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춘추칼럼

칼럼니스트 전체 보기
  • 미래 위한 기초과학 투자를 지면기사

    현재 우리가 누리는 현대 문명은 지난 세기 혁명적인 과학기술 발전의 산물이다. 무선전신, 비행기, 플라스틱, 자동차, TV와 페니실린의 발명은 세계적 대중잡지 라이프가 선정한 '역사를 뒤흔든 100대 사건'에 들었다.현재 우리는 전자혁명의 산물인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 MP3 등이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TV는 80년 전, 컴퓨터는 60년 전, 반도체는 40년 전, PC는 30년 전, MP3와 웹은 15년 전, 한 세기가 안 되는 발명의 역사를 통해 문명의 이기들이 홍수처럼 쏟아졌다.우리 생활 속에서 첨단기기들은 이제 당연한 듯 빠르게 수용되고 있지만, 이러한 놀라운 과학기술 혁명을 가능하게 한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막상 소홀하기만 하다. 기초과학은 마치 공기나 물과 같은 존재로, 없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하지만 기초과학은 창의적 과학기술의 원천으로, 기초과학 없이 선진 과학강국이 될 수 없고,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없다. 세계적으로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기초과학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은 확대 추세다.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적 연구 지원이 주로 응용개발 및 목적 지향적 중대형 규모의 연구로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 그 결과 개인의 창의성이 힘을 발휘하는 소규모 기초 연구가 소외되고 수학·물리· 화학 등 순수 기초과학 분야의 다수 연구자들이 점차 고사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중 대학에서의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개인·소규모 기초연구 예산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 대학의 경우 연구 인력의 70% 이상이 집중해 있고, 기초 연구예산의 투자대비 연구효율이 월등하게 높다. 현재 대학에 소속된 기초과학 연구인력 중 고작 4.4%만이 개인 연구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신진연구자와 지방에 소재한 연구자의 경우 진입 장벽과 높은 경쟁률 그리고 지원의 불연속성 때문에 연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의 기초연구비 비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 수준이다. 그

  • 불안과 의심없는 세상을 꿈꾸며 지면기사

    서울 쪽에 몇군데 특강이 있어 약 열흘간 자리를 비웠다가 내가 머무는 부산 광안리 수녀원에 오니 그 새 살구꽃은 지고 복숭아꽃 벚꽃 자두꽃 모과꽃 자목련이 활짝 피어 나를 반기고 있었다.심한 황사바람이 우리를 놀라고 힘들게 하였지만 때로는 꽃구름을 만들며 피어오르는 봄꽃나무들이 곁에 있어 웃을 수 있었다. 꽃들이 다 지기 전에 밀린 편지를 써야지 마음 먹고 엊그제는 우선 급한 것부터 몇통 쓰고 해외에 갈 소포도 몇 개 준비해 당장 우체국에 가려다가 약간의 몸살기가 느껴져 일단 미루고 평소보다 일찍 침방으로 올라왔다. 다음날 오전 사무실에 내려가 컴퓨터 옆 서랍장을 여니 내가 봉투에 넣어 둔 우편발송비 일체와 요긴하게 사용하려고 보관해 둔 도서상품권들 그리고 주교님과 스님으로부터 설날 받은 세뱃돈봉투까지 몽땅 없어졌다. 내가 15년을 애용하던 소형 올림푸스 카메라까지 들고 가 버린 그 검은 손길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하얀조가비와 솔방울과 고운 편지지로 가득한 자그만 글방에 겁도 없이 들어와 지갑에 있던 동전과 천원짜리만 그대로 두고 간 그는 생계형 도둑일까, 단지 용돈이 귀해 실례를 범한 젊은이일까…아니면 평소에도 이 방에 곧잘 드나들었던 손님들 중의 한 사람일까. 나름대로 온갖 상상을 하며 우리 수녀님들에게 보고하니 '사람 안 다친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라'고 위로하지만 마음이 내내 착잡하고 우울하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수녀님은 동정심이 많아 사람을 너무 쉽게 믿는 경향이 있으니 앞으로도 더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충고도 집중적으로 많이 듣는다. 평소에 문을 더 열심히 잠그고 다닐 걸, 귀중품은 사무실에 두지 말고 침방에 둘 걸하고 자책해 보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얼마 전에는 어느 지인이 인터넷으로 보내 준 '오십견의 아픔'이란 제목의 글을 읽고 한참 웃은 일도 있는데 하필 지금 왜 그 이야기가 생각 나는지 모르겠다.'강도가 어느 집에 들어가 집 주인에게 손을 들라고 해도 안 들어서 다그치니 오십견이라 못 든다고 했다. 마침 강도도 오십견이라 둘이 앉아 오십견 이야기만 하다가 강도질도 못하고 돌아

