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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風十雨 지면기사
'오풍십우(五風十雨)"라고 했다. '닷새에 한 번 부는 바람과 열흘에 한 번 내리는 비"다. 그런 바람과 비가 우순풍조(雨順風調)다. 즉 적당한 때에 부는 바람과 알맞게 내리는 비의 기상 상태가 우순풍조다. 그러나 실상은 거의 그렇지 못한 기상이변과 이상(異常)기후이기 일쑤다. 90년만의 혹독한 가뭄이 해소되자 이제는 또 주말부터 온다는 장마 피해가 걱정이다.공자님식 표현대로라면 '春春夏夏秋秋冬冬"이다. 봄은 봄, 여름은 여름다워야 하고 가을은 가을,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그러나 지난 세기말부터 더웠다 하면 너무 덥거나 이상저온이고 추웠다 하면 너무 춥거나 이상난동이다.봄과 가을은 여름과 겨울에 흡수 통일돼 비발디의 '4계"가 아닌 '2계"가 된지 오래다. 미국만 해도 98년엔 47도의 지나친 더위로 110명이나 사망했고 94년엔 영하 36도의 지나친 추위로 130명이나 동사했다. 여름 저온과 겨울 고온으로 인한 농사 피해 등은 또 얼마나 큰가. 모두가 몇 년 주기로 가뭄과 이상고온을 몰고 오는 엘니뇨와 이상한파와 폭우를 부르는 라니냐 현상 탓이라고 한다.아이러니컬하게도 스페인어 'el Ni o"는 어린이를, 'la Ni a"는 여자아이를 뜻한다니 천상천하 얼마나 힘센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인가. 독일의 93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반세기만의 홍수에 잠가버린 아이도, 94년 1월초의 파리를 때아닌 홍수에 빠뜨린 무서운 아이도 라니냐였고 95년 1월의 유럽 폭우로 19명의 목숨을 삼켜버린 것도 그 여자아이였다. 역시 관련성이 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홍수, 태풍 등 피해도 심각하다. 유엔환경계획 보고나 지난 15일 일본 각의(閣議)에 보고된 '2001년 방재백서"가 아니더라도 금세기 중 지표 온도는 1.4∼5.8도, 해수면은 88∼89㎝ 높아질 전망이고 뉴욕 런던 파리 베니스 도쿄 오사카 상하이 방콕 자카르타 등은 바다에 잠긴다는 것이다. 기상(氣象)의 신 아다드(Adad)의 기상 관장권을 우리 인간이 인계받을 수 있는 날은 과연 올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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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와 비에케스 지면기사
마을 앞 바닷가 모래톱에 매화꽃이 무성, 그 향기가 온 마을에 진동하던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 그러나 지금은 그 아름답던 매화꽃들은 간데 없고 미군 전투기의 요란한 굉음과 포연만이 그득할 뿐이다. 반세기 동안 미공군 사격장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처음 이곳에 사격장이 들어서게 된 것은 1951년 미군 폭격기들이 매향리 앞 해안으로부터 1.6㎞가량 떨어진 바다 위 농섬을 해상 표적으로 사격을 시작한데서 비롯됐다. 그후 1954년부터 미군이 사격장 지역에 주둔하기 시작했고, 1968년엔 농섬을 중심으로 반경 3천피트의 구역과 이에 접속한 해안지역 38만평을 징발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1979년엔 농섬을 중심으로 반경 8천피트까지 확장 징발했고, 그후로도 계속 넓혀 들어가 지금은 무려 728만평이나 차지하고 있다. 사격훈련으로 인근주민들이 입어온 피해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극심하다. 지축을 뒤흔드는 폭음으로 주택이 흔들리는 건 예사고 주민 8할 이상이 이명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오폭이나 불발탄 폭발사고가 빈번, 툭하면 주택 지붕과 벽이 내려앉는가 하면 사상자도 심심찮게 나온다. 게다가 주민들은 황금어장을 상실했고 농사마저 마음대로 지을 수 없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10년 넘게 사격장 이전 등을 강력 촉구하고 있지만, 미군측 반응은 마냥 ‘쇠귀에 경 읽기’식이다. 