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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광장]재건축 규제와 주택정치

    [수요광장]재건축 규제와 주택정치 지면기사

    정부 주택정책 '10년전 정책 답습'선진국에선 시장 기능에 따라자율적 조절 되도록 제도 운영심각한 사회적 문제 생기지 않아이제라도 서민위해 집중해야지시장 간섭 계속하면 갈등만 증폭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이 넘어서고 있다. 그 동안 주택정책과 관련하여 3차례의 강력한 집값 상승 억제책과 최근의 재건축규제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당초에 목적했던 바를 이루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취임과 동시에 발표했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의 짝퉁으로 태생 자체에 문제가 있었고, 우리나라 도시의 노후주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올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해 서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기 때문에 50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는다고 공언을 했지만 실상은 시범지역 몇 곳의 사업시늉으로 끝이 날 공산이 크다. 8·3 투기대책은 주택투기와 다주택자들을 겨냥한 마녀사냥이었지만 집값 하락은커녕 선의의 주택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는 헛발질을 하고야 말았다. 얼마 전 정부가 집값 상승의 주요인을 서울 강남의 재건축으로 규정하고 재건축 요건을 대폭 강화하여 원천적으로 재건축을 어렵게 만듦으로써 주택투기도 잡고 집값도 안정시키겠다는 회심의 일격을 날렸지만, 강남 이외 지역 재건축 대상 아파트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재건축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 알 수 없다. 경제개발이 막 시작되던 70년대 초부터 불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주택투기현상은 50년이 지나도록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으며, 정부와 부동산 투기세력 간의 쉼 없는 숨바꼭질은 번번이 정부의 실패로 끝나는 것을 한 두 해 보아온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투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주장하는 부동산 투기세력이 아닌 정부의 계속되는 정책실패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0년 동안 새롭게 들어서는 정부는 너나 할 것 없이 서민주택을 늘리고 세입자를 보호함으로써 안정된 주거환경을 제공하여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집은

  • [수요광장]못남과 못됨

    [수요광장]못남과 못됨 지면기사

    오늘날 잘남은 혈통의 잘남이요재능의 탁월함만 있을뿐이다잘난자들 못된 짓 드러나는 요즘할머니라면 뭐라고 하셨을까지금 미투(#Metoo)운동도사람됨의 길 찾는 것 같다다시는 못난 짓 하지마라. 못됐구나. 어릴 때 우리 할머니는 뭔가 잘못한 일을 나무랄 때면 못난 일과 못된 일을 구분해서 말씀하셨고, 아마도 어떤 기준을 가지신 듯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쉽게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못남은 뭐고 못됨은 뭘까. 나중에서야 이 말의 의미와 용법을 점차 깨치게 되었고 그 후에야 알게 되었다. 왜 '나쁜 짓'이라고 정확하게 규정하여 말하는 대신, 옛날 어른들은 '못된 짓'이라고 하는지.못남은 타고난 한계를 이른다. 못남의 반대말은 잘남이다. 그렇다면 세상에는 태어나면서부터 못난 사람과 잘난 사람이 있고 못난 사람은 못난 짓을 계속 하며 사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저마다의 잘남과 못남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잘남은 고대 그리스말로 '아레테'라고 한다. 아레테는 '덕성' 혹은 '탁월함'으로 번역되는데, 원래는 전사적 귀족적 탁월함을 뜻하였다. 이런 의미의 잘남이란, 전쟁의 신 아레스를 자기의 혈통 속에 갖지 못한 채 말(馬)도 무장(武裝)도 없이 태어나는 평범한 이들에겐 애초에 불가능한 것일 터이다. 그러나 아테네에 민주정이 수립된 이후, 이 말의 의미는 사람들 각자가 지닌 재능의 탁월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아레테의 의미를 그렇게 기술과 기능으로 평준화시켜 설명한 사람은 아버지가 석공이었고 어머니는 산파였으며 가장 친한 친구는 구두장이였던 민중 출신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그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러면 한 번 타고난 잘남과 못남은 고칠 수 없는 것일까.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 책은 특히 잘남 중에서도 지적 탁월함이 아닌 품성의 탁월함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데, 읽어보면 잘남을 탁마하는 것보다 못난 짓을 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못난 짓을 하지 않으려면 자기의 못남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 [수요광장]평창 동계올림픽과 지역발전

