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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지면기사
비폭력적 3·1운동 정신 이웃나라에 큰 영향최빈국서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급성장바람직한 통일 위해 진지한 공론의 장 필요해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감격스러웠던 해방의 기쁨도 잠시 분단의 세월도 그만큼 흘렀다. 암울했던 일제 치하에서 35년 만에 벗어나 광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독립을 위한 불굴의 투쟁에 온 민족이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 정세와 시대의 흐름을 탄 면도 있지만 그러나 그 중심은 한민족의 독립역량에 기인한 것이다.우리 역사의 면면을 보면 암울했던 시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새로운 시대를 연 민족의 DNA가 있다. 어려운 시절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도전으로 “할 수 있다” “해야 된다”는 열정과 긍정심을 가지고 온갖 시련을 극복해 왔다. 그러니까 우리는 20세기 한 편린만 보고 우리나라 전체 역사를 평가하는 잣대로 삼을 수 없다. 오랜 역사 속에서 나라를 빼앗기는 가장 큰 시련을 겪었지만 굴하지 않고 극복해 낸 민족의 저력이 무엇인지를 깊이 겸허하게 성찰해야 통일의 길도 바람직하게 열어갈 수 있다.96년 전, 1919년 3월 1일 우리의 선조들은 일본이 총칼로 빼앗은 조국의 독립과 주권을 되찾기 위해 나라 사랑하는 한 마음으로 일어났다. 민족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 독립의 굳은 신념과 애국심으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이 거대한 물결에는 남녀노소, 신분과 계층, 종교와 국내외 지역의 구분도 없었다. 일제의 가혹한 무력탄압에도 불구하고, 유관순 열사 등 독립투쟁에 온 몸을 바친 우리 선조들의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3·1운동의 정신은 중국·인도 등 비슷한 처지의 이웃 나라들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3·1운동과 선열들의 끈질긴 독립투쟁은 카이로선언에서 한국의 독립을 결정할 때에도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이 위대한 3·1정신은 상하이 임시정부의 법통으로 이어졌고,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으로 계승되면서 번영과 기적의 대한민국 역사를 이룩한 원천이 되었다.광복 70년 만에 대한민국은 세계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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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구 획정과 의원 정수 지면기사
많은 정치학자들 의원수 확대 필요하다고 생각지방·농어촌 대표성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현역의원들 희소가치·특권의식 줄어 소극적국회의원 선거구 획정논의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그동안의 선거구 획정은 항상 선거를 얼마 안 남기고 졸속으로 이뤄져 왔으며, 그 최종 결과는 변함없이 기존 의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언가 좀 다를까 하는 기대를 약간 하게 된다.낙관적인 기대를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가 표의 등가성 원칙을 내세우며 선거구간 최대 인구편차 기준을 3:1에서 2:1로 낮추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부 충격은 의원들을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 빠뜨렸다. 새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기존 선거구의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농촌출신 의원의 지역구를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의원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인구 기준을 강조하면, 수도권에 비해 지방, 그리고 도시에 비해 농촌 지역의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정치권이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앙선관위 산하에 설치하면서 과거에 비해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해 주었다. 그리고 단순히 선거구획정 문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선거제도 개편과 의원 정수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하고 있는 것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현재 정당에 따라, 또 의원 개인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당파적 이익, 의원 개인의 이익을 떠나서 보다 객관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면 어떠한 결론에 도달하게 될까? 참여연대가 지난 6월과 7월 사이 정치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2%가 현행 선거제도를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응답자의 70% 이상이 의원 정수를 33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대답했다. 정치학자라고 해서 개인적인 정치성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치인에 비해서 덜 당파적이고,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 볼 가능성이 높다.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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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경축사에 담아야 할 내용 지면기사
