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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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2020년 이후 중장기 경제성장 리스크와 대응 과제 지면기사
韓기준금리 유지불구 불확실성 여전국제무역질서 재편·주요국간 갈등글로벌 분업 약화·중국의 역할 변화4차산업 경쟁·기후변화 등 큰 영향경제·산업 장기적 전략 수립 절실지난 17일 새해 처음으로 개최된 정책금리 결정회의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였다. 이 같은 결정은 우리 경제의 성장 추이가 지난 11월에 한국은행이 전망한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기반한다. 그러나 정책결정 직후 배포된 발표문을 보면 미·중간 무역협상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향후 성장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경제 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리스크 요인들은 한국은행의 최근 자료(해외경제포커스, 2020.1.3.)에서 지적된 대로 실로 다양하고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우선은 국제무역질서 재편 움직임의 지속과 주요국간 무역갈등의 상시화를 들 수 있다. 종래 WTO 기반의 다자무역체제가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대신 지역무역협정(Regional Trade Agreement·RTA) 등 특정 지역 중심의 무역질서 형성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등 국제무역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국지적인 범위에서나마 무역질서가 재구축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바람직하나, 다자무역체제에 비해 힘의 논리가 작용하기 쉬운 만큼 협상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고 국익확보도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둘째로는 글로벌 분업의 약화 및 중국의 역할 변화이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분업의 정도가 전반적으로 약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밸류체인 내 중국의 역할이 종래 최종재 생산거점에서 점차 중간재 공급국가로 바뀌고, 그 대신 아세안이 최종재 생산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중국이 더 이상 중간재 수입국이 아닌 중간재 경쟁국으로 빠르게 변모함과 동시에 최종재 또는 소비재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는 주요국간 4차산업 관련 기술경쟁의 가속화이다. 실제로 미·중간 무역갈등의 이면에 기술 헤게모니 경쟁이 도사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미국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마이크로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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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성장과 분배 그리고 보수와 진보 지면기사
비효율적 시장 '집행 비율 발생'정부 개입 항상 바람직하진 않아가격기능 방해하면 효율성 상실북유럽, 시장경제 신뢰·조세 분배좌파국가 아닌 보수·진보이념 공존보수와 진보 또는 좌우를 나누는 중요한 기준이 성장과 분배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보수는 성장을, 진보는 분배를 중시한다. 물론 좌우의 극단적인 세력을 제외하면 보수와 진보 모두 성장과 분배 둘 다 중요하다고 여긴다. 상대적인 비중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확증편향이 작용하고 정서가 논리 못지않게 중요한 존재가 인간이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는 현실에서 그 견해 차이가 꽤 크게 나타난다. 하지만 단순히 중간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거나 별다른 이념적 지향이 없는 모호한 중도가 아니면서도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관점도 있다.우선 성장의 문제를 보자. 인류의 역사에서 경제성장은 예외적인 사건이다. 수천 년간 경제성장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러나 대략 250년 전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후 인류는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그건 시장의 힘 때문이다. 산업혁명이 시장경제를 불러왔다기보다는 시장경제의 출현이 산업혁명을 일으켰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하다. 신분제와 권력, 전쟁이 분배를 결정하던 시대에는 지배자나 피지배자 모두 생산성 향상에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었다. 지배자는 권력의 유지가 더 중요했고 피지배자는 더 일해 봐야 자신에게 돌아올 게 별로 없었다. 그러나 시장경제 내지는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완전하지는 않아도 시장에서의 기여와 성과가 비례하는 세상이 되자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 변했다. 