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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톡(talk)!세상] 개인일까? 전체일까?

    [톡(talk)!세상] 개인일까? 전체일까? 지면기사

    MZ세대, 개인 개성·성과 중시존중받길 원해… 당연한 시대흐름어디까지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안세영 논쟁' 우리사회 대표 사례지혜모아 슬기로운 해법 찾길 기대"국민 여러분,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 존 에프 케네디가 1961년 1월 미국의 제35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연설문에 담았던 내용입니다. 케네디의 취임 연설문은 6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연설 중 하나로 꼽히고 있지요.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에 이어 한국전쟁이 끝난 지 채 10년이 되지 않아 냉전이 극에 달했습니다. 그런 시대적 맥락에서 연설문을 읽어보면 절로 박수가 쏟아져 나올 것만 같습니다."제가 원하는 것은 우리가 조국을 사랑하는 만큼 조국도 우리를 사랑해 주는 것입니다." 1985년 영화 람보2의 마지막 장면에서 실베스터 스텔론이 했던 대사입니다. 역시 람보2에서 명대사라고 평가받는 장면 중 하나이지요. 이 영화는 냉전이 약화하고, 구소련에 개혁과 개방의 물결이 일던 바로 그 시기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저는 케네디의 연설문에서 '국가(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람보의 대사에서 '개인을 위한 국가(전체)의 역할'을 중요한 강조점으로 읽었습니다.파리올림픽이 끝났습니다. 우리나라는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 종목에서 모두 예선을 통과하지 못해 최근에 열린 올림픽 중 가장 작은 규모의 선수단을 보냈습니다. 총 144명의 선수밖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지요. 때문에 메달 획득 예상도 비관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대한체육회는 금메달을 5개 정도로 예상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결과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역대 최대의 성과를 올렸습니다.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물론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대부분 축제를 즐긴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유일하게 대회가 끝나고도 마음이 편하지 못한 선수가 있어 보입니다. 바로 배드민턴의 안세영 선수입니다. 안 선수는 금메달을 딴 후 협회에 서운한 마음을 토로했는

  • [톡(talk)!세상] 어느 기형(奇形) 소나무의 묵언(默言)

    [톡(talk)!세상] 어느 기형(奇形) 소나무의 묵언(默言) 지면기사

    일제, 전쟁물자 운송 '송탄유' 제조송진 채취 위해 참혹한 흉터 남겨 피해목들 70~90년 말없는 시위뿐할수 있는건 오로지 자리 지키는것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수 있는게 뭘까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를 통해 펄펄 끓고 있는 지구촌 뉴스가 우리의 현실임을 확인한다. 땡볕 더위에도 한 자리를 고수하며 끓는 대지를 식혀주고 있는 나무와 숲의 존재에 고마움이 커진다. 기후변화의 무쌍함을 오롯이 제자리를 지키며 이겨내고 있는 나무들에게서 위대함의 실체를 발견한다.지난 봄 집사람과 함께 제천 주론산 둘레길로 원정 맨발걷기를 다녀왔다. 산은 신록을 준비하고 있는 시간이었고, 산길은 맨발 딛기에 좋을 만큼 낙엽들이 쌓여 있었으며 작은 골엔 발을 담그면 시릴 정도의 개울물이 흘러내렸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으며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땅의 기운에 흠뻑 젖어들 무렵 우리부부의 눈을 사로잡은 소나무들이 있었다.기괴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형상의 소나무들은 밑둥 부근이 심하게 왜곡된 채 아물어진 상태를 보였다. 일제강점기 말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전쟁 물자 운송을 위한 송탄유(松炭油, 송진을 끓여서 생산한 기름)를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 전역의 소나무에서 마구잡이로 송진을 수탈하는 만행을 저지른 현장이다. 송진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소나무 밑둥에 날카로운 톱날로 V자 모양의 상처를 내고 그 자리에 철판을 끼워 넣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 입은 상처가 아물며 생긴 참혹한 흉터였다.기록에 의하면 일제가 1930년대 시작한 송진 채취는 전쟁에서 패망할 때까지 이어졌고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한 후 일본은 남은 송탄유를 어선의 연료로 사용했다고 전한다.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인천 강화도 보문사, 전북 남원 왈길마을, 경남 합천 해인사, 울산 울주군 석남사, 강원 평창 남산 등 다섯 곳에 피해목이 생육 중이며 강원 홍천군 수타사, 충남 홍성 결성 석당산, 충북 제천 주론산 등 전국의 21개소에 피해목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 상태라고 한다.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온다. 전국적으로 송진 채취 피해목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

