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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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코인과 외국인 지면기사
미래의 상징으로 칭송할 때는 언제고 '코인'(가상자산)에 주홍글씨가 제대로 찍혔다. 국회의원 코인 투자 논란을 발단으로 코인 소유 자체가 잘못이라는 양 전수조사가 추진되고, 자녀가 코인회사 직원이라는 사실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들은 지난해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을 두고 보기 드문 여야 극적 합의를 이룬 당사자들이다. 이 시간에도 천문학적 거래가 오고 가고 있는, 이미 다음 세대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사안을 두고 보완이 아닌 '척결'을 외치며 정쟁을 이어가는 모양새다.사회적으로 악마화되는 우리 미래의 일부를 보며 문득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처지를 떠올렸다. 외국인 딱지를 달고 알려지는 형사사건들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당하고, 불법체류 신분으로 일자리 빼앗는 사람들이란 인식이다. 정작 범죄율과 고용률 지표 실상도 다르거니와 일부 산업현장에서는 극심한 인력난으로 오히려 외국인에 의지하다시피 운영되고 있다. 특히 생계 사정으로 입국해 신분상 어려움을 겪는 약자가 대다수인데도 그런 모습을 알리는 기사엔 여전히 혐오로 점철된 댓글만 돌아올 뿐이다.사뭇 이질적인 두 단어를 달리 보면 '기회'라는 공통분모도 가능하다. 거래량으로 세계 3위 수준으로 평가받는 국내 코인 시장은 적절한 지침이 마련된다면 강한 국제 경쟁력으로 변모할 기회가 충분히 있다. 마찬가지로 해마다 늘어나는 외국인 인구는 국가 성장 발목을 잡는 초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이미 인구정책의 주요 방점으로 외국인 정책이 추진되면서 다양한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그런 관점에서 국내 외국인 셋 중 한 명이 거주하는 경기도는 기회의 최전선에 있는 지자체다. 일부 자치구는 이미 외국인 주민 비율이 내국인을 앞지른 지 한참 지났다. 한글보다 3개 국어 이상 표기된 간판들이 무성할 정도다. 이들이 무난히 자리 잡도록 지역사회가 아래서부터 차근차근 기반을 만드는 모범 사례를 경기도가 보였으면 한다. 하물며 외국인은 가상도 자산도 아닌 같은 땅을 딛는 사람이자 어엿한 우리 이웃이지 않은가. /김산 사회부 기자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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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우리사회 큰 울림 준 맥도날드의 예스키즈존 지면기사
예스키즈존. 도내 어느 맥도날드를 방문하든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얼핏 보면 매장 내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설치돼 있을 것 같은 문구지만 단순히 아이들의 방문을 허용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아이들의 방문을 허용해야 하는 것이지만 굳이 예스키즈존이라는 팻말까지 걸면서 이를 안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맥도날드의 예스키즈존은 일부 식당과 카페 등에서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에 반대하면서 생겨난 용어다. 노키즈존은 성인 손님에 대한 배려와 영유아 및 어린이의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을 제한하는 신조어다. 노키즈존 설치를 놓고 헌법상 평등의 위반 등 기본권 침해라는 견해와 방해받지 않고 싶은 성인 손님에 대한 권리라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노키즈존 설치를 찬성하는 이들은 아이들의 안전보다는 돈을 지불한 시간과 공간에 대해 오롯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유를 보장받고 싶어 한다. 지불한 것에 대한 대가를 마땅히 누려야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언제부턴가 우리나라가 타인에 대한 배려와 희생이 옅어지고 자기 감정에만 충실한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그 감정을 보장받지 못할 경우 분노가 타인에게로 향하는 것이다. 젊은 층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가 마치 정부가 마땅한 환경을 만들어놓지 않았다고 탓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소속 국가 중 꼴찌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인구동향'을 봐도 지난 1분기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조사됐다. 인구동향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일부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정부의 미비한 지원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아이를 낳을 때마다 1억원의 지원금을 준다고 하면 출산 계획이 없는 부부들이 과연 출산을 하려고 할까. 제도적 지원 전에 맥도날드의 예스키즈존처럼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출산율은 높아질 것이다. /서승택 경제부 기자 taxi226@kyeongin.com서승택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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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추가금 파티 지면기사