그런 미국이 푸에르토리코의 매향리라 할 비에케스 섬에서는 사격훈련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비에케스 섬 역시 반세기 넘게 미군의 폭격훈련장으로 사용돼 주민들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온 곳이다. 지난해 9월엔 한국의 비정부기구(NGO) 대표들과 함께 이곳 주민들도 백악관 앞에서 연합시위를 벌였었다. 그런데 며칠 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이 이 섬에서의 훈련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첫번째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었고, 두번째는 그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같은 처지인 매향리에 대해선 아직 아무런 언급도 없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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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죽음 지면기사
몇해전 음악가가 성직자와 함께 가장 장수한다는 한 조사통계가 있었다. 서양의 명 음악가들중에도 장수한 사람은 많다. 기록에 의하면 17세기 독일의 오르가니스트였던 요한 아담 라이켄이 1663년 99세로, 스페인의 걸출한 첼리스트이자 작곡·지휘자인 파블로 카잘스가 97세, '가보트'로 낯익은 벨기에의 조세프 고세트와 미국서 지휘자로 활약한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각각 94세에 세상을 떠났다. 또 교향시 '핀란디아'의 시벨리우스와 프랑스의 오르가니스트 샤롤마리 비도르, 미국서 오페레타 작곡가로 활동한 루돌프 드리믈, 영국의 지휘자 조지 스마트, 의사로 더 유명한 슈바이처등이 90세를 넘긴 장수 음악가들이다. 스트라빈스키(83)와 생상스(83), 20세기 최고의 지휘자 카라얀(81)이 80을 넘겼고 아르비니, 헨델, 하이든, 엘가, 요한 스트라우스1세, 로시니등이 칠순을 훨씬 넘긴 장수 음악가들이다. 이들이 현대에 살았더라면 아마 100세를 넘겼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명에 간 음악가들도 적지 않다. 17세기 프랑스의 장 밥티스트 룰리라는 작곡가는 자신의 지휘봉에 엄지발가락을 찧어 이 부위에 병균이 감염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로 5년동안 고생하다 55세에 죽었다. 같은시기 런던의 폴사원의 합창장 마이클 바이스는 아내와 싸움을 한 뒤 집을 뛰쳐나가 야경꾼의 방망이에 부딪쳐 39세에 죽기도 했다. 18세기 독일의 요한쇼베르트는 32세때 독버섯을 먹고, 19세기의 어네스트 쇼숑은 자전거산책중 자동차에 충돌해서 44세로, 20세기 들어서는 모리스 라벨이 집앞에서 차에 치어 62세로 숨졌다. 얼마전 천재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덜익은 돼지고기로 만든 돈가스를 먹고 선모충(旋母蟲)병으로 죽었다고 미국의 재향군인회 의료원의 한의사가 연구 결과를 밝혀 관심을 모았다. 모차르트의 사인은 지금까지 살리에르에 의해 독살됐을 가능성이 많다는 정도로만 전해져 왔었다. 생전에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말년에도 비참하게 살다 35세에 요절, 빈의 공동묘지 어딘가에 묘비도 없이 묻힌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그의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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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像 지면기사
일본은 어머니날(5월 12일)과 아버지날이 따로 있다. 어제(6월17일)가 바로 아버지날이다. 스미토모(住友)생명보험회사가 아버지날을 맞아 관심 끄는 앙케트 조사를 했다. '만약 아버지를 한 글자의 한자로 표현 한다면'이라는 질문을 인터넷에 띄운 것이다. 그 결과 자그마치 1만7천명의 네티즌이 응답한 톱 글자는 단연 '優'였다. 2위는 일을 뜻하는 동, 3위는 大, 그리고 酒→力→尊→强→嚴순이었다.1위의 '優'는 '뛰어날 우'자다. '秀勝'이 아닌 '優勝'의, '秀優'가 아닌 '優秀'의 그 '우'자에다 秀, 優, 良, 可로 성적을 매길 때의 그 '우'자다. 우량, 우월, 우위 등의 '우'자, 명배우 명우의 '우'자, 3천년에 한 번 꽃이 핀다는 우담화(優曇華)의 '우'자에다 넉넉, 충분, 우아, 고상, 인자, 후함, 여유, 이상적 이라는 뜻도 있다. 