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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인칼럼] ‘핵노답’ 대한민국 19대 국회

    [경인칼럼] ‘핵노답’ 대한민국 19대 국회 지면기사

    여야, 느닷없이 세비동결 선언 “인상 몰랐다” 딴청각종 비리혐의 의원직 상실 무려 22명 ‘최악 국회’답이 없는 ‘엄청나게 한심한 19대’ 일주일 남아의회주의자였던 김 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렸던 지난 26일 국회는 모든 것이 잿빛이었다. 국회를 삼킬 듯 쏟아지는 눈발 때문인지 숙연함이 국회를 휘감아 돌고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일시에 반전되는 일이 일어났다. 서로 잡아 먹지 못해 늘 으르렁거리던 여·야 예결위 간사의 느닷없는 공동성명 발표 때문이었다. 영결식 후 이들이 함께 발표한 성명서에는 “오늘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 날”이라며 “그분이 남겨주신 유지를 받들어 의회주의 정신에 따라 여야 간 정쟁이 아닌 화합과 상생의 예산국회를 만들도록 여야 간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며 “국회의원 세비 3% 증액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자 세비 인상분을 반납한다”고 적혀 있었다. 자신들의 봉급에 해당하는 세비를 올리려다 반발 여론이 예상밖으로 빗발치자 하루 만에 세비 동결을 선언하며 불 끄기에 나선 것이다. 이날 여·야 운영위원들은 한결같이 세비 인상을 몰랐다고 딴청을 부렸다. 예산안 심사 자료에 국회의원 세비 항목이 별도로 나와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거짓말이다. 이날 우리를 더 웃기게 만든건 성명서의 결론부분이었다. 야당 간사는 ”김 전 대통령이 내년도 세비 인상을 거부하고 국민들의 고통에 동참하겠다는 여야 간사들의 (협력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고 기쁜 마음으로 국민의 곁을 떠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도 ”YS께 드리는 마지막 보답“이라고 말했다. 아전인수(我田引水)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이날 여야간사의 발표는 19대 국회 앞에는 늘 ‘사상 최악’이라는 관형어가 붙어 다니고 왜 개그 프로였던 ‘봉숭아 학당’이라고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19대 국회는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것이다. 의원실에 카드단말기를 설치한 의원,대낮에 호텔방에서 그렇고 그런짓을 한 의원 등 그 근거는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지만, 우선

  • [경인칼럼] YS에 대한 인천 기억과 인물 재조명

    [경인칼럼] YS에 대한 인천 기억과 인물 재조명 지면기사

    강화·옹진 편입과 송도 갯벌매립 신도시조성 결정하나회 해체 ‘軍정치개입 차단’ 군부통치 종식시켜산업·민주화… 지금의 대한민국 만들어 낸 디딤돌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로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수 놓았던 민주화 세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6년 전 세상을 떠난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양김으로 불리며 부국강병이 최우선이라는 산업화 세대의 국가우선론에 끈질기게 저항하고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온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의 법칙은 거스를 수 없다지만 한 시대를 이끌었던 두 사람을 모두 보내니 새삼 허망하고 안타깝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천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인천이 지금처럼 넓은 면적을 가진 국제도시로 자리매김 한데는 그의 공이 크다. 강화와 옹진을 경기도에서 떼어내 편입시켰고 김포의 검단면이 인천의 시계로 들어온 것도 김 전 대통령 재직시절이다. 갯벌로 남아있던 송도 앞바다를 매립해 신도시를 만들도록 결정한 것도 그였고 인천공항을 세계적인 공항으로 키우도록 한 것도 그였다. 지금 인천의 모습은 기실 김 전 대통령에 의해서 자리매김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어쩌면 김 전 대통령은 투옥과 연금이 반복되고 국회의원직에서 조차 제명당하던 1970~80년대의 엄혹한 시기를 민주화의 소명의식으로 버텼고 그 과정에서 노동운동과 인권운동의 성지로 자리매김하며 수도권의 민주화 전진기지 역할을 해온 인천에 대해 동지의식이나 부채의식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대한 갑론을박은 현대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이승만과 김구 박정희와 김대중에 대해서처럼 현재 진행형이지만 꼭 첨언 하고 싶은 게 있다. 미시적으로 보지 말고 거시적으로 보고 부분으로 판단하지 말고 전체를 보고 평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며 90년 노태우 대통령의 민정당과 전격 합당해 여당정치인으로 변신한 김 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시비가 분분하지만 92년에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 보여준 행보는 왜 합당을 결심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 [경인칼럼] 국면 전환의 정치학

