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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 루니' 세대에 대한 오해 지면기사
[경인일보=]유인촌 장관이라는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단언컨대 거리의 갑남을녀에게 대한민국의 장관은 별로 유명하지 않다. 장관 한 번 되기 얼마나 어려운가를 안다면 서운할 노릇이지만 젊은이들의 경우에는 누가 장관인지 관심조차 없다. 그런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7월 26일 하노이의 기자 간담회에서 던진 몇 마디 비외교적(?) 발언 때문에 거의 유인촌 장관만큼 유명해졌다. 핵심은 대충 이렇다. "한나라당 집권하면 전쟁난다고 6·2 지방선거 때 민주당 찍은 젊은 애들은 그럴 것이면 이북 가서 살아라. 민주화의 단물만 빨아먹는 세대 때문에 나라의 앞날이 걱정이다."공직자 중에서도 특히 언사가 신중해야할 최고위 외교당국자의 말치고는 너무 거칠어 그의 발언에서 짙은 국내정치 냄새를 추적하는 해석이 그래서 마냥 낯설지만은 않다. 그러나 항시 젊은이들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나에게 유 장관의 해석은 사뭇 낯설다. 특히 우리네 젊은 세대의 대북관에 대한 흑백논리 인식은 다분히 교조적이다. 물론 전쟁도 모르고 풍요롭게 자란 세대들의 대북인식이 기성세대로서 특히 북한을 상대로 총성 없는 전투를 총지휘하는 당사자로서 우려스러울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허나 46년생이니 연배로 치면 4·19 세대의 끝머리쯤에 속하는 유 장관 역시 당대 젊은이들의 대북 구호가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기성세대가 고생해 이룩한 풍요가 같은 유형의 후세대를 잉태하리라는 기대는 무망하다. 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거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유형의 도전을 추구한다. 한 마디로, 그들이 옳고 그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보다는 오해하기 쉽다. 지난 월드컵 기간 중 젊은 세대가 북한의 재일교포 출신 축구선수 정대세에게 붙인 애칭 '인민 루니'는 그들의 대북관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해를 돕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 40대 이상의 평균적 한국인에게 '인민'이란 단어는 아직도 불편함을 넘어서 희미하게나마 붉은 색으로 채색된 뜨끔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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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베트남 댁'을 꿈꾸며 지면기사
[경인일보=]우리는 한국 거주 외국계 주민이 114만명을 넘어선 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다. 경기도에는 이들 중 약 29%인 34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전국 1위이다. 경기도의 결혼이민자(혼인 귀화자 포함)는 5만명 가까이 되며 그들의 자녀가 3만명에 이른다. 국적별로는 중국(조선족 포함)이 57%(19만1천793명), 베트남 9%(3만687명), 필리핀, 태국, 몽골 등의 순이다. 지난 7월 8일 베트남에서 한국에 온지 8일만에 정신질환을 앓던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된 '베트남 새댁' 사건이 부산에서 발생하였다. 피의자는 정신분열 증세로 57회에 걸쳐 입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로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는 것은 피했으나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2007년에도 19세의 어린 나이에 베트남에서 시집온 신부가 신혼 시작 한 달여만에 천안의 어느 지하셋방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갈비뼈가 18개나 부러져 있었는데 범인은 46살의 남편이었다. 이 두 사례 모두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한 결혼후에 일어난 사건으로 국제결혼중개 실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국다문화가족 실태 조사에 의하면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의 66%, 캄보디아 여성의 84%가 결혼중개업체의 소개로 결혼에 이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이주 여성과 남편의 연령차는 캄보디아와 베트남 모두 17세가 넘는다. 이와 같이 국제결혼이 대부분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성사되고 있으나, 일부 중개업체는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결혼을 빨리 많이 성사시키기 위해 무리를 거듭하고 있다. 타국의 여성들을 마치 물건 수입하듯 취급하고 있다고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렇게 무리하게 이루어진 결혼은 당초부터 원만한 가정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고 가족간의 갈등, 이혼 등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안정적인 국내 정착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두 남녀가 결혼생활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은 너무도 안쓰럽다. 그들의 문제는 대를 이어 계속된다. 바로 자녀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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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립 통일대학 설립을 희망한다 지면기사
