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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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어렵게 모셔온 경기도청에 도민이 원하는것 지면기사
경기도청 수원 이전의 숨은 공신은 '수원토박이' 김구배다. 김구배는 1963년 1월 비상계엄령이 선포돼있는 엄혹한 시기에 민간인 최초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에게 건의서와 '수원시민과 화성군민에게 고함'이라는 격문을 보냈다. 그는 건의서에 "수원은 경기도 각 시군의 중추지역에 있어 사통팔달의 교통이 지편(至便·더할 수 없이 편함)하고 지리와 더불어 자고로 농산물 집산지로서 널리 알려져 있는 고도(古都)임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다년간의 숙제인 경기도청을 원형이정(元亨利貞·사물의 근본이 되는 원리)으로 수원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의서와 격문은 큰 울림을 남겼고,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경기도청사를 수원으로 이전하는 데 결정타가 됐다. 같은 해 12월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은 경기도청의 이전 각의 결정문을 공시했다. 1967년 8월 마침내 경기도청은 수원으로 이전했다.청사 이전 반세기 만에 경기도는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2020년 완공 예정인 수원 광교신도시 '경기융합타운'이다. 새 천년을 기다리는 경기도의 신청사 공사 현장 앞에 시민들이 북적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건설 노동자들이다. 현재 민주노총 소속 형틀목수 28명, 한국노총 소속 23명이 신청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건설사가 소속 조합원 100% 고용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으며,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을 직접고용 노동자로 속여 현장에 투입했다는 이유로 연일 고용 촉구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현장에서 구멍이 뚫리고 망가진 거푸집을 들여와 부실 공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건설사는 '언제부터 기업이 노조의 것이 되었느냐'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경기도청 신청사 현장이 노사 갈등으로 시끄러워선 안 된다는 주문을 받고 조합원 조끼를 벗고 일을 했던 것이라고 소명했다. 첨예한 입장 차만 보이는 형국이다.경기도민은 최대 광역지자체로 우뚝 선 경기도가 그에 걸맞은 옷을 입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함께 사는 것, 참 어렵다. /손성배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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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그녀들의 이유있는 과격함 지면기사
1912년 3월의 어느 날. 영국 런던의 피카딜리 거리는 참정권을 주장하는 수백여 명 여성 운동가들의 과격한 시위 탓에 온통 아수라장이 됐다. '에멀린 팽크허스트'를 필두로 한 이들은 눈에 보이는 건물 유리창을 모조리 깨뜨렸고, 우체국의 편지들을 불태우는 등 방화도 서슴지 않았다. 과격함의 이유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서프러제트' 속 대사 한 줄로 요약된다. "전쟁(폭력)이 남자들이 들어주는 유일한 말이니까요"2018년 5월 19일. 서울 혜화역 일대는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범죄 관련 성차별 수사를 규탄하는 1만여 명 여성들의 분노로 가득 찼다. 지난 9일에도 2만여 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100여 년 전 영국의 여성들이 그랬듯 유리창에 돌을 던지고, 불을 지르진 않았지만 남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와 조롱 섞인 과격한 언어를 내뱉으며 외쳤다. "우리의 일상은 포르노가 아니다."현재까지 여성들의 과격함은 이들이 주장하는 한국사회의 기득권인 남성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성들은 사건의 본질을 보려 하기 보다, 이들의 과격한 언어와 몸짓 하나하나에 현미경을 겨누는 적대적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말이다. 이렇다 보니 여성들이 가진 분노의 본질은 차츰 잊히고, 그 자리에는 여성과 남성의 갈등이 자리 잡는 모양새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는 분명한 사실은 모든 성범죄의 대다수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것. 여성들의 이번 집단행동을 촉발한 몰카범죄 피해자 중 84%도 여성인 현실이다.다음 달 7일 여성들은 3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이들이 뱉을 과격한 언어에 가슴 한편에선 불편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이들이 과격해질 수밖에 없었던, 과격함에 가린 사건의 본질에 주목하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 또한 여전히 20대 중반 여동생의 늦은 귀가가 걱정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배재흥 사회부 기자 jhb@kyeongin.com배재흥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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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군포 지샘병원이 태연할 수 있는 이유 지면기사
