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춘추칼럼] '윤석열 정치'의 한계와 V2 지면기사
'김건희 리스크' 안고 수도권 승리 불가능총선승리 없는 한동훈의 정치적 미래 없다'韓 사퇴요구' 대통령이 자초한 리더십 위기잘못은 고칠 수 있지만 한계 극복은 어려워약속대련일까? 아니면 실전일까? 이번 주를 뜨겁게 장식하고 있는 '윤석열 vs 한동훈' 맞짱을 바라보는 양론이다. 약속대련이든 실전이든 둘의 근거는 유사하다. 한쪽은 이관섭 비서실장이 '등장'해서고 다른 한쪽은 그가 '지목'되어서다. 등장이든 지목이든 이 실장은 '(대통령의 비대위원장) 사퇴요구'를 전달한 사람이다.약속대련의 이유는 간단하다. 한동훈 밀어주기 이벤트를 통한 총선 승리다. 총선 패배는 윤 대통령에게는 식물정부이고, 한 위원장에게는 강제퇴출이다. 둘의 공동목표는 '대선승리의 선거연합' 복원을 통해 가능하고, 특히 수도권 선전(최소 37석+)은 필수적이다. 수도권 승부는 원내 과반의석 확보는 물론 민주당과의 원내 1당 경쟁이 가능한 출발점이다. 다수설은 '실전론'이다. 용산의 누적된 불만의 폭발이라는 해석이다. 그들의 공식적 설명은 원칙적이다.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면 특혜처럼 보이지 않도록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지역 등을 선정해야 한다"며 "법무부 장관도 지냈으니 시스템 공천을 할 거라는 기대감이 컸는데 오히려 정반대 방향으로 간다" 그리고 "김 여사는 불법적인 몰카 공작의 피해자"라는 것이다.사람들은 공감하지 않는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이라는 언급이 '김건희 리스크'를 제기한 김경율 비대위원이 주요타격방향이라는 것을 가리지 못한다. 문제의 핵심은 '디올백 사과와 책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대통령실의 "한 위원장 거취문제는 간여할 일이 아니다"라는 언급도 공허하다. 대통령의 비대위원장 사퇴요구는 '대통령이 여당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정치적 중립위배 문제에 따라 정치(당무)개입 또는 직권남용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은 '자신이 누구의 부하도 아니지만 모두가 자신의 부하'인 '윤석열 당(黨)'을 원하지만 '김건희
-
칼럼
[춘추칼럼] 아름다운 산책 지면기사
강물 검은돌들 위에 고요하게 덮인 하얀 눈올해 첫 글 아름다운 세상에 마음을 다쓰자빨래 정돈후 손 툭툭 내게 쳐준 박수 같았다아무일 없는듯한 조용한 마을, 아침이 좋다눈이 와 있다. 강물 위로 나온 검은 돌들 위에 눈이 소복하다. 하얀 눈이 마을을 고요하게 덮고 있다. 조심조심 강을 건넜다. 마을을 걸어 나온 내 발자국을 뒤돌아 바라보고 서 있다가 강물을 따라 걸었다. 눈은 가만가만 온다.이 글을 쓰는 지금 따뜻해지는 나의 마음을, 이 온기를 이해하여 마음에 담고 새 나가지 않게 오래오래 보관하기로 한다. 그곳에서 따뜻한 내 손이 세상으로 나오게 하자. 사랑이 변하지 않는 그 지점을 나는 걸으면서 배워 왔다.세상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세상에 마음을 다 쓰자. 이 글이 산책을 나서는 나의 첫 마음이고 조심하여 올해 내 첫 글이다.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이다. 기쁨이 슬픔을 설득할 수 있는 말들이 있어야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이다.글이 중요하지 않다. 삶은 지나가나니, 덧없다. 무정하다. 소용이, 내가, 어디에, 무슨 소용인가. 때로, 써 놓은 내 글 속으로 내가 들어가 편안한 평화를 누릴 수 있기를 나는 기대한다. 우리는 이렇게 살다 죽고 세월은 흐르고 그때도 저 산에 바람은 저렇게 불고 눈은 내리고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은 저녁 노을로 시를 쓸 텐데, 지금이 아니면 내가 언제 너를 사랑하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랑하게 될까.길 위 관목 숲에서 나무 쪼는 소리가 났다. 오색 딱따구리다. 검은 꼬리 밑 부분에 진분홍색을 뽐내는 다섯 가지 색의 몸을 가진 새다. 땅 위를 뛰듯 서 있는 나무 몸을 타고 뱅뱅 돌아 뛰어오르며 쫀다.숲에 눈송이들이 내리고 숲은 조용한 아름다움을 가져왔다. 큰 눈송이다. 눈송이가 막 타 놓은 솜처럼 성글고 희어서 세상의 어디에 닿아도 소리가 없다. 산을 그려주며 산을 지나온 눈송이들이 강으로 내린다.눈을 감고 고요하게 서서 풀숲에 눈 오는 소리를 듣다가 가만히 눈을 뜨고 눈송이들을 따라 강가로 걸어갔다. 눈
