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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논란거리' 취급받는 교내 폭력 피해자 지면기사
옛말에 '맞은 놈은 발 뻗고 자도 때린 놈은 발 뻗고 못 잔다'는 말이 있다. 피해자는 비록 해를 입었을지언정 가해자는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는, 긴 세월에 걸친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그러나 옛말은 틀렸다. 지난해 5월 군포시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보면 오히려 피해 학생이 그날 이후 1년 넘게 발을 뻗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아이를 이런 상황으로 내몰았을까.학교 측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다는 명분 아래 사건의 원만한 해결에 앞장섰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 학생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부족했다.사건 직후 학교는 다친 아이를 즉시 병원부터 데려갔어야 했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자그마한 얼굴이 무려 3㎝나 찢어진 상황이었다. 당시 아이의 겉옷 양쪽 소매에는 피를 닦아내 붉게 물든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병원 치료가 최우선이었으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어른들 때문에 아이는 반나절이 지나고서야 수술대에 올랐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건지 혹은 '대수롭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이해가 힘든 대목이다.사건 이후 아이는 한동안 학교에 돌아오지 못했다. 아이가 결석을 해도 학교에선 연락조차 없었다고 부모는 증언하고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면 할수록 자꾸 문제만 일으키는 사람으로 취급받았고, 심지어 다른 학부모들에게까지 손가락질받는 처지가 됐다. 그렇게 아이는 학교로부터 점점 멀어졌고, 한 학기를 통째로 쉬다시피 했다. 결론적으로 학교는 피해 학생을 보듬지 못했다.이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책임 있는 위치의 학교 관계자는 "이미 종결된 일로 재차 논란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입을 닫고 있다. 얼굴의 상처 못지 않게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아이와, 이를 곁에서 바라보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부모는 언제쯤 두 다리를 뻗고 잠들 수 있을까.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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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경인아라뱃길 활용법 모색해야 할 때 지면기사
올 상반기 경인아라뱃길 컨테이너 물동량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해양수산부 포트미스 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인아라뱃길에 있는 경인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1만 32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만 1천130TEU보다 7% 줄어든 것으로 2012년 개장 이후 상반기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경인아라뱃길은 1992년 상습침수 지역인 굴포천 유역 홍수를 막기 위한 방수로 사업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1995년 민간 주도의 '경인운하' 사업으로 바뀌었다. 방수로 운하를 이용해 모래와 컨테이너 화물을 운송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제성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2003년 감사원의 사업 재검토 지시로 사업이 중단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경인아라뱃길'이라는 새 이름으로 바뀌고, 사업 방식도 민간투자사업에서 공기업(한국수자원공사)이 시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하지만 경인항의 물동량은 애초 계획에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인항을 찾는 화물선이 없기 때문이다. 정기 컨테이너선은 중국 톈진을 매주 한 차례 오가는 선박 한 척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컨테이너 화물을 하역하는 부두에서 벌크 화물을 처리하다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경인아라뱃길이 실패했다는 것에는 이견을 다는 이가 거의 없다. 앞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동남아시아 등을 오가는 대형 컨테이너선은 경인항을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영종대교 통과가 불가능해 추가 항로 개설이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항도 벌크 화물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인항의 벌크 화물이 급작스럽게 늘어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이제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인천시는 물론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 앞으로 들어갈 경비는 최소화하고 그나마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찾아가야 할 것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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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경원선, 기적의 한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 지면기사