[경인일보=]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1일 취임사를 통해 "안보를 위해 낙후된 경기북부를 통일 대한민국으로 가는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며 "경기북부에 북한연구와 통일역군을 양성하는 통일대학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도는 DMZ가 남북을 갈라놓은 세계 유일의 분단 도로, 경기북부는 지난 60년동안 대한민국을 지켜온 최전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통일에 대비한 도의 역할론과 전문가 양성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기사(경인일보 2010년 7월 2일자 2면)를 읽은 적이 있다.통일에 대해 접근하는 시각은 각 분야별로 다양하며 통일에 대해 연구하는 곳 또한 많다. 각 대학의 북한학과나 북한대학원, 통일대학원, 각종 연구소 등이 그러한 곳이다. 통일에 대하여 총론적인 측면에서는 동의하지만, 각론적으로 과연 어느 정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남북이 분단된 지 언 60년이 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통일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여러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정부 차원의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 창구는 통일부였다. 그러나 중앙정부 중심의 통일에 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적 성과는 지방정부 내지 민간 차원에서 노력한 것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는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통일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노력과는 별개로 경기도와 같은 접경지역 차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 중 하나가 경기도지사가 제안한 통일대학 설립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도는 통일의 선례가 되는 독일의 접경지역 지원정책이 그 추진방식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즉 첫째, 접경지역 지원에 관한 사업은 그 지역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추진되었다는 점. 둘째, 소요재원을 연방과 주가 공동으로 부담했다는 점. 셋째, 접경지역 지원의 정책을 수립할 때 각 주의 특성을 최대한 배려하여 이를 반영하였다는 점이다.우리나라와 독일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접경지역을 지원할 때 당해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제도적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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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허유, 그리고 태공망 지면기사
[경인일보=]허유(許由)는 천하나 구주(九州)를 맡아 달라는 요임금의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더러운 말을 들었다고 생각하여 흐르는 영수(潁水)에 자신의 귀를 씻었다. 그 모습을 본 소부(巢父)는 허유가 은자(隱者)라는 소문을 냄으로써 명성을 얻게 된 점을 비판하고, 자신의 망아지에게 허유가 귀 씻은 물을 먹일 수 없다하여 망아지를 끌고 상류로 올라가 버렸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한 사람이 태공망(太公望)이다. 주나라 문왕이 위수(渭水)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던 여상(呂尙)을 발탁했으니, 그가 바로 태공망이다. 그는 문왕의 초빙을 받아 왕의 스승이 되었고, 무왕을 도와 상나라 주왕(紂王)을 멸망시켜 천하를 평정한 인물이다.최근 대통령은 지방선거의 결과로 나타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청와대 안의 인물들을 바꾸었고, 조만간 내각도 개편할 것이다. 어느 나라나 비슷하겠으나, 특별히 연줄의 문화가 강한 곳이 우리나라다. 연줄 즉 혈연, 지연, 학연은 지금도 인사철만 되면 힘을 발휘한다. 연줄이 닿는 범위 안에 출중한 인사들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연줄은 본질적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 범위를 벗어나는 곳에 방치된 인사들은 더 많다. 이왕이면 '내 부류의 사람을 써야 한다'는 고질적인 인습 탓에, 인사철을 앞두고 '이런 저런 면에서 촉망 받는 인사들'은 임명권자와 연결되는 줄을 찾아 헤맨다. 인사철만 되면 임명권자로부터 부름이 올까 전화통 앞에 붙어 앉아 있는 캐리커추어(caricature)들이 약방의 감초 격으로 언론에 등장하곤 하던 것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의 일이다.그런 점에서 최근 청와대 고위직의 제의를 거절한 유진룡 전 차관의 경우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현 정권에서 제의하는 고위직을 마다하는 모습을 보며, 지난 정권에서 자신의 자리를 걸고 윗선의 청탁을 막아 낸 결기가 가식이 아니었음을 국민들은 깨닫게 되었다. 자리의 성격이나 자신의 능력을 따지지도 않고 덤벼드는 사람들과 달리 '그 자리가 자신에게 맞지 않다'거나 '정치할 생각은 없다'고 간략하게 잘라내는 어조에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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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중심사회 지면기사
