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월요논단] 유대인의 음식율법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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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유대인의 음식율법이 주는 교훈 지면기사

    내일이 중복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의하면 기원전에도 복(伏)날이 있었다고 한다. 사료 고증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지만 복날에 개를 잡아 열독(熱毒)을 다스렸다는 것이다. 더위에 지친 육신을 보신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경험적 지혜였을 것이다.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삼복더위를 피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복날의 대표 음식은 삼계탕이다. 물론 보신탕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은 민어, 장어, 오리, 흑염소도 인기다. 그러나 냉방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고, 특별한 음식으로 영양을 보충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오히려 덜 먹으려는 시대이다. 꼭 먹어야 할 음식이 있는 반면 먹는 것을 금하는 음식도 있다. 건강관리 차원이나 개인의 체질에 따른 차이가 주된 이유다. 민족 소멸 막으려 이민족 차이 강조특별한 식생활 철저 신경 동화 예방결국은 성스러운 백성 정체성 유지 그렇다면 종교적 차원에서 특정 음식을 금기시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종교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직간접으로 관련한다. 종교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식생활은 인간의 생존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종교가 음식에 대해 관여하는 방식은 금기로부터 시작한다. 이슬람에서 금기하는 음식은 술과 돼지고기 그리고 규율에 따라 도살하지 않은 고기 등이다. 유교에서는 제사상에 비늘 없는 물고기를 올릴 수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도 술과 고기 그리고 오신채 등을 금지한다. 종교마다 식생활에 관해 엄격한 계율이 있지만 주목되는 것은 유대교의 음식율법(Kosher)이다. 유대교의 음식율법은 피의 섭취, 육류와 유제품의 혼합, 돼지 등 오염되었다고 여겨지는 동물의 고기에 대한 금기를 중심축으로 하고 있다. 물론 금기의 유래나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특히 구약성서에서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신의 절대적인 명령으로 말하고 있다. 종교사적 시각에서 보면 음식과 관련된 생각의 차이가 유대교와 기독교가 분리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유대교의 음식율법이 이슬람의 음식율법인 할랄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유대교의 음식율법이

  • [월요논단] 자연을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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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자연을 자연스럽게… 지면기사

    여름 장마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요 근래에는 장마철이 되면 폭우로 옆 산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이 순식간에 마당을 물바다로 만들고 논두렁을 따라 크고 작은 개천들이 넘쳐 물로 출렁인다. 기후변화로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변 정리 등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이럴 때마다 혹시나 비가 새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로 날씨 예보에 관심을 더 많이 기울이게 된다. 도시에 살 때는 비오는 날을 참 좋아했는데, 시골 단독주택에 살면서 자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면서 비에 관한 감성을 많이 잃어버렸다.장마철에는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도로침수와 하천범람 등의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하천범람의 원인으로는 불필요한 옹벽과 보를 들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하천의 홍수 피해를 예방하고, 수질과 수생태를 보호하기 위해 불필요한 콘크리트 보 철거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최근 보를 철거하고 하천을 복원하는 것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여러 지역에서 보를 철거하는 작업이 시작되고 있는데, 경기도 분당 탄천의 콘크리트 보를 걷어낸 이후 생겨난 변화들에 주목해 볼 수 있겠다. 지난 5월에 보를 철거한 뒤 두 달 만에 자연스러운 하천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장마철을 지나며 자연스러운 침식과 퇴적작용이 일어나면서 더 빨리 회복했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 재해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록적인 폭우·폭염·가뭄 기상이변인간의 잘못된 자연 정복·이용 원인분리·파괴시키면 결국 같이 못 살아 그림책 '강변 살자(박찬희 글, 정림 그림, 책고래)'를 보면 생명이 살아가는데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한다. 우리가 사는 마을에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그 강줄기를 따라가면 늪이 펼쳐지고 모래사장과 갈대밭이 이어지는 곳이면 좋지 않겠는가. 이 그림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강과 함께 살았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강가에서 고무줄놀이도 하고 공차기도 하다가 더우면 강에 뛰어들어가 물장구치고 다슬기도 잡고 그러다보면 어느덧 해가

  • [월요논단] 제주 '생각하는 정원'과 파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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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제주 '생각하는 정원'과 파랑새 지면기사

