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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추칼럼]2030세대의 등장

    [춘추칼럼]2030세대의 등장 지면기사

    공정한 경쟁·개인행복 등 다양한 가치 추구정당·이념 고정층 아닌 '선거 스윙보터 役'해마다 60만명 이상 늘어나 영향력 더 커져이제는 이들을 무시 못한다는 '정치적 현실'이번 서울·부산 재보궐 선거에서 가장 큰 특징은 2030세대의 등장이다. 과거 선거에서 스윙보터로 중도층의 영향은 많이 봐왔지만, 2030세대의 영향은 조금 낯설다. 과거에도 2030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이 컸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1980년대와 1990년대 2030세대인 386세대와 X세대다. 당시는 2030세대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고, 유권자 구성 비율에서 50% 이상을 차지한 반면 40대는 20%를 넘지 않았다.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2030세대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줄어든다. 가장 큰 이유는 유권자 구성 비중이 줄어서다. 2000년대 들어 50%대 이하로 감소했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또 정치적으로도 무관심해 투표율이 낮았다. 반면 40대의 구성비는 20%대로 늘어난다. 그러자 40대는 40%대를 차지하는 당시 2030세대와 30%대의 50대 이상 세대의 중간 위치에서 선거판을 결정하는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던 40대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스윙보터로 2030세대가 부각되고 있다. 그럼 왜 다시 2030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는가? 2030세대의 유권자 비중이 더 늘어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줄었다. 35%선도 무너졌다. 유권자 수가 더 줄었는데도 영향력이 더 커진 것은 2030세대의 높은 정치참여율과 정치 성향에서 40대와 다른 유동성 때문이다.그럼 왜 2030세대의 투표율이 높아졌는가? 그 이유는 2030세대가 처한 구조화된 저성장시대 때문이다. 이들은 IMF 이후 세대로 성장기부터 취업 등 사회진출을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을 가서도 스펙부터 쌓았다. 그리고 사회에 나오면서 정치권에 많은 일자리와 공정한 경쟁관리를 요구했다. 이러한 공정이 정치적으로 폭발한 것이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정유라 사건이며 이를 계기로 2030세대의 정치적 관심과

  • [춘추칼럼]갑질에 대처하는 법

    [춘추칼럼]갑질에 대처하는 법 지면기사

    인격 짓누르고 파탄내는 극악한 범죄 행위부당함 즉각 항의하고 바로잡고자 힘써야갑질은 또다른 갑질 불러… 참아선 안된다정당한 분노·저항 자신의 자존감 지켜줄것최근 한 야당 국회의원이 보궐선거 개표상황실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당직자의 멱살을 잡고 정강이를 걷어차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갑질은 한국 사회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 중 하나다. 이른바 대한항공 086편 회항사건은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갑질 사례일 것이다. 2014년 12월5일, 미국의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떠나는 여객기에서 대한항공 총수 가족이자 부사장인 조현아씨가 객실승무원의 서비스를 트집 잡아 항공기 회항을 지시하고 이륙을 지연시켰다. 이 갑질 사태로 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기업의 인사구조 변화까지 불러오는 파장을 낳았다.고용주와 피고용주, 직장 상사와 하급 직원, 아파트 입주민과 경비원, 선배와 후배… 같이 부나 직위, 나이의 격차로 인해 갑과 을이라는 비대칭 구도가 생긴다. 범박하게 말하자면, 갑질이란 힘의 위계에서 비대칭 관계인 갑이 을에게 윽박지르며 월권적 위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갑질은 갑의 우둔함과 무신경함에서 비롯되는데, 무엇보다도 개별자의 비뚤어진 인성, 인권에 대한 인지적 감수성의 부재, 즉 인격의 막돼먹음이 가장 큰 발생 이유일 것이다. 갑이 을의 인권을 침해하고 이익을 빼앗을 때 위력 행사는 갑질 당사자의 비루함은 그 바닥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갑질은 피해자의 내면에 트라우마를 남기며, 삶의 의욕을 고갈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태다. 갑질 피해자의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렇듯 타인의 인격을 짓누르고 파탄 낸다는 점에서 갑질은 극악한 범죄 행위다.갑질의 행태는 실로 다양하다. 부당한 강요, 협박, 막말(반말과 욕설), 폭행, 임금 떼먹기, 열정 페이… 따위가 다 갑질이다. 과시적인 소비문화와 함께 갑질이 활개를 치는 천민자본주의 세상은 너저분하고 미친 세상일 것이다. 몇 해 전 한 방송사 외주 프로그램 제작사의 조연출 일을 하던 한 청년은 모욕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다가 "여긴 미친