기자가 시인이나 소설가는 아니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글을 쓰지 못할 때가 있다. 팩트의 배열인 스트레이트보다 객관적 현실을 기자의 눈으로 담아내야 하는 르포일 경우 더 그렇다. 지난달 초 이름도 낯선 '경원선'을 취재하기 위해 국토 최북단을 방문해서도 그랬다. 2012년까지 경원선의 종착지였던 연천 신탄리역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이제는 상투어가 돼 버린 글귀가 녹슨 철판 위에 새겨져 있었다. 기사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한 것은 저 빛바랜 클리셰가 아니라 철원 백마고지역 귀퉁이에 세워진 우체통에 적힌 말이었다. 그 실향민의 편지함인 '북녘하늘 우체통'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어서 오랜 세월 멈춰 섰던 연천 신탄리역으로부터 한 걸음 더 기적같이 통일을 향해 내디뎠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한 걸음 더 기적같이. 전쟁 당시 가장 참혹했던 전장에 멈춰선 열차. 북녘을 향한 실향민의 애달픈 마음이 멈춰선 철마에 이입돼 마음속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취재가 시작됐고, 기사를 썼다. 정부 관계자와 철도공단, 지자체와 복원사업 컨소시엄으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국토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경원선은 가장 예민한 군사지역을 관통해 복원을 꺼린다는 것,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장한 지난 정부가 동의 없이 복원을 추진해 북한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 개성으로 이어지는 경의선과 금강산을 잇는 동해선에 비해 상징성이 약하다는 것. 취재를 할수록 경원선을 복원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계속해 나왔다. 그럼에도 '기적의 한 걸음'을 이대로 멈추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유라시아 철도가 복원되면, 시베리아를 거쳐 북한 북동쪽 철로를 타고 온 유럽의 물류는 결국 수도권으로 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의 물류도시인 원산으로부터 수도권에 닿는 경원선의 복원은 필수 과제다. 정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바로 저곳, 복원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산적한 경원선을 다시 달리게 하는 것이야 말로 오지 않을 것 같던 평화가 마침내 도래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신지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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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광역버스 논란의 중심에 '서민' 있어야 지면기사
새벽까지 다니던 '삼화고속'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 그때가 그랬다. 서울에 가면 도통 인천으로 돌아오고 싶지가 않았다. 인천행 전철 막차를 타려면 늦어도 밤 10시 30분이면 일어나야 했다. 동기들과 술 몇 잔을 비우다 보면 이 막차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전철은 끊겼는데 삼화고속 광역버스는 야속하게도 새벽 1시까지도 인천행 경인고속도로를 달렸다. "엄마, 막차를 놓쳤어. 친구 집에서 자고 갈게"란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삼화고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인천을 40여 년간 잇던 삼화고속은 지난해 적자 등을 이유로 광역버스 운행을 중단했고 지금은 다른 광역버스 업체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광역버스는 서울에서 낮 전부를 보내도 각자 다른 이유로 밤은 허락받지 못한 인천 시민들의 애환이 서린 교통수단임은 여전히 변함없다.최근 인천이 광역버스 문제로 떠들썩하다. 광역버스 8개 업체 중 6개 업체가 준공영제 도입을 요구하며 19개 노선 폐선 신청을 했다. 인천시는 교통 복지 차원에서 일부 재정 지원에 공감하면서도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1천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만큼 광역버스까지는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도 더 이상은 어렵다며 21일부터 운행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정부는 "광역버스는 지자체 소관"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광역버스 논란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만 더 '서민'을 향했으면 좋겠다. 서울에선 집 한 채 구하기 어려운 직장인, 자기 차를 사서 유지할 형편이 사치인 청년과 노인, 학원과 대학이 몰린 지역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이 광역버스의 주 이용객이다.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사람들이다. 원칙만을 고수하는 지자체와 지자체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 운행 중단을 선포한 업체 모두가 야속하다. 지금 당장 수습을 하더라도 좀 더 멀리 보고 장기적인 대책과 구조적 개선을 위한 노력에는 서로 배려와 양보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인천시민에게 광역교통은 곧 서민 복지이자 우리나라 경제의 원동력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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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수원의 축제가 아직도 낯선 이유 지면기사
수원시에서는 매년 다양한 축제가 개최된다. 올 상반기에는 수원연극축제를 성황리에 마쳤고, 하반기에는 '수원문화재 야행'을 시작으로 수원발레축제, 수원화성문화제 등 큰 행사들이 시민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사실, 수원에서 살고있지만 문화체육부 기자로 오기 전까지 이 같은 축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어찌 보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20~30대 젊은 여성들에게 축제에 대해 묻는다면 '알고있다'고 답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일단 수원에 거주하는 지인들조차 '그런 축제가 있어?'라는 반응이다.어쩌다 이들 축제가 가장 관심을 받고, 함께 참여하고, 즐겨야 할 시민들로부터 낯선 행사로 외면받게 됐을까.시는 매년 열리는 각종 축제에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하지만, 아쉽게도 투입된 예산만큼 효과를 이끌어내는 축제는 그리 많지 않다. 다른 지역과 경쟁하듯 축제를 기획, 개최하다 보니 콘텐츠도 겹치고 지역의 특수성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원 화성행궁을 무대로 하는 축제의 경우 지역문화유산을 잘 활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아는 사람만 아는 축제에 그치고 있다.지역축제는 그 지역 특유의 문화를 살려야 하고 축제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기존 틀은 유지하되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변화도 틈틈이 줘야 한다. 예산문제 등 현실적으로 힘들다고는 하지만, 시민의 기억에 오래 남아 내년에도 또 후년에도 계속 찾고 싶은 축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많고 많은 축제 중 하나가 아닌 수원하면 떠오르는 지역대표 브랜드로 남는 길을 좀더 고민해 봐야할 때다. /강효선 문화체육부 기자 khs77@kyeongin.com강효선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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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협치'와 '견제' 지면기사