  • [톡(talk)!세상] 당신이 챙겨야 하는 것

    [톡(talk)!세상] 당신이 챙겨야 하는 것 지면기사

    일상에서 챙겨야할것 많은 세상반드시 챙길것 있다면잃어버리면 곤란한게 마음이다오늘부터 감사한 일 5가지 써보자감사함 과정도 마음챙김의 단계챙겨야 할 것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일단 물건을 잘 챙겨야 한다. 예를 들면 우산, 가방, 지갑 등과 같은 물건들이다. 그런데 대부분 한 번쯤은 그 물건들을 챙기지 못하고 잃어버렸던 기억들이 있다. 예를 들면 비가 와서 우산을 들고 나갔는데 비가 그치고 나니 우산을 챙기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가방을 들고 갔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가방을 챙기지 못한 적도 있다. 지갑도 가끔씩 챙기지 못해 난처하게 된 적도 있다. 지갑은 다른 물건과 달리 챙기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번거로운 일들이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물건을 챙기지 못해 발생한 일들은 혼자 감내하면 그만이다. 챙기지 못한 물건, 그래서 잃어버린 물건들이 아깝기도 하지만 그리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챙기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정신이다. 특히 혼자가 아닌 여럿이 있을 때에는 정신을 잘 챙겨야 한다. 이를테면 수업시간에 정신을 딴 곳에 두고 있다가는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모임에서 정신을 딴 곳에 두고 있으면 대화에 낄 수가 없다. 또한 회의에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정신을 챙기지 못하는 것은 물건을 챙기지 못한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손해가 크다. 성적이 오르지 않고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한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이른바 스스로가 손이 많이 가는 유형이 되는 것이다. 물론 처음 한 두 번 정도야 주변에서의 이해도 있고 양해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정신을 챙기지 못하면 협업도 물 건너가고 주변에 사람들도 하나둘 멀어져간다.그렇다고 해서 물건이나 정신만 챙기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도 챙겨야 한다. 무엇을 바라고 챙기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배려 측면에서의 챙김이라고 할 수 있다. 경조사도 포함되지만 일상에서의 챙김이 필요하다. 일례를 들면 같이 일하는 사

