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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 진짜 이웃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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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진짜 이웃의 모습 지면기사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이른 장마가 시작된 지난 7월의 어느 날, 저녁 무렵 찾아간 한 빌라 앞에서 취재원을 만났다. 그는 빌라 현관에서 집을 나서는 이웃 가족을 보자 반갑게 인사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두 가족은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것 같다", "가족들과 저녁밥을 먹으러 가느냐"며 익숙한 듯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반가운 인사를 끝마치고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취재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까 인사한 가족은 몇 층에 사는 가족이다", "처음 입주했을 땐 신혼부부였는데 이젠 아이들이 둘이나 된다"는 등 가깝게 지내지 않으면 모를 이야기들을 술술 읊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이웃집 천장 곳곳에서 비가 올 때마다 물이 샌다며 대신 제보해 온 취재원이었다.비슷한 장면은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또 다른 취재원으로부터 걸려왔던 전화였다. 자신이 얼마 뒤면 전셋집에서 쫓겨날 처지인데 옆집에 홀로 사는 어르신이 걱정된다는 이야기였다. 어르신은 가족과도 왕래가 없어 평소 자신이 챙겨왔지만, 이제 이사를 하면 챙길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어르신도 자신처럼 언젠가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데 치매에 걸려 이 상황조차 모르고 있다며 울먹이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이 취재원들은 모두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다. 이웃을 챙기는 보기 드문 광경은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를 취재하는 곳에선 꽤 자주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인터뷰를 위해 만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에게 전세사기 피해 이전과 현재 어떤 것이 가장 달라졌는지 물었다. 그는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게 된 것"이라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서로를 돌보다 보니 다세대 주택이라면 흔히 겪는 주차갈등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문득 내 옆집엔 누가 살고 있는지 생각해봤지만 알 수가 없었다. 이들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진짜 '이웃'의 모습을 보게 됐다. /백효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100@kyeongin.com백효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 [노트북] 사과의 T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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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사과의 TPO 지면기사

    혼란한 세상이다. 올여름 유난히 사건·사고가 잦았다. 자고 일어나면 자살, 교통사고 등 누군가의 부고 소식이 들리고 흉기 난동, 영아 살해, 샤니 제빵공장 끼임사, 안성 공사장 붕괴, 잼버리 파행 등 잔혹한 범죄와 눈살 찌푸려지는 부정과 비리가 전해졌다. 하도 사건·사고가 많다 보니 지난 6월 영아 살해·유기 사건은 지난해 밝혀진 사건인 것처럼 까마득하다. 수많은 사건·사고 속에서 두 달여 동안 지속적으로 'LH 철근 누락 아파트'와 '카카오 공동체 단체 행동'을 취재했다. 경중을 매기자면 전자가 후자보다 무거운 사건으로 분류된다. 전국적인 반향과 파장 면에서 그렇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봤을 때 두 사건은 '사과'와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통하는 구석이 있다. 전자는 사과를 할수록 일이 커지고, 후자는 사과를 하지 않아 일이 커지는 경우다.LH는 여러 차례 사과에도 불구하고 점점 국민과 입주민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정확한 정보를 통해 사과하지 않은 게 패착이었다. LH는 지난달 30일 무량판 아파트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철근 누락 아파트 사건에 대해 처음 사과했다. 당시 LH는 발주한 무량판 91개 아파트 단지 중 15곳에서 철근이 누락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열흘 뒤 무량판 아파트 단지 수를 101개로 수정하더니, 이틀 뒤엔 102개로 다시 정정하고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가 5개 더 있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처음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철근 누락 개수가 경미해 자의적으로 제외했다는 게 LH의 해명이었다.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추가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이한준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고, 임원 4명은 사직서를 냈다.이에 LH가 거듭 사과하며 부실 공사 대책, 전관 업체 근절 방안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해도 입주민들의 반응은 냉정하다. 계약 해지 건수가 늘어가고 있으며 몇몇 입주민협의회 측은 철근 누락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을 다시 요구하고 있다. 사과가 역효과를 본 셈이다.반면, 카카오 공동체 단체 행동은 창업자인 김범수

