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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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구더기 무서워도 문화재단이라는 장 담그자 지면기사
2017년 11월에 출범한 여주세종문화재단이 1주년을 맞이했다. 1주년이 됐음에도 재단의 필요성에 대해 아직 지역여론은 반신반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더기가 무서워도 문화재단이라는 장을 담그자. 출범 초기부터 진통이 따랐던 여주세종문화재단은 여주도자기축제 시 도자기조합과의 갈등, 직원 채용에 허위경력 문제, 세종대왕문화제 사업비 반납, 직원들의 사직, 이사진의 퇴진 등 악재가 잇달아 현재 비상대책특별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무엇이 문제였고, 우리가 잃고 얻은 것은 무엇일까? 우선 임기 말에 원경희 전 시장이 너무 무리하게 재단설립을 추진한 부분이다. 재단의 정체성과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청에서 이관된 축제·행사 포함 총예산 58억원(재단 순수 증가분 10억원)의 막대한 예산운영과 원 전 시장의 측근이 상임이사에 내정되면서 재단 사업은 공직사회로부터 외면받았고 다양한 문제점을 낳았다. 민선 7기가 들어오면서 지난 9월 여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영자 부의장은 재단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문제 제기했고, 한편에선 이항진 여주시장도 재단의 존립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는 말이 나돈다. 김영자 부의장과 이항진 여주시장은 재단의 설립을 승인할 당시 시의원들이었다. 몸통은 간데없고 깃털만 가지고 근본을 흐트리는 꼴이다. 설립 초기 아직 여주시는 하드웨어가 부족한데 소프트웨어만 가지고 일을 잘 치러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여주시는 천혜의 자연과 창작의 욕구가 넘치고 문화를 즐기는 시민들이 있다. 이만한 하드웨어는 2천500만 수도권 내 여주시가 가장 으뜸일 것이다. 이를 잘 기획하고 창작·교육하면서 즐길 수 있는 시민의 대동 잔치 마당을 만드는 곳이 여주세종문화재단이다. 최근 오곡나루축제의 성공적 개최와 세종국악당 기획공연 '전석 매진' 등 축제·공연사업뿐만 아니라 예술인들의 창착과 시민들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재단은 여주만의 색과 콘텐츠를 담은 공연과 문화 예술 참여로 여주시민들에게 문화의 즐거움과 함께 여주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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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블록버스터' 지역화폐, 콘텐츠 고민해야 지면기사
경기도의 '지역화폐' 정책은 말 그대로 '블록버스터' 급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행된 지역화폐는 약 3천100억원, 내년 경기도에서 유통될 지역화폐가 약 5천억원. 국내 지역화폐 시장의 일대 변혁을 가져올 '역대급' 규모다. 도는 내년 '청년배당', '산후조리비' 등 복지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할 계획이다. 지역화폐에 자연스럽게 노출된 도민들이 이를 다시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적극 사용할 수 있는 매끄러운 유통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장사를 마친 지역상인들이 법정화폐 외 수북한 지역화폐를 세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도와 각 시·군은 더 이상 지역화폐의 규모가 아닌 '콘텐츠' 측면의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몸값이 높은 유명 배우들이 모였어도, 스토리가 없는 영화는 망하기 마련이다. 현재 지역화폐가 처한 상황이 딱 그렇다. 도와 각·시군은 지역화폐로 지역상권을 살리겠다는 한 가지 목표에 '규모를 키워서' 라는 방법을 제외하곤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라는 심도 있는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일부 도내 지자체들이 모바일 형태의 지역화폐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플랫폼의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편의라는 '곁가지'일 뿐, 지역화폐 활성화의 본질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역화폐에 '상상력'을 더하라고 주문한다. 각 지자체가 가진 저마다 다른 특색을 지역화폐에 입히라는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다. 가령, 레저산업이 발달한 양평군의 경우 관련 산업에 특화된 지역화폐를 고민해 보는 식이다. 도와 각 시·군의 이 같은 고민이 깊어지면 '전통시장'이 주로 떠오르는 지역화폐의 고리타분한 인식 자체도 점차 변화할 것이다. 어쨌든 도의 지역화폐 정책은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도의 정책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길 바라며, 콘텐츠를 갖춘 '지역화폐 블록버스터' 속편을 기대한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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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온전한 도시를 위한 교통대책 기대한다 지면기사
월요일 아침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 서울행 버스에 탑승한 적이 있다. 타는 과정부터가 고역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이중 삼중으로 늘어서 있었다. 수십 분을 기다려야 겨우 버스를 탈 수 있다 보니 2~3개 정거장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도 부지기수. 설상가상 버스 배차간격은 길게는 50분에 달했다. 한 대를 놓치면 수십 분을 기다려야 한다. 교통 상황에 따라 출근시간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기약 없는 기다림, 버스에 오르기 위한 전쟁에 진이 빠졌다. 동탄2신도시의 수많은 서울행 승객들에겐 일상인 모습이다. 김포 한강신도시·파주 운정신도시·남양주 다산신도시 등 경기도내 대규모 택지개발 지구가 안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신도시 주민들의 일터가 서울에 몰려있지만 정작 서울에 갈 수 있는 수단이 충분치 않은 탓이다.정부는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경기도 곳곳에 신도시를 조성해 집을 지어올렸다. 서울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조금 더 저렴하고 깨끗한 아파트. 집 걱정에 시름하는 도시민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터지만 현실은 달랐다. 