그러니 그런 '優' 아버지 상(像)의 일본 아버지들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이번 아버지날을 맞아 LA의 일본 아버지들이 모임을 결성, 아버지날 선물에 대한 불평 시위를 한 것 또한 '즐거운 비명'일 것이다. 즉 어머니날의 어머니들은 고급 식당이나 에스테틱 살롱(전신 미용원)에 초대하면서 아버지날의 아버지들에겐 넥타이, 양말, 팬츠 등 만을 주는 것은 지구의 온난화와 맞먹는 중대 문제라는 것이다.한자를 모르는 우리 청소년들에겐 그런 조사조차 불가능 하겠지만 만약에 가능하다면 어떤 글자들이 아버지 상으로 비쳐질 것인가. 요즘 시위에 바쁜 아버지들의 붉은 머리띠인 '赤'이나 파업의 '罷'자, 노사의 '勞'와 '使'자, 결사 투쟁의 '死'와 '鬪'자, 그리고 온갖 어려움에 부닥치는 '難'자 같은 것이 아닐까. 아니면 고개 숙인 아버지의 목덜미 項(항)자나 목 頸(경)자거나. 이미 1980년대 미국의 아버지가 출연한 기저귀 광고나 아이의 이를 닦아 주는 치약 광고의 아버지에서 떠오르는 육아의 兒, 부엌의 廚(주)자쯤은 차라리 애교다. 일본의 아버지 상인 優 동 大 力 尊 强 嚴 등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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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싸움 지면기사
물 확보를 위한 국제분쟁은 숱하게 많다. 그도 그럴것이 전세계에 2개국 이상 걸쳐있는 강이 214개나 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요르단강을 사이에 두고있는 이스라엘과 시리아, 요르단,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이다. 요르단강은 폭 3m밖에 안되는 작은 강이지만 사막지대에서 볼 수 없는 연중 물이 흐르는 생명의 젖줄이다. 이 때문에 시리아가 1967년 강 상류(현 이스라엘지역)에 댐을 건설하려하자 이스라엘이 물줄기가 끊길 것을 우려해 3차 중동전쟁의 원인이 됐다. 이때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의 전체 물 수요량 33%를 의존하고 있는 갈릴리호의 수원지다.나일강 상류에 있는 수단과 우간다의 댐건설에 대비한 이집트의 전쟁준비도 그렇고 아랍국가들의 원유무기화에 대비해서 유프라테스강 상류를 막아 아쿠아댐을 건설, 시리아에 물 공급을 차단한 터키도 이와같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다뉴브강의 수로변경을 둘러싸고, 인도-방글라데시는 갠지스강, 미국-멕시코는 그란데강, 페루-에콰도르는 지루밀라강, 프랑스-스페인은 카롤강을 사이에 두고 분쟁중이다.그러나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물문제로 지방자치단체간에 지역갈등을 빚고 있는 나라는 없는것같다. 현재 평창강 취수와 관련해서 제천시와 영월군이, 황강 취수를 둘러싸고 경남·부산과 합천군이, 대구 위천공단조성에 대해 대구와 부산이 대립중이다. 또 경북 상주의 용화온천개발에 대해 충북이, 영천댐과 관련해서는 대구·영천과 포항 안동시가, 용담댐 건설에는 전북과 충남이 갈등을 빚고있다. 이밖에도 서울 경기와 강원 충북은 한강 상수원보호구역 유지관리비 부담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정부는 최근 물을 확보하기위해 오는 2011년까지 중소형 댐 12개를 건설키로 하는 한편 가뭄 비상시에 대비,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중이다. 이처럼 우리는 물의 중요성을 알고 물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으나 정작 물의 수요관리에는 무관심한 것 같다. 이스라엘의 상수도 누수율이 거의 0%에 가깝고 폐수재활용률이 50%에 이른다는점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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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한돌 지면기사