  • [노트북] 1%의 오류
    칼럼

    [노트북] 1%의 오류 지면기사

    종이를 찢어발길까. 분노에 가득 차 욕설을 지껄일까. 아니면 가만히 비웃으면서 책장을 넘길까. 가끔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곤 한다. '난쏘공'을 읽는 재벌 총수, '대도시의 사랑법'을 읽는 호모포비아,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읽는 우리 아버지 같은 베이비붐 세대 아저씨. 그러다 대충 결론을 넘겨짚었다. 애초에 이들은 각각 조세희, 박상영, 최은영의 소설을 읽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지난 주말,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를 1년 만에 만났다. 오랜만에 봤어도 어색함 하나 없이 신이 나게 떠들었다. 그저 사는 게 바쁘니깐 잠시 멀어졌던 거로 생각하려 했지만, 사소한 잘못 그리고 얼마 전 읽기 시작한 책 내용이 중간중간 떠올라 마음이 불편했다. 물론 잘못의 주체는 '나'였다."그 사람이 누군데?" 5년여 전, 서울 어딘가로 맛집 탐방을 가기 위해 수원역에서 올라탄 기차 안이었다. 친구가 최근 다녀왔다는 누군가의 북콘서트 이야기를 꺼냈다. 울었다고 했다. 작가가 하는 말이 자기 상황과 맞물려 갑자기 눈물이 났다면서. 그 작가의 이름은 '은유'. '그 사람이 누군데?'라는 질문은 기실 '그 사람이 뭔데?'였던 것 같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왜 눈물을 보이는지 의아했다. '힘든 일이 있었어?'라고 미처 되묻지는 못했다.공교롭게도 최근 선배 3명에게 선물받고, 대출받고, 추천받은 책 3권의 저자는 모두 은유였다. 이중 '완독 압박'이 분명한 대출받은 책을 먼저 펼쳤다. 조심스러운 비유지만 은유의 글은 실효성 있는 심리상담 같았다. 온기로 가득하되, 그렇다고 무턱대고 다정하지는 않다. 작법론을 전하는 사람 특유의 책임감 있는 태도라고 느껴져 어느새 팔짱을 풀고 마음을 열었다. 비판을 가장한 비꼬기부터 하는 냉소주의자는 어쩌다 보니 이토록 따뜻한 은유 작가의 글을 읽게 됐다. 마구 밑줄을 긋고, 책 모퉁이를 접고, 필사하고 싶어졌다.책 속에, 더 나아가 기사에 담긴 내용을 배반하는 인생을 사는 사람은 '충실한 독자'가 될 수 없을 거라고 단정했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 [노트북] 계속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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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계속 취재하고 있습니다 지면기사

    약속했었다. 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20대 청년이 공장에서 일하다 숨졌던 현장을 숨가쁘게 누볐던 때다. 막 수습 딱지를 떼었던, 건조하고 기계적인 육하원칙 취재에만 익숙했던 당시 그 경험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전달을 넘어 의지를 담고자 취재칼럼을 지면에 남겼다. 그 현장을 잊지 않고 찰나의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계속 취재하겠다는 약속이었다.부끄럽지만 그 약속은 최근까지 민망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다른 사건들에 비해 유달리 비극적인 사건은 아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열달여 동안 숱한 사건을 접하면서, 알려지든 알려지지 못하든 사연 없는 사건은 없었다. 단지 '기사가 되느냐'에 대한 판단이 있을 뿐이다. 그곳을 계속 취재하겠다는 생각은 여전했지만, 지금 이 시점에 기사가 되긴 어렵다는 판단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거듭 제쳐 두었다.이달 공교롭게도 지난해와 같은 기업의 다른 계열사 작업장에서 또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유형의 공장이었고, 같은 방식의 끼임 사고였다. 고민 없이 현장을 찾았다. 기사가 될 거리가 있을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뭐라도 알아내야만 했다. 누군가의 가족의 죽음을 가장 밀접한 곳에서 접했다. 익숙한 슬픔이었다. 구조적인 환경도 익숙했다. 뒤늦게 떠올린 약속에 대한 부채감 같은 것일까. 지금도 잠들기 전까지 사고 장소를 고민하고, 다음 날 그곳을 찾고 있다.어떤 사건이든 이 넓은 세상에 그리 유별난 일이 아닐 수 있다. 과한 사명감은 부끄러움만 남긴다는 것도 깨달았다. 어쩌면 기사가 될 만한 소재를 효율적으로 취재하는 기자가 좋은 기자일 수도 있다. 다만 다른 계산 없이 마땅히 취재해야만 하는 것들도 분명 존재한다. 취재하지 않아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투박한 열달 전 약속은 그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리고 있다. 이젠 새로운 다짐을 남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저 취재로 밝혀져야 할 일이 있다면, 그 현장에서 당연하게 취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김산 사회부 기자 mountain@kyeongin.com김산 사회부 기자