30대에 접어들어서일까. 부쩍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늘었는데, 이들을 만나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생각보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 결혼한 사람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야."결혼에 대해선 문외한인 만큼 준비 과정 중 어떤 부분에서 비용이 크게 발생하는지 물어봤다. 크게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 대여·메이크업)' 및 예식장과 반지 등 예물의 비중이 큰 모습이었다. 특히 스드메 추가금이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추가금은 '웨딩 플래너'로 불리는 웨딩컨설팅 업체 직원과 패키지 계약을 맺은 뒤부터 발생한다. 보통 웨딩컨설팅 업체는 드레스 숍 등 제휴 맺은 회사들로 꾸려 단가를 낮춘 기본 계약서를 예비 신혼부부에게 제시하는데, 예비부부가 기본이 아닌 다른 업체를 택할 경우 차액에 대한 추가금이 발생한다. '한 번뿐인 결혼'이란 마음가짐으로 기본보다 더 나은 선택지를 택하는 이들이 많은 만큼 사실상 추가금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스드메 패키지 계약금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이 많다는 점이다. 결혼식 당일 입을 드레스를 고르기 위한 '드레스 투어' 피팅비, 예비 신랑이 입을 슈트, 헬퍼 비용, 촬영 원본 비용 등이 대표적이다. 수백만원을 추가금으로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예비 신혼부부들의 설명이다. 합리적인 금액인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정찰제가 아니다 보니 업체별로 서비스 공급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서다. 온라인상에 '결혼 준비하며 호구되지 않는 법'이 꾸준히 공유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지난해 방송된 SBS '호구들의 비밀과외'에서는 결혼을 다루며 추가금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드레스 택갈이, 메이크업 직급 속이기 등 사기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정보 범람 시대에서 아직 결혼 시장만큼은 정보의 비대칭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함께하는 새 출발을 꿈꾸며 결혼 준비에 수천만원을 쓰는 예비 신혼부부가 이상하리만큼 '을'이 되는 구조다. 가격 투명성 제고, 시급한 시점이다. /윤혜경 경제부 기자 hyeg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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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수원FC 창단 20주년 지면기사
전국 최대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수원시를 대표하는 시민 프로축구단인 수원FC가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았다.지난달 30일 수원 라마다 호텔에서 창단 20주년 기념식도 열었다. 기념식에서는 수원FC의 발전을 위해 힘써온 이들에 대한 공로패와 감사패 수여가 있었고 앞으로 수원FC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 선포도 했다.2003년 수원시청 축구단 창단을 시작으로 수원FC의 역사는 시작됐다. 2008년에는 프로 진출을 위한 법인을 설립했고 이후 2015년에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승격을 이뤄내며 2016년 처음으로 1부리그에 진입했다. 2021년에는 K리그1에서 5위를 기록하며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수원FC는 시민구단이다. 구단 운영비의 대부분을 수원시가 지원해주는 상황에서 K리그 기업 구단들처럼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받기는 힘들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인 K리그1에 잔류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수원FC는 저력이 있다.이제는 이 저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 수원FC를 명문 구단의 반열에 올릴 때가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원FC가 수원시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것이 필수다. 시민구단은 시민들의 사랑이 없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지난 4월1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7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수원FC 구단 역사상 최다인 9천221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팬들은 분명 과거보다 많아졌다.수원FC는 여기에 그치지 말고 충성도가 높은 팬들을 더 많이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신경 써야 한다. 확고한 팬층의 형성은 수원FC가 풀어야 할 숙제다. 수원FC가 수원시민들의 진심 어린 관심을 받는 구단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형욱 문화체육부 기자 uk@kyeongin.com김형욱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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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바이라인과 의원 발의 지면기사