    [경인칼럼] 국면 전환의 정치학 지면기사

    ‘국정화 이슈’ 예산심의·민생법안 논의자체 차단여 ‘발빠른 전환’-야 ‘만성 무기력’ 기대 부응못해여권 ‘의제설정’ 야당 압도… 與, 다음카드가 궁금가치판단이 배제되는 정치는 패권정치로 흐르기 십상이다. 가치의 지향이라는 정치의 본령이 낯설어진지는 오래됐다. 다이내믹스와 불가측의 정치가 일반화되고 있는 정치현실이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로 마냥 합리화될 수는 없다. 여야 정당 내부의 역학관계와 권력지형의 변화 등 정치적 현상들은 정치 그 자체의 동력으로 추동된다. 이는 권력정치적 관점에서의 정치현상이다. 그러나 정치가 권력을 추구하는 본질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또 한편의 간과할 수 없는 영역이 계층간의 사회경제적 간극을 메꾸고 분출되는 갈등을 관리하는 정치 본연의 임무다. 여권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를 제기한 이후 정부의 국정화 확정 고시가 있었고,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반발을 민생발목잡기로 야당을 몰아붙였다. 정기국회 기간의 상당 부분을 뜬금없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소진하게 된 원인 제공자는 여권이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찬반 여부와 무관하게 국면을 재빨리 전환하여 야당에게 역공을 취하는 형국이다. 야당은 이슈에 끌려다니면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정국은 야당의 지지율 상승과 연결되지 않고 오히려 새누리당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는 한국정치의 역설을 목도한다. 정국을 주도하려면 의제 설정에 능해야 한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당위 여부와는 별도로 국정화 이슈는 정기국회의 예산심의와 새누리당이 그토록 강조하는 민생법안의 논의 자체를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야당은 전선을 형성하고 공세적으로 나왔으나 교과서 정국에서 이슈를 주도한 측은 여당이었다. 이후 유승민 의원 부친 상가에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의 TK 물갈이 관련 발언이 있은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는 이른바 총선심판론은 정치권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국회에 대한 압박과 새누리당 비박에 대한 경고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야당이 선거개입 가

  • [경인칼럼] 도시 브랜드와 도시 거버넌스

    [경인칼럼] 도시 브랜드와 도시 거버넌스 지면기사

    ‘I.SEOUL.U’ 독자적 의미 전달능력 못 갖춰 논란브랜드 제정할때 전문가·시민·외국인 참여 필수각 주체 소통하는 실용적 거버넌스체계 고민해야서울시가 2016년부터 사용할 새 도시브랜드로 ‘아이·서울·유(I.SEOUL.U)’를 선정 발표했으나, 곧바로 의미가 모호하다는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서울시는 9억원을 들여 개발한 새 브랜드에 대한 논란이 새로운 이름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산통치고는 너무 커 보인다. 브랜드 슬로건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정치적 이해관계도 암암리에 작동되게 마련이다. 그런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겠지만, 몇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새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는 국내 여러 도시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 새브랜드는 선정 과정과 조어 방식을 보면 혁신적 요소도 많다. 특히 브랜드 선정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새브랜드는 시민 사전투표, 시민심사단 1000명의 현장투표, 전문가 심사단 현장투표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선정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10만명 이상의 서울 시민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하니 거버넌스의 모범사례라 할만하다. 또 서울시의 새 브랜드는 도시명에다 ‘Dynamic’, ‘Colorful’ ‘Fly’ 과 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종래의 브랜딩 방식을 벗어나 시민(‘I’)을 브랜드의 핵심요소로 도입했다. 이런 명명법은 국제적 트렌드를 반영한 국내 첫 사례라 할 수 있다. 서울시의 새 브랜드가 논란의 대상이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브랜드가 독자적 의미 전달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시 브랜드는 설명 없이도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직접적인 환기 효과를 위해 기업이나 도시들은 브랜드 제작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뉴욕시의 브랜드 ‘I ♥ NY’에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하트가 뉴욕의 특산물인 사과를 의미한다는 설명이 추가되기도 하지만 이는 디자이너들의 주관적 스토리텔링으로 일종의 덤일 뿐 몰라도 그만이다. 암스테르담의 ‘I amsterdam’(

  • [경인칼럼] “KBS 인천지역국이 필요한가?”

