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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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대북강경론을 경계한다 지면기사
북·미, 어느 누구도 '회담 실패' 판단 안해양측 파이 '공정 배분' 심판役 우리가 해야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문제 '분리' 바람직 '한반도 비핵화' 中역할 견인위해 소통 중요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것에 대한 분석과 후속작업들로 분주하다. 우리 정부는 북미회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떠났고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열어 우리의 대응책을 논의하였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지만 북미가 진정으로 중요시하는 부분에 대한 협상카드가 분명해졌다. 미국은 북한이 전체 핵프로그램을 꺼내놓기 전까지는 대북제재를 해제할 생각이 없으며,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교환방식이 아니고서는 핵프로그램 모두를 꺼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측의 차이는 지난 30년 북핵협상의 핵심 사항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역사적인 북미 정상 간 세기의 담판이 벌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방식의 비핵화 과정과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결과는 아쉽지만 그렇다고 실패로 규정하기에는 이르다. 양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어느 누구도 이번 회담이 실패했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북한 언론은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보다는 양 정상 간의 건설적인 논의에 맞춰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기자회견과 트위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변함없으며 대화를 이어나가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표출하고 있다.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축소되었고 북한도 핵능력과 관련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대북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다. 과거에도 협상이 실패를 하면 늘 핵포기불가론, 협상무용론, 선핵포기론 등이 자리를 잡았다. 실패했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이뤄진 것처럼 다시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우리는 실패와 성공을 규정하기에 앞서 냉정하게 회담의 결과를 분석하고 더 좋은 합의를 위한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협상은 크기가 정해져있는 파이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가 아니다. 파이가 같은 비율로 나눠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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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보다 공정한 심사를 바라며 지면기사
구성과정 부터 한없이 의심받는 심사위원공정하게 결정해도 모두만족 '최고'는 없어3·1운동 100주년 사업비 문화예술계 투입혈세 옳게쓰였다고 수긍할만한 행사되길심사는 결코 신뢰받지 못한다. 계량화도 대책이 안 된다. 모두가 인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점 없이(그런 기준점이 불가능하다) 다분히 자의적으로 이루어진 계량화는 딱한 숫자놀음일 뿐이다. '판단'이나 '감상'을 수치화하는 것부터가 신뢰받기 어려운 일이고 사람마다 판단과 감상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심사위원을 결정하는 누군가가 있다. 사실 이분이 모든 심사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분이 어떤 영향력 있는 자의 청탁이나 압력을 받지 않고, 자신의 혈연·학연·지연 등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알아서 뭐하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이 정한 합리적인 기준에 의거하여 객관·공정한 분들을 선택했다면 일단 최상의 심사위원 구성일 테다.그런데 이 단계부터 절대적인 의심을 받는다. 실무자의 기준이 과연 공정했는가. 저 무수한 철밥통 심사위원들은 뭔가? 왜 누구나 예상할 만한 사람이 되겠는가. 불특정다수의 심사위원 풀에서 심사 임박 때마다 랜덤으로 뽑기도 하는데, 그 심사위원 풀은 누가 또 어떻게 선정해서 구성했는가? 의심하기로 들면 한없이 의심스럽다.아무튼 그렇게 해서 심사위원들이 정해졌다. 심사위원들이 어떤 로비도 받지 않고 어떤 인연에도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의 공정한 잣대로 심사했다고 하자. 그게 가능해? 역시 엄청나게 의심받는다. 여러 가지 의심을 받지만, 가장 큰 의심은 그 심사위원 개인의 잣대가 과연 공정할 것이냐는 것이다. 누가 봐도 공정한 심사위원이 누구나 인정할 수 있게 공정하게 심사를 보았다 하더라도 결과는 신뢰받기 힘들다. 왜냐면 혼자 심사 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이상한 일인지 당연한 일인지 아리송하지만 만장일치가 거의 없다. 합의점을 찾으려고 한다. 두어 분이 '최고'라고 강력히 주장하면 될 확률이 아주 높다. 다섯 사람이 '보통'이라고 본 작품이, 한두 사람이 '최우수'라고 주장한 작품들을 이기기도 한다. 다른 이들은 우수하다고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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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무엇을 할 것인가 지면기사