  • [톡(talk)!세상] 양주 온릉(溫陵)에 7일의 왕비가 숨어 있다

    [톡(talk)!세상] 양주 온릉(溫陵)에 7일의 왕비가 숨어 있다 지면기사

    왕비 된후 7일만에 경복궁서본가로 쫓겨난 비운의 신씨중종 그리며 매일 인왕산 올라71세에 폐비로 왕릉 아닌 양주 장흥 일영리 선산에 묻혀 7년을 함께 살고, 왕비가 된 후 7일 만에 경복궁에서 쫓겨난 비운의 왕비가 있다. 13세에 성종의 둘째 아들 진성대군과 혼인하고, 20세 중종반정 때 그녀는 하루아침에 왕비가 되었다. 조선 역사상 최초의 반정이다. 기쁨도 잠시 좌의정이었던 아버지 신수근은 딸보다 동생인 왕비와 연산군을 더 걱정하였다. 아니 연산군의 왕세자를 믿었기에 반정 세력 박원종과 성희안의 눈 밖에 났다. 잘 나가던 신수근 3형제는 모두 같은 날 죽임을 당했다. 왕으로 즉위한 진성대군은 중종이 되었고, 부부인 신씨는 중전이 되었다.하지만 불안한 반정공신들의 끊임없는 상소로 7일 만에 인왕산 기슭 본가로 쫓겨났다. 그 후 71세 생을 마감할 때까지 51년 홀로 살았다. 7일간 왕비의 슬픈 이야기는 도성 안 인왕산 치마바위에서 도성 밖 양주 장흥에서도 전해온다. 어린 나이에 혼인한 신씨는 현명하고 지혜로웠다. 연산군 폭정에도 12살 차이가 나는 이복동생 진성대군은 궁 밖에서 부인과 조용히 살았다. 좌의정 신수근의 동생이자 고모인 왕비 신씨의 도움으로 인왕산 기슭 사직골에서 쥐 죽은듯 7년을 보냈다. 부부인 신씨는 반정군이 몰려온 역사적 순간에도 차분하게 군사의 말머리를 살피며 기다렸다. 그러나 1506년 9월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났다. 중전 신씨는 왕비에서 폐서인으로 경복궁에서 궁 밖 본가로 쫓겨났다. 폐비가 된 신씨는 사랑하는 남편 중종을 그리며 매일같이 인왕산 바위에 올랐다. 경복궁 근정전과 경회루 따라 거니는 중종을 향해 붉은 치마로 아침 문안 인사하였다. 하지만 공신들 등쌀에 힘없는 임금은 궁 밖 인왕산을 바라볼뿐 방법이 없었다. 조강지처를 버려야 살 수 있었다. 왕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왕비인 신씨를 버렸다. 왕과 왕비의 생이별이다. 슬픔에 젖은 폐비 신씨는 삼각산 넘어 아버지 신수근의 묘가 있는 양주로 갔다. 한양과 접경이고 이름처럼 '오래도록 길이 흥하다'는 장흥

  • [톡(talk)!세상] 초저출산 국가,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보여지는' 양육을 중심으로 본 저출산

    [톡(talk)!세상] 초저출산 국가,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보여지는' 양육을 중심으로 본 저출산 지면기사

    서로 학대하는 부모·자녀관계이혼도장 찍을 법한 TV 프로그램시간·돈 들여 양육 뽐내는 SNS…예비 양육자들에겐 모든게 부담소소한 기쁨 누릴 양육환경 절실지난 칼럼에서는 '결혼'을 중심으로 저출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한 바가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렇다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은 후 '양육'의 측면에서 본 저출산은 어떨지 그 시간의 흐름대로 살펴보고자 한다.우선 여러분들은 '양육'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십니까?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양육을 경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에 발간된 '인구 변화 대응 아동수당 정책의 재정 전망 및 개선 방안' 보고서(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에 의하면 자녀가 없는 신혼 가구의 경우에 월평균 140만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보았으며, 이는 실제로 드는 양육비보다 다소 상향된 결과를 나타냈다. 물론 본 조사는 연구 대상이 적기 때문에 일반화를 하는 데에는 조심스럽지만 전체적인 경향성을 보는 데는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또한 양육비의 부담에 대해서 다소 부담 혹은 매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결과가 80% 이상으로 나타나 양육에 대한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이렇듯 '실제' 부담 뿐만아니라 '인식'의 부담은 어디에서부터 기인한 것인가? 우선, 온라인 상에서 '보여지는' 양육에서 볼 수 있다. 다양한 SNS와 미디어에서 다루고 있는 양육은 이미 일반적인 범주 양육의 선을 넘은 지 오래되었다. 초창기 양육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말 그대로 순한 맛이었다. 미혼 연예인들이 영유아를 돌보거나, 쌍둥이 자녀들의 양육의 고단함과 기쁨, 인기가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집을 오픈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양육의 긍정적인 측면과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가정의 모습을 비춰주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다양한 채널과 프로그램에서 가족을 다루고 있으나 하루에도 여러번 웃음이 나오는 가족이 아닌 지금 당장 신고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서로를 학대하는 부모·자녀