  • 넛크래커와 샌드위치 지면기사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은 미국 뉴욕 시립발레단을 비롯한 세계적 발레단이 단골로 공연하는 명품이다. 차이코프스키의 명곡으로 인간 정신을 상징하는 작품의 하나인 넛크래커가 태평양을 건너서는 우리의 약점과 치부를 단적으로 묘사하는 말이 된 지 어언 10년의 세월이 지났다.우리의 경우에 넛크래커는 미국의 컨설팅 기관인 부즈 앨런과 해밀턴의 한국 경제보고서에서 연유한다. 1997년 우리에게 불어 닥친 IMF 외환위기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대한 논의가 한창일 당시 부즈 앨런과 해밀턴 보고서는 "한국경제는 저비용의 중국과 고효율의 일본의 협공을 받아 마치 넛크래커 속에 끼인 호두처럼 되었다"고 지적하며, 변하지 않으면 넛크래커 속의 호두처럼 깨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진단했다.변하지 않으면 깨지기에 많은 진통과 아픔에도 불구하고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당시의 구조개혁이었고, 사회 전반에 걸친 새틀짜기이자 지난 10년 동안의 개혁이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그토록 줄기차게 추구해온 사회변혁의 대가 때문인지 10년 전에는 생경하기만 했던 신자유주의니 고용의 유연성 같은 말들이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아직도 세계문명표준에 걸맞지 못한 탓이겠지만 금년 들어서 대기업 총수가 화두로 삼은 샌드위치 코리아가 다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샌드위치 코리아는 넛크래커 보다 범위가 넓고 조금 더 정교하게 다듬어진 것이니 사실 나쁘게 진화한 것이다. 1997년 당시 넛크래커는 우리나라 기업이 처한 수출환경을 지적하는 말이었는데 점차 선진국에는 기술과 품질이 떨어지고 후발개발도상국에는 가격경쟁력이 없는 나라 경제의 단점을 대변하는 말로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샌드위치 코리아는 경제는 물론 외교, 안보, 문화, 사회 등 나라의 각 분야에 내재되어 있는 약점이나 한계를 부각하는 말이 되고 있다. 갖다붙이기 나름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넛크래커나 샌드위치가 국내외의 여러 곤궁에 처한 현실을 설명하는 데 적절한 비유인 것은 틀림없다. 예컨대, 타이거 우즈의 선택

