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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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거짓, 법치, 퇴행 지면기사
거짓이 난무한다. 온갖 거짓이 삶과 사회를 휩쓸고 있다. 거짓말이 흘러넘치고, 거짓 글과 거짓 행동이 현란한 춤을 추면서 마침내 삶과 존재가 거짓으로 휘몰리고 있다. 거짓이 나쁜 까닭은 이것이 우리 삶을 허망하게 만들고, 존재 자체를 허물어버리기 때문이다. 거짓은 그것이 가리키는 모든 것을 욕되게 함으로써 그 참됨을 망가뜨린다. 거짓은 순수함과 의미를 오염시킴으로써 그 영혼을 해체한다. 모든 것은 허무의 늪으로 빠져든다. 마침내 우리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고 아무데에 의지할 수 없으며, 삶을 둘러싼 모든 것에서 다만 허무의 깊은 절망과 마주하게 된다. 허무의 깊은 심연은 지옥 불처럼 쉴 새 없이 우리를 삼켜버리려 한다. 이 허무와 치욕을 견딜 수 있을까. 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삶을 이끌어가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를 지켜낼 규범이 있어야 한다. 거짓은 그 모두를 파괴하기 때문에 거짓이 난무하는 삶과 사회는 마침내 파멸로 치닫게 된다. 그런데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우리 삶과 사회를 이렇게 온갖 거짓이 난무하는 곳으로 몰아가게 만들었다. 거짓을 경고하고, 거짓이라 말해야 할 언론이, 학문이 거짓을 부추긴다. 거짓을 드러내야할 예술이 침묵한다. 거짓된 삶이 무너뜨리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풍요로움에 현혹된 사람들은 그 거짓을 애써 외면한다.우리 삶과 존재 파괴 시키는 '거짓'정치·경제·관료·언론·학계 지도층이익 카르텔 위해 끊임없이 치달아 거짓은 다만 명제에 자리한다. 가짜는 그것을 판단하고 언어화하는 우리의 말과 의미 안에, 그 의미의 터전 안에 있을 뿐이다. 거짓은 사물과 사건에 있지 않고 그것을 판단하고 언어화하는 우리의 존재 안에 웅크리고 있다. 그래서 거짓은 우리의 말과 의미를, 우리의 삶과 존재를 파괴하게 된다. 그렇게 파괴된 말과 의미를, 그 삶과 존재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깨어지고 무너지더라도 참됨과 의미를 향해 매몰차게 나아갈 때만이 그 모두가 가능하지 않을까.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한 줌의 도덕에, 한 푼의 경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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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북한의 핵무기 개발비용과 암호 화폐 지면기사
도대체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비용은 어디서 나오는가. 발사 뉴스를 지켜볼 때마다 드는 의문이다. 비슷하게 궁금해 하는 기관이 또 있다. 대북 송금이 없는지. 오늘도 과거의 잣대로 지난 정부의 대북 문제를 수사하는 검찰도 있다. 틈만 나면 문재인 정부와 엮으려는 일부 정치인들도 있다. 그러나 그 궁금증을 풀 수 있는 해답이 나왔다. 지난 18일 마요르카스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싱가포르 국제 사이버 주간 서밋(SICWS) 행사에서 '최근 2년간 북한이 10억 달러(약 1조4천200억원) 이상의 암호화폐를 탈취해 무기개발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올해 발생한 암호 화폐 탈취 사건의 60% 정도가 북한과 연계된 해커들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또 하나 궁금한 것은 북한이 어떻게 전 세계를 상대로 해킹을 행하는가. 과연 북한의 IT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굶주림에 허덕인다는 뉴스가 머리에 각인된 우리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지난 5월 미국의 국무부·재무부·FBI는 북한의 IT 장악력과 위험성을 경고하는 '북한의 정보기술노동자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은 과학과 기술진보를 중시하고 있다고 했다. 최우수 학생들은 금성아카데미나 금성 제1중학교 등에서 일찍 선발하여, 과학기술 프로그램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국립과학기술대학 등에서 3만여명의 학생이 수준 높은 IT학위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美 암호화폐 탈취 60%가 북한 추정해외 IT 노동자 파견 年 30만불 수익 미국은 2019년 기준으로 37개 북한 대학이 정보보안을 포함한 고도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과정을 운영하는 85개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훈련된 수천 명의 IT 노동자를 중국과 러시아 등 전 세계로 보내는 조직은 군수산업부문 제313총국, 원자력산업부, 조선인민군, 조선교육위원회의 대외무역부, 중앙위원회 과학·교육부의 평양정보기술국 등이라고 한다. 해외 북한 IT 노동자는 미화로 연간 30만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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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무책임한 친일몰이 정치 지면기사
