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춘추칼럼]슬럼프에 대하여
    칼럼

    [춘추칼럼]슬럼프에 대하여 지면기사

    처음엔 당황… 답답함 벗어나려 '발버둥'상처 치유 '시간'이란 능력 믿고 기다려야참고 물러설 줄도 알면 '새로운 출구' 열려목전의 유익·편리보다 '미래' 품고 살아야가끔 문학강연을 하면서 젊은 친구들로부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글쓰기에 대해서, 독서에 대해서, 더러는 인생에 대해서. 한결같이 쉽게 대답해줄 수 없는 무거운 문제들이다. 가장 까다로운 질문은 사랑에 관한 것이고 그다음은 슬럼프에 관한 것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니 경험도 있고 그런 경험 가운데 사랑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알고 있겠고 슬럼프 극복에 대해서도 무언가 묘안을 갖고 있지 않겠나 싶어서 하는 말일 것이다. 사랑에 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고 있으니 다음으로 미루자 얼버무리지만 슬럼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답을 내놓기도 한다. 슬럼프.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일종의 고난이고 고통이겠다. 슬럼프가 뭐 별것일까. 내내 잘 굴러가다가 주춤주춤하는 것이 슬럼프다. 그러다가 심해지면 가속도가 떨어져 아예 제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막막한 일이고 답답한 일이다. 이러한 절망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나름대로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냥 모든 걸 포기해버리고 마는 것인데 우리가 살아있는 한은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제대로 된 답이 아니다. 어찌해야 좋은가? 이쯤에서 나는 나의 지난날 경험을 불러내야만 한다. 그러한 때 나는 어찌했던가? 그 대답을 듣기 위해 젊은이들도 나에게 묻는 것이리라.그러하다. 나에게도 나름 몇 차례 슬럼프가 있었다. 인생의 슬럼프가 있었고 시인으로서 시가 제대로 써지지 않는 슬럼프가 있었다. 처음엔 무척 당황해하고 답답해하고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쳤던 기억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다. 우선은 기다려야 하고 생각을 좀 더 느슨하게 가져야 했다. 단기전으로 생각지 말고 장기전으로 접근해야 했다. 거기에 첫 번째 항목이 기다림이고 느긋함이다. 시간의 은택을 입어야 한다. 시간이란 참으로 은혜로운 존재이다. 많은 상처를 치유해주고 새로운 능력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 [춘추칼럼]코로나19와 봄이라는 기적
    칼럼

    [춘추칼럼]코로나19와 봄이라는 기적 지면기사

    불안·공포로 송두리째 뒤바뀐 우리의 일상감염확산에 정보 무차별 양산 대응도 난감자연도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봄이 오듯이현실 고통, 원칙준수 공동체 신뢰로 극복을매년, 그리고 매일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다짐하고 계획한다. 그리고 대부분 새로운 삶을 만들기보다는 실패하고 만다. 본인의 의지와는 사실상 무관하다. 실패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삶을 위한 계획이 내적 의지만 있을 뿐 외부 환경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계획한 사람은 저녁 회식을 줄이거나 취침시간을 앞당겨야 하는데, 실제로는 환경은 그대로 두고 의지로만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코로나19만큼 우리의 삶의 조건을 송두리째 흔들었던 사례는 근래 없었던 것 같다. 정치적 혹은 경제적 상황 역시 큰 충격이 있었지만 개인의 일상을 이렇게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이 상황은 거의 전쟁이나 쓰나미를 겪은 지역의 '그라운드 제로'와 같은 현실에 가깝다. 그 결과는 두 가지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는 불안과 공포가 확산되면서 공동체가 약화되고 있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오늘날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복잡하고 바쁜 삶이 새롭게 성찰되고 있는 점이다. 사람들의 삶이 단순해지고 있다. 수많은 사회적 관계는 가장 중요한 관계로 축소되고 있으며, 누군가는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 이후 이 두 가지 특징이 어떤 양상으로 이어질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정보 과잉 측면에서 '마스크'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전문가와 비전문가, 일반인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양산되고 확산된다. 전문가들 또한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대표적인 예가 '마스크'에 대한 관점이다. 최소한 국가인증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입장부터 해외 사례를 들면서 굳이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는 관점까지 서로 다른 정보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지금처럼 감염 확산이 빠르