[경인일보=]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계층이 있다. 정치계, 교육계, 노동계, 종교계 등등 무수히 많다. 그런데 이 많은 분야 중에 유독 한 분류의 계층만 한 주에 한 번 중계 방송을 한다.그것도 한 방송국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 3사에서 일제히 거의 한 시간씩 한다. 바로 연예계이다. 우선 연예인들이 불쌍하다. 방송 3사의 제작진들의 먹잇감이 되어 있다는 현실이 그렇고 항상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심리적 불안은 정신 건강에도 상당히 좋지 않을 것이다.하도 정밀 묘사를 하다 보니까 정보가 고갈되고 그러다 보니 무익한 정보를 그 귀한 방송이 무의미하게 송출하고 있다.대개 정보는 두 가지다. 연예인 누가 이혼했다. 혹은 누가 결혼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 연예인이 보통 두 번은 꼭 나온다. 보통 결혼 발표를 하면서 출연했다가 약 이 년이 지나면 이혼 발표하면서 또 한 번 나온다. 이런 방송 환경이 어쩌면 최근 줄줄이 터지고 있는 연예인 자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최근 박용하씨의 자살 사건을 방송으로 보면서 연예인 자살 보도가 마치 연속 방송극처럼 주기적으로 너무 자주 나온다는 생각에 끔찍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자살의 유혹을 느끼는 많은 삶들이 자주 그리고 장시간 보도하는 이 방송을 보면서 갖게 될 마음을 생각하니 너무 끔찍하다.세상에는 긴급하게 알려할 정보가 참 많다. 좋은 일을 시작하면서 방송을 통해 알려서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두운 사회의 한 구석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정말 훌륭하여 이 사회에 꼭 부각시켜야 할 인물도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의 방송이 이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유독 연예인들에게 지나치게 편중되는 것이 문제이다. 방송 제작진은 시청률이 생명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시청자가 안 보면 무슨 소용이냐고 외칠 수 있다. 그러나 방송은 시청률 이상의 사회적 문화 기능을 조정하는 책임이 있다. 예컨대 시청률 5%의 다큐멘터리 작품이 시청한 사람들 모두를 감동시켜 봉사활동에 나서게 했다거나,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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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위한, 소통의 교육 지면기사
[경인일보=]올해로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60주년이 되었다. 전쟁은 우리에게 많은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었다. 건물과 시설은 물론 인간성마저 파괴해 버리는 고통의 경험을 가진 세대는 전쟁이라는 용어 자체도 사라지기를 바랄 것이다. 누구나 전쟁과 갈등을 넘어 평화와 화해·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기를 소망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런저런 일들로 고조된 긴장 상태에서 일어난 천안함 사건은 남북 관계를 예전의 대결 국면으로 되돌려놓은 느낌이다. 대북선전용 확성기를 다시 설치하겠다고 하니까 이를 파괴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확성기는 과거 남북대결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자기 체제를 선전하고 상대 체제를 비난하는 도구로 사용되던 것이다. 이는 일방향적 통고 수단이지 쌍방향적 소통 수단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확성기의 재등장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요즘 우리 사회는 대화의 논리보다 확성기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집단간 갈등이 발생하면 서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확성기를 동원하여 상대방보다 더 큰 소리로 자신의 논리와 주장을 전달하고 관철시키고자 한다. 이와 같은 확성기의 사용은 큰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확성기로 증폭된 자신의 주장과 논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니까 마치 소통이 잘 된 것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다른 집단의 목소리가 확성기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을 따름이지 진정한 소통과 설득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확성기에 의해 자신의 목소리가 묻혀버린 사람들은 이에 대항하여 자신만의 확성기를 준비하게 된다. 그 결과 갈등이 해결되기는커녕 더 큰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사회의 다원화에 따라 사람들의 삶의 지향과 방식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하나의 정치 공동체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호 소통과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각자가 자신의 주장을 확성기에 담아 증폭시킨다면 그것은 대화가 아닌 독백이 될 것이며, 우리 공동체는 점차 갈등과 분열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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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가 남긴 과제 지면기사