    [경인칼럼] “KBS 인천지역국이 필요한가?” 지면기사

    ‘가치 재창조·정체성 회복’에 더할 나위없는 무기방송국·네트워크에만 집착하다보니 답 못찾아‘인천의 관점’ 적극 반영하는 방송콘텐츠가 필요지난해 3월, 존함을 대면 누구나 다 알만한 지역원로를 찾아뵙고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의 설립 목적과 역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드린 뒤 막 일어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자네는 인천에 KBS 지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원로의 하문(下問)은 필시 부산, 대전, 강릉 등 전국 18개 시에서 총국 또는 지국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KBS 지역국을 염두에 두신 게다.“있으면 좋겠으나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그렇게 답했다. 공영방송인 KBS의 인천지역국이 있으면 분명 좋을 것이다. 인천시가 부르짖고 있는 ‘인천 가치의 재창조’나 ‘인천의 정체성 회복’에 더할 나위 없는 무기가 될 것이다. 서울의 그늘에 갇혀 ‘지역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인천사회에 생기를 불어넣는 동력이 될 것이다. ‘인천의 관점’이란 것이 생겨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KBS 인천지역국 유치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간절한 인천의 바람과는 달리 수도권이라는 단일한 문화적 생활환경에서 독자적인 제작시스템을 갖춘 지역국을 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더군다나 인천시청에서 여의도 KBS 본사까지는 직선거리로 20km 남짓한 지척이다. 지금 수원에 있는 KBS 경인방송센터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지역국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뉴스를 위해 기능한다. 이러한 구조로는 ‘인천 가치의 재창조’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시간이 흘러 올해 7월, 인천의 한 언론인단체가 주최한 ‘방송주권 찾기’ 토론회에서 ‘인천의 방송’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그러나 도출된 대안들도 설득력이 약하다. 케이블TV와 IPTV는 유료방송이다. 방송권역도 저마다 다르고, 네트워크도 제각각이다. 시청자의 보편적 접근권이 허용되지 않는 방송시스템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거론된 인터넷과 모바일 인터넷 기반의 인천N방송은 얼핏 맞춤의 해결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천N방송은 태생

  • [경인칼럼] 나라밖 국사 훼손은 어쩌나

    [경인칼럼] 나라밖 국사 훼손은 어쩌나 지면기사

    中 짝퉁가이드들 유커에 잘못된 관광안내 ‘수두룩’자격미달 현지인이 독점 활동 ‘질 저하’역사전쟁만 할게 아니라 ‘한국사 날조’ 신경써야“코끼리는 보지 못했으나 악어는 수두룩했다. 악어는 인육(人肉)을 먹는 공포의 괴물이다. 몇몇 야만인들은 악어 뱃속에서 절반쯤 먹어치운 어린이 시체가 한꺼번에 셋이나 나온 경우도 목격한 적이 있다고 했다.”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열대우림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멜표류기로 알려진 이 책은 1668년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최초로 간행된 이래 1670년에는 프랑스어로, 1672년에는 독일어로, 1704년에는 영어로 각각 번역 출판되어 유럽전역에 퍼졌다. 신라의 왕도(경주)는 중국 시안(西安)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며 삼국시대의 의복과 금속활자는 중국 것과 똑같다. 고려청자는 당삼채(唐三彩)를 흉내낸 것이며 자격루(물시계)와 측우기는 모두 중국에서 들여간 것이다. 한글은 창살을 본 따 만들었고 허준은 대장금의 스승이다. 정조는 중국의 신하인 탓에 화성행궁을 북경 자금성의 화장실 만하게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여전히 중국의 속국(屬國)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은 전부 가짜로, 진품은 모두 일본에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에 수집한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들의 안내오류 사례들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언감생심이고 일본의 식민사관보다 더 심하다. 우리나라 땅에서, 그것도 조상들의 얼이 서린 역사현장에서 무자격 관광가이드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고유의 문화유산을 유린하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희화(戱化)하는데는 불쾌하다 못해 어이가 없다. 역사문맹인 국민들이라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근래 들어 급증한 외국인 방한객수가 배후요인이다. 국내방문 외국인수가 2008년 689만 명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천420만 명으로 6년 만에 2배나 신장한 것이다. 중국인 유커(遊客)들의 방한 격증은 점입가경이어서 작년 기준 외국인 관광객 2명 중 1명이 중국인이다. 중국인 대상의 싸구려 관광이 근본원인인데 유커들의 ‘통 큰’쇼핑에 주목한 국내 여행사와 면세점간의 치열한 경쟁이 한몫 거들었다. 돈

