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윤인수 칼럼] 정치를 정상화하려는 도도한 민심

    [윤인수 칼럼] 정치를 정상화하려는 도도한 민심 지면기사

    도교육감, 진상 학부모 고발… 법적지원도소수 망나니 용인 불가… 법 정상작동 시작사회질서 바로잡는 장치, 정부·야당은 경시총선 코앞 정치 심판하고픈 민심 커가는중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7일 한 학부모를 경찰에 고발했다. 학부모는 지난달 자식의 초등학교 교실을 찾아가 난동을 부렸다. 자식과 다툰 학생을 때릴 듯 위협하고, 이를 말리는 담임교사에게 "니가 교사냐"고 폭언을 했다. 도교육청은 교육감 직접 고발 외에도 담임교사가 학부모를 모욕죄로 고소하면 법률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9월엔 의정부시 호원초등학교 교사 이영승의 비극과 관련해 학부모 3명을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녹취한 수업 내용을 공개하고 교사를 성격파탄자로 모욕한 파주시 한 초등학교 학부모도 수사의뢰했다.진작 이래야 했다. 세상엔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성과 상식과 법을 무시한 생떼와 억지로 정상 사회를 위협하는 사람들이다. 교단은 말이 안통하는 소수의 학부모와 학생들로 무너졌다. 이들의 말할 자유는 보장하되 범법은 용인하면 안됐다. 법대로 하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법 이전에 인간적 선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조롱하고 지배해왔다.법은 인간 집단의 상식과 정의의 산물이다. 상식과 정의를 존중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세상의 모든 문제는 말로 해결된다. 법은 이를 거부하는 막가파들에게 최종적이고 결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사람이 사람다울 때, 법이 최후에 제대로 작동할 때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양대 노총이 회계장부를 공개했다. 건설노조의 현장 횡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단다. 공금을 비공개로 쓴 비상식과 일터를 폭력적으로 독점하는 불법도 법이 제대로 작동되면 가소로운 처지가 된다.불행하게도 예외 없는 원칙은 없는 법인가. 대한민국에서 법과 국민 사이에서 법적 정의를 착복하는 분야가 있다. 법 앞에 선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최근 언행들이 가관이다. 이재명 대표 변호인은 국정감사 위증 혐의 재판에서 국회증언감정법 상 증인 불이익 처분 금지 조항을 내세워 "허위사실 공표

  • [윤인수 칼럼] 행정구역 개편, 이왕 벌어진 판 크게 벌리자

    [윤인수 칼럼] 행정구역 개편, 이왕 벌어진 판 크게 벌리자 지면기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김포시가 툭 삐져나왔다. 경기북도의 일부로 분리되느니 서울시 편입이 낫다는 여론이 솟구쳤다. 국민의힘이 김포에서 총선을 포착하고, 김포시의 욕망에 올라탔다. 지난달 10일 경인일보가 처음 보도했던 '김포시 서울 편입론'이 20일 만에 '서울 메가시티 구상'으로 확장됐다. 총선판이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김동연의 경기 분도에서 돌출된 김포의 날갯짓이 총선 메가 이슈로 부상했다.욕망은 욕망을 부추긴다. 서울 편입 욕망이 구리·하남·광명·과천·부천·고양시로 번졌다. 욕망이라는 전차에 올라탄 국민의힘은 기호지세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와 어긋난다는 야당의 지적에 부산도 광주도 메가시티를 만들면 된다고 한 술 더 뜬다. 황금색 노른자를 꿈꾸는 흰자위 도시들의 욕망을 거머쥔 국민의힘 앞에 더불어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의 욕망에 역행하는 정치는 순결하지만, 욕망의 무게에 죽기 십상이다. 김포시 서울 편입론 '서울 메가시티'로 확장구리·하남·광명·과천·부천·고양까지 번져 김포 서울 편입이든 메가시티 구상이든 입에 발린 명분을 제거하면 명백한 총선용 이슈다. 국민의힘에게 수도권은 모 아니면 도인 격전지다. 고만고만한 이슈로는 민심을 얻기 힘들고 역량도 없다. 서울을 지향하는 수도권 시민의 욕망에 올라탄 이유다. 서울이 반발한다지만, 서울엔 더 잃을 선거구도 없다. 오히려 광명, 하남, 구리, 과천·의왕 등 서울 인접 당협위원장들에게 서울 편입 여론 조성을 채근한다. 민주당은 난감하다. 국민의힘의 특별법 공세를 머릿수로 막을 수 있지만 막고 나섰다가 직면할 재앙이 두렵다.경기도만 붕 떴다. 여당 발 서울 메가시티 구상이 현실이 되면 분도하려던 경기북부는 물론 경기남부까지 자치구역이 쪼그라든다. 불발돼도 서울 편입 욕망은 살아남아 경기도 광역행정에 걸림돌로 남는다. 서울로 기운 민심을 서울만큼 예산을 써서 달래 줄 재정이 경기도엔 없다. 김 지사는 여당의 대국민 사기극이라 비판하지만, 30년 묵은 분도론을 임기 1년만에