北체제 압박·제재만으로는 피로감·무기력증 자초평화통일 원칙·합의서 존중·정상회담 제의 필요대립국면 지속 vs 대화재개 훈풍… 중대한 기로내달 15일이면 광복 70주년을 맞는다. 우리 민족에게 광복절은 남다르다. 일본 제국주의의 강점에서 벗어나 해방의 기쁨도 잠시 국토가 다시 둘로 쪼개졌다. 전범 국가인 일본은 하나이고 피해 국가인 한국이 두 개로 쪼개진 것은 역사적 아이러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광복이란 완전한 해방으로써 통일을 의미한다. 역대 정부는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통일논의를 진전시켜 왔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평화통일구상을 제시했다. 남북이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실체를 인정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1971년 8월 남북적십자회담이 개최됨으로써 분단 25년만에 남북대화가 시작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과 99년에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북화해협력정책의 추진 기조를 명확히 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의 단초를 마련했다. 광복절 경축사에 담긴 대북제의와 정책추진 기조가 남북관계의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을 보여준다.광복 70주년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의 경축사에 담길 통일비전과 대북제의의 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작금의 남북관계는 불안정하고 앞날도 불투명하다. 우리 측의 거듭된 고위급접촉 제의에 북측은 거부하고 있다. 당국 간 실무회담인 개성공단공동위원회 회의도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체제세습이니 공포정치니 하면서 모든 책임을 북한에 전가해 봤자 남북관계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체제유지에 자신감이 붙은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자기식대로 남북관계를 끌고 가려는 모습이다. 젊은 지도자의 독단적 방식은 자신의 구미에 맞는 남북대화만을 요구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북한은 과연 미얀마·이란·쿠바와 같이 서방세계에 문호를 개방하고 변화의 길로 나설 것인가? 체제의 보루인 핵을 포기하고 우리와 손을 잡을 것인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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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시험 답안지에 담긴 국가경영의 지혜 지면기사
정치·경제·사회·국방 등 시대정신 총망라임금과 신하·유생 서로 존중·소통 지혜 모아현 시험제도 문제점 전통속에 대안 있을 수도요즈음 부쩍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백만의 매뉴얼도,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사람의 손길과 마음이 닿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유능한 인성이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선발시험은 채점의 편의를 위해 사지선다나 오지선다형 출제를 하니 능력과 인격과 지혜를 가름하기는 어림도 없다.우리가 지나간 과거는 현재만 못한 것으로 쉽게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고 더구나 기계문명에만 의지하고 물질만능의 풍조, 실용성에만 치우치다 보니 생각하는 교육, 이상과 소신을 물어보는 시험은 뒷전으로 밀리고 암기를 통해 찍어내는 시험에만 익숙해 졌다.고려 광종 때부터 시행되었던(958년) 과거제는 조선시대에 확대되어 우리 실정에 맞게 고치고 다듬어서 최고 권위의 인재 선발시스템으로 정착시켰다. 본질적으로 개인의 능력을 중시했던 과거제는 자연스럽게 신분이동의 통로가 되었다는 데 근대성을 내포하고 있었고, 공부와 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고양시킴으로써 지식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켰음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후대 역기능적인 측면도 없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관료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공직자로 갖추어야 할 도덕적 기본 자질은 물론 국가운영의 현안과 고충을 위한 해답과 지혜를 얻으려 했다는 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인재선발 책이었음은 분명하다.과거시험 답안지를 보면 내용도 훌륭하지만 임금 질문의 솔직함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 예로 조선왕조 제11대 임금 중종(1488~1544)은 1515년 과거시험에 이런 문제를 냈다. “내가 부족한 덕으로 다스린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나라의 기강과 법도가 세워지지 않으니 요순시대 정치에 이르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대책을 논하라”는 질문에 조광조는 거침없이 그의 소신을 장문의 답안지에 피력하였다. 첫째, 임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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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대통령과 의회 관계 지면기사
