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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과 창업정신 지면기사
데이비스 패커드(Davis Packard)와 윌리엄 휴렛(William Hewlett)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교정에서 만난다. 그들은 서로 전기공학을 같이 전공하자고 약속한다. 전기공학과의 여러 강의 중에서 그들은 프레드 터먼(Fred Terman) 교수의 강의에 매료되었다. 그런데 터먼 교수는 강의실에서 강의만 하지 않았다. 학생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산업체 견학을 다녔다.그리곤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너희들 중에서도 저런 회사를 만드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순진한 패커드와 휴렛 마음속에선 이렇게 해서 창업의 불씨가 지펴졌다. 대학을 마치고 패커드는 동부에 있는 GE에 취직했고 휴렛은 그냥 대학원에 진학했다. 휴렛이 대학원 과정을 마치자 패커드는 인기 최고였던 직장 GE를 버리고 뚱딴지 같이 창업을 하겠다고 다시 스탠포드 대학이 있는 팔로 알토(Palo Alto)로 돌아온다. 패커드와 휴렛은 터먼교수를 찾아간다. 터먼교수는 창업을 하겠다고 찾아온 이들을 반색을 하고 맞았다. 드디어 자신이 뿌린 씨앗이 발아를 하는가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 두 청년은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도 없었고, 창업자금도 한푼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터먼 교수가 발진기를 만들어 보라고 했고 창업자금도 525달러를 지원했다.이렇게 해서 1938년 실리콘밸리의 1호 기업 HP가 탄생된 것이다.세월이 흘러, 1960년대가 된다. 호기심 많은 스티브 잡스는 10대를 팔로 알토에서 보낸다. 주말이 되면 동네에는 HP에 다니는 엔지니어들로 가득했다. 이상한 기구를 가지고 나와 자랑하기도 하고 테스트하기도 했다. 하나 하나의 물건들도 신기했지만, 잡스는 저 사람들이 다니는 HP라는 회사가 어떤 회사일까 궁금했다. "나도 크면 HP에 다녀야지" 하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하곤 했다. 그런데 그 청년은 나중에 꿈을 바꾼다. "나도 HP와 같이 훌륭한 회사를 만들겠다." 그렇게 해서 그는 애플(Apple)을 창업하고 또 아이폰을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한다. 청년들의 실업률이 높아 걱정이다. 전체적인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어 문제지만, 특히 1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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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학자가 한국을 찾은 이유 지면기사
토요타 자동차로 유명한 나고야에 메이조(名城) 대학이 있다. 토요타 방식이라는 경영 기법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 지역의 대학 교수들이 한국의 학자들과 교류를 하자고 먼저 연락이 왔다. 지난 2월말에 융합의 학문을 추구하는 대학에 걸맞게 도시정보학과에서 경제, 지역개발, 복지, 환경, 정치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는 학자들이 방문하여 자신의 문제점들을 한국의 사례와 비교하는 세미나를 하였다. 그리고 두 군데를 방문하고 싶으니 소개하여 달라고 하였다. 하나는 삼성전자이고 다른 하나는 국회였다. 경제와 정치의 대표기관을 선정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삼성전자를 방문하고 이들이 소니에 비해 삼성이 나은 점을 설명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고급 일본어를 구사하는 홍보직원이 잘 짜여진 일정을 통해 설명을 하는 것을 두고, 우수한 인력과 시스템화 된 과정이 인상적이라는 설명을 했다. 하나의 사례를 두고 비약하는 느낌은 있었으나, 한국 경제의 발전에서 우수한 인적 자원이 기여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이들은 소니가 스마트 폰 시장에서의 진입이 늦어 고생하는 이유를 발견하고자 하는 듯했다. 지금은 소비자의 취향과 시장의 트렌드를 빨리 찾아내고 이를 제품화하는 발 빠른 변화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된 시대이다. 반면 일본은 장인정신에 기초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경쟁력으로 안주하고 있었다. 물론 산업사회에서 이러한 기술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사회는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본이라는 섬에 갇혀 자신의 기술만 강조하다 국제적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갈라파고스 섬의 생명체처럼 대륙의 진화와 별종으로 가고 있는 일본 사회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국회를 방문하면서 내심 걱정했다. 