최근 서울시립대학을 방문한 일본 대학생들을 통해 한류를 실감했다. 20여명에 달하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K팝과 영화, 드라마, 한국 음식을 소재로 자기소개를 마쳤다. 모든 학생이 K콘텐츠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걸 보면서 내심 놀랐다. 말로만 듣던 K콘텐츠와 한류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K콘텐츠에서 비롯한 한류는 한국어와 한국문화 배우기로 이어지면서 선순환을 낳고 있다. 사실 K콘텐츠와 한류는 김대중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10월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공동선언은 1965년 한일 정상화 이후 두 나라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킨 획기적 선언으로 평가받는다. 한일 정상은 양국이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를 열어가자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공동선언에 따라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했다. 일부에서는 왜색 문화를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결과적으로 25년여가 흐른 지금 왜색은커녕 오히려 한류가 압도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혜안과 결단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韓, 대중문화·IT 등 日에 압도적 우위민주당 이재명 대표발 친일 프레임지지층 결집·사법 리스크 은폐 의도 한국이 일본에 앞선 건 대중문화 뿐만 아니다. 반도체와 가전제품, IT, 행정 정보화에서는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다녀온 일본 여행에서도 '국뽕'을 넘어 우리가 일본을 앞질렀구나 하는 확신을 가졌다. 신칸센이나 지하철 검표 시스템은 단적이다. 일본에서 신칸센이나 지하철은 아직도 종이 티켓을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오래 전 사라진 유물이다. 또 KTX에서는 검표도 없다. 반면 일본에서 대면 검표는 여전하다. 행정 정보화는 한참 앞서 있다. 우리는 전국 어디에서든 주민등록 등본과 초본을 뗄 수 있다. 공인 인증서만 있으면 개인PC로도 가능하다. 일본은 주소지에서만 가능하다. 만일 한국 유학생이 일본에서 은행계좌를 개설하려면 한 달여가 필요하지만 한국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지난주 일본 3대 목조 다리 가운데 하나인 이와쿠니(岩國) 긴타이교(錦帶橋)에 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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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명절, 어떻게 쇠어야 하는가?" 지면기사
'오월농부(五月農夫), 팔월신선(八月神仙)'이라는 말이 있다. 오월의 농부들은 고단한 나날을 보내야 한다. 땅을 일구고 곡식을 가꾸기 위해 찌는 듯한 무더위를 견디어 내어야만 했다. 그렇게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팔월이 되면 여름내 쏟아낸 땀방울은 어느덧 보람으로 결실을 맺었다. 알알이 영글어 알찬 곡식이 되었고 향기로운 과일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즈음이 바로 우리의 명절인 추석이었다. 그렇기에 추석의 풍요롭고 넉넉한 모습을 유만공의 시 '추석(秋夕)'에 '무가무멸사가배(無加無滅似嘉俳)'란 구절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만 해라'라고 한 유래가 되었다. 재한외국인 255만(2019년 12월 현재) 시대, 아시아의 나라들은 우리와 같은 추석 명절을 쇠고 있을까? 궁금함을 덜고 명절은 어떻게 쇠는 것인지 의견을 보태고자 이 글을 쓴다. '中 추석' 월병 만들고 '항아' 기려베트남 '쭝투' 일본 '오봉' 닮은 꼴아시아인들 수확 감사의 의례 지내 추석 명절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도 유사하다. 먼저 중국은 보름달 모양의 떡인 월병(月餠)을 만들어 먹으면서 달 속에 산다는 '항아(姮娥)'를 기린다고 한다. 이는 항아가 달의 신이 되었다는 믿음에서 기원 된 것이다. 한편 월병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서도 만날 수 있다. 베트남(Vietnam)은 비엣(Viet)족의 나라라는 의미인데 베트남의 북쪽 지역은 중국문화의 영향권 내에 있었다. 그러한 영향으로 베트남 북부의 풍속은 중국의 문화를 닮아있다. 베트남은 추석을 쭝투(Trung Thu, 仲秋)라고 하며 명절 음식인 보름달 모양의 '반 쭝투(Banh Trung Thu)'를 먹는다. 인구의 25%가 중국인인 말레이시아는 추석을 휴일로 하지 않지만 '달 떡축제(Moon cake festival)'기간에 월병(Moon Cake)을 판매하고 있으며 월병을 선물로 주면서 추석을 즐긴다. 메이지유신 이후 음력을 쓰지 않는 일본에서는 8월13일부터 16일까지가 추석 즉 '오봉'이다. 일본도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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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죽어가는 대학 지면기사
