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인칼럼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경인칼럼] 대학경쟁력이 국운을 결정한다 지면기사
미국에서 대학진학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20년 기준 고등학교 졸업자 가운데 곧바로 대학에 입학한 비율은 63%였다. 70%에 육박했던 2018년보다 약 7%p 줄어든 것으로 지난 10년간 가장 저조했다. 대학진학률 하락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에도 계속되어 2022년에는 전년보다 1.1% 더 떨어졌다. '대학에 갈 필요가 있는가?'라는 설문결과가 눈길을 끈다. 지난 4월 초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6%가 '대학은 가치가 없다'는 항목에 동의했다. 18∼34세 청년 응답자들의 동의비율은 더 높았다. 2013년 CNBC가 같은 조사를 했을 때의 '없다'는 답변 40%보다 엄청 높은 것이다. 4년제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데 투자된 시간에 비해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미국 대학 등록금은 2배 이상 올랐다. 등록금이 매년 약 7%씩 지속적으로 인상된 탓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의 추산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현재 학자금 대출 총액은 1조7천500달러(약 2천400조원)로 대학졸업자 1인당 평균 부채가 3만7천달러(5천200만원)에 이른다. 1인당 공교육비 2019년 기준 OECD '하위'등록금 15년째 동결 대학들 살림살이 '허덕' 한국에서도 대학진학률이 떨어지고 있다. 2007년에 82.8%로 정점을 찍은 이후 조금씩 줄다가 지난해에는 73.3%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대학진학률은 여전히 세계 최고다. 선진국(OECD)의 평균 대학진학률은 44%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2019년 기준 1만1천287달러로 OECD 36개국 가운데 30위로 바닥 수준이다. 2011년에는 32개국 중에서 22위였다.공교육비란 정부재원과 민간재원을 합한 수치이다. 한국의 공교육비 지출 규모 순위가 떨어진 원인은 공교육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재원인 등록금 동결로 크게 줄어든 반면에 정부재원은 그만큼 늘지 않은 때문이다. 대학
-
[경인칼럼] 정당체제는 임계점을 넘었다 지면기사
총선을 1년 남겨놓은 시점에서 보는 한국정당체제는 참담하다. 대통령실과 여당, 제1야당의 작금의 행태나 수준으로 볼 때 과연 정치가 지속가능한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원리인 책임성은 온데 간데 없고, 대표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제1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말할 것도 없고, 급기야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마당에 정당정치가 온전할 리 없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1년 당 대표 선거때 불거진 의혹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모르는 일이며, 개인의 일탈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송 전 대표가 인지하고 직접 개입한 정황을 의심할 수 있는 녹취가 공개됐음에도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송 전 대표는 대표로 선출된 이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 측이 주장한 결선투표를 일축하고, 중도 사퇴 후보들의 득표를 무효표로 처리함으로써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후 자신의 지역구인 계양을을 사실상 이 대표에게 넘김으로써 이 대표의 원내 입성과 당 대표로 선출되는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 계양을은 민주당의 텃밭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핵심 기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돈으로 표를 매수하는 매표(買票)는 대가성을 전제로 금품을 수수하는 부패 범죄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민주주의의 파괴행위이다. 표심을 교란하고 민심을 왜곡하며, 정당정치의 근본을 허물음과 동시에 대의제 자체를 형해화시키는 최악의 범죄다.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전대 돈봉투 의혹대통령·與 국정 재검토 안하면 상황 더 심각 여당 역시 나을 게 없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이슈와 시점에 따라 부침이 있겠으나 국정 지지도가 20%대에서 30%대 초라는 것은 임기 말이 아니라는 시기적 요인만 제외한다면 사실상의 레임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론이 제기될 때의 지지율이 20%대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을 회고해보면 보수정당으
