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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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오염자 부담 원칙' 유명무실, 누가 봉투가격 묶어놨나… 지면기사
경기도 내 시·군의 3분의1 가까이가 10년이 넘도록 일반쓰레기 봉투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한 차례도 인상하지 않은 지역도 있어 '오염자 부담 원칙'이라는 쓰레기종량제 도입 취지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18일 현재 가평군의 20ℓ 일반쓰레기봉투 가격은 400원이다. 지난 1995년 쓰레기종량제가 처음 시행됐을 때 봉투 가격이 400원이었는데 그로부터 2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판매 금액이 한 차례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가평군은 "가격을 인상한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안양시의 20ℓ 일반쓰레기 봉투 가격은 550원이다. 안양시가 쓰레기봉투 가격을 마지막으로 인상한 시기는 지난 2003년이다. 1995년 도입 당시에는 330원이었는데 2년 뒤 60원을 올리고 다시 6년 뒤 140원을 올린 뒤 지금까지 변동이 없는 상태다. 18년 동안 물가는 변동됐지만 쓰레기 봉투만은 같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이다. 경기도 시군 3분의 1, 10년 이상 고정가평군 1995년 시행후 26년째 400원 평택시와 동두천시도 2006년 이후 판매 금액이 동결됐다. 성남·안산·광명·안성·포천·부천·구리·여주 등 8개 시도 10년 넘게 20ℓ 일반쓰레기 봉투 가격이 인상되지 않았다. 쓰레기봉투 인상에 따른 주민 가계 부담 증가가 인상을 어렵게 하는 주된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쓰레기 발생량이 늘면서 이에 따른 처리 비용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쓰레기봉투 가격은 현실화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쓰레기종량제는 쓰레기를 버린 사람이 처리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제도인데 봉투 가격은 멈춘 상황에서 처리 비용은 늘어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관련기사_1]]도내 시·군들의 주민부담률(쓰레기 수집·운반·처리·비용에 대한 쓰레기봉투 수입 비율)은 10~40% 내외에 불과하다. 쓰레기봉투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않은 가평군의 경우 환경부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주민부담률이 14.3%다. 발생량 늘며 처리비용도 증가하지만'주민부담률 10%대' 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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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팔당댐 어도 설치 필요성… 예산 문제로 20여년 제자리걸음 지면기사
한강 수생태계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방안으로 팔당댐에 어도(魚道)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팔당댐 어도의 필요성은 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재원 조달 문제로 실현되지는 못했다.경기연구원이 발간한 '팔당댐 어도 설치를 위한 기초조사'에 따르면 국내 댐 중 양양 양수발전소 하부댐(볼랜드식 어도), 화천댐(모노레일식 어도), 장흥댐(트럭식 어도), 군남댐(계단식) 등 4곳에 어도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팔당댐을 비롯 그외 댐들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이는 2005년 내수면어업법 개정으로 댐이나 보 등의 인공구조물 설치 시 어도를 반드시 설치토록 의무화됐지만 법 개정 이전에 완공된 댐 등은 어도 설치가 면제됐기 때문이다.밑 빠진 독인 '수산자원조성사업'올해 가평군, 양평군, 남양주시, 여주시에서 내수면 수산자원조성사업에 사용하는 예산만 6억원이 넘는다. 수산자원조성사업이 2002년부터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투입된 세금만 100억원에 이른다.수생태계 전문가와 팔당유역의 내수면 어민 모두 팔당댐으로 인해 한강의 상·하류가 단절돼 한강의 수생태계 불균형이 심해진 상태에서 치어를 방류하는 수산자원조성사업은 인공호흡기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잠실수중보 어도에 대해 1년간 모니터링한 결과 총 33종 3천675개체가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어도 설치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치어방류 등 수산자원 세금만 100억한강 상·하류 단절탓 인공호흡 불과잠실수중보 33종 3675개체 어도효과황길순 한국수생태복원협회 부회장은 "최근의 연구결과에서는 국내 하천에서 어도를 이용해 이동하는 하천 어류가 100종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하천 수생태계 건강성 증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도를 통한 하천 연속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예산 문제로 불발된 팔당댐 어도팔당댐의 어도설치문제는 최근 들어 논의된 것이 아니다. 1999년 해양수산부가 '댐과 하구둑 어도 설치'를 추진하면서 논의된 바 있다. 팔당댐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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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WIDE] 팔당댐이 가로막은 물길… '귀향' 못하는 물고기들 지면기사