  • [톡(talk)!세상] '개근거지'라는 말의 두려움

    [톡(talk)!세상] '개근거지'라는 말의 두려움 지면기사

    외신도 소개한 한국의 특이한 단어개근, 자기관리 상징 같은 기록인데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의욕 꺾는 말물질만능주의·경쟁 민낯 같아 씁쓸아이들에 정신 풍요로움 가르쳐야저는 나이가 30대 중반이 넘도록 거지로 살았습니다. 40대가 가까워서야 비로소 거지 신세를 면했지요. 아버지는 30년 넘게 공직에 근무하셨지만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 보니 자식들과 가족들의 부양을 위해 그저 성실하게 직장 생활에 충실하셨습니다. 5남매를 낳아 빠듯한 살림에 모두 고등교육까지 시켜주셨으니 자식들로서는 감사한 마음뿐이지요. 그러다가 제가 검사가 되고 난 후 부모님을 모시고 난생 처음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비로소 저와 저희 부모님은 거지 신세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지요. 이쯤 되면 무슨 말인지 다들 눈치채셨을 것입니다. 바로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인 '개근거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저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개근을 했습니다. 단 하루의 결석이나 조퇴도 없이 학교를 다녔다는 뜻이지요. 23년 가량 검사 생활을 하면서도 휴가기간을 빼고 조퇴나 결근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다닐 때에도 개근상을 받았지요. 저에게는 수료증보다 더 값진 것이었습니다. SNS에 그 사실을 알렸더니 많은 분들이 신기해 하시면서도 축하의 말씀을 해주셨지요.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개근상은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6년을, 중고등학교의 경우 3년을 그 학교에서 한 교시도 빠짐없이 모두 출석하였을 때 받을 수 있는 상이다. 병결 등이 없고, 늦잠 등의 지각이 하나도 없어야 하므로 학교에서 성적이나 대회 등으로 받는 상들을 제외하면 가장 받기 어려운 상 중 하나이다'. 어떤가요. 아주 자랑스러운 상이 아닌가요. 학교만이 아닙니다. 스포츠 분야에 있어서도 개근상은 받기 매우 어려운 상입니다. 그래서 경기에 빠짐없이 출전하는 '연속 경기 출장'과 같은 기록에는 찬사가 잇따릅니다. 실력도 좋아야 하지만 몸 관리도 잘해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기 때문이지요. 한 마디로 자기 관리의 상징과

  • [톡(talk)!세상] 한국 현대건축의 죽음

    [톡(talk)!세상] 한국 현대건축의 죽음 지면기사

    한강 건너다닐 때마다 시선을편하게 해주는 숲·초지 '노들섬'한 개인, 서구권 명품건축 추앙한국 현대건축 죽음 공식화건축계 동조·침묵 되레 불안하다한국 현대건축이란 경쟁력 없는 품종(品種)의 청소가 시작되었다. 외국산 우세종을 심는 건축에서의 제노사이드(genocide) 전쟁의 점화다. 서울 노들섬 이야기다.지금 나라 밖에서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청소 전쟁이 끝날 줄 모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화염이 멈추지 않는 지구촌, 강자의 목소리만 난무하는 세상, 전쟁은 늘 약소국의 시름을 깊게 한다.오늘날 한국 현대건축의 상황이 이와 다르지 않다.현재의 노들섬이 완공되기 전, 뒤바뀌는 행정권력의 입김에 따라 수차례 외제 명품건축을 수입하기 위한 예산 낭비형 건축설계 국제공모전이 반복되었다. 그 지난한 시간이 흘러 마침내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30대 한국인 건축가 맹필수, 김지훈, 문동환(studio MMK) 3인이 현재의 노들섬 프로젝트의 설계자로 화려하게 등장한다. 2016년의 일이다. 이들의 제안은 자연 생태 숲과 음악을 매개로 하는 복합문화기지를 만드는 일이었다.젊은 그들의 역작은 결과적으로 이전의 노들섬과 관련한 국제설계공모에서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제안했던 시선강탈 형 디자인을 지양했다. 대신 존재감을 최대한 지우고 한껏 몸을 낮춘 형태로 한강의 도도한 물길에 순응하는 작업으로 완공된다. '先운영 後건축'이라는 특별한 시스템, 즉 공간 운영프로그램을 먼저 만들고 그에 준하여 건축공간을 만든다는 성숙한 방식의 공모전을 통해 당선된 노들섬 프로젝트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2019년 가을에 대망의 개장을 하게 됐다.문제는 이 프로젝트가 박원순 시장 재임 시에 발원되고 완공된 일인데다 눈에 띄지 않는 노들섬의 시설물을 바라보는 시각차에 따른 시시비비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점. 그러던 중 오세훈 시장이 재등장한 후 노들섬 설계자인 건축가들은 오 시장의 입맛에 맞게 고쳐달라는 주문에 직면한다. 응할 수 없음. 받아들이기 어려운 갑질에 대한 당연한 거절이었다.그 후 노들섬은