[경인일보=]6·2 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은 투표율, 줄투표 현상, 깜깜이 선거 우려 등 세가지라고 지적할 수 있다. 첫째, 54.5%라는 투표율은 15년만에 이루어낸 최고의 투표율이다. 여당은 60대 이상 보수층의 결집을 기대했고, 야당은 젊은층이 몰릴 것을 기대했다. 어느 연령층에서 실제 기대에 부합했는지는 더 분석을 해 보아야 할 일이다. 이러한 높은 투표율에 대하여는 단문 블로그인 '트위터'가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둘째, 줄투표 경향이다. 대부분의 선거 전문가들은 광역단체장은 정당을 보고 선택하는 경향이 있지만, 기초단체장은 지역일꾼을 뽑는다는 성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1인 8표 투표가 시행되었다. 이로 인해 유권자는 후보자를 잘 모르고 1, 2번을 줄투표한 경향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앞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이다. 셋째, 깜깜이 선거 우려이다. 정치인들은 '노풍'과 '북풍'으로 비유하기도 했지만, 천안함 이슈에 정책이 묻혀 공보물만 보고 8표를 선택한 경우가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지방선거가 정책선거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앞으로 연구되어야 할 과제이다.6·2 지방선거는 '돈안드는 선거로 가는 길목'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예전보다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몇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도 있다. 첫째, 후보자들의 법정선거 비용문제이다. 경기도지사 선거비용 제한액은 40억7천300만원이다. 이 선거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후보자들은 후원금을 모금하거나 당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했으며, 펀드조성을 통해 선거후 이자를 붙여 반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채택했다. 물론 15%이상을 득표하면 돌려받기는 하지만, 후보자들에게 그 많은 돈을 모금한다는 것은 원초적으로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스템이다. 앞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둘째, 공직선거법은 후보자들이 유권자의 호별방문을 금지하는 등 새로운 선거운동 방법을 채택했다. 이러한 선거운동방법은 도시지역에는 타당할지 모르겠지만, 농촌지역의 경우 후보자들을 알리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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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노릇 잘하기 지면기사
[경인일보=]제(齊)나라 경공(景公)이 공자(孔子)에게 정치를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며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고 말했다. '논어-안연'편의 내용이다. '~다워야 한다'는 것은 각자에게 맡겨진 노릇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백 쪽이 넘는 정치학 교과서들보다 이 한 마디가 훨씬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현실 정치의 난맥상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총체적인 혼란에 빠져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국가 안보에 중대한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고, 지방선거가 끝나자 여야 혹은 보수와 진보세력은 국민의 뜻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며 마주 달리는 기차들처럼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수뢰(收賂)와 권력남용 등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의 독직(瀆職) 사건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탈세나 주가조작 등 기업인들의 탈선도 수시로 드러나고 있다. 추상같은 법의 권위로 범죄를 다스려야 할 검찰이 민간인들로부터 돈과 접대를 받아온 부끄러운 관행도 일부이긴 하지만 드러나고 있다. 학교장과 행정직을 돈과 연줄로 사고 팔아온 비리나 빗나간 이념교육으로 어린 학생들을 오도하는 일부 교사들의 행위는 갈 데까지 가버린 교육계의 한심한 현실이다.그 뿐인가. 아동 성폭행 사건들의 범인 대열에 이제는 나이 든 어른들까지 끼어들고야 말았다. 우리는 천안함 사건을 통해 기강이 무너진 군의 현실을 보게 되었다. 감사원의 조사가 군의 특성을 무시한 채 진행되었다고 아무리 항변을 해도 엄연한 군기(軍紀)의 붕괴를 합리화할 수는 없다. 안보의 현장에서 사건은 언제나 생길 수 있다. 사건이 발생한 것도 큰일이지만 사건의 수습 과정이 지리멸렬했던 것에 대하여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군인으로서 '제 노릇'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결과를 가지고 국정을 이끌고 있는 여당은 참패를 인정하면서도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승리에 도취된 야당은 무리한 요구로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각자가 추구하는 이념에 따라 국론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으며, 심지어 어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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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그리고 사람 지면기사