  • [춘추칼럼]세대를 뛰어넘는 공감

    [춘추칼럼]세대를 뛰어넘는 공감 지면기사

    24개월·6·7·9세 어린이들과 미식회 진행걱정과 달리 꼭 집어내는 '절대 미각' 지녀9살짜리 퀸 노래로 50년 나이차 극복 '공감'진정한 소통은 상대방 눈높이 맞추려는것요리를 만들고 함께 나누어 먹는 일이 직업이다 보니 다양한 연령대를 만나게 된다. 그런데 내가 요리를 직업으로 택한 이후 가장 재미있는 주제의 제안이 들어왔다. 그중 한 방송국에서 어린이와 미식회를 진행하여 동영상 채널에 올리고 싶다는 것이다. 어린이와의 미식회도 매우 흥미로웠지만 어린이들의 연령이 궁금했다. 어린이들은 24개월, 6세, 7세, 9세의 남·여아라고 한다. 어린이를 가까이서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다.그동안 우리는 세대에 대한 많은 담론이 있어 왔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신세대 구세대로 양분하는 것이 전부이던 것이 나보다 연배가 높은 선배들은 베이비붐세대로, 나는 386세대, 후배들은 X세대, IMF와 월드컵을 겪어낸 세대는 Y세대 Z세대 즉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른다. Z세대까지 다 써먹었으니 더 이상 세대를 구분할 글자도 없다. 그런데 음식을 나눌 대상이 채 열 살이 안 된 어린이라고 하니 일을 하겠다고 결정하는 순간부터 고심이 깊어졌다.메뉴는 준비하는 내내 24개월 어린이가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내가 하는 음식은 중국음식이라서 이 어린이들이 나를 통해서 처음으로 중국음식을 접할 수도 있다는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요리의 가짓수는 열 가지로 하고 육지에서 구할 것, 바닷재료 등 골고루 선택하고 각각의 재료에 사용할 양념은 어린이들이 먹을 수 있을까 고심하면서 메뉴를 만들고 수정해 나갔다. 매일 하는 요리지만 그래도 어린이들이 잘 먹게 하려면 신경을 쓰고 또 써야 했다.진짜 걱정은 그다음이었다. 어린이들과 나의 나이가 50살이 넘게 차이가 난다. 이 나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까 고심하다가 뜬눈으로 지샜다. 미식회 당일 어린이들은 힘찬 소리와 함께 계단을 올라왔다. 막상 만난 어린이들은 의젓했고 밝았다. 24개월 된 어린이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여기저기 두리번거리

