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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반려동물 생명 위협하는 피마자 유박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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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반려동물 생명 위협하는 피마자 유박비료 지면기사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맹독성 유박비료 위험성에 대한 도톨이 아빠 6일간의 기록'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4년 넘게 키우던 반려견이 아파트 단지에서 산책을 하다가 피마자(아주까리) 유박비료를 먹고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피마자 유박비료에는 독성물질인 '리신(ricin)'이 들어 있다. 동물이 피마자 유박비료를 먹으면 리신 중독으로 구토, 설사 등 증상을 보이다가 죽을 수 있다. 비료 모양이 사료와 비슷하고 고소한 냄새가 나서 강아지가 유혹에 넘어가기도 쉽다.얼마 전 피마자 유박비료의 위험성을 다룬 기사를 쓴 이후여서 안타까움이 더 컸다. 지난 3월 말 인천 미추홀구 도화지구 공원 녹지에 뿌려진 피마자 유박비료로 피해를 본 반려견 등은 다행히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을 키우는 주민이 피마자 유박비료를 발견하고 미추홀구시설관리공단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의' 현수막이 뒤늦게나마 붙었기 때문이다. 주민이 피마자 유박비료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도화지구 공원에서도 똑같은 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농촌진흥청이 지난 2017년 피마자를 원료로 하는 비료의 리신 함량을 제한하고, 포장지 앞면에 '주의' 문구 표기를 의무화했으나 피해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피해 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시민들이 반려견과 자주 이용하는 공원과 아파트 산책로 주변에도 피마자 유박비료가 뿌려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피마자 유박비료의 위험성을 모른 채 사용하고 있어서다.우리나라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피마자 유박비료 유통·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어떤 것과도 대체할 수 없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피마자 유박비료는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얼마든지 많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이 희생되지 않도록 관계기관도 이제는 피마자 원료 사용 제한을 고민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 [노트북]세월호를 지겹다고 하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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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세월호를 지겹다고 하는 이들에게 지면기사

    세월호 참사로 인한 죽음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지겨워할 수 없다.세월호 참사는 304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끝이 아니었다. 참사 이후 6년이란 시간 동안 2차 피해는 늘어갔다.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단원고 희생자의 아버지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그들은 먼저 떠난 자식을 그리워하면서 생전에 더 잘해주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앞선 2016년에는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민간잠수사 김관홍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2020년 4월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배가 침몰하는 모습을, 구조되지 못한 수백 명의 승객이 죽어가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본 남은 자들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누군가의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무기력함은 이미 2014년 4월16일 경험했다. 또다시 죽음을 방치하는 건 무기력이 아닌 무책임일 뿐이다.각자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지겹다'고 말하는 유가족들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우리 사회는 유가족들의 트라우마를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오는 정신적인 고통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한 경향이 있다. 유가족과 인터뷰 기반의 연구를 진행한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남은 가족들의 트라우마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운이 없어 죽은 걸로 만든 국가에 대한 좌절감이 생각보다 컸다"고 지적했다. 트라우마가 어디에서 왔는지, 본격적인 트라우마가 발현되기나 한 건지 우리 사회는 제대로 고민한 적이 없다.'공감 격차', 말 그대로 유가족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지 못했다. 이젠 추가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하는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누군가의 죽음은 그 자체로도 지겨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배재흥 정치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정치부 기자

  • [노트북]포천은 원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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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포천은 원래 그래 지면기사

    포천시가 박윤국 시장 당선 이후 실시한 지난해 국가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전년보다 2계단 하락한 4등급을 받았다. 내·외부 관계자들은 전년보다 포천시가 청렴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공직자들에게 왜 그런지를 물으면 '포천은 원래 그래'란 대답이 돌아온다. 다른 시·군에서는 엄격하게 대처하는 행정 책임도, 공무원 품위 유지 위반도, 비상식적인 행동들도 모두 '포천은 원래 그래'란 말로 뭉개진다. 포천을 누가 '원래 그런 곳'으로 만들었을까.포천시가 올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진행한 감사는 3건, 관계자는 4명이다. 1천여 공직자 중 불과 1%에도 미치지 않는 수치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여러 의혹과 논란을 보면 과연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 든다. ▲로컬푸드 금품수수 ▲법인카드 유용 ▲이권 개입 ▲부적절 골프 모임 등 크고 작은 의혹들이 시 안팎에서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들에 대한 조치는 경징계에 불과하거나 '징계도 아닌' 훈계, 그도 아니면 '방관'에 그친다.공무원들의 각종 비위행위를 조사하는 감사담당관은 시장 직속 부서다. 모든 것을 시장에게 보고하고 처리하는 시장의 복심이란 뜻이다. 하지만 포천시는 공직 사회에서조차 감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내·외부 평가 모두에서 청렴도가 하락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포천시는 전국 61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2019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에서 이웃인 동두천과 의정부 보다도 낮았다. 2등급을 받았을 때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포천시가, 4등급에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한 채 '침묵'한다. '포천 공직사회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여론을 이제라도 무섭게 받아들이고, 지난 과오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더는 청렴한 다수의 공직자를 일부 비위 공직자들과 섞어 도매금으로 욕먹게 해서는 안 된다. 누가 할 수 있을까. 박윤국 포천시장의 결단만이 '포천은 원래 청렴해'란 말을 회자시킬 수 있다. 내년도 포천시의 청렴도 결과를 기대해 본다.

