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인칼럼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정당체제의 재편은 가능한가 지면기사
적대적 공존·대립하는 정당구도 ‘시대 착오적’정치가 혐오·불신 대명사 된 근원은 ‘정당체제’여야중도세력, 이념지향 맞춰간다면 ‘변화 가능’한국 양당체제는 역설적이게도 ‘적대적 공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보수정당이다. 물론 새정치연합이 현안이나 쟁점 집단에서 보다 진보적 경향을 띤다. 이념적 구분은 시대의 산물이고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새롭게 정립된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보수와 진보가 서구 부르주아의 발달 역사 속에서 형성된 보수와 진보를 닮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수구적 기득권의 인식에 동조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뒷받침하는 집단을 ‘보수’ 또는 ‘보수세력’과 등치하는 왜곡은 시정되어야 한다.현재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내부의 계파 갈등은 이념과 노선에 따른 균열의 측면보다는 내년 총선의 공천을 둘러싼 권력투쟁 성격이 짙다. 그러나 양당체제의 적대적 공존과 거대 정당의 카르텔 구도의 우산 속에 안주하는 세력에 맞서는 새로운 집단 출현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주 ‘진압’된 유승민 사태는 정책과 이념의 분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임기의 반환점도 돌지 않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반기(反旗)를 든 정치인의 배제를 통해 집권 3년 차의 레임덕을 막아보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승부수가 통한 정치공학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모든 역사가 그랬듯이 다른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왜곡되어 있던 ‘보수’의 개념 부여를 새롭게 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지난 4월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의 유승민 의원의 발언은 보수에 대해 새로운 정립의 단초를 제공했다. 복지와 세금에 대한 새누리당의 전통적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 당내 민주주의에 입각한 건강한 논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등 법인세 인상의 공론화 필요성 제기, 새로운 보수의 지평에 대한 언급 등은 가치지향을 둘러싼 논쟁의 주제를 제시했다. 유승민 사태를 보는 관점이 여권 내의 권력지형의 변화나 청와대 일방 우위의 당청 관계 확인 등 정치공학적 해석에 머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본래 이
-
세계유산이 지녀야 할 ‘보편적 가치’ 지면기사
지옥섬인 나가사키 하시마섬 혹독한 ‘강제 노역장’일본, 강제노동 대신 ‘일을 시켰다’ 애매한 표현‘전쟁피해 강조의 수단 활용’ 日국익에 부합 안돼결국 하시마를 비롯한 일본 근대산업시설들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일본이 등재 신청한 이른바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은 규슈와 야마구치지역 8개현 11개 시에 소재한 총 23개 시설이다. 이들 시설 중 7개 시설은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강제징용의 한이 서린 시설로, 약 5만7천900명의 조선인이 강제 동원되어 노역했던 곳이다. 특히 나가사키의 하시마(端島) 섬은 ‘지옥섬’으로 불릴 정도로 혹독한 강제 노역의 현장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7개 시설에서의 조선인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는 방법을 놓고 논쟁하였으나 합의를 이뤄 등재안이 통과됐다.등재결정 직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일본 정부가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 “과거 1940년대에 한국인 등 자기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로 노역한(forced to work)’ 사실이 있었음과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인포메이션 센터 설치”를 중심으로 한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이를 계기로 ‘한일양국관계가 선순환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런데 일본 외무상은 해당 문구를 ‘강제 노역’이 아니라 ‘노동을 하게 됐다’는 의미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강제노동(forced labour)’이라는 명백한 개념어 대신 ‘일을 시켰다’(forced to work)라는 애매한 표현을 허용한 것과, 합의내용을 주석(註釋)형식으로 삽입키로 한 것도 실수였던 것으로 보인다.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등재 기준은 해당 유산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니고 있는지 여부다. 일본이 메이지 산업혁명유산이라고 자랑하는 근대 산업시설은 러일전쟁과 태평양 전쟁 등의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하였으며, 상당수가 조선인을 비롯한 강제 동원된 노동자들에 의해 가동되었던 시설이었다는 점에서 보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성격을 다분히 지니고