한국사회 다양한 욕망의 집합체 '인싸'사회 변하지 않는한 개인 행복은 없다사소한 것부터 각자 스스로 수행해야그것이 곧 '지속가능한 공동체' 출발점얼마 전 20~30대 청년들에게 요즘 자신을 붙잡고 있는 단어를 물어본 적이 있다. 꿈, 미래, 생명 등 여러 가지 답변이 나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잔고'였다. 이 시대 청년들의 신산한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울컥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제 청년들의 힘든 삶을 이야기하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수많은 언론 보도뿐만 아니라 청년수당과 청년창업, 청년임대주택 등 정책적으로도 청년세대와 관련된 지원이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청년들의 삶을 잘 모른다. 어쩌면 애써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그 세대를 지나왔고, 내 아이는 아직 그 세대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당사자'가 아닌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만다.2018년 가장 핫한 유행어 중에 '인싸'가 있다. '인사이더(insider)'라는 단어에서 나온 것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인싸템, 인싸음식, 인싸춤, 핵인싸 등의 용어들과 함께 특정 세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문체부 2018 문화향수실태조사를 보자. 일상에서 문화행사 관람률은 81.5%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분야별 관람률에서는 영화관람이 75.8%로 압도적이다. 대중음악이나 미술전시, 연극, 뮤지컬 등은 20% 이하로 큰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이것 역시 '인싸'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장르 격차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일 장르 내에서는 '인싸' 현상은 강화된다. 1천만 명이 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전국의 약 3천 개에 이르는 스크린에서도 상영기회를 확보하지 못하는 수많은 독립영화들이 존재한다. 이것이 단순히 시장이나 자본의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인싸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욕망의 집합체이다.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뒤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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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확증편향에서 벗어나야 경제가 산다 지면기사
소득주도성장, 되레 양극화 심화 '황당 현실''평화가 경제' 많은 시간과 난관 극복 필요성과없는 경제정책 수정·보완 절실하고 시급경제 무너지면 민심이반 진보정부도 '흔들'확증편향(確證偏向)이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으로 '잘못된 확신'이다. 크게 '통계학적 확증편향'과 '심리학적 확증편향'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통계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을 확증하는 쪽으로 치우치는 인지적 편향이다. 가령,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재인 케어 등을 통해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도 늘어나면서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생산·투자 부진, 자영업 몰락, 고용 참사, 소득 양극화 등의 부작용이 여러 통계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경제 정책 실패를 피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유리한 통계 결과만을 선별해 홍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민간 소비 증가율(2.8%)이 경제 성장률(2.7%)을 웃돌았다"면서 "소비 심리가 하락했으나 실제로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간소비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1.4%로, 약 52%를 민간소비가 주도했다"는 통계까지 인용했다. 민간소비가 괄목할 성장을 거둔 것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 때문이므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 같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와서 민간소비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정부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개인 소득 중에서 의료보험료, 대출 이자 등과 같이 내지 않으면 안 될 것을 빼고 남는 돈이 소비가 가능한 '가처분 소득'이다. 현 정부에서 가계소득은 늘었지만 가처분 소득은 줄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진짜 더 심각한 문제는 못사는 사람들(소득1, 2분위)의 가처분 소득은 더욱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반대로 잘 사는 사람들(소득 4, 5분위)은 더 빨리 늘어난다는 점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을 끌어올려 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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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통일과정의 동서독 교훈 지면기사