[경인일보=]사람들은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할 것들이 생기면 산을 찾고 자연을 찾는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많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고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신은 우리의 작은 머리로 정리되지 않으며 작은 가슴으로 담아낼 수 없다. 그저 느끼고 감사할 따름이다. 자연과 산의 고요를 아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이 고요는 '내심낙원' 즉 내 안에 우주의 원리가 있고 내 밖에 일어나는 사건으로 내 고요를 깰 수 없다는 것이다. 내 밖에서 나를 괴롭힌다고들 하지만 실은 내 안에서 그 사건을 소화할 능력이 없어서이다. 나를 비우는 일을 하지 못하고 내 안에 인간적인 나를 가득 갖고 있으면 이 놈의 이 인간적인 '나'라는 기준에 의해서 우리는 상처받는 것이다.내 밖에서, 우리 밖에서 요란한 일 최고는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문제라고 생각한다.우리의 형제이고 자매인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6·15민족위원회 공동대표 자격으로 열 차례 가량 평양을 다녀왔다. 갈 때 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북한은 도저히 사람이 사는 곳이 못 된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초라함 그리고 조직의 감시와 압박으로 늘 긴장된 모습들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외부 언론을 차단하고 김일성 부자를 신격화하고 신앙을 백성들에게 강요하는 사이비 광신 종교 집단이 북한 사회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김일성 수령은 아직도 우리 안에 살아 계신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거리 곳곳에 써 놓은 이런 구호들에서 사이비 종교의 섬뜩한 기운을 느낀다.북한은 왜? 이런 사회를 조성했을까? 정치적 배경은 뒤로 하고 라도 그들의 지도자들의 욕심이 분명하다. 한 사람을 위해 존립했던 국가는 이미 왕정시대에 모두 지나갔다. 그런데도 북한의 김일성 부자는 국가의 지도자로서 양심을 저버리고 자기 백성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이다. 백성을 볼모로 이제 지구촌을 들쑤시는 생떼를 쓰는 것이다. 집안에서도 문제아가 생기면 부모로서는 두 가지 선택 밖에 없다. 엄하게 벌을 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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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경쟁과 입시위주교육에 대한 역사적 성찰 지면기사
[경인일보=]우리나라 교육의 특징으로 과열 학력 경쟁과 입시 위주 교육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상급학교 진학 단계에서 벌어지는 학력 경쟁이 우리 역사속에서 등장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최근 이와 관련된 연구들이 조금씩 축적되고 있는데, 이들 연구에 의하면 대체로 1920년대와 1930년대를 거치면서 이러한 학력 경쟁과 입시 위주 교육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이 시기에 학력경쟁 체제가 조성된 배경에는 우선 학력과 직업을 연계시키는 일제의 정책과 실력양성 운동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부추긴 진학 열기가 있었다. 일제는 당시 법조인, 교사, 의사 등과 같은 선호 직업을 학력에 연계시키는 정책을 폈는데, 이것이 사람들을 학교로 끌어들이는 주요 계기가 되었으며, 이에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는 실력 양성의 필요성이 학교에 대한 수요를 더욱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학교로 몰려왔지만, 당시 학교는 이들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1910년대까지만 해도 일제는 한반도에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기관을 설립하지 않았으며, 초등과 중등교육기관마저도 그 수업연한을 짧게 하고 교육 과정도 저수준의 실업교육 위주로 운영하였다. 그러던 것이 1920년대에 들어 초·중등교육의 수업연한 연장과 교육과정 개편, 그리고 경성제국대학의 설립이 이루어지면서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연결되는 학력체제 즉 학력의 사다리가 만들어졌다. 학교로 몰려온 사람들은 이러한 학력의 사다리를 서로 오르려고 하였다. 그런데 일제는 중등과 고등교육기관 설립을 억제하는 정책을 폈기 때문에 상급학교로 올라갈 때마다 학력의 사다리가 급격히 좁아지는 병목현상이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치열한 학력경쟁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연유로 등장한 학력 경쟁은 개인 사이뿐 아니라 학교간의 경쟁으로도 나타났다. 이는 지금도 그러하듯이 당시에도 학교의 명성이 상급 학교 진학 성적에 따라 좌우되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 성적 향상을 위한 소위 입시위주 교육의 양태, 이를 테면 비입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