-
인천 8대 전략산업, 어떻게 육성하나 지면기사
어느 시점까지 추진할 것인지 신중하게 결정중국시장 의존도 낮추는 대비책 마련 중요정부협력 얻고 성공여부 가늠해 선별투자 필요인천시가 유정복 시장 취임 이후 전략산업 육성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골격이 바로 ‘인천 8대 전략산업’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최고 연구진과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그 방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6월 1일 대토론회라는 이름으로 기초 윤곽을 공개했다. 현재 토론회에서 나온 지적을 반영하고 또 시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쪽과의 교류를 통해 친(親)시민 관점의 조언을 청취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번에 인천시가 선정한 8대 전략산업은 항공, 첨단자동차, 로봇, 바이오, 물류, 관광, 녹색금융, 뷰티산업 등이 해당한다. 미래에도 이들 산업이 그대로 중요할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인천의 먹거리 산업으로 예측되는 산업을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자체가 의미가 크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전략산업의 육성책을 논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육성해서 성과를 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산업들의 선정 논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선정된 각 산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해 합리적인 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몇 가지 중요 이슈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한 도시의 전략산업을 논의하는 데에서 어느 시점까지를 볼 것인지는 중요하다. 말하자면 5년 후와 30년 후 중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방안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인천시의 이번 보고서에는 단기적으로는 3년 후에 대한 방책, 장기적으로는 35년 후인 2050년까지를 내다보는 대책이 담겨있다. 카메라 렌즈로 치면 망원렌즈와 접사렌즈가 혼용된 상황이다. 3년 앞의 산업육성도 봐야 하고 2050년이라는 미래 청사진도 놓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런 다(多)초점 렌즈를 적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실현가능성을 생각하면 초점이 명확해야 한다. 여러 시점을 동시에 놓고 말하기에는 인천의 산업육성 정황이 그리 한가롭지 않다. 더욱 많은 일자리가 필요하며, 고부가가치
-
일본자본의 서민금융 공략 지면기사
국내 20여개 日대부업체… ‘빅3’ 고리대 특수저축은행 진출 ‘연평균 2530% 이자율’로 초과이윤외국자본 지나친 유입 서민경제 위기 초래할 수도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위력은 대단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3개월 만에 또다시 기준금리를 끌어내린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죽을 맛이다. 사상 최저의 금리시대를 맞아 은행의 주 수입원인 예금과 대출이자간의 폭이 줄어들면서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기 때문이다. 예대 마진 차이가 2010년 2.94%포인트에서 4년만에 30%가량 하락한 터에 내수부진까지 가세한 것이다. 인원 및 점포감축 등 마른 수건 짜기에 팔을 걷어붙이는 이유다.그러나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은 성업 중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3분기 현재 영업 중인 전국 79곳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천443억원으로 1년 전의 적자 4천768억원에 비하면 엄청난 성과를 낸 것이다. 저금리를 역으로 이용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4년 새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낮춰 현재 1.50%까지 내렸으나 저축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는 여전히 10%대를 상회하고 있다. 대손비용 등 각종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예대마진폭이 810%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금리에 비해 무려 45배나 높다. 대출이자가 30%인 살인적인 고금리도 비일비재하다. 담보로 세울 건 몸뚱이밖에 없는 서민들을 감안하면 ‘빚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사상최대의 대출실적은 설상가상이었다. 2011년 뱅크런 사태로 한바탕 진통을 겪은 이후 저축은행들은 대출선을 종래 기업대상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소규모 가계대출로 전환한 결과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3월말 11조3천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2014년 1분기에 비해서도 무려 26%나 증가했다. 저축은행들을 누가 애물단지라 했던가.그 중심에 일본자금이 있다. 1999년 A&P파이낸셜의 진출 이후 현재 국내에는 20여개의 일본 대부업체들이 고리대특수를 누리고 있다. 아프로파이낸셜·산와·KJI 등 일본계 ‘빅3 대부업체’