기사 끝에 붙는 기자 이름을 '바이라인(By Line)'이라고 한다. 해당 기사를 직접 취재하고 쓴 기자가 누구인지 나타내는 표식이다. 기사에 바이라인을 붙인다는 건, 이름을 걸고 기사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바이라인에는 철저히 취재에 참여한 기자의 이름만 쓴다. 해당 기사를 취재·작성하는 과정에 아무 보탬이 안 된 기자의 이름을 붙이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이 말도 안 되는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는 곳이 있다. 인천시의회가 그렇다. 기자가 사안에 대해 취재하고 기사를 쓰듯, 시의원들은 현안에 대해 정보를 모으고 조례안을 작성한다. 기자가 바이라인을 달 듯, 시의원들은 조례안에 '발의자(공동 발의)'를 표기한다.제9대 인천시의회가 출범한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의원 발의 조례안을 전부 살펴봤다. 전체 102건 중 발의자에 시의원 1명의 이름만 있는 건 단 3건뿐. 나머지 99건은 전부 2명 이상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마저도 10명 미만인 건 21건에 불과했고, 대다수에 10명 이상의 이름이 있었다.의원들이 조례안 작성 과정에 모두 직접 참여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 취재 결과 의원들은 조례안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발의 건수가 향후 공천심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와 조례안을 만든 동료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행태였다. 발의자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에겐 책임이 부여된다. 의안 철회 시 발의자 전체의 서명을 받아야 철회 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에서 책임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이름을 함부로 내거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이들로서 인천시의원들이 좀 더 상식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기자 yoopearl@kyeongin.com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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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당신들은 잘 있습니까 지면기사
우즈베키스탄 빠야렉 마을로 여행 온 한국인을 보고 현지인들이 정겹게 인사를 건넸다. 외국인 여행객의 발걸음이 뜸할 것 같은 시골임에도 동네 곳곳에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는 한국말이 적지 않게 들렸다. 여행 유튜버인 '곽튜브'가 2021년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하며 겪은 일이다.한국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이 많은 동네였다. 그래서인지 우연한 계기로 이 마을을 방문한 곽튜브는 별다른 이유 없이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셀럽이 됐다. 그중 오리뽀씨는 한 달 넘게 이곳에 머문 그를 볼 때마다 "동싱 잘 있나"라고 안부를 물었다.동싱은 동생의 방언이다. 오리뽀씨는 대구에서 일했다는데, 그때 동료들의 인사말이 아마 그랬을 것이다. 타지 사람을 따뜻하게 대해준 우즈벡인들의 그런 모습에 많은 한국인이 감명받았다. 곽튜브가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이들을 다시 보고 싶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곽튜브도 이에 화답하듯 이듬해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 그들과 재회하기도 했다.얼마 전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트란 반 남(35·베트남·가명)씨를 만났다. 고국에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남긴 채 먼 이국땅으로 왔다는 그는 나를 보자마자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넬 정도로 밝은 사람이었다.그랬던 그의 표정은 한국에서 일했던 경험을 이야기하자마자 어두워졌다. 기본적인 안전장비조차 갖추지 못하고 일하면서도 현장 관리자의 폭언을 견뎠다고 했다. 외국인노동자 처우가 십수 년 전보다 여러모로 나아졌다지만 이들에겐 여전히 홀로 속앓이하며 울분을 삼켜야 하는 일이 많다.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이들에게 훗날 따뜻한 인사말을 듣고 싶다. '한국은 좋은 나라'란 칭찬보다 우리를 대하는 표정과 따뜻함이 더 뜻깊을 때도 있다. 우리 주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좋은 기억만 담아 간다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mc0502@kyeongin.com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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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태극기 지면기사
