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춘추칼럼]눈으로 말하기와 경청하기
    칼럼

    [춘추칼럼]눈으로 말하기와 경청하기 지면기사

    일상에서 마스크 쓰기가 필수가 된지 오래대화를 나눌땐 표정도, 의중도 알기 어렵다다시금 깨닫게 되는 마음·영혼의 거울 '눈'경청도 습관화… 좋게 변화한 삶의 새풍조이제 우리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바깥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됐다. 자기 집 문밖을 나서는 순간 그 무엇보다 먼저 챙겨야 할 물건이 마스크다. 마스크 착용 없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고 공공장소는 물론 공원이나 예식장, 헬스클럽조차 드나들기 어렵게 됐다.심지어 가게나 식당에 갈 때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안 된다. 이제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이 돼버린 지 오래다. 오죽하면 속옷 없이는 살아도 마스크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말이 다 나왔을까. 그런데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니 언뜻 사람을 알아보기 어렵고 대화하기도 힘들다. 더러는 이 사람이 그 사람인가 싶어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특히 마스크를 쓴 여성분들은 이쪽에서 헤아려 알기가 쉽지 않다. 마스크가 입술과 코를 비롯한 얼굴 아랫부분을 모두 가리는 바람에 이마와 눈썹과 눈만 빼꼼히 나와 있는 모습으로는 상대방의 특징이나 표정을 읽기가 어렵다. 도무지 누구인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눈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마스크를 쓰면서 알게 된 것은 의사소통에 있어 입술과 볼의 기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소리로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만, 입술의 움직임이나 볼의 움직임으로 먼저 상대방의 의중을 짚어 알게도 된다. 그런데 그 입술과 볼이 가려진 형편이니 답답한 일일 수밖에 없다.그래서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인간에게 눈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하는 것 말이다. 눈이야말로 마음의 창이다. 영혼의 거울이다. 마음의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얼굴의 기관이 바로 눈이다. 마스크 차림으로 사람들과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전보다 훨씬 밀도 있는 대화를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이것도 실은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역작용으로의 효능이다. 더러 젊은 여자분들 말을 들어보면 마스크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얼굴 화장을 하더라도 윗부분만 하게 돼 오히려 편해졌다고 농담 아닌

  • [춘추칼럼]삶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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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삶은 선택이다 지면기사

    '책임 따르는 선택하는 삶' 개인을 존중한다계부에 죽임당한 아이 삶 선택할 수 없었다'내 뜻대로 살 수 없는 시대' 점점 늘어가고결정한 삶 살아가는것은 의무에 가까운 듯성경의 마가복음 6장에는 '오병이어'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예수를 따르던 제자들과 5천여명의 무리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에 대해서는 해석과 논쟁보다는 그 자체 상황에 주목해보자.일단 당시 상황을 보면 네 종류의 주체가 등장하는데, 예수와 제자들, 5천여명으로 표현되는 성인 남성들, 그리고 무리 속에 있었지만 기록되지 못한 여성과 아이들이 그들이다. 무엇보다 이 주체를 바라보는 예수와 제자들의 시선이 다르다. 제자들은 본인이 예수를 따르는 자로서 예수와 모인 무리들의 관계로 바라본다. 제자들이 말하기를, "여기는 빈 들이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헤쳐, 제각기 먹을 것을 사 먹게 근방에 있는 농가나 마을로 보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예수와 무리의 관계가 있을 뿐, 예수와 제자의 관계, 제자와 무리의 관계는 빠져 있다. 예수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항상 제자의 역할, 제자의 길을 강조한 것은 이유가 있다. 본인이 모든 일을 하지 않고 제자들에게 일을 하도록 한다.제자들은 선택하지 않았다. 빈 들에 모인 배고픈 무리들의 현실을 자신들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예수는 제자들이 상황을 회피한 것을 알고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그럼에도 제자들은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다. 퇴로는 없다. "너희에게 빵이 얼마나 있느냐? 가서, 알아보아라." 그 후에 나온 결과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있습니다"라는 대답이다. 비로소 제자들은 무리의 굶주림과 결속되었다.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선택을 강요하거나 선택하지 않는 것을 지지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살아가면서 맞닥뜨린 모든 것을 선택하고 판단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앞서 소개한 성경 본문에 "여기는 빈 들이고 날도 이