김대중 대통령의 역사적 평양 방문으로 일궈냈던 6·15 공동선언이 나온지 오늘로 꼭 1년이다. 그때 남북한 두 정상의 첫 만남은 그 역사성 못지않게 큰 성과와 보람을 안겨주었었다. 통일문제 자주적 해결이나 이산가족·친척방문단 교환 등 공동선언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서로간 한없이 드높게만 느껴졌던 ‘마음의 벽’을 한결 낮추었다는 게 무엇보다 가슴 뿌듯했었다. 특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예상 밖 자세에 많은 국민이 놀라고 감탄했다. 어쩐지 항상 음습하게만 각인됐던 그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스스럼 없는듯 하면서도 시종 깍듯이 김대통령을 환대하던 모습은 차라리 충격이었다. 온 국민이 기쁨에 들떴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 기쁨을 뒷받침 하듯 곧바로 남북한 실무접촉 등이 뒤따랐고, 몇차례 이산가족·친척방문단 교환도 이뤄졌다. 남북한 긴장완화 화해의 상징이라 할 경의선 철도 연결이나 경제협력 문제 등 논의도 술술 풀려나가는듯 싶었다. 물론 그러는 중에도 약간의 불안감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어렵사리 피워낸 여리디 여린 꽃 한송이가 자칫 풋열매도 맺기 전에 또 다시 엉뚱한 비바람을 맞게 되는 건 아닐까 공연히 두려웠던 것이다. 그 옛날 7·4 공동성명이 유명무실해지던 과정을 너무도 똑똑히 지켜봐왔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 불안했던 예감이 정녕 맞아들어가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한창 무르익는가 싶었던 남북한 화해분위기에 찬 기운이 돌고 있다. 요 몇달사이 남북한 장관급 회담 등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고, 이산가족 상봉도 슬그머니 중단됐다. 경의선 연결문제 역시 언제 논의됐었나 싶게 감감 무소식이다. 곧 있을 것 같았던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아직은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많은 이들은 미국 부시행정부의 보수 강경노선이 남북한 관계에 냉기류를 실어왔다고들 한다. 일면 수긍이 가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왠지 떨떠름하다. 정녕 그렇다면 지금껏 우리가 해온 일은 과연 아무 것도 아니었나 싶어서이다. 6·15 한돌이라지만 마냥 우울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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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미 사회 지면기사
어제 오늘 이런 생각에 잠기는 지식인도 많을 듯싶다. 그 첫 번째가 '아노미 사회'다. 프랑스어 'anomie'는 인간의 행위를 규제하는 사회적인 공통의 가치나 도덕 기준을 잃은 혼돈 상태를 뜻한다. 즉 무질서, 무정부 상태의 아나키(anarchy)와 비슷한 말이다. 가치관의 혼란과 사회 규범이 무너져내리는 그 아노미 이론을 학문적으로 전개한 사람은 프랑스의 에밀 뒤르켐이고 정리한 사람은 미국의 로버트 킹 머튼이다. '아노미'란 또 불안, 자기 상실감, 무력감 등 현실 부적응 현상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이기도 하다. 한데 흥미로운 것은 바람에 날릴 것 같은 가볍고도 불규칙한 원형의 '가랑잎조개'를 바로 불어에서는 '아노미'라고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생각은 무대 뒤의 인형극 조종자인 와이어풀러가 그 끈을 놓치는 바람에, 그리고 모형 비행기나 자동차 조종자가 리모콘(리모트 콘트롤)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한꺼번에 뒤얽혀 충돌하는 인형들과 비행기, 자동차들이고 세 번째 상념은 역사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이른바 '역사의 종말론'이다. '지구상에는 역사적으로 많은 사회적인 실험이 있었지만 실패했다. 나치즘과 파시즘이 몰락했고 사회주의가 붕괴했다. 이제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대안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결합한 형태이며 이런 사회체제는 세계화와 함께 계속될 것이므로 역사는 끝났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라는 마지막 사회체제보다도 우월한 체제는 이 지구상에 없는 것인가. 