-
삼성병원을 보면 삼성의 미래가 보인다? 지면기사
메르스 2차진원지로 ‘부분 폐쇄’ 대형사고 터져철저했던 원칙주의 무너진 ‘동네병원’으로 전락불안한 지배구조 전세계 헤지펀드에 그대로 노출이상하다. 어떻게 이지경까지 됐을까.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애플과 한 판 겨룰 수 있는 지구 상 유일한 기업, 삼성 얘기다. 삼성이 이상하다. 지난 5월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이 초대 이사장을 지냈고, 부친 이건희 회장이 맡았던 자리를 물려받는다는 점에서 그룹 경영권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계된 상징적인 조치이며, 마침내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개막됐다고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그러면서 삼성이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지배구조를 갖추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데서도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도 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 1982년 설립된 이래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육사업을 펼쳐왔던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1994년 건립해 운영 중이던 삼성 서울병원이 메르스 2차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부분 폐쇄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내외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한달만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다.큰 사고 앞에는 늘 전조(前兆)가 있는 법이다. 지난 11일 메르스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삼성병원이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국회의원의 지적에 삼성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국가가 뚫렸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삼성병원의 반박에 회의장은 술렁였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신속히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약속으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을 삼성이었다. 그런데 일개 과장이 사과 대신 국가에 책임을 전가하는 말을 서슴없이 뱉어냈다. 그로부터 3일 후에야 삼성병원은 고개를 숙였다. “모든 국민이 고통받는 엄중한 시점에 신중치 못한 발언이 나왔다”며 “대규모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으로서 집단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데 대해 매우
-
메르스, 소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정부 지면기사
허둥대며 제대로 대처도 못하는 정부 ‘한심’국민안전 잘 지키면 국가이미지 상승 당연한데…효율적 대책으로 안심 시키는 모습 보고 싶을뿐캘리포니아 주립대 의대에서 생리학 교수로 재직하는 제라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쓴 총, 균, 쇠 라는 책이 있다. 명저로 꼽혀 퓰리처상을 받았고 베스트 셀러에도 올랐다. 이 책에서 제라드 교수는 세균의 진화와 전파경로에 대한 흥미 있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세균(바이러스)은 단순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영리한 바이러스는 번식을 위해 숙주로 사용하는 매개체를 죽이기보다는 적당히 아프게 하면서 자가 증식을 통해 인간의 면역체계에 대응해 가는 방식으로 생존능력을 높인다는 것이다.제라드는 인류가 짐승들을 가축화하고 함께 생활하면서 가축이 가진 질병들이 인간에게 옮겨지고 세균이 변이되면서 새로운 질병들이 나타나고 있고 확산속도도 빨라진다고 지적했다. 특정 지역의 풍토병이 세계화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역사를 보면 세계화란 말이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병이 갑자기 퍼지면서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은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4세기에 유럽을 침략한 몽골군이 중국 운남성의 풍토병인 흑사병을 유럽에 퍼트려 당시 인구의 30% 이상이 사망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중앙아메리카의 아즈텍 제국이나 남미 잉카제국도 총과 말로 대표되는 군대의 침입에 더해 신대륙에서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천연두를 스페인 인들이 퍼트려 수백만의 인디언을 숨지게 한 것이 멸망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특정 지역에서 발병해 그 지역주민들에게만 감염되는 풍토병이라고 무시해선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구촌 전체가 하나로 묶이면서 풍토병이 특정 지역에 머물지 않고 순식간에 세계로 번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많은 풍토병 중에서 글로벌화 되면서 악명을 떨친 에볼라와 에이즈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메르스도 따지고 보면 중동지역의 풍토병이다. 사막도 아니고 낙타도