  • [노트북] 비대면 진료 법제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칼럼

    [노트북] 비대면 진료 법제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면기사

    코로나19 이후 의료업계에서 가장 큰 변화는 '비대면 진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고, 진료도 대면이 아닌 전화나 앱을 통한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일시적 조치였기 때문에 정부가 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한 이상 재논의 대상이 됐다.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 종식을 공식 선언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비대면 진료를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계도기간이 이달 끝나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언뜻 보면 법적 근거가 부족했던 비대면진료의 법제화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비대면진료를 운영해온 플랫폼업계와 의료업계 모두 정부의 섣부른 법제화를 우려하고 나섰다. 플랫폼업계는 재진 환자만 진료가 가능하게 하고 약 배송을 금지하는 등 정부의 제재 내용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전화로 진료를 받고 처방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데 같은 병원, 같은 증상을 3개월 이내에 진료받아야 한다는 재진 규정과 약은 대면으로 받아야 한다는 규정으로 비대면 진료의 장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반대로 의료업계는 약물 남용과 오진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각에서 비쳐진 것과 다르게 의료업계도 비대면 진료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섣부른 법제화로 환자들의 진료권이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3일과 24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을 논의한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이 3개월도 채 안 된 시점이다. 현재 국회의 추세라면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업계도 플랫폼업계도 법제화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대체 누구를 위한 비대면 진료 법제화란 말인가. /서승택 경제부 기자 taxi226@kyeongin.com서승택 경제부 기자

  • [노트북] 무량판공법 마녀사냥
    칼럼

    [노트북] 무량판공법 마녀사냥 지면기사

    지난주 지하주차장 기둥에 철근(전단보강근)을 빠뜨린 LH(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 아파트 15개 단지 명단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파주 운정, 인천 가정 등 이미 입주 중이거나 공사 중인 단지들로 15개 단지 중 7개 단지가 경기·인천에 소재했다. 철근 누락 아파트 명단이 공개되면서 '무량판 공법'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LH가 무량판 공법으로 발주한 단지를 조사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무량판 공법을 사용한 민간아파트 293개 단지도 전수 조사한다고 했다. 무량판은 내력벽이나 수평 기둥인 보 없이 기둥이 바로 콘크리트 천장인 슬래브를 지지하는 구조다. 기둥과 맞닿는 부분에 하중이 집중되는 특성상 기둥 주변에 철근을 여러 번 감아줘야 한다. 철근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으면 슬래브가 뚫릴 수 있다. 관련된 사고 사례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현장 붕괴가 거론된다. LH가 발주하고 GS건설이 시공한 단지로, 지난 4월29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지하 1·2층 총 970㎡ 지붕 구조물이 무너졌다. 지난달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원인 중 하나로 철근 누락을 지목했다. 지하주차장 32개 기둥 중 19개 기둥의 철근이 빠져서다. 이와 함께 설계와 감리, 시공 등 전반적인 연쇄 부실이 사고로 이어졌다고 봤다. 공법은 문제로 거론되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무량판 공법 자체엔 문제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장점이 더 많다는 시각이다. 지하주차장을 무량판 공법으로 시공할 경우 땅을 기존보다 덜 파도 돼 비용이 적게 든다. 소음도 기둥을 통해 빠져나가 벽식구조보다 층간소음도 덜하다. 명단이 공개된 단지들도 무량판 공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본질은 부실이다. 설계에서부터 기둥에 철근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거나 시공과정에서 철근이 빠졌다. LH 퇴직자와 관련 있는 전관(前官)업체가 설계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무량판 공법엔 죄가 없다. 설계부터 시공, 감리 등 건설현장 전반적인 점검을 살피는 게 먼저다. /윤혜경 경제부 기자 hyegyung@kyeongin.com윤혜경 경제부 기자

  • [노트북] 고양 소노, 데이원스포츠 전철 밟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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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고양 소노, 데이원스포츠 전철 밟지 말아야 지면기사