  • [춘추칼럼]불통과 침묵은 파멸의 전주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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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불통과 침묵은 파멸의 전주곡이다 지면기사

    文대통령 '추미애 블랙홀'서 빠져 나와야국민 59.3% "추 장관·윤 총장 국정조사"지지층 미움사도 관철시키는 용기 필요'대통령 중심제'서 '책임제'로 전환해야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월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기습적으로 징계요청과 직무정지 처분을 명령했다. 그러자 전국 59개 검찰청의 모든 평검사와 검사장, 고검장들이 "부당하고 위법하다"며 들고 일어났다. 급기야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검란(檢亂)이라고 부른다.하지만 법을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헌법과 법치를 훼손한 것에 대해 검찰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총체적으로 저항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정치가 검찰을 내려친 '추미애의 난'(秋亂)은 법원과 검찰 감찰위원회에서 제압됐다. 법원은 윤 총장 직무 정지 명령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몰각하는 것"이라면서 윤 총장 복귀 결정을 내렸다. 감찰위는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사태가 이쯤 되면 추 장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문 대통령은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럼에도 징계위원회를 강행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발상으로 법과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리처드 E. 뉴스타트는 '대통령의 권력'이라는 책에서 대통령의 힘은 설득에서 나온다고 했다. 대통령의 간결하고 명쾌하며 정곡을 찌르는 메시지는 설득의 요체가 될 수 있다. 검찰이 집단 반발하는 데 "모든 공직자는 집단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들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공허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검사와의 담판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야 울림이 생기는 법이다. 대통령의 침묵은 설득의 적이고, 불통보다 더 나쁘다. 문 대통령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1호기 평가 조작, 윤석열 직무 배제 등 현 정부에 불리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침묵을 지켜왔다. 근본 이유는 자기부정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보인다. 가령, 문 대통령은 과거 "검찰 독립이 중요하고 검찰

  • [춘추칼럼]동결, 감축, 폐기의 3단계 접근이 현실적이다
    칼럼

    [춘추칼럼]동결, 감축, 폐기의 3단계 접근이 현실적이다 지면기사

    강경 대북정책 '도발→보상→파기' 악순환바이든 新행정부, 北과 적극적인 대화 필요한국 입장 반영 신속하게 북핵협상 나서야文정부, 北 잘못된 선택않도록 관계 복원을예고된 대로 바이든 신 행정부는 확실히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할 것이다. 민주당 행정부가 그래왔듯이 바이든 차기 행정부도 명분과 원칙을 존중하고 동맹 강화와 다자적 접근을 통한 대외전략을 추구해 나갈 것이다. 국제질서에 있어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해 온 토니 블링큰을 첫 국무장관에 지명한 것은 그가 클린턴 정부시절부터 오바마 정부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깊이 관여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그의 대북관은 상당히 원칙론적이다. 바이든 당선자가 김정은 위원장을 불량배라고 부른 것과 같이 블링큰 국무장관 후보도 폭군이라고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이고 즉흥적으로 비핵화 협상을 벌여왔다고 비난했다. 그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포괄적행동계획(JCPOA)이라는 이란 핵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관여한 바 있다. 북핵문제도 트럼프식의 톱-다운 방식이 아닌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실무적인 부분부터 꼼꼼히 따져 나가는 바텀-업 방식의 협상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동북아 정세에 있어 한·미·일 3자 협력구조를 탄탄히 하여 북한을 후원하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고 북한이 핵포기 의사를 명확히 밝히기 전까지는 대북제재를 지속 유지해 나갈 것으로 판단한다. 한 인터뷰에서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쥐어짜야 하며 경제적 압박을 위해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한 것만 봐도 그의 접근법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사실 오바마 행정부 시절과 거의 유사하다. 바이든 당선인이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었고 블링큰 국무장관 후보자 역시 오바마 행정부시절 백악관 참모였기 때문에 큰 틀의 차이는 없을 것이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원칙외교, 다자협력 외교를 통해 초국가적 안보문제에 대한 협력을 이끌었고 이란, 쿠바, 미얀마 등 적대 국가들과도 관여정책을 통해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 [춘추칼럼]다시 좋은 세월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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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다시 좋은 세월이 오면 지면기사