  • 2등을 보라

    2등을 보라 지면기사

    고등학교 시절의 선생님 한 분은 가끔 이런 말을 하시곤 했다. '선거에는 은메달이 없어'. 청년시절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경력이 있다고 알려진 선생님이 그 얘기를 할 때마다 아이들은 웃음을 터뜨리곤 했지만 정작 본인의 표정은 늘 어떤 회한에 찬 것이었다.2등이라고 하면 어쩐지 맥빠지게 들리는 게 사실이지만 2등은 그렇게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 때로는 1등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우선 글 쓰는 일에서도 그렇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이나 현상모집에서 가장 빼어난 자질을 보이는 작품은 2등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재능은 뛰어나지만 완성도가 떨어진다든지, 학생의 작품으로 믿기 어렵다든지 하는 심사평이 뒤따른다. 1등을 차지하는 작품은 내용부터가 학생다우면서 단정하게 완성도를 보인 쪽이기 십상이다. 훗날의 문사들은 1등보다도 '아까운' 2등들 중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기성문인의 등용문인 신춘문예나 각종 신인상도 다르지 않다. 남다른 소재에 남다른 기법을 구사하는 실험적인 작품들은 당선이 되기보다는 '최종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역시 2등이다. 주목받는 작가들의 대부분은 약속이나 한듯 이 방면의 이력들이 만만치 않다.학교성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1등을 하려면 전과목에 걸쳐 우수한 성적을 내야 되지만 2등은 어딘가 한 부분에 취약점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그런 2등을 1등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다. 월드컵 축구의 역사에도 위대한 2등팀들이 있다. 1954년 스위스 대회의 헝가리와 1974년 서독대회의 네덜란드가 그 팀들이다. 헝가리는 서독에게 우승컵을 넘겨줬지만 4-2-4라는 새로운 포메이션을 정착시켰고, 네덜란드 또한 서독에게 져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토털 사커의 원조로 명성을 얻었다.육상 장거리 경주를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처음부터 선두를 달리는 주자보다는 2~3위를 유지하던 이가 막판 스퍼트로 우승을 차지하곤 하지 않던가.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가장 기록이 좋은 선수의 뒤를 '발 뒤꿈치를 밟을 듯이' 쫓아가라고 자기 선수에게 가르치곤 한다. 무서운 2등들이다. 다시 '은메

  • 과학기술 종교를 만나다

    과학기술 종교를 만나다 지면기사

    1966년 '신은 죽었나?'라는 표제가 저명 시사잡지 '타임' 지의 표지를 장식했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과학기술 발전 가속화로 윤리와 생태환경 문제 등이 대두되며 세계 곳곳에서 종교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증대 추세이다.작년 과학상식에 대한 한 설문에서 '미국민의 62%가 진화를 믿지 않고, 53%가 지구 나이가 6천살 이라고 믿는다'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첨단과학'과 '독실 신앙'이 교차하는 미국의 경우 2004년 일부 공립교에서 생명의 기원에 대한 교육시 '진화론'의 대안으로서 '지적설계론'을 의무적으로 가르치게 되었다. 이 시도는 1년 만에 학부모와 진보진영의 반대로 좌절되었지만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고 시도하는 '지적설계론' 옹호그룹의 큰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실험적 검증이 불가능하고, 새로운 예측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과학계에 의해 무시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즈의 베스트셀러인 '망상의 신'에서 과학저술가 리차드 도킨스는 이러한 '믿음에 대한 믿음'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의 국가사회적 역할이 증대되며 과학기술과 종교와의 활동 영역이 점점 더 중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조주의적 종교와 맹목적 과학주의는 갈등과 충돌을 초래한다. 첫 해결 방향으로 과학과 종교의 분리를 통한 안정이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종교는 믿음과 권위, 과학은 사실과 검증 등 상호 차이를 부각하고 그 활동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는 상호 논리적 근거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곧 막다른 골목에 이를 수 있다. 한편 과학과 종교의 섣부른 융합시도는 오랜 역사적 뿌리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자칫 '지적설계론'과 같이 대중을 오도할 수도 있다.한편 과학의 '가치중립적'이고 '무신론적 측면'과 일부 '과학주의' 주장으로 인해 종교계의 과학에 대한 오해와 우려도 큰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과학은 실제 작동하고 있는 체계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점점 더 자연의 많은 부분이 과학을 통해 설명되어지고 있다. 태양계와