팔당댐 건설 이후 50년 동안 어도(魚道)가 설치되지 않은 채 물길이 단절된 상태가 이어지면서 한강의 수(水)생태계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이달 초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칠성장어, 뱀장어, 바다빙어, 숭어, 참복 등이 팔당호 상류에서 종적을 감췄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0년 초부터 치어를 방류하는 수산자원조성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후 뱀장어와 은어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상·하류에서 모두 조사되는 반면 두우쟁이 등은 팔당댐 하류에서만 출현하고 있다.건설이후 50년간 '어도' 설치 안돼뱀장어 등 회귀성 어류 '상류 실종'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팔당댐을 건설하면서 물고기가 상·하류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어도를 만들지 않아 회귀성 어류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지 못해 불균형이 나타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현재 한강을 중심으로 어도가 설치된 곳은 잠실수중보에 이어 신곡수중보가 어도 설치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고, 이포보·여주보·강천보 등 남한강의 3개 보에도 어도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한강 상·하류를 이어주는 팔당댐에 어도가 없는 한, 한강 상·하류에 설치된 어도의 효과는 미미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그 결과 장기간의 한강 수생태계 불균형은 내수면 수산자원 감소를 가져왔고 한강 상류 지자체들은 뱀장어, 대농갱이, 쏘가리 등 치어를 방류하는 내수면 수산자원조성사업에만 매년 수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관련기사_1]] 올해만 가평군 1억8천만원, 양평군 1억6천만원, 남양주시 1억2천만원, 여주시 1억2천600만원 등 4개 시·군에서만 매년 6억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에 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얼마만큼 예산이 더 들어갈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황길순 한국수생태복원협회 부회장은 "하천의 수온과 유량, 수위 변동이 큰 우리나라에서 어류의 상·하류 이동은 생존에 필수적이고 이러한 어류의 이동을 보장하기 위한 시설로 어도 조성이 필요하다"며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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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자치 기본조례, 수많은 교류·토론 축적의 결과물… 주민 주축으로 '풀뿌리 문화시대' 열다 지면기사
■ 문화자치 조례는 적극 행정의 결과물이번 문화자치 조례는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교류와 논의, 토론이 축적됐다. 시작은 지난 2017년부터 2년간 진행된 경기연구원의 'GRI 문화예술 정책포럼'이었다. 도와 도의회,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재단 등의 관계자는 물론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와 프리랜서, 예총·민예총 등도 참여했다. 포럼은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 협의체를 만들고 시·군의 문화정책을 기획·결정하는 기반 구조를 만드는 것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경기연, 2년간 'GRI 정책 포럼' 진행시·군 워크숍… 과정자체가 문화자치도에서는 각 시·군의 문화담당 공무원과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2019년에 경기도문화예술진흥 중단기 종합계획이 수립됐고, 이 과정에서도 담당 실무자들과 연구진들이 함께 과제를 만들었다. 조례를 만들 때도 시·군 관계자와 도민을 참여시켜 의견을 공유하고 가야 할 방향을 논의했다. 과정 자체가 문화자치의 개념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문화자치, 주인은 결국 지역주민 문화자치는 지역의 다양한 문화주체들이 주인이 되는 토대이지만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상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갖춰진 개념이나 시스템적인 부분뿐 아니라 사회의 관점에서도 접근해볼 수 있는데, 지역 주민들을 주축으로 한 풀뿌리 문화가 눈길을 끄는 이유이다.시흥시 미산동은 주거공간과 공장시설이 섞여 있고, 부족한 기반시설과 노후화 등의 문제를 갖고 있었다. 주민들은 이러한 마을을 살리기 위해 주민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근에는 마을회관을 주민커뮤니티센터로 리모델링했고, 시는 이곳을 시흥에코뮤지엄의 거점공간으로 정했다. 