    [수요광장]평창 동계올림픽과 지역발전 지면기사

    경제적 부수효과 44조 장담 못해이젠 적자폭 줄이기 고민해야추운 날씨 행사진행 고생 알지만국민들 세금 신중히 사용 당연더 이상 정치인들 굿 놀음에놀아나는 바보되지 말아야지난 2월9일 개막된 제23회 동계올림픽이 며칠 뒤면 17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끝을 맺는다. 개최도시인 평창은 그 동안 세계 98개국에서 참가한 수천 명 선수와 임원, 그리고 수백만 명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많은 애를 쓰기도 했지만 올림픽이라는 대단히 중요하고 세계적인 스포츠행사를 준비하느라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갖은 노력을 해왔음을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크고 작은 어떤 종류의 행사든지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열심히 노력을 다 해왔고, 참가선수들의 선전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국위를 세계에 알리는 일도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스러우며, 아직은 크게 불편하거나 불만족스러운 일이 없는 것을 보면 그런대로 낙제점은 면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세 번의 도전 끝에 우여곡절을 겪고 유치해 온 강원도민의 숙원과제였고, 정치인들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한 판의 근사한 놀음이며, 체육인들로서는 꿈의 향연이기도 하겠지만, 잔치가 끝난 후의 뒷감당은 모두 평창시민과 강원도민, 더 나아가서는 전 국민들의 몫이 되어버린다. 평창보다 앞서 2010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밴쿠버시가 10억 달러의 빚을 지게 되었고, 2014년의 소치동계올림픽도 러시아정부가 550억 달러라는 사상 초유의 예산을 들인 초호화판 올림픽이었지만 경기 후의 시설유지를 위해서는 매년 12억 달러가 필요했다고 한다. 이처럼 대규모의 국제스포츠행사는 서울올림픽이나 LA올림픽을 제외하고는 경제적으로 흑자를 기록한 예가 거의 없다. 물론 올림픽이나 월드컵축구 같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포츠행사가 행사 자체의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를 치르고 난 뒤 우리가 겪고 있는 빚잔치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축구장들의 쇠락한 모습은 국민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해주고 있다.도시나 지역

  • [수요광장]행복한 설 명절이 되려면

    [수요광장]행복한 설 명절이 되려면 지면기사

    부모님께 효도, 형제간 화목함후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가족들 모여 음식 나누는 이유서로 혀끝으로 상처 주지 않고배려있는 행동으로 존중해 주는흐뭇한 명절 기대해 본다이제 내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 어릴 땐 설날이 그저 설빔과 세뱃돈을 받을 수 있는 날이라서 좋았다. 부모님은 양손 가득 조카들에게 줄 선물까지 챙긴 채 어린 삼남매와 직행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갔다. 아궁이에 불을 때시다가 손자손녀를 반갑게 맞이하시던 할아버지의 따스한 품과 정갈한 한복이 그립고, 약과와 수정과, 모듬전까지 맛깔난 음식을 척척 해내시던 전성기의 할머니도 무척 그립다. 한 그릇을 먹어야만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두, 세 그릇 떡국을 먹으며 사촌들과 나이 경쟁을 했던 따듯한 추억이 있는 설날이었다.지금은 세월이 많이 흐르고 시대가 달라져 그런지 명절 연휴가 되면 예전만큼 온 식구가 다 모이지 않는다. 매년 명절 때마다 인천공항 출국자들의 숫자가 증가되고, 해마다 갱신되는 것을 보면 이제는 설 연휴가 친인척이 전부 모여 덕담을 나누는 전통적인 의미보다는 일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해외여행의 기회로 쓰이는 것 같다. 명절 직후, 이혼신청 접수율이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가족 간 갈등이 설 명절을 계기로 터져버려 이혼을 급격히 결심하고 실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명절 때 있었던 한두 가지 해프닝 때문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갈등이 명절 때 폭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상담 시 만나는 일부 젊은 며느리 중 시댁에 대하여 극도의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체로 자신의 친정어머니가 크게 시집살이를 해서 어릴 적부터 시댁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그런 선입견이 있는 경우는 시어머니나 시누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쉽기 때문에 오해가 잦고 화합하기 힘들다. 그런 편견이나 오해가 없어도 아직도 많은 집안들이 가부장적인 잣대와 태도로 며느리를 대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시어머니는 출산 전에는 아들 보다 돈을 더 벌