    프로농구 10번째 구단으로 고양시에 둥지를 튼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의 행보가 거침없다.KBL은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의 KBL 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와 총회를 통해 대명소노그룹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이하 소노)의 회원 가입을 승인했다.정식으로 KBL 회원이 된 소노는 김승기 감독을 선임하고 2013 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였던 앤서니 베넷과 수원 KT 소닉붐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재로드 존스 등을 영입했다고 발표하며 2023~2024시즌을 위한 선수단 구성까지 마쳤다. 특히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있는 미국 프로농구 NBA에서 가장 높은 순위로 지명됐던 앤서니 베넷을 품에 안은 것은 한국 프로농구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구단 운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분명 프로농구 팬이나 고양시민들에게 좋은 일이다.고양 오리온이 오랫동안 고양시에서 팀을 운영해 왔지만, 데이원자산운용이 오리온을 인수하며 2022~2023시즌 프로농구판에 뛰어들었다. 이후 (주)데이원스포츠가 KBL의 정식 회원사가 됐지만, 재정 문제로 인해 KBL 가입금을 지연 납부하고 선수들의 급여도 제대로 주지 못했다. 결국 KBL은 데이원스포츠를 제명하고 프로농구 10구단을 운영할 기업 찾기에 돌입했고 소노가 그 주인공으로 등장했다.소노가 없었다면 경기 북부 지역에는 프로배구 남자부 의정부 KB손해보험만이 프로 구단으로서 남아있게 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소노가 프로농구단 운영을 결정해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데이원스포츠가 사라지는 전 과정을 지켜본 프로농구 팬들과 고양시민들은 매의 눈으로 소노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소노는 데이원스포츠의 전철을 밟지 말고 지속 가능한 구단 운영 방안을 수립해 연고지인 고양시의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김형욱 문화체육부 기자 uk@kyeongin.com김형욱 문화체육부 기자

  • [노트북] 고기잡이 명맥 끊는 조업한계선
    칼럼

    [노트북] 고기잡이 명맥 끊는 조업한계선 지면기사

    최근 인천의 노포(老鋪)를 다룬 기획 '이어가게' 시리즈를 취재하며 오래된 가게 몇 곳을 방문했다. 인천시청 근처 상가만 봐도 시시각각 간판이 오르내리는데, 노포들은 3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이어가게로 선정된 노포는 음식점, 사진관, 방앗간, 공예사, 한복집 등 업종·분야가 천차만별이었다. 이들 가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부모님 세대'부터 이어진다는 것. 노포의 주인장들은 부모 밑에서 일을 배우며 그들의 방식을 전수받고, 거기에 본인만의 스타일을 덧붙이고 있었다. 그렇게 전통이 생기고 유지, 발전되고 있었다.인천 앞바다에도 대대손손 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강화군·옹진군 일대에서 조업을 하는 어민들이다. 이들 대다수는 부모 세대에서 시작된 역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수십 년 전부터 아버지가 다녔던 뱃길을 따라 새우·꽃게·농어 등을 잡으며 생계를 잇고 있다.이들에게 최근 위기가 생겼다. 1960년대부터 존재했던 '조업한계선'이 급작스레 조업 활동의 걸림돌이 됐다. 접경지역인 강화군 일대 바다는 강화도 창후항, 교동도 남산포항, 볼음도 볼음항 등을 연결하는 조업한계선이 있다. 수십 년 동안 강화 지역 어민들이 조업한계선을 넘어도 행정처분이나 단속이 없었는데, 2020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조업한계선에 대한 사법 처분 조항이 생기면서 어민들은 조업을 위해 배를 몰기만 해도 언제든 범법자가 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조업을 그만두고 배를 내놓는 어민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대를 잇는다는 건 생업을 잇는 차원을 넘는다. 30~40년 이상 대물림된 전통은 그 지역의 귀중한 역사이자 자산이 된다. 한 어민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조업활동을 후손들에게 계승하고 싶어요. 동료 어민들이 그만두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조업한계선이 하루빨리 어업 활동이 가능하도록 조정돼 우리 어민들의 숨통이 트였으면 좋겠습니다." /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yoopearl@kyeongin.com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 [노트북] 예외의 삶을 살다간 그에게
    칼럼

