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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 마음

    빈 마음 지면기사

    [경인일보=]얼마전 이번 지방선거에 입후보하는 어느 분이 이 정부가 대북정책을 핵 포기 없이는 지원이 없다는 식으로 계속 밀고 나가면 북은 아마도 중국의 한 성 처럼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이고 중국은 이 정책을 현재 진행 중이라는 심각한 이야기를 했다. 물론 진보정당의 선거에 즈음한 일설일 것이다.그러나 북이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시작한 지구촌의 긴장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선 기아에 허덕이는 북을 같은 민족으로서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고 하여도 남한 사회는 몹시 실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이상 주지 말고 더 힘든 상황을 만들어야 정신을 차리고 항복할 것이다"라는 표현을 서슴 없이 쓰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그 동안 열심히 대북지원을 했던 우리들도 참으로 답답하다. 북이 이 정도로 남과 교류를 했으면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 좀 신경 쓸 때도 되었는데 왜 이리 막무가내일까?그러나 어찌 하겠는가! 참고 인내해야지. 부모는 자식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말썽 피우고 사고치고 다니는 자식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을 베푸는 일이다. 어떤 강압적 조처도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마찬가지로 같은 형제인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조금 더 참아야한다"라는 사랑의 구호를 계속해서 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굶주려 죽는 사람이 반이 넘으면 스스로 멸망할 것이다. 그때 가서 "정신 차렸냐?"하면서 추수만 하면 될 일을 왜 버릇만 나쁘게 들이냐? 한다. 이 건 아니다! 여기에는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마음을 비우면 우리는 인내할 수 있다. 성서에 보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가 북한을 위해 정성을 모아 사랑을 베풀면서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목표가 있어야 한다. 목표라기 보다는 염원이라고나 할까? 그것은 "빨리 북한 지도부가 변화되어 북한 주민들을 위해 체제를 변화시켰으면 좋겠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염원을 위해 마음을 비우고 묵묵히 자기가 처한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야 한

  •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 발전의 동력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 발전의 동력 지면기사

    [경인일보=]금년 6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뿐만 아니라 교육감도 함께 선출하기 때문에 지난 선거와는 그 비중이 같지 않다. 선거는 대표를 뽑아서 국민 또는 주민의 권한을 대표에게 상당 부분 위임하는 것으로,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 되는 절차이자 제도라 할 수 있다. 선거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민주주의 역시 그 기능과 역할을 바르게 할 수 없음을 익히 보아왔다. 선거 때가 되면 국민과 주민을 주인으로 섬기고 봉사하겠다던 후보자의 자세가 당선 후 돌변하는 많은 경우를 목격해 왔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러한 정치인의 행태와 후진적 정치문화를 비판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일반 국민들의 책임도 없다할 수 없을 것이다. 향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민주시민으로서의 성숙된 의식과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러한 제도 개선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성숙된 의식을 가지고 바르게 행동하는 민주시민으로 길러내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적극적 교육을 수행하여 민주주의의 가치와 생활을 내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몇 십년 전에 초중등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긴 했지만, 그것은 교과서를 통해서 민주주의의 형태, 선거의 원리, 삼권분립 등 박제화된 지식을 전달받았을 뿐, 정작 학교생활은 민주주의 그 자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민주적 생활의 핵심원리 가운데 하나는 누군가의 다스림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스리는 자치의 원리라 할 수 있다. 학교에서부터 자치의 원리를 체화하는 것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기성세대에게 우리가 왜 법을 지켜야 하는가를 물어본다면 대다수는 사회의 혼란을 막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옳은 생각이다. 그러나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군주제 사회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 법이 바로 우리가 만든 규칙이기 때문이다. 즉 법은