-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 지면기사
입법부, 지나친 정부압박 ‘다수 횡포’로 전락할 수도靑, 국회 정면충돌 시사… ‘갈등 최소화’와 어긋나행정마비·권력분립 침해 ‘헌법가치 훼손’ 근거 미약지난주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입법부와 청와대의 대립이 표면화되고 있다. 청와대는 개정안이 행정입법을 국회가 과도하게 제한함과 아울러 삼권분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모법의 취지나 내용을 위반한 시행령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국회의 권한은 정당한 입법권의 행사라는 입장이다.이 사안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충돌과 여권내 정치지형의 두 가지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각론은 더 복잡한 양상이다. 당청간의 갈등을 기본축으로 당내에서 친박과 비박의 대결구도가 노골화될 수 있다. 반면에 살아있는 권력을 의식하여 새누리당 지도부가 몸을 낮출 수도 있다. 여권내의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고 수면 아래로 잠복할 수도 있다. 여권내의 역학관계의 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새누리당이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지거나 설령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청와대를 의식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수정을 가하고자 한다면 여야 관계는 가파른 대치국면을 피할 수 없다.한국은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혼합된 제도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제의 작동 원리가 입법·행정·사법의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것이지만 우리의 권력구조는 입법부와 행정부 권력의 융합이란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현역의원이 국무위원을 겸할 수 있는 구조, 대통령의 법률안 제출권도 그 예다. 그러나 청와대가 대통령 특보와 현역의원의 겸임으로 권력분립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침묵하다가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 권력분립에 위배 된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는다.대통령과 입법부는 모두 국민의 선출에 의한 헌법기관으로서 이원적 정통성을 갖는다. 따라서 행정부와 입법부의 교착과 대립은 대통령제의 숙명이기도 하다. 집권당의 의석보다 야당의 의석이 많은 분점정부의 경우에 대통령이 야당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야당을 설득함으로써
-
양해각서 공화국 지면기사
정치인, 전시효과만 노린 뻥튀기 실적 불구 집착준비 부족과 정권 바뀌면 ‘나몰라라’ 더 큰 문제국부 유출·국위 손상 ‘MOU 남발’ 책임 물어야지난주 국민들의 관심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의 방한 관련 선물 보따리였다. 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이 중국과 함께 이머징마켓 리더로 부상하는 탓이다. 양국 정상은 한인도 이중과세방지협정, 에너지신산업 협력, 해운물류협력 등 7개 분야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도의 ‘메이크 인 인디아’정책과 한국의 창조경제가 접목될 경우 양국 모두의 제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기대치를 높였으나 국민들의 반응은 별로인 듯하다. MB정부에 눈길이 간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대통령’ 운운하며 당선과 동시에 자원외교를 서둘렀다. 2008년 2월 당선인 신분으로 니제르반 바르자니 쿠르드자치정부 총리와 MOU를 맺어 우리나라 2년치 소비량에 해당하는 19억 배럴의 크루드유전 개발권 확보란 대어를 낚았다. 선거 열기가 체 식지도 않은 터여서 국민들은 상당히 고무되었다. 그러나 후일 대부분의 광구에서 기대매장량에 크게 못 미쳐 한국석유공사는 계약체결과 함께 쿠르드정부에 건넨 ‘서명보너스’ 2억1천140만 달러와 탐사비 1억8천868만 달러 등 총 4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MB정부는 2008년 이후 71건의 해외 자원개발MOU를 체결했으나 본 계약이 성립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이 전 대통령 형제가 직접 체결한 MOU건수는 45건에 총 1조4천461억 원이 투입되었으나 회수액은 ‘0원’이었다. 발등 데고 수모까지 당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2009년 2월 23일에는 방한한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35억 달러 상당의 이라크북부 바스라유전 개발MOU를 맺었다. 당시 정부는 ‘가뭄의 단비’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석유공사는 이라크정부에 의해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등 한국의 이미지만 흐렸던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껏 움츠렸던 국민들은 ‘닭 쫓던 개’꼴이 되고 말았다. 지방자치단체라고 예외는 아니다. 2007년 10월
