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노트북] 'K' 유감 지면기사
무릇 '말의 무게'를 실감한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표현들이 어색한 일상어로 굳어지는 사례를 심심찮게 접하기 때문이다. 'K'도 그렇다. 한국적인 것을 뜻하는 접두사로 굳어진 K는 국제 무대에서 한국 노래 장르를 표현하는 단어에 불과했다. 국위 선양급 파급력을 나타내면서 국제적 자부심을 가질 만한 분야라면 여기저기 K가 붙기 시작했다. 어떤 경우는 과한 자부심을 주입해 거북하다는 반응을 낳기도 했다. 지면에 남는 표현 하나 하나를 고민하는 입장에선 매 단어마다 어색하게 읽히진 않을지 경종을 울리는 단어인 셈이다.최근 한 K 단어를 독자로서 접했을 때도 익숙한 거북함이 떠올랐다. 허영인 SPC 회장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불출석 이유서에서다. 그룹 내 잇따른 산업재해 책임으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허 회장은 "K푸드 세계화와 함께 SPC그룹 글로벌 사업 확장을 목표로 계획된 불가피한 해외출장"을 이유로 출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식'이라는 어엿한 우리말을 두고 어색한 외래 합성어를 운운하는 것은 둘째치고, 자사 영업활동에 K를 붙여 가며 국감 출석 의무보다 우위에 있다는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하는 모양새다. 거론된 김에 한번 K를 써보자면, 설령 SPC가 세계화를 주도한들 이를 동반해 국제사회에 알려질 'K노동'은 어떨까. 지난해 사망사고로 질타를 받고 그룹 차원의 재발방지 약속이 있었음에도 올해 다시 사망사고가 반복됐다. 그룹 전반에 크고 작은 끼임 사고도 여전히 벌어졌고, 국감 기간 한 계열사 대표이사가 고개를 숙인 와중에도 다른 작업장에서는 손가락 골절 사고가 있었다. SPC 세계화의 비결로 이런 K노동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건 자부심은커녕 두려울 일이 아닌가 싶다."신선도가 중요한 식품 제조업 특성상, 다른 산업군과 비교해 보면…." 사측 입장을 물을 때마다 항상 억울한 반론이 돌아온다. 국회 출석 요구는 그것을 직접 설득하라는 요구일 뿐이다. K를 붙일 만한 자부심이라면 그리 어려울 일이 아니지 않을까. 국감장이 아닌 청문회장에 서게 된 허 회장을 주목할 이유다. /
-
칼럼
[노트북] 고향이 어디세요? 지면기사
"탁구 해외동포부는 조 추첨을 위해 지하 사무실로 모이시기 바랍니다."지난 16일 전남 목포실내체육관. 안내방송에 졸음이 달아났다. 재밌는 취재가 분명하다. 대체 무슨 사연으로 이민을 갔다 다시 고국에 라켓을 잡으러 온 걸까. 전국체전을 위해 모인 16개국 해외 동포 선수 중 경기도민이 없을 리는 만무하다. 당시 시간은 오전 9시40분. 20분 동안 취재를 마치면 10시에 치러지는 경기대 한도윤의 시합도 무사히 볼 수 있다.예상 시나리오는 물거품이 됐다. "그런데 고향이 어디세요?", "그건 왜 물어봐요? 서울이요.", "오시느라 힘들었겠어요. 고향은 어디예요?", "저요? 서울.", "연습 많이 하셨겠어요. 혹시 고향이?", "청주요." 운이 확률을 배반했다. 인터뷰한 동포 선수 중 경기도민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어느덧 분침은 10분을 가리켰다. 1세트를 시작한 한도윤이 한창 화려한 서브를 날리고 있을 게 자명했다. '사진도 찍어야 되는데…'. 이마에 땀까지 맺혔다. 머리를 굴려봐도 답이 없었다. 목포에서 경기도민 찾기를 그만두고 탁구 경기장으로 돌아갔다.예상대로 한도윤은 날아다녔다. 우승에 성공한 그는 '호날두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관중에게 소소한 웃음을 줬다. 즉석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승 소감, 기억에 남는 대결 상대, 내년 계획 등 질문 세례에도 그는 논리정연하게 답했다. 덕분에 인터뷰 기사 마감이 손쉽게 끝났다.노트북을 덮자 긴장이 풀리면서 허기가 몰아쳤다. 그 유명하다는 전라도 백반에 밥 한 공기를 싹싹 비우고 나자 기운이 났다. 그러나 포만감도 잠시, 곧이어 미뤄뒀던 탁구 해외동포부 르포 기사가 다시 압박해왔다. 경기도민을 찾지 못한 현장, '경기도민 이야기 없는 경기 지역 신문 경인일보 16면의 어느 기사'. 왠지 모르게 찝찝했다.경기도, 경기도민, 경기도 지역지…. 마감 시간이 가까워지자 '경기도'에 대한 집착은 사라지고 손가락만 움직였다. 완성하고 보니 나쁘지 않았다. 예상외로 '경기도' 없이도 기사를 쓸 수 있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
칼럼
[노트북] 다시 돌아올 선감학원의 가을 지면기사
아침 공기가 서늘해지고 주홍빛 햇살이 비스듬하게 내려앉기 시작한 지난 14일 오랜만에 선감도를 찾았다. 제8회 선감학원 추모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추모문화제에 참석했다. 지난해엔 기획 취재차 피해자들에게 피해 사실을 듣기 위해서였다면, 올해는 오랜만에 피해자들에게 안부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경기도 차원의 사과와 보상이 이뤄진 후 피해자들의 달라진 일상을 보고 듣고 기록하고 싶기도 했다.기획 취재 당시 만났던 피해자들의 얼굴은 대체로 밝았다. 선감학원 역사문화탐방 해설을 맡은 김춘근 선생님과 안영화 선생님은 미소로 시민 추모객들을 맞았다. 