  • 군 소음법의 제정방향

    군 소음법의 제정방향 지면기사

    [경인일보=]우리나라의 국토환경 여건상 군사활동을 위한 군용비행장 및 군 사격장은 주거지역으로부터 멀지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군용비행장 및 군 사격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한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08년의 경우, 259건의 민원이 있었다. 이로 인한 소송은 146건(4천777억원)에 이르고 있다.이러한 점 때문에 18대 국회에서는 '군용비행장 등 소음방지 및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안'(정장선 의원 대표발의) 등을 포함한 4건의 의원입법이 발의되어 있는 상태이다. 정부에서도 2009년 12월 7일 '군용비행장 등 소음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이다.우리나라 비행장은 총 56개소(군 전용 49개소, 민간공항 7개소), 사격장은 1천472개소가 있다. 특히 소음대책이 시급한 곳으로 비행장 42개소, 사격장 77개소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수원과 대구 등의 공군비행장 12개소, 진해와 포항 등의 해군비행장 3개소, 오산과 평택 등의 미군비행장 3개소, 포천과 속초 등의 육군비행장 24개소이다. 사격장의 경우, 양평 종합훈련장과 포천 원평전자포사격장 등 72개 육군사격장이 문제이다.민간공항은 항공법에 의해 1994년부터 2008년말까지 1천470억원의 소음대책 비용이 투입되어, 방음참호, 냉방시설 설치 등의 소음대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에 군 소음대책 관련법은 존재하지 않아 민간공항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논란이 있다. 소음저감을 위한 군 자체의 노력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군의 노력은 관련법이 정비되어 있지 못하고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소음의 위해성, 소음 피해지역의 개발 지연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입장에서는 지역주민의 건강한 생활환경을 보장하고, 군의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훈련여건을 확보하기 위하여 군 소음법의 제정이 필요하다.정부제출 법률안에 의하면, 소음대책 지역을 소음 영향도에 따라 제1종 구역(95웨클 이상), 제2종 구역(85~94

  • 춘궁기의 대학들을 위한 변명

    춘궁기의 대학들을 위한 변명 지면기사

    [경인일보=]최근 일부 대학들의 '호화 입학식'이 경향각지의 언론매체들로부터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학교 밖에서 연예인들을 동원하여 축제 식으로 벌이는 입학식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대학본연의 정신면에서도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이다. 사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돈을 들여 축제나 공연형식으로 입학식을 벌이는 현실을 곱게 보아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누구 못지않게 셈이 밝다고 자부하는 대학의 경영자들이나 교직원들인들 그런 원칙론을 모를 리 없다. 불행한 것은 그런 현실의 이면에는 드러내놓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지금 대학을 바라보는 자가당착적인 시선 하나가 대학인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대학도 적자생존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한경쟁의 무대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는 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일수록 대학의 자유나 자율에는 일정한 선을 긋기 일쑤다. 무한경쟁을 강요하면서도 자신들이 그어놓은 금을 넘어서면 매섭게 나무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순된 모습이다. 그들은 걸핏하면 선진국 특히 미국의 잘 나가는 대학들로부터 빌려 온 잣대를 들이댄다. 선진국의 대학들과 다른 우리 대학들의 모습을 무조건 비판하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지식인들의 행태다. 미국 사회가 대학들에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얼마나 큰 지원을 하는지는 슬쩍 외면하고, 풍요 속에서 대학의 본질을 추구하는 그들의 행보를 따르지 못하는 우리의 대학들만 나무란다.한국의 대학들에게 2월은 피를 말리는 '고난의 계절', 일종의 '춘궁기'다. 최상위 대학은 예외이겠지만, 그 나머지 대부분의 대학들은 신입생들의 대이동으로 큰 괴로움을 겪는다. 학생 교육이라는 본연의 업무 외에 수시로 전국을 돌며 입시설명회를 갖는다거나 비싼 이미지 광고로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것이 대학 1년 농사의 큰 부분이다. 그러나 수확이 제법 쏠쏠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신입생들은 사정없이 상위 랭킹 대학들로 빠져나가고, 아래쪽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그 빈 곳을 채워 나가는 '대이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 좋은 배우자 만나는 법