시장에 기여해야 자신의 몫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장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뿐만 아니라 경쟁을 촉진한다. 권력을 쟁취하려는 경쟁이 아니라 시장에서 구매자를 만족시키려는 경쟁을 촉진한다. 시장을 억누르면 결코 성장을 이룰 수 없다.시장은 대체로 효율적이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공공재의 공급, 독과점, 외부성(예: 공해), 정보의 부족이나 비대칭 현상이 있으면 시장도 비효율적이다. 비효율적인 시장에는 정부가 개입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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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스마트시티, 대한민국의 중추적인 성장동력이다 지면기사
ICT·4차산업 바탕 지속가능 도시국내 150조·세계 1700조 거대시장정부 주도 구축 해외경쟁력 '한계'삶의질 향상 융·복합 솔루션 개발국가·기업 차원 글로벌 선점 기회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글로벌 경제의 핵심 주체로서 대한민국은 4차산업 혁명시대에서도 선도국가로서의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ICT기술과 도시개발 경험이 융합된 스마트시티 분야가 대한민국 성장동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건설·정보통신기술 등을 융·복합해 건설된 도시기반시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시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의미하며, 이미 글로벌 선진국을 중심으로 거대시장이 형성돼 다양한 형태의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스마트시티의 시장 규모는 국내 150조원(삼정KPMG), 세계 1천700조원 및 연평균 성장률 10% 이상(프로스트앤설리반)으로 전망되고 있다.유럽의 경우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개방 데이터 정책 하에 환경·교통 중심으로 스마트시티 정책을 추진해왔다. 미국은 2015년도 스마트시티 이니셔티브를 발표해 교통혼잡 해소, 경제성장 촉진, 기후변화 대응 등 지역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 일본·중국·인도 등이 정부 주도의 도시 경쟁력 향상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2008년 동탄·흥덕 선행 2기 신도시개발 등 스마트시티의 전신인 유비쿼터스 도시(U-City) 개발을 시작으로 확산되어 왔다. 최근 들어서는 2018년 상반기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세종시 5-1 생활권'과 '부산에코델타시티'를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선정하여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고 있으며, 김포 향산2지구 등 민간에서의 스마트시티 추진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해서는 4차산업 기반의 다양한 주요 기술분야가 접목되어 진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블록체인, 가상현실 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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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바른 사회를 견인하는 공공기관의 힘 지면기사
文대통령 '함께 잘 사는 나라' 강조공공기관이 실현 앞장서 동참해야국민들 '공정·양질' 공공서비스 원해LX, 개혁·미래 개척 '부단한 도전''시대·사회의 요구 역할' 수행 노력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아침, 55번이 넘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개인적 감흥은 많이 줄었지만, 지그시 눈을 감고 몸담고 있는 조직의 미래와 올 한해를 생각하면 오히려 가슴에 묵직함이 밀려온다.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합동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통해 '함께 잘 사는 나라'의 비전을 강조했다. 정부가 추구하는 국민을 위한 철학은 그 나라의 시대정신을 대표하며, 경제·교육·복지 등 관련 정책의 실현을 통해 국가가 바르고 건강하게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이 된다. 그리고 이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동참하게 되는 영역이 바로 정부기관 및 지자체, 공기업과 같은 관련 산하 기관이 될 것이다. 70년대 정부 주도의 경제발전과 함께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많은 역할들을 수행했지만, 더불어 얻게 된 부정적 이미지는 정부의 수족, 부패의 연결고리, 거대하고 보수적이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불변의 집단, 독점 및 낮은 질의 서비스와 폐쇄적 조직문화, 민간에 대한 갑질 등으로 다양했다. 