  • [춘추칼럼]나의 담낭 절제기

    [춘추칼럼]나의 담낭 절제기 지면기사

    견딜수 없어 '제거' 쓸개 빠진 인간 돼버려獨의사 칼 랑겐바흐 절제술 현대에 이르러과거와 달리 1㎝구멍에 복강경 수술 보편화새로운 의술 묵묵히 개척한 의사들에 경의"강하고 담대하라."이집트에서 노예생활 하던 유대인을 탈출시킨 지도자 모세가 죽은 후 유대 민족을 고향 가나안으로 인도할 책임에 힘겨워하던 후계자 여호수아에게 하나님이 당부하신 말이다.쓸개 담(膽) 클 대(大), '쓸개가 크다'는 뜻의 담대(膽大)는 겁 없고 용감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용감한 사람을 '담력(膽力)이 세다'고 한다. 반대로 용기나 줏대 없는 사람을 '쓸개 빠졌다'고 한다. 인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던 시절 용기는 쓸개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쓸개, 즉 담낭(膽囊)은 '쓰다'에서 나왔다. 오월동주(吳越同舟), 고대 중국 오나라와 월나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월(越)과 전쟁에서 아버지와 형을 잃은 오나라 왕자 부차는 편한 잠자리 대신 장작 위에 누워 자고 쓰디쓴 쓸개를 씹으며 복수의 칼을 갈았다는 말이 와신상담(臥薪嘗膽)이다. 씹어보진 않았으나 쓸개액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쓰다고 한다. 쓸개액 담즙(膽汁)은 이름과 달리 쓸개가 아니라 간에서 만들어진다. 쓸개는 간에서 흘러온 액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즉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소장으로 내려보내 소화를 돕는데 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니 위치도 간 바로 밑이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란 말도 여기서 나왔다.쓸개가 탈 나서 아팠다. 처음에는 별로 심하지도, 자주 아프지도 않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을 때만 아프다 보니 오히려 '음식 조심하라'는 몸의 경고로 생각하고 참고 견뎠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자주, 심하게 아파서 급기야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없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싶어 수술하기로 했다.시간 내기가 어려워 오전 진료 마치고 점심시간에 입원해서 오후에 수술하기로 했는데 생전 처음 하는 수술이라 살짝 긴장도 되었지만 수술대에 눕고 약물이 들어가자마자 곧 정신을 잃었고…, 깨어보니 마취 회복실. 그리고 쓸개가 사라졌고

  • [춘추칼럼]레임덕에 다가선 문대통령 지지율

    [춘추칼럼]레임덕에 다가선 문대통령 지지율 지면기사

    부동산정책 무능·檢 개혁 정권의제 피로감경제성과 미미한 탓 대통령 임기말 급락세코로나 허니문 불구 'LH 사태'로 기름붓기중도층에 이어 일부 지지층까지 이탈 조짐임기 5년 대통령의 레임덕 패턴을 보면 임기 초 정치사회 개혁으로 지지율을 유지한 후 중·후반에 경제로 떨어지다가 임기 말에 권력형 비리로 급격한 레임덕을 맞는다. 결국 경제가 나아지길 기다리던 국민에 대한 배신의 분노가 분출되는 과정이다.3월 들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이 예사롭지 않다. 19일 발표된 갤럽조사의 37%에 이어 22일 리얼미터 34.1%,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34.0%, 24일 데이터리서치 31.4%로 35%선이 무너졌다.레임덕은 경제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경제와 정치사회 개혁에 대한 국민과 대통령 간의 허니문 기간이 각각 다르다. 대체로 정치사회 문제는 임기 초반에 기대한다. 그래서 대통령은 취임 이후 1∼2년 초기에 정치사회 개혁에 집중한다. 그만큼 정치사회 문제에 있어 국민과 새 대통령 간의 허니문 기간은 짧다.반면 경제의 허니문 기간은 길다. 국민은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경제가 단기간에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최소 2년 이상은 감내한다. 특히 코로나19와 해외 경제위기 같은 외부 요인이 있거나 정부가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으로 열심히 노력할 경우는 2년보다 더 길 수 있다.그렇다고 5년 내내 기다리지는 않는다. 5년 임기가 끝나가면서도 경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들은 차기 대권주자에게 기대를 걸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급격한 권력 누수가 발생한다.역대 대통령 대부분은 임기 중반 경제로 지지율이 하락한다. 그러나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수행의 평가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정운영의 동력이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 지지율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역대 정부에서 그 방법은 2가지다.먼저 경제 부양책이다. 그러나 과거 부양책들은 효과보다 풀린 돈으로 인해 부동산 상승 등 부작용이 더 컸다. 또한 각 경제주체의 부양책에 대한 학습효과로 부양책의 지속기간도 점점 짧아져 1·2개월로 끝나기도 한다. 그

  • [춘추칼럼]그 많던 코미디프로그램은 어디 갔을까?

