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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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융합예술의 한 경지로서의 달항아리 그림전 지면기사
인사동 한국미술관 권갑하 그림전고요함·역동성 담긴 '미학적 전율'사물 존재론 한참 들여다본 '연작'외적 관찰과 내적 침잠 동시 탄생언어 예술을 통한 존재 양상 채록시조시단의 중진 권갑하 시인의 '마음꽃 달항아리' 그림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달항아리는 조선 백자의 특징인 온화한 흰빛과 유려하고 원만한 곡선 형태를 갖춘 예술품으로 유명하다. 매력적 볼륨과 질감, 공간감을 견지하여 많은 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아왔으며, 해외에서도 도예가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그림전은 이처럼 아름다운 달항아리를 때로 사실적으로, 때로 변형된 색상과 형상으로 그려낸 결실들을 풍요롭게 품고 있다.권갑하의 그림에는 여백의 미를 살린 사례들도 있고, 현대성을 여러 차원으로 갖춘 실례들도 많다. 이 그림들은 달항아리의 구체적 존재론을 온전하게 재현하면서 감각적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다양한 미학적 전율을 생성하면서 고요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시인은 달항아리의 궁극적 존재증명을 예술적으로 수행해간다. 아름답고 단단한 의장들이 다가오는 순간, 우리는 다양하게 번져가는 예술적 파문 속에서 한없는 울림과 떨림을 경험하게 된다.그동안 시인은 달항아리 연작 시조를 꾸준히 써왔다. 사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그로부터 얻은 감동을 갈무리하면서 그 정점의 순간을 시조로 담아온 것이다. 시조가 응축과 긴장의 방법론을 통해 사물과 마음 사이의 순간적 점화를 첨예하게 수행해온 양식이라는 점에서, 권갑하 시조는 특별히 사물의 구체성과 그에 대한 시인의 실물적 감각을 함께 풍요롭게 담고 있다. 그럼으로써 달항아리와 거기서 비롯한 예술적 전율의 순간은 선명한 자리를 얻고 있다.시인은 달항아리에서 '빈 듯 가득 찬 듯/거룩한 적막'('달항아리-혼빛')을 읽어내고 '헛헛한/마음의 소요/귀 따가운 저 묵언'('달항아리-고요')을 발견하기도 한다. 한결같이 적막과 묵언이라는 달항아리 특유의 고요한 형상을 부조한 것이다. 또한 시인은 '허기마저 내색 않는/묵묵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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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무카페] 유실물 찾아주면 보상금 얼마나 받나 지면기사
유실물은 점유자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그의 점유를 떠난 물건을 말한다. 유실물 습득자가 물건의 소유자에게 찾아주면 얼마나 보상받을까? 유실물법 제4조(보상금)에 따르면 '물건을 반환받는 자는 물건가액의 5%이상 20% 이하의 범위에서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유실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의무를 지우고 있다. 단 이러한 보상을 받을 권리는 습득한 날로부터 7일 이내 유실자·소유자에게 습득물을 반환하거나 경찰서 등에 제출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또한 유실물을 반환한 날로부터 1개월 이내 보상금을 청구해야 한다. 은행송금 착오와 같이 착오로 점유한 물건에 대해서는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 유실물을 습득자가 취득하면 형법 360조 점유이탈물횡령죄의 죄책을 진다. 습득자가 경찰서에 신고하면 경찰서는 물건을 반환받을 자에게 반환하여야 하고 반환받을 자를 알 수 없을 때에는 6개월간 유실자수색의 공고를 하고 물건의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습득자가 소유권을 갖는다. 습득자가 3개월 이내 이를 받아가지 않으면 비로소 국고로 귀속된다. 보상금은 당사자 합의로 결정하고 합의가 안되면 법원을 통해 보상금 판결을 받을 수 있다. 유실물보상금에 소득세법상 22% 세금이 부과된다.고액의 어음수표를 분실하였을 때 보상액 산정은 액면금기준이 아니다. 이에 관해 대법원(67다389판결)은 '유실물 습득자에 대한 보상액은 물건의 유실자가 유실물의 반환을 받음으로써 면할 수 있었던 객관적인 위험성의 정도를 표준으로 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어음수표는 분실신고로 발행인과 지급인에게 사고신고통지가 되어 돈이 지급될 위험성이 적다는 등 위험예방책이 있고 습득자는 그 어음수표를 사용할 수도 없다. 고액액면금 수표보상금은 5%이하도 될 수 있다. 요즘 CCTV설치가 보편화되어 유실물 추적이 용이하지만 습득자가 유실물을 선의로 반환한 만큼 유실자도 그 보답으로 보상금지급의 원만한 합의가 바람직하다./이영옥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화성지부이영옥 법무사·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화성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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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아고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오바마 여사를 찾는 이유 지면기사