    좋은 배우자 만나는 법 지면기사

    [경인일보=]31살 된 처녀가 상담을 청해서 만난 일이 있다. 이 처녀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누구나 다 아는 우리나라의 최고 기획회사에 7년간 근무하고 동료 몇 명과 홍보회사를 차려서 독립에 성공한 싱글이다. 외모로 치면 연예인급은 아니어도 꽤 인정받을 만한 정도를 갖추고 있었다. 성격도 무난하고 해왔던 경력에서 나타나듯 창의력도 뛰어난 처자였다. 그런데 얼마 전에 3년여 사귀었던 남자 친구가 이별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넌 착한 여자야! 그런데 난 딴 여자가 생겼어 미안해! 전적으로 내 잘못이니 좋은 남자 만나!"라는 진부한 한 마디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처자는 "난 착한 여자고, 그러면 그 여자는 어떤 여자냐?"라고 다그치다시피 물었더니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 여잔 뭐랄까…멋진 여자!"라는 것이었다. "신부님! 착한 여자와 멋진 여자의 차이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너 자신은 착한 여자라고 생각하니 아니면 멋진 여자라고 생각하니?"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처자는 "글쎄요! 착한 여자와 멋진 여자의 기준이 뭔지 그것을 모르겠네요!"그렇다. 착한 여자와 멋진 여자의 기준은 무엇일까! 필자도 고민을 좀 해 보기로 했다. 생각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 처자 남자 친구의 분류법을 근간으로 대개 여자를 5등분할 수 있다. 나쁜 여자(멍청한 여자), 평범한 여자, 착한 여자, 멋진 여자, 위대한 여자! (1)나쁜 여자-부모가 가르쳐준 습관대로 자기 의지는 전혀 없는 사람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도 꿈도 없이 그저 습관과 감정의 지배를 받아 살아가는 사람이다. (2)평범한 여자-꿈은 있으나 그 꿈이 다분히 비현실적이고 감성적이어서 구체적으로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꿈이 수시로 변한다. (3)착한 여자-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있으나 실천면에서는 게으르거나 자신이 없어서 다부지게 추진하지 못한다. (4)멋진 여자-꿈도 구체적이고 자기 절제력이 있어서 꿈의 실천에 있어서도 단계별 실현목표를 세우고 열정을 불사른다. (5)위대한 여자-멋진 여자가 가지고 있는 덕목

  • 공교육의 형평성과 수월성

    공교육의 형평성과 수월성 지면기사

    [경인일보=]형평성(衡平性)과 수월성(秀越性)은 공교육이 지향해야할 가치이지만,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공교육제도의 발전과정이 나라마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무상의무교육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교육기회의 균등이라는 형평성이 공교육의 주요 지향가치임을 보여주고 있다. 교육의 형평성은 모두에게 자아실현에 필요한 취학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교육기회의 평등, 누구에게나 동일한 교육여건과 과정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교육과정의 평등,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교육결과의 평등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어 왔다.한편 교육에서 수월성은 최고를 지향하는 교육이라 할 수 있는데, 이때 '최고'가 일부 우수 인재 양성 교육을 의미하는 것인가 아니면 모두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의미인가에 따라 공교육의 발전 방향에 대한 시각차가 생긴다. 수월성 교육을 일부 우수 인재 양성으로 이해하게 되면, 여기에 인적ㆍ물적 지원을 더욱 집중해야 하며, 교육제도 역시 이에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빌 게이츠와 같이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뛰어난 인재양성 교육에 보다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이러한 관점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 초점을 둔 공교육의 수월성 가치는 형평성 가치와 충돌할 여지가 많아지게 된다. 국제중 설립, 외고 및 고교평준화 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결국 우수 인재 양성을 지향하는 수월성 교육과 모두에게 교육기회 평등 제공을 지향하는 형평성 교육 사이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그런데, 교육에서 수월성을 모든 사람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형평성의 가치와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폭이 넓어지게 된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최고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은 교육의 형평성이 지향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은 성적에 따라 학생을 분리 선발하는 학교체제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공