-
[경인칼럼] '나도 달라'더니, '그깟 300'이라니 지면기사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돈 봉투가 오갔다. 송영길 당 대표 후보 측 캠프 인사들이 건넸고, 받은 쪽은 현역 의원과 대의원 수십 명이다. 의원 몇은 주려고도 안 했는데, '이왕이면 나도 달라'며 보챘다고 한다. 의원실과 보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검찰 주장이다. 검·여의 정치공작이라던 민주당은 녹취록이 공개되자 말이 줄었다.윤관석 의원,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통화는 물증에 가깝다. 불법자금 모금과 전달 경로가 구체적이고 선명하다. 강 회장이 6천만원을 조달해 300만원씩 열 개 봉투에 나눴다. 이를 받은 윤 의원이 의원회관을 돌며 대상자들과 만나 전했다. 이 부총장은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후에 3천400만원이 더해졌을 것이다.'민주 전대 돈봉투' 비리·부패정당 낙인 걱정'2008년 한나라당 전대 돈봉투 파문' 판박이 "돈이 제일 쉬운데." 이 전 부총장이 한 말이다. 선거판과 표심의 향배를 꿰뚫은 정곡(正鵠)이다. 유권자 수가 적은 전대에서 금권의 위력은 배가 되기 마련이다. 수십 년 선거판을 전전한 정치 낭인(浪人)다운 풍찬노숙의 위엄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2012년 당 대표 선거에서 패한 뒤 비슷한 어록을 남겼다. "바람은 돈과 조직을 이길 수 없다"고. 늦은 깨우침으로 차기 전대에서 새누리당 대표가 됐으나 '성완종 리스트'에 올랐다.'이정근의 입'은 종잡을 수 없다. 민주당은 연루된 의원만 열 명을 넘는다는데, 검찰 수사가 어디로 향할지 몰라 노심초사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와 겹쳐 비리·부패 정당이라 낙인 찍힐지 걱정이다. 자체 진상규명과 송 전 대표 귀국을 두고도 오락가락했다. 당이 조각날지 모른다는 위기론이 증폭된다. 국민의힘은 '더넣어 봉투당'으로 바꾸라 조롱한다. 위기에 몰린 김기현 대표도 반색이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2002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에,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을 잊었을 리 없다. 지금 민주당과 판박이다. 고승덕 의원이 돌려줬다는 돈 봉투 금액이 딱 3
-
[경인칼럼] 도시 브랜드와 민주주의 지면기사
서울시의 새 브랜드 슬로건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신규브랜드 후보로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과 '서울포유(Seoul for you)'를 두고 2월15일부터 3월16일까지 최종 결선 투표를 진행한 결과, '서울 마이 소울'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브랜드 슬로건은 지난 20년 동안 세 번이나 바뀌었다. 2002년 '하이 서울(Hi Seoul)', 2006년의 '소울 오브 아시아', 2015년의 '아이 서울 유'에 이어 세 번째 변신이다. 새 브랜드 홍보비와 기념품, 조형물 제작비에 드는 예산 낭비 논란과 함께 새 브랜드가 2006년도판을 연상시켜 신선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새 브랜드 '서울 마이 소울'은 서울과 '나'의 영혼을 등치시킨 은유 구조를 하고 있다. '서울'과 '소울'은 음가가 거의 같아 운율감은 강점이다. 동음이의어의 언어유희가 주는 가벼움도 있다. 새 브랜드의 의미를 '따뜻한 사람과 자유로운 열정이 가득한 내 마음이 향하는 곳 서울'이라고 하는 설명은 중언부언이다. '소울'은 '소울 메이트'와 같은 용례도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사후에 육체로부터 분리된다고 여기는 기독교적 생명 원리에서 유래한 말이라서 엄숙하고 비장한 느낌도 있다. 성공한 도시 브랜드는 민주적 소통의 결과로 만들어진다. 그만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독일 베를린시의 도시 슬로건인 '비 베를린(Be Berlin!)'은 4년여에 걸친 다양한 대시민 캠페인을 통해 만들어졌다. 베를린 시민과 관광객이 베를린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고민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도시브랜드 전략과 연결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뉴욕(New York)도 도시혁신운동의 일환으로 기존의 슬로건 'I♥NY'을 46년 만에 'WE♥NYC'로 리브랜딩했다. 이 브랜딩은 디자인을 바꾼 것이 아니라 뉴욕시가 역점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시민 참여형 자원봉사 프로젝트인 '스프레드 러브 NYC(Spread Love NYC)'과 연계하여 새로 제정한 것이
-
[경인칼럼] 리더십 유감(遺憾) 지면기사