지난해 추모문화제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처음 밝힌 최석규 선생님은 올해는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추모문화제 분위기도 달라졌다. 지난 추모문화제들이 위령제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비교적 엄숙한 분위기였다면 올해는 피해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형식으로 바뀌면서 활기를 띠었다. 피해자들은 직접 무대에 올라 합창 공연을 하고 악기 연주를 했다. 가족과 시민 추모객들의 손을 잡고 서클댄스를 추기도 했다. 41년 만에 폭력과 학대의 공간이 화합과 행복의 공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한 셈이다.이처럼 지난 1년 동안 선감학원 진실 규명에 많은 진전이 있던 건 사실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 선감묘역 유해 발굴 작업은 예산 문제로 일부만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차원의 보상과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원아 대장이 없는 '입증 불능 피해자'에 대해선 구제할 방안이 없다.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피해자에게 지원과 보상이 이뤄지려면 정부 차원의 사과와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추모문화제에 보다 많은 피해자와 가족, 시민추모객이 함께하기 위해선 이젠 정부가 나서야 한다.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선감학원의 가을을 웃으면서 맞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김동한 경제부 기자 dong@kyeongin.com김동한 경제부 기자
-
칼럼
[노트북] '이유식 거짓 함량' 뿔난 대한민국, 강력 처벌을 지면기사
지난달 14일 대한민국 영유아 부모들의 분노를 들끓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 유명 이유식 제조업체에서 이유식의 원재료 함량을 사실과 다르게 표시하고 판매한 사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해당 업체에서 판매하는 '비타민채한우아기밥'은 한우 배합비율이 15.7%로 표기됐지만 5.6%에 불과했고, '아보카도새우진밥'은 아보카도 9.5%, 새우 10.8%로 표기됐지만 실제 배합은 각각 5.8%에 불과했다. 이외에도 거짓 표시한 제품은 149개에 달했다.영유아 시기에는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 섭취를 위해 이유식의 정확한 계량과 조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부모들은 이유식 한 끼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한다. 치솟는 물가로 점점 아이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 도래해도 부모들이 아기의 이유식만은 좋은 제품 고르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해당 업체의 이유식 함량 거짓 표시는 이 같은 부모들의 노력과 마음을 한순간에 짓밟은 것이다.이후 해당 업체의 후속 대응은 더 황당했다. 행정처분에 해당된 8월30일 이전에 생산된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소비자에게만 교환 또는 환불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수개월째 해당 이유식을 이미 먹이고 소비한 부모들은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아이들의 먹거리를 거짓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업체는 이유 불문하고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을 볼모로 잡는 '아동 학대' 행위이기 때문이다.최근 국정감사에도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됐다.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영·유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의도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포함한 전체적인 처분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미 발생한 사건을 처벌하기에 앞서 유사한 피해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과 선제적 예방 조치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먼저다. /서승택 경제부 기자 taxi226@kyeongin.com서승택 경제부 기자
-
칼럼
[노트북] 경기도, 아시안게임 유치 나설 때 됐다 지면기사
