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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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자신을 속이지 마라 지면기사
세상사는 동안 가장 힘든일중 하나 선비들이 목숨처럼 여긴 삶의 철학다산 선생 독처무자기와 일맥상통떳떳치 못하면 언젠가 허구드러나스스로 낮추는 불변의 진리 실천을'자신을 속이지 마라. 세상의 모든 사람이 너를 보고 있다. 열 사람의 눈이 너를 지켜보고 있다. 이 얼마나 무서운 현실이냐!'-증자(曾子) 자신을 속이지 말라(不欺自心)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남을 속일 때가 있지요. 선의든 악의든 옳은 일이 아닙니다. 잠시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자기 마음마저 속일 수는 없습니다. 남을 속이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은 자신을 속이는 일이지요. 마음을 속이는 건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갈고 닦을 필요가 있지요. 나를 돌아보는 게 불편하고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자신의 뒤를 돌아보며 성찰하며 살아야 합니다. 스스로 삶의 철학과 가치를 지키며 보이든 보이지 않든 자신을 속이지 말고 살아야하는 게 상도(常道)이지요.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조선의 선비들이 목숨처럼 중요하게 여겼던 삶의 철학이지요.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은 속일 수 없습니다. 공자는 마지막까지 '민신(民信)'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했지요.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면 조직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다산(茶山) 선생이 오랜 유배 생활 속에서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도 독처무자기(獨處無自欺)의 철학을 지켰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삶 속에서 저술한 책들은 오늘에도 우리 삶의 나침판이자 길라잡이가 되고 있지요.남을 속이고, 자신까지 속이면서 죄 짓는다는 생각은 손톱 만큼도 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이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남들이 보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을 속이고 떳떳하지 못한 일을 저지르면 언젠가는 그 허구가 드러나게 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난해 그런 일을 겪었지요. 사회적 명성을 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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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시나 쓰라'는 막말의 종언 지면기사
토론 과정 한 후보가 시인에 한 말'~나 하라' 토씨에는 '너 따위' 내포우월감 앞세운 '폄하의 어감' 짙어자신이 더 낫다는 가치를 호소하되상대방의 인격은 존중할 수 있어야이번 총선의 의미는 여러모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에 난국이 닥쳤을 때 어떤 태도와 언어와 의지로 임해야 하는지를 국민들은 따졌을 것이고, 대의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보편적인 시민적 가치와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강한 암시를 받았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이념, 지역, 세대, 계층, 젠더 별로 엄존하는 전선이 있고 그 경계선들은 여지없이 배타적인 타자 배제의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래도 이번 총선은 그것을 어느 정도는 뛰어넘었고 어느 정도는 전혀 새로운 틀을 향해 진화했다고 할 수 있다. 제도적 차원에서만 보면 여전히 당파적 이익에 골몰하는 후진적 정치의 민낯을 보게 되었지만, 그 과정과 결과를 두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국민들은 오히려 합리적 혜안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민들은 정치 환멸의 정서를 부추기면서 자신만은 예외적 우월성을 가지고 국민들을 호도하려 했던 이른바 '꼰대 언론'들에 대해 경고장을 날렸다. 뻔뻔한 이데올로그들이 소속 언론사의 총론에 복무하느라 분주했지만 국민들은 거의 현혹되지 않았다.그리고 이번 총선의 밑바닥에는 폭언과 막말로 얼룩진 도덕적 결여 상태가 깊이 잠복되어 있었다. 예기치 않게 튀어나온 실언이야 귀엽게 봐줄 수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계산된 폭언과 망언은 우리 정치 수준을 여전히 답보 상태로 만들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선거 막판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네거티브 공세, 색깔론, 가짜뉴스 등은 정파 사이에 존재하는 소소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발본색원되지 않은 정치적 유습으로 이번 선거 국면을 감염시켰다. 어쨌든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시행된 선거였던 만큼 국민들은 자신이 지지할 대상이 얼마나 신뢰를 받을 만한 세력인가를 물었을 것이고 폭언과 막말을 멀리 퇴출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그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언론에서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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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재난 극복 모범 국가 지면기사