군포 지샘병원에서 50대 여성이 심혈관 조영술 도중 사망한 지 꼭 석 달이 지났다. 오랜 기간 취재하면서 기자로서 논리와 감성이 충돌할 때가 있었다. 단순히 유족을 동정하는 마음이 아니었다. 사회적 약자들이 매번 권력집단에 당하고 끝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먹먹했고, 국가는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데 분노가 일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보건당국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문을 두드려보라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놨다. 경찰은 의료분야가 전문 영역이라며 의사의 과실 여부 수사를 대한의사협회에 의뢰하겠다고 했다. 보건당국과 수사당국 모두 이미 답을 정해놓은 느낌이다.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종착지는 합의와 보상이라는 공식이 일반화됐다.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에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 가는 건 슬픈 일이다. 분쟁 조정을 통한 합의도 중요하지만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명확한 진상 조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합의라는 대의명분에 가려져 진상 규명은 자연스레 고개를 감추고, 책임 있는 주체들은 늘 그랬듯 뒤로 빠진다.군포 지샘병원은 이러한 합의조차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돈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유족의 진상규명 요구는 진작에 묵살했다. 그 사이 의무기록은 삭제되고, CCTV 녹화분도 날아갔다. 의료사고의 종착지가 뻔한데 병원 입장에서는 굳이 유족과 접촉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아예 안심하고 있는지 최근에는 전철 역명 부기를 자축하는 행사까지 태연하게 치렀다.이상택 효산의료재단 회장은 부인 황영희 아프리카미래재단 이사장과 함께 10년 넘게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6개국 의료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효산의료재단이 운영하는 군포 지샘병원 앞에서는 유족이 석 달째 뙤약볕에 상복을 입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제적 구호에 열을 올리는 재단이 자기 병원에서 지역 주민이 죽어 나가도 꿈쩍 않는 행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의료사고가 발생한다. 의사협회가 결론 내는 의사의 과실 여부를 신뢰하는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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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투표용지 7장,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지면기사
우체통이 각종 고지서로 가득찼다. 내야 할 세금은 수십만원. 월급은 통장을 스치듯 지날 뿐이다. 구슬땀의 흔적이 묻어난 수십, 수백만원의 세금은 취약계층을 따뜻하게 하거나 도로를 새로 내는 일 등에 두루 쓰인다. 최악의 경우엔 누군가의 호주머니를 채울 '눈먼 돈'이 되기도 한다. 지역에서 거둬들인 세금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이들은 단체장·지방의원이다. 이들의 결정에 따라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낸 세금은 마을을 살찌우기도, 또 빈곤하게 만들기도 한다.전국 최대 광역단체인 경기도의 1년 예산은 22조원에 달한다. 경기도교육청의 한 해 살림이 10조원에 이르니 합하면 무려 32조원 가량이다. 31개 시·군 예산까지 합하면 1년에 경기도에서 쓸 수 있는 재원은 57조원에 달한다. 상당부분 1천300만 경기도민들이 내는 세금에서 비롯된다. 57조원을 맡길 '풀뿌리 일꾼'을 6월 13일에 일괄적으로 뽑게 된다.이미 지난 8~9일 이틀간 사전투표를 통해 많은 유권자들이 내가 낸 세금을 믿고 맡길 일꾼을 선택했다. 전국적으로는 유권자 10명중 2명꼴로 사전투표에 참여했지만 경기도는 열기가 다소 저조하다. 13일 본 투표에도 얼마나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할지 미지수다. 때아닌 스캔들에 특정 지역 폄하 발언 등이 논란이 되며 '어차피 누굴 뽑든 거기서 거기 아닌가' '투표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나'라며 무력감을 호소하거나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그러나 투표를 포기하는 일은 내가 낸 세금을 어떻게 쓰든 묵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4년간 경기지역에서 운용되는 재정만 228조원. 외면의 순간은 짧지만, 무관심이 불러올 결과는 밝지 않다. 선거를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꽃씨를 뿌려야만 피어날 수 있다. 1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가 진행된다. 투표용지는 7장, 경기도의 미래와 내 삶이 달려있다. /강기정 정치부 기자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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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오리무중 교육정책, 선거통해 바꿀수 있다 지면기사