1970년대부터 시작된 양측간의 '긴장완화'대결보다 교류협력으로 고통받는 상처 치유'동방정책 없었다면 동독개혁 불가능' 평가 자유·인권·개방등 국제사회 기준적용 노력내년은 독일 통일 30주년이다.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룬 동서독 과정은 이미 역사 속의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점이 많다. 냉전시기 분단된 동서독 관계는 동독의 국가성 인정 문제로 출발하였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49년 서독지역에 출범한 아데나워 정부는 반공을 국시로 하여 할슈타인(Halstein) 원칙을 공식화했다. 할슈타인 원칙은 서독정부가 합법적으로 구성된 유일한 정부로서 동독정부와 외교적 관계를 맺는 국가와는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소련의 베를린 봉쇄가 연합국에 의해 좌절되고 동-서 베를린을 통해 동독인들의 탈출 러시가 증가하자 소련과 동독은 1961년부터 베를린 장벽을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소련이 서방세계의 완충으로서 동서독 분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독이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서독의 단일 대표성을 인정하였고 동독의 유엔가입은 1973년까지 좌절되었다. 닉슨의 중국 방문 등 동서 냉전이 데탕트 움직임을 보이자 서독의 브란트 정부는 동독의 존재를 인정하고 긴장완화와 상호교류를 골자로 하는 '동방정책'을 추진하였다. 1970년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 상주대표부 설치 등을 통해 양독관계는 사실상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발전하였다. 이후 동독은 영국, 프랑스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1974년에는 미국과도 국교를 수립하였다. 1980년대 다시 신냉전이 도래하기 전까지 유럽 내에서는 다자간 안보협력회의(CSCE)까지 출범시키는 등 밀월기를 가질 수 있었다. 냉전의 전형적 분단국인 우리도 데탕트에 힘입어 1970년 초부터 남북대화를 시작하였으나 김일성 수령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 북한과 반공을 국시로 하는 군사정부간의 대결구조 속에서 냉전의 밀월효과를 향유할 수 없었다. 이후 우리의 긴장완화 노력은 유럽보다 무려 20년 늦게 진행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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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동등한 기회와 조건 지면기사
이무기가 용 되려면 수많은 시련 극복 필요그러나 용 집안은 처음부터 강력하게 지원우리세대 '보이지않는 카스트제도' 더 강화청년들에게 진정 필요한것은 '균등한 여건'스롱 피아비. 부쩍 매스컴을 타서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3쿠션 당구를 제일 잘 치는 여성 중 한 분이다. 현재 한국랭킹 1위, 세계랭킹 3위다. 그분이 캄보디아에 계속 살았다면 그분은 당구에 '당'자도 모르면서 평생을 살 수 있었다. 캄보디아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당구 인프라가 거의 없는 나라였다. 그분이 한국인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한국인 남편이 그녀를 당구장에 데려가지 않았다면, 당구장에 갔을 때 곧바로 그렇게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남편이 재능을 알아보고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 그분이 자신의 재능을 믿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면, 아내가 성과를 보인 뒤에도 남편이 계속 격려하고 응원하고 최대한 돕지 않았다면, 그분의 성공신화는 불가능했을 테다. 이런 경우가 희박하기에 뉴스가 되고 화제가 되는 것이다.EBS시사교양다큐 '극한직업'. 방송사의 설명에 따르면, '극한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숭고한 의지와 잃어가고 있는 직업정신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근로자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니고 꼭 '작업자'라고 하는데, 어떤 직업이 되었든 천편일률적으로 나오는 피디와 작업자의 대화가 있다."힘들지 않으세요?" (힘든 사람한테 힘드냐는 질문을 하는 게 왜 우스꽝스러워 보일까? 아무튼) "그럼, 힘들지 안 힘들어. 안 아픈 데가 없지." "이렇게 힘든데 왜 하세요?" "먹고 살려면 해야지." 혹은 "처자식(가족) 먹여 살리려면 힘들어도 참고 해야지." "이렇게 힘든 일을 왜 하세요?" "배운 게 이것밖에 없어."그 육체적으로 힘들고 성취감을 갖기 어렵고(단순반복이고)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몹시 심하여서 견디기 어려운 추위' 같은 '극한'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표정과 말에서, (저분들의 노동 덕분에 내가 편안히 산다는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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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당신의 정원은 어디입니까? 지면기사