택지개발 지구로 계획된 부지의 3분의 1이 아파트가 지어지지 못한 채 미매각·미착공 상태로 방치되고, 그나마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들도 미분양 문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다시금 3기 신도시 등 택지개발 카드를 꺼내들자 2기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 지구의 문제가 떠올랐다. 교통망을 새롭게 조성하려고 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교통망·자족기능이 갖춰지지 않아 입주 수요가 낮아지다 보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이들 지역이 정부의 '예타 면제' 등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온전한 도시가 되려면 모든 일상이 도시 내에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우선 '일터'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정부는 연말까지 2기 신도시 등에 대한 교통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기대한다. /강기정 정치부 기자 kanggj@kyeongin.com강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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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영흥화력발전 환경시설 개선 서둘러야할 이유 지면기사
"1·2호기 환경 시설만이라도 먼저 개선해주세요." 올 가을 최악의 미세먼지가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화력발전소 가동 제한이라는 조치를 내렸다. 미세먼지의 원인 중 하나로 '화력발전'을 꼽은 것이다. 인천 영흥화력발전소 1·2호기도 그 대상에 포함됐다.7일 방문한 영흥화력발전소의 모습은 한마디로 '압도적'이었다. 면적 8.26㎢의 땅에 30m 높이의 전기터빈, 100m 높이의 석탄보일러 등으로 구성된 발전시설 6기와 수십만t의 석탄을 저장하는 저장고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거대한 모습에 자연스레 '저기서 뿜어내는 오염물질도 어마어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영흥도 주민들은 가동 제한 조치에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10년 넘게 화력발전의 피해를 겪어온 이들에게 20%의 제한 조치는 크게 와닿지 않는 듯했다. 그 와중에도 주민들이 유일하게 지적한 문제가 바로 발전소 1·2호기의 환경 시설이었다. 1·2호기는 영흥화력발전소의 '문제아'다. 이 두 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발전소 전체 6기 오염물질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또 그 농도 또한 타 시설에 비해 약 2~3배가량 짙다. 더 강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의미다. 이는 모두 두 시설이 오염물질 배출기준이 강화되기 이전 만들어진 탓이다.현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화력발전 특성상 오염물질 배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1·2호기 가동 중단 주장에 대해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단에 따른 비용소모, 오염물질 과다 배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대신 그들이 내놓은 해답은 환경시설 개선이다. 2021년까지 1·2호기의 오염물질 저감 시설을 타 시설 수준으로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발전소 측이 계산한 실제 공사 기간이 약 1년인 점을 감안하면 2020년에야 교체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화력발전이 멈추지 않는 한 영흥화력발전소는 1년 365일 돌아간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대기 오염물질도 계속 배출될 것이다. 그 피해는 영흥도 주민뿐만 아니라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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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정약용 선생의 호 '다산' 대신 '사암'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 지면기사
요즘 정약용의 고장 남양주에서는 조광한 시장 취임 후 이 지역 대표 역사 인물인 정약용 선생의 호를 바로 알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예가 '다산 아트홀'을 '사암 아트홀'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이후 조안면 마재마을에 위치한 다산유적지 등 다산이 들어간 명칭에 대해서도 '사암', '열수' 등 새로운 명칭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그렇다면 왜 그동안 흔히 써오고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다산'이라는 호보다 '사암'이나 '열수'라는 호를 사용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먼저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유적지에 가면 생가인 여유당 옆에 자찬묘지명이 세워져 있다. 자찬묘지명이란 정약용이 회갑을 맞은 1822년(임오년·순조22년)에 스스로 묘지명을 자찬하였다는 뜻으로 평생 저서의 대의와 목록을 자세히 열거한 것이다."이 무덤은 열수(洌水) 정약용의 묘이다. 본 이름은 약용이요, 자는 미용, 또 다른 자는 용보라고도 했으며, 호는 사암이고 당호는 여유당인데, 겨울 내를 건너고 이웃이 두렵다는 의미를 따서 지었다"고 시작한다. 여기에서 정약용 선생이 생전에 '사암'이라는 호를 즐겨 사용하였음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아울러 사암의 자손은 매우 귀한데 9남매를 낳아 2남 1녀만을 남겼다. 두 아들 중 큰 아들인 학연의 후손이고 사암에게는 4대손이 되는 정규영 선생이 1921년에 펴낸 '사암선생 연보'에도 정약용 선생이 여러 호 중에서 '사암'을 가장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역주자인 송재소 박사가 서문에서 밝혔다. 그 외에도 정약용 선생의 7대손인 정호영(EBS미디어 대표) 씨가 모 연구단체와 한 인터뷰에서도 "정약용 선생이 자신을 다산으로 부른 적이 없다는 게 정설"이라고 밝힌 바 있다.또한 일제강점기인 1935년에 정약용을 연구한 학자 중 최익한이 당시 동아일보에 '여유당전서를 독함'이라는 제목으로 총 65회 연재하면서 그의 사상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소화해냈다(그 연재물을 송찬섭 박사가 2016년 동명의 제목으로 엮고 간행). 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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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일자리 미스매치 해결되려면 지면기사