'경기도는 할 수 없을까?'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현장 취재차 중국에 있었던 기간 내내 든 생각이었다.지난달 23일부터 지난 8일까지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일대를 들썩이게 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그야말로 아시아인들의 '대축제'였다. 선수단뿐만 아니라 각국의 취재진들이 항저우에 몰렸고 대회 기간 내내 항저우 일대는 스포츠로 하나가 됐다.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항저우를 넘어 아시아 전체로 퍼져 나갔다.이제 항저우라는 도시는 모든 아시아인의 뇌리 속에 깊게 박혔다.스포츠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아시안게임은 모두 3차례 열렸다. 1986년 제10회 서울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2년 제14회 부산 아시안게임이 열렸다. 경기도 인근 인천에서는 2014년 제17회 아시안게임이 개최됐다.그러나 경기도에서는 아직 아시안게임이 열리지 못했다. 경기도는 전국체육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밥 먹듯이 하는 등 대한민국 '체육 웅도'임을 자처하지만 정작 아시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인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려는 시도나 노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경기도체육회가 올해 국제 스포츠 종합대회 유치 업무를 맡는 '국제스포츠교류위원회'를 신설했지만, 아직 대회 개최와 관련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다.아시안게임 유치를 위해서는 경기도체육회만 움직여서는 안 된다. 경기도와 도내 정치권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 아시안게임 유치라는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한마음 한뜻이 돼야 아시안게임의 경기도 유치라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인구 1천400만명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는 아시안게임을 치를 역량이 충분하다. 이제는 경기도에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점이 됐다. /김형욱 문화체육부 기자 uk@kyeongin.com김형욱 문화체육부 기자
-
칼럼
[노트북] 가치를 갉아먹다 지면기사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는 역사에 남을 만한 테러리스트다. 2011년 노르웨이 오슬로 정부청사 인근과 우퇴위아 섬에서 자행한 테러로 무고한 77명이 죽었다. 희생자 중에는 어린 학생도 많았다.브레이비크는 다문화주의 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극우주의자였다. 외신들은 브레이비크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브레이비크는 언론에서 마치 '악마'로 묘사됐다.그런데 가족과 친구, 동료를 잃은 노르웨이 내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경찰은 사건의 사실관계 파악에 중점을 뒀고, 법원도 브레이비크의 범행 동기를 듣는 데 1주일 이상 시간을 들였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도 서로를 위로하며 의젓한 모습으로 그가 수사받는 과정을 지켜봤다.예이르 리페스타드는 브레이비크의 변호인이었다. 잔혹한 차별주의자를 옹호하기 위해 법정에 서는 것은 그에게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리페스타드는 철저한 직업의식으로 브레이비크를 변호했다.리페스타드는 저서 '나는 왜 테러리스트를 변호했나'에서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법치'를 변호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테러리스트가 파괴하려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테러리스트를 변호한 셈이다.얼마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11개월째 노숙생활을 하는 북아프리카 남성을 취재했다. 그는 출신국에서의 혐오와 차별을 이유로 한국을 찾았지만, 또 다른 혐오와 차별에 직면했다. "난민은 잠재적 범죄자다", "세금을 난민을 위해 쓸 수 없다"는 등의 레퍼토리가 반복됐다.난민 문제뿐만이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성과 여성, 기성세대와 신세대. 지금 우리 사회는 자신이 속한 집단, 자신이 가진 사회적 지위에서 끊임없이 서로를 배척하고 있다.야금야금 갉아먹은 사회 가치는 언젠가 사라질 게 뻔하다. 리페스타드와 노르웨이 국민들의 태도가 정답은 아니더라도 한 번쯤 곱씹어 볼 만하지 않을까. /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mc0502@kyeongin.com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
칼럼
[노트북] "방사능이 나온다면…." 지면기사