코로나19 입국제한 국내인력 부족이주노동자 체류기간 50일 더연장마스크·생계비 지원 제외 '비상식'독일등 해외선 동등하게 일괄지급재난극복 상생 '공동체 의식' 절실'사람'과 '노동력'을 따로 떼어서 처우할 수 있을까? 사람이 노동을 하는 것이니, 두 단어를 따로 생각할 수 없음은 상식적으로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 불가능할 것 같은 질문이 이주민들에게는 예외로 적용되고 코로나 위기 속에서 더욱 확대되고 있다.얼마 전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의 최대 체류허가일이 4년10개월에서 50일이 추가 연장되었다.정부는 신규 이주노동자가 입국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업현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의 취업활동기간을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베트남과 중국 등에서 외국인 계절노동자를 도입하고 있었지만 이 또한 인력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이 계절노동자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자 한국에서는 공장을 돌릴 인력도, 농어촌에서 일할 인력도 부족해지고 있다. 따라서 기왕에 있는 인력은 더 체류하게 하고 다른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체류 비자를 변경해 농촌에서 일하게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한쪽에서는 한명의 외국인이라도 더 산업과 농어촌 현장에서 일을 시켜 현재의 한국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전례 없는 조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그렇다면 이렇게 더욱 귀해진 이주민은 어떤 대접을 받고 있을까? 지자체 차원에서 나누어 주는 무료 마스크 배부에서 제외됨은 물론이고 이주민 전체의 절반인 120만명은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서 일주일 단 두 장을 살 수 있는 마스크 구매 기회에서마저 제외되고 있다. 더욱이 경기도는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대상자에서 외국인은 제외한다고 밝히고 있다.이주민들은 똑같이 세금도 내고 일상도 함께 하며 어려움도 같이 겪고 있다. 위기극복을 위해 손을 빌려달라며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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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배달의 민족 수수료 50%인하" 주목 지면기사
獨업체가 '배달앱 1·2·3위' 독과점자영업자 땀 대가보다 큰이익 문제외국자본 유출·은폐마케팅 논란 속코로나19 소상공인 고통분담 약속사회공헌적 방안 도출 가능성 다행두 달 이상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모두를 지치게 하고 있다. 확진자 뉴스에 혹시 우리 집 근처? 매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 정도로 비보 일색인데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고통 분담을 위해 배달의 민족 등 '배달앱' 업체들의 수수료 50% 인하를 추진한다는 것이다.더 정확하게는 지난 30일 오전 국회에서 "소상공인들이 부담하는 배달앱 수수료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도록 공정위 등 관련 기관들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민주당 김진표 후보가 수수료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수수료 인하문제는 해당 지역 유권자인 외식업자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수수료에 멍드는 전국의 수많은 요식업자를 위한 공공적 성격을 띠고 있다. 한마디로 특정 지역이 아닌 사회 공헌 적인 공약인 것이다. 단순 공약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성과를 나타낼지 귀추가 주목되는 까닭도 그 지점에 있다.사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사회 공헌에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앞장서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 사회 공헌을 촉발하는 조그만 단체를 이끌면서 공헌 운동의 어려움을 잘 안다. 사회공헌 운동이란 말로만 하는 경우라도 쉽지 않다. 실천으로 사회적 성과를 가져오기란 정말로 어려움이 많다. 더구나 공헌 적인 공약을 실체 있는 성과로 나타내기란 더욱 그렇다.이런 관점에서 김진표 후보의 수수료 50% 인하문제는 결코 쉽게 이루기 힘든 일이어서 그 의미를 크게 보게 된다. 실제 지속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국내 배달앱 관련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1위 회사 배민이 국내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업체 딜리버리 히어로(DH)에 매각되면서 독과점 문제와 국내 자본의 국외 자본 유출 논란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영세 자영업자로부터 얻은 이익이 고스란히 외국으로 넘어간다면 이는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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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공영방송, 존재의 이유를 생각한다 지면기사