봄이 왔다. 아직 2023년이라 날짜를 쓰는 것이 어색한데, 어느새 4월이다. 홍매·청매·진달래가 만발하고 성급한 벚꽃은 벌써 꽃잎을 떨구고 있다. 꽃이 이리도 만개했는데 벌들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 일찍 개화한 탓이다. 예년보다 13~17일이나 일찍 꽃이 피었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너무 이른 개화로 미처 벌들이 찾아오지 못하는 것이다. 개화 시기와 벌들의 먹이활동 사이의 시간적 불일치를 탈동조화라 하는데, 탈동조화는 식물의 수분(受粉) 활동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탈동조화가 어디 이뿐이랴. 정치 리더십과 선거제도와 시민들의 기대가 서로 엇박자를 그리며 또 다른 탈동조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치 지도자와 리더십 문제로 우리뿐 아니라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위기는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정치하는 정치 리더들과 현재 정치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말한 "국민(people의 바른 번역은 국민이 아니라 인민이다)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는 현재 민주주의 시스템 및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定義)로 수용, 인유된다. 그러나 국민에 의한(by people)이 반드시 국민을 위한(for people)으로 연결되지 않고 이 사이에는 엄청난 낙차와 불일치가 존재한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현 선거제도에서 국민에 의한 투표는 항상 후회를 남기고 국민이 스스로 자기의 발등을 찍은 결과로 끝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투표 이후의 불복과 항의 시위들도 그 증거다.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가와 사회의 안전을 아랑곳하지 않는 지도자의 노선과 도덕성, 자질문제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국가적 리스크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 정치적 이득위해 국가·사회안전 아랑곳불필요한 갈등 야기·국가적 리스크 작용 허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전쟁을 불사하는 러시아 대통령, 경기 활성화를 명분으로 엄청난 규모의 달러화를 살포하여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 전 수상과 아무런 차별 없이 정책과 노선과 철
-
[경인칼럼] 주목되는 하반기 물가 지면기사
지난달 정부는 물가와의 일전(一戰)을 벌였다. 2월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 조절"은 물론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및 지방정부에도 지방공공요금 안정을 당부했다. 같은 날 서울시가 오는 4월 지하철·버스 기본요금 300∼400원 인상계획을 하반기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내 22개 시·군이 상·하수도, 쓰레기봉투 가격 등 지방공공요금 동결을 선언하는 등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기민하게 대응했다.이날 윤 대통령은 은행과 통신부문에도 경고장을 날렸다. "통신, 금융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며 고통분담을 거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3일에 기준금리 동결로 정부에 화답했다. 보험, 캐피털 등이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3월 한 달 동안 추가 모바일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볼멘소리를 해대며 대출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는 주류가격 인상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었다. 소주병 공급가격이 20% 넘게 올라 식당에서 파는 소주 한 병 가격이 6천원까지 오를 것이란 소문에 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다급했던 정부가 지난달 26일에 소주가격 실태조사 운운하며 소주업체들을 압박한 것이다. 다음날인 27일 국내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당분간 소주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 발표하자 나머지 소주업체들도 뒤를 이었다. 맥주업계는 주세(酒稅)가 리터 당 30.5원 올라 4월부터 출고가를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대세에 승복했다. 풀무원샘물은 이달부터 출고가를 5.5% 올릴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가 재임기간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폈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돈 남 말 하는' 격이 되고 말았다. 정부, 주류가격 인상 제동걸자 업계 '주춤'전기·도시가스 요금 언제까지 묶어놓을지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