    [춘추칼럼]그 많던 코미디프로그램은 어디 갔을까? 지면기사

    웃음은 근심·시름 잊게하는 카타르시스役독재에 균열 일으키고 악에 항변하는 저항가짜가 아닌 진짜 즐거움으로 꽉찬 유머들불황·전염병… 팍팍한 서민삶 살리는 명약언제부터인가, 티브이 방송 편성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눈을 씻고 들여다봐도 코미디 프로그램은 찾아볼 길이 없다. 그 많던 코미디 프로그램이 티브이 지상파 방송 편성에서 왜 사라졌는지, 나는 그 사정을 알지 못한다.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 '유머 1번지', 가장 최근의 '개그 콘서트'에 이르기까지 숱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유머와 위트를 뒤섞은 콩트로, 거짓과 위선의 가면을 쓴 쩨쩨한 정치에 대한 날선 풍자로 서민에게 웃음을 주며 번성기를 누렸다. 이제 코미디 프로그램은 명맥이 끊겼다. 팍팍한 나날의 삶에서 그나마 근심과 걱정을 덜어주는 노릇을 하던 코미디가 없으니 사는 게 재미가 없어졌다. 티브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주던 그 많던 코미디언들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며 밥벌이를 하고 있을까?웃음이 항상 기쁜 감정을 드러내는 것만은 아니다. 웃음은 복잡한 프로세스 속에서 나타나는 감정의 한 표현이다. 웃음은 대상과 당위적 기대 사이에 비대칭이 형성되는 찰나에 솟구친다. 잘 차려입은 신사가 거리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질 때 사람들은 웃는다. 이때 제3자는 그 실수의 주체가 자기가 아니라는 안도감에서 웃음을 터뜨린다. 이 웃음에는 주체의 우월감과 짓궂음이 묻어난다. 타자의 낭패에서 즐거움의 계기를 찾는 이 무의식의 행동에 깃든 짓궂음은 악취미에 지나지 않는다.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북동쪽에 위치한 압달라에서 살았는데, 백과사전 같은 지식을 가진 철학자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나이 아흔 살에 이르렀을 때 그는 온종일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항구로 나와서 부둣가 노동자를 바라보며 웃어대는 그를 가리키며 노망이 들었다고 수군거렸다. 유명한 의사인 히포크라테스가 이 늙은 철학자를 관찰한 뒤 그가 미친 것도, 병에 든 것도 아니라고 단정했다. 늙은 철학자가 온종일 발작하듯이 웃어댄 것은 주민들의 부조

  • [춘추칼럼]지금은 대차고 올곧은 정치가가 필요한 시대

    [춘추칼럼]지금은 대차고 올곧은 정치가가 필요한 시대 지면기사

    진정한 정치가는 초지일관 '소신'이 있어야김구선생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보다아름답고 높은 문화의 힘 갖춘 나라 원했다현재 올곧은 철학으로 정치하는 사람 안보여해마다 3월은 봄이 왔다는 설렘에 앞서 일제강점기에서 독립한 날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더욱이 올해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의 보궐선거를 치러야 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와 정치가의 의미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서울, 부산 등지에서는 당마다 대표적인 주자를 정하고 선거운동에 한창이다. 누군가에게 한 표를 찍어야 하는데 누구를 찍을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였다. 누가 우리를 코로나 19 팬데믹으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을까. 누구의 부동산 및 주거정책이 좀 더 명확하고 효율적인가.각 후보는 '35층 층높이 제한을 완화하겠다' 또는 '대대적 재개발과 재건축을 추진하겠다'. '신혼부부용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를 짓겠다', '뉴타운 65만가구를 공급하겠다', '65세 이상 1주택자 종부세를 면제하겠다', '주택청약 세대별 할당제를 실행하겠다'고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부동산 문제는 완전히 해결될 것 같기도 하다.선거는 입후보한 사람에게는 될 수 있는 한 각종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도 되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드나 보다. 권력이 있는 사람들과 친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권력 있는 사람들을 지지하는 표가 절대적일 것이다. 그래서 전직 대통령을 찾아가고 전직 대통령 부인을 찾아가고 서로 간에 나눈 대화가 신문 방송을 통해 보도되기도 한다.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대학 때 배운 맹자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맹자 이루하'편에 보면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에 부인과 첩을 두고 사는 한 남자가 있었다. 남편이 밖에 나가기만 하면 술과 고기를 아주 많이 대접받고 왔다고 하는 것이었다. 부인이 "오늘은 누구랑 만나서 그렇게 드셨어요?"하고 물으니 "오늘은 고관대작하고 마셨지"하는 것이다.부인이 첩에게 "우리 집 남편이 집에서 나가기만 하면 저렇게 고기와 술을 대접받았다고 하면서 매일 술에 취해