"오염수 때문에 어민이랑 수산업자들만 죽어나는 거죠. 수산물도 중요한 자원이고 식량인데 정치권은 이념 타령만 하니 속 터져요. 정말." 인천 연안공판장에서 만난 한 수산업 종사자의 이야기다. 이미 오염수 방류는 시작됐는데, 방사능 검사를 이전보다 철저히 해도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수 있냐고 하소연했다.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 소비가 늘게 마련이지만, 올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올봄 들어 서해 5도 해역에서 잡히는 꽃게의 생육상태가 좋지 않아 어민들의 시름이 안 그래도 깊어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봄철에 잡히는 암꽃게가 다리까지 알을 잔뜩 품을 만큼 상품성이 좋았는데,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기후 변화로 꽃게들의 먹이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게 어민들의 추정인데 40년 넘게 꽃게잡이를 해온 이들도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본격적인 가을 조업을 앞두고 오염수 방류까지 발생하니 그야말로 이중고에 놓인 처지다. 기후위기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다. 인류 역사에서 농·어업 분야가 가장 오래된 경제 활동임에도 여전히 중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먹고 살아야 옷감을 짜고 차를 만들고 집을 세울 수 있는데, 오염수 방류를 너무 쉽게 용인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해경들이 매일 같이 중국 어선의 꽃게 불법 조업을 단속하는 일도 안보 활동의 일환인데 오염수 방류는 이보다 훨씬 숙고해서 다뤄야 할 사안임에도 가볍게 넘겼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어민들은 하나같이 "방사능이 나온다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어찌해야 할지 막막한 심경이 느껴졌다. 이미 방류는 시작됐다. 방사능 검출 여부를 철저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정부와 여야가 어떻게 대처할지도 미리 고민하길 바란다. 철 지난 이념 타령은 이쯤에서 멈추고 말이다. /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dal@kyeongin.com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
칼럼
[노트북] 공감(共感) 지면기사
최근 '뇌로 보는 인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접했다. 3년 전 방영됐던 다큐는 인간의 5가지 본성을 뇌과학 관점에서 살펴보는데 그중 '돈'과 관련된 주제에 흥미로운 내용이 담겼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보행자구역에서 차들이 얼마나 정지선을 잘 지키는지 관찰하며 자동차 가격과 교통법규 준수의 상관관계를 살폈다. 그 결과, 저가 차량 운전자들은 보행자구역에 보행자가 지나갈 때 100% 멈췄지만 고급 차량 운전자들은 45%가 넘는 확률로 보행자가 있어도 그냥 지나갔다.부와 특권을 가진 사람일수록 규정과 법규를 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는 '미주신경'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뇌부터 심장을 지나는 가장 긴 신경인 미주신경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의 경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미주신경 반응이 없다는 것을 심리학자는 확인했다. 영상 속 심리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돈과 특권을 가진 사람은) 자기 기준에서만 생각하고 나를 만족시키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자신의 이익만을 중요시하게 되면서 그 사람을 충동적으로 만든다. 공감 능력 저하, 이기주의 등이 겹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규정과 법규를 어기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은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CEO 갑질, 이태원 참사를 책임지지 않는 공직자와 막말을 일삼는 정치인,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식이 죽은 후 사망 보험금만 챙기러 나타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이어져도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느라 뒷전인 국회의원들.문제는 이러한 이들이 국민의 주권을 대리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직책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재산은 4억원에 그쳤지만, 국회의원 평균 재산은 34억원으로 8배 넘게 차이가 난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책,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과 법규는 결국 '국민의 삶, 어려움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움직이느냐'에 달렸다. 자신의 만족,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만족, 이익을 우선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을 우선하지 않는다면 정부도
-
칼럼
[노트북] 인천상륙작전 승전역사 뒤 월미도 실향민들 지면기사