건물을 설명할 수는 있으나 정치 과정과 관련하여 보여 줄 것이 없다는 자격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분야가 정치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지금 정치의 계절에 정치 신인이라고 등장하지만, 그리 신선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거론되는 후보들을 보노라면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 줄 무게감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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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지면기사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던지는 의혹 제기가 국민에게는 스트레스가 되고, 나아가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에 관한 겁니다. 또한 SNS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의혹들이 마치 진실인 양 떠돌며 우리들의 삶을 혼란에 빠뜨리고 분열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요?'프레임'이란 심리학 용어는 '세상을 보는 창'을 뜻합니다. 즉, 자신의 가치관을 말합니다. 어떤 가치관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살 만한 곳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곳이 되기도 합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고 주장합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았는데도 그것을 마치 '진실'인 양 착각한다는 것입니다.2001년 2월 하와이 근해에 큰 사고가 났습니다. 미국 핵잠수함이 훈련 중 심해에서 수면으로 올라왔는데, 바로 그 위에서 조업 중이던 일본 어선을 들이받은 것입니다. 어선은 두 동강이 났습니다. 잠수함이 급부상하기 직전에 사령관은 규정대로 잠망경으로 물 위를 살펴보았다고 하는데, 당연히 어선을 보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령관이 한 말은 놀라웠습니다."그 곳에 어선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어선이 없을 거라고 미리 예단하고 주위를 살필 때 실제 있던 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정보만을 진실이라고 믿을 때 이처럼 엄청난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빵집에서 문 닫을 시간이 되면 식빵을 사가던 한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얼굴이 창백한 그는 늘 가장 값싼 식빵만 사갑니다. 그를 측은히 여긴 주인은 어느 날 그가 사갈 값싼 식빵에 버터를 듬뿍 발라놓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젊은이는 빵집으로 달려가 주인에게 화를 내다가 주저앉아 절규합니다. 그는 건축설계전에 응모하기 위해 설계도의 마무리 작업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지우개 대신 식빵을 사용했는데, 버터 때문에 설계도를 망치고 만 것입니다. 주인의 순박한 사랑이 오히려 젊은이의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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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광고센터 무엇이 문제인가? 지면기사
옥외광고(OOH: out of home media)란 집밖에서 접하는 모든 광고매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옥외광고를 상업적 광고매체로 한정하면 옥상광고, 교통광고, 스포츠경기장 광고, 극장광고, 특수광고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1985년 정부는 서울올림픽 기금조성을 위해 종전까지 허용되지 않던 지역과 장소에 옥외광고물을 허용하는 특별법인 '올림픽지원법 및 시행령'을 제정하였다. 올림픽 기금조성을 위한 광고물로 네온 및 전광판, 야립 빌보드, 버스 외부광고, 택시 표시등 광고, 광고탑, 지하철 동태광고 등 6종류를 허가하였다. 이러한 특별법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원칙이나 다양한 이유들 들어 EXPO,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강원동계아시아대회, 아시아경기대회, 월드컵축구대회 등으로 이어졌다. 그 후 2004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지원법이 만료되는 2006년 12월 31일까지 이어졌다. 옥외광고 특별법이 시작된 후 지난 20여년 간 특별법의 재연장이 지속적으로 계속되고, 옥외광고 사업자의 독과점이 유지되는 악순환이 재연되었다. 그로인하여 특별법에 근거한 옥외광고 사업을 둘러싼 불공정 시비와 부정거래 의혹도 빈번하게 발생되었다. 기금조성을 통해 올림픽과 월드컵행사에서 확보한 옥외광고 수익은 전체 수익의 3%에도 못미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기간 동안 옥외광고회사의 경우 한남대교 야립간판 1개가 연간 18억원, 서울시내 주요지역의 전광판의 경우 연간 3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특별법 옥외광고 사업을 배당받은 옥외광고회사는 최소의 기금조성금을 정부에 내고 상상할 수 없는 광고비를 광고주로부터 확보하게 됨에 따라, 엉뚱하게 옥외광고회사만 배를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특별법 옥외광고물 가운데서 핵심적인 매체를 하나라도 확보하면 삼대가 편안하게 먹고 산다는 유행어가 있을 정도였고, 특별법 옥외광고물을 확보하는 광고회사는 대통령이 뒤를 봐주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정과 편법이 이루어지면서 결국 문화관광부 소속 강신성일 의원이 옥외광고회사와의 수의계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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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자본을 높이는 프로정신 지면기사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원생들은 방학이 되면 국제경영연수를 떠난다. 