‘유승민 사퇴’ 대통령제 성패 중대한 영향 미칠것불미스러울지 건전한 관계될지… 향후 마무리 중요민주주의 퇴보처럼 보이겠지만 일시적 현상일뿐지난달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시작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게임이 2주일 만에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일단락됐다. 이번 사태에는 새누리당 내 권력 투쟁, 박근혜-유승민 두 정치인 간의 개인적 인연,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그 핵심에는 대통령-의회 관계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사태가 향후 어떻게 마무리될 지는 지켜봐야 하겠으나,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이번 정권의 향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더 나아가 대통령-의회 관계의 미래, 그리고 한국 대통령제의 성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이다.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에게 보장된 특권 중의 하나로 모든 대통령제 국가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 자체는 별문제가 아니다.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그 내용이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으로서 이를 달갑지 않게 생각할 수 있으며, 그러한 의사를 국회에 표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중요한 것은 거부권 행사의 방식과 사후 처리에 있다.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의중은 이미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국회의 대행정부 권한 강화라는 취지에 여야가 동의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행정부(대통령) 권력과 비교하면 국회의 권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정치적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권위주의하에서 행정부의 시녀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국회가 민주화 이후 점차 국회의 대행정부 독립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제도적 권한을 확대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회의 독립성 확보와 권한 강화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가장 커다란 징표 중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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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간에 비공식 특사교환 필요하다 지면기사
정부, 대북정책 신뢰 명분 있지만 실리추구 약해‘골든 타임’ 걸맞은 전략 부재 안타까울 뿐치열한 외교현장 얽힌 실타래 풀 ‘조정자’ 절실6월부터 8월까지 남북관계의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보면 남북관계에서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우리의 희망사항은 아닐는지? 또 골든타임을 놓치면 남북관계는 영영 회복이 어려운 건지? 여러 가지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남북관계의 경색은 무엇보다 북한의 요인이 크다. 집권 4년차를 맞은 김정은 정권은 어느정도 통치의 자신감을 가진 듯하다. 핵개발이나 SLBM 실험 등 체제보위 수단을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현지지도를 통해 선대에 필적하는 지도력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정치경험이나 깊은 철학이 부족한 젊은 지도자가 과도한 자신감과 오만함으로 인해 소위 자기방식대로 대외관계를 가져갈 경우 남북관계의 경색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2013년 개성공단 일시중단이나 지난 5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허가 철회, 광주 U대회 참가철회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변덕과 비일관성은 문제다. 이는 현재 북한 내부의 정책결정과정이 젊은 지도자 한 사람의 판단과 그 지도자의 즉흥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반영하듯이 다시 국방위원회 등 보수군인들이 대남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고 소위 ‘대화파’나 ‘비둘기파’들은 보이지도 않는다.박근혜 정부는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제의해 왔으나 북한의 계속적인 대화 거부에 푸념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아쉬운 것은 아직 남북한이 기싸움 수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골든타임도 때가 있는 법이고, 적절한 카드를 적절한 시기에 사용해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흔드는 패는 지금이나 작년이나 재작년이나 비슷한 것 같다. 독일의 경우 1970년대 초 대동독정책의 근본 틀을 바꾸었다. 그토록 동독정권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동독체제를 인정하는 대신 동독으로부터 교류와 협력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변화를 이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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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 시전집 지면기사