  • [춘추칼럼]통합 보수 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
    칼럼

    [춘추칼럼]통합 보수 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 지면기사

    황교안·유승민·김형오 3자회동 추진 시급정파적 이익만 쫓는게 아니라 민생 챙겨야국민위한 정책제시·미래 이끌 인재육성도진영논리 분열 치중땐 국민들 준엄한 심판자유한국당과·새보수당, 전진당이 합당해서 '미래통합당'(통합당)으로 17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보수가 뿔뿔이 흩어진지 3년 만이다. 통합당 지도부는 한국당 체제가 사실상 그대로 유지되고, 기존 한국당의 김형오 공관위원장 체제도 이어받기로 했다. 일단 야권 정계개편의 가장 큰 축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 받을 만하다. 총선을 두 달 정도 남기고 그동안 파편화된 보수 정당들이 하나로 통합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보수가 힘을 합치라"는 국민의 뜻에 부응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설 연후 직전에 KBS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1월 18일~21일)에 따르면, "선거 전에 보수 야당 간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필요하다'(50.7%)는 응답이 '필요하지 않다'(37.5%)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는 통합 필요성에 각각 59.9%와 55.3%가 동의했다. 통합당은 일단 탄핵의 강을 건너 새로운 집을 짓고 개혁 보수를 향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다. 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보인다. 통합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벌써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통합의 한 축이었던 유승민 의원은 통합당 출범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지역구 공천을 둘러싼 통합 세력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유 의원은 김형오 위원장이 "갈수록 이상해 진다"라며 총선 공천 작업에서 새보수당 인사들이 부당 대우를 받고 있다는 취지의 불만을 표출했다. 여하튼 유승민 의원의 '전략적 두문불출'이 길어지면 그만큼 통합의 시너지 효과는 반감된다. 통합의 화룡점정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황교안 대표, 유승민 의원, 김형오 위원장간의 3자 회동이 추진되어야 한다. 공천을 포함해 정치로 풀어야 할

  • [춘추칼럼]학교, 부모, 청소년이 함께하는 통일교육
    칼럼

    [춘추칼럼]학교, 부모, 청소년이 함께하는 통일교육 지면기사

    다양한 계기 통해 통일미래 희망 심어줘야 기성세대들 '비용·갈등' 부정적 인식 개선항구적 평화 구축 점진적 통합 추구 바람직이산가족 방문·민간교류땐 더할 나위 없어지난 11일 통일부와 교육부가 지난해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통일이 필요한가'에 대한 우리나라 초중고 청소년들의 대답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55.5%라고 한다. 10명이면 절반 정도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만 공감하는 것이다.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할 대상인 북한에 대한 이미지도 청소년들의 대략 60%가 전쟁, 군사, 독재 등 과거 남북 대결구조 속의 이미지를 연상하고 있다. 북한을 협력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43.8%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경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비중도 35.8%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그렇듯이 이러한 수치들은 그해 그해의 남북관계 상황 등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실제로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2018년에는 훨씬 더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결과가 조사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평생 통일문제를 연구해온 필자로서는 청소년들의 통일의식이 변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다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초중고 청소년들이 앞으로 통일미래시대를 열어나가는 세대라고 볼 때 청소년들이 통일문제에 대해 희망적인 사고를 불어넣어 주어야 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80%에 육박한다는 것은 국영수 문제풀이와 입시에 바쁜 우리 청소년들이 그나마 도덕이나 별도의 체험을 통해 통일문제에 대해서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행스러운 일이다.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계기를 통해 통일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이 통일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한편으로는 가정교육이 중요하다. 아직 정서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대부분 부모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기준으로 모든 사안을 판단한다. 부모가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만났던 지인은 어린 손주