    보물섬, 제주의 환경과 생태는 경이롭다. 제주 사람들이 생각하기엔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개발을 이유로 더는 훼손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따금 도로를 넓히고 건물을 짓기 위해 나무를 베고 숲을 파헤쳤다는 보도를 접하면 화가 난다. 제주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2002년), 세계자연유산(2007년), 세계지질공원(2010년)까지 유례가 없다. 후보군도 넘쳐난다. 이 가운데 '생각하는 정원'은 특별하다. 정원에는 한 농부의 땀과 혼이 배어 있다. 올해 84세인 성범영 원장은 평생을 이곳에서 나무와 돌, 바람과 함께했다. 그 시간이 무려 55년이다. 그는 황무지에 돌을 쌓고, 흙을 퍼 나르고, 나무를 심어 세계적인 분재 정원을 만들었다. 정원을 방문한 5일에도 땀을 쏟으며 뙤약볕 아래서 나무를 돌보고 있었다.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은 로마 바티칸 성당에서 꼭 봐야 하는 그림이다. 미켈란젤로는 두 작품을 각각 4년, 8년에 걸쳐 그렸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스탕달 신드롬'을 경험하기도 한다. 미켈란젤로가 혼신을 다해 걸작을 남겼다면 성 원장은 일생을 바쳐 삽과 가위로 정원을 창조했다.84세 성범영 원장 일생 바쳐 창조中·日·유럽 고위층들 마음 빼앗겨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지지 보내'생각하는 정원'을 가장 먼저 알아본 이는 중국 장쩌민 주석이었다. 장쩌민은 1995년 이곳에서 분재 철학과 한 농부가 보여준 의지에 감동했다. 그는 중국에 돌아간 뒤 "'생각하는 정원'에 가서 배워라. 정부 지원도 없이 농부 한 사람이 일군 역사를 본받으라"고 했다. 이후 후진타오 부주석을 비롯해 6만 여명에 달하는 중국 지도자들이 다녀갔다. 성 원장 이야기는 중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정원은 중국 관광객이라면 예외 없이 들르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수상과 북한 최고위층도 다녀갔다. 분재 문화가 생소한 유럽인들 또한 이곳에 마음을 빼앗겼다.중국에서는 성 원장을 우공(愚公)으로 부른다. 지극한 일념으로 산을 옮긴 '우공이산(愚公移山)'에 빗댄 긍정적 호칭이다. 실상은 '미친 놈

  • [월요논단] 마빈 해리스와 '종교로서의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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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마빈 해리스와 '종교로서의 자본주의' 지면기사

    한 학기를 끝내고 방학이 시작될 즈음 학생들로부터 받는 이메일은 성적 문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간혹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 끼어있고, 그 중에는 도서 추천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추천하는 책들의 목록은 들쭉날쭉 일정치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저작은 대체로 목록에 올라가는 편이다. 문화 차이로 인한 편견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어찌하여 이런 현상이 발생하였는가를 설명하는 논리가 퍽 탄탄하기 때문이다. 또한 종교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가령 이슬람교에서는 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였는가. 돼지는 먼 거리를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목 생활에 적합하지 않다. 잡식성 동물인 까닭에 같은 먹이를 두고 인간과 경쟁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젖과 털까지 제공하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돼지가 제공하는 것은 오로지 고기밖에 없다. 더군다나 돼지는 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한다. 따라서 돼지 사육에는 상당한 비용이 지출될 수밖에 없다. 중동의 고온건조한 날씨 속에서 돼지가 견딜 수 있도록 시설을 마련하고, 날마다 돼지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한편, 한 장소에 정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가의 사치품인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부류는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심각한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편이 이슬람교의 돼지고기 섭식 금지라는 것이 마빈 해리스의 분석이다. 한 문화권 가치를 절대 기준 삼으면다른 문화권 관습 비하·조롱 위험'문명 상대주의' 나아갈 필요성 긴요 아마 초등학생 시절 읽었던 '아이반호'의 한 장면일 터이다. 이슬람인들이 마상창경기 관람석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들의 자리를 빼앗는 방식은 칼에 돼지고기를 꿰어 그들의 얼굴 앞에 갖다대는 것이었다. 어째서 이슬람인들이 허겁지겁 자리를 피하는지 알 수 없었던 까닭에 기억하게 된 장면인데, 훗날 대학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작가의 재치인 양 그려진 저 대목에는 유럽 백인 중심주의가