  • 안보세의 도입 논의

    안보세의 도입 논의 지면기사

    [경인일보=]올해로 6·25전쟁이 터진 지 60년이 됐다. 동족상잔은 큰 상처로 남았다. 많은 사람들은 안보를 국가의 기본이라고 외치고 있다. 군은 국가안보를 위하여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비행안전구역을 설정하고 있다. 이중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은 전 국토의 6.1%를 차지하고 있다. 토지이용에 대한 규제강도가 높은 통제보호구역은 1.8%, 이보다 규제강도가 심하지 않은 제한보호구역은 4.3%를 차지하고 있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비행안전구역은 강원도(34.9%)와 경기도(34.8%)에 집중되어 있다.국가 안보의 혜택은 전 국민이 누리고 있지만,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으로 인한 피해는 특정지역 주민 및 지역사회가 부담하고 있다. 보상규정을 두고 있는 다른 토지이용 규제 관련 법률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현행 토지이용 규제 기본법상 토지이용규제를 하는 지역·지구는 연번 1의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8조의 가축사육 제한구역부터, 연번 236의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6조의 2 수목원 조성 예정지 등이 있다.이중 규제가 심한 지역·지구지정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12개 정도이다. 각 지역·지구는 해당 지역내의 건축행위, 형질변경, 출입 등의 규제가 있다. 특히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대한 규제가 강하다. 이들 토지이용 규제에 대해서는 보상차원의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보상차원의 지원대상은 지구 및 지역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개인과 주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원내용은 크게, 소득증대사업, 복지증진사업, 육영사업, 기타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개인에 대한 지원이 아닌 주민지원이라 할 수 있다. 개인에 대한 지원으로는 장학금 지급, 주거시설 지원, 주택개량, 토지매수 청구권 부여 등을 들 수 있다.토지이용 규제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에 소요되는 재원은 대부분 공익사업에 의해 수익을 보는 주민과 사업자, 그리고 정부 지원금에 의해 조달되고 있다.즉,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은 공사출연금, 차입금, 수익금

  • 다원화 사회, 소통과 배려 위한 교육 필요

    다원화 사회, 소통과 배려 위한 교육 필요 지면기사

    [경인일보=]경인년 새해가 되었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경제위기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우리 사회의 갈등들이 여과 없이 드러나면서 집단간의 불화와 반목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여러 갈등의 표출은 매우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사회가 분열된다면 이는 아주 불행한 일이다. 갈등의 표출이 서로에게 불행한 결과를 낳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써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첫째,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일단 갈등이 발생한다면 그것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으로는 사법기관과 같이 형식성이 높고, 강제력이 있는 것에서부터 이해 당사자간의 협의체와 같이 형식성이 낮고, 상호신뢰에 기초한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다. 갈등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그에 적합한 갈등 조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갈등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갈등 당사자들이 신뢰하고 수긍할 수 있는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 나가야 하며, 동시에 갈등관리시스템과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기준을 충분히 담보하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만약 사법기관 또는 갈등조정 협의체가 합당한 사회적 기준을 벗어나 임의로 조정을 시도한다면 갈등의 해결은커녕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둘째, 소통과 배려의 힘을 기르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개인이나 집단간 갈등과 불화를 낳는 가장 큰 원인중 하나는 상호소통, 이해, 배려의 부족 때문이다. 가정에서 부부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지 않을 때 갈등이 발생하고, 그것을 해소하지 못한 채 누적시키면 극단적인 결과에 이를 수 있다. 또 기업주와 노동자가 서로를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추구한다면 이는 결국 공멸의 타격을 자초하는 셈이 되고 만다. 사회가 다원화로 갈수록 개인간