국민 부담 TV 수신료로 운영 불구수당 부당수령 등 사건사고 잇따라정치적 중립·상업성으로부터 독립공익적 '고품격 콘텐츠' 개발 위해종사자들 엄격한 도덕성 전제돼야KBS 일부 아나운서의 '연차수당 부당수령'뉴스는 우리 사회에서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KBS는 국가 기간(基幹)방송으로서 그 재원을 시청자인 국민들이 부담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TV수신료' 명목으로 매월 2천500원을 전기료와 함께 징수하고 있다. 고지서에 KBS가 명시되지 않고 비교적 소액이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는 이들이 많다. 한 가구당 연 3만원이다. KBS도 공익성이 강한 프로그램의 끝에 '여러분의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했다는 자막을 띄운다. 수신료가 헛되이 쓰이지 않았음을 밝히는 것이다.공사(公社) 종사자의 부정행위는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그것은 공무원의 세금 횡령과 다를 바 없다. KBS는 방만한 조직 운영과 예산관리, 조직원의 일탈행동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지적을 받고 있다. 특정 출연자의 과도한 출연료, 직원의 유흥업소 출입 등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다른 조직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다.더 중요한 문제는 KBS가 공영방송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유튜브'로 대표되는 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동영상 서비스는 물론 민간 상업 방송들과는 차별화되는 공영방송만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시청자인 국민들은 수신료를 부담하는 것이다.눈에 잘 띄지 않지만 공영방송으로서 KBS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한다. 예를 들어 재난방송 주관사를 담당하고 해외방송을 통해 해외교민과 세계인들에게 한국과 한국의 소식을 널리 알리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가시적인 방송프로그램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기대한다. 이는 정치적 중립과 객관적 보도, 상업성으로부터 독립, 고품격 콘텐츠로 요약할 수 있다.우선, 뉴스는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 방송법에 방송은 국민통합에 기여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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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완장은 권력이 아닙니다 지면기사
완장 차면 대부분 공익 앞장서지만기업등 일부 저급한 갑질 부끄러워자리 차지하더니 변했단 말 듣거나자신 이익위해 타인 희생시키기도우한 총영사 부임 '희생' 모범답안윤흥길의 소설 '완장' 주인공 종술은 동네 건달입니다. 빈둥거리던 그가 어느 갑부의 저수지를 관리하는 양어장 감시원이 됩니다. 일거리가 생긴 건 좋지만, 그가 차게 된 '완장'이 문제였지요. 사람들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호통을 치고, 물고기를 몰래 잡던 동네 사람을 때리기도 합니다. 완장의 위력을 알게 된 그는 읍내에서도 '갑질'을 합니다.갑질은 갑(甲)의 위치에서 을(乙)에게 일삼는 저급한 행태를 일컫지요. 그가 갑질을 하며 나대는 것은 최 사장이라는 뒷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만행으로 완장을 박탈당하고 동네를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됩니다.완장(腕章)은 자격이나 지위 등을 나타내지요.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완장을 찬 사람은 수없이 많습니다. 대부분 완장을 차면 사회 발전과 공익을 위해 정성을 다해 봉사하지만, 개중에는 감투를 앞세워 저급한 '갑질'을 부리기도 합니다. 기업에선 인사권을 쥔 간부의 행패가 심각하지요. '땅콩 회항' 사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잘 몰랐던 갑질의 실상이 제대로 밝혀졌고, 그의 어머니마저 운전기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퍼부은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파장이 컸지요. 이러한 연유로 '갑질 신고센터'까지 생겼으니 정말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입니다.완장에 걸맞은 품격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운 일이지요. 완장을 찼다고 반말을 일삼고, 인사 안 한다고 폭행하고, 뜬금없이 목소리를 높이며 거들먹거리고 이권에도 개입하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실감 납니다. 완장을 곧 권력으로 인식하니 '셀프 완장'도 생겨나지요. 골프장, 아파트, 물류단지 등이 들어서면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스스로 위원장 감투를 쓰고 행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민을 선동해 투쟁하고 발전기금 명목의 기부(?)를 받기도 하고 정치인으로 변신하기도 하지요. 완장을 차면 세상을 맘대로 주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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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옥중서신 지면기사