  • [월요논단] 민선 8기, 견제와 균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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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민선 8기, 견제와 균형으로 지면기사

    한국 정치의 성장통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선거를 보면 누군가는 너무도 쉽게 당선되었고 누군가는 안타깝게 고배를 마셔야 했다. 흔히 "정치는 해야 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고,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이 한마디로 한국 정치의 현주소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게다가 지방자치제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근거의 하나로 '지역이 사분오열된다'는 점이다. 저마다 지역을 위한다고 출사표를 던지지만 선거과정에서 빚어진 상호비방으로 인해 지역의 분열은 심화되고 지지자 간에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것이 일정 부분 사실이라고도 판단한다.그런데도 민선 8기는 곧 돛을 달고 닻을 올리게 되었다. 우순풍조(雨順風調)의 환경이 조성된다고 하더라도 목적지까지 아무 탈 없이 순항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암초와 같이 보이지 않는 위험도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방자치단체의 항해는 승선한 모두의 몫이지 선장만의 책임도 조타수만의 책임도 아니다. 출마의 변과 같이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하였다면 사사건건 갑론을박할 것이 아니다. 지혜와 경륜을 함께 나누고 보태면서 오직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협력해야 한다. 행정의 수장과 지방의회의 다수당이 여와 야로 나뉜 지방자치단체가 다수인 것으로 확인된다. 견제를 위한 기본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견제는 조화로움을 목표로 하는 것이지 몽니를 부리고 뗑깡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 편향되고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일이 견제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이제 나머지는 배려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충분조건을 채우는 일이다. 배려가 없다면 공동체는 무너진다.정치는 '할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지자체 항해는 선장만의 책임 아냐행정 수장과 의회 여야 나뉜곳 다수 이러한 교훈을 우화(寓話)에서 만난다. '어느 날 두루미가 여우를 집으로 초대하였다. 식사를 대접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평소에 여우의 행동이 마땅찮았던 두루미는 호리병에 음식을 내놓았다. 초청을 받았던 여우는 단박에 빈정 상했다'. 식사 자리의 결과는 어떠했겠는가. 익히 알고 있고, 익히

  • [월요논단] 생활정치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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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생활정치의 회복 지면기사

    전제군주체제를 벗어나 시민 사회가 형성되었던 근대에 이르러 정치와 사회 영역은 분리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 정치권력이 국가 구성원의 사회적 삶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면, 근대 사회는 인민이 시민으로 위치 지워짐으로써 사회와 정치영역의 체제가 분리되어 운영되기에 이른 것이다. 자유주의(liberalism) 정치사상과 자본주의가 정착되면서 정치권력은 시민 사회와의 길항관계에서 그 정당성을 추인받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는 시민의 일상적 삶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현대사회에서 정치권력과 시민사회는 상호작용하면서 자신의 타당성과 유효함을 확인받게 된다. 이른바 87체제 이후 한국사회는 이런 민주주의의 형태를 절차적인 수준일망정 대체로 잘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특권 계층의 이해관계가 과잉 대표되면서 시민 사회적 삶의 영역에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자산을 독점한 세력을 중심으로 사회적 정보와 운영권을 과점한 정치 관료 계층과 언론을 비롯한 전문 지식인 집단이 카르텔을 형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진행되면서 정치는 사법화 되었고 이로써 법조세력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마침내 사법의 정치화가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들 계층이 사회적 자산과 그 소유 및 분배 체제를 독점하면서 정치 사회적 위기가 극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적 풍요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시민의 삶이 일상적으로 황폐화되는 것은 모두 이런 체제에서 생겨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의 양당체제는 이런 과점 현상을 가장 잘 보증하는 정치형태이다. 이제 시민사회를 위한 정치는 점차 소멸되고 있다. 양당 체제는 과점 보증 정치 형태적당한 갈등·타협으로 '풍요 공유'시민의 정치목소리 감춰지고 있어 지난 지방선거 투표율이 겨우 50%를 넘어선 것이나 509명에 이르는 무투표 당선자는 물론, 지역별로 특정 정당이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이런 역기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금 시민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주어져 있지 않다. 한국

  • [월요논단] 신약 값 26억원과 건강보험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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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신약 값 26억원과 건강보험 확대 지면기사