모범 영부인의 표본 미셸 오바마신뢰·능력으로 美대선후보 떠올라 김건희 정쟁 치열하게 다루는 국감 영부인 이슈 확대 전무후무한 일 악화된 국민 여론 방치해선 안돼11월5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부통령인 민주당의 해리스 후보와 전직 대통령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대혈전을 벌이고 있다. 해리스 민주당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이 건강 등을 이유로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대통령 후보가 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바이든을 대체할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고민할 때 유력하게 떠올랐던 인물 중의 하나가 미셸 오바마로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이다. 그녀가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올랐던 가장 큰 이유는 영부인으로 보여주었던 신뢰와 능력이었다. 미셸 오바마는 전형적인 흑인 엘리트 배경을 가지고 있다. 미국 유수의 학교인 프린스턴 대학교를 나와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에서 오바마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녀는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8년을 백악관에서 보내며 영부인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첫째로 오바마 여사는 '검소'했다. 많은 경우 오바마 여사가 입었던 드레스나 옷이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부분 몇 만원 정도의 '서민 패션'이었다. 둘째로 '절제'였다. 오바마 여사는 세계 최강대국의 영부인이라는 막강한 위치에 있었지만 언제나 남편인 오바마 대통령의 그늘이었다. 어떤 자리에서도 먼저 나서거나 선을 넘는 행동은 없었다. 셋째로 '국민들의 건강'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오바마 여사는 비만 청소년들의 건강 문제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오죽했으면 2023년 아이들의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한 식품회사를 공동 창업으로 직접 차릴 정도다.지난 7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가 마치 '김건희 국감'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정감사는 정부의 국정에 대해 국민들을 위한 정책 운영이 잘 되었는지 국민을 대신해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철저하게 모니터링을 하는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정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배우자에 대한 국회의 태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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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인천 갯벌의 세계화 지면기사
인천 갯벌은 멸종위기종 서식지이자 지구촌 물새 기착지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생물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인천 갯벌에는 전 세계에 6천여 마리 남은 멸종위기종 1급 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 개체 중 90% 이상이 찾아온다. 두루미와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 개꿩, 알락꼬리마도요, 노랑부리백로 등 수만 마리의 새가 인천 갯벌을 휴식처와 먹이터로 찾는다.인천 갯벌 중에서도 송도갯벌은 수도권 최대 규모 람사르 습지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강화갯벌은 한강, 임진강 등에서 유입된 토사가 하구에 쌓여 형성됐는데, 접경지에 있어서 다른 갯벌과 비교해 보존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국가유산청이 이들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구역에 포함하려고 하는 주된 이유기도 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21년 서천 갯벌(충남), 고창 갯벌(전북), 신안 갯벌과 보성·순천 갯벌(전남)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한국 내 주요 갯벌을 추가로 포함하라는 조건부 결정을 내렸다. 국가유산청은 인천 갯벌이 등재돼야 한다고 판단해 지역 기초자치단체들과 협의 중이지만, 대부분 개발 제한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갯벌 구역 확대에 대한 세계유산위원회 판단이 임박한 시점에서 관련 절차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하지만 최근 송도갯벌과 강화갯벌이 있는 연수구, 강화군 지역사회에서는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면서 반대 입장이 거셌던 이전과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갯벌 보전이 단순히 지역 개발 동력을 저해한다는 고정관념보다는 탄소중립 등 미래 세대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그동안 주민 입장을 앞세워 반대했던 지역 기초단체들도 달라진 지역사회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바뀐 여론을 수렴해 주민 간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고 인천 갯벌이 가진 가치를 지속해서 보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phj@kyeongin.com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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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전국체육대회 스포츠 정신을 잊지 말자 지면기사