여기에 지역의 활동가들이 힘을 보태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해가는 중이다.활동가들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집하고, 필요한 문화 활동을 함께 기획한다. 이들의 의견은 여러 활동가와 관계자들이 모인 시흥에코뮤지엄 연구회에서 논의되고, 시흥시와 경기문화재단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사업을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마을회관을 에코뮤지엄의 거점으로활동가 힘 보태 지역커뮤니티 형성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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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의 꽃 '문화정책' 패러다임이 바뀐다 지면기사
경기도가 문화정책 생태계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경기도 문화자치 기본조례'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다양한 문화주체가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다. 문화자치와 관련한 조례를 제정한 곳은 전국에서 경기도가 처음이다. 문화자치는 지방분권·지방자치 시대에 함께 강조되는 정책이다. 기존의 문화 정책과 사업은 중앙정부에서부터 지방정부까지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하향식 구조가 대부분이었다. 기존 하향식 아닌 상향식 구조로도민의견 반영 5년마다 '기본계획' 이는 2019년 10월 경기도민 1천500명을 조사한 경기도 문화예술진흥 중단기 종합계획(2020~2040)에서도 잘 드러난다. 도민의 58.5%는 문화예술이 다른 영역과 비교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그중 4.9%만이 문화정책수립 과정에 참여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문화자치는 이러한 하향식 구조를 상향식 구조로 바뀌게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는 근본적인 시각과 추진방식을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문화정책 생태계의 '체질 변화'를 위한 노력은 결국 지역의 문화 자생력을 높이고, 주민 스스로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기사_1]] 이에 지난달 제정된 문화자치 조례에는 도민의 의견을 반영한 경기도 문화자치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 시행하도록 했다. 도 문화자치위원회도 설치된다. 도민 의견을 수렴한 문화정책의 주요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한 것으로 도지사를 포함해 문화 관련 관계자와 전문가 등 20명 이내로 꾸려진다. 또 주민과 예술가, 문화예술 단체·기관 등으로 구성된 민관 협력체계인 경기도 문화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내용도 담겼다.이번 조례에 따라 도는 문화자치 기반 조성과 역량 강화, 활성화를 위한 시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화자치를 활성화하고 지원할 시·군 문화자치센터 시범 운영과 문화자치 활동·교류를 지원하는 문화협력 네트워크가 주요 사업으로 꼽힌다.문화자치위원회·정책협의체 구성10월 '정책축제'서 과제·비전 발표 이와 함께 문화시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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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단지의 메카' 후폭풍… "지원금 등 단기적 처방 필요" 지면기사
"물류단지가 한 층 한 층 위용을 드러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교통지옥을 겪을 날이 머지않았구나 싶고, 소음이나 진동은 또 어떡하나 걱정이다."광주시 오포읍에 거주하는 김모(45)씨는 공사가 마무리돼 가는 오포물류센터 앞을 지날 때마다 이런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말한다. 이런저런 걱정에 광주시에 문의를 하면 "물류센터 준공에 앞서 인근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도로확장이 계획돼 있다"는 답변을 듣는다는 김씨. 하지만 민간기업이 수십억원, 수백억원이 드는 도로확장을 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고, 나중에 교통문제가 심화되면 그때 가서 또 책임을 물을 수 있겠냐고 그는 반문한다. 광주, 운영·공사중·행정절차 8곳경기도내 단지중 '3분의 1' 몰려국토교통부의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이거나, 검증을 통과했거나, 공사 중인 물류단지는 50곳에 달한다. 이 중 운영 중인 곳이 절반가량인 23곳. 그중에서 경기도에 10곳이 몰려있다. 도내 10곳 중 각각 2곳이 광주와 안성에 위치한다. 운영에 앞서 공사가 한창인 물류단지는 전국에 8곳이 있는데 3곳이 경기도에 있다. 여기서도 광주에 2곳이 분포해 가장 많은 상황이다.착공은 하지 않았지만 실수요검증을 통과해 행정절차를 진행 중인 물류단지는 전국적으로 총 19곳으로 분포를 보면 대부분(16곳) 경기도에 위치한다. 이 역시 광주에 상당수가 소재하는데 4곳의 물류단지가 광주에서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 표 참조사실상 '물류단지의 메카'가 된 경기도 광주. 