'코리아, 경기도 웰컴!'대한민국으로부터 비행시간이 15시간 걸리고, 3개 대륙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아프리카 케냐. 보건의료 업무협약(MOU)을 위해 케냐에 방문한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인 공항에서부터 현지의 환대를 받았다.오색 빛 전통의상을 입은 10여명의 주민들은 꽃다발을 전달하며 경기도(Gyeonggi-do)를 '경기두'라고 발음하지 않기 위해 애쓰며 급하게 배운 서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반복했다.업무협약 도시인 바링고주를 찾을 때는 주(州) 경계 지점부터 'South Korean Delegation Welcome(한국 대표단 환영합니다)'이라는 문구와 태극기가 그려진 현수막이 마을 곳곳에 붙었다. 협약 체결을 위해 주정부·주의회, 병원 등을 방문할 때마다 태극기와 케냐 국기를 양손에 하나씩 든 환영단이 춤을 추며 환대의 노래를 불렀다.피부색도 다른 먼 이국에서 맞이하는 태극기는 외교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했다. 환영단 중 고령으로 보이는 분에게 들고 있는 태극기에 대해 묻자, 웃으며 "코리아 내셔널 플래그!"라고 답했다.도의회 복지위의 이번 업무협약은 특별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 대열인 유럽이나 미국을 방문해 우리의 '발전'을 꾀하는 방식이 아닌 경기도가 저개발 국가와 도시에 원조를 지원하는 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물론 감염병 연구와 기술 자료를 공조해 경기도가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력 강화의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이번 협약은 경기도가 전국 최대 광역단체로서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처럼 지원이 필요한 국가와 도시에 지자체도 국가적 외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계기가 된 셈이다.현지 환영단이 도의회 복지위 방문단에게 건네준 케냐 국기를 안전히 한국으로 가져온 것처럼, 바링고주 주민들도 태극기를 가슴에 품고 있지 않을까. /고건 정치부 기자 gogosing@kyeongin.com고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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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GM, 두도시 이야기 지면기사
미국 위스콘신주 제인스빌은 GM(제너럴모터스)의 가장 오래된 공장이 있었던 지역이다. 인구 6만여 명의 소도시지만 자동차산업이 호황을 누렸던 20세기 중반에는 공장에 고용된 이가 7천명에 달했을 정도로 GM의 영향력이 컸던 곳이다.제인스빌 공장은 2008년 12월23일 폐쇄됐다. 공장이 들어선 지 85년 만이었다. 금융위기의 파도를 넘지 못하고 좌초될 상황을 맞은 GM이 미국 내 공장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공장에선 대형 SUV와 픽업트럭을 생산했는데,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가운데 '기름을 바닥에 뿌리고 다니는' SUV 수요가 급감하면서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GM 공장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석유파동이 벌어진 1970년대 이후 주기적으로 제인스빌을 강타했다. GM이 대규모 감원을 예고할 때마다 도시 전체에 위기감이 퍼졌지만, 제인스빌은 매번 생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도시 사람들은 'GM 철수설'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 낙관하기 시작했다.한국지엠 부평공장의 역사 또한 제인스빌 공장 못지 않게 길다. 61년 간 주인이 숱하게 바뀌면서 수차례 부침도 겪었다. 지난해 12월 부평2공장 가동 중단에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올해 실적이 순항을 이어가면서 한고비는 넘긴 듯하다. 호성적을 바탕으로 전기차 생산 시설 유치 가능성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GM 수석부사장이 부평공장을 찾았을 때 우리 정부가 전기차 생산시설 투자를 요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다만 지역 차원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건 우려스럽다. 