  • [춘추칼럼]누가 먼저

    [춘추칼럼]누가 먼저 지면기사

    '더 가치있는 생명' 누구도 판단할 권리 없어코로나 백신 접종… 관심도 많고 말도 무성희생자 줄이고 효율성 따져 순서 정했을 것양 충분한 만큼 기다렸다 빠짐없이 맞아야대학 시절 어느 교수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다. "배가 난파되었는데 하나뿐인 구명보트에는 2명만 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배우자, 아들, 나 이렇게 네 명이 남았습니다. 누구를 구명보트에 태우겠습니까?" 많은 의견이 다양한 이유와 함께 나왔다. 심지어 "아무도 타지 말고 온 가족이 같이 죽자"라는 주장까지.10여년 전 의료 수준과 장비가 극도로 열악한 나라에 국내 모 투석회사가 혈액투석기 2대와 관련 물품을 무상으로 지원한 적이 있었는데, 혈액투석이 낯선 그 나라 의사들에게 의료 기술 전수를 위해 방문한 적이 있었다. 투석기가 2대밖에 없는 그 병원에서는 1주일에 세 번씩 평생 투석을 해야 하는 말기신장병 환자 대신 1~2주 정도만 투석으로 버텨주면 콩팥 기능이 회복되어 살아날 수 있는 급성신손상 환자에게만 투석 치료를 하고 있었다. 제한된 의료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궁여지책이었던 셈이다.전방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대량 전상자 분류는 의무부대의 가장 중요한 훈련 중 하나였다. 전쟁으로 많은 병사가 다치거나 죽은 상황에서 군의관과 위생병은 전장을 누비며 환자들에게 빨강, 노랑, 초록, 검정 표식을 달아줬다. 빨간색은 빨리 치료하면 살 수 있지만 위중한 환자, 노란색은 위독하진 않으나 조기 치료가 필요한 상태, 초록색은 가벼운 부상, 그리고 검은색은 적극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어렵거나 이미 사망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 우선순위 표식을 보고 환자를 후방으로 옮겨서 치료하는데, 이 중증도에 따른 치료 우선순위 분류법을 '선별'을 의미하는 트리아지(Triage)라고 부른다. 트리아지는 1797년 프랑스 나폴레옹 군대 군의관이던 도미니크 장 라레가 전쟁터 부상병을 치료 가능한 곳으로 빨리 수송하기 위해 '날아다니는 구급차(Ambulance volante)'라는 이름을 가진 '비록 날 수는 없었지만 날

  • [춘추칼럼]국민의힘 이제는 다를까?