경기도, 2469명 참가 49개 전종목 메달 사냥2022년부터 종합우승 탈환한뒤 '건재 과시''값진 땀방울은 배신 안한다' 선수들의 다짐승자·패자간 축하·위로 장면 자주 나왔으면'지구촌 스포츠의 축제'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린다. 올해에는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는데, 우리나라는 메달순위 8위를 기록하며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당시 4년을 준비해온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따내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선수들은 단 한 번의 패배로 허탈감을 느끼면서도 세계 정상 도전을 향해 다시 4년을 준비한다.요즘 국내 체육계가 우울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불협화음, 일부 협회의 낡은 관습과 안일한 대처는 올림픽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특히 대한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과정에 공정성 논란까지 일었다.급기야 문체부는 최근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한 발표까지 했다. 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추천한 뒤 면접 과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이뤄지는 등 제대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이끌던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홍 감독을 1순위로 하는 등 최종 감독 후보군을 추린 뒤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 기술이사가 이후 선임 작업을 주도했지만 감독 면접 과정에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문체부의 감사 요지다. 또 홍 감독이 이사회 '서면 결의'를 통해 감독 선임이 확정되는 과정에서도 이사 중 일부가 정식 이사회에 회부 요청을 하거나 서면결의가 요식행위가 되는 것에 유감을 표했다는 게 문체부의 지적이다.그러나 이런 내홍에도 불구하고 태극전사들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심기일전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요르단과의 3차 원정경기는 한국 축구가 중동의 모래바람을 잠재운 완벽한 승리였다. '캡틴'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전력에 차질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원팀으로 투지를 불살랐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전국 스포츠의 대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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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정의 '문득, 인권'] 한강과 사라진 책들의 세계 지면기사
경기도교육청, 다양한 분야유해도서 선정 문제 재조명 '책 폐기' 작가의 생각·고뇌 담긴사상·철학이 사라진 것청소년들 배움의 권리 침해 당해한강 열풍이다. 지난 10일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온 나라는 그녀의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강이 만들어 낸 세계와 소설에 담긴 정서적 힘에 전 세계가 공명했다는 의미일 것이다.수상 소식이 들려옴과 동시에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10위권은 한강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집필했던 작품 세계와 그를 통해 언급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각종 매체를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강의 작품을 유해 도서로 지목했던 사회적 문제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졌던 경기도 학교 도서관 성평등·성교육 도서 대규모 폐기 사건이 그것이다.지난해 경기도 내 학교 도서관에서 성평등·성교육 관련 책 2천500여 권이 대량으로 폐기되었다. 시작은 '청소년 유해 도서를 분리해달라'는 보수단체의 민원이었다. 민원 접수 이후 경기도교육청은 '각 학교에 부적절한 논란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 협의해 조치하라'는 공문을 여러 차례 일선 학교로 발송했다. 이후에는 성평등·성교육 도서 처리 현황을 보고하라는 공문으로 이어졌다.그러나 문제는 모호한 경기도교육청의 기준이었다. 관리되어야 하는 도서 목록은 명시하지 않은 채,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 기준과 보수단체의 입장이 실린 기사를 참고용으로 첨부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속에서 학교 현장은 보수단체가 임의 선정한 청소년 유해 도서 목록을 경기도교육청의 기준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청소년 유해 도서 목록은 성교육·성평등 도서 외에도 한강의 채식주의자 등 문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었다. 교육청에서 지속적으로 내려오는 공문, 처리 현황에 대한 보고 압박에서 자유로운 학교가 있겠는가. 결국 2천500여권의 책이 경기도 학교 도서관에서 사라지게 되었다.책 폐기에 대해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경기도교육청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한 일이라 책임을 일선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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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문화의 날, 문화다양성의 날' 지면기사