-
칼럼
[춘추칼럼] 새해의 결심, '큰 바위 얼굴' 닮아가기 지면기사
이타적 삶 통해 주변과 함께 행복해지려면내가 할수 있는일 뭔지 생각하고 실천해야목표 달성 계획 세우면서 작은일부터 시작뜻맞는 사람들과 같이 갈수 있게 노력 중요미국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 래피드시 남쪽에 위치한 러시모어산에는 미국을 빛낸 4명의 대통령(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다. 미국인이 존경하는 4명의 대통령 조각상은 미국 시민들뿐만 아니라 해외 각지의 관광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초대 대통령 워싱턴부터 노예해방을 이끌어낸 링컨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도 친숙한 얼굴인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위인들의 얼굴이다.이러한 러시모어산의 석상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읽었던 나다니엘 호손(Nathanier Hawthorne)의 '큰 바위 얼굴'이 떠오른다. 미국의 작은 마을에 거대한 얼굴 모양의 바위산이 있었고, 언젠가 큰 바위 얼굴과 똑 닮은 위대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이 마을사람들에게 희망과 기다림을 주었다.소년 어니스트는 평생토록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위인을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오랜 시간 기다렸지만 위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소년에서 노인이 될 때까지 부자, 장군, 정치가, 시인들이 마을을 방문하여 열렬한 환영을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서 사라지고 잊혀지는 얼굴이 되었다.어느덧 노년기에 들어선 어니스트가 마을 사람들 앞에서 지역의 앞날을 이야기하던 중, 마을 사람들은 햇빛에 비친 그의 얼굴이 큰 바위 얼굴과 닮은 모습을 보고 어니스트가 '큰 바위 얼굴'이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어니스트는 자신보다 더욱 훌륭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뜬다. 어린 시절부터 '큰 바위 얼굴'을 보면서 희망을 품고 살았던 어니스트는 자신이 위인이 되기보다는 그 모습을 닮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을 항상 품고 있었다. 마을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실천하는 행동들이 결국, 어니스트가 '큰 바위 얼굴'을 닮아가게 한 밑거름이 된 것이다.매년 이맘쯤이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의미 있는 한 해를
-
칼럼
[춘추칼럼] 유세(遊說)의 시대 지면기사
맹자왈 "성공해도 '효효'… 실패해도 '효효'"失望이란 당선후 '돌변' 국민 희망 꺾는뜻낙선땐 남 원망말고, 당선땐 초심 잃지 말길국민들 실망하면 공직자로서 가슴 아픈 일해가 바뀌자마자 국회의원 예비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달라는 문자와 전화가 빗발친다. 그러고 보니 올해 가장 큰 이슈는 3개월 남짓 남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다. 총선을 준비 중인 정당 대표들과 당직자들은 벌써 전국을 오가며 민심의 주도권을 잡으려 분주하고, 총선에 나갈 예비 후보들은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며 자기 이름을 한 사람이라도 더 알게 하려고 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4월10일 이전까지는 온통 선거 이야기로 뒤덮일 기세다. 바야흐로 선거 정국이라는 큰 장이 대한민국에 서고 있다.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유권자의 표다. 