"선생님, 특목고에 가면 분명히 대학을 쉽게 갈 수 있댔잖아요."대학교 재학 시절, 과외로 용돈벌이를 했다. 그중 한 학생과는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A는 수도권 유수의 특목고로 꼽히는 외국어고에 입학한 아이다. 성실한 데다 공부 욕심도 많은 성격이라 입학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A의 특목고 진학은 "특목고에 가야 SKY 대학을 쉽게 갈 수 있다"는 정부 기조 때문. A가 고입을 준비하던 중학교 3학년 때인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는 '특기자 중심'이었다. 대학은 80~90%의 학생을 수시로 선발했고 흔히 말하는 최상위권 대학(SKY)의 경우, 외국어 잘하는 학생을 수백 명 뽑는 수시 전형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A는 결국 외고 입학에서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을 가기 위해 내신과 수능보다 TEPS, TOEFL을 중점으로 공부했다.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A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 정시 입학을 위해 수능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A가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대입 정책은 180도 바뀌었기 때문.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달 1일 발표한 '2020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과 각 대학의 세부 전형에 따르면 특기자 전형에서의 학생 선발이 줄어들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부터 교육 정책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실정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고입을 준비하던 때와 다른 교육정책과 마주하게 되자 혼란에 빠지는 모양새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문제를 놓고 국가교육회의를 통한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이하 대입개편특위)를 출범해 공론화하겠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지난 4일에는 대입개편특위에서의 공론화 범위 제외 사안을 놓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밝혔다. 갈수록 오리무중인 교육부 정책에 맞서 우리 손으로 교육 정책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6·13 지방선거에서의 교육감 선출이다. 우리 손에 경기·인천 교육, 그리고 한국 교육 미래가 달려있다. /박연신 사회부 기자 julie@kyeongin.com박연신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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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경기력 저해하는 음주행위, 최소한 제재 필요 지면기사
경찰이 지난 1일 넥센 히어로즈 소속 박동원(28), 조상우(24) 선수에 대해 준강간, 강간미수 등의 혐의를 적용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두 선수는 사건 발생일인 지난달 23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임의동행 요구에 '오늘은 경기가 있어 가기 어렵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다음날 경기가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임의동행 요구를 거절할 만큼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프로 선수들이 경기 전날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신 행위를 올바른 행동이라고 봐야 할지 의문이다. 프로야구는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다. 프로 선수가 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위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할 터. 하지만 두 선수가 보여준 모습은 최상의 컨디션을 준비하는 선수들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두 선수는 범죄 여부를 떠나 경기 전날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도 야구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통상적으로 선수단은 원정 경기에 나설 때 합숙 생활을 한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 선수 개인의 자율에 맡긴다는 취지에서 음주 등에 대한 별도의 제재 규정은 만들어 놓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넥센 담당 기자는 "넥센이 타 구단에 비해 음주 행위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관대한 편"이라고 말했다. '구단이 음주 행위에 대해 너무 손 놓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1월 정운찬 총재가 새로 취임한 이후 계속해서 '클린(CLEAN) 베이스볼'을 외치고 있다. 선수단의 부정과 일탈, 품위손상 행위를 없애 깨끗한 야구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두 선수의 음주 행위는 결국 프로 선수의 품위 손상으로 이어졌다. 깨끗한 야구 문화를 추구하겠다는 KBO의 노력이 무색해졌다. 결국 KBO는 그 책임을 물어 사건 발생 당일, 두 선수를 구단 활동에 일절 참가하지 못하도록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야구장을 찾은 시민만 무려 800만명이 넘는다. 프로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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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파주 캠프하우스 도시개발, 市 적극 나서야 지면기사