'유엔 세계 이주민의 날' 다름 존중모두를 생각하는 기념일 이었으면사회통합·갈라치기… 원론적 논의 광역·기초자치단체 먼저 나설 수도기왕에 경기도·도의회 물꼬 터주길오는 10월 셋째 토요일(19일)은 '문화의 날'로 1972년에 지정된 기념일이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기념일이 있는가 찾아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기념일이 있음을 알았다. '국경일', '법정 공휴일', '국가기념일'이 있다. 이 가운데 '국가기념일'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한 기념일도, 법령에 따른 기념일도 있으며 각종 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기념일도 있었다. 관심을 두는 분야가 아니면 기념일을 다 기억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아무튼 '문화의 날'은 '방송의 날', '영화의 날', '잡지의 날'을 흡수·통합하여 제정하였으며 2006년에 10월20일에서 10월 셋째 토요일로 변경되었다.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문화의 날' 제정 이유를 보니, '대중들이 문화예술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방송·잡지·영화 등 문화 매체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각종 문화예술을 홍보하고 주류의 문화를 비롯해 비주류의 문화도 대중에게 노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기념일'이라고 하였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각종 공연, 전시, 강연 등 문화예술 행사와 미술대전, 민속예술경연대회 등이 펼쳐지고 있다. 제정 당시 문화예술을 진흥하는 한편 대중들에게 예술문화의 향유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그렇다면 매년 5월21일로 지정된 '문화다양성의 날'은 또 어떤 기념일일까 궁금하다. 2001년 유네스코 정기총회에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선언'이 채택되었고 우리나라는 2014년 법령을 만들고 '문화다양성의 날'을 지정하였다. 그런데 2005년 유네스코 제33차 총회에서 '문화콘텐츠와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를 위한 협약' 때문이었는지 현재 우리나라 문화다양성에 대한 문체부의 시각은 예술의 다양성에 경도된 듯하다. 법률에 의거 문화다양성의 날부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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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이승엽 감독과 윤석열 대통령 지면기사
리더십 심판주기 빨라지고 눈높이 높아져 '정체성 혼란' 위기에 빠진 윤석열·이승엽존재 이유와 역할 잃은 권력, 모두에게 위험 미래, 준비·반성부터 시작… 국정쇄신해야가을 야구시즌이다. 하위팀에 업셋 당하거나 포스트시즌 문턱에서 탈락한 팀들은 "감독 나가"시위대와 만난다. 이숭용 감독은 사상 최초의 5위 결정전에서 3-1로 앞서다 8회말 3점 홈런 한방으로 역전패 당했다. 그때는 9월 '41타수 1피안타' 기록의 마무리 투수를 기용하지 않았다. 최종결정은 감독이었고 김광현 기용은 결국 5분 만에 패배로 돌아온 '시즌 마지막 승부수'였다. 냉혹한 승부 세계의 예외는 없다. 리더십 심판의 주기는 더 빨라졌고 팬들의 눈높이는 더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그의 권력은 더 조급해지고 더 높아진 국민 수준에 맞추고 있을까? 최근 악화일로의 '김건희 리스크'는 임계점이 멀지 않았음을 상징한다.'매직'과 '뚝심'의 감독도 있다. 준플레이오프 명승부를 펼친 염경엽 감독과 이강철 감독이다. 두 감독의 공통점은 정체성이다. 그들은 자신의 야구 철학과 소신 그리고 개인과 팀 특징과 강점의 극대화를 통해 '이기는 야구'를 추구한다. '염경엽표 야구'는 공격야구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도루 실패가 게임의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되었음에도 그는 "같은 상황이 또 온다면 또 뛰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뚝심의 공격야구다. "3 타자가 다 초구치고 죽어도 뭐라 안해요"라며 포스트시즌 최초 3 타자 연속 초구 아웃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내가 하던 야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에도 2차전에 동일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염 감독은 모든 경기에 똑같은 타순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강철 야구는 직관과 집중력이다. 특히 그의 투수 교체 타이밍은 '예술의 경지'라는 평가다. 이 감독의 직감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집중력이 핵심이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 감독은 '10게임 1할3푼의 타자'를 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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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 지금 할 일? 시행규칙 따져보기 지면기사