감히 '다양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과거와 달리 지금의 공공기관은 실로 엄청난 자가정화(自家淨化)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시대적 요청에 의해 변화하고 도약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대내외 환경으로 휩싸여 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공공기관에 기대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 어느 분야보다 깨끗하고 공정했으면 하는 것, 그리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세금이 아깝지 않은 높은 질의 공공 서비스, 더불어 안전하고 편리한 시스템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반향, 수익에 집착하지 않고 민간영역과 국가 미래발전에 기여하는 선도적 자세 등이 국민들이 생각하는 이상적 공공기관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렇기에 지하철이나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안전 불감 사고, 채용비리 및 낙하산 인사,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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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새 시대, 새로운 생각 지면기사
기업의 관심사 중 하나는 인재 확보조직문화는 개인과 집단 행동에 영향일하기 좋은 직장 필수요소는 즐거움열정과 몰입 유도, 경영성과로 이어져인정·칭찬·존중·공정 등으로 만들어2000년대 또 다른 10년의 첫해인 경자년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부터는 모든 영역에서 새로움이 절실하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경제가 필요하다. 이미 우리 경제는 돌격형 경제로는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새로운 경제모델을 창조하고, 혁신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 술은 '새로운 생각'이다.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조직문화에서 나온다. 과거는 '성공방식 지키기 시대'였다면 예측 불가능한 VUCA 시대에는 '새로운 성공방식 만들기 시대'이다. 새로운 성공방식은 새로운 생각이며, 새로운 생각은 혁신적 조직문화에서 나온다. 조직혁신의 핵심적 개념은 '새로운 생각'이다. 조직문화는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같다. 문화가 사회의 공기라면 우리의 삶은 그것의 호흡인 셈이다. 사회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문화가 있다. 사회가 그릇이라면 문화는 그 내용물인 것이다. 기업 경영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성공한 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늘 새로운 대안과 방향을 선택하는 용기를 낸다. 조직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성과 창출에 도전하고, 구성원 개개인은 스스로 생각하며 도전하고 성장하면서 조직에 공헌한다. 작은 단기 성공(Quick-win)의 경험을 쌓아가면 자신감이 생긴다. 이후에는 새로운 것, 더 높은 것에 도전한다. 이렇게 착착 만들어진 성공 DNA로 일류기업이 탄생한다. 결국은 사람과 조직문화이다. 현재 기업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인재 확보다. 많은 기업이 인간중심의 철학으로 몰입형 인재확보에 공을 들인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의 성과가 말해준다. 한국에서도 기업이나 연예계에서 새로운 방식에 의한 성공 사례는 눈에 띄게 입증이 된다. 비틀즈를 능가하는 BTS, 영화 기생충, 손흥민, 류현진, 창업 5년에서 10년 미만인데 이미 몸값이 수조원에 달하는 신생기업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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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2020년 경제전망 지면기사
최근 세계 경제 감속 요인이던美-中 무역갈등 완화 될 조짐글로벌 금융시장 견조상태 유지국내 반도체 경기도 회복 전망인천 성장잠재력 확충 전념해야다사다난했던 2019년이 저물고 있다. 2019년은 뚜렷한 경제위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 90% 가까운 국가에서 경제성장률이 전년대비 하락한 이례적인 한 해였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작년 말 전망대비 크게 하락한 2%로 예상되나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대부분이 1% 내외의 성장률에 그치고 있는 것에 비추어 그나마 나은 성과라 할 수 있다. 올 한 해 인천 경제는 여러 지표면에서 전국에 비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며칠 전 통계청은 2018년도 지역소득 잠정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인천경제는 실질GRDP(지역내총생산)가 전년대비 0.4% 성장에 그쳐 전국 평균(2.8%)은 물론 다른 수도권인 서울(3.4%), 경기(4.9%)를 크게 하회하였다. 또한 인천은 명목GRDP가 0.2% 하락하여 경제규모가 전년에 비해 줄어든 네 개 광역지자체(경북, 울산, 제주) 중 하나가 되었다. 그 결과 인천은 GRDP 기준 경제규모 면에서 1년 만에 다시 7위로 내려앉게 되었다. 2019년에도 인천지역 성장률 지표는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천경제의 28% 정도를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 지표의 전국 대비 부진 정도가 2018년보다 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이 월등히 양호한 성과를 보여야만 전국 대비 부진 정도가 조금 줄어들 수 있으나, 통계청에 따르면 올 9월까지 인천의 서비스업 생산지수 증가율은 전국을 하회하고 있다. 