  • [춘추칼럼]말이나 하지 말 것이지
    칼럼

    [춘추칼럼]말이나 하지 말 것이지 지면기사

    공주문화원장 8년은 내 생애의 좋은시절재정 돕기에 찬조금 걷던 일을 떠올리며베풀며 사는 분들의 '나눔·배려심' 배워자기가 못한다고 선행 헐뜯지는 말아야내 생애 가운데 좋았던 시절을 꼽는다면 우선은 외할머니와 함께 지낸 초등학교 시절과 교장이 되어 8년 동안 시인 교장 소리를 들으며 살던 시절일 것이다. 거기다 더 하나를 보탠다면 교직에서 정년 퇴임을 한 뒤, 역시 8년 동안 공주문화원장으로 일하며 지내던 시절을 들어야 할 것이다.나는 공주 태생이 아니다. 서천 출신인데 30대 초반부터 공주에 와서 사는 사람이다. 어느 고장이든 문화원장은 그 고장 출신을 앉히는 것이 하나의 관례처럼 되어 있다. 그런데 자존심 높은 공주 사람들이 나를 문화원장으로 허락해준 것이다. 두고두고 감사한 노릇이다. 만약 나에게 문화원장 경험이 없었다면 나의 생애는 매우 단조롭고 조그마했을 뻔했다. 교직 생활은 어린 학생들과 엇비슷한 성향을 지닌 교직원들과 어울려 약간은 울타리 안에 갇혀진 생활이고 소극적인 생활이다. 하지만 문화원장은 어른들을 상대로 하면서 문화 일반에 폭넓게 관여하는 자리다. 그러므로 나의 생애는 비로소 문화원장의 날들을 추가해야만 어렵사리 완성된다고 본다. 내가 문화원장이 되어 시도한 일 가운데 하나가 찬조금을 많이 받아 문화원의 재정을 보다 부드럽게 하는 일이었다. 나부터 찬조금을 많이 내도록 노력했다. 그런 다음 그 찬조금 명세를 문화원 소식지에 상세히 밝혔다. 그것이 찬조금을 낸 분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찬조금을 더 많이 받아내는 길이라 여겼던 까닭이다.몇 차례 찬조금 명세를 밝히고 났더니 조금씩 반응이 왔다. 소식지를 받아본 분들 가운데 생각이 깊은 분들이 찬조금을 내주기 시작한 것이다. 찬조금은 점점 늘어났다. 나중에는 목표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찬조금이 들어왔다. 바로 이것이다 싶은 쾌재가 왔다. 내가 처음 의도했던 것이 들어맞은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가깝게 지내던 회원 한 분이 말했다. 왜 찬조금 명세를 자꾸만 밝히느냐고. 그렇게 하면 안 낸 사람들이 부끄럽지 않겠느냐고. 실은 찬조

  • [춘추칼럼]너무 애쓰지 말자
    칼럼

    [춘추칼럼]너무 애쓰지 말자 지면기사

    '빡빡' 보다 헐렁한 삶이 타인에게 유연할듯교육·재테크… 애쓰면서 승자는 없는 구조가만히 두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들도 많아올해 거창한 목표보다 조금씩 줄이는 계획을계획 세우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을 갈 때도 꼼꼼하게 일정을 짜기보다는 일단 떠나는 것에 의미를 두는 편이다. 경자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일 년을 열두 달로 나누게 되면 벌써 12분의 1이 흐른 셈이다. 작년에는 1월에 최소한의 계획 같은 걸 세웠다. 왠지 모르게 올해에는 잘 세우지 않던 계획을 그나마도 미루고 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뭔지 모를 막연함이 존재한다. 한 달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조금씩 계획을 세우려 한다. 업무 차원은 일단 제외하더라도,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아마도 가장 앞서는 일은 책을 꾸준하게 읽는 것과 건강을 위한 운동이 될 듯하다. TV를 거의 안 보는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책읽기는 삶의 새로운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운동은 스트레칭과 팔굽혀펴기, 걷기, 계단 오르기, 아이들과 축구하기 등이다. 대부분 일상의 간단한 것들이지만 정작 하지 않고 있던 것들이다. 그 외에도 커피를 조금 줄이고 물 자주 마시기, 묵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을 돌아보는 시간 갖기 등도 포함해야겠다. 지면을 빌려 이렇게라도 말해 놓으면 조금 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 믿음으로 하나씩 실천해볼 생각이다.이 정도만 잘 하더라도 성공적인 한 해가 될 것 같다. 평소 잘 하지 않던 일을 습관으로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 온몸으로 경험하지 않았던가. 조금씩, 하나씩 하면서 바꿔나가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최근에는 독서도 '빡세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잘못된 습관을 바꾸고 새로운 비전을 가져서 성공적인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빡세게' 하는 것은 그 하나의 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 전체를 '빡세게' 만든다. 빡빡한 삶이 아니라 조금은 헐렁한 삶이어야 타인을 대하는 것도