  • [수요광장]인구절벽 시대의 교육개혁

    [수요광장]인구절벽 시대의 교육개혁 지면기사

    지금부터라도 백년대계 걸맞은교육개혁 통해 출산율 높여야정부, 생애주기별 맞춤형으로실효성 향상 노력하고 있지만가시적 효과 나타나지 않아출산·육아문제, 사회적 관심 필요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월드 팩트북(The World Factbook)' 세계 각국 출산율 자료에서 한국의 가임 여성 1명의 출산율이 1.26명이라고 발표했는데, 세계 224개국 중 21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야말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신생아 숫자는 1972년 100만 명에서 한 세대 후인 2002년 50만명 선이 무너져 이미 초저출산 시대를 맞게 됐고, '인구절벽'이란 단어가 실감나는 상황이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출산기피로 인해 나타난 인구절벽 현상은 미국의 경제학자인 해리 덴트가 2014년 처음 제기한 개념으로, 생산가능 인구(15~64세)의 비율이 전체 인구에서 급속히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그는 한국의 경우 2018년부터 인구절벽에 직면해 경제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 해결방안으로 정부는 출산과 육아를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주된 이유로,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의 부담을 들고 있다. 일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자녀들의 사교육비 비중이 소득의 20%에 달한다고 한다. 몇 해 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국의 발전은 학부모들의 교육열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극찬한 바 있는데, 역설적으로 세계 최고의 교육 열정에 걸맞은 교육비 부담 때문에 심각한 출산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교육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현재 인구절벽으로 인한 사회적 파급효과가 우려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국무회의에 보고한 '2016-2026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에 따르면 2016년 61만명 수준인 고등학교 졸업생이 2026년에는 지금보다 16만명이 적은 45만명 수준으로 크게 감소할 것이며, 특히 2024년은 고등학교 졸업생(40만명)이 가장 적은 해로, 2016

  • [수요광장]'미래 먹거리'라는 이상한 말

    [수요광장]'미래 먹거리'라는 이상한 말 지면기사

    누군가 독점 큰수익 얻는 '데이터'누군가 먹고 누군가엔 먹히는 것우리는 모두 대지에 속한 존재한국 곡물자급률 23.8%에 불과식량자급률 OECD국가중 꼴찌정말 지켜야 할 미래먹거리 뭔지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자치와 자급 공부모임을 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월요일 저녁마다 모여 책도 읽고 생각도 나누는 자리에는 먹거리도 빠지지 않는다. 여름에는 밭에서 딴 딸기며 참외며 수박, 찐 감자나 옥수수가, 겨울에는 감말랭이나 고구마말랭이 같은 말린 것들이 단골 메뉴다. 생각도 나누고 먹거리도 나누며 이웃의 삶도 함께 나눈다. 그저께 공부모임에서는 낯선 먹거리 용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미래 먹거리'라 하는 것이다.요즘 계속 정치인이나 학자들이 미래 먹거리란 말을 쓰는데 저는 그 말이 너무 이상해요. 먹을 게 하나도 안 보이는데 왜 미래 먹거리래? 맞아요. 4차 산업혁명이 미래 먹거리를 만든다는데 하나같이 먹지도 못할 것이더만. 그렇죠? 나도 그랬어. 사람이 먹지도 못할 것을 왜 먹거리라고 해? 사람이 밥을 먹지 데이터를 먹고 사나? 먹거리가 공장이 아니라 저 컴퓨터 안에서 나온다는 거지. 야 공장에서 나온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먹거리가 땅에서 나오지 어째 공장에서 나오냐. 말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아 그런 거야? 난 어디서 보니 미래 먹거리가 '곤충'이라고 하기에 그건 줄 알았는데. 으악! 뭐라고? 하하하하! 박장대소로 끝났지만 웃음의 뒤끝에는 무엇인가 씁쓸함이 남았다. 마을의 글동무들에게선 가끔 예리한 직관이 번득인다. 삶으로부터의 통찰이다. 듣고 보니 다 맞는 말이다. 다시 머리를 맞대본다. FTA 할 때는 차 팔아서 쌀 사 먹고 살라고 하더니, 이제는 데이터가 돈이 되고 밥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 속에는 사람을 살리는 진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어디에도 없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인간이 인간인 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식량과 그 토대인 땅(자연, 지구)에 대한 고민이 말이다. 미래 대안 식량으로 '곤충'을 개발한다는 건 농업에 대한 포기를 전제하고서야 비로소

  • [수요광장]선진국, 선진국민?