그렇다면 2020년중 우리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극적인 개선은 어렵겠지만 올해보다는 다소 나을 전망이다. 다만 개선 폭은 예측기관들의 의견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은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최근 세계경제의 감속과 글로벌 무역 증가세 둔화의 주된 요인이던 미·중 무역갈등이 다소간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우리 경제 내 설비투자 및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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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송도 1차 산업기술단지는 왜 실패했나? 지면기사
연구단지 불구 R&D활동 전혀안해클러스터조성 여건 안돼 수요 전무벤처기업 필요 면적 협소한점 간과11공구 연구개발 기능 유치하려면판교처럼 중고층에 여유공간 임대송도국제도시 2공구에 인천테크노파크 1차 산업기술단지가 있다. 이 단지 일부인 4만7천평 정도의 기업용지에 30여개 기업이 입주해있다. 이들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기 전인 2001년에 조성 원가의 70%인 49만8천원에 부지를 분양받았다. 이곳은 공장이 들어설 수 없는 R&D단지이기 때문에 주로 남동산단에 있던 기업이 연구소를 짓는다는 명분으로 입주했다. 모두 저층 건물로 지었고 대다수 기업이 사무실과 창고로 활용했을 뿐 R&D 활동은 미미했다. 몰래 공장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었다. 꾸준히 제조업 허용을 요구해서 현재는 도시형 공장이 가능하다.중소기업 연구단지 조성이 목표였는데 이곳을 연구개발이 활발한 곳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지 일부에 저층으로 지었기 때문에 일자리도 별로 없다. 사실상 실패한 셈인데 이 때문인지 향후 송도에 중소 R&D 기업을 유치했을 때 파급 효과가 미미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1차 산업기술단지가 실패한 원인은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기업용지 분양 당시 송도는 지금과 전혀 다른 곳이었다. 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중소기업 연구소 겸 사무실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곳이 지식산업센터다. 지금은 수많은 지식산업센터가 운집해 있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 지식산업센터(구 아파트형 공장)가 최초로 들어선 때는 1999년이다. 송도 1차 산업기술단지 기업용지를 분양할 때 송도는 빌딩을 지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R&D 클러스터를 조성할만한 여건이 아니었다. 즉 수요가 없었다.실패한 두 번째 원인은 개별 중소기업이 R&D를 하려 해도 필요한 공간은 아주 작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벤처기업이 주로 찾는 지식산업센터는 평균 분양면적이 20평대에 불과하다. 커봐야 수십 평이다. 부지가 좁으면 제대로 된 건물을 짓기 어려우므로 기업에 20~30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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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미군 부대가 없어진들 고향은 돌아올까 지면기사
부대자리 철도청 거쳐 대형백화점또 다른 곳엔 의과대학·아파트…과수원이었던 집터 시멘트 포장분출되는 짜증과 원망으로 가득집착이냐 포기냐 결단할 수 있을까배밭 집 아주머니를 본지 근 30년은 되었을 테다. 광대뼈에 단발머리, 동그란 눈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마지막 상면. 조문은 그렇게 끝났다. 동네를 떠난 지 40년이 넘었건만 어둑해지니 그때 그 시절 친구들이 하나둘 거의 모여들었다. 오고 간 이야기들. 사실도 있고, 여전히 잘못 알고 있는 것, 단순 '카더라'도 있겠지."배밭에 얼씬거리기만 하면 어김없이 그 '세파트(세퍼드)'가 짖어대고 너희 아버님이 문을 열고 나왔지. 그런데 까치가 쪼아 먹은 게 최고로 달고 맛났어.""배밭 지나 미군 부대 철조망 끼고 신문사 산을 타고 올라 학교 개구멍을 빠져나가던 기억이 새롭네. 수위한테 걸리면 다시 돌아가야 했고.""지금 그 동네는 사과 과수원이 아직도 있을 거야. 철거시키고 철조망을 쳐서 가보지는 못했지만, 거기로 일을 나가는 형이 그러더라고.""그런데 이제 미군도 다 떠났으니 부대가 없어지면 우리가 살던 고향은 어떻게 되는 거지?"동네 뒤에는 한국 보수언론의 최고라 할 그 신문사의 선산이, 능선 저편에는 그 학교가 있다. 아버지로부터 학원과 지역구를 물려받았고, 지금은 전직 대통령을 받드는 정당의 공동대표가 된 보수정치인의 사업장이다. 그 둘과 어깨를 겯고 있는 곳이 미군 부대다. 한때는 군단 사령부로서 지역의 경제와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권까지 쥐락펴락했다는 말이 돌던 그 부대. 골프장이 있어 가을에 벼를 베거나 배추를 뽑거나 할 때 골프공께나 줍곤 했었지만, 골프공 팔아 달러 버는 맛에 빠져 학교를 빼먹곤 하던 자식 때문에 부모들은 울화를 끓기도 했다.그 산. 한북정맥의 지류이다. 양주~의정부~사패산으로 연결되는 김신조 루트가 되었던 곳. 가족이 육이오 전쟁 때 무사히 피란을 마쳐서 고맙다고 신문사가 지어주었다는 교회가 지금도 온빈 한씨와 아들 경평군 묘역이 있는 전주이씨 종중 선산 자락에 있다."우리 부모님들, 그 사람들 성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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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따뜻한 기술의 힘, 빈집 공간에 가치를 더하다 지면기사