올해는 수많은 현안 방향 가름하는 시기될듯국가·지역사회 책임지는 '정원사' 역할 중요이제 '우리의 정원'에 쓰레기·돌 던지지 말고팔 걷어붙이고 돌멩이·잡초 솎아내야 한다"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정원은 정원사가 씨앗을 뭉텅뭉텅 뿌려놔 싹이 나온 곳만 뒤엉킨 채 열매를 맺었고 뿌려지지 않은 곳엔 새싹조차 돋지 않았다. 제대로 된 정원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고 돋아난 열매조차 시들하여 그것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정원을 제대로 가꾸고 노력할 의지가 없는 정원사는 '올해 농사가 제대로 안되면 다음에 다시 하지 뭐'라는 막연하고도 안이한 생각으로 임하기에 정원은 제대로 가꿔지지 않는다."'민주주의의 정원'(에릭 리우·닉 하나우어, 김문주 옮김, 2017, 웅진지식하우스)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내용이다. 우리의 '정원'은 어떤 상태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속한 사회의 풍경을 보노라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정원의 곳곳이 심각하게 망가지거나 훼손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2019년 기해년은 '우리의 정원'이 더 황폐하게 될지, 아니면 아름다운 장소로 변모하는 기반을 다질 것인지 흐름이 드러나는 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적 현실을 넘어 보수정부와 개혁정부의 중심이동 과정에서 드러나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와 현안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가름하는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청년실업과 고령화, 젠더·페미니즘, 입시교육, 부동산 그리고 이 모든 문제를 빨아들이고 있는 경제위기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누군가는 이러한 문제들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현재 나와 관련된 문제만을 인식하거나 문제 삼는 데 급급한 것도 사실이다. 분명한 사실은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우리의 인식과는 별개로 개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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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보수의 재건과 통합은 가능한가? 지면기사
탄핵 당한 박前대통령 무조건 감싸면 안돼궤멸 책임 묻고 비판할 수 있는 용기 필요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가치로 화합 유도분열의 씨앗 키우는 계파청산 반드시 실천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 후보로 꼽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황 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나라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며 "자유한국당이 국민에게 시원한 답을 드릴 때"라고 입당 배경을 설명했다. 애석하게도 그의 메시지는 울림이 없었다. 무엇보다 "왜 황교안인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못하지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쾌도난마식으로 밝히지 못했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국정 농단 책임에 대해 소신 있는 고뇌에 찬 답변도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보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우리에게 지금 꼭 필요한 것은 국민 통합이라 생각한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이제 첫발을 내딛는 정치 신인인 황 전 총리에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적기에 말할 수 있어야 정치인의 메시지는 생명력을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황 전 총리의 첫 행보는 '반기문 2'를 연상할 정도로 준비가 약했다. 황 전 총리의 입당은 한국당 당권 경쟁의 판도에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향후 한국 보수의 미래와 관련해 몇 가지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진다. 첫째, 보수 재건의 가능성 여부다. 한국 보수 세력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그리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작년 지방선거 직후 진보 언론매체의 한 기자는 "보수는 비겁하고 교만하고 무지했기 때문에 참패했다"고 분석했다. 단언컨대, 보수는 용기 있게 참회하고 겸손하며 실력을 쌓아야 재건될 수 있다. 무엇보다 '보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국민 70%, 국회의원 78.3%(234명), 헌법 재판관 전원이 합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인정하고 참회해야 한다. 권력 사유화와 국정농단으로 치욕적인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을 무조건 감싸서는 안 된다. 보수 궤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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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북중정상회담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면기사
