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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 라는 현실

    ‘미래’ 라는 현실 지면기사

    가족보다 스마트폰·사이버공간에 의존하는 현실윤리적 삶 실천 않을땐 도전의 희생물 될 가능성 커‘미래 시나리오 맞대응’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월22일에 올해 첫 황사주의보가 발령되었고, 이튿날 서울과 경기도·인천시에 황사경보가 내려졌다. 하늘을 덮은 흙먼지로 야외활동이 거의 어려운 수준이었다. 일주일만인 3월2일, 중국 내륙에도 강력한 황사경보가 내려졌다. 연이은 황사경보는 과학영화 ‘인터스텔라’에 묘사된 지구상황을 보는 듯해서 더 우울하다. 영화 속의 지구는 먼지폭풍이 수시로 불어와 옥수수 재배만 가능한 상태로 묘사되었다. 실내의 그릇도 먼지 때문에 뒤집어 두어야 할 정도의 절망적 일상을 보내야 하는 지구인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우주로의 탈출이다. 최근의 미래 보고서에 나타나는 상황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에 가깝다.미래예측 가운데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가장 우려스럽다. 2009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에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지만 탄소배출량 제도는 계획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 25년 이후인 2041년 께 지구 평균기온은 2℃ 상승 한계선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건조지대가 확장되고 사막화된 토양이 늘어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처럼 미세먼지 폭풍은 도시를 주기적으로 강타한다. 극지방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하면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해변 주거지는 사라지게 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밝힌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2100년께 우리나라 국토의 4.1%(4천149.3㎢)가 바다에 잠길 수 있다고 한다. 광역지자체별로 보면 전남 34.6%, 충남 20.5%, 전북 14.8%, 인천 11.3%, 경기 7.3%에 해당한다. 지자체 면적 대비 범람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인천으로, 도시 전체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45.5%가 바다에 잠기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도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다. 정보학자들은 지난해에 일어난 일 중 가장 중요한 사건의 하나로 러시아에서

  • 집권 3년차, 박대통령의 ‘골든타임’

    집권 3년차, 박대통령의 ‘골든타임’ 지면기사

    진보·보수 막론 모든 언론서 비난 화살전직 대통령들의 회고록은 일종의 자기항변지금 이시간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음을 명심해야세월이 참 빠르다. 어른들은 나이 들면 시간의 빠르기가 나이에 비례한다고 말하곤 했었다. 80대는 80㎞의 속도로 50대는 50㎞로 시간이 달린다는 것이다. 40대만 해도 ‘흥’하고 코웃음을 쳤었다. 그러나 50대로 접어드니 시간이 가슴이 서늘할 정도로 빠르다. 오늘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한걸음 더 내딛는 내일은 취임 3년차에 접어들게 된다. 벌써 3년차라니. 60대의 박 대통령은 60킬로의 속도로 달렸을 법도 하지만 ‘벌써?’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대통령 임기가 5년이라해도, 대선기간과 겹치는 마지막 5년째를 빼면, 실제로 권력의 절반이 지난 셈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소신껏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기간도 불과 2년 남은 셈이다. 마라톤으로 따지면 반환점을 돈 것이다.정치인도 따지고 보면 연예인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듯하다. 눈물겨운 데뷔 시절이 있다가, 운이건 실력이건 천금같은 기회를 잡아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면 그의 이름 앞에 어느덧 ‘스타’라는 관형어가 붙는다. 그리고 몇년동안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다 여지없이 내리막길을 타게 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몇 선을 하다가,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거치는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다, 운이 좋으면 대권에 도전하게 되고, 선거에서 이기면 권력의 최정상에 오르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대권을 손에 쥔 박 대통령은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면서 정치인 박근혜 시절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국가 발전 지도’에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다. 그런데, 보수 진보 막론하고 모든 언론이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을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집권 2년동안 황사속을 걷듯 모든게 애매모호했을 뿐 손에 잡히는 정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국정원 댓글사건, NLL 논란으로 1년이 지났고, 세월호 사건과 정윤회 파동으로 1년을 홀랑