유권자를 설득하여 마음을 얻는 과정을 유세(遊說)라고 한다. 유(遊)는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라는 뜻이고, 세(說)는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을 말하여 '설득한다'라는 뜻이다. 유세의 기원은 강태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폭군 주(紂)의 신하였던 강태공은 자기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다른 제후들에게 돌아다니며 자기의 정치적 이상을 유세하였다. 결국 문왕(文王)에게 유세하여 문왕의 신하가 되었고, 은(殷)나라를 멸하고 주나라 건국의 주역이 되어 제(齊)나라 제후로 봉해졌다. 유세의 성공으로 부와 지위를 얻은 것이다. 최초의 유세는 일반 백성이 아니라 귀족이나 왕족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지금 유권자를 설득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대상이다.공자나 맹자를 비롯하여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들은 모두 귀족을 상대로 한 유세객이었다. 그들은 귀족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유세하였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들이 원하는 청사진을 제시하여야만 유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유세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자는 유세 도중 봉변을 당해 제자들과 고난을 겪기도 하였다.유세의 결과는 둘 중 하나다. 성공과 당선, 또는 실패와 낙선이라는 결과다. 성공과 당선은
-
칼럼
[춘추칼럼] 더는 인생의 시중을 들지 않겠다 지면기사
올해는 나쁜일 보다는 좋은일이 더 많았다누구는 식구 늘리고… 가족 잃고 슬픔 잠겨새해에는 욕심 줄이고, 벗들과 많이 웃겠다그냥 생긴대로 살고 첫 해 벅차게 품으리라한파가 맹수처럼 한반도를 가로질러 가는 동안 대지 위의 웅덩이와 강은 죄다 얼고, 삭풍은 빈 나뭇가지를 붙들고 울어댄다. 나는 옷을 껴입고 올해의 마지막 일몰을 보러 임진강변으로 나섰다. 저 아래 평지는 월동을 위해 몽골에서 날아온 독수리 도래지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강 이쪽은 평야, 강 너머는 북녘 마을이다. 북녘에서 흘러온 물은 평야와 북쪽 마을 사이를 돌아 서해 쪽으로 무심히 흘러간다.밤이여, 오라! 시간이여, 흘러라!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동지도 지나고 한 해의 끝에 닿는다. 지금은 떠들썩한 소란보다는 고요 속에 머물며 한 해를 돌아볼 때다. 우리는 다른 처지에서 하루를 맞고 떠나보내는데, 어느 하루도 똑같지 않다. 그 다른 하루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나? 살아보니 인생의 목적을 돈이나 명예, 출세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뜬구름 같이 흘러간다. 인생의 여정은 의미를 찾는 것이어야 한다.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불행할까? 병을 앓는 사람도, 직장을 잃은 사람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도 아니다. 삶의 경이를 찾지 못한 채 무미하게 하루를 사는 이들이 불행하다. 줄 없는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같이, 과녁을 겨냥해 화살 없이 활시위를 당기는 사람같이 사는 이들은 공허하고 불행하다.올해 나는 아침마다 사과 한 알씩 먹고, 새로 나온 책을 부지런히 구해 읽으며, 새 책도 냈다. 여름에는 야구장에서 안타를 치고 준족을 뽐내며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내달리는 야구선수를 응원하고, 늦가을에는 대관령에 가서 독일가문비나무 숲속을 걸었다.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더 많았다. 집고양이 둘과도 사이좋게 지냈으니, 좋은 한 해를 보낸 셈이다.당신의 올해는 어땠는가? 나는 성실한 세탁부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최선을 다했다. 다만 기대만큼 소득은 없었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남들에게 손가락질 당할 만한 과오없이 한 해를