  • [윤인수 칼럼] 해바라기와 볼라드와 지방자치

    [윤인수 칼럼] 해바라기와 볼라드와 지방자치 지면기사

    최근에 김동근 의정부 시장을 만났다. 그날 모임의 좌장이 시장직 할만하냐 물었다. 신나게 일한다고 했다. 두 발로 의정부 시내를 걷다보면 해결하고 바꿀 것 투성인데, 시장이라 해결하고 바꿀 수 있어 신난단다. 쓰레기산을 해바라기 정원으로 바꾸었다. 건설폐기물 26만t이 산처럼 쌓여 도심의 흉물이던 시유지 3만평. 쓰레기를 치운 자리에 국제테니스장 조성 등 시청의 계획이 무성했다. 걷기 마니아인 김동근은 아침 저녁으로 시민들을 만나 의견을 모은 뒤 해바라기 씨를 뿌렸다. 황금빛으로 가득찬 해바라기 정원 3만평, 시민 전체가 즐기기에 족하다.의정부 시내 도로에 설치된 볼라드를 1천개나 넘게 뽑아버렸다. 날마다 시내를 걷던 김동근에게 시민들, 특히 장애인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볼라드가 너무 많았다. 공무원에게 확인하니 예산이 원흉이었다. 이미 설치된 볼라드를 유지할 시예산이 해마다 편성됐다. 예산을 세우고 집행하려면 볼라드는 자기 자리를 지켜야했다. 시민 편의 보다 신성한 예산과 예산집행이다. 뽑으라 했다. 시장이라 해결이 가능했다. 부활 30년 지방자치, 폐쇄적 권력 카르텔로시민 배제·브로커 활개에 부정·회의적 시선들 한국 지방자치는 1949년 공포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전쟁 중인 1952년 지방의회 선거로 시작했다. 박정희의 군사혁명위원회가 1961년 민심의 분열, 금품선거, 지방행정의 비효율을 명분으로 중단시켰다. 김대중이 1990년 13일 단식으로 30년 만에 부활시킨 지방자치가 1995년 완전체로 시행된 지 또한 30년이 다 됐다. 많은 국민들이 지방자치에 부정적이고 회의적이다. 이유는 놀랍게도 지방자치를 중단시킨 박정희 정권의 명분과 판박이다.부활 30년 지방자치는 폐쇄적인 권력 카르텔로 추락했다. 소수의 연고 집단이 30년 세월 동안 지방권력 카르텔을 형성해 장벽을 세우고 자치 주역인 시민들의 진입을 차단했다. 그들만의 자치 리그에서 지방권력과 예산을 농단한다. 중앙 정치권력은 지방권력을 집권의 도구로 계열화하고 후원한다. 자치 시민이 배제된 폐쇄적인 자치 구조다.열악한 재정도 자치의 숨통