지난 1월 한 팀이 일본으로 갔다. 오사카와 교토 지역의 기업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거기서 경험한 이야기다. 일행 중에 딸을 일본에 유학을 보내려고 준비하는 사람이 있었다. 공식 일정을 피해 개인적으로 오사카 대학 방문에 나섰다. 교통편을 생각하다가 일단 택시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택시요금이 무진 비싸기 때문에 걱정이 되어 먼저 기사에게 오사카 대학까지 얼마쯤 나오겠느냐고 물었다. 기사는 한 15분쯤 갈 테니 2천500엔쯤 나올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 정도 요금이라면 세 사람이라 다른 교통수단을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다 싶어 택시를 탔다.그런데 목적지를 3, 4㎞ 남겨두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택시 기사가 그냥 미터기를 꺾어버리는 것이었다. 미터기에 요금이 2천500엔으로 찍혔던 그 시점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아까 호텔에서 제가 2천500엔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제가 그 요금만 받겠습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일행은 모두 깜짝 놀랐다. 아니 2천500엔 받겠다고 약정을 한 것도 아니고, 그쯤 나올 것이라 이야기한 것뿐인데… 그 기사는 손님에게 기대를 심어 주었기 때문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필자도 일본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택시를 타고 공항을 가는데 시간에 쫓기어 빨리 좀 가자고 했다. 기사는 친절하게 "하이!"해 놓고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보행자도 없는데 빨간불도 좀 통과하고, 제한속도도 좀 어겼으면 했지만 고지식하게 룰을 다 지키고 가는 것이었다. 답답해서 넌지시 한번더 운을 떼 보았다. 반응은 여전히 똑 같았다. "우리는 프로라서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한국에서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면 아슬아슬한 경우가 많다. 속도위반은 다반사고, 신호위반, 유턴위반도 마다않는다. "아저씨 좀 심하지 않습니까?"하고 한마디 하면 그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우리는 프로 아닌가, 당신네들과 같은 아마추어 하고는 달라." 일본의 프로는 규칙을 지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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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변화, 조건과 방향 지면기사
지난 연말에 중진급 교수들 모임에서 우리가 과거 선배들처럼 영광스럽게 정년을 맞이할 수 있겠는가라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시작했다가 꽤나 심각한 논쟁으로 번져 나갔다.사실 1997년 12월 3일 210억달러의 외환 부족으로 IMF에 돈을 빌리러 갔다가 국가적 차원의 구조 조정을 당한 바 있었다. 소위 정부, 금융, 기업, 노동의 4대 부문의 구조 조정이 그것이다. 철 밥통이라던 정부 부문에도 개방형, 고위공무원단, 성과급제, 연봉제 등의 민간 관리 기법이 도입되었다. '급행료' 등과 같은 공무원 사회에서 보이던 일상화된 부패가 없어진 것도 구조 조정이라는 시장에 의한 칼날의 힘이었다. 앉아서 돈을 받던 금융기관도 서서 돈을 주는 기관으로 바뀌었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고 자만하던 대기업도 무너졌다. 종신고용제가 무너지고, 실업이 보편화되면서 노동계에도 충격이 주어졌다. 이 영역들은 일상화된 위기를 통해 일상화된 혁신이 유도되고 있다.반면 이 당시 대학은 구조 조정을 비켜갔다. 부실대학의 퇴출과 대학의 과잉 설립에 대한 비판으로 구조 조정의 논의가 있긴 하였다. 그러나 지역의 영향력 있는 교수들과 동창들의 로비가 동원되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다시 대학의 구조 조정이 쟁점이 된 것은 '시장의 반란'이었다. 인구 감소로 인해 입학생 수가 줄어들자 시장에서 구조 조정의 칼날이 서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취업난에 따른 대학의 존재에 대한 불신 그리고 반값 등록금 논쟁은 대학 구조 조정에 대한 시장의 선전포고였다. 정부가 구조 조정을 하면 재량의 여지가 있지만, 시장의 칼날은 무차별적이다.여기에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국립대의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니 학생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을 하였다. 국립대의 등록금은 기성회비와 수업료로 구분되어 있다. 수업료는 국가가 정하기 때문에 전국 국립대가 동일하지만, 기성회비는 각 대학에서 정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 엄격히 말하면 국가의 재정이 어려우니 학부모들이 대학에 납부하고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학부모로 구성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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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만 지향하는 세태가 남긴 상처들 지면기사