부당한 권력과 싸우다 격리된약자 입장 최후 저항 수단인데탄핵된 박근혜 前대통령 메시지실패한 정치인으로서 성찰 대신훗날 기약하는 '정치적 포고문'옥중서신(Captivity Epistles)의 문헌적 역사는 2천년 전 사도 바오로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그전에도 옥에 갇힌 인사가 바깥세상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한 사례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신약성서 가운데 네 편을 옥중서신으로 남긴 바오로에 이르러 그 원형이 마련되었다고 보아도 큰 잘못은 아닐 것이다. 그는 회심 전 모세의 율법에 열심이었고, 당대 최고 학자였던 가말리엘 문하에서 수학한 유대인이었다. 예수를 핍박하다가 강렬한 빛에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고는 예수 앞에 무너졌다. 그 후 사도로 변신하여 선교하다가 옥중 생활을 겪으면서 서신을 남겼는데, 그 안에는 바오로 자신의 피압박 경험과 새로 얻은 소신들, 교회에 대한 권면을 담고 있었다.옥중서신으로 유명한 또 한 사람은 독일의 사제였던 본회퍼일 것이다. 그는 나치스에 저항하고 히틀러 암살 계획을 세웠다가 체포되어 사형당한 분이다. 당시 독일은 히틀러를 옹호하는 교회와 하느님 중심을 부르짖은 교회로 분열되어 있었다. 본회퍼는 후자인 '고백교회'를 대표하는 신학자로서 신앙의 양심을 지켜 스위스 국경을 넘는 많은 유대인에게 도움을 주었고, 이차대전의 참상과 독일 교회의 현실을 알리는 운동을 지속했다. 일련의 저항, 체포, 죽음의 과정에서 본회퍼는 자신의 생각을 옥중서신의 형태로 남겨두었는데, 인간의 한계가 곧 신(神)의 역사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믿음으로 불의에 저항했던 그는 종전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눈을 감았다. 그의 죽음을 통해 사람들은 본회퍼의 길이 옥중서신에 적힌 대로 "낮아짐의 길이요, 고난의 길이기는 하지만 사랑과 용서의 길"이었음을 깊은 감동으로 알게 되었다.우리 현대사에서도 1970~80년대 김대중의 옥중서신과 김지하나 김남주의 옥중시(詩)는 감옥보다 더 어두운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에게 역설적 광휘를 선사해준 사례들이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수인(囚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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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더 낮은 곳으로, 우리가 누구인지 증명할 시간이다 지면기사
전 세계적인 재난 '코로나19 사태'차별받는 집단 가장 큰 고통 받아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대재앙배려·연대 힘으로 주위 둘러보고어려운곳 부터 먼저 손 내밀어야바이러스 감염은 생물학적으로는 종교, 인종, 지역, 소득수준, 장애 여부 그리고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은 저마다 속한 위치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국가적 재난과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결국 가장 큰 고통을 받은 사람은 그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차별받는 집단이라는 점이 이번 코로나19 확산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이번 사건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곳은 경북 청도 대남병원이다.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병동 입원환자 102명중 10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중 7명이 사망했다. 이곳에 입원하고 있던 환자들은 의학적으로는 병원에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나,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곳의 환자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사망자가 다수 나온 점은 "정신질환자가 있는 폐쇄병동으로 환기가 잘 안되어서"라는 당국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는 이후 별도의 조사가 필요해 보이나,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의 사례는 이런 위기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크게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해 주고 있다.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2월20일 구로중학교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지역의 중국인 및 중국동포 그리고 지역의 교육관계자들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지역의 학교 선생님들은 겨울방학 종료 후 학교에 모였던 아이들중 한국 아이들이 중국 아이들과 급식을 같이 먹을 수 없다고 거부하고 일부 학부모는 학교로 전화를 걸어와 중국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는 것에 항의전화를 했다고 한다. 개학 이후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학생들간의 혐오와 차별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큰 걱정을 하고 있었다. 봄방학 기간인 지금도 학생들이 함께 속해 있는 여러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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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성 평등과 공존 공생문제, 여성 국회의원 비율 높여야 지면기사