  • 타관(他官)에서 '떡국'을 먹는 사람들

    타관(他官)에서 '떡국'을 먹는 사람들 지면기사

    [경인일보=]시인 백석(白石·1912~1995)은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1930년 '조선일보'로 등단해 시집 '사슴'의 독창적인 세계로 주목을 받았다. 동경 청산학원에서 영문학을 수학하였고 귀국후 '조선일보' 편집부에서 일하며 시작(詩作)을 병행한 장안의 '모던 보이'였다. 그러던 그가 1930년대 말 돌연, 번듯한 직장을 사직하고 북만주를 떠도는 유랑의 길을 시작한다. 측량보조원, 측량서기, 소작인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생활을 연명했던 듯하다.일제 말기, 안정된 직장, 사랑하는 가족과 애인, 벗들을 뒤로 하고, 타관(他官)으로 떠난 시인의 심경을 온전히 헤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시인 특유의 감성이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 또는 봉건적 유습과 신문물 사이의 갈등, 청춘의 이상과 좌절 등을 좀더 예민하게 경험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짐작해볼 뿐이다.북만주를 유랑하던 시절, 어느 때던가 백석은 홀로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시 '두보(杜甫)나 이백(李白) 같이'는 타향에서 쓸쓸히 새해를 맞이하는 심경을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다.'오늘 고향의 내 집에 있는다면 / 새 옷을 입고 새 신도 신고 떡과 고기도 억병 먹고 / 일가 친척들과 서로 모여 즐거이 웃음으로 지날 것이련만 / 나는 오늘 때묻은 입든 옷에 마른 물고기 한 토막으로 / 혼자 외로이 앉어 이것저것 쓸쓸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그 쓸쓸함을 홀로 견디기 어려웠던 백석은 고향의 흔적을 찾아나선다. '먼 외진 거리에 한고향 사람의 조그마한 가업집'을 찾아 '그 맛스러운 떡국이라도 한 그릇 사먹으리라' 마음을 먹는다.미세한 사물의 그림자와 사람의 마음까지도 헤아리는 백석의 깊이있는 시선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떡국'을 '사먹'는 백석은 결코 자신의 처량한 신세에 빠져들지만은 않는다. 그가 돌아보는 것은 자신의 상황이 아니라, 자신처럼 타향에서 명절을 맞이할 다른 사람들의 딱한 처지다. 옛날, '이 나라'의 시인 두보나 이백이 타관을 떠돌 때, 그들의 명절 음식 '원소(元宵)'를 맛보며 위안을 얻었던 것처럼, 타관을 떠도는 이방

  • 정책에도 뜸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책에도 뜸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면기사

    [경인일보=]가마솥에 밥을 지을 때는 뜸을 제대로 들여야 밥맛이 난다. 전기밥솥에 지은 밥을 먹는 요즘 사람들은 뜸을 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모를 수도 있다. 맑은 물에 잘 일은 쌀을 가마솥 바닥에 펼치듯 깔아놓고, 그 위에 굵은 완두콩을 한 움큼 넣은 다음 손등으로 물 대중을 마치고 난 뒤에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부지깽이에 파란불이 붙을 만큼 불을 때고 나면 무거운 솥뚜껑이 들썩거리며 밥물이 '푸르르' 하고 눈물처럼 넘는다.이때가 불을 때는 것을 멈추어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는 잠시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밥물도 더 이상 넘지 않는다. 그러나 가마솥 밖에서는 불 때는 것을 멈추었지만 가마솥 안에서는 멈추지 않은 뜨거운 열기가 고루고루 밥을 익히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뜸을 들인다'고 한다. 뜸 들이는 시간에 엄마는 솥뚜껑을 행주로 정성스레 닦고 담 밑에 묻힌 김장독에서 꺼낸 묵은지를 더하여 반찬을 준비하는 것이다.뜸을 다 들이고 난 뒤에는 잠시 다시 불을 지펴야 한다. 다시 불을 땔 때는 애써 별도로 땔거리를 마련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태우다 남은 곁가지나 부엌바닥을 쓸어 모은 지푸라기정도만 아궁이에 넣고 태워도 충분한 것이다. 다시 불을 땔 때에는 더 이상 밥물이 넘지 않는다. 대신 솥 밑바닥에서 '타닥타닥' 누룽지 타는 소리가 구수한 냄새와 함께 들려온다.뜸을 정부의 정책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자. 나라의 정책에도 밥을 짓는 것처럼 뜸을 들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간 정부가 어떤 정책에 막대한 예산과 정성을 쏟았다면 그 정책이 성숙하고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기다리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밥물이 넘는 데도 계속해서 불을 때는 것은 밥맛을 버릴 뿐만 아니라 쓸데없이 아까운 밥을 태울 뿐이다.정책에 뜸을 들인다는 것은 결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다. 불을 때는 것을 멈춘 정책의 가마솥 바깥과는 달리 가마솥 안은 그리 고요하지 않다. 정책의 열기와 효과가 골고루 전달되고 공유하는 뜸의 시간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