이미 수차례 반복돼 온 'GM 철수설'에 지역사회가 내성이 생긴 탓인지, 정부가 나섰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인지는 모르겠다. GM이 국내 전기차 생산 투자를 확정하는 게 부평공장의 미래와는 무관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인천이 미래차 산업 경쟁력을 충분히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보도 지금부터 동반돼야 하지 않을까. /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dal@kyeongin.com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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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기증의 힘과 의미 지면기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동산 박주환 컬렉션' 전이 열리고 있다. 1974년 서울 인사동에 개관한 동산방화랑은 한국화 전문 화랑으로 현대 한국화단의 기틀을 마련했는데, 고(故) 동산 박주환 대표가 수집한 작품을 아들인 박우홍 대표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박 대표는 "부친께서 생계를 위해 미술계에 들어와 평생 일을 하고 가시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생각을 늘 갖고 계셨다"며 기증 이유를 밝혔다.수집가들이 평생을 모아온 예술작품을 선뜻 내놓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을 알기에, '한평생을 같이 살아온 아버지의 뜻을 잘 안다'며 이렇듯 작품들을 흔쾌히 건넨 기증자의 소감은 마음 한 편을 찡하게 만들었다. 기증된 작품은 한국화의 변천과 실험적 면모가 투영된 대표작들이 망라돼 있고, 보다 폭넓은 한국화 연구를 위한 기반이 됐다.국민들에게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건희 컬렉션'도 마찬가지다. 사실 개인이 소장한 작품들은 아무리 뛰어나고 훌륭해도 대중에게 직접 공개하기는 힘들다. 특히나 이건희 컬렉션이 기증됐을 때 국립현대미술관의 몇 년 치 소장품 구입 예산을 다 털어도 살 수 없는 가치 높은 작품들이 많다며 관계자들이 무척 흥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건희 컬렉션의 가장 큰 기능은 예술에 대한 문턱을 낮췄다는 것에 있었다. 어려울 것 같았던 문화를 좀 더 쉽고 가깝게, 흥미를 가지고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집가들뿐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기꺼이 기증한 작가들도 있다. 최근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이 방문한 조각가 에르빈 부름의 전시작품 4점이 작가의 뜻에 따라 기증되기도 했다.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창을 더 넓게, 또 깊게 만들어주는 기증의 '힘'과 '의미'가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렇게 문화예술이 한 걸음씩 다가오는 만큼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보고 나누며 느낄 수 있다면, 이 또한 기증의 참된 기쁨이 아닐까./구민주 문화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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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눈 가리개' 한 정치권 지면기사
최근 '천원의 아침밥'이 이슈다. 여야 당 대표가 직접 대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불을 지폈고 천원의 아침밥 지원 대상이 대폭 늘었다. 경기도에서도 현행 5곳에서 23곳으로 늘었고 경기도도 지원에 동참하기로 했다.표면적으로는 고물가 시대 대학생들이 저렴한 아침밥을 먹도록 해준 정치권이 오랜만에 정책 경쟁을 벌인 듯 보이지만, 속을 뜯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천원의 아침밥을 위해 이른 아침 등교할 통학생은 얼마나 될 것이며 대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취업준비생, 고졸 취업생들도 식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비단 천원의 아침밥 정책만 그럴까. 정부, 지자체, 정치권 등이 내놓은 정책 중 '사각지대'를 살피지 않는 정책은 수두룩하다. 학교 밖 청소년,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 등 '소수 집단'은 정치권 관심 밖이다. 대학생 식비, 학자금 부담 등을 낮추자는데, 고졸 취업생 저임금 문제 등에는 소극적이다. 2020년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각 정당이 내놓은 청소년 공약만 봐도 68% 가량이 학교·대학입시 정책 틀 안에 있었다.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고등학교 졸업생 비율이 27%(2022), 고3을 제외한 청소년들은 투표권이 없으니 경주마처럼 '표'만 바라보며 달리는 정치권, 소위 엘리트 계층에 속해 살다 금배지를 단 이들이 소수 집단을 얼마나 대변할 수 있을지 싶긴 하다. 천원의 아침밥처럼 한낱 이슈에 편승해 인기몰이에 급급한 것이 우리의 권리를 대리하는 정치권의 민낯인 셈이다.약 1년 뒤 국회의원을 다시 뽑는다. 서로를 비난하며 갈등으로 살 찌우는, '나의 편'만 잘 살면 된다는 정치권의 행태를 막으려면 결국, 제대로 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대학, 학교에 다니지 않더라도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말이다. /신현정 정치부 기자 god@kyeongin.com신현정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