  • 행정한류의 그늘

    행정한류의 그늘 지면기사

    세계적 ITC 강국답게 e정부는 세계최고 수준전자정부서비스의 지속적 업그레이드 불문가지납세자편의에 수많은 컴맹들 또 얼마나 시달릴지수도권 중견기업에 다니는 ‘컴맹’ K부장은 지난주에 또 한 번 곤욕스러운 연례행사를 치렀다. 수년째 봉급은 제자리이나 주거비와 자녀교육비 등은 갈수록 올라 한 푼이 거금이어서 절세 필요성이 더욱 커졌으나 연말정산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꼭지(?)가 돈다.‘13월의 세금폭탄’ 탓만 아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임금근로자들은 교육비, 의료비, 보험료영수증 등 1년 치 증빙자료들을 한꺼번에 경리부서에 넘기면 그만이었지만 근래에는 각자의 소득정산업무를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탓이다. 올해에는 정산방식이 종전과 달라 K부장은 더 곤혹스러웠다. 같은 처지의 동료들처럼 IT에 능숙한 젊은 부하 직원들의 도움이 절실하나 매번 신세를 지는 것도 너무 부담스러웠다. 자신이 컴맹이란 사실을 사내에 더는 노출시키기도 민망해 이번엔 자력으로 난제(?)를 처리했다.각종 소득공제 영수증은 반드시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서 발급받은 것이어야 한다. 세계 최고(?)의 전자세정인 홈택스(hometax.go.kr)를 이용하려면 공인인증서가 필요한데 홈페이지 접속과 함께 스미싱이나 파밍 등 각종 사이버 금융사기 경고 팝업들이 K부장을 긴장시켰다. 마지막 통과의례는 각종 세무자료를 항목별로 PC에 입력하는 작업이다. 회사에서 입력관련 설명서를 첨부했으나 생경한 용어들이 많아 해득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또한 입력시 실수 염려는 물론이고 작업을 종료했어도 제대로 잘한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어 개운치 못하다. 더 낸 세금은 되돌려준다고는 하나 회사 일만 해도 오버로드인데 언제 신경을 쓰겠는가 말이다. ‘세금도둑’이란 오명은 더더욱 반갑지 않다.1천600만 명의 임금근로자 중 연말정산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종합소득세 신고철인 매년 5월에는 세무서마다 인산인해의 컴맹 납세자들로 한바탕 소동을 치른다. 과도기적 현상이라고는 하나 전자정부의 대가치고는 너무 크다는 인상이다. 오로지 조

  • 청년 창업자여, 해적이 되라

    청년 창업자여, 해적이 되라 지면기사

    낭만창업자 절박한 순간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기업가로서 성공위해 목숨 건 승부사정신 결핍불굴의지·위험돌파 용기 가슴깊이 담겨 있어야#1, 전자공학과 3학년생으로서 1년 전 창업 아이디어를 잉태했다. 동료 4명과 함께 창업 팀을 구성해서 창업 경진대회에 참여했고 과분한 상(賞)도 받았었다. 경진대회에서 우리를 주목한 전문가들로부터 조언과 멘토링도 받았다. 최근 정부로부터 사업자금을 지원받으니 더욱 비장해 진다. 그런데 언제 창업을 해야 할까? 막상 창업을 생각하면 두렵다. 다른 멤버들도 빨리 창업하자고 하지는 않으니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2, 2007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하는 이매진 컵에서 2등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핑거 코드', 시각 및 청각 장애인들이 읽을 수 있는 장갑 모양의 장치와 그것을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였다. 당시 빌 게이츠를 놀라게 했던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창업하기에는 국내시장 규모가 작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정황 속에서 창업을 하진 못했다. 그런데 7년 후인 2014년 MIT 대학생들이 '핑거 리더'라는 이름으로 실시간으로 인쇄된 글자를 읽어주는 '웨어러블(wearable)' 기기를 개발했다. 이들은 곧 바로 창업했고 실리콘밸리의 투자 자금이 연일 몰려들고 있다.최근 청년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언론도 청년창업에 관한 기사를 연일 쏟아낸다. 실제로 청년창업은 크게 늘고 있다. 작년 신설법인 중 3천493곳이 30대 미만이 창업한 곳이다. 그런데 청년창업에는 겉으로 드러난 면과 다른, 감추어진 그들만의 속살이 숨겨져 있다. 다만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필자가 오랜 세월 청년창업을 지도한 경험에서 볼 때, 청년창업의 실상은 표면적 현상과는 다른 면이 많다. 이제부터라도 표면적인 화려함 에 도취되기 보다는, 그 속살을 들춰내고 실상과 허상을 같이 봐야만 진정으로 청년창업 강국으로 도약할 것으로 믿는다.청년창업의 열기가 집결하는 곳이 바로 창업 공모대회다. 수많은 창업 공모대회마다 청년들로 넘쳐난다. 이를 두고 우리 청년창업자 층이 탄탄하다고 해석하기