  • [윤인수 칼럼] 대한민국 갈라치는 정치, 멈춰 세우자

    [윤인수 칼럼] 대한민국 갈라치는 정치, 멈춰 세우자 지면기사

    식민의 강과 전쟁의 강. 대한민국 현대사의 발원지다. 역사의 두물머리에서 대하로 합수해 대해로 흐르기에 넉넉한 세월이 흘렀다. 세월이 모자랐다 해도 지금쯤이면 두물머리 근처에 도달하기엔 충분했다. 불운한 역사는 화해하기 힘든 법인가. 식민의 강과 전쟁의 강은 자기 물줄기를 고집하며 오늘도 대한민국을 갈라치며 흐른다.보수와 진보는 정체성을 길어 먹는 역사의 우물이 다르다. 전쟁의 강은 보수의, 식민의 강은 진보의 상수원이다. 서로 다른 물을 먹는 동안 한국 정치에 망조가 들었다. 역사를 편식한 여야의 정쟁 앞엔 과학도 상식도 무의미하다. 진보는 슬그머니 남침의 앞잡이 정율성의 기념공원을 조성하려다 들키고, 보수는 공개적으로 홍범도 흉상 이전을 결정해 스스로 역사의 편식을 증명한다. 진보와 보수는 식민의 강과 전쟁의 강에 댐을 세워 정쟁의 동력을 발전한다. 보수와 진보에게 두 역사의 합수는 존재의 상실이다. 대장동의 이재명이 살려면 윤석열은 일본의 앞잡이가 돼야 한다. 진보 정권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려면 공산전체주의에 호응하는 진보의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합수한 정사(正史)가 없으니 야사(野史)가 판을 친다. 판을 치는 것도 모자라 정사를 왜곡해 현재를 오염시킨다.식민의 강과 전쟁의 강, 자기 물줄기 고집보수·진보에게 두 역사 합수는 존재 상실역사로 분리된 국민의 화합은 불가능하다. 역사적 적대는 전쟁의 서막이다. 역사의 거울을 따로 쓰는 정치 내전으로 국가의 정기가 탁해졌다. 대통령과 야당의 극한 대립으로 정부와 국회는 정상 국가의 행정·입법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 사법부도 붕괴됐다. 법원의 판결과 검·경의 수사는 정권에 부역한다. 문재인은 박근혜의 대법원장을 탄핵했고, 윤석열은 문재인의 대법원장을 탄핵할 기세다. 문재인의 검찰이 덮었던 수사를 윤석열의 검찰이 열심히 파고든다. 사법 정의가 무너진 자리에서 대중은 사적 복수를 열망하고 실행한다.언론의 붕괴는 결정적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사초를 목숨으로 지킨 사관들 덕분에 명실상부한 '실록'으로 남았다. 진실에 목숨을 걸었던 대한민국 언

  • [윤인수 칼럼] 선거혁명을 예고하는 경고와 징조들

    [윤인수 칼럼] 선거혁명을 예고하는 경고와 징조들 지면기사

    2018년 폴란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열다섯살 스웨덴 소녀 툰베리가 세계 각국의 정치인들을 직격했다. "당신들은 자녀를 사랑한다 말하지만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어린 선지자의 경고를 어른들은 무시했다. 푸틴은 "어느 누구도 툰베리에게 세상이 얼마나 복잡한지 말해주지 않았나 보다"고 했다. 트럼프는 "밝고 훌륭한 미래를 기원하는 행복한 소녀 같다"고 했다.소녀 툰베리의 경고는 지금 현실이 됐다. 미국에선 선인장이 말라죽고,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한겨울에 일광욕을 한다. 열돔에 갇힌 지구 곳곳에서 태양의 빛과 열에 사람들이 쓰러진다. 펄펄 끓는 바다는 거대한 태풍을 키워 육지를 물바다로 만든다. 과학자들은 수 십년 동안 기후 재앙을 경고했다. 사라지는 빙하는 분명한 징조였다. 정치인들은 경고와 징조를, 내년이면 정상이 될 이변으로 격하했다. 푸틴은 전쟁 중이고 트럼프는 대권 도전에 나섰다. 모든 비극엔 경고와 징조가 선행한다. 비극을 막을 선지자의 지혜와 자연의 섭리다. 모든 비극은 예정된 비극이라 더 비극적이다.기후위기 원년급 폭염 속에 대한민국은 비장하다. 한 시대와 세대의 종언을 고하는 만종이 울려퍼진다. 오래된 경고는 유효하고 새로운 징조는 심상치 않다. 기후위기 경고… 정치인들 무시했으나 현실로LH 부실시공·대낮 칼부림 등 사회위기 조짐 오래된 경고는 산업화와 민주화 정치세대의 유통기한 만료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두 개의 기적으로 탄생한 나라다. 당대의 숙적 박정희와 김대중이 차례로 기적을 이룬 이적은 세계적 신화다. 박정희는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며 민주주의를 유보하고 한정된 자원을 국부 창출에 집중했다. 김대중은 사형선고에도 굴하지 않고 인동의 뚝심으로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피워냈다. 박정희의 산업화와 김대중의 민주화의 목적어는 국가와 민족이었다. 그들의 리더십은 오롯이 국가와 민족을 향했다. 김대중이 박정희와 역사적으로 화해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산업화와 민주화의 유산을 반분한 정당이 국민의힘과