  • [노트북]노동 3권의 '오용(誤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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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노동 3권의 '오용(誤用)' 지면기사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대한민국헌법 제33조다.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노동 3권이라고 부른다.1948년 7월17일 제정 당시부터 헌법에 담긴 노동 3권은 '야만적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이다.자본가가 노동자를 '노예'(奴隸)처럼 부리지 못하도록 대한민국 최상위 법인 헌법에 명시한 것이다.현장 상근직에 '체대 졸업자, 무술유단자 우대' 조건을 내건 노동조합이 있다.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한국건설산업노동조합이다. 한국건설 노조는 현장에서 숱하게 불거지는 폭력·폭언을 견디는 참을성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기왕이면 체대 졸업자와 무술유단자를 채용하는 방향을 내걸었다고 했다.실제로 건설현장에 폭력·폭언이 만연하다. 폭력 행위로 사망한 노동자가 산업재해 인정을 받는 사례가 간간이 나오기도 한다.일자리 쟁취 투쟁 과정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노조에 "모가지를 따버린다"는 등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건설노조 판에서 양대 노총으로 불리는 노조 집행부에서 다른 노조 집행부에 한 말이다.사용자와 노동조합은 헌법과 노동관계법의 기본정신에 따라 상호 이해와 신의성실의 원칙 아래 경영권과 노동 3권을 존중하며 공정한 자주적 규범을 확립해 회사 발전과 조합원의 권익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그런데 건설현장에 조합원을 밀어 넣기 위해 현장 주변의 주민들을 볼모로 삼아 '소음 고문'을 하고, 끝내 조합원을 현장에서 일하게 해놓고는 조합비를 받고 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전문건설업체 직영 소속 직원도 노조에 가입하게 하고 조합비를 내게 한다.모여서 단체로 교섭하고 행동하며 자본가에게 대항하는 노동 3권을 노동조합 조직 자체의 존속에 오용해서는 안 된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 [노트북]매립지주민協과 경찰, 철저한 조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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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매립지주민協과 경찰, 철저한 조사 필요 지면기사

    최근 수도권매립지 주변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와 경찰 사이에 수백만원대 금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지난 1월 초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이 협의체 단체복 목적으로 구입한 시가 60만원 상당의 골프 점퍼와 시가 10여만원 상당의 골프 가방 각 3개씩을 해당 지역 담당 정보 경찰에게 전달한 것이다.해당 경찰관은 '고가의 물품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전달 방식을 보면 과거 금품을 전하던 수법인, 일명 '사과박스'를 연상케 한다. 과거 현금 등이 담긴 사과박스를 다른 사람이 차에 실어주던 것처럼 해당 경찰관은 직접 차에 물품을 싣지 않고 차 키만 전달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물품의 액수를 떠나 전형적인 수법으로 금품을 받은 이 행위 자체가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인천서부경찰서는 자체 조사에 착수했지만, 조사를 시작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징계에도 해당하지 않는 '직권경고'라는 조치에 그쳤다. 직무 연관성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정보 경찰의 역할 중 하나는 범죄 첩보 수집으로, 해당 경찰관은 주민지원협의체의 범죄 행위를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직무 연관성이 없다는 인천서부경찰서의 판단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직무 연관성이 없으면 수백만원의 금품을 받아도 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김영란법'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경찰관 금품 수수에 솜방망이 처벌까지 겹치면서 경찰과 주민지원협의체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오래전부터 지역 사회뿐만 아니라 인천지방경찰청 내부에서조차 두 기관의 관계가 지나치게 가깝고, 금품이 오간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논란이 확산하자 인천지방경찰청 감찰계에서 조사에 착수했다. 단순히 이번 사안의 잘못만을 따진다면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어 보인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최근 수년 사이 이런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해 주민들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 [노트북]모처럼 느낀 '국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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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모처럼 느낀 '국뽕' 지면기사