  • [경인칼럼] 우리는 언제 만나러 갑니까

    [경인칼럼] 우리는 언제 만나러 갑니까 지면기사

    실향민들 66년째 가족 생사조차 모르는 한많은 사연‘영변군 남송면 천수동 117’ 형은 동생 못보고 그만…상봉단에 누락된 ‘1세대들 만남’ 정부가 답해 줘야대문 앞에서 아버지 어머니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골목길 끝까지 따라왔던 동생이 형을 쳐다봤다. “형, 아무래도 안되겠어. 난 집에 갈래.” 잡았던 손을 스르르 풀며 동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뛰어 갔다. 형은 뛰어가는 동생을 향해 외쳤다. “한달 뒤에 올게!” 1949년 여름 어느 날, 평안북도 영변군 남송면 천수동 117번지 앞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형은 동생과 그렇게 헤어졌고, 한달뒤 돌아가겠다는 형은 6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대가족이 남쪽으로 내려오는데 포탄이 떨어졌다. 혼비백산. 가장 나이 많은 어른이 말한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반은 여기 남고 반은 내려가라. 그리고 곧 다시 만나자.” 그래서 가족의 반은 남쪽으로 내려오고 반은 그냥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들도 지금까지 가족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지 못하고, 그 나이 많은 어른 역시 세상을 떠난지 한참 지났다. 실향민 중 이 정도 슬픈 사연이 없는 집은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 몇 안되는 가족이 모이면 어른들은 고향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 동생 이야기로 온종일 시간을 보냈다. 6·25 전쟁 얘기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 어린 나로서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른들이 모이면 왜 무용담을 풀어 놓듯 오랜 시간이 지난 고리타분한 얘기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지, 마치 장롱속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처박혀 있는 빛바랜 사진들을 보고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그게 먼 옛날 얘기가 아니었다. 불과 10여년전에 끝난 전쟁 이야기였을 뿐이다.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을 붉게 물들였던 2002년 월드컵으로 이야기 꽃을 피운다면 우리 아이들이 고리타분하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이 열린 지도 벌써 13년이 지났다. 그때 어른들도 불과 10여년전에 끝난 동족상잔의 비극을 어제 일처럼 얘기하

  • [경인칼럼] 이순신 장군의 수군 본영을 내륙에 둔다면

    [경인칼럼] 이순신 장군의 수군 본영을 내륙에 둔다면 지면기사

    해경, 세종시에 있다면 상황대처 늦고 피해도 커지역정치권, 이전설 나도는데 어물쩍 거리기만서해 지키고 어민 보호하기 위해선 인천소재 당연지금 서해에선 꽃게잡이가 한창이다. 매일 수백 척 어선들이 만선의 꿈을 안고 백령도 등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힘든 건 국경을 침범해 불법조업을 하는 것도 모자라 어린 꽃게들까지 싹쓸이하는 중국어선들이다. 대규모로 움직이는 중국어선들은 우리 어민들이 설치해 놓은 어구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주인인 한국어선들을 향해 위협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이런 중국어선들을 제압하고 어민들을 보호해 주는 게 해경이다. 인천에 본부를 두고 있는 해양경비안전본부는 현장에 가까운 만큼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어 어민들 보호와 불법 조업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북방 한계선을 수시로 침범하는 북한에 맞서 해군과 함께 서해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현실도 해경본부가 인천에 있어야 하는 당위성에 한몫한다.현장성은 그만큼 중요하다. 해경이 해안도시인 인천에 있지 않고 내륙에 있게 되면 바다에서 일어나는 각종 상황에 대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고 그만큼 피해도 커진다. 임진왜란때 바다에서 왜적을 막아낸 이순신 장군의 수군 본영을 현장인 바다가 아닌 내륙에 두고 왜적을 막으라는 말과 같다는 얘기다.이처럼 상황이 명백한데도 해경본부의 세종시 이전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흐린 날 초가집에 연기 스며들듯 올해 초부터 나오던 이전설이 지금은 거의 기정사실처럼 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된 데에는 사돈이 땅을 사든 말든 난 모르겠다며 외면해온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인천의 정치인 중에는 현 정부에서 큰 역할을 하는 중량급들도 여럿이고 야권에서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는 의원들도 여럿이다. 그런 이들이 정작 중요한 지역 현안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이전설이 가시화될 때까지 지역 정치인 중 누구도 적극적으로 반대하거나 목소리를 높였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지역 여론이 들끓고 시민들의 이전반대운동이 시작되고서야 뒤늦게 어물쩍거리는 현실은 도대체 힘 있는 정

