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