  • [춘추칼럼]남측은 독자성을 강화하고 북측은 경직성을 탈피해야 한다
    칼럼

    [춘추칼럼]남측은 독자성을 강화하고 북측은 경직성을 탈피해야 한다 지면기사

    북한 '통미봉남' 전략 정세 반전 효과 미미올해 자력갱생·전략무기 '정면돌파전' 내놔文대통령, 신중 대응·선순환구조 발전 강조北 국제사회 일원화 남북관계 뒷받침 필수얼마 전 국내외 학자들과 현 한반도 정세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학자들의 최고 관심사는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것과 남북관계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느냐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2019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였다. 그리고 그동안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이러한 북한의 핵폐기 의사를 전제로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핵 폐기의 순서, 방식 등 구체적인 협상에 있어서는 북미 양국은 서로가 만족할 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디테일의 악마는 존재했고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나타났다. 지난해 북한은 각종 미사일 발사를 통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실무협상을 거부하면서 미국의 결단을 압박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은 없었다.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풀어보려던 북한은 지난해 완전히 '통미봉남'으로 돌아섰다. 자신들이 주도권을 갖는 데 있어 한미관계를 벌리고 우리를 초조하게 하면서 미국과의 담판에 올인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를 결산하고 올해를 전망해 보건대 북한의 전략은 그다지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반전시키는 데에는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연말 시한을 설정했지만 미국의 유연한 조치를 이끌어 내지 못했고 남북관계 역시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북한이 내놓은 것이 '정면돌파전'이다. 북한이 예고한 새로운 길은 제재해제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며 제재가 계속되더라도 버티는 자력갱생식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방력은 계속 강화하여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것도 지난 당 전원회의 결과에 나타난 북한의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반응은 없지만

  • [춘추칼럼]빨라도 너무 빠르다
    칼럼

    [춘추칼럼]빨라도 너무 빠르다 지면기사

    예전 궁핍할땐 너그럽고 과격하지 않았다고속도로 정상속도 주행이 신고감 이라니무조건 재촉보다는 자신을 살필 필요 있어인생도 조절하면 보이지않던 것이 보인다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서두르고 조급해하는 사람들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오늘날 우리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속도 제일주의, 조급증이다. 도무지 진득하지 못하다. 무엇이든지 빠르게 뚝딱 해치워야 직성이 풀린다. 참지를 못한다. 기다리지 못한다. 특히 남의 일에 관한 한 더욱 그렇다. 그리고는 쉽게 결론을 내리고 돌아서 버린다. 우리가 예전에도 그랬을까? 내가 살기 이전 세상은 모르겠거니와 내가 어려서 보아온 세상은 조금은 여유가 있고 그윽한 정취가 있었던 세상이었다. 궁핍한 가운데서도 타인에게도 좀 더 너그러웠으며 자신의 문제에 있어서도 오늘날 우리들처럼 과격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이렇게 조급한 사람들이 된 것이다.우선 자동차가 달리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지난번 서울서 저녁 행사를 마치고 후배 시인이 운전하는 자동차 편으로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귀가한 적이 있다. 마침 밤이었고 그 운전자가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사람이라서 한껏 속도를 낮추어 한참을 달렸다. 많은 차들이 비껴서 달려갔을 것이다. 그런데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소에 차를 세웠을 때 경찰 한 사람이 다가와 후배 시인을 불러세우는 거였다. "지나가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신고해서 왔습니다. 혹시 약주를 잡수셨습니까?" 그러더니 음주측정기를 들이댔다. 결과가 술을 먹지 않은 것으로 나오니 다시 물었다. "혹시 몸이 아프신 건 아닙니까?" 후배 시인이 그렇지 않다고 하니까 경찰은 몇 마디 조언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고속도로에서는 어느 만큼은 속도를 내어 달려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자동차 운전자들이 신고를 합니다."나는 옆에서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착잡했다. 내가 보기론 정상적인 속도로 달리는 것 같던데 그것이 신고의 대상이라니! 그러니까 이것은 정상적인 것이 비정상으로 통하고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으로 통하는 실례