[경인칼럼] '적대적 공생'이라는 결정적 장애를 극복해야 지면기사
한국정치가 앓고 있는 결정적 장애는 정치양극화다. 양극화가 정파간 극단적 대립을 불러오고, 정치는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한 채 정치 행위자의 권력추구 공간으로 전락한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결정적이고 직접적 원인은 강성지지자로 불리는 팬덤 지지층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강경 극우성향의 태극기 세력은 헌법 체계를 부정하고 국정농단을 저지른 행위에 대한 비판과 처벌을 부정하고, 맹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비호하며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 2019년 '조국 사태'때 보편과 공정, 상식을 외면한 조국 수호 세력은 명백한 사실 확인을 마다한 채 조국 전 장관과 그의 아내인 정경심 교수를 비호했다. 그리고 검찰개혁이란 명분으로 조국을 수사하는 검찰의 수사권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에 반대한 '태극기 세력'과 '조국 수호 세력'은 정권을 상대정당에 넘겨줘야 했다.특정 세력 유지 위해선 '팬덤 활용' 절대적중도, 정치공간 퇴출 무당층으로 존재 상실국민의힘의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하고 김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하며 대치정국을 풀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의 여야 정당체제의 구조적 특성상 정치복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두 가지다. 첫째, 김 대표가 대통령실의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지원에 힘입어 대표에 당선됐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당무개입 논란이 있지만 이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국민의힘의 핵심 당직에 친윤 그룹이 포진하면서 대통령실의 여당 장악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이는 정당의 상대적 자율성을 여하히 확보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지만 정치권력의 속성상 자력으로 쟁취하지 않은 권력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둘째, 여권내의 견제와 비판의 작동 여부보다 정당체제의 정상적 운영과 관련하여 주시할 점은 여야의 적대적 공생 구도가 지속되고 강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여야 관계의 경색 구도가 확대 재생산할 확률이 높아진 것은 '친윤' 대 '친명'이라는
-
[경인칼럼] 지역조합 이대로 안된다 지면기사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지난주 치러졌다. 경기도 180명, 인천 23명 등 전국 농·수·축·산림조합장 1천346명이 선출됐다. 후보자는 3천82명으로, 평균 2.3대 1이다. 넷 중 하나(290명)는 무투표 당선됐다. 최고령은 82세, 최연소는 41세다.전국 축소판 경기도는 당선자 열 중 일곱(125명)이 수성에 성공했다. 셋은 리턴매치에서 승리했다. 초선은 52명(28%)에 그쳤다. 60대가 125명(69.5%)으로 압도했다. 50대 38명(21.1%), 70대 이상 17명(9.4%) 순이다. 40대 후보 6명은 전멸했다. 조합장 전원이 쉰을 넘었고, 최연소가 50세다. 평균연령만 높아졌을 뿐 4년 전 선거와 닮은꼴이다.현직이 절대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기회는 불평등, 과정은 불공정, 결과는 정의롭지 않다. 임기내내 조합원을 관리하는 조합장과 달리 도전자는 얼굴조차 알릴 방도가 마땅치 않다. 조력자 없는 '나 홀로' 홍보에, 그 흔한 현수막도 걸지 못한다. 선거기간(2주)에만 유권자 상대 문자 전송, 통화가 허용된다. 토론회도 열리지 않는 '깜깜이' 선거를 중앙선관위가 주관한다. 조합장은 선거 직전까지 자리를 지키며 프리미엄을 누린다. 20% 넘는 조합이 무투표인 까닭이다. 현직이 양보하지 않으면 사실상 기회가 없는 상황인 거다. 현직, 선거 직전까지 프리미엄 누려 '유리'특정인 수십년 독식·친위대 '그들만의 세상' 상임조합장은 연임만 허용되나 비상임조합장은 제한 규정이 없다. 당사자 의지면 무한 출마가 가능하다. 이런 연유로 파주에선 6선 신화가 탄생했고, 오산 포천 김포 파주에선 5선 조합장이 배출됐다. 전국으로 넓히면 5선 넘는 조합장이 널렸고, 10선 기록이 있다. 보좌그룹인 이사, 감사도 연임제한이 없다. 서로가 끌어주고 밀어주며 20~40년 왕좌를 지켜낸다.비상임조합장을 두게 된 사유가 있다. 조합장에 편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운영 전반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조합원의 실익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뻔한 틈새를 놓칠 리 없다. 전국 조합장 열 중 넷은 비상임이다.