눈가리고 아웅이다. 민간소각시설이 있는 한 지자체는 서울시 생활폐기물이 경기도와 인천시로 오고 있다는 기사에 대해 '우리 지자체에는 생활폐기물이 안 온다. 그것은 사업장생활계폐기물이다'라고 항변했다. 지자체마다 폐기물을 덜어내는 방법이 각기 다르지만, 취재하는 동안 확인한 지자체 중에는 종량제폐기물을 걷어다 봉투를 뜯어 비닐류, 플라스틱류 등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을 골라내고 그 나머지를 소각장으로 버렸다. 이 '나머지' 폐기물은 '사업장생활계폐기물'이란 이름을 얻는다. 이 지자체는 타 지자체 생활폐기물이 들어올까봐 별도 코드번호를 갖고 있는 생활폐기물은 허가 내주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폐기물중간처분업 소각전문' 허가를 갖고 있는 민간소각장들은 사업장생활계폐기물은 소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종량제 봉투로는 소각 못하고, 일부를 덜어낸 '사업장생활계폐기물'로 형태를 바꾼 다음에는 소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서울시민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린 쓰레기가 재활용처리장을 다녀오면 서울시민 게 아니라는 말인가. 눈가리고 아웅이다. 문제의 핵심은 '발생지 처리 원칙'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만든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은 내 책임이고, 개인이 처리 못한 쓰레기를 처리하는 최종책임은 내가 뽑은 지자체장에게 있다. 그렇기에 지자체장은 님비를 넘어 소각장을 만들어 내야 할 의무가 부과되는 것이다.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켜내는데 최선을 다하되, 그럼에도 안되는 것들은 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향할 수 있게 무거운 책임을 지워야 한다. 허가를 내줬는가, 안내줬는가, 폐기물을 법 체계에서 무엇으로 분류하는가가 아니라 서울시 쓰레기가 경기도와 인천시로 올 때 서울시민에게 그 대가를 충분히 지웠는가가 문제다. 지금 지자체가 할 일은 반입협력금을 3년 유예한 시행규칙이 시행되기 전, '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가, 서울 바깥 경기도와 인천 시민이 느끼는 불공정을 풀어내려 노력하고 있는가를 따져보고 목소리를 내는 일이다.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sj@k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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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기형도와 심야극장 지면기사
누나 세상 떠난 무렵 시 쓰기 시작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29세 생일 엿새 앞두고 숨진채 발견처음이자 마지막 '입 속의 검은 잎' 한국 시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아기형도(1960~1989)는 1960년 3월13일 경기도 옹진군 안평리 392번지에서 태어났다. 3남4녀 중 막내였다. 부친 기우민의 고향은 연평도에서 건너다보이는 황해도 벽성군이었으나 6·25를 겪으며 당시 황해도 피란민의 주된 이동 경로인 연평도로 건너왔다. 면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아버지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면사무소에 근무하며 정착했다.1964년 일가족이 연평을 떠나 경기도 시흥군 소하리, 현 광명시 소하동 701-6으로 이사했다. 소하리는 급속한 산업화에 밀린 철거민과 수재민들의 정착지가 되기도 하는 도시 배후의 근교 농업이 주를 이루는 농촌이었다. 1969년 부친이 중풍으로 쓰러져 전답을 팔아 약값으로 쓰고 모친이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다. 그 때 기형도 나이 열살이었으니 가혹한 시절이었다. 1973년 신림중학교에 입학했다. 3년 내내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1975년 누나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깊은 슬픔을 갖게 되었으며 그 무렵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79년 2월 중앙고등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했다. 3월에는 연세대학교 정법대 정법계열에 입학했다. 교내 문학 서클에 가입해서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했다.그해 12월 교내 신문인 '연세춘추'에서 제정 시상하는 '박영준문학상'에 시 '영하의 바람'으로 가작에 입선되었다. 이어서 1980년 3월 정법계열에서 정치외교학과로 진학했다. '80년의 봄'이 시작되어 철야농성과 교내 시위에 가담하고 교내지에 '노마네 마을의 개'를 기고했다가 형사가 학교로 찾아오는 등 조사를 받기도 했다. 1981년 3월 병역관계로 휴학하고 부산과 대구 등지로 여행을 했다. 중학교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그는 연세대학교 교내 문학 서클인 '연세문학회'와 안양의 문학동인 '수리'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했다. 대학 재학 중에는 '연세문예춘추'에서 제정하고 시상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