리더십을 받치는 두 개의 기둥은 '권력'과 '권위'입니다. 권력이 강제력을 동반하는 힘이라면, 권위는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권위는 리더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기꺼이 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리더십을 '사람의 마음을 여는 과정'이라고 보면, 권력보다는 권위를 갖추기가 더 어렵습니다. 권위는 곧 인격이기 때문입니다.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과 혼란은 권력지향적인 리더들로 인해 파생된 것입니다. 권력만을 추구하면 권력 획득이라는 수단에 매몰되어 전체를 바라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권위는 상대에 대한 지극하고 진실한 '사랑'으로부터 형성됩니다. 사랑은 시·공간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발현됩니다. 때로는 꾸짖고, 때로는 보듬어 안아주기도 합니다. 상대에 대한 사랑은 상대를 더 성장시키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권위를 갖춘 존경할 만한 리더의 등장이 절실합니다.사랑은 상대의 '아픔'을 보게 합니다. 그래서 배려하고 격려하게 됩니다. 그 결과, 상대는 아픔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배려와 격려는 바로 '친절'과 '칭찬'이란 형태로 용기와 희망을 선사합니다.사실 친절과 칭찬은 같은 말입니다. 다만 표현하는 시점만 다릅니다. 상대가 일하는 '과정'에서 표현하는 것이 친절이라면, 칭찬은 일을 모두 마쳤을 때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운 행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1930년대 독일에 살던 유대인 선교사의 사례입니다. 그는 아침이면 산책하며,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런데 유독 밀러라는 청년만은 인사를 받아도 무뚝뚝하게 지나치곤 했습니다. 그래도 선교사는 늘 인사를 했습니다. 나치 정권이 들어서자, 모든 유대인들이 수감되었습니다. 선교사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수용소 운동장에 모두 한 줄로 세우고, 유대인들을 왼쪽과 오른쪽 두 곳으로 갈라놓았습니다. 왼쪽 사람들은 전쟁터로 보낼 총알받이들이었고, 오른쪽에는 귀가조치를 할 유대인들이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섰던 셈입니다. 드디어 선교사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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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이야기를 찾는것이 삶의 존재가치 지면기사
송창식은 기타를 치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40년 동안 매일 40분씩 바로미터기를 놓고 동일한 주법으로 연습을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손을 유연하게 풀어주어야만 좋은 기타 연주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방법 또한 연습뿐이라고 했다. 90년대 감성 사랑시의 주인공 원태연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동네 비디오가게에 진열된 영화를 몇 개월에 걸쳐 전부 다 보았다고 한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은 아침에 일어나서 아프지 않으면 어제 연습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고 심적으로 불안하다고 했다. 신체를 움직여 테크닉을 완성하는 운동선수나 예술분야 종사자는 몸이 심하게 망가지는 것이 정상이다. 내가 아는 한 대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화 보는 것이 제일 좋아서, 지금까지 1천500편 넘게 영화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입장권을 소중히 모아 간직하고 있었다. 그의 꿈은 영화회사 홍보팀에 취직하여 매일 매일 영화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한 초등학생은 만화에 취미를 붙여 매일 매일 만화가게에서 살았다. 그의 부모는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는 국내 만화를 두루 보고 난 후 일본만화에 빠져, 부모 몰래 영어학원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하고 일본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발각이 되었지만 일본어 공부를 계속하고, 중학교에 진학하여 부모를 졸라 일본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때 하네다 공항에서 유창한 일본어로 부모님을 놀라게 했다. 부모들이 동경 시내 그룹관광을 하는 동안 그 학생은 만화 전문 서적센터에 들러 만화만 보았다. 그리고 가방 가득 일본 만화를 사들고 귀국했다. 결국 그 여학생은 유명한 만화기획자가 되었다. 내가 자주 가는 마장동의 목포게찜 집의 아주머니는 프라이팬을 너무 많이 흔들어서 양쪽 손목 인대 수술을 3번이나 하였다고 했다. 이제 불의 온도와 프라이팬의 움직임 그리고 적절한 요리시간을 눈 감고도 알 수 있다고 했다. 뮤지컬이란 노래로 인기를 얻었던 가수 임상아는 미국에서 꽤 유명한 명품가방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성공 뒤에는 하고 싶은 한 가지를 위해 9가지의 하기 싫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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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낳는 "감사합니다" 지면기사