  • [춘추칼럼]"때는 와요"
    칼럼

    [춘추칼럼]"때는 와요" 지면기사

    절망속 내일을 꿈꾸고 노래하는 것이 인간역사적 인물의 삶을 보면 '기다림의 연속'일상속 목표를 향해 타인과 협력하는 태도비난·저주 내려놓고 '좋은 언어'로 채우길새로운 해가 밝았다. 하루하루가 항상 새로운 날이지만, 해가 바뀌는 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랜 세월 인류가 '시간'과 함께해온 까닭이다. 이렇게 새로운 해가 되면 사람들은 결심을 하거나 소망을 품는다. 결심이든 소망이든 결론은 모두 같은 지점을 향한다. 개인이나 공동체의 변화이다.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는 그러한 변화를 일굴 수 없을 때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절망의 영역이다. 실제로 누군가는 그럴 수 있다.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이 새해가 되었는데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절대로 변할 것 같지 않은 현실이라면, 절망하는 수밖에 무엇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인간은 꿈을 꾸고, 노래하고, 기다린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 기다림이야말로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이끌어온 가장 중요한 동력이 아니었을까. 역사 속 인물들을 보면 갑작스럽게 중요한 일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은 기다림의 연속이었음을 알 수 있다. 기다림은 포기나 판단중지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에 대한 직면을 뜻하며 나아가 내일을 모색하는 일이다. 현실은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강한 비바람으로 흔들거나 적신다.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은 쉽지 않다. 기다림은 단단해지는 일이다. 딱딱해지는 것이 아니라 단단해져야 한다. 단단함은 두껍고 튼튼한 껍데기로 포장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층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이다. 기다림만이 단단함을 만들어낸다.기다림은 태도의 문제이다. 단순히 결심한다고 기다릴 수 있는 게 아니고, 소망한다고 기다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다림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과 맞닿아 있다. 태도는 그 일상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결국 개인은 어떤 목표에 한 순간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통해 살아가고, 어느 순간 목표에 이르게 된다. 공동체의 변화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한

  • [춘추칼럼]국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칼럼

    [춘추칼럼]국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지면기사

    정부 부동산대책 反시장적 기본권 침해 소지여론조사 긍정 27% 불과… 국민 평가 냉정교육 공정성 강화 지시 '행정 독재' 경고도헌법정신·법절차 준수 민생·도덕성 회복을2019년 기해년 한 해를 보내면서 현 정부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헌법정신과 법 절차가 잘 지켜지고 있는가?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시세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대출을 전면 금지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은 헌법적 가치인 시장경제의 기본정신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충분한 상환 능력이 있는데 고가 주택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산 가치를 완전히 무시하고, 공급을 늘리는 대책 없이 수요만 잡겠다는 것은 반시장적이고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 더구나 경제부총리 말 한마디로 갑자기 대출을 금지한다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촉발된 교육 공정성 강화에 대한 대통령 지시에 교육부는 지난 11월 7일 2025년부터 자사고와 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관련된 사립학교 법인들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끝내 폐지를 강행할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국회 논의도, 사회적 합의도 없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시행령을 하나 바꿔 서둘러 추진한다는 것은 '행정 독재'나 다름없다. 국가의 교육정책은 정치적 중립성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연구가 이뤄진 다음에 진행돼야 한다. 현 정부는 국가교육위원회·국가교육회의가 이런 뜻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가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청와대는 정무적 판단과 결정을 일일이 검찰의 허락을 받고 일하는 기관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검찰이 조 전 장관에게 적용한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