인천시는 오는 15일 인천상륙작전 73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상륙작전 당시 '월미도 미군 폭격 사건'(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진실 규명)으로 피해를 당하고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귀향 대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는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목적으로 함정과 장병 3천300여 명이 참여해 상륙작전을 재연하고 참전국 주요 인사가 전적지, 참전기념비를 방문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대대적으로 치러지는 인천상륙작전 전승 행사는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월미도 원주민의 아픔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월미도 미군 폭격 사건은 1950년 9월10일 미군이 인천상륙작전 닷새 전 작전상 전략지대였던 월미도를 폭격하면서 민간인 100여 명이 희생된 내용이다. 생존한 주민은 고향 월미도를 떠나 인접 지역에서 살거나 흩어져야 했다. 피해를 본 주민, 희생자 가족 중심으로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해 귀향 등 보상안을 요구했으나, 여전히 귀향 대책은 소식이 없다. 국가기관인 진실화해위원회가 2008년 미군의 월미도 폭격으로 주민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규명한 게 전부다. 한국, 미국 정부 간 협의해 희생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사항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쟁의 피해로 가족과 터전을 잃은 이들을 책임져야 할 의무는 국가뿐만 아니라 지자체에도 있다. 인천시와 국방부는 월미도 미군 폭격 사건 문제의 해결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겨 왔다. 인천시가 월미도 주민을 지원하는 것은 2019년 제정한 조례에 따라 월 25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것, 2021년 월미공원에 위령비를 건립한 정도다. 많은 사람이 승전의 역사로 기억하는 인천상륙작전 뒤에는 목숨을 잃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월미도 주민들이 있었다. 월미도 주민을 위한 지원 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인천시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phj@kyeongin.com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
칼럼
[노트북] 공정할 권리있는 이화영 재판 지면기사
매주 화요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서 최근 한 달간 유례없는 일들이 이어졌다. 피고인 이화영이 본인 의사로 검찰에 한 진술과 관련 이를 법정에서 대신 전한 변호인을 "믿기 어렵다"는 취지로 아내가 변호인 해임을 요청하는가 하면, 다른 변호인은 피고인 동의도 없는 '증거의견서'와 '재판부 기피신청서'를 피고인 명의로 작성해 재판장에게 제출했다가 반려됐다.피고인 본인 의사가 반영 안 된 변호인 선임 여부 결정과 그러한 변호인의 행동들로 재판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지난 10개월 간 피고인 의사에 부합해 주요 변론을 맡아 온 변호인은 "피고인 측 신뢰를 얻지 못하게 됐다"며 결국 사임했다. 사건 특성상 매우 복잡하면서 다양한 쟁점을 다퉈야 해 주요 변론을 맡던 변호인이 바뀌면 그만큼 재판이 적지 않은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는데, 새 사선 변호인마저 한 달째 선임되지 않아 재판이 공전을 이어가고 있다.줄곧 재판에서 쌍방울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던 이화영이 "쌍방울에 (경기도지사)방북을 한 번 추진해달라고 했다"고 검찰에 진술하며 기존과 다른 입장을 보인 게 발단이었다.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조작수사"를 주장했고 검찰은 "사법방해"라고 맞섰다. 이화영이 옥중 서신에서 "(쌍방울에)경기도지사 방북도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했지 방북비를 대납해달라고 한 건 아니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지만 사태는 좀처럼 수습되지 못하는 상황이다.헌법이 모든 재판의 공개 진행을 원칙으로 두는 것도, 피고인이 재판 받을 권리를 가지는 것도 모두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다. 이화영이 해당 진술을 내놓은 배경이나 관련 사실 관계는 이어질 재판에서 밝혀져야 하겠지만 현재 피고인 본인 의사에 반하는 여러 외부 요인 때문에 이화영은 물론 재판이 큰 혼란을 겪는 건 사실이다.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인 법정에서 만큼은 공정성이 온전하게 지켜져야 한다. /김준석 사회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