동사섭이라는 행복마을을 운영하고 계시는 용타스님이 젊었을 때 경상남도 함양의 용추사라는 작은 절에서 주지를 맡고 계실 때 이야기다.그때는 단식에 심취하여 절에 찾아오는 불도들에게 단식을 권하여 병을 고치곤 하였다. 하루는 삼십 후반쯤 되어 보이는 부인이 두 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와 자신의 병을 고쳐달라고 애원하였다.비쩍 말라 피골이 상접해 있는데 아무래도 단식으로 고칠 병이 아닌 듯싶었다. 찬찬히 사연을 들어 보니 유복자 아들하고 결혼해서 생긴 병이었다.시어머니는 아들 내외가 오붓한 시간을 갖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등살에 못 이겨 이혼을 각오했는데 이걸 어쩌나 아이가 덜컥 생기고 말았다. 그런데 그 뒤부터가 문제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인의 몸이 말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도무지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되질 않아 겨우 미음으로 연명할 뿐이었다.용타스님은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부인, 내가 반드시 부인의 병을 낫게 해주는 비책을 일러줄 터인데 어떤 것을 시켜도 그대로 하겠소.""제 병이 낫는다는데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스님의 처방은 이런 것이었다.매일 아침 일어나 "어머니, 감사합니다"를 세 번 소리내어 말하고, 점심 먹고 나서는 100번을, 그리고 저녁 식사 후 다시 세 번을 반복한다. 달력을 하나 마련하여 감사하기를 마치면 그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하여 30일은 꼬박 채운다. 하루를 빠지게 되면 3일이 연장된다.이 처방전을 들은 부인은 즉각 반발했다. 전혀 감사하지 않는데 어떻게 "감사합니다"를 외치느냐는 것이었다. 두 시간 물동이 이고 와서 108배하는 것도 하겠는데 이것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훌렀다. 그리고는 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스님, 제가 속으로는 시어머니 욕을 하면서 겉으로만 감사하다고 소리 내어도 됩니까?" 스님의 대답은 예스였다. 집으로 돌아온 부인은 속으로 시어머니 욕을 잔뜩하면서 "감사합니다"를 입 밖으로 내기 시작했다.2주쯤 지났을까. 보따리를 무겁게 들고 한 여인이 절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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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에 찾는 조정의 리더십 지면기사
연말 대학 동기회 모임에 나갔더니 졸업 후 가장 많은 친구들이 모인 자리가 되었다. 앞만 보고 달려오다 50이라는 나이 숫자 앞에서 당황하는 세대이다. 동양에서는 나이 사십이 불혹(不惑)의 시기이고, 오십이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의미에서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서양의 심리학에서는 거울을 바라보듯 자신을 반추해보고 방향을 재설정한다는 의미에서 경상자아(鏡像自我)가 시작되는 시기라고 한다. 이 시기의 판단에 따라 노후 생활에서 여유를 가지고 자유로움을 갖든지 아니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생활양식이 결정된다고 보았다. 386세대라고 하여 우리 사회 발전의 동력을 제공했던 이 세대가 이제는 586세대가 된 것이고, 이들에 대한 새로운 역할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이들은 87년 민주화의 선봉에 서 있었고, 진보적인 우리 사회의 방향타로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386 세대는 발전의 추진력으로 설명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97년 외환 위기와 2007년 금융위기에서는 직격탄을 맞고 가장 큰 희생이 된 계층이기도 하다. 국가발전의 수혜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중년에 들어서면서 희생의 세대이기도 한 것이었다.한국 산업화의 끝자락을 지나 정보사회로 진입하는 시대에 민주화의 주역을 담당했던 이들은 지금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전이지대에서 갈등의 완충지대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신문과 텔레비전을 통해 정보를 얻고 판단하는 기성세대와 포털과 SNS를 통해 소통되는 신세대 사이를 오가면서 균형을 잡아 줄 수 있는 세대이다. 장편 대하소설에도 익숙하지만, 3줄 미만의 트위터 문체에도 익숙한 세대이다. 양쪽을 이해하여 주다보면 양쪽으로부터 소외를 받기도 하지만, 이들의 균형 감각이 우리의 체제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 기대되고 있다.그런 의미에서 2012년의 총선과 대선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에 우리 사회는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의 흐름이 맞부딪치면서 거친 울돌목이 형성될 전망이다. 이 카타스트로피의 무질서에서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세대가 필요하다. 상행선과 하행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