    [노트북] 예외의 삶을 살다간 그에게 지면기사

    베트남 이주노동자 당꾸이쭝이 화성의 한 택배회사 물류터미널에서 일하다 숨진 뒤 회사의 대응은 어쩌면 '일상적인 것'이었다. 사고 다음날 회사는 각 영업소와 지사에 폭발한 우레탄폼 스프레이를 무기한 접수하지 말라는 내용의 긴급 공문을 내린다. 택배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다른 회사들도 해당 제품을 집화 금지품목에 올리는 등 바삐 움직였다. '누군가 죽어야 바뀐다'는 말을 마치 매뉴얼에 새겨놓은 듯, 이들의 대응은 오차 없이 능숙하게 진행됐다.그러나 그런 회사의 대응은 숨진 노동자에게만은 예외였다.책임자가 재발 방지를 논하고 피해자 측에 사과와 배상을 약속하는 '일상적인 그림'조차 보이지 않았다. 폭발 위험 품목이 어떻게 물류 터미널에 들어갔는지, 그런 물품이 담긴 택배 상자를 무방비 상태로 나르다 끝내 목숨을 잃었는지에 대해 회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누군가에게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안전할 수 있는 내일이 그와 같은 이들에게는 없다. 그런 내일은커녕 이미 위험이 편재한 불안전 일터에서 오늘을 살아낼 뿐이다.그가 죽음에 이른 과정만큼이나, '죽음 이후'도 '예외적인 것'이었다.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치고 그의 시신이 추모공원으로 향한 날이었다. 유족 측은 죽음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출입국사무소와 경찰로부터 받아 화장 절차를 밟았지만, 그의 시신은 화장되지 못한 채 다시 장례식장 내 안치실 냉장고로 들어갔다.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해당 추모공원은 체류기간이 지난 미등록 신분의 외국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베트남 대사관의 동의를 받는 비일상적인 경로를 한 번 더 거쳐서야 그의 유골은 본국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이쯤이면 모두가 한패다.누군가는 죽어도 바뀌지 않고, 응답하지 않는 일터를 오늘도 살아낸다. 그런 그들이 만든 안온한 일상에서 나는 빚만 쌓는다. 그의 명복을 빈다. /조수현 사회부 기자 joeloach@kyeongin.com조수현 사회부 기자

  • [노트북] 세이노의 역설
    칼럼

    [노트북] 세이노의 역설 지면기사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삶은 이미 생명이 죽은 삶이다.", "일과 관련된 공부를 할 때는 피를 토하는 자세로 하라."'세이노(Say No)'라는 필명으로 순 자산 1천억원대 자산가가 쓴 에세이 '세이노의 가르침'이 인기다. 온갖 서점의 베스트셀러 1위를 휩쓸었고, 책에서 나온 글귀들은 SNS를 타고 명언처럼 회자되는 중이다.그의 가르침은 하나같이 굉장히 자극적이다. 앞선 문장들처럼 그는 본인의 생각과 경험담들을 통해 읽는 사람에게 나태한 삶을 살지 말라고 끊임없이 채찍질한다.MZ세대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면서 누군가에게 조언하는 사람들은 '꼰대'가 되는 시대가 됐다. 꼰대는 가르치려 하지 않아야 하고, 20·30세대는 이러한 조언을 듣는 척이라도 하지 않다는 게 사회적 통념이 된 셈이다.그런데 특이한 건 이 책을 찾는 다수가 MZ세대란 점이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올해 상반기 20·30대 독서량과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1위를 차지했다. 욜로, 워라밸 등이 유행하는 시대에 세이노의 가르침이 1위 기록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역설'이다.사무실에서 에어팟을 꽂고 일하는 20대 직장인의 모습, 눈치 보지 않고 휴가 쓰는 신입사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이직하는 사회초년생 등 최근 젊은 세대들은 미디어를 타고 희화의 중심 대상이 됐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무한경쟁과 양극화, N포 세대 등 현재 MZ라 불리는 20·30대는 치열함 속에 불안과 희생에 얼룩진 단어로 표현된 것과 상반된다.작가의 필명인 세이노 역시 현재까지 믿는 것들에 "No"라고 말하고,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세이노 열풍은 사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자기주장과 권리를 똑바로 표현했다는 이유로 나태한 것처럼 포장된 청년 세대의 역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닐까. /고건 정치부 기자 gogosing@kyeongin.com고건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