  • 3월의 편지

    3월의 편지 지면기사

    '3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아직은 시린 햇빛으로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살아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나는 먼데서도/ 잠들 수 없는 당신의 바람/어둠의 벼랑 끝에서도/노래로 일어서는 3월의 바람입니다 -자작시 '3월의 바람 속에'에서어느 해 봄 내가 받은 신학생의 편지에 '3월의 강변에서 불러보는 나의 누이 같은 수녀님…'으로 시작하는 시적인 표현이 맘에 들어 몹시 가슴이 뛴 적이 있습니다. 남쪽의 봄은 매화가 제일 먼저 알려주고 그 다음은 천리향이 핍니다. 바람 속에 향기가 먼저 말을 건네오면 '응. 알았어 벌써 꽃을 피웠다고? 정말 반가워!'하며 가까이 다가가서 향기를 맡곤 하였지요. 가을엔 마음이 고요하고 차분해지지만 봄에는 왠지 마음이 들뜨고 어수선한 느낌이 들어 싫어했는데 갈수록 봄이 좋아짐은 아무래도 나이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에겐 나도 덩달아서 그래요!'하고 맞장구 치지 않을수가 없답니다. 나도 이제 봄이 좋아졌거든요. 오늘 불쑥 처음으로 나를 찾아 온 젊은 독자인 그대와 함께 광안리 바닷가를 거닐었습니다. 그대가 나에게 해달라던 덕담을 이 편지로 보충할까 합니다. 날씨가 차갑고 바람 많이 부는 날은 하늘과 바다의 빛깔도 더욱 맑고 푸르고 투명함을 우리는 함께 체험했지요? 우리네 삶 역시 시련의 바람을 잘 이겨내야만 튼실한 아름다움으로 빛날 수 있음을 바닷바람 속에서 이야기 하였습니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3월, 내가 임의로 '봄비를 기다리며 첫 러브레터를 쓰는 달'이라고 명명한 3월을 나는 어느 달 보다도 좋아한답니다. 꽃샘바람은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하네요. 시간을 아껴 써라. 하루 한 순간도 낭비하지 말고 소중하게 살아라. 잎샘바람은 또 말하네요. 절망의 벼랑 끝에서도 넘어지지 말고 다시 일어서라. 죽지 말고 다시 부활하는 법을 배워라.그대가 지적한 바와 같이 오늘의 우리는 절제와 인내와 기다림의 덕목을 많이

  • 세계적 이벤트유치도 정권업적

    세계적 이벤트유치도 정권업적 지면기사

    비교적 짧은 역사지만 부침의 대한민국 역사 중에서 국운이 괜찮았던 시절을 뽑으라면 1986년부터 1988년의 3년 세월을 선택하고 싶다. 그 시절에 산업화를 넘어서 민주화 시대를 열었고 연유야 어찌됐든 건국 이후 최초로 국제수지 흑자달성에 성공했으며 주가가 1천을 넘기도 했다. 이후 흑자관리 철학과 전략의 부재로 성장의 잠재력 배양 및 확충에 실패했고 부동산값만 폭등해 나라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끼게 됐지만 말이다. 1986년부터 3년의 세월이 괜찮은 또 하나의 이유는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이라는 메가 국가 이벤트의 성공이다. 86년에는 그간 넘지 못했던 일본을 뒤로 하고 세계의 스포츠 강국인 중국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스포츠 국력이 발돋움했다. 더 나아가 88년에는 이념대립으로 얼룩졌던 80년(모스크바)과 84년(LA)의 반쪽 올림픽을 전 세계인의 한마당 축제로 만들면서 4위를 차지해 세상을 경악하게 만든 기억도 새롭다. 88년 이후 우리는 올림픽때 금메달을 몇 개 정도 따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세계 10위이내에는 들어야 국민이 그 성과를 인정하게 되었다. 굳이 아름다운 추억인 지난 일들을 들먹이는 이유는 최근 대구와 평창이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과 2014년의 동계올림픽 때문이다. 양 대회 유치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유치에 성공해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짚어보자. 먼저 지난 몇 차례의 메가 국가 이벤트의 성공을 통해 개최만 하면 수지가 맞는 장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88 올림픽의 경우 경기장과 주변도로 건설 등 투자지출액(1조8천931억원)과 올림픽조직위의 경상지출 등 소비지출액(5천533억원)을 합친 지출총액(2조4천464억원)의 2배 정도 되는 4조8천784억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를 얻었다. 부가가치 창출(1조8천859억원)과 고용유발(34만여명) 효과까지 고려하면 88올림픽은 분명 흑자대회였다. 평창 동계 올림픽은 역대 최고의 흥행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94년 릴레함메르부터 2006년 토리노 올림픽까지 최근