    '졸겐스마(Zolgensma)'는 노바티스 파마의 척수성근위축증(SMA)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제이다. 신약의 값이 미국에서는 210만달러, 일본에서는 1억6천707만엔이다. 달러 환율로 단순 대입하면 26억5천만원에 달한다. 이 난치병에 걸린 영아의 상당수가 2세 전에 사망한다. SMA를 알게 된 것은 1850년대이다. 그 원인을 파악하는데 100년이 소요됐다. 그리고 발병 기전을 연구하고, 치료제 개발을 진행했던 150년 동안 많은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보호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노바티스의 자료에 의하면 국내에서는 매년 30명 정도가 SMA를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그러나 SMA를 '황금 질병'이라고 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도 최고가 논란이 있었다. 도대체 약값은 어떻게 책정되는가. 보통 신약 가치를 결정하는 약값 산식에서 치료방법에 의해 얻게 되는 수명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졸겐스마의 약값이 초고가가 된 것은 1회 투여로 장기간 유효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졸겐스마를 사용함으로써 기존 '스핀라자'의 투여가 불필요해지는 기간을 계산해 약가를 산출했다. 거기에다 근본치료의 가능성이 있고, 1회 투여로 환자가 완치에 가까워진다는 점 등을 가산하여 1억6천700만엔이라는 사상 최고의 약값이 되었다. 희귀질환 치료제 '졸겐스마' 약가격협상 타결땐 8월 급여 가능하지만비용부담 방법 등 넘어야할 산 많아 초고가 약값은 2019년 WHO 총회에서도 문제가 되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의약품 가격, 연구개발비, 임상시험 데이터, 특허정보 등에 대해 투명성을 요구했다. 반면 제약업계는 투명성이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연구개발비 공개가 혁신적인 치료법 도입을 꺼려 환자의 신약 접근이 지연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 논쟁이 주목받은 이유는 베일에 싸인 약값 비밀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독일, 영국, 일본, 미국 등은 제약회사에 연구개발비 공개를 강요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노바티스도 졸겐스마를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다. 미국 기업 에이브시스를 87억

  • [월요논단] 봄바람 불듯이 평화의 바람 불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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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봄바람 불듯이 평화의 바람 불어주소서 지면기사

    얼마 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이 한·일 순방 후 귀국하던 지난 25일에는 북한에서 미사일을 3회 발사했다고 한다. 이에 우리나라와 미국은 미사일 대응 발사와 양국의 긴밀한 안보 공조에 임했다고 한다. 이러한 즉각적인 맞대응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긴장감과 불안감이 느껴졌다.강화도는 지형적 위치가 남한에서 보면 한반도의 북서쪽이다. 북한이 가까워서인지 실향민과 그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도서관 봉사를 꾸준히 해주시는 분과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북쪽에 살고 있는 형님 생각이 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1950년 6월25일 발생한 한국전쟁으로 이산가족의 슬픔을 가까이서 들었다. 남쪽으로 피난 오신 부모님께서 조부를 모시고 오느라 큰 형님을 두고 올 수밖에 없었기에, 평생을 간절한 그리움과 슬픔을 가슴에 안고 사셨다고 한다. 본인은 기억하지도 못하고 전해들은 아련한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그의 아버지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 그리움 다룬장기려 박사 이야기 그림책 생각 나 남북문제, 전쟁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림책 '엄마에게(서진선 쓰고 그림, 보림)'를 생각하게 된다. 전쟁으로 한 가족이 겪게 된 비극과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그림책으로 한국의 슈바이처로 알려진 장기려 박사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장기려 박사는 한국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되었다. 부모님과 아내, 다섯 아이를 북한에 남겨두고 둘째 아들과 단둘이 부산으로 피난 와서 남한에서 여생을 보냈다.'아빠는 평안북도 용천군에서 태어나셨고 나는 평양 종로에서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장기려 박사와 함께 피난 온 둘째 아들의 시점으로 바라본 전쟁과 전쟁으로 인해 헤어진 가족, 특히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그렸다. 1950년 6월25일 일요일, 온 가족이 단란하게 휴일을 즐기고 있을 때 전쟁이 일어났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와 부산으로 피난을 왔다. 계속되는 전쟁과 휴전협정으로 곧 만날 줄 알았던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아이는 북쪽에 있는 가족이

  • [월요논단] 왜곡된 언로와 제주 '장두'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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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논단] 왜곡된 언로와 제주 '장두'의 출현 지면기사