-
인천은 중국관광객 다 놓치고 말 것인가 지면기사
인상적 공간없어 입국 하자마자 곧바로 서울행명동거리 같은 볼거리·먹거리 타운조성 시급‘중국 효과’ 완전히 흡수할 기회 잡아야최근 인천항에 펼쳐지는 신(新)풍경이 흥미롭다. 그것은 바로 대형 크루즈 여객선에서 800여명의 중국관광객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풍경이다. 우리는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중국 관광객의 숫자에는 관심이 크지만, 크루즈를 통해 들어오는 ‘요우커’의 숫자에는 무심했던 편이다. 그러나 그 규모는 이미 무시할 수준이 아니며 향후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올해만 해도 중국 관광객을 위한 크루즈가 150편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며, 그 숫자도 30만명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그들은 도착 후 인천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에게 인천은 그저 도착하는 곳일 뿐이다. 대부분의 중국 관광객은 바로 서울로 간다. 아마도 쇼핑과 음식이 풍성한 명동 거리로 휩쓸려 들어갈 것이다. 일부는 제주도로 간다. 그곳에서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대열에 합류한다. 중국관광객들이 인천에 머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볼거리와 먹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인천에는 인사동 혹은 명동거리와 같은 인상적인 공간이 없다. 오래된 고민이지만 인천이 왜 이렇게 속수무책인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할 것인데 시간만 흘러가고 있어 더욱 아쉬움이 크다. 서울에서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부평지하상가에 들러 1시간 정도 쇼핑할 기회를 준다는 소식에라도 위로를 얻는 지경에 처한 정도니 말이다.중국 관광객이 마냥 한국으로 몰려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동력이 종료되는 시점을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중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한마디로 가까운 외국이기 때문이다. 보통 해외관광의 시작은 인근 국가로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랬고 일본도 그랬다. 중국 관광객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과 하와이 등으로 관광지를 옮길 것이다. 얼마 전 중국의 한 기업이 프랑스 남부 휴양지 ‘칸’에 6천여명의 종업원을 보낸 뉴스가 있었다. 이미 중국기업의 관심이 프랑스의 최고 휴양지로 향했다
-
‘이야기하는 인간’과 이야기의 본질 지면기사
죽음의 공포도 이겨낼 수 있는 ‘이야기의 힘’스토리텔링이 왜 대세인지 생각해 봐야양방향 소통 환경속에 ‘본질’을 지녔기 때문인간에 대해 새로운 정의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야기하는 인간’(Homo Narrans)이 그것이다. 이야기 하기와 이야기 듣기, 이야기를 통한 소통이 인간의 본능 중의 하나라는 주장이다. 이 정의는 1999년 미국의 영문학자인 존 닐(John Niels)이 처음 제기한 신조어이다. 존 닐은 인간은 이야기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야기를 통해 세계를 이해한다고 본 것이다.이야기의 전승을 주목하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는데 바로 죽음을 무릅쓴 이야기꾼들의 이야기이다. 아랍의 민담을 집대성한 ‘천일야화(千一夜話)’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 대표적인 예이다. 아랍 민담을 집대성한 ‘천일야화’의 원제목은 ‘샤리아에게 들려주는 셰에라자드의 이야기’이다. 샤리아는 왕비에게 배신당한 뒤 그 원한 때문에 매일 한 명의 여자와 동침하고 이튿날에는 교수형에 처하는 잔혹한 군주이다. 셰에라자드는 스스로 이 잔인한 군주와 결혼하여 천 하루 동안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어간다. 셰에라자드의 이야기에 빠진 술탄은 교수형을 하루하루 늦추다가 천 하룻밤을 보낸 날 마침내 지혜로운 이야기꾼을 왕비로 맞아들이고 동침한 여인들을 죽이는 악습도 폐지한다.보카치오 ‘데카메론’은 이탈리아의 피렌체에 흑사병이 창궐하여 가족을 잃은 7명의 부인과 3명의 청년이 교외의 한 별장에 피신하여 지내는 열흘 동안 주고받은 이야기이다. 이들에게 이야기는 흑사병으로 죽어가는 가족과 이웃에 대한 슬픔과 죽음의 공포를 이기기 위한 위안물이라 할 수 있다. ‘천일야화’의 이야기꾼 셰에라자드에게 이야기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해야 할 가치를 지니고 있는 거였고 데카메론에 등장하는 남녀들에게 이야기는 죽음의 공포를 이겨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이야기의 흥미를 돋우기 위한 기록 서술자의 장치로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삼국유사’에 전하는 ‘경문왕과 복두(幞頭)장이 이야기’는 이와 흡사하다. 이 설화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