  • '장그래'와 베이비부머

    '장그래'와 베이비부머 지면기사

    '장그래법' 되레 비정규직 양산 부작용 낳을수도청년세대·은퇴자 경제적 곤란 상실감과 우울감임금피크제나 잡셰어링 같은 제도도입 적극 검토지난해 우리 국민은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탄식으로 보내며 우리사회의 안정망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확인하고 분노하는 해였다. 또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는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일상과 삶의 불안과 절망을 새삼스럽게 돌아보는 한해이기도 했다. 안팎의 불안이 우리사회와 개인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는 프로바둑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입단 문턱에서 좌절하고 종합무역상사의 비정규직 사원이 된다. 그의 소망은 정규직 사원이 되는 것이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장그래는 낙하산이라는 질시도 아랑곳하지 않고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정규직이 되는 꿈을 이루지 못한다. 바둑판에서 생존의 최소 조건인 '두 집'을 내지 못한 것이다.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각박하다. 청년실업 400만을 넘어서고 있다. 비정규직의 애환 이전에 취업의 문턱도 통과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말 기준 고용동향은 수치상으로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취업자 수가 전년도에 비해 53만3천명 늘면서 12년만에 최대 폭 증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업자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50대이상 연령층이었으며, 청년실업률은 9.0%로 사상 최고수준을 보이고 고용의 질이 오히려 악화된 측면도 있었다.정부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기간을 35세이상 근로자 본인이 원할 경우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내놨다. '미생'의 주인공 이름을 본 따 '장그래법'이라는 명칭을 붙였지만 근본적인 대책이라 하기 어렵다. 불안한 비정규직의 연장책으로 비판받고 있듯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부작용도 낳을 가능성이 있어 꼼꼼한 보완책이 필요하다.우리 사회의 20대들은 인턴으로 고용됐다가 계약종료와 함께 버려지거나 비정규직의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두 집'을 내지 못해 미생마로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장그래'들의 삶이라면,

  •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만 고치려나 지면기사

    정부, 규제 완화한다며 '안전' 팽개친 의정부화재또다시 시작된 당정의 사고방지 관련입법 착수근본적 방법 찾는건 요원한 일인지 답답하기만또 인재(人災)가 발생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의하면 지난 10일 의정부시 의정부3동 오피스텔 밀집지역에서 발생한 불로 26살 한모씨 등 4명이 숨지고 124명이 부상했다. 이재민은 225명으로 집계됐다. 모든 사고는 천재지변(天災地變)이 아니고서야 대부분 인재(人災)인 게 틀림없지만 이번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화재는 인재(人災)임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전·월세 대책으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지난 2009년 도시형 생활주택 건축을 장려했다. 그러면서 주차장건설 기준, 소음 기준, 건물 간 거리와 진입로 폭 규제 등을 대폭 완화했다. 이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건물들은 1.2∼1.5m 간격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건물 간격이 6m 이상 돼야 하는 일반 아파트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며 '안전'을 팽개친 대가가 5년 만에 대형 화재참사로 돌아왔다.'10층 이하' 건물은 '11층 이상'보다 안전할 거라며 각종 안전규정을 느슨하게 적용한 소방정책도 참사를 막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불이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와 바로 옆의 쌍둥이 건물 드림타운Ⅱ는 10층짜리 주거용 오피스텔로 스프링클러조차 없었다. 현행 소방법은 11층 이상 건물에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래서 2013년 11월 입주를 시작한 이 건물들은 지난해 10월 소방검사에서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두 건물은 주차장으로 쓰는 1층 필로티(개방형 공간)에도 소방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았지만 아무 제재를 받지 않았다. 차량 20대 미만의 주차장은 소방시설 규제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은 천장 환기구가 막혀 있던 탓에 화염과 연기가 주변으로 솟아오르면서 피해를 키웠다.더욱 슬픈 것은 '외양간 고치기'가 또다시 시작됐다는 것이다. 당정은 조만간 긴급협의회를 열어 사고방지를 위한 관련 입법에 착수한다고 한다. 완강기 설치 의무