다시 말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결점을 보완하고 한 발 또는 몇 스텝 발전시킨 보다 이상적인 구원(久遠)의 사회 체제는 불가능한 것인가. 대책 없는 가뭄에다 비행기는 안뜨고 도로는 막히고 급한 병이 생겨도 병원도 못가는 어제 오늘의 우리 세태가 너무나 답답하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약속과 회의, 상담 또는 시험 등을 제삼자의 파업과 시위로 망쳐버린 손해나 병원에 못가 죽는 사람 등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국가적인, 대외적인 손해는 또 얼마나 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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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좌와 부정부패 지면기사
지난 세기(20세기) 후진국 독재자들 치고 부정부패 사슬에서 자유로운 인물은 지극히 드물다. 장기독재 끝에 지난 1986년 2월혁명으로 권좌에서 쫓겨난 필리핀의 마르코스 전대통령을 비롯, 1998년 폭동으로 물러난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전대통령, 18년 철권통치 끝에 1991년 물러난 칠레의 피노체트 전대통령, 지난 해 쫓기다시피 망명길에 오른 후 축출된 페루의 후지모리 전대통령 등등…. 그들은 하나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인권유린과 장기독재자로도 유명하지만, 집권기간 거액의 공금횡령 유용 등 부정축재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부정부패 지도자라면 뭐니 뭐니 해도 중남미 국가들 만큼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곳도 또 없을성 싶다. 며칠 전 무기밀매 혐의로 전격 체포된 메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차라리 중남미 지도자들의 기나 긴 부정부패 사슬 중 한 고리에 불과하다. 지난 1992년 탄핵위기에 몰리자 자진 중도사퇴한 데 멜로 전 브라질 대통령, 1995년 5월 독직사건으로 물러난 페레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1994년 외화를 빼돌린 혐의로 권좌에서 쫓겨나 망명생활을 하는 코르타리 전 멕시코 대통령, 마약조직으로 부터 유입된 검은 돈을 활용했다는 샴페르 전 콜롬비아 대통령 등 거의 10명에 가까운 인물들이 수십년간 부정축재에 앞장서왔다. 그래도 그들중 사법제재를 받은 인물은 도미니카의 불랑코 전대통령(징역 10년), 에콰도르의 알라르콘 전대통령(징역 4월), 베네수엘라의 페레스 전대통령(징역 2년4월) 등 고작 4명 뿐이다. 각국 정부와 사법당국의 어지간한 의지가 아니고서는 전 정권의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음을 새삼 일깨워 준다 하겠다. 하기야 그 오랜 군사독재를 청산하고 ‘역사 바로세우기’에 그토록 심혈을 쏟았던 우리나라에서도 결코 쉽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그래서 부질없이 과거에만 집착하기 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일에 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그런 인물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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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파업에… 지면기사
일본의 재계에서 쓰보우치 히사오(坪內壽夫)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는 1953년 이미 도산한 구루시마도크(來島船渠)의 경영을 맡은 이후 80년대 사세보(佐世保)중공업 이외에 은행 호텔 해운 제지 신문사등 모든 업종에 걸쳐 100여개의 도산 또는 적자기업을 회생시켰거나 흑자로 돌려놓은 경영의 귀재였다. 그의 경영철학은 '사원의 월급은 남들이 주는 수준으로 하고 이익은 모두 내부 유보한다. 다른 회사보다 2~3배 많이 일하고 간접비를 줄이며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흔히 듣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쓰보우치는 털끝만큼도 타협없이 이를 철저히 실행한다는 것이었다. 