    [춘추칼럼]국민의힘 이제는 다를까? 지면기사

    '여론' 국민의 눈 아닌 자신 시각으로 읽어보고싶은 것만 보고 그야말로 '아전인수격'국민이 원하는 정책·공약과 전략 구사해야민심 제대로 읽어야만 보선·대선 승자 될것민심은 천심이다.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민심은 오늘날 주로 여론조사로 읽는다. 그리고 정치권이 민심을 얻었느냐 얻지 못하였느냐는 선거결과로 나타난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DJ 사례와 최근 보수 야권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먼저 DJ의 경우 1987년 치러진 13대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진영에서는 김영삼·김대중 양김 단일화의 요구가 컸다. 그러나 단일화 논쟁에서 수세에 있던 김대중은 단일화를 거부했는데 그 근거로 자신이 앞서 있다는 여론조사를 내세웠다.문제의 여론조사는 친 김대중진영의 단체가 실시한 조사였으나 엄밀한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한 김대중에게 유리한 결과였다. DJ는 이러한 여론조사 수치를 근거로 자신이 앞서 있기에 후보를 양보할 수 없다고 끝내 버텨 후보 단일화가 무산됐다.결국 13대 대선에서 노태우가 36.6% 역대 최저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그 뒤를 이어 김영삼 28%, 김대중 27%, 김종필 8.1%로 김대중은 3위를 차지했다. 선거결과는 참혹했다. 단일화를 거부한 양김 중 3위를 한 사람이 더 큰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인지라 결국 DJ는 자발적으로 정치은퇴까지 선언한다.그후 김대중은 1992년 14대 대선에서도 13대 대선의 정치적 책임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한다. 그러나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전략을 바꾼다. 그 유명한 뉴DJ플랜이다. 이때 뉴DJ플랜은 이미지 전략이지만, 또 한편에서는 여론을 따르는 것이다. 자신의 DJ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DJ로 스스로 바뀌어 다가간 것이다. 물론 당시 재야세력의 반발은 컸다. 그럼에도 DJ는 여론에 대한 대전환을 했고 여론을 바로 읽고 따랐기에 대통령의 꿈을 이루게 된다.그로부터 20년이 흘러 2017년 19대 대선에서 보수진영은 홍준표를 내세워 문재인과 대결했다. 그러나 결과는 문재인 41.1

  • [춘추칼럼]쓰레기 분리수거의 날에 생각한 것들

    [춘추칼럼]쓰레기 분리수거의 날에 생각한 것들 지면기사

    인간 관점에선 효용 가치 다한 자연이지만그 용도 미처 찾지 못한 물건일지도 몰라…인류의 번성은 지구 생태계에 미증유 재앙'무관심 편향'이 기후재난 시한폭탄 시작점화요일은 쓰레기 분리수거하는 날이다. 재활용할 종이, 박스, 비닐, 유리병,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을 분리해서 내놓는다. 여러 가구에서 나온 생활 쓰레기가 작은 동산을 이룬 것을 볼 때마다 가느다란 죄책감을 느낀다. 우리가 이용하던 신선식품 배송업체는 식품을 제각기 다른 박스에 담아 배송한다. 박스를 줄여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시정되지 않아 배송업체를 바꾸었다. 새 배송업체는 주문식품을 한 재활용 비닐박스에 넣어 배송하고 다음 배송 때 수거해 간다. 따로 버릴 박스가 없으니 그만큼 분리수거의 필요를 덜어주는 것이다.지구 인구가 늘면서 쓰레기의 배출량도 늘어난다. 자연을 가공하는 문명화 과정에서 쓰레기 발생은 피할 수 없다. 인간의 손에서 설계와 제작을 거쳐 나온 물건은 본디 쓰임을 다하고 폐기될 때 쓰레기로 돌아간다. 쓰레기란 인간의 관점에서 효용가치가 다한 자연이다. 인간이 생산과 창조활동을 하는 곳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생산의 이면에 가려진 비밀이고, 그 처리는 인간이 풀어야 할 영구적 난제 중 하나다.산업 쓰레기와 생활 쓰레기가 지구의 생태학적 균형을 깨트린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쓰레기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일까? 누군가에겐 쓰레기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자원이다. 쓰레기는 그 용도를 미처 찾지 못한 물건일지도 모른다. 쓰레기는 매혹과 혐오라는 양면성을 다 갖고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쓰레기가 되는 삶들'에서 "쓰레기는 모든 창조의 산파인 동시에 지극히 가공할 만한 장애물이다"라고 말한다.지구 인구가 10억명이 되는데 20만년이 필요했지만, 70억명이 되는데 불과 20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구에 생육하고 번성한 인류는 자연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서 과부하로 인한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지구 자원을 제 마음대로 퍼 쓰는 인류의 번성은 지구 생태계에는 미증유의 재앙일 테다. 인류는 육류와 동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