  • 아버지가 울고있다

    아버지가 울고있다 지면기사

    새해 벽두부터 남북대화가 이슈로 떠올랐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로 당장 정상회담이 열릴 것처럼 언론들이 난리다. 남북대화를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야 하는 것은 국민들이 원하던 바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러나 남북대화에 성급히 뛰어들었다가 자칫 '쪽박'을 찰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열렸던 남북대화 학습효과로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벌써 이를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보다는 "통일이 이상이나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준비와 실천에 최선을 다해 나아가겠다"고 원론적으로 밝힌 것은 '보여주기식'의 남북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옳은 지적이다.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걸 요즘 새삼 깨닫는다. 아직도 헌법에는 여전히 주적(主敵)인 북한, 그 곳의 지도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년사를 대한민국 종편들이 앞 다퉈 생방송으로 내보냈어야 했었느냐는 나중에 논하기로 하자.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나는 북한의 대남매체가 을미년 새해 벽두부터 '대화'와 '통일'을 일제히 쏟아내고 있는 것이 미심쩍다. 심지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도높은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내리고, 우리가 그 말에 동의했음에도 우리 정부와 박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 그동안 우리는 남북대화 직후, 이해할수 없는 북측 태도와 그들의 뒤통수 치기 전략에 수없이 많은 정신적, 물질적 상처를 입었다. 남북대화는 양측이 진정성 있는 접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성과를 차근차근 쌓아올릴때 비로소 효력을 발생하기 시작한다. 양측의 고위급 관계자들이 판문점에서 또는 서울이나 평양을 왕래하면서 회담을 갖는다고 해서 남북대화가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포옹을 하고,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좋아졌는가. 그때 뿐이었다. 2007년 판박이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고 남북관계가 달라진 건 없다.

  • 정치복원이 절실하다

    정치복원이 절실하다 지면기사

    지난해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둘러 싼 NLL정국, 이석기내란 음모사건 발표와 법무부의 통진당해산심판 청구 등의 정국이 지나고 갑오년 새해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으로 출발했다. 의미있는 화두였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최소한의 활로도 열지 못하고 빛바랜 구호에 그쳤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에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적폐가 민낯을 드러냈다. 세월호특별법제정 과정에서 진영논리가 작동하면서 '정치'는 설자리를 잃었다. 청와대와 주파수 맞추기에 급급한 집권여당과 무능한 야당의 적대적 공존의 당연한 귀결이다. 인사실패가 늘 지적돼 왔지만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월호참사 이후 두 총리후보자의 낙마와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은 불통논란을 재연시켰고 폐쇄적 국정 운영의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이념갈등에서 비롯된 종북논란은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을 가져왔다.정치로 풀어야 할 난제와 의혹들은 사법의 영역으로 떠밀리고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는 한국정치의 일상이 돼가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덕목인 관용이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정치사회적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귀착지는 진영 논리다. 진영논리의 구조적 요인은 남북분단이지만 분단이라는 특수성만이 아직도 강조된다면 이보다 더 퇴행적일 수 없고, 냉전적일 수 없다.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적대와 대립의 프레임은 결국 정치의 왜소화와 퇴행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권력의 최고정점이 제시하는 방향성은 정치 자체를 왜곡시킨다. 세월호특별법 협상과정에서 여야의 2차 합의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여당의 마지막 결단"이라고 함으로써 여당의 자율성과 '정치'기능을 결과적으로 봉쇄했다. '청와대문건 유출'사건에서 수사의 방향이 정치권력에 의해 구도자체가 설정되는 현실에서 실체적 진실의 규명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여전히 항간의 의혹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해산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 낸 역사적 결정"이란 대통령의