-
칼럼
[춘추칼럼] 처음 되어본 사람 지면기사
생애 처음해본 '달리기 시작' 의미있는 한해'30분 넘게 달려 5㎞ 돌파' 인생 최대 환희그러나 나에겐 뚜렷한 긍정적 변화 못느껴 영원히 매순간 행복하고 보람찬 일은 없다한해를 돌아보니 늘 그러하듯이 2023년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섞여 있었다. 여러가지 일들 중 하나는 1972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일어나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한번도 일어나본 적이 없는 일이 일어난 해로서 2023년은 분명 의미 있는 한 해가 되었다. 나는 2023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고등학교 체육시간이 끝난 이후로 나는 자발적인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깜빡이는 신호등의 파란 불에 쫓겨 조금 발걸음을 빠르게 하기만 해도 얼굴이 빨개져서 헉헉거리는 대단한 운동치였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처지인 것처럼 보이던 이웃 언니가 어느날 살을 예쁘게 빼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달리기를 해보라고 권했다. 달리기 같은 건 하지 못한다고 손사래를 치자 직접 휴대전화에 앱을 깔아주기까지 했다. 자기 같은 사람도 할 수 있을 만큼 정말 쉬우며, 두 달이 흐르면 쉬지 않고 30분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쉬지 않고 30분을 달릴 수 있는 사람.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멋지게 들린 말은 다시 없는 것 같았다. 그런 사람은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겨우 휴대전화 무료 앱과 2개월의 시간이면 그런 유니콘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니? 그것은 더없이 매혹적인 유혹이었고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나의 욕망을 자극했다. 폭염이 어느 정도 지나서 해진 뒤에는 숨쉴만하다 싶던 늦여름 저녁에 나는 처음으로 휴대전화 앱이 시키는 대로 달리기의 첫발을 내디뎌보았다.나와 같은 서툰 초심자에게 최적화된 달리기 앱은 한가지 중요한 팁을 알려주었는데, 숨이 차지 않도록 천천히 달리라는 거였다. 옆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라고 했다. 시키는대로 했더니 거의 달리기라고 할 수 없는 속도가 되었다. 발걸음이 빠른 사람이라면 나를 휙휙 지나쳐갈 수 있을 만큼 나는 느릿느릿 천천히 달렸다. 어쨌거나
-
칼럼
[춘추칼럼] 업그레이드된 인재영입이 필요하다 지면기사
총선 앞둔 외부수혈 '선거승리' 필요 조건'세대교체' 상징… 당 주인이 직접 나서고'가치·철학 어젠다' 정치개혁 전문가 필요'공익·공동체·공공성'의 성실·겸손 갖춰야총선의 시간이다.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되었고, 한쪽에서는 '불출마와 사퇴'가 이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한다. '장재원 불출마와 김기현 사퇴' 그리고 '이탄희·홍성국 불출마'가 한쪽이라면 '인재영입위원회'와 '인재위원회'가 다른 한쪽이다.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는 첫 '총선 영입인재' 5명을 발표했다. 박지성과 이영표 그리고 장미란 영입설도 있다. 내년 1월 중순까지 매주 새로운 인재를 발표하며 모두 40여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첫 '총선 영입인재'는 기후환경 전문 여성 변호사다. 박정훈 임은정 류삼영 영입설도 있다. 민주당 인재위원회는 국민추천제를 통해 8천632명을 접수받아 이중 1천400여 명을 영입대상으로 검토 중이란다.총선을 앞둔 외부수혈은 '대한민국 선거승리의 필요조건'으로 외연확장의 효과다. 새로운 사람 영입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상대의 강점을 약화시킨다. 