  • [톡(talk)!세상] 과거의 숫자와 미래의 숫자

    [톡(talk)!세상] 과거의 숫자와 미래의 숫자 지면기사

    과거숫자, 개인·조직 성장 제한비록 영광스러워도 벗어나야미래숫자, 바로 할 일들 정리돼우선순위·구체적 청사진 그려져가능성을 찾는다면 현재를 봐야과거의 숫자가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의 경우라면 성적이나 학점, 성과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조직의 경우라면 매출액이나 수익률, 이직률 등과 같은 숫자도 과거의 숫자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숫자가 지닌 특징 중 하나는 보인다는 것이다. 변하지도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돌이킬 수도 없다. 이와 함께 지금 서 있는 자리나 위치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거의 숫자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크다.한편 이러한 과거의 숫자는 현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목표를 설정할 때 과거의 숫자를 보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면 과거의 숫자는 의도치 않게 개인이나 조직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기도 한다. 일례로 만일 과거의 숫자가 80%였고 이를 기준으로 해서 목표를 10% 상향한다고 했을 때 현재의 목표는 88%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능력은 100%나 120%의 가능성이 있거나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숫자가 개인이나 조직의 성장에 발목을 잡게 되는 경우다. 물론 과거의 숫자에 기반하면 현실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달리 보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겠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반면 미래의 숫자도 있다. 그런데 미래의 숫자는 과거의 숫자처럼 보이거나 정해진 숫자는 아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의 숫자는 개인이나 조직이 얼마나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하다. 이와 같은 미래의 숫자도 과거의 숫자와 마찬가지로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과거의 숫자와는 결이 다르다. 정해진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숫자를 기준으로 현재를 정하는 것과 미래의 숫자를 기준으로 현재를 정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미래의 숫자로 현재를 정하게 되면 지금 하는 일과 해야 할 일에 대해 설렘을 느끼게 된다.