    코로나 대란에 우리 삶은 많이 제한적이다식사·예배 쉽지않고 회의·축제는 언감생심그중 아쉬운 것은 아주 막혀버린 외국여행언젠가 똘레도 골목을 서성 일 날이 오겠지최근 코로나 대란으로 우리의 삶은 많이 제한적이다. 예전에 일상적으로 편안하게 하던 일들조차 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모여서 식사를 한다든가 술을 마신다든가 하는 일조차 편안하지 않고 교회에서 예배 보는 일도 쉽지 않고 대단위 회의나 축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그런 가운데 가장 아쉬운 것은 외국 여행이다. 가끔 여행가방을 들고 인천 영종도 공항을 거쳐 외국 바람을 쐬고 오는 것도 우리들 삶의 에너지를 보충해주고 지루한 일상을 새롭게 싱싱하게 만들어주는 요인이었다. 그런데 그 길이 아주아주 막혀버린 것이다.나는 외부 나들이가 잦아 공주 시외버스 터미널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다. 이것도 코로나 이후에 일어난 변화인데 시외버스 시간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매표구 앞에 걸려있는 시간표를 보면 검은색으로 가려진 부분이 많은데 그것이 모두 버스 노선을 줄인 증거다. 아예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표는 완전히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다. 공주에서는 인천공항으로는 버스가 한 대도 가지 않는다는 뜻이고 그것은 또 그만큼 비행기가 안 뜬다는 얘기다. 그러니 관광업이든 숙박업이든 제대로 되겠는가.이제는 누구나의 꿈일 것이다. 하루속히 코로나 대란이 평정돼 예전처럼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외국 여행 한 번쯤 다녀오는 것 말이다. 만약 나에게 시간의 여유가 생겨 다시금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스페인을 들고 싶다. 그냥 멀리서 생각할 때는 투우의 나라, 집시의 나라, 피카소의 고국 정도로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정작 가보니 스페인이야말로 자연이 아름답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였다. 햇빛이 다르고 바람이 달랐다. 가슴이 확 열리는 느낌, 자유스러운 느낌이 있었다.그런 가운데 똘레도가 가장 좋았다. 내가 똘레도를 찾은 것은 오후의 시간 한나절. 똘레도의 골목과 관광 명소들을 둘러보며 기분이 좋았다. 발길이 허뚱허뚱 허공을 딛는 느낌

  • [춘추칼럼]백넘버 51
    칼럼

    [춘추칼럼]백넘버 51 지면기사

    선수마다 자신 위치서 최선 다하는 '야구'옆사람이 잘못하면 답답해 하는게 아니라내 자리서 역량·역할 생각하고 온 힘 다해'함께 팀 만들어 가야한다'는 사실 깨달아취미로 야구를 시작했다. 공을 좋아해서 축구와 농구, 당구, 족구, 탁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했지만, 야구는 주로 '시청'하는 것에 만족했던 종목이다. 운동 역시 자신과 맞는 것이 있어서인지 주로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것을 좋아하면서 야구라는 스포츠는 직접 참여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지 못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야구 경기라는 것을 해본 것은 고등학교 1학년 투수로 나서 '완투'했던 기억인데, 경기 후 한동안 팔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이번에 야구를 시작한 데에는 건강관리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불과 몇 경기 안 되었지만 현재까지는 대체로 만족스럽다. 타율도 아직은 좋은 편이다. 직접 선수로 뛰면서 느낀 것은 그동안 야구라는 스포츠를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구나 하는 점이다. 흔히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야구 선수들은 거의 뛰지 않고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는 식으로 약간의 조소가 담긴 표현이다. 그런데 야구는 축구나 농구와 같은 체력을 요하진 않지만 매우 섬세한 집중력을 요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비 위치를 선정하는 것이나 공을 잡고 던지는 것, 심지어 주루를 할 때 베이스를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등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수를 하거나 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격을 하는 것도 투수가 던진 공을 배트 중심에 맞춘다는 것이 확률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무엇보다 야구의 가장 큰 매력은 서로 다른 이들이 모여 각자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축구는 한 두 사람이 잘 못 뛰거나 실수를 해도 다른 사람들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 축구 경기에 퇴장을 뜻하는 '레드 카드'가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야구 경기는 9명의 선수가 수비와 공격에서 자신의 자리와 타석에서 고유의 역할을 해야 한다. 수비에서는 자신의 포지션에서 날아오는