  • 원시인의 변명 지면기사

    휴대전화도 없고 운전도 할 줄 모르고 컴퓨터도 쓰지 않는 나를 두고 주변 사람들은 '원시인'이니 '석기시대 인간'이니 하고 놀리곤 한다. 현대인의 필수품이라 할 휴대전화, 자동차, 컴퓨터 없이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사람들은 이 셋 중 하나만 없어도 어떤 강박증에 가까운 불편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하지만 막상 없이 살아보면 그런대로 살 만하고, 이렇게 살아가는 인생에 변명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휴대전화는 애초부터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보다 먼저 '삐삐'라는 호출기가 나왔을 때부터, 영 못마땅해 견딜 수가 없었다. 누군가와 누군가가 언제 어디서든지 서로를 호출할 수 있다는 방식이 편리하게 느껴지기보다는 끔찍하게만 느껴졌다. 삐삐, 삐삐 하고 다급한 신호음이 울리면 술자리에서도 들던 잔을 내려놓고 허리춤을 들춰보는 광경은 무슨 풍자극의 한 장면 같기만 했다. 휴대전화로 바뀐 지금도 마찬가지다. 차에 앉아서, 길을 걸어가면서, 심지어는 숨가쁜 산행길에서도 누군가와 중얼중얼 대화를 나누는 모습들이 내게는 지금도 코미디다. 모든 사람들이 각각 작은 송수신탑이 되어 있는 것만 같다. 24시간 내내 무언가를 송수신해야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일까?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이 없다고 우울증에 빠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하니 나는 오히려 그 쪽이 걱정스럽다. 글쟁이로 살아가는 나날에 분초를 다투는 화급한 일들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이렇게 지내기로 한다. 물론 한 달이면 한두 번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런 불편 정도는 감수하기로 한다.자동차 또한 나의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아니, 술 마시는 일이 본업에 가까웠던 젊은 시절을 보내다 보니 아예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다. 자가용이 한창 급증하던 90년대 초반에는 '그래도 아직 차가 없는 집이 더 많다, 나는 그 쪽이다'라며 이상한 고집을 세우기도 했다. 그 고집 때문에 내 아내는 면허를 따놓고도 1년 이상을 숨겨야 했고, 또 1년 이상을 조른 끝에야 작은 차를 한 대 구입할 수 있었다. 차가 생긴 후에도 열이면 아홉