  • 정치 복원을 잃은 한국정치

    정치 복원을 잃은 한국정치 지면기사

    당청, 유승민 사퇴이후 다시 수직적 관계 순치 형국새정치, 당안팎 내홍·분열 심화로 갈등 고착화 양상야, 정부 견제 동력 잃고… 여, 존재감 찾기 어려워1996년의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은 국회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다. 그리고 그 해 말 김영삼 정권은 노동법 날치기 통과를 강행하고 1997년도 초의 수서 비리와 이후 닥친 김현철씨 구속 등 가파른 레임덕은 김영삼 정권을 식물정권으로 전락시켰다. 임기 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6%대였다. 정권은 김대중 정부로 넘어갔다.내년 총선은 1996년의 15대 총선 이후 20년만이다. 그리고 다음 대선의 시기도 그 당시와 같다. 청와대로서는 15대 총선을 반면교사 삼아 20대 총선에 박근혜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방패막이가 되어 줄 수 있는 측근 친위그룹의 의원들을 여의도에 입성시키려 할 것이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 방문때는 대구지역 출신 의원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반면 대구 경북 출신의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과 신동철 정무비서관이 박 대통령을 수행했다. 이른바 ‘유승민 찍어내기’때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은 대구지역 의원들에 대한 압박과 경고의 의미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측근 그룹에 대한 공천에 대한 의지를 의도적으로 대외에 천명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며칠 후 인천행사 방문 때 새누리당 인천출신 의원들이 모습을 나타낸 것과 대조적이다.박근혜 정부의 출범 이후 첫 해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국정의 축을 상실했고, 다음 해인 2014년은 세월호 참사가 갈 길 바쁜 정권의 발목을 잡았다. 올해는 메르스 사태로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이로 인해 조성된 남북긴장을 적절히 관리함과 동시에 방중외교 성과 등으로 국정 지지율은 박근혜 대선 후보 당시로 복원되었다.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독무대 정국이 여의도 정치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는 평가에 이론(異論)이 없다. 정부 여당은 박근혜 정권이 임기 반환점을 돈 이후 노동개혁을 최대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노·사·정 타협과 함께

  • ‘지옥 불반도’의 풍자와 현실

    ‘지옥 불반도’의 풍자와 현실 지면기사

    희망없는 미개지 떠돌다 삶 마감한다는 스토리텔링 젊은이들 꼬인심사 지적은 말꼬리 잡기식 비난일 뿐 입시지옥·청년실업 대책없으면 ‘탈조선’ 폭발할 수도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 ‘지옥불반도’나 ‘헬조선’과 같은 유행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옥불반도는 블리자드사의 리니지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나오는 가상 지역을 패러디한 것이다. 지옥불반도의 관문인 ‘출생의 문’을 지나면 바로 ‘노예전초지’가 나온다. 이 곳을 지나면 ‘대기업의 성채’가 나타나는데 이 성채를 넘지 못하면 ‘자영업 소굴’, ‘치킨사원’, ‘백수의 웅덩이’ 등을 전전해야 한다. ‘공무원 거점’이나 ‘정치인의 옥좌’도 안전지대이지만 대기업 성채보다 공략하기 어려운 요새들이다. ‘이민의 숲’이 있으나 탈출은 어렵다. 결국 희망도 없는 미개지를 떠돌다 탑골공원에서 삶을 마무리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 이 풍자의 스토리 라인이다. 네티즌들에게 ‘헬조선’은 지옥불반도의 동의어다. 한국의 옛 명칭인 ‘조선’에 지옥이란 뜻의 접두어 헬(Hell)을 붙인 합성어로 지옥 같은 한국이란 표현이다. 헬조선의 사람은 금·은·동·흙·똥수저로 상징되는 다섯 계급으로 나뉜다. 금이나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한 평민들은 ‘탈조선’을 꿈꾸지만 그 실현은 불가능하다. 헬조선 담론이 부상하자, 한국을 지옥에 빗댄 표현의 과격성에 대한 지적도 있고, 모든 문제를 사회 탓으로만 돌린다는 개인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GDP 세계 11위, 국민소득 3만달러의 우리나라를 지옥에 비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헬조선 담론이 신랄하고 공격적인 비판을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풍자에 속한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 한다. 풍자(諷刺)적 표현에서 공격의 목적은 잘못된 현실의 교정과 개량이지 파괴나 폐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가 크다. 탈춤의 대사나 행동은 양반과 신분사회에 대한 신랄한 조롱과 풍자를 담고 있지만 해학을 통한 카타르시스의 효과가 더 크다. 네티즌들의 ‘탈조선’이니 ‘죽창’이니 하는 표현 속에서도 부정적 형식의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