15대 총선은 '역대 최고의 영입'으로 평가된다. 김영삼 대통령의 신한국당은 민중당 출신 이재오 김문수 이우재 정태윤을 영입한다. 운동권 출신과 함께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그리고 총리시절 갈등관계였던 이회창까지 함께한다. 승부사 YS의 진면목이다. 이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출마하며 '민주 vs 반(反)민주' 구도를 희석시킨다. 결과는 신한국당 139석 원내 제1당 특히 수도권 96석 중 54석을 얻는다. "한 자릿수 의석확보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넘어선 선전이다. 1997년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인재영입은 '정계은퇴 번복과 대권 4수'를 넘어 '뉴 DJ'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인기가 높았던 소설가 김한길과 MBC 앵커 정동영 그리고 정세균과 추미애가 영입된다. 노태우의 대북정책 담당자였던 군 출신 임동원도 함께하며 균형을 맞춘다.영입은 '세대교체'를 상징한다
-
칼럼
[춘추칼럼] 본말(本末)과 시종(始終), 그리고 선후(先後) 지면기사
기본 무너진 시대 먼저 해야할 일 고민해야아무리 예뻐도 내면 아름다움 없다면 허상정치는 민생이 근본… 교육은 인성이 우선초심으로 다시 시작하면 길은 저절로 열려'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니 꽃도 예쁘고 열매도 많이 열리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으니 내가 되고 바다에 이르게 된다'. '용비어천가' 2장에 나오는 글이다. 꽃이 예쁘고 열매가 많이 열리려면 나무의 뿌리가 깊어야 하고, 냇물이 되고 바다에 이르는 먼 여정을 가려면 샘이 깊어야 한다는 간단한 논리지만 우리 삶에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질문이다. 유교(Confucianism)의 핵심 가치는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s)'이다. 가정이 화목하면 사회와 국가가 평안해지고, 내면이 충실하면 외면에 저절로 드러난다는 것이 유교가 세상을 보는 눈이다. 기본이 무너지고 말단이 횡행하는 시대, 우선이 생략되고 결과만 중시되는 세태, 초심을 잃고 결론에 묶여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면, 처음, 근본, 그리고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대형 로펌 출신 현직 변호사가 부인을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고, 자신의 아이를 아파트 15층에서 내 던진 비정한 엄마에 대한 최근 뉴스를 보며 기본이 무너진 이 시대를 한탄하게 된다. 법률 지식 공부를 하기 전에 배려와 존중의 기본을 배웠어야 했고, 엄마가 되기 전에 자식 사랑의 기본을 익혔어야 했다. 기본과 근본이 제대로 서지 않고는 어떤 지식과 자격도 의미가 없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학생들의 성적과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인성과 인격의 근본은 여전히 의문이고, 기업의 가치와 매출액은 성장했지만 기업의 윤리와 사회적 기여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뿌리가 약하고, 샘이 얕으면 가벼운 바람에 열매는 떨어지고, 짧은 가뭄에 물은 금방 말라버린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재 풍요로움이 위태롭다면 기본을 건너뛰고, 초심을 잃고, 우선으로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린 결과가 아닌지 질문해보아야 한다.'아무리 예쁜 미소와 아름다운 눈빛을 가
-
칼럼
[춘추칼럼] 가을에는 서둘러 가을의 일을 끝내라 지면기사