이 땅의 대학은 죽음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죽었으되 죽지 않은 화석이 되어 여전히 살아있는 듯이 착각하는 한국의 대학, 좀비처럼 게걸스럽게 움직이고 있지만 자신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대학은 너무도 슬프다. 그 안에서 내일을 향해 살아가려는 젊은이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여전히 연구와 교육에 헌신하는 젊은 연구자들이 허덕이고 있다. 대학의 죽음이야 상관할 바 아니지만 살아있을수록 더 죽음으로 내몰리는 이들의 모습은 나를 슬프게 한다. 이로써 이 사회가 나락으로 빠져들고 가야할 곳을 잃은 채 방황하는 것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진리와 정의 따위의 말들이 웃음거리가 되는 현실이 아프다. 한 줌 정치권력을 움켜쥔 정책 당국자들이 대학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사학운영자를 비롯한 대학 권력을 움켜쥔 그들, 그러나 대학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 단 하나의 이해도 가지지 못한 그들이 이 죽음을 재촉한다. 그 뒤에는 우리 공동체를 단지 경제적 이익 집단으로 간주하는, 이 나라의 경영주체들이 젊음과 연구의 열정을 좀비로 만들고 있다. 사학 운영자들 자신 소유물로 착각허황되고 화려한 자본 논리에 종속살아있는 열정을 죽음으로 내몰아 경제는 수단임에도 그것이 목적인 양 착각하는 그들, 좀비처럼 화석이 되어 게걸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마치 살아있는 것인 양 착각하는 그들, 젊은 열정과 미래를 다만 수단으로 착취하는 그들이 이 죽음의 가해자이다. 다만 대학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학이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듯이 착각하는 사학 운영자들은 철저히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어 있다. 그들은 다만 외적 성장의 수치와 현실적 운영을 명분으로 그나마 살아있는 열정을 죽음으로 내몰아 간다. 교육부를 비롯한 정책 당국자들과 정치권력은 그들이 대학의 목적조차 갈아치울 수 있는 듯이 행동한다. 이 사회는 그들 무지렁이들이 무슨 커다란 권위라도 진 듯이 착각하여 그 텅 빈 논리를 맹종한다. 젊은이들은 미래를 담보 잡힌 채 대학이 마치 삶의 보증이라도 되는 듯이 굴종한다. 대학이 죽으면 규범이, 지식과 진리가 죽는다. 죽었으되 죽은 줄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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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경제안보와 컨트롤타워 지면기사
미국의 대 중국 통제가 다시 강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렸던 관심이 다시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엔비디아 사태'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금지가 전 세계의 반도체 기업을 강타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긴급경제권한법과 수출관리통제법 등을 통해 첨단기술이나 제품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이 경제안전보장을 명분으로 통제에 나선 것은 중국의 경제력과 과학 기술력의 급속한 발전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천인계획'과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인재영입과 첨단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양자 기술과 바이오 등에서는 미국을 앞선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은 외국인의 미국내 투자를 제한하는 외국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에 이어 국가핵심역량방위법을 통해 미국 밖의 투자도 통제하는 법률을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제시한 첨단기술통제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계승되고 있다. 영국의 국가안전보장투자법은 기밀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제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 6월 경제안보추진법을 제정하고 보호대상으로 삼을 특정 중요기술 20개를 예고하였다. 경제안보장관을 별도로 설치하여, 컨트롤타워도 정비하였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은 국민의 생존과 국가의 번영에 과학기술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 핵심은 공급망의 확보, 첨단기술의 유출 방지, 중요 인프라와 데이터의 보호, 첨단기술의 개발에 대한 지원이다. 특히 국가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적 경쟁 환경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AI, 바이오, 로봇, 양자 등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첨단기술을 장악하는 국가가 게임 체인저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보호 대상으로 선정한 기술 분야와 인프라를 보면 향후 세계를 좌우할 기술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다. 기술침해 처벌위한 수사 전담 필요첨단기술 유출 기업도산·국민삶 직결 국가핵심기술과 산업기술보호를 위해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보다 앞선 2006년 산업기술보호법을 제정하였다. 그리고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산업기술보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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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모든 살아있는 생명들이 행복하면 좋겠다 지면기사