詩 950편 ‘탄생 100주년’ 맞아 사후 첫 간행한국 시문학의 역사이며 우리 생활언어의 변천사우리도 이제는 서로의 흠결 관용으로 껴안아 줘야미당 서정주 시전집(전 5권)이 최근 출간됐다. 1933년부터 2000년까지 70년 가까운 창작기간 동안 발표한 시들 950편을 모아 미당 사후 처음으로 간행하는 정본 시전집이다. 문학계의 경사다. 서정주는 한용운, 김소월, 정지용, 김영랑, 백석 같은 선배 시인들보다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했으며, 훨씬 많은 작품을 남겼다. 파란만장한 우여곡절과 번민하는 오욕칠정을 지나 심층 생의 매력을 탐구하는 삶의 지혜와 원숙한 달관을 풍성하게 보여준다. 더구나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다. 뜻깊은 시기를 맞아 시의 한 생애와의 온전한 만남은 거듭 경사스러운 일이다. 미당 시전집은 한 개인의 생애사이기도 하지만 우리말과 정신의 역사이기도 하다. 가령 그가 20대 초반에 쓴 ‘화사’라는 시에서 “을마나 크다란 슬픔으로 태여났기에 저리도 징그라운 몸뚱아리냐” 했을 때, 현대 맞춤법 규정과 충돌하는 이상한 소릿값을 감지하게 된다. 주류어가 아닌 변두리어, 교양인의 문어가 아닌 일상 구어로서 자존감을 지켜 나가려는 젊은 시인의 의지는 ‘푸른 하늘을 원통히 물어뜯어야 하는’ 뱀의 저주받은 운명과 동일시되어 일제 강점기의 혹독한 환경에 대응하는 ‘조선어의 투혼’을 증언한다. 암시적 어법 속에 강렬한 저항의 포즈가 있는 것이다.‘큰 이얘기 작은 이얘기들이 오부록이 도란그리며 안끼어 드는 소리.……’(내리는 눈발 속에서는)가 보여주는 관용과 긍정의 세계는 한국전쟁 뒤의 참화와 폐허를 견뎌내는 민초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으며, ‘이때는 꽃은 아직 없었고/꽃노릇을 대신하고 노는 것은/초록빛 도마뱀들이었었네/그리고 타오르는 불빛의/제비들이 날아다녔네.’(멕시코의 영봉 씨트랄테페틀이 어느 날 하신 이야기)에 오면 세계를 굽어보는 여유와 활달한 상상력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그래서 이 시전집은 그 자체로 한국 시문학의 역사요 우리 생활언어의 변천사다.미당의 아름다운 시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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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독립기념일이 없다 지면기사
일제 왕비시해에 백성분노 응집된 이름 ‘대한민국’백범선생의 첫째·둘째·셋째도 소원이었던 ‘독립’명색이 독립국인데 독립은 아직도 어려운 숙제우리에게 독립은 익숙한 말이다. 독립협회도 독립문도 독립신문도 독립군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청나라로부터의 독립을 기원하는 의미의 독립이었거나 그 뒤에 생긴 독립군은 마적패로 몰리면서 일제의 토벌 대상이 되었던 군대였다. 대한제국은 백성들의 헌금으로 독립문을 세우고 우리는 그걸 국보로 삼고 있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의 개선문적 성격이 짙은 그 독립문은 대한제국과 함께 일제의 감시와 묵인 하에 벌인 조선왕조의 마지막 불꽃놀이였다. 그것들은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비를 끔찍하게 시해했던 일제가 들끓는 국제적 여론에 몰리어 시혜적으로 베푼 잔치였던 셈이다. 사무라이들을 동원하여 조선의 왕비를 시해한 사건은 한반도를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일제가 저지른 만행들 중 으뜸가는 원죄다. 일제는 그 흔적을 지우려고 왕비의 주검을 현장에서 화장해버렸고, 조선왕조는 2년이 넘도록 그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범인을 처벌한 뒤에 장례를 치러야 하는 왕가의 규율 때문이었다. 왕비를 시해한 사무라이들에게는 손도 못 대고 왕비의 주검을 화장할 때 장작더미를 옮겼던 궁인들 세 명을 범인이랍시고 처형했지만 그런 꼼수는 이미 장례의 명분으로는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왕비시해 장면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는 에조(英臟)보고서에는 옷을 벗긴 나신(裸身)의 왕비를 사무라이들이 능욕한 뒤 칼로 찔러 죽이고 화장했다고 적혀 있다. 대한제국은 그렇게 시해당한 왕비를 황후로 승격시켜 장례의 명분으로 삼는다. 능욕당하고 화장당한 왕비는 시신도 없는 황후가 되어 그렇게 장례를 치렀다. 당시의 자객 가쯔이까는 왕비에게 휘둘렀던 칼을 쿠시다 신사에 자랑스럽게 기증했다. 독립을 잃은 식민지의 참극이 어찌 이뿐이었겠는가. 왕비가 시해당한 뒤 대한제국의 친일내각 총리 김홍집은 광화문 네거리에서 격분한 군중에게 맞아 죽었다. 안중근 장군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도 왕비시해사건이 부른 피의 복수였고 황해도 해주의 평범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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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중인 중앙-지방 관계 지면기사