  • [윤인수 칼럼] '양평 수모' 방관하면, 똑같이 당한다

    [윤인수 칼럼] '양평 수모' 방관하면, 똑같이 당한다 지면기사

    지난 5일자 경인일보는 사설 '정치와 정무에 흔들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게재했다. 종점 변경 의혹을 둘러싼 야당과 정부의 공방이 예사롭지 않았다. 민주당이 특혜 변경 의혹을 제기한 도로 종점에 영부인 김건희가 있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반박은 서늘했다. 늘공의 빈곤한 정무감각을 탓하며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러다 고속도로 사업이 지체되고 표류할까 조바심이 났다. 정치와 정무로 국책사업을 흔들지 말라고 경고한 배경이다.지체와 표류를 걱정했던 양평군과 지역언론의 우려는 순진했다. 민주당은 6일 강상면 종점 현장을 찾아가 특혜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다음 날 원희룡 장관은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정치가 없는 한국정치에 일말의 양식을 기대했던 지역의 호소는 철저하게 짓밟혔다.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양평군민들의 15년 숙원사업이자, 1조8천억원 짜리 국책사업이다. 양평군민 13만여명이 오매불망 고대하던 고속도로가, 야당의 상투적인 의혹제기와 국토부장관의 신경질에 없던 일이 됐다. 양평군민에겐 생명선인 도로를 야당은 정쟁거리로, 여당 장관은 정치적 결백 입증용으로 날려 먹었다. 원인과 결과, 시종(始終)이 내로남불로 뒤얽혀 해법부재의 지경에 이르는 한국형 정쟁의 특징을 감안해도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는 어이없는 일이다. 막장조차 없는 정쟁이 국책사업을 말아먹기에 이르렀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1조짜리 국책사업민주 의혹제기·원희룡 장관 백지화 선언 국책사업 역사상 최초의 정치적 백지화 사례가 하필 서울~양평고속도로이다. 아무래도 경기도라서, 양평군이라서 당하는 모욕이다 싶다. 영호남과 충청권에서 정치적 시비로 국책사업을 날린다? 상상할 수 없다. 제주도 국책사업을 이런 식으로 백지화한다? 원 장관이 미치지 않고서야 가능할 리 없다. 강력한 정서적 연대로 무장한 지역의 국책사업은 정쟁도 가볍게 뛰어넘는다. 십수년간 검토 차원에 머물던 동남권신공항은 2021년 2월 문재인의 선언과 국회 특별법 입법으로 순식간에 30조짜리 가덕도 신공항 사업으로 확정됐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동의했다. 4월

  • [윤인수 칼럼] 수도권 대의(代議) 않는 수도권 정치

    [윤인수 칼럼] 수도권 대의(代議) 않는 수도권 정치 지면기사

    민주화 이후 지역균형발전 시대가 활짝 열렸다. 산업화 시대의 경제성장 수혜를 수도권이 독점한데 대한 반작용이 컸다. 민주화 주체세력들로 재편된 여야 정당을 지배한 영·호남 정치권이 주도했다. 언론자유화로 등장한 신생 지방 언론들이 뒤를 받쳤고 부활한 지방자치가 엄호 사격을 했다.지역균형발전은 마법의 지팡이다. 지방에 국제공항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수도 이전으로 비화했다. 헌법재판소가 안간힘을 다해 막아서자, 정부의 절반을 세종시로 옮기고 공공기관, 공기업을 전국에 뿌렸다. 20년 동안 경제성 때문에 지지부진했던 동남권신공항을,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통과시켜 불가역적 사업으로 확정한 것이 불과 2년 전이다.천문학적인 재정을 수십년 퍼부었으니 균형 발전의 성과가 없을 리 없다. 하지만 눈 비비고 볼 정도라기엔 턱없다. 곡식 널던 무안공항은 여전히 적자고, 양양공항은 휴업을 선언했다. 흩어진 공공기관, 공기업은 각 지역에서 새로운 불균형의 거점이 되고 있단다. 부산, 광주 언론들은 여전히 청년들의 수도권 러시를 걱정한다. 천문학적 재정에도 턱없는 지역균형 성과무관심속 '건설비리 천국' 변질 경인지역 수십년에 걸쳐 지역균형발전이 금단의 성역이 된 동안 경기·인천은 찍소리 못했다.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해제 호소는 냉소와 무관심으로 돌아왔다. 대신 서울에 봉사할 일꾼들이 잠잘 신도시만 잔뜩 늘었다. 복지와 기반시설 비용만 늘고, 건설 비리 천국이 됐다. 규제에 시달린 기업들은 해외로 도망갔다. 특별법으로 호흡기를 달아 줄 정도로 반도체 산업은 위기에 처했다.지역균형발전은 정치적으로 오염됐다. 지방은 균형의 효과를 의심하고 수도권은 균형의 부작용에 시달린다. 정치적 오염은 정치적으로 정화할 수밖에 없다. 힘이 없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경기·인천 국회의원이 62명이다. 서울을 포함하면 121명이다. 이들이 지역균형발전 담론을 합리적으로 전향시키는데 힘을 합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항상 이 지점에서 절망적인 정치 한계에 직면한다. 수도권 유권자들을 대의하지 않는 경·인지역 국회의원들 말이다. 인천에서