올 봄에 도서관 가까이 사는 이웃집 마당에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와서 함께 살게 되었다. 도서관 주변의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는 하지만 막상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생명체와 한 지붕 아래 살게 되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나온 지 두 달 조금 넘었다는데 밥은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대소변은 어떻게 가릴 것인지, 고양이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이 생명을 덥석 받은 것이다. 이곳저곳 다양한 채널로 아기 고양이 돌보는 것에 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좌충우돌 그렇게 아기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생명은 참 신비로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생명을 챙기고 보살피느라 부지런하게 움직이면서 하루하루 활력이 생겼고, 도서관에 들어서는 이용자들은 아기 고양이와 인사하며 봄날 햇살처럼 더 부드럽고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조그마한 녀석들 덕분에 웃음이 많아졌고, 고양이들 이야기로 사람들과 시시콜콜하게 나눌 이야깃거리도 많아졌다. 사소한 일인 것 같지만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그리고 언뜻 보면 우리가 고양이를 보살피는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그들이 우리를 돌보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사랑스러운 반려견 입양살다보니 성가시고 경제 부담 느껴고마움 잊고 버리는 이기적 행동도 지난 8월20일(매년 8월 셋째 주 토요일)은 '세계 유기동물의 날'이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수의 동물들이 버려진다고 한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외출과 여행이 쉽지 않던 기간에는 유기동물의 수가 감소했다가 위드 코로나로 일상이 회복되면서 다시 유기동물의 수가 증가했다. 외부활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동물을 돌보는 것이 불편하고 신경이 쓰여 버리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날수록 유기동물도 늘어나고 있다.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제도와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먼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생명 존중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잘 묘사하고 있는 그림책 '으리으리한 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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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이재용은 바꿀 수있을까 지면기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9일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본격적인 경영행보를 알렸다.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뒤 첫 공식 일정이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5년 취업제한 규정 때문에 운신 폭이 좁았다. '경영 족쇄'가 풀린 이 부회장은 이날 밝은 표정으로 직원들과 소탈하게 어울렸다. 사진 촬영 요청에 응대하고, 구내식당에서는 배식 판을 들고 줄을 섰다. 그가 선택한 '우삼겹 숙주라면'은 가장 빨리 동났다는 후문도 있다.삼성전자 직원들은 세계 초일류 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오너 일가와 경영진 리스크 때문에 빛바랜 경우도 적지 않다. 삼성 X파일과 뇌물 전달 혐의로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일류 기업 이미지는 크게 훼손됐다. 이 부회장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다. 기업인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 말을 믿으면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확인한 사면 결정이라는 점에서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이건희, 생전 사회적 책임·환원 장려5대 160년 그룹승계 스웨덴 발렌베리물의 없어 국민들에 존경·사랑 받아 지난 주말 이건희 컬렉션에 다녀왔다.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전에는 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몰렸다.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 이렇게 뜨거웠던가 싶을 만큼 가족단위 관람객이 주를 이뤘다. 장르와 시대를 뛰어넘은 이건희 컬렉션은 방대했다. 소장품은 청동기 시대 방울부터 조선시대 문인화, 근현대 회화 그리고 백남준 아트까지 미술사를 관통했다.이건희 컬렉션은 기부 문화의 전형이다. 우리 재벌 대기업은 압축 성장과 정책 특혜를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사회적 책임은커녕 오너 일가의 도덕적 문제로 입줄에 오르기 일쑤였다. 이건희 컬렉션은 기부문화를 앞서 실천했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이중섭' 또한 이 회장 안목을 엿볼 수 있다. 이중섭(1916~1956)은 손바닥 크기 엽서와 담배 속지에 가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담아냈다. 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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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귀화한 개망초에게 이주민 정책을 물었다" 지면기사