  • [톡(talk)!세상] 추사 김정희 세한도(歲寒圖)는 손창근옹이 지켰다

    [톡(talk)!세상] 추사 김정희 세한도(歲寒圖)는 손창근옹이 지켰다 지면기사

    '개성 최고 부자' 아버지 손세기와모든 재산으로 국가 유산 지켜내국가에 304점 기증 '금관문화훈장'며칠전 별세, 죽음도 못 알리게 해국립중앙박물관에 '父子기념실'도세한도는 알아도 세한도가 어떻게 그려졌는지는 잘 모른다. 세한도를 그린 김정희 삶은 알아도, 세한도를 기증한 손창근옹은 아는 이가 없다. 며칠 전 문화유산 애호가 손창근옹이 9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304점 국가 유물을 기증 후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손창근옹은 죽음도 알리지 말라며 홀연히 떠났다. 개성 최고 부자인 아버지 석포 손세기 선생과 아들 손창근은 모든 재산으로 국가 유산을 지켰다. 남은 재산도 국가에 기증하고 떠났다. 손창근옹은 누구일까?국립중앙박물관에 '손세기·손창근 기념실'이 있다. 그곳에 국보 세한도가 세상과 조용히 만나고 있다. 세한도는 제주에서 한양으로 그리고 북경으로, 다시 서울에서 도쿄로 시간이 흐르며 주인도 바뀌었다. 주인은 바뀌어도 세한도는 변함이 없다. 180년 전 제주에서 추사 김정희는 제자 우선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선물한다. 1844년 제주로 유배된 후 4년쯤 사람도 소식도 모두 끊겼다. 절대고독의 시간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유배길에 제자는 한결같았다. 그 마음을 담아 한 폭 그림으로 그렸다. 팥죽과 같은 먹물로 빗자루 쓸 듯 붓 하나로 그림에 혼을 담았다. 59세에 그린 인생작이 세한도(歲寒圖)다.'추운 겨울이 된 후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이제야 알았다'. 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 松柏之後凋) 그림 속 글을 써 고마움도 담았다. '오랫동안 서로 잊지 말자' 장무상망(長毋相忘) 인장도 함께 넣었다. 인간의 모든 면을 생각하게 한다. 역관 이상적은 배 타고 제주를 떠나 한양에 온다. 그 후 청나라 북경으로 세한도를 지인들에게 알린다. 스승이 감격해 보내고, 제자는 가슴 따뜻하게 16인 발문을 받았다. 그림은 간단하고, 간명하다. 담백한 집 한 채 변함없는 마음이 전해진다. 삶의 고통 없이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이시영·오세창·정인보도 세한도에 발문을 담았다.

  • [톡(talk)!세상] 초저출산 국가,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 결혼을 중심으로 본 저출산

    [톡(talk)!세상] 초저출산 국가,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 결혼을 중심으로 본 저출산 지면기사

    고용불안·주거·출산육아 부담교육경쟁·일과 생활 조화 어려움정부, 저출산 5대 주요 원인 꼽아청년층 '반드시 결혼' 비율도 급감'사람과 사람 못 만남' 걱정할 시점합계출산율이 1.3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0.68로 전망되어 초저출산 국가보다도 훨씬 낮아질 예정이다. 매일 언론매체를 통해 "나라가 위기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 등 다양한 우려의 소리를 듣고 있으나 무감각해진지 오래다. 이제까지 조 단위의 예산이 저출산을 막기 위해서 매년 투입되었다는데, 도대체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국회예산처에서 발행한 2023년 경제 현안 분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정도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수가 감소하는 동시에 급격히 고령화되어 가고 있다. 즉, 삶의 양극단에 있는 인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증감하고 있어 역삼각형의 인구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현상은 노인의 빈곤과 청년층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며 사회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될 것으로 각 세대가 살아온 배경과 공유하는 가치관이 달라서 생기는 '정서적인 세대 갈등' 수준을 뛰어 넘는 '현실적이며 잔인한 세대 갈등'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암시한다.우리나라에서 자녀를 낳는다는 의미는 아직까지 비혼 가정의 자녀 비율이 매우 소수임을 생각했을 때 혼인과 출산이 연결 선상에 있다. 그러므로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살펴볼 때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왜 결혼하지 않는가? 드라마에서는 아름다운 온갖 종류의 사랑을 다루고 있고, 결혼에 대한 비현실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이 인기를 모으는 현상은 변함이 없는데 왜 우리는 이제 완벽히 드라마와 현실을 분리하게 된 것인가?실제로 정부에선 고용불안, 주거부담, 출산과 육아 부담, 교육경쟁 심화, 일과 생활 조화의 어려움을 저출산의 5대 주요 원인으로 지정하였다. 고용불안 측면에서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청년의 첫 일자리 근로형태가 1년이하 단기계약직인 경우가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