처음 내 이름 앞에 '경인일보 기자'라고 새겨진 명함을 받았을 때, 한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나무가 위로 자라는 것은 쉽다. 하지만 똑바로 자라는 것은 어렵다.' 멋진 말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한 말이다. 그 선배의 설명에 따르면 모두 위를 보고 성장하는 데 어떤 나무는 옆으로 자라면서도 위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잘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나무는 옆에 있는 나무를 보면서 또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면서 곧게 자란다는 것이다.제10대 경기도의회가 지난달 개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이 도의회 거대 여당으로 4년간 경기도를 이끌어간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달라는 요구가 바탕이 된 결과다. 구조적으로 도와 도의회가 같은 곳을 향하게 됐다. 반면, 상호 견제를 통해 속도와 방향을 맞춰갈 것이라는 믿음도 민주당 승리에 한 몫을 했다. 경기도의회가 어떤 방식으로 '협치'와 '견제'라는 두 가지 가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경기도의회에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을 알아서일까? 도의원들은 초선·재선·3선 할 것 없이 '도민들의 목소리가 엄중하다'라거나, '긴장감에 잠을 못 이루겠다'는 등의 표현을 자주 한다. 하지만 이 말들이 승리의 기쁨을 겸손의 미덕 속에 담으려는 '레토릭'에 불과한 것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허니문 기간'이라는 말로 에둘러 견제라는 역할을 잠시 미뤄두려고 한다. 도민들의 상식에도 허니문 기간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대로 특정 사안을 두고 도의 반응에 따라 향후 협치 기조를 결정하자는 강경파도 있다. 협치가 어떤 사안에 따라 의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 불과할까.도민들은 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경기도의 씨앗을 뿌렸다. 그 결과가 누워 자라면서도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도의회가 될지, 곧게 자라 도민들이 만족하는 도의회가 될 것인지는 지금부터 결정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성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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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재개발 갈등' 청량감 주는 해답 찾기를 지면기사
무더위가 찾아오면 각광 받는 피서지 중 하나가 대형서점이다. 시원하고, 탁 트였다는 것 말고도 대형서점에서 찾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마음껏 책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서점에서 든 생각은 미국 대통령의 여름휴가 도서목록이 사라졌다는 것과, 자기계발서 못지않게 부동산 재개발 관련 도서가 많이 나와 있다는 것이다. 생각난 김에 한 인터넷 서점 웹사이트에서 '재개발'로 검색하니 241종의 도서가 검색됐다. 이론서부터 어린이 도서까지 다양하다. 서점에 있으려니 사람은 응당 자기계발을 하고 마을은 자고로 재개발을 하면 좋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재개발 관련 책들이 유독 눈에 띈 것은 의왕 시청 앞에서 시위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현재 의왕시 열한 곳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인구 15만5천여 명의 작은 도시에서 열한 곳이니 웬만한 동네마다 시끌시끌하다. 재개발 사업 구역에는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긴다. 조합에 반대하거나 아예 재개발 무산을 추진하는 주민모임 결성은 재개발 사업의 필수 절차처럼 여겨지는 지경이다. 조합은 필요한 만큼의 주민 동의를 얻고 사업 승인을 받았으니 사업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양측은 하나의 줄을 각각의 허리에 묶고 반대로 달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지난주부터 자신의 집이나 상가나 땅이 재개발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두셋씩 짝을 지어 시청 직원들 출퇴근 시간에 시청 정문에서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도시 개발의 방향을 도시재생으로 바꾸겠다는 김상돈 신임 시장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시청은 고민을 시작했다. 조합원과 반대주민이 한자리에 앉아 의견을 나누는 데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한다. 고민은 재개발로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인 동시에 갈등으로 상처 난 마을 공동체를 건강하게 재생하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수 십 년만의 무더운 이 여름에 모두에게 청량감을 주는 해답을 찾기를 기대한다. /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기자 zuk@kyeongin.com민정주 지역사회부(의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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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표현의 자유 막는 의정부고 졸업사진 검열 지면기사
지난 16일 의정부고등학교에서 졸업사진 촬영이 진행됐다. 의정부고의 졸업사진은 지난 2009년 인터넷상에서 이슈가 되면서 매년 열리는 축제와 같이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의정부고 학생들은 매년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인 등 그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인물을 패러디하면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들을 표출해왔다. 의정부고의 졸업사진 문화를 따라 하는 타 지역 학교도 생겨났을 정도다.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졸업사진에 정치인 등 논란이 될 만한 패러디는 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매년 졸업사진 촬영후 학교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단체, 개인들은 고소·고발장을 접수해 담당 선생들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이에 학교 측은 지난해부터 학생들로부터 촬영 콘셉트를 제출받고, 특정 인물에 대한 패러디는 거절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검열을 실시하고 있다. 