전국 들녘 어디를 가나 망초꽃이 지천이다. 특히나 경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면 어김없이 망초꽃을 만난다. 많고 많은 꽃이며 흔하디흔한 꽃이라 망초는 으레 이 땅에 피고 지는 꽃이라 여길 것이다.그런데 망초는 귀화식물이다. 귀화식물이라는 명칭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외래종이니, 외래식물이라는 용어는 들었어도 귀화식물이라는 용어는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망초와 같이 조선 시대 말 개화기를 즈음하여 외국에서 들어온 식물들을 귀화식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 들어왔다고 모두 귀화식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외래식물 스스로 증식하지 못한다면 귀화식물이 될 수 없다. 즉, 외래식물이 귀화식물이 되는 것은 한국의 자연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해야 하며 번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망초는 외래식물로 한국의 토양에 완벽히 적응하였고 왕성한 번식력을 갖추어 귀화식물로 분류된다.망초의 유입과 정착과정을 보니 재한 이주민들의 삶과 많은 점에서 닮아있다. 유입의 과정이 그렇고 명칭에 대한 불편함과 부당함이 그렇다. 한국 사회에서의 절대적 필요성 또한 그러하다. 농사를 짓지 않는 땅에 망초가 뿌리를 내렸듯 다투어가려 않는 일터에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섰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던 한적한 농촌에 결혼이주여성들이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일정 기간의 체류와 한국어의 능력 등 조건이 충족되면 귀화가 허락된다. 이를 보아도 이주와 정착, 귀화의 과정과 절차는 식물도 사람도 예외일 수가 없다. 망초는 나라 망하게 하는게 아니다춘궁기때는 먹거리·한방에선 약초유용함에도 인정 못 받아 안타까워 각설하고 망초(莽草)는 북아메리카가 고향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나라를 망치게 하는 꽃'이라는 의미로 '망초(亡草)'란 불명예를 안게 되었을까? 내력은 이러하다. 개화기 철도를 개설하면서 선로를 떠받치는 침목(枕木)이 필요하였고 이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하였다고 한다. 그때 침목에 붙어 망초의 씨앗이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다 보니 일본이 우리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퍼트린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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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거대한 착각 지면기사
불과 세 달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 실상이 드러나고, 많은 이들이 그 맹목과 독단을 확인하는 데 걸린 시간치고는 너무도 짧았다. 지금 우리는 그들이 법 기술에만 능할 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운영할 생각이나 능력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하고 있다. 공동선이 무엇인지, 국가라는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전무할 뿐 아니라, 다만 한 줌의 권력을 소유하고 확인하는 능력만이 뛰어난 사람을 선택할 줄 아무리 후회한들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을 선택한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은 무엇을 착각한 것일까? 문화사적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위기의 시대이며 거대한 전환의 시점에 놓여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18세기 이래 유럽 사회가 만들어놓은 현대 세계의 체제는 그 유효성이 다했다. 정치적이며 경제적인 관점에서 엄청난 풍요를 가능하게 했고, 지식적으로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과를 초래한 것이 지금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였으며, 과학·기술주의적 지식체계였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그 한계와 역기능을 남김없이 겪고 있다. 기후위기가 그러하고, 정치사회 경제적 파탄이 그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성찰적 지식과 초월적 특성에 대한 지각을 망각하게 만드는 지식 체계가 우리를 의미상실의 세계로 몰아가고 있다. 한때 우리에게 모든 것이 가능하리란 착각을 안겨준 체제가 이제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사람답게 살기위해 많은 것들 포기지금은 경제적 풍요 가장 위협받아 18세기에 이르러 어느 시대와도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담긴 빈곤과 비참함을 직시한 칼 맑스는 그 정치경제 체제를 자본주의란 이름으로 규정했다. 그 허상을 종교라는 이름의 이념이 인민을 거짓 위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 무의미의 질곡 안에서 경제라는 거짓 위안을 찾고 있다. 지금의 풍요가 지속되어야 하며, 경제적 퇴보가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래서 한 줌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공동체에 대한 생각이나 인간다움을 위한 최소한의 절제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