    국뽕. '국가'와 '히로뽕(필로폰의 일본말)'을 합친 말로 지식사전엔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하게 도취 돼 있는'이라 되어 있다. 2012년 한국의 한 기자가 미국 국무부 기자회견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아느냐?"고 질문한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고 국뽕 논란을 빚으며 유명해졌다.위 질문이 어떤 논란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뽕'이란 말은 부정이 아닌 긍정적 의미로도 쓰인다.영국에서 7년 넘게 생활하다 귀국한 한 유학생은 요즘 해외에서 한국이 최고라 불리우게 만든 'BTS(방탄소년단)'·'손흥민'·'기생충'에도 별 자긍심을 못 느꼈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에 맞서는 한국을 보고나서 '국뽕' 맞은 느낌을 받았단다. 세계 어떤 다른 나라에 뒤처지지 않는 방역 수준은 물론 국민들의 시민의식 때문이다.지난 9일 하루에만 64명 확진자가 나와 이미 코로나19 유행이 퍼졌을 법한 분위기에도 런던 시내에선 마스크 쓴 시민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당시 의료진·환자 외에 일반 시민은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한 영국 정부도 1주일 뒤에야 "불필요한 접촉과 여행을 피하고 펍(pub)과 영화관도 가지 말라"고 했다. 이탈리아는 전 국민 이동제한령마저 통제가 안 돼 군병력까지 투입했는데도 지난 21일만 627명이 코로나19로 숨져 누적 사망자가 중국을 뛰어넘을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반면 한국은 코로나19 대비에 예민했고 요즘엔 시민들이 수제 마스크를 만들어 서로 나누는 봉사활동까지 나섰다. 코로나19에 맞선 정부 대처 능력은 이탈리아가 모델로 삼으려 전담팀을 꾸린 데다 미국은 이미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모방했을 만큼 입증된 상태다.한국, 아니 우리나라가 하나로 뭉쳐 코로나19 완전 종식을 조금이나마 앞당길 수 있다면 과한 애국심이더라도 유학생이 모처럼 느낀 '국뽕' 한 방쯤 따라 맞아도 괜찮지 않을까./김준석 경제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경제부 기자

  • [노트북]경비업법, 근로환경 개선과 고용불안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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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경비업법, 근로환경 개선과 고용불안사이 지면기사

    아파트에서 살기 시작한 이후 매일 아침저녁으로 보던 익숙한 풍경이 있다.고령의 아파트 경비원분들이 분리수거장에서 쓰레기를 정리하면서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이었다. 너무나도 익숙했던 모습이어서 경비원의 분리수거, 쓰레기장 관리 등 미화 업무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어린 시절부터 봐온 자연스러운 모습이 잘못됐다는 사실은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경비원이 경비업무 외 미화업무 등을 하면서 업무가 가중되고, 아파트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진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경비업법에 대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경비업법에서는 '허가받은 경비 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하지만 내가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 왔던 것처럼 현장에서는 재활용 쓰레기장 관리 등의 일도 경비원의 고유 업무로 정착된 지 오래다. 경비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경비업법이 지켜져야 하는 것이 맞지만, 현장에서 고유 업무로 굳어져 버린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경찰이 최근 공동주택관리업자에 대한 경비업법 적용 계도기간을 두기로 하면서 이 같은 딜레마는 그대로 나타났다.일각에서는 경비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단속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반면, 주택관리업계에서는 단속으로 고령층이 대부분인 경비원들의 대량 해고가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경비원에게 경비 업무만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아파트 측이 전문화를 위해 젊은 경비원을 고용하거나, 인력을 줄이기 위해 첨단 경비시설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경찰은 경비원 대량 실직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자 경비업법 적용 계도기간을 5월 말에서 12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경찰이 시간을 두고 행정지도를 하면서 대책을 모색하기로 한 만큼 경비업계, 주택관리업계, 아파트 경비원 등 관계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현실에 맞는 공동주택 경비업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 [노트북]불법체류자 아니고 미등록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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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불법체류자 아니고 미등록외국인 지면기사