    제주에서는 일찍이 '장두의 시대'가 펼쳐졌던 바 있다. 1813년 양제해의 난, 1862년 강제검의 난, 1898년 방성칠의 난, 1901년 이재수의 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주지하다시피 장두란 여러 사람이 서명한 소장의 첫머리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출현한 장두인 경우에는 상황이 간단치 않았다. 민란과 결합하는 양상을 곧잘 띠었기 때문이다. 제주의 장두 전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조선 중앙정부는 1629년부터 1823년까지 제주도에 출륙금지령을 발동하였다. 제주인의 출륙을 막아 그들로써 제주도를 왜적으로부터 방어하도록 삼는 한편 한반도에 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조처였다. 출륙금지령으로 인해 제주인들은 경래관이 어떠한 패악을 저질러도 그 억울함을 중앙정부에 알릴 아무런 수단도 갖지 못하게 되었다. 언로가 끊기고 만 것이다. 그래서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서 제주인들은 소장을 작성하여 해결을 촉구하는 동시에 소장을 중앙정부에 전달하기 위한 방편으로 민란을 일으켜야만 했다.민란이 실패하면 소장은 폐기되고 장두는 죽음에 처해졌다. 민란이 성공하면 소장은 중앙정부에 전달되었고, 중앙정부는 소장의 건의 사항을 수용하면서 장두의 목을 베었다. 그러니까 장두는 민란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이래저래 죽음에 처해져야 할 운명이었던 것이다. 왕이 장두를 효수했던 것은 자신이 임명한 관리를 섬 바깥으로 쫓아낸 데 대한 응징이었다. 기실 장두를 앞세운 민란에서 장두가 경래관을 살해하는 일은 없었다. 경래관 살해는 역모를 의미하며 이는 중앙정부와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었던 바, 목호의 난 등 중앙정부에 맞섰다가 무참하게 살육당한 기억과 트라우마를 가진 제주 민중들이 역모에 반대하였기 때문이었다. 제주성 함락 뒤 역모 의사를 밝힌 전라남도 출신 장두 방성칠이 제주 민중들에게 배척당했던 경우에서 이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조선 중앙정부, 제주에 출륙금지령억울함 알리려 민란 일으킬 수밖에실제 장두가 경래관 살해 사실 없어 장두를 공부하면서 오랜 기간 도무

  • [월요논단] 여론과 상식에 바탕한 협치
    칼럼

    [월요논단] 여론과 상식에 바탕한 협치 지면기사

    윤석열 정부가 오늘로써 출범 일주일째다. 한데 설렘과 기대보다 불안과 우려가 교차한다. 총리는 공백인데다 장관들 또한 듬성듬성 구멍 난 상태다. 첫 국무회의조차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장관을 빌려와 가까스로 열었다. 국민들에게 안정된 모습을 보여야 할 새 정부 입장에서 가파른 여야 대치는 부담이다. 새 정부는 불안한 출발선에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40%대 중후반에 그쳤다. 인사에서 주된 원인을 찾지 않을 수 없다.인사는 지향점과 철학을 반영한다. 여론은 감동도 참신함도 찾아보기 어려운 인사라며 인색한 평가다.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으로 대표되는 1기 내각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국민들 눈에는 과거로 회귀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일부 후보는 '내로남불' 시비에 휩싸였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사퇴했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는 아직 논란 속에 있다. 또 검찰 출신을 대통령실에 전면 배치한 것도 불편하다. 공직기강과 총무, 인사, 법무까지 핵심을 검찰 출신이 꿰찼다. 여성은 씨가 말랐다. 장관 18명 가운데 1명, 청와대 비서관 39명 가운데 3명, 차관 41명 가운데 2명에 그쳤다. 전문성과 능력을 고려했다지만 심각한 불균형이 아닐 수 없다.새 정부가 보여준 빈곤한 인사 철학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또한 비판 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거대 의석을 앞세워 협치와 반대되는 행보를 걷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출범한 새 정부는 장관 18명 가운데 7명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역대 정부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발목잡기'라는 공세에 민주당은 항변하는 게 쉽지 않다. 국무총리 인준 또한 정치대결로 전락했다.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 후보 지명 이후 줄곧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부적격 인사'라며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尹정부 출범후 '강대강' 국면 장기화'부적격 인사' '몽니정치' 국민 피해 국민의힘은 총리 인준을 미루는 배경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와 연계한 발목잡기라는 시각을 갖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