회사가 망하는 것은 평범한 원칙을 실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그가 적자에 허덕이던 사세보 중공업경영을 맡고있던 80년 사세보는 장기파업이 일어났다. 쓰보우치는 인원감축을 노조에 통보했고 노조는 '쓰보우치 타도'를 외치며 결사투쟁에 나섰다. 회사는 적자인데도 매년 임금인상에만 익숙했기 때문에 쓰보우치의 감원통보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노사협상이 타결돼 파업은 25일만에 끝났다. 당시 노조의 임금부장 오카타 아키라(緖方彰)는 후에 이같이 회고했다. “파업당시 쓰보우치사장이나 회사를 이해하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쓰보우치는 적대해야 할 상대였고 페어플레이할 겨를도 없었다. 이제는 그를 믿을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도 부도난 회사를 노조가 합심해서 되살리거나 적자회사를 흑자로 돌려놓은 사례는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민주노총이 오늘(12일)부터 전국 200여개 사업장에서 연대파업을 본격화한다고 선언, 사회전체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노사분규건수는 지난해의 60%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파업의 양상은 더욱 과격해져 폭력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92년만에 최악이라는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정치 경제적으로도 지쳐있어 만사가 짜증스럽기만 한 때이다 이러한 때 민간 경제주체인 노사가 멋진 협력으로 불안요인을 해소시켜준다면 그래도 희망을 걸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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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傳女傳 지면기사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가는 딸들도 재미있고 같은 길을 가는 딸들도 흥미롭다. 유전인자의 데모랄까 반항인 경우와 그 순종의 경우라고나 할까. 보이체흐 야루젤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의 딸 모니카 야루젤스키는 아버지처럼 정치가가 되지 않고 모델 겸 배우로 활약 중이고 같은 폴란드의 전 대통령 바웬사의 딸 막달레나는 발레니나다. 아버지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을 폭군이라 비난, 93년 12월 미국으로 망명한 딸 알리나 페르난데스 레브엘타는 패션 모델이고 레이건의 딸 패티 데이비스는 '플레이보이'지의 커버 걸로 나오기도 한 누드 모델이자 기타리스트다. 90년 서울서 개인전을 갖기도 한 화가 덩린(鄧林)은 등소평(鄧小平)의 장녀이고 주은래(周恩來) 전 중국 총리의 딸 아이페이는 아버지의 회고록을 출판하기도 한 작가다. 반면 아버지를 적극 옹호하는 이른바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경우도 흔하다. 재직 중 시크 교도에 의해 살해당한 인도 총리 간디는 간디가 아닌 네루의 딸이었고 부토 파키스탄 총리는 마치 쿠데타로 실권, 사형당한 아버지가 환생(還生)한 것 같은 그런 모습이다. 노벨 평화상의 아웅산 수키여사는 버마의 독립 투사로 국민의 영웅인 아웅산장군의 딸이고 일본 최초의 외무장관 다나카마키코(田中眞紀子)는 다나카 전 총리의 딸이다. 레이건의 딸 머린 레이건도 아버지처럼 정치가가 되었고 모택동(毛澤東)의 딸 리나(李納)도 아버지의 노선을 존중, 해방군보(解放軍報) 최고 책임자로 활약했다. 그녀의 성이 '毛'가 아닌 '李'인 것은 어머니(江靑)의 본명(李進)을 따랐기 때문이다. 20세기 철권의 딸들이 주먹 싸움을 벌여 전세계의 시선을 모은 것도 아버지의 유전자 발로와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표출일 것이다. 한데 무하마드 알리의 딸 라일라 알리가 나이 많은 조 프레이저의 딸 재클린 프레이저 라이드를 판정으로 이긴 것은 진 거나 마찬가지다. 혹시 근육이 굳어지고 손이 떨리는 아버지의 파킨슨병 유전자까지 권투선수 딸에게 유전되는 것은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