도내 물류단지 중 3분의1이 소재한 곳이지만 인허가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어 '물류단지와의 전쟁'까지 선포한 광주시가 최근 '물류교통환경정비지구' 수립에 나섰다. 시는 물류단지가 세수확보 및 고용창출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수년 전 들어선 초월물류단지로 인해 교통난이 가중되고 주민 민원이 잇따르자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뒤늦게 이 일대 교통난 해소의 핵심이 되는 중부IC(가칭) 개설을 위한 협의에 나섰으나 도, 한국도로공사, CJ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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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같은 물류단지' 무조건 막는 게 능사일까 지면기사
들어오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창과 방패의 대결' 양상을 띠던 수도권 내 물류단지가 2라운드를 맞이했다.전환점의 불씨를 당긴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이로인해 우리의 일상 많은 부분이 바뀌었고 비대면·비접촉 거래가 확대되며 온라인 상거래가 생활로 스며들었다. 물류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전진기지가 되는 물류단지 필요성에 공감대가 높아졌다.물론 아직까지 주변에 물류단지나 물류센터가 들어선다고 하면 혐오시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여전하지만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며 '무조건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동안은 민간이 주가 돼 왔지만 이젠 관이 주도해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고용창출·세수확대 큰 도움 없이교통난·소음·분진 등 부작용 속출2019년 1월 경인일보는 '쏟아지는 물류단지, 허상과 대안'이라는 기획보도(2019년 1월15·16·18일자 1·3면 보도=[쏟아지는 물류단지 허상과 대안·(1)실속 없이 부작용 속출]부풀려진 경제효과 '계륵 된 물류단지')를 통해 고용창출, 세수확대를 내세운 물류단지가 실제로는 지역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계륵이 된 상황과 교통난, 소음, 분진, 도로파괴 등 부작용이 속출하는 상황을 보도했다. 물류단지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선 인허가 과정부터 지자체가 참여하도록 제도를 수정하고 사업성 평가단계부터 교통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이듬해인 2020년 물류시설법이 개정, 신규 물류단지 조성 시 행정절차 초기 단계부터 해당 시장·군수의 의견을 반영토록 했다. 물류단지 조성 희망사업자가 도에 일반물류단지 지정 요청서를 제출할 경우 먼저 해당 시·군에 의견조회를 진행한 후 실수요검증 실시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에는 상당 부분(국토부의 실수요검증 등) 행정절차가 진행된 후 시장·군수의 의견을 묻도록 해 사업취소나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하지만 이 같은 개정에 지자체들은 반색하면서도 이미 들어섰거나 실수요검증이 이뤄져 착공을 위한 행정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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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동료가 숨졌다, 그의 죽음이 매일밤 찾아왔다 지면기사
한 노동자가 숨졌다.지난 2019년 1월25일 김포시 고촌읍의 한 공동주택 공사현장. 함바 식당(건설현장에서 운영되는 식당)에서 먹은 밥이 채 소화되기 전이었다.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앞두고 임시 포장된 언덕을 올라가던 레미콘 차량이 4m 아래 거푸집 작업장을 덮쳤다.현장에서 형틀 목공 작업 중이던 이현재(가명·62)씨 눈앞으로 4t짜리 거푸집이 넘어왔다. 동료의 도움으로 겨우 거푸집을 빠져나온 현재씨가 마주한 것은 전도된 레미콘 사이로 삐져나온 누군가의 '다리'였다. 커다란 레미콘이 전국 곳곳을 돌며 15년 넘게 함께 일한 두 살 아래 동료 배모씨를 깔아뭉갰다."레미콘에 깔려 다리만 보이는데 그때 느낌이, 죽었구나…."그의 동료는 그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와 그의 동료는 강원도 영월의 한 건설현장에서 처음 만났다."잠만 따로 잤지, 같이 밥 먹고 일하고 거의 종일 붙어 있는 친구였어. 현장에서 만났지만, 마음이 잘 맞아 오래 함께 일했지."동료는 떠났고, 현재씨만 남았다. 거푸집 작업장 덮친 레미콘 차량"밑에 깔린 친구 다리만 보였다" 2년 지났지만 아직도 악몽 시달려벌써 2년이 지났는데도 그때 사고가 현재씨를 괴롭힌다. 매일 같이 죽은 동료가 나오는 꿈을 꾼다. 수면제를 먹어도 4시간 이상 잠들지 못한다. 그러다 술에 손을 대고, 술 없인 잠들기 어려워졌다. 열흘에 한 번 입안을 점령하는 염증 탓에 밥맛도 잃어 점점 말라 갔다. 80㎏에 가까웠던 몸무게는 62㎏까지 줄었다."주위에서 '뭐 그런 걸로 그렇게 힘들어 하냐'고 하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돼. 사람들이 왜 극단적 선택을 하는지 정말 몰랐는데 이제는 그럴 수 있겠구나 싶어."하루 일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 일터에 나가지 않으면 노임도 없다. '생활고'가 현재씨의 삶에 멍에를 씌웠다. 사고 이후 9개월 만인 2019년 10월에서야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뒤 겪은 '산재 트라우마'가 그의 진단명이다.18개월간의 정부 지원 산재 피재자 요양 급여는 지난해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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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동료가 숨졌다, 그의 죽음이 매일밤 찾아왔다