  • 오죽하면 해상시위 할까

    오죽하면 해상시위 할까 지면기사

    중국 어선 서해5도 '싹쓸이 불법조업' 심각中어민 해양안전본부 단속대원 안 무서워해생존권 위협받는 어민들 생계대책 요구 당연"해경이 없어지면 큰일인디. 중국 어선들이 무서워 조업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구먼."지난 5월19일 박근혜 대통령의 해양경찰 해체 발표에 대한 전라도 신안군 어민들의 반응이다. 그러나 당시 세월호 침몰여파로 나라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여서 불만을 표출하기도 조심스러웠다. "나라님께서 하신 일이니 어련히 잘 하시겠는가"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지난 7일 겨울의 진객 '흑산홍어' 조업에 나선 어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어선들이 우리 해역에 떼로 몰려들어 그물에 걸린 생선은 물론 해상에 설치한 어구들까지 몽땅 훔쳐간 것이다. 지난달부터 홍어잡이에 나선 신안군의 흑산도 어선 6척은 작게는 1천만원에서 최고 6천만원 가량의 재산손실 피해를 입었다.백령도·연평도·대청도 등 서해 5도 어민들의 처지는 더욱 절박하다. 지난 수개월간 중국어선 500~700척이 대규모 선단을 이뤄 서해최북단 어장을 유린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 어선들을 바다에서 내쫓고 있는 것이다. 물도 제대로 새지 않을 정도로 올이 촘촘한 그물로 바다 밑바닥까지 훑는 탓에 어족 자원의 씨가 마를 판이다. 지난 11월 26일 어민 160여명이 소청도 남쪽해상에서 시위를 벌였다. 서해 5도는 생계터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며 정부에 대해 집단이주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옹진군 어민들의 데모는 현재진행형이다.동해안에서도 무리로 몰려다니며 싹쓸이하는 등 우리 바다를 자기네 안방처럼 마음대로 누빈다. 울릉도의 오징어 어획량은 2002년 8천731t에서 지난해에는 1천813t으로 급감해서 '울릉도오징어'타령이 민망하다. 중국어선들의 우리 영해내의 불법 조업은 갈수록 심해지면서 해적행위 격증 내지는 심지어 단속하는 해양경찰에 대한 무력시위도 다반사다.한국과 중국의 합의에 의해 매년 1천600척의 중국어선이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들어와 6만t을 어획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3천~4천척이 마구잡이로 남획(濫獲)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창업교육, 전공과정 돼야하는 이유

    창업교육, 전공과정 돼야하는 이유 지면기사

    창업, 열정만으론 성공못해 '전문적 학습' 필요아이디어발굴 등 현실접목 실전교육 제공돼야기업가정신 구비한 청년배출 가능성 더욱 커져최근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다. 대학 내 창업 동아리도 활성화되고, 스타트업의 성공 스토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벤처붐 시절 이후 가장 큰 열풍으로 생각된다. 물론 여전히 생계형 창업의 비중이 높다는 염려가 있지만, 곳곳에서 청년들의 높은 창업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창업 열기가 높아질수록 지난 1990년대 후반의 벤처붐 시절이 남긴 교훈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 벤처붐 당시 많은 청년들이 벤처창업 열풍에 내몰렸었다. 그들은 테헤란로의 작은 벤처들이 야전침대에서 자면서 성공하던 벤처신화에 열광했다. 그 신화를 좇아 많은 청년들이 창업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벤처붐이 꺼진 이후 드러났다. 당시 청년 기업가들은 혹독하게 변한 벤처 환경에 대한 대처능력을 갖추지 못했었다. 벤처창업으로 단번에 큰 돈을 버는 것에 대한 의지만 있었지 무엇이 진정으로 창업자가 갖춰야 할 덕목인지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코스닥시장에 들어갈 수준의 창업자들조차 기업사냥꾼의 유혹과 속임수에 바로 넘어가버렸다. 벤처와 코스닥이 통째로 국민과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정규 군사교육을 받지 못한 채 전쟁터로 나간 병사를 학도병이라고 한다. 그들은 전투의 기초기술인 총검술과 사격 등을 훈련받지 못하고 전쟁터에 투입되어, 오직 열정만 가진 미숙한 군인들이다. 더 이상 창업 학도병을 전쟁터에서 전사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창업은 열정만 갖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창업에 관한 지식, 정서, 덕목 등에 대해서 전문적인 학습이 있어야 한다. 현실적인 성공 가능성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훌륭한 군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사업체를 꾸려가다 보면 다양한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런데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적절한 대응을 모르게 된다. 특히 기업가로서 기대되는 윤리의식을 망각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미국의 스탠포드 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