    독일 심리학자 볼프강 쾰러가 고안한 '부바-키키효과'는 기의와 기표의 결합관계는 자의적이라는 언어학의 기본 전제를 뒤집는다. 뾰족뾰족한 도형과 둥글둥글한 도형을 놓고 어떤 도형이 부바, 키키인지 정하라고 했더니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둥글둥글 도형을 부바, 뾰족뾰족한 도형을 키키라고 불렀다.존재 자체가 법에 어긋나는 사람들이 있다. 법무부는 이들을 '불법체류자'라고 부른다. 이주노동자 인권 단체들은 미등록외국인 혹은 미등록노동자라고 부른다.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가 등록하지 않은 상태에 더 초점을 맞춘 표현이다. UN에서도 미등록 비정규 이주민이라는 표현을 권고하고 있다. 불체자라고 하면 무시무시한 범죄자를 떠올리게 되지만, 미등록외국인이라고 하면 시무룩한 약자가 떠오른다.지난 10일 오후 존재하지만 보호받지 못하는 미등록외국인을 만났다. '부바'스러웠다. 미등록외국인 체불임금 사건을 맡은 노무사로부터 '경찰 협박. 전화 주삼'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상황을 파악하고 급히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갔더니 마스크를 쓰고 후드를 뒤집어쓴 채 겁에 질린 태국 국적 미등록외국인 녹씨가 앉아 있었다. 로비에는 지역경찰관 2명이 '불체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나와 있었다. 협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미등록외국인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거나 범죄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이 이 외국인의 신분을 알았다고 해도 출입국 당국에 통보할 의무는 없다는 제도가 불법체류자 통보의무 면제제도다. 이 통보의무 면제제도에 근로기준법이 빠져있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급여를 받으며 자동차 부품을 만든 미등록 외국인은 보호사각지대에 놓인 실정이었다. 노동의 대가는 소중하다. 미등록외국인의 임금도 마찬가지다. 녹씨가 일한 공장 사장에게 미등록외국인은 사람이 아니라 도구였다. KBS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가 떠오른다. "사장님 나빠요."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손성배 사회부 기자

  • [노트북]당신의 일상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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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당신의 일상은 안녕하십니까? 지면기사

    "당신의 일상은 안녕하십니까?"며칠 전 부모님과 코로나19로 안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십분 공감한 내용이 있었다. 특별할 게 없어 보였던, 조금은 지루하게 다가왔던 일상이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었다는 작은 깨달음이었다.우리의 하루는 일일이 열거하는 게 무의미할 만큼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꽤 많이 달라졌다. 나의 건강뿐만 아니라 내 옆의 가족 혹은 친구, 직장 동료들을 걱정하느라 외출을 자제하는 게 어느덧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어린아이를 키우거나 노인을 부양하고 있는 집안은 옴짝달싹 못한 채 집 안에만 묶여 있는 신세일 테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은 '커피 한잔의 여유'와 같은 평범한 일상의 무언가를 지독히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각자의 소중함을 미뤄두고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작은 조각이 되고 있다. 현장에서 감염병과 고군분투하는 의료인들을 보면서 대단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우리도 감염병 사태 종식을 위해 주어진 '5천만 분의 1'만큼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물론 불안이 만든 빈틈을 파고드는 이들도 있다. 마스크 유통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려는 사람이 있고, 4·15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를 정쟁의 도구로만 이용하려는 세력도 있다.또한, 자신의 일상이 너무나 소중한 나머지 감염병 확산 방지 활동에 비협조로 일관하는 단체도 있다. 이처럼 혼란을 부추기는 이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하냐고. 언제쯤 일상의 평범함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우리의 일상은 감염병을 극복하는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당신이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다. 지금 절실히 느끼고 있는 일상의 소중함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배재흥 정치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정치부 기자

  • [노트북]일상바꾼 코로나19, 정부 세심한 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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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일상바꾼 코로나19, 정부 세심한 대책을 지면기사

    시민들의 생활을 바꾸어 놓을 만큼 코로나19의 영향력이 막대하지만 정작 정부 대응은 아쉽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비롯한 각급 학교의 개학을 1주일 연기하자 일부 부모들은 자체 휴가를 사용해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시민들이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소상공인들도 적지 않게 타격을 입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발표하는 확진자 동선을 날마다 확인하면서 갈수록 줄어가는 매출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용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38)씨는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하면 주말 기준 매출이 70% 이상 감소했다"며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 가게 문을 열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부터 농협과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일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를 하루에 350만장씩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마스크 구하기가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다. 마스크 가격은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하면 2∼3배가량 올라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일에는 학교들이 비축한 학생용 마스크를 대구·경북에 보내기로 하면서 학교 현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감염증 관련 현황을 통제하려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육부는 도교육청이 제공하던 코로나19에 따른 자가격리자 수, 학교와 유치원 개학 연기 현황 등을 지역 단위가 아닌 전국 단위 현황으로만 공개하도록 해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던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 개개인의 보건 의식도 중요하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의 책임도 막중하다. 코로나19 추경안 편성 등 발 빠른 대책과 맞물려 시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세심한 행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이원근 사회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