의정부고 동문회는 졸업사진 촬영이 학교의 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티즌들도 과거 같지 않은 의정부고 졸업사진에 검열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학교 측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물론 대중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일부 학생들의 범죄, 인종차별 등에 대한 과도한 패러디는 막아야 한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는 하나 아직 미성년자인 탓에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 측은 이를 제재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굳이 검열이라는 과거 시대의 방식을 사용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학교 측의 졸업사진에 대한 검열이 과연 교육을 위한 목적인지, 항의 전화 및 법적 책임 등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것을 막기 위한 단편적인 수단이 아닌지는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또 학생들의 표현 자유를 막는 것이 아니고 건전하고 즐거운 졸업사진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 검열이 아닌 다른 수단이 없는지 한 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준석 사회부 기자 ljs@kyeongin.com이준석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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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서민·사회적 약자 꿈 짓밟는 중고차 사기 지면기사
"함께 사는 어머니가 시장, 병원을 갈 때 모셔다 드리려고 중고차를 사려고 한 건데 그 꿈이 무너졌습니다."지난달 22일 오후 인천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만난 김모(47·지체장애 1급) 씨가 다음날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었다. 처음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만나 이야기를 했을 때 김 씨는 중고차 매매 사기를 당한 것 같냐는 물음에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귀신에 홀린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날 '중고차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기자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마지막에 사기임을 직감하고 중고차를 구입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딜러들에게 처음 건넨 2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김 씨뿐 아니다. 중고차 매매 사기 기획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관련 커뮤니티와 제보 등을 통해 다양한 피해 사례를 접했다. 자녀들과 여행을 다니기 위해 중고차를 구입한 싱글맘, 손님을 식당까지 태워주기 위해 중고차 구입을 결심한 60대 남성까지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우리 사회에 사회적 약자들이고, 서민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중고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각자의 꿈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중고차 매매 사기 딜러들은 이들의 꿈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강원도, 호남, 영남 등 전국에서 각자의 꿈을 안고 올라온 사람들을 좋은 차를 보여준다는 명목 아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피해자들을 지치게 했고, 이 과정에서 협박도 일삼았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서 집으로 돌아온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한 사실을 깨닫고 며칠 동안 밤잠을 못 이루고 혼자 끙끙 앓았다고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상황이 이렇지만 지자체는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힘들다며 피해자들에게 입증 책임을 떠넘기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중고차 사기로 눈물을 흘리기 전에 지자체에서 중고차 사기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자체의 역할은 주민들이 걱정하지 않고 마음 놓고 중고차를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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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어렵게 모셔온 경기도청에 도민이 원하는것 지면기사
경기도청 수원 이전의 숨은 공신은 '수원토박이' 김구배다. 김구배는 1963년 1월 비상계엄령이 선포돼있는 엄혹한 시기에 민간인 최초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에게 건의서와 '수원시민과 화성군민에게 고함'이라는 격문을 보냈다. 그는 건의서에 "수원은 경기도 각 시군의 중추지역에 있어 사통팔달의 교통이 지편(至便·더할 수 없이 편함)하고 지리와 더불어 자고로 농산물 집산지로서 널리 알려져 있는 고도(古都)임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다년간의 숙제인 경기도청을 원형이정(元亨利貞·사물의 근본이 되는 원리)으로 수원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의서와 격문은 큰 울림을 남겼고,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경기도청사를 수원으로 이전하는 데 결정타가 됐다. 같은 해 12월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은 경기도청의 이전 각의 결정문을 공시했다. 1967년 8월 마침내 경기도청은 수원으로 이전했다.청사 이전 반세기 만에 경기도는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2020년 완공 예정인 수원 광교신도시 '경기융합타운'이다. 새 천년을 기다리는 경기도의 신청사 공사 현장 앞에 시민들이 북적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건설 노동자들이다. 현재 민주노총 소속 형틀목수 28명, 한국노총 소속 23명이 신청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건설사가 소속 조합원 100% 고용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을 직접고용 노동자로 속여 현장에 투입했다는 이유로 연일 고용 촉구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현장에서 구멍이 뚫리고 망가진 거푸집을 들여와 부실 공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건설사는 '언제부터 기업이 노조의 것이 되었느냐'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경기도청 신청사 현장이 노사 갈등으로 시끄러워선 안 된다는 주문을 받고 조합원 조끼를 벗고 일을 했던 것이라고 소명했다. 첨예한 입장 차만 보이는 형국이다.경기도민은 최대 광역지자체로 우뚝 선 경기도가 그에 걸맞은 옷을 입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함께 사는 것, 참 어렵다. /손성배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