  • [춘추칼럼]역사를 잊은 정당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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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역사를 잊은 정당에게 미래는 없다 지면기사

    與, 5년전 '부정부패 재보선 무공천' 혁신안당헌 무시 서울·부산시장 후보 내기로 결정편의에 따라 근간 흔들어 명분없고 탐욕만대선주자들 권력 눈치만 보면 앞이 안보여더불어민주당이 악수를 뒀다. 당헌을 바꿔가면서 속전속결로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당헌(제96조 2항)에 따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모두 성추문으로 인해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무공천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후보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구차한 논리로 약속을 뒤집었다. 이런 민주당의 태도는 자기부정의 참 나쁜 정치다. 더욱이, 여성시민단체의 지적처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2월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선출되었다. 그런데 4월에 치러진 네 곳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모두 패배했다. 정치적 타결책으로 문 대표는 5월에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김상곤 혁신위는 사무총장제 폐지, 부정부패 등으로 직위 상실시 재보선 무공천, 당원소환제 도입 및 당무감사원 설립 등의 혁신안을 제시했다. 문 대표는 2015년 10월 새누리당 소속 경남 고성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재보궐 선거가 열리게 되자, 현장 유세에서 "새누리당이 책임져야죠, 후보내지 말아야죠"라고 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불과 5년 전에 문 대통령이 정치발전의 출발점이라고 자랑했던 '무공천 당헌'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는 것은 반개혁의 적폐다. 민주당은 지난달 14일 당 체질 개선을 위한 가칭 '2020 더 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런데 혁신위 구성 2주만에 당헌을 바꿔 스스로 가장 혁신적인 방안이라고 자랑했던 무공천 약속을 파기

  • [춘추칼럼]역사왜곡, 동북아 냉전, 그리고 우리는?
    칼럼

    [춘추칼럼]역사왜곡, 동북아 냉전, 그리고 우리는? 지면기사

    中日 과거사 반성없는 왜곡은 냉전의 잔재화해 시도 공동체발전 유럽 통찰력과 대조현재 남북분단 美中 세력다툼 속 한반도는신냉전 기로… 국민결속이 문제해결 첫걸음'역사란 무엇인가'란 책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국의 정치학자 E.H. Carr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비추는 현재의 거울인 역사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최근 6·25 전쟁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언급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6·25 참전 70주년 연설에서 6·25 전쟁을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규정하고 제국주의의 침략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항미원조의 정신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중국 지도자의 언급에 대해 단호하게 항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6·25 전쟁은 명백하게 북한의 남침으로 일어난 전쟁이다. 500만명 이상의 군인과 민간인의 사상자를 낸 한국 역사상 가장 슬픈 전쟁이다. 북한의 남침이라는 객관적 역사의 증거 앞에서는 중국은 물론이고 북한 자체도 남침에 의한 전쟁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문제는 명백한 사실이 있음에도 이를 다르게 기술하는 역사의 왜곡 현상을 우리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역사의 왜곡 현상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상당히 많은 논란을 가져오고 있다. 일본은 제국주의·식민주의 시절 본인들이 자행한 많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 후대에게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독도 영유권을 터무니없이 주장하고 있으며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에 대해서 통렬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역시 동북공정 등을 통해 과거 고구려와 발해의 땅이었던 지역의 역사를 왜곡해 왔다. 최근 강조하는 중국몽을 통해 중화민족주의의 부활을 위한 역사왜곡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처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현상이 동북아시아에서 유독 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의 잔재를 청산하기도 전에 밀어닥친 냉전의 여파와 현재까지도 그 냉전적 질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연유한다. 2차 세계대전의 발원지

  • [춘추칼럼]근근이 먹고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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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추칼럼]근근이 먹고산다 지면기사