現 女의원 17.1% 'OECD 최하위'선거법 개정으로 더 줄어들 전망공천 확률도 남성보다 훨씬 낮아여성목소리 제대로 낼 수 없을듯'지역구 30% 의무' 반드시 지켜야4·15 총선이 50일 남았다. 후보공천 발표를 접할 때마다 여야 여성 의원 30% 공천 약속 이행이 궁금해진다. 필자의 개인적 관심 차원을 넘어서 한국 여성 의원 비율이 'OECD 최하위'라는 국제적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7.1%로 세계 193개국 중 120번째의 낮은 순위라고 한다.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게다가 여야가 입을 모아 '지역구 의원 여성 후보 공천 30% 의무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못이 박히도록 공언한 터라 기대가 컸다.그러나 정치적 성평등 문제를 갈망하며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배반당할 것 같다. 선거법 개정으로 여당은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게 되는데 이 경우 여성 30% 달성은 고사하고 오히려 여성 의석수가 기존보다 더 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천이 진행 중이라 통계가 없어 단언하기는 그렇지만 여러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선관위 총선 예비 후보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남녀 후보 간 성비 불균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예비후보자 선관위 등록 수는 여야 모두 합해 1천949명인데 남성이 1천371명 여성 578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대략 2.4배나 많은 숫자다.물론 후보 등록이 공천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공천한다고 반드시 당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그렇지만 여성 후보가 여야 모두 등록 자체를 남성보다 훨씬 적게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왜 그랬을까? 결코 여성의 정치적 능력이나 야망이 남성보다 낮아서는 아닐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여성의 공천 확률이 남성보다 현저하게 낮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확인시켜주는 대목인 것이다. 후보 등록에 이어 공천 발표 역시 애초의 여성 비율 약속도 공천잡음도 여야 서로 다른 듯 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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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나에겐 냉정하게, 다른 이에겐 따뜻하게 지면기사
살다보면 돌발 변수가 '수두룩'고비 넘기는 건 오롯이 자신 몫스스로에 엄격하고 냉철함 필요타인에겐 관대·배려할줄 알아야그것이 세상 사는 常道이고 순리사는 일이 간단치 않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기도 합니다. 저는 틈이 나면 철학 강의를 듣고 있지요. 삶에 대한 화두를 풀어보자는 생각도 있지만 강좌를 진행하는 철학박사 한 분의 이야기에 매료돼서입니다. 이분은 5년 전부터 매주 한 차례씩 시민을 위해 '태장마루도서관'에서 무료로 철학을 강의합니다. 듣다 보면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박식함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곤 합니다. 강의도 강의지만, 그의 삶에서 배울 게 많습니다. 이분이 일곱 살 때,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는 4남매를 남겨두고 돌아가셨습니다. 이 때문에 어려서부터 자장면 배달을 시작으로 자동차정비소, 전파사, 주유소 등에서 20여 가지 일을 했지요. 그렇게 살면서도 학이시습(學而時習). "사람은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지 않으면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라는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어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대학교에 진학해서는 철학을 전공해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정치, 사회복지 분야 등의 다른 공부도 했는데 2개의 박사 학위, 3개의 석사 학위를 받았지요. 20여 종의 자격증은 치열한 삶의 부산물입니다. 이분을 보면서 저는 제가 했던 말을 한 번씩 떠올려 보곤 합니다. "대나무가 높이 자랄 수 있는 것은, 속을 비운 데다 중간중간 생겨난 매듭이 지탱해주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큰 어려움 없이 지내다가 처음 어려운 고비를 맞은 것인데, 튼튼한 매듭이 하나 새로 생겼다고 생각하면 앞으로의 행보에 좋은 보약이 되지 않겠습니까." 공직에서 물러나 쉬고 있다가 우연히 다시 공직에 몸담은 일이 있었지요. 그때 모시던 분이 난관에 부딪힌 적이 있었을 때 조심스럽게 드렸던 말씀입니다. 살아가다 보면 의도치 않게 돌발변수가 생겨날 때가 있습니다.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봄 골목길을 걷는데, 담장을 돌면서 갑자기 휘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