    [수요광장]선진국, 선진국민? 지면기사

    연초부터 여기저기서 잇단 사고제천참사 주차질서만 지켰어도많은 생명 구할 수 있었을텐데올해엔 모든 국민이 법과공동체 기본질서 제대로 지켜새롭게 시작하는 마음 가졌으면새해 들어서자마자 정부에서는 올해의 국민소득이 드디어 3만달러를 넘어서서 그야말로 우리가 꿈꿔오던 30~50그룹의 나라에 속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찬 전망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난 20여 년 동안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소위 마(魔)의 벽(?)이라는 3만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을 두고 정치계나 경제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마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해왔다. 60여 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이제는 어엿한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는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경이로운 발전을 이룩한 나라가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정치적 혼란을 겪기도 했고, 경제적 위기도 맞았으며, 노동운동의 시련과 민주화의 고난을 거쳐 오긴 하였지만, 오늘의 한국사회를 이끌어온 힘은 누가 무어라 해도 바로 우리 국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힘이라고 확신하고 있다.이처럼 오랜 세월, 온 국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아직도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조적인 푸념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정치적 후진성 때문에, 재벌의 횡포 때문에, 노조의 폭력적 저항 때문에, 심지어는 우리의 후진적 국민성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말하곤 한다. 그런가 하면 새로 권력을 잡은 쪽에서는 선진국이 되는 것보다는 먼저 통일을 해야 하고, 경제성장보다는 분배를 통한 공평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는 선진국이란 과연 어떤 나라를 말하는가? 선진국에 대한 정의는 매우 애매하여 하나로 통일된 개념은 없지만, 대체로 산업이 고도로 발달하여 경제발전을 이루고, 이로 인해 정치, 문화, 교육, 복지 등이 골고루 발달되어 국민의 의식수준이나 삶의 질이 높은 나라라고 요약해서 말하고 있다. 유엔이나 OECD에서 발표하는 매우 다양한 지표들을 비교하여 매년 선진국 순위를 정하고는 있지만, 이것조차도

  • [수요광장]진정성의 힘

    [수요광장]진정성의 힘 지면기사

    누구든지 진심을 다해 호소하면상대방 감동시켜 솔직함과진정성 때문에 도와주려 애쓴다그게 '세상의 이치'다세계 어느 곳 어느 시대나 통하는대단하고 강력한 힘을 지녔다상담을 하다보면 말은 어눌하지만 표정과 기록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나고, 계속 듣다보면 그 억울함이 전해져서 어느새 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까 연구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반면 말도 유창하고 표정도 진지하지만 뭔지 모르게 숨기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을 때도 있다. 그래서 유능한 변호사일수록 의뢰인과 신뢰를 쌓기 전에 기록 검토와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점검을 하고 진실을 파악한 후에야 의뢰인을 전적으로 믿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벌써 17여 년 전, 극빈자들을 위해 무료로 변론을 해주던 법률구조공단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가정을 꾸린지 얼마 안 된 사람이 자신의 이웃집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구속된 사건을 변호하게 되었다. 구치소로 절도 피고인을 만나러 갔더니 얼마 전 직장을 잃고 그 사실을 숨긴 채 생활비라도 집에 가져가야한다는 생각에 우발적으로 죄를 짓게 되었는데 피해자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아무런 죄도 없는 자신의 처가 이웃집에 찾아가 문전박대당하는 것이 너무 속상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의 처는 생후 10개월 된 아이를 포대기에 업고 날마다 찾아가 피해자와 합의를 하려해도 만나주지조차 않아서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재판 받는 동안 절도범의 아내는 나와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어도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를 업은 채 사무실에 들러서 어느 날은 음료수 1병이라도 어느 날은 빵 한 봉지라도 놓고 갔고, 매번 올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남편을 사랑하는지, 친정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는데 이런 모습을 친정에서 알게 되면 안 된다며 피해자와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인지 자신의 신세 한탄과 하소연을 담은 짧은 편지를 전해주고 갔다. 나는 그 가정을 진정으로 구해주고 싶었다. 직장을 잃은 젊은 가장의 절박함과 아내 사랑이 절절해서 없는 문