전국 주택 6% 빈 상태로 방치'스마트 도시재생추진단' 신설정보 담은 'LX 통합 플랫폼' 운영다양한 사업 연계 활용도 높여주거안정·쾌적한 삶의 질 보장지난 명절 오랜만에 다시 찾게 된 시골본가를 둘러보면서 마음이 착잡했다. 유년시절 싱그러운 추억이 가득했던 마을은 듬성듬성 관리되지 않은 빈집이 생겨나 있었고, 대부분 노인들만 거주하고 있다. 빈집을 지나며 어린 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들의 이름이 어렴풋이 떠오르기도 했고, 최근 이웃과 거리가 있는 노인을 상대로 한 범죄 사건들도 생각이 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근래 문제가 되고 있는 전국적인 빈집 발생은 비단 지방이나 시골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전국 주택의 6%를 상회하는 수치가 빈집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2050년이 되면 10% 정도가 예상되어 10가구 중 1가구는 빈집이 된다고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갖추어야 할 의·식·주 중 쾌적한 주거는 인간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 출산급감, 고령화, 도시화, 공급과잉, 저성장 등의 문제와 맞물려 일어나고 있는 이 빈집의 문제는 세수감소로 인해 지방 붕괴를 일으킬 수도 있으며, 주거환경 악화, 범죄 발생 증가, 미관 저해, 집값 하락 등 물리·사회·경제의 총체적 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오래된 공동주택 관리 등의 문제는 필연적이며, 최근 무수한 공급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세계적으로도 인구급감과 더불어 빈집에 대한 문제는 심각하다. 특히 일본의 경우 높은 교통비, 고령화 및 도시화 현상이 맞물려 건설한 신도시 전체가 공동화되는 등 빈집문제와 일찍 마주쳤다. 일본에서는 현재 빈집은행을 운영해, 매수된 빈집과 귀농을 원하는 세대들을 연계·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심지어 0원 주택 판매 및 지원금 지원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관련 법률까지 개정하여 대도시 인근 오래된 주택을 호텔 등으로 개조해 마을재건에 힘쓰는 등 정책적으로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경우 연계·지원과 더불어 근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주택의 유휴방치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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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기업의 조직혁명, 애자일(Agile) 열풍 지면기사
디지털 역량 '빠른 의사결정' 요구팀체제 사라지고 프로젝트 단위로필요따라 일하다 해체 유연성 발휘급변하는 예측불허시대 생존 위해개인간·SW·고객협력·변화 중점을산업환경이 바뀌면 조직과 사람 그리고 일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빠르게 변화하며 예측할 수 없는 지금의 비즈니스 환경을 VUCA시대 라고 한다.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의 머리글자이며 기업에서 과거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던 리더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며 불안요소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가와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엄청난 속도로 펼쳐지는 기술의 융복합은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어 가고 있다. 변화의 전조증상을 빨리 알아채고 그에 맞는 혁신을 이루어 내는 능력이 기업의 핵심역량이며 강력한 경쟁력이다. 정확한 의사결정보다는 적시에 안타 즉, 늦은 100점보다는 이른 80점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위로부터 아래로 떨어지는 철저한 계획과 단계를 거쳐 통제를 기반으로 운영되어온 기존의 워터폴(Waterfall) 방식의 조직관리로는 더 이상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우선 실행하고, 빨리 실패하고 작은 시도를 꾸준히 하며 고객으로부터 배우고 외부와 협력해 성공경험을 축적해나간다. 요즘의 조직관리 트렌드인 애자일(Agile) 조직이다. 디지털역량을 기반으로 조직구조가 수평화되어 가고,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정적 팀 체제가 사라지고 프로젝트 단위로 필요한 기간만큼 일하다 해체되는 유연한 조직을 만들어 간다. 민첩함, 날렵함의 뜻을 가진 형용사를 넘어 '애자일 조직'은 비즈니스 융복합에 민첩하게 적응하고 유연한 조직문화이다. 2000년대 초반 소프트웨어 개발업계에서 시작된 애자일은 방법론이나 기법보다는 조직문화혁신으로 보아야 한다. 회사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사람 중심으로 변화한 시대정신을 반영한 조직문화 혁신 철학이다.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지속적으로 애자일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한 대표적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