  • [윤인수 칼럼] 윤석열 대통령, 국민과 직접 대화 나서라

    [윤인수 칼럼] 윤석열 대통령, 국민과 직접 대화 나서라 지면기사

    미국 29대 대통령 워런 하딩은 신이 축복한 외모를 가졌다. 얼굴, 체격, 음성, 태도가 대통령다웠다. 유권자들은 워런 하딩에 반했고 60%대의 지지로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실상 그는 술과 도박, 여자에 이골난 한량이었다. 공화당의 계파 수장들이 정치 무능자인 그를 후보로 합의 추대했다. 허수아비를 세운 셈인데, 워런 하딩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백악관에서 술판, 도박판을 벌이고 측근들은 부정부패를 일삼았다. 미국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손꼽힌다.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블링크'에서 '신속한 인식의 어두운 면'을 '워런 하딩의 오류'라 했다.내일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이다. 돌이켜보면 대통령 윤석열은 대중의 신속한 인식과 정치적 행운이 겹친 결과였다. 살아있는 권력에 굴하지 않는 검사의 인격에 대중이 환호했다. 권력의 핍박에 핏대를 세우며 대드는 검사는 난생 처음이었다. 때 마침 제1야당에 대통령 후보가 없었다. 당시 여당은 온갖 실정의 끄트머리에서 활력을 잃었고, 여당 후보 이재명은 흠집투성이였다. 대중을 '검사다움'으로 매료시킨 윤석열은 역대 민간 대통령이 거쳤던 정치적 과정을 생략하고 순식간에 대통령이 됐다.지금 대통령 지지율은 30% 초반대다. 화제를 뿌렸던 방미외교 성과가 끌어올린 지지율도 미미하다. 저조한 지지율의 원인은 대통령이 좀비정치에 갇힌 탓이다. 서로 물고 뜯고 할퀴며 적대적으로 공생하는 여야 생태계를 30% 안팎의 좀비형 극렬 지지층이 떠받친다. 대통령이 여기에 갇혔다. 윤석열에게 좀비정치의 청산을 기대했던 30~40%의 중도 대중이 지지를 철회했다. 대중은 검사만큼이나 대통령직을 대차게 수행할 것이라 믿었던 대선 판단이 오류였을까 걱정한다. '좀비정치'에 갇혀 지지율 30% 초반대 저조국정 설명·이해구하는 도어스테핑 재개 필요 대통령이 좀비정치에 갇힐 이유가 없었다. 헤아리기 힘든 범죄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과는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격이 달라졌다. 국민의힘에 대선 후보 씨가 말랐던 건 대통령에게 행운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국민의힘은