취재 도중 대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들은 모두 3∼4학년으로 취업을 앞두고 있는 '취준생'들이었다.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먹먹함이 전해졌다.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직장의 모습은 흔하게 생각하는 직장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정한 근무 기간 이후에도 새 직장을 갖지 않아도 되는 안정된 근무 환경과 적당한 보수가 그들이 바라는 목표였다. 물론 그들이 목표에 가장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은 대기업과 공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그들이 단순히 대기업과 공기업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취재 중에 만난 한 취업준비생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직업을 통해 이룰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 된다면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것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흔히 생각하듯 취업자와 중소·중견기업의 일자리 미스매치는 단순히 월급이 대기업에 비해 적다는 발상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 있다. 구직자들은 기업의 연봉뿐만 아니라 비전과 기업 문화, 복지 등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직자들과 그들을 채용하려는 기업 사이에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고 구직자들이 원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 업체들도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자사에 대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 최근에는 국내 채용사이트에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채용관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채용박람회도 꾸준하게 열리고 있는 만큼 다양한 루트를 통해 기업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구직자와 구인 기업 사이의 간극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원근 경제부 기자 lwg33@kyeongin.com이원근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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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문화의 힘 지면기사
얼마 전, 취재차 한 서양화가를 만났다. 양주의 작은 마을에 작업실을 열었는데, 그 아래 '그림가게'를 열고 단돈 9만원에 자신의 창작작품을 팔고 있었다.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거나, 작품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미술을 공부한 전공자였고 미술협회 회원인 정통(?)작가다.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 기자에게 그는 경험을 들려줬다. "우연히 동네 고깃집에 들렀는데, 내 그림이 벽에 걸려있었다. 내가 작업실을 정리하다 버린 그림이었다. 그래서 이 그림을 아느냐, 왜 걸어두었냐 물어봤더니 '나는 평생 그림을 벽에 걸어본 적이 없는데, 이 그림을 본 순간 벽에 걸어보고 싶었다'며 행복해했다. 동네 편의점 사장은 3일을 고민하다 내 그림을 사갔다. 나중에 그 사장의 딸이 '평생 엄마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나와 부둥켜안고 울었다. 동료들은 이런 나의 행동을 싫어하지만, 나는 9만원의 액면이 중요하지 않다. 예술의 본질이 그렇다."전 세계에 K-팝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기획사의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소기획사여서 방탄소년단은 애초부터 엄청난 자본과 물량으로 승부하는 그룹이 아니었다. 대신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선율과 가사로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고 유튜브 등 SNS 채널을 통해 그룹과 음악을 알리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팬들과 소통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지금의 인기는 오로지 방탄소년단이 가진 문화콘텐츠의 힘만으로 해낸 성과였다.역사를 돌이켜보면 문화는 늘 무엇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정치력을 과시하기 위해,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아니면 가장 손쉽고 티 나게 수혜를 베풀 수 있는 복지수단으로 쓰이기 일쑤였다. 그것은 보수건 진보건 구분이 없다. 새천년이 밝았고, 역사상 처음 민주당이 경기도정을 장악했다. 하지만 문화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 이제는 문화가 가진 스스로의 힘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 /공지영 문화부 기자 jyg@kyeongin.com공지영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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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실향민 이야기… 꿈엔들 잊힐리야 지면기사
경인일보가 지난해 연중기획 시리즈로 연재한 '실향민 이야기-꿈엔들 잊힐리야'가 책으로 묶여 최근 출간됐다. 한국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남한에 정착한 실향민의 분투기와 고향의 기억이 담긴 책이다. 지난 11일에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G타워 대강당에서 '인천의 전쟁과 세계 평화 포럼'의 일환으로 북콘서트도 열렸다. 나는 책에 실린 실향민 17명 가운데 4명을 인터뷰했다. 인터뷰한 실향민 중 한 명인 함경남도 북청군 출신 이인창(89) 할아버지를 북콘서트에 초청했다. 이인창 할아버지는 10대 후반이던 해방 직후부터 화물트럭 운전기사 조수로 일하며 한반도에서 가장 험하다는 '삼수갑산'을 밥 먹듯 오르내리고,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민군에 징집됐다가 탈출해 한국군 빨치산 토벌부대에서 복무하고, 전쟁 이후에는 미군 GMC 트럭을 개조한 시내버스를 몰며 평생 운수업에 종사했다. 할아버지의 사연을 풀자면 한 편의 영화를 찍을 수 있을 정도다. 이렇듯 책에 실린 실향민 17명 모두의 이야기가 현대사의 단면을 그렸다. 