쇠락하는 것들 통해 진리의 한조각 엿본다 한 생에서 잃는것도 있지만 얻는게 더 많아곧 폭설·혹한… 모든게 얼어붙는 겨울온다눈밭엔 상형문자처럼 짐승 발자국 남을 것단풍은 지고 천지간에는 쇠락과 소멸의 예감으로 가득 찬다. 곧 북풍의 계절이 다가온다. 한해살이풀들은 시들고 꽃대는 바스라지고 줄기는 바짝 마른 채 서걱거린다. 한해살이풀들은 씨앗을 떨군 채로 혹한을 견뎌내고 이듬해야 다시 꽃망울을 맺고 여린 잎을 피워낼 테다. 들에는 미처 거두지 못한 배추들 잎이 얼고 물러서 땅에 달라붙는다. 밤에는 어린 고라니들이 어둠 속에서 불안하게 울어댄다. 어린 고라니들은 태어나서 처음 맞는 추위에 잔뜩 겁을 먹은 것이다.봄여름은 만물이 싹을 틔우고, 뻗고, 피우고, 자라는 계절이다. 녹음은 울창하고 뭇 생명들은 번창한다. 밤엔 저 광활한 우주에서 날아온 별똥별이 공중에 빗금을 그으며 반짝하고 타오르다가 꺼진다. 누전으로 불꽃이 튀듯 찰나로 반짝하다 이내 사라지는 것, 그게 우리 생이 아닌가? 네가 갈망하는 것을 거머쥘 수 없다면 오직 가질 수 있는 것과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을 갈망하라! 뜨겁게 갈망하고 죽을 듯이 꿈 꿔라! 네 생명이 불타오르게 하라! 이것은 우리 생의 숭고한 명령이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고 좌절하더라도 포기하지 마라. 가을에는 시작보다 끝이 더 많아진다. 더는 헤매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건 허락되지 않는다.가을철이면 어머니는 혼자서 배추 쉰 포기를 소금물에 절이고 속을 채워 김장을 담그셨다. 그 김장김치는 우리 형제자매들이 먹을 한 해 양식이었다. 붉은 석양이 번질 무렵 김장을 마친 어머니는 허리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눈이 오려나 보다. 어머니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말에는 어머니가 스스로의 수고에 보내는 위로의 뜻이 담겼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우리는 김장을 담그지 않는다. 김장은 가을의 의례였는데, 그게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만큼 삶의 보람과 기쁨은 줄고 가슴에 허전함은 커진다.이 계절은 벗들과 수다를 떨고, 음식을 먹고 술잔을 높이 들며 흥겨움에 도취할 때가 아니
-
칼럼
[춘추칼럼] 구십 세 지면기사
'아버지 구순' 가족들 모르고 넘어갈 뻔여행 제안 드리자 '완벽한 계획표' 전달철원 주상절리길 힘들었지만 '완주 기쁨'스스로 가꾸는 한결같은 모습 본받고파"올해 아버지 구순인 거, 알고 있지?"친정엄마의 귀띔에 기절하게 놀란 사람은 다행히 나뿐이 아니었다. 오빠도 사정은 마찬가지라서, 우리 남매는 아버지가 올해 구순인 것을 생신 일주일 전에야 간신히 알았다.서양식 나이 계산법에 익숙한 우리는 아버지가 34년생이시니까 내년에 구순인 줄 알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엄마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아버지의 구순은 자식들이 아무도 모른 채 넘어갈 뻔했다. 우리는 서둘러 분위기 좋은 음식점에 예약을 했고, 가족들의 오붓한 축하 속에 아버지의 구순 파티를 괜찮게 보낼 수 있었다.생일파티라는 말에 메뉴에 없는 미역국을 준비해주신 음식점 직원들은 아버지가 무려 구순이라는 말을 듣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날렵한 청바지와 재킷을 입고 오신 아버지의 외모는 아무리 보아도 구십세라는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불시에 구순을 맞이한 바람에 구순 기념여행이나 다른 축하 이벤트는 당연히 준비하지 못했다. 늦가을의 바쁜 일정들을 얼추 넘겼다 싶은 즈음이 되어서 아버지와 강화도에 새우구이나 먹으러 다녀올까 하고 연락을 드렸더니 "안그래도 한번 놀러가보려던 참"이었다며 난데없는 액셀 파일을 즉시 보내셨다. 2박3일의 철원 여행 계획표가 완벽하게 짜여 있었고 숙소와 관광택시와 민간인 통제구역 출입 예약까지 완료되어 있었다. 엄마와 두분이 철원에 나들이 다녀오실 생각이었는데 딸도 함께 한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라고 하셨다. 내가 모시고 가는 여행이 아니라 두분의 여행에 얹혀 가는 셈이 되었다.아버지의 꼼꼼한 여행 계획표에 의하면 일산에서 철원까지 한번에 가는 시외버스가 없어서, 버스를 서너 번 갈아타야 하는 복잡한 방식이었다. 내가 운전해서 모시고 다녀오면 딱 좋을 것인데, 내 스케줄 상 최대 1박2일만 가능했다."아버지, 제가 마지막 날은 다른 일이 있어서요. 일정을 1박2일로 줄여서 다녀오시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