  • 뇌와 블루브레인 지면기사

    뇌(brain)는 우리 몸을 지배하는 사령탑이자 마음의 집이다. 그러나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인 신비로운 뇌를 탐구하는 인류의 여정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뇌가 정보 처리를 수행하는 기본 단위는 뉴런이라고 불리는 머리카락 두께 정도의 세포들이다. 우리의 뇌 속에는 세계 인구의 수십 배에 이르는 1천억 개의 뉴런이 빽빽하게 들어있다. 독자들이 이 칼럼을 읽는 동안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영역의 수많은 뉴런들이 자극에 대해 능동적으로 반응하고, 활성화된다. 뉴런은 세포내 정교한 생화학적 과정을 통해 전기 신호를 만들고, 거미줄 같은 상호 연결망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정보를 교환한다.수학자 앨런 튜링의 뇌를 창조하려는 시도는 그 대신 인류 역사상 최대의 발명품 중 하나인 컴퓨터를 낳았다. 현재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는 기가와 테라를 넘어 페타(1억의 천만 배)라는 놀라운 연산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10만년의 인류문명 역사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인 컴퓨터의 도움으로 이제 뇌의 기본 단위인 뉴런, 뇌의 영역, 궁극적으로는 뇌 전체를 모방하는 도약이 가능해지고 있다.2005년 7월 1일 스위스 로잔공대의 뇌정신연구소와 세계 굴지의 컴퓨터 회사인 IBM은 '블루브레인'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출범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지놈프로젝트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IBM이 개발한 블루진 슈퍼컴퓨터의 엄청난 계산 능력을 활용하여 포유류의 뇌를 생물학적으로 매우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하고, 궁극적으로 생물학적 지능의 발현에 연관된 과정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IBM은 당대 최고의 체스 제왕이었던 개리 카스파로브와 경쟁하기 위하여 '딥블루'라는 슈퍼컴퓨터를 처음 만들었다. 1997년 5월 '딥블루'는 세기의 체스 경기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하였고, 이 뜻밖의 결과는 전통적인 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개념에 큰 도전을 안겨 주었다. '딥블루'는 초당 2억 회라는 엄청난 속도로 모든 가능한 경우수를 단순한 논리로 따져냈다. '딥블루'는 체스와 같은 지능 게임에서 인간을 처음으로 이긴 컴퓨터로서 지능의 본질

  • 고요하고 순한 말씨를

    고요하고 순한 말씨를 지면기사

    나는 경부선 열차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평일 보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아 복잡한데다가 너도 나도 끊임없이 주고 받는 말소리, 휴대전화 소리 때문에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매우 힘들고 괴로울 때가 많다. 예전에는 그래도 눈을 감고 조용히 명상하거나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하는 일들이 가능하였지만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이야기 할 땐 옆사람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하고, 휴대전화는 진동으로 해 놓으며, 통화가 필요하면 객실에 나가서 하라는 안내방송을 되풀이하지만 아무도 그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우리의 무감각하고 무관심한 현실이 안타깝고 슬프다. 여러명이 앉아 하도 시끄럽게 이야기 해 큰 방해가 될 적엔 승무원을 시켜 전달한 일도 몇 번 있지만 이 또한 번거로운 일이다. 그리 긴 시간도 아닌데 그렇게 쉴새 없이 휴대전화를 해야만할까, 내용을 들어보니 그리 긴급한 일도 아닌 것 같은데 잠시만 참았다가 목적지에 내려서 하면 안 되는 것일까. 때로는 전화의 존재 자체를 원망하는 마음이 들다가 '어떤 위기상황에서는 휴대전화 덕분에 생명을 구하는 일도 생기니 좋은 마음으로 이해를 해야지'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리고 만다. 꼭 기차 안이 아니라도 공공장소에서는 습관적으로 목소리를 낮출 줄 아는 고요한 우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혼자서는 커도/여럿이 모이면 낮게 낮게/ 깊이 있는 말일수록/ 눈으로 하기/화가 났을 때는 아껴서 쓰기/보이지 않으면서/꽃향기로 남고/ 만져지지 않으면서도/화살되어 가슴에 꽂히네 -이용순의 동시 한번은 내가 어느 성직자에게 '그만하면 착하십니다'라고 표현한 일이 있다. 그는 매우 서운해 하며 앞의 '그만하면'이란 말은 왜 들어가야 하느냐고 따져서 내 나름대로 변명을 하느라고 혼이 났었다. 또 한 번은 내게 두 권씩 오는 책을 하나씩 받아가는 동료에게 '공짜로 책을 얻어 참 좋겠다'고 하니 '공짜'라는 단어가 자존심 상한다고 하여 '그럼 덤으로 가져간다고 할까요?'라고 대답한 일이 있다. 이렇듯 우리가 악의없이 내뱉는 보통 말도 때로는 상대방의 비위를 거슬리게 한다면 충동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