-
[경인칼럼] '멋'의 인문학 지면기사
'멋'을 학술적 탐구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일상에서 늘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이겠으나, 문학이나 미학 분야의 논자들이 오래 전부터 다뤄온 미적 범주이다. 아직 '멋'이라는 말의 뿌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 고유어임에 분명하지만 중세국어에서 용례가 극히 드물어 조선후기나 근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이 근대적 생활상을 반영하기 위해 고안되거나 파생된 말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멋'이 문헌에 등재된 것은 게일(J.S.Gale) '한영자전'(1891)인데, 여기서 '멋'은 '맛'과 거의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 조지훈은 민족어의 미의식이 미각적 표현을 바탕으로 파생된 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멋의 본질을 밝히려고 시도한 초기의 논자들은 신석초, 이희승, 조윤제, 조용민 등이다. 그 가운데 신석초(申石艸)는 그의 '멋설'에서 멋이 한가롭고 여유로운 상태에서 발생한 정제된 감성으로 보았다. 국어학자 이희승은 멋의 본질이 '흥청거림'과 '일탈'에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국문학자 조윤제는 '멋이라는 말'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이희승의 일탈론을 비판하고 멋은 '조금 어긋난 행동' 즉 파격에서 생겨난 것이며, 한국적 미의 특징은 '은근과 끈기'로 파악하였다. 이들의 언급은 멋의 기원과 특성을 다룬 것으로서 멋의 일탈과 변형적 특성이 단편적으로나마 드러났다. 조지훈은 민족미학의 중심 개념으로 파악고유섭은 '즐거움 주나 통일성 결여' 비판 조지훈은 '멋'을 민족미학의 중심 개념으로 파악했다. 기존의 멋론을 종합한 '멋의 연구'에서 그는 '아름다움'과 '고움', '멋'을 한국 예술의 기본 범주라고 전제하고 그 가운데 '멋'은 한국적 미의 중심이요 이상이었으며 지도적 기능을 지닌 미적 범주였다. 그는 멋의 낙천적인 민족 정신이 정상과 규격을 뛰어넘는 변형미의 형식을 통해 다양성과 율동성을 드러낸다고 보았다. 지훈은 '멋의 예술론'으로 나아갔다. 멋의 예술은 슬픔 속에 신념의 힘을 갖춘 것이며, 소박
-
[경인칼럼] 경기도에는 왜 문학관이 없을까? 지면기사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중심부다. 인구나 규모, 예산 등 모든 면에서 서울에 버금가는 지역이다. 경기란 말은 왕의 직영지, 수도를 보위하는 울타리, 나라의 근본지지(根本之地)란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경기의 실상은 이 같은 언어적 의미와 한참 멀다. 서울과 가깝기에 서울의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누리며 서울에 버금가는 혜택을 받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경기는 규제도 많고 서울도 지방도 아니라는 모호한 위상으로 정책적 배려나 지방에 주어지는 지원 같은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중적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하다. 또 도의 특성상 직장이나 학교 등 서울이 주 생활무대이고 거주지만 서울 인근의 도시에 두는 경우도 많고 유입인구가 많기에 여타 지역에 비해 구성원들의 결속력이나 자기정체성도 그리 강한 편이 못된다. 특별한 사안이 아니라면 지역문제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중층성과 모호함은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도 지방도 아닌 중층성·모호함 지녀도립·광역 개념의 설립 확실한 주체 없어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 문학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 경기다. 그러나 역시 중심부이되, 중앙은 아닌 또 서울도 지방도 아닌 특수지역이기에 풍요 속의 빈곤, 혜택 속의 소외가 있는 것이다. 경기도에는 경기란 이름을 내건 다양한 문화시설과 기관(미술관·박물관·재단) 등이 있다. 그런데 딱 하나 문학관이 없다. 인천을 포함하여 경기도민이 찾아갈 수 있는 문학관은 2017년을 기준으로 조병화문학관·만해기념관·한국근대문학관(인천)·강화문학관(인천)·노작 홍사용 문학관·청류재 수목문학관·육필문학관·황순원 기념관·진아 문학박물관·한국시문학관·박두진 문학관 등 모두 11곳이 있다. 접근성은 있으나 인천광역시는 경기가 아니므로 실제로 경기도의 문학관은 9곳에 불과하다. 2022년 기준 경기도의 인구수는 1천358만9천432명이며 31개의 시군구가 있다. 이 거대규모의 지역에 문학관이 고작 9곳이며,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도립(道立) 문학관은 아예 없다. 많은 문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