  • [수요광장]'入試 浪人'을 양산하는 사회

    [수요광장]'入試 浪人'을 양산하는 사회 지면기사

    현 입시제도는 고교 졸업하는청소년에게 재수생 굴레 씌우고대학 입학생들에 학교 적응보다반수생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불합리한 제도라는 것 인식하고교육당국은 합리적 선택 해주길어제로 2018학년도 대입 정시 원서접수가 마무리 되었다. 전국 4년제 대학 기준으로 수시 전형 비중이 80%대에 육박한 가운데, 이번 정시 전형도 수험생들에게 있어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대입 정시모집 기간과 발맞추어 입시 학원들은 이른바 '재수 선행반'이라는 이름으로 개강을 했다. 이미 수시 전형에서 고배를 마신 학생들과 수능 점수가 기대치에 못 미친 많은 학생들이 내년 입시를 기약하며 학원에 몰리고 있다. 보통 2월에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으니 엄격히 말하자면 이들은 아직 고등학생 신분이면서 재수생 신분을 겸하는 셈이다.사실 재수생이라는 단어를 외국어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비교적 우리와 입시제도가 유사하다 할 수 있는 일본의 경우 낭인(浪人)이라는 단어로 재수생을 표현할 정도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낭인은 옛날 일본의 방랑 무사를 일컫는 말인데, 세월이 흘러 일정한 직업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사람을 지칭해 왔다.재수생에게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도 적용되고 있는데, 사법시험이 폐지된 이후 로스쿨 졸업생 중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辯試 浪人', 약학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PEET考試 浪人',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公試 浪人' 등 다양한 신조어가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변호사 시험의 경우 법무부는 매년 입학 정원의 75% 수준인 1천500명 선에서 합격자를 관리하고 있어, 불합격자는 2012년 214명에서 매년 200~300명씩 늘어나는 추세이다. 실제로 매년 '辯試 浪人'이 300명가량 증가하고 있어 금년에는 시험 불합격률이 5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8학년도 수능 응시자 통계를 보면 재학생 44만4천874명(74.9%), 재수생 13만7천532명(23.2%), 검정고시 등 기타 1만1천121명(1.9%)으로 나타나 해마다 재수생 숫자는 줄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 [수요광장]시간을 잃어버린 세계에서

    [수요광장]시간을 잃어버린 세계에서 지면기사

    연말연시 되면 성과 달성했는지대차대조표가 삶 성찰 대신한다그러면서 우리는 때를 모르고밤낮없이 무시간적 존재가 되어자본의 시간속으로 빨려 들어가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새해에는 누구나 새해 계획을 세운다. 자연의 시간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지만 그런 시간의 마디를 끊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에겐 해가 있고 달이 있고 절기와 주기가 있다. '시간 앞에 선 존재'라는 말은 그런 의미다. 시간을 사유할 수 있는 존재란 뜻이고, 시간이라는 자기의식을 갖는 존재란 뜻이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이 시간 속에서 살아가지만 인간만이 시간을 의식하며 시간 속에서 산다. 시간적 존재란 말의 의미는 곧 성찰적 존재란 뜻이기도 하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새로운 한 해를 계획하고, 지난 겨울을 생각해보면서 올 해 겨울을 비축한다. 앞날을 계획할 때 항상 우리는 지나온 길을 좌표로 삼는다. 지나온 시간 속에 쌓여있는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반성하고 정리하면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대부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과거'라는 시간이었다. 과거는 축적된 시간이며 다시 되돌아오는 시간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이 과거라는 시간성을 급격하게 상실하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혁신'에 의해서다. 혁신(innovation)이란 말은 '새로움 속으로(into-novus)', 새로움을 향해서 간다는 말이다. 새로움을 향해서 간다는 것은 낡은 것을 버리고 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것은 늘 '창조적 파괴'이며 '파괴적 혁신'이다. 혁신에서 중요한 시간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새로운 것은 오직 미래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하며 움직이라는 요구는 시간의 준거점이 과거에서 미래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과거는 지식과 지혜의 보고가 아니라 단지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 대신 미래가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보고가 되었고, 누가 더 빨리 그 미래에 도달할 것이냐에 대한 경쟁은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가게 만들고 있다. 오늘날 미래는 마치 미지의 신세계와 같은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