단체장·교육감, 점점 힘 강해지면서 중앙과 갈등주도적 역할수행, 진화해 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서로 혁신과정 적절하게 수용해 협력 이끌어야이번 메르스(MERS) 전염병 사태는 한국 사회의 여러 부정적 측면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정치적으로 두드러진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 부재이다. 지난 6월 4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메르스 관련 긴급기자회견 이후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잘한 일이라고 하고, 다른 편에서는 중앙정부를 무시한 월권행위라며 비판하고 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은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사실 중앙정부, 지방정부, 그리고 시도 교육감 사이에서의 갈등 혹은 협력부재 현상은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정치적 현상이다. 작년 말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감 사이에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를 두고 벌어진 힘겨루기, 올해 발생한 누리과정 무상보육 예산편성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자체, 시도 교육감 간의 갈등, 그리고 무상급식을 둘러싼 경남도지사, 경남교육감, 경남 도내 시장·군수들 간의 갈등 등은 좋은 사례들이다. 시도 교육감도 국민의 투표에 선출된 정치적인 자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모든 사례들은 상이한 수준의 정치권력 간 갈등 내지 협력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다.어떻게 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혹은 상이한 수준의 정치권력 사이)에서의 갈등은 당연한 일이며, 실제로 지방분권화가 일정 수준 이뤄진 국가에서는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다. 수평적으로 나눠진 대통령 권력과 의회 권력이 서로 갈등하듯이, 수직적으로 나눠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권력 또한 갈등하게 되어 있다. 권력은 나눠지면 서로 갈등하고 투쟁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아무리 법으로 두 정부의 영역과 역할을 구분하려고 해도 실제 정치과정과 정책과정에서 정부 간 영역 다툼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한국은 지방선거가 부활하고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여 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지방분권화는 미약한 수준에 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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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사춘기를 벗어났을까? 지면기사
외형보다 내실 추구 ‘거화취실’… 선진국 향한 조건포장된 공약에 환경·교육정책 오락가락해선 안돼사회 요구 인재상도 점차 능력·인성 위주로 변화최근 읽은 책 속에서 저자는 중국을 사춘기 소녀처럼 감정이 아주 예민하고 불안정하면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사춘기의 나라’라고 표현했다. 한참 사춘기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학생 아들의 모습을 함께 상상하면서 ‘우리나라는 과연 사춘기를 벗어났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본다. 사춘기 아이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과정이라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이고, 자기중심적이면서 겉으로 보이는 외형적 모습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대부분 아이들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넘기고 올바른 자아와 가치관을 가진 참된 성인으로서 성장해 간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지나 참된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에 비춰 아직 인간의 됨됨이와 내면의 충실함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을 더 중요시하고, 자기중심적 사고에 사로잡혀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사춘기 성인’이 적지 않은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스스로 답을 적어본다.우리나라가 사춘기를 벗어나 참된 성인, 즉 선진국으로 성장해 가는데 ‘거화취실(去華就實)’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국내 모기업의 경영철학으로도 유명한 이 사자성어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을 중요시하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내실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오랜 시간을 걸쳐 완성돼 온 선진국의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화려하고 거창한 단어로 포장해 여기저기서 마구 쏟아내고 있다. 물론 성공적인 변화와 개혁은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정책과 제도에 대한 충분한 평가와 환류, 내실화를 위한 투자와 노력 없이 무조건 새로운 정책과 제도, 조직이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에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도자의 강력한 추진력에 의존해서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가시적이고 하드웨어적 성과만을 생각하고, 정책이나 계획수립 단계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