  • [윤인수 칼럼] 윤석열 대통령과 중부권 대망론

    [윤인수 칼럼] 윤석열 대통령과 중부권 대망론 지면기사

    찰나 같은 순간이었지만 '경기·인천'이 지역분할 정치구도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때가 있었다. '중부권 대망론'. 이한동이 1997년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며 전면에 내세운 정치 슬로건이다. 합리적인 중도 민심지대인 수도권과 충청권이 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하자는 선언을, 언론은 정권 쟁탈전을 초월한 정치 교체론으로 해석했다.87체제 이후의 정치 지형은 지역패권들의 충돌로 얼룩졌다. 보수와 진보가 영남과 호남을,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부산·경남과 광주·전남과 대전·충청을 분할지배하는 지역패권은 철옹성에 버금갔다. 선거 공식은 간단했다. 지역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임자 없는 경기·인천에서 땅따먹기로 승부를 봤다. 13대 때부터 개방적인 수도권에 타향받이 정치신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3김의 공천은 그만큼 힘이 셌다.중부권 대망론은 이런 정치판을 뒤엎자는 도발이었다. 해공 신익희 이후 모처럼 등장한 경기도 출신 전국구 정치거물 이한동의 주장이라 무게가 실렸다. 3김의 추천으로 시나브로 경기·인천에 스며든 타향받이들에 위협받던 토박이 경·인지역 국회의원 상당수가 뒤를 받쳤다.결과적으로 이한동의 중부권 대망론은 도전으로 승화되지 못한 채 도발로 끝났다. 신한국당 경선에서 이회창이 승리했다. 이한동은 논산 출신 경기도지사 이인제에게도 뒤져 3위에 그쳤다. 3김의 지역패권은 강력했고, 이한동과 경·인 정치권의 정치력과 대중성은 판을 잠시 흔들 정도였지, 뒤엎기엔 역부족이었다. 국힘 '내부혁신 포기' 고립 상쇄 기회 날려민주도 비정상적인 이재명 지배 체제 강화 중부권 대망론이 지역패권 정치의 장막 속으로 사라진지 26년이 지났다. 중부권 대망론을 압도할 정치 교체의 기회가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다. 서울내기 윤석열은 통상적인 정치적 성장 과정을 생략한 채 대통령이 됐다. 보수의 박근혜에 대들고 진보의 문재인을 거부한 검사 경력이 정치 자본의 전부였다. 대중은 그 소박한 자본에서 기성정치를 해체할 희망을 봤고, 때마침 보수 야당의 대선후보 씨가 말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 [윤인수 칼럼] 상처뿐인 '더 글로리' 사회

    [윤인수 칼럼] 상처뿐인 '더 글로리' 사회 지면기사

    정순신 변호사의 망신은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주는 우리 사회의 비극을 함축한 다큐멘터리다. 정 변호사는 학교폭력 가해자인 아들이 전학 처분을 받자 불복하고 법정으로 끌고 갔다. 현직 검사의 아들 사랑은 실패했다. 대법원은 학교와 교육청의 전학 징계가 합당하다 판결했고, 아들은 결국 전학했다.아들과 아버지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선처를 구하고 징계를 수용하면 끝날 일이었다. 생활기록부의 학폭 징계 기록도 2년 후엔 삭제돼 아버지와 아들의 인생에서 떠오를 일이 없었다. 정 변호사가 법정에서 얻으려 했던 법익은 징계 취소였다. 아들의 장래에 혹시라도 지장을 초래할 학폭이력 세탁이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피해자는 가해자와 함께 생활하는 2차 피해에 노출됐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다.정순신 사태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주는 비극이재명 전위 문재인·이낙연 敵게시 반민주적 드라마 '더 글로리' 시즌1에서 학폭 가해자들은 고데기와 다리미로 주인공 '문동은'을 고문한다. 동은의 복수는 가해의 잔인성과 가해자의 반성 없는 악행으로 개연성이 뚜렷해진다. 시청자는 동은의 복수가 본격화될 시즌2를 학수고대한다. 예술에서 비극은 정화와 치유의 서사이다. 반면 현실의 비극은 권선징악의 궤도를 이탈해 권력 속에 은폐되고 더욱 잔혹하게 재생된다. 대중이 '더 글로리'의 현실판이라며 정순신 사태에 치를 떠는 이유다. 현실은 늘 허구를 압도하고 도피처를 잃은 대중은 절망한다. 학폭은 요즘 아이들의 세태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반영이다. 폭력으로 엉망진창이 된 우리 시대 말이다. 정치 언어는 적개심과 살기로 충만하다. 민주당의 언어는 반민주적이다. 이재명의 전위는 문재인과 이낙연을 적(敵)으로 게시한다. 대통령 부부를 인형으로 세워놓고 저주한다. 이재명을 기준으로 내부에선 동무와 반동을 구분하고, 밖으로는 선출된 권력을 저주한다. 국민의힘 언어라고 다를리 없다. 대통령실은 모욕과 냉대로 전당대회 경쟁 구도를 정리했다. 이준석은 소설 주인공 엄석대를 소환해 손오공의 분신처럼 부린다. 엄석대는 대통령이고 윤핵관이고 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