누가 쫓아오는 것 같아 항상 불안해사고가 내 잘못으로 일어난 것도 아닌데날벼락 같은 일로 몸도 아프고 트라우마도 겪으면서모든 걸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게너무 힘들고 억울해 한 노동자가 숨졌다.지난 2019년 1월25일 김포시 고촌읍의 한 공동주택 공사현장. 함바 식당(건설현장에서 운영되는 식당)에서 먹은 밥이 채 소화되기 전이었다.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앞두고 임시 포장된 언덕을 올라가던 레미콘 차량이 4m 아래 거푸집 작업장을 덮쳤다.현장에서 형틀 목공 작업 중이던 이현재(가명·62)씨 눈앞으로 4t짜리 거푸집이 넘어왔다. 동료의 도움으로 겨우 거푸집을 빠져나온 현재씨가 마주한 것은 전도된 레미콘 사이로 삐져나온 누군가의 '다리'였다. 커다란 레미콘이 전국 곳곳을 돌며 15년 넘게 함께 일한 두 살 아래 동료 배모씨를 깔아뭉갰다."레미콘에 깔려 다리만 보이는데 그때 느낌이, 죽었구나…."그의 동료는 그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와 그의 동료는 강원도 영월의 한 건설현장에서 처음 만났다."잠만 따로 잤지, 같이 밥 먹고 일하고 거의 종일 붙어 있는 친구였어. 현장에서 만났지만, 마음이 잘 맞아 오래 함께 일했지."동료는 떠났고, 현재씨만 남았다.벌써 2년이 지났는데도 그때 사고가 현재씨를 괴롭힌다. 매일 같이 죽은 동료가 나오는 꿈을 꾼다. 수면제를 먹어도 4시간 이상 잠들지 못한다. 그러다 술에 손을 대고, 술 없인 잠들기 어려워졌다. 열흘에 한 번 입안을 점령하는 염증 탓에 밥맛도 잃어 점점 말라 갔다. 80㎏에 가까웠던 몸무게는 62㎏까지 줄었다. 거푸집 작업장 덮친 레미콘 차량"밑에 깔린 친구 다리만 보였다"2년 지났지만 아직도 악몽 시달려"주위에서 '뭐 그런 걸로 그렇게 힘들어 하냐'고 하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돼. 사람들이 왜 극단적 선택을 하는지 정말 몰랐는데 이제는 그럴 수 있겠구나 싶어."하루 일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 일터에 나가지 않으면 노임도 없다. '생활고'가 현재씨의 삶에 멍에를 씌웠다. 사고 이후 9개월 만인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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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인지 못하고 혼자 고민… "초기 치료 놓치면 만성화" 지면기사
한국사회가 이현재씨처럼 산업재해 사고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는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해 3월 전국 8곳에 '직업트라우마센터'를 설치했다. 산재 사고 이후 트라우마를 겪는 노동자들의 회복을 도와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센터는 중대재해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등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로 트라우마를 겪는 노동자에게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인 지역에는 현재 인천과 부천, 경기 서부, 경기 동부, 경기 북부 등 총 5곳의 센터가 있다. 올해 문을 연 경기 북부를 제외하고 지난해 경인 지역 센터 4곳을 찾은 노동자는 인천 181명, 부천 201명, 경기 서부 148명, 경기 동부 159명 등 총 689명이다. 경기·인천 5곳 '직업 트라우마센터'작년 4곳 689명 찾아 전문심리상담 직업 트라우마 치료는 초기 개입이 중요하지만, '때'를 놓치는 노동자가 아직 많다고 한다. 자신이 산재 사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노동자들이 아직 많다는 이야기다. 현재씨도 자신의 증상이 트라우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부천직업트라우마센터에서 도움을 받았다.정혜선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부천직업트라우마센터장)는 "트라우마는 초기 발병했을 때 (센터가) 개입해서 심리적 상담을 해줘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만성적인 문제가 된다"며 "초기에 빨리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으면 회복 속도도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면서 회복 탄력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정조웅 부천직업트라우마센터 상담심리사도 "마음이나 심리적 문제에 대해 말을 하지 않고 혼자 고민하는 경우가 많고 정확하게 현재 증상이 트라우마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적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때 놓치는 사람 많아 뒤늦게 도움직접 재해 현장 찾아 상담 안내도이 때문에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센터 상담사들은 직접 사고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