    내가 보기엔 지금 기적처럼 잘 살고 있어그런데도 사람들은 불평불만 많고 '한숨'지나치게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마음만은 너그럽고 풍부하게 가지길 바라"우리 집은 아빠가 선생질을 해 근근이 먹고 산다."지금도 이 문장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파온다. 이 문장은 우리 집 아들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다닐 때 여름방학 숙제로 쓴 일기장에 들어 있던 문장이다. 마침 그때는 나도 아들아이가 다니던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던 시절인데 여름방학이 지나고 여름방학 숙제 검사를 하던 아들아이 담임선생님이 일부러 나를 불러서 보여준 문장이기도 하다. 아들아이가 일기장에 쓰기는 했지만 이 말은 애당초 아들아이의 것이 아니다. 아이의 엄마가 아들아이에게 자주 해준 말이다. 그러기에 아이가 그것을 외워두었다가 마침 일기장에 아무 것도 쓸 거리가 없는 날 이 말을 기억해내고 무심히 옮겨 적은 것이다.우리가 살던 집, 아주 작은 단독주택 앞에는 동네 사람들이 홍가가게라고 부르던 조그만 구멍가게가 있었다. 그 가게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들이 여러 가지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아이는 그 장난감들에 눈독 들여 살았다. 들락날락 가게 문을 드나들며 엄마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에게 장난감을 넉넉하게 사줄 만한 돈이 아내에게 있을 까닭이 없었을 터. 늘 푼돈으로 쪼개어 써도 돈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쌀값, 연탄값, 반찬값을 제하면 남는 돈이 별로 없었으니까 말이다.그런데도 아이는 새로운 장난감에 마음을 뺏기고 자꾸만 엄마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으리라. 그럴 때마다 아내가 아이의 등짝을 한 대씩 때리면서 했던 말이 바로 그 말이다. "우리 집은 아빠가 선생질을 하여 근근이 먹고산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나 아이의 등짝을 때리며 경각심을 심어주던 아이의 엄마나 그것을 바라보던 나는 참으로 한심한 인물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한심한 사람은 바로 나. 그래, 학교 선생으로 일한다는 사람이 아이에게 장난감 하나 시원시원 사주지 못하고 아내에게 그런 소리를 하게 만들고 또

  • [춘추칼럼]체념과 희망
    칼럼

    [춘추칼럼]체념과 희망 지면기사

    인간은 항상 '시궁창' 같은 현실에 '절망'온통 주식·부동산으로 '富축적' 강조할때누군가 '사람이 살고 죽어간다'고 말하고그곳으로 발걸음 옮겨 손 내밀 수 있어야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그 동안 삶에서 익숙하지 않았던 단어들이 훅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주름, 흰머리, 뱃살, 노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것들이 주로 외모나 신체와 관련된 것이라면 실패와 좌절, 절망, 불안, 우울 등은 심리적이고 정서적 표현들이라 할 수 있다. '체념'이라는 단어 역시 그 중 하나다. 실패나 좌절이 더 깊고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라면, 체념은 기대를 접는 데 있어서 뭔가 순간적 감정이나 판단 등 일시적 느낌으로 남는 듯하다.칼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에서 "체념은 항상 인간에게 힘과 새로운 희망의 샘이었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였고, 오히려 그것을 기초로 삼아 자신의 이승에서의 삶의 의미를 쌓아올리는 법을 배웠다"라고 썼다. 칼 폴라니는 죽음이라는 좀 더 궁극적인 절망 앞에서 '체념'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은 일상의 다양한 체념에 익숙해지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의 시간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제 그것을 할 수 없다는 체념 사이에서 흘러간다.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곳을 갈 수 있고,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던 꿈은 이제 결코 그렇게 할 수 없음을 깨달으면서 체념의 숫자를 늘려가는 중이다. 이처럼 우리의 삶은 수많은 체념으로 구성된다. 동그란 공으로 하는 스포츠라면 거의 좋아했다. 잘한다는 말도 꽤 들었다. 하지만 이제 내 몸은 과거의 몸이 아니다. 초등학교 운동회때 부모들이 이어달리기에서 많이 넘어지는 이유도 머리가 과거의 몸을 기억하고 달려가기 때문이다. 이제 조심해야 할 때가 되었다. 무엇보다 체념할 때가 된 것이다. 가장 정확하게 내 몸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체념과 포기는 다르다. 체념이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시간에 따른 판단 행위를 뜻한다면, 포기는 미래를 포함한 시간에 대한 판단과 결정이다. 그런 점에서 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