이인창 할아버지는 북콘서트 때 사회자에게 "고향 북청에서 그리운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답변으로는 본인의 살아온 삶을 쭉 읊었다. 나중에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귀가 어두워 사회자의 질문을 알아듣지 못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다고 한다. 틀린 답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G타워 대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수를 보냈다. 한 세기 가까이 산 할아버지의 인생사가 청중들의 마음을 울렸다. 실향민 1세대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실향민 이야기-꿈엔들 잊힐리야'는 사라져 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역사로 남겨야 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인창 할아버지는 북콘서트에서 "내가 땅에 묻혀서도 통일 후 남북에 흩어진 후손들이 이 책을 통해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귀한 기록을 남겨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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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정하영 김포시장의 긴급기자회견 지면기사
지난 8월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비난여론에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축협이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배경을 밝히는 자리였다.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은 막후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냈다. 벤투 감독을 둘러싼 여러 의문도 상세한 설명으로 해소했다. 김 위원장의 진정성 있는 회견에 팬들의 마음은 상당 부분 누그러졌다.이달 1일 김포시청에서 비슷한 맥락의 풍경이 연출됐다. 김포도시철도 개통시기와 관련해 정하영 김포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시는 올해 4월 김포도시철도 역명을 기습변경했다가 철회하는 홍역을 치르고 5월에는 개통연기설이 불거져 시민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다음 달 개통했어야 할 도시철도는 결국 내년 7월로 미뤄졌다. 김포시민들이 도시철도 개통에 민감한 이유는 김포가 그동안 '철도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계가 닿은 경기도 지자체 중 김포와 하남만 철도망의 혜택에서 소외돼 있었다. 이마저도 5·9호선 연장이 추진되는 하남과 다르게 김포는 서울 경계까지 오가는 경전철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던 지난달 또다시 4~5개월 개통지연설이 불거졌다. 국토부 안전지침 개정에 따른 것이었음에도 시민 여론은 폭발했다. 시는 지침 개정 움직임이 있던 올해 초부터 자발적으로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새 지침이 적용되지 않도록 정치권과 공동 대응을 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정하영 시장이 직접 언론 앞에 나섰다. 당시에는 보도할 수 없었지만, 국토부는 김포도시철도에 종전 지침을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시 측에 미리 알렸다. 하지만 국토부의 함구령으로 기자회견에서 이를 공개할 수는 없었다. 이례적으로 20여쪽 분량의 자료를 배포한 정 시장은 공사 및 대응 현황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정상개통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언론의 반응은 "좀 더 지켜보자"였고, 나흘 뒤에 정상개통하기로 결정됐다. 정 시장의 이날 기자회견은 소통에 대한 의지로 읽혔다. 청사진과 고민을 시민과 공유하겠다고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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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한국지엠, 편안한 명절은 언제쯤 지면기사
올해 설 명절을 이틀 앞두고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군산공장 폐쇄가 한국지엠 전체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인천은 불안감을 안고 설 명절을 보내야만 했다. 또다른 명절인 추석이 지났지만 한국지엠 안팎의 우려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4월 노사 합의에 이어 정부지원이 결정되면서 한국지엠과 관련한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지엠이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인력을 따로 분리해 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회사 측이 법인분리를 통해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구조조정의 전 단계'라며 반발하고 있다.한국지엠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회사 측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지엠이 법인분리를 위해 추진하는 주주총회에 대해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이 법인 분리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고 설명한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 역량 강화 등을 위해 법인 분리를 추진하는 것이며, 구조조정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비정규직 관련 갈등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창원공장 비정규직 773명을 직접고용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한국지엠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는 "정부지원으로 회생한 한국지엠이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철수설로 인해 곤두박질쳤던 차량 판매량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출시한 이쿼녹스는 신차임에도 월 판매량 100대를 밑도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지엠이 노동자, 정부,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불신이 이어진다면 한국지엠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신뢰를 얻기 위한 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