김정은, 네번째 방중… 북미회담 임박 암시밀착관계 포석등 향후 전략들 가늠 가능해두번째 만남에 '한반도 비핵화' 명운 달려한미간 조율 중요… 입장 전달할 수 있어야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였다. 지난해에 3차례 중국을 방문하고 올해 첫 방문이면서 총 4번째 방중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및 북미협상을 전후하여 중국을 방문하였다. 첫 번째 방중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3월이었다. 5월의 2차 방중에서는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회담 전략을 논의하였다. 6·12 센토사 회담 직후 단행된 3차 방중에서는 향후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논의의 연속 선상에서 현재의 네번째 방중을 통해 향후 북한의 전략을 가늠해 볼 수 있다.첫째, 올해 벽두부터 단행된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했음을 암시한다. 지난해 북미고위급회담이 무산된 이후 이렇다 할 북미 간 실무협상이 전개되지 못했다. 완전한 비핵화까지 제재완화를 유보하는 미국에 대해 북한은 상응조치를 요구해 왔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 신년사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제재와 압박을 유지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결국 이러한 교착국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만나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런 인식을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예고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에도 긍정적으로 화답하였다. 며칠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에 정상회담을 위한 장소문제를 계속 협의하고 있으며 짧은 기간 안에 발표할 것임을 언급하였다. 북미 간 일정부분에서 조율이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둘째,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북한은 핵동결을 토대로 미국의 상응조치를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최우선 목표로 둘 것이다. 한편 신년사에서 제안한 바 있는 평화체제 다자협상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자와 다자를 병행할 경우 체제보장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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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투플러스원 엄마들 지면기사
21세기 한국 주부 상당수는 '2+1 노동' 중경단녀 환영 3D업체서 2달 상처·1달 치유'학원비+알파' 벌려고 다른곳 찾을 수밖에보다 사람다운 일터 개선 '법부터 제대로!'어떤 선배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집사람 일하니?" "두어 달 일하고 한 달 쉬어요." "투플러스원(2+1)이구나. 다 그래." 연전엔 아내만 그런 줄 알았는데, 21세기 한국 주부 상당수가 '2+1노동' 중이었다. 왜 끈덕지게 일을 못해? 의아한 이도 있겠지만, 엄마들은 '2+1'일 수밖에 없었다.엄마가 아이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싶기가 무섭게 아이 과외비가 호환마마처럼 다가온다. 엄마는 학원비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일자리를 구한다. 결혼과 출산과 육아의 세월 동안 경력 단절 여성이 되었다. 무슨 '맥'(脈)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미혼 때의 경력을 살리는, 재능을 살리고 보람도 얻을 수 있는,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인……, 암튼 마음에 드는, 흡족한 직장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그런데 언제든지 주부들을 환영하는 일들이 있다. "구인광고 보고 전화했는데요……" 하자마자 어서 와보시라고 하는 곳들. 형식상 이력서도 내고 면접도 보지만 거의 일단 채용된다. 바로 3D업체들이다. 'Dirty'하고 'Difficult'하고 'Dangerous'한 일을 하는 곳. 콜센터, 청소, 간병, 식당, 캐셔, 판매, 노가다, 도우미, 공장…….이 일들은 깨끗하다 할 수 없고 어렵고 위험할 뿐만 아니라, 노동의 대가도 아주 적게 받는다. 갖은 까닭으로 덜 주려고 한다. 고용주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게 줄 수밖에 없기는 하다! 고용주는 정부법 탓을 하는데 확실히 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돈보다 더 문제는 이런 일들의 속성상, 무수히 받는 상처다. 육체적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 고용주에게만 받는 게 아니라 소위 중간관리자한테도 받고 동료끼리도 주고받는다. 물론 가장 큰 상처를 주시는 분들은 '고객님'들이다. 상처로 너덜너덜해지니 사흘 넘기기 어렵고, 삼 주 버티기가 어렵고, 석 달 넘기기가 벅차다. 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