남북·북미 정상회담 기대로 접경지역 부동산에 훈풍이 불면서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경기북부지역 반환미군 공여지 개발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그러나 2009년부터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한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 캠프하우즈의 경우 전국 반환 공여지 민간개발사업의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아왔으나 최종 승인단계에서 제동이 걸려 논란이 되고 있다.2009년 10월 사업자 선정 및 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2014년 9월 경기도의 사업 시행승인을 받는 등 10년 가까이 행정절차를 진행해 온 파주시가 최종 단계인 '실시계획 승인'을 앞두고 갑자기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를 운운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파주시가 11대 전략 프로젝트로 선정해 역점 추진하던 사업이 일부 공무원들의 '갑질 행정(?)' 때문에 휴지 조각 구겨지듯 내팽개쳐 지고 있는 느낌이다.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부 공직자들은 '정치권 눈치(?)'를, 지방선거와 총선 등을 앞두고 있는 정치인들은 '유권자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가 '국가주도로 반환 공여지 개발사업을 주도하겠다'는 지금 '파주시의 미래'와 '미개발 반환 공여지'를 위해서는 파주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반환 공여지 주변지역 활성화를 위해 발전종합계획(2008~2022년)을 통해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제도개선, 국책사업 유치 등 반환 공여구역 활성화 방안을 밝힌 바 있다.장기간 경기 침체를 겪은 데다 남북관계 악화로 민간사업자를 찾지 못해 제자리걸음을 해왔던 파주 반환 공여구역에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파주에는 캠프하우즈 말고도 자이언트(17만1천㎡)·스탠톤(27만1천㎡)·에드워드(25만2천㎡)·게리오웬(28만5천㎡) 등 모두 4개의 반환 공여지가 폐허 상태로 남아 도시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이들 기지는 모두 환경오염 정화를 마쳐 당장 개발이 가능한 곳이다.파주시도 캠프 에드워드와 자이언트 도시개발사업에 공기업과 대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기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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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노키즈존에 대한 단상 지면기사
종종 가던 카페가 '노키즈존(No Kids Zone)'으로 변화를 선언했다. 어린 아이들이 카페 안을 마구 뛰어다니는 일은 비교적 자주 있었지만, 인공으로 조성한 잔디에 아이의 소변을 누게 한 부모의 최근 일화가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이곳 외에도 노키즈존을 표방하는 식당과 카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러 노키즈존을 찾아가는 소비자들도 있고, 노키즈존으로 바꾼 뒤 매출이 늘었다는 업주도 있다고 한다.노키즈존은 어린 아이들에 대한 일종의 '혐오'다. 아이들의 행동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 부모를 막기 위해 출발했다지만, 결국은 당사자인 아이를 배척함으로써 그 결과를 얻어내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누군가는 업주가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한 영업방식에 대해 비난할 수 없다고 얘기할지도 모르겠으나, 우리는 만약 어떤 가게가 노인이나 다문화 가정을 출입하지 못하게 할 경우 기꺼이 함께 분노의 목소리를 낼 준비가 돼 있다. 노키즈존의 당사자인 아이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며 자신들이 배척된 것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누군가는 또 아이들로 인해 방해받지 않을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모두가 예외 없이 같은 시기를 거쳐 지금의 성인이 됐고, 전술했듯이 불완전하고 미숙한 아이들의 행동은 그것을 막지 않는 부모가 비난받아야 마땅할 뿐 아이 자체가 배척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한쪽에서는 아이 낳기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며 출산을 독려한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아이를 배척하고 혐오하는 시선이 부풀고 있다. 점점 아이와 함께 갈 수 없는 장소가 늘어나 서글프다는 선배의 푸념과, '맘충'의 기준이 엄격해져 어떤 때는 자신도 맘충에 해당된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곧 나의 미래 얘기가 될 것만 같아 좀처럼 아이 낳기를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몰지각하고 개념 없는 부모에 대한 혐오의 화살이, 엉뚱하게 아이들에게 향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신선미 사회부 기자 ssunmi@kyeongin.com신선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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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상식을 벗어나는 '문화계 관행의 족쇄' 지면기사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으레 '그러려니'하며 지나쳤던 일이 있다. 아니, 세상엔 그런 일이 참 많다. 그때마다 우리는 그것을 '관행'이라 부르며 다시 지나쳐버리기 일쑤다.예술단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다. 80년대 정권 차원의 독려로 전국 지자체 곳곳에 시립예술단이 세워졌다. 애초에 문화 융성이라는 본질보다 정치적 목적으로 설립된 측면이 강했기에 예술단의 운영방식은 주먹구구였다. '예술가는 배가 고파야 한다, 예술은 원래 그런 것이다'라고 치부하기엔 몇 십 년의 세월이 흐른 동안 변한 게 너무 없다. 그래서 우리의 기획 기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할 수 있다. 실제로 예술단을 관리하는 도내 지자체 공무원 모두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잘 몰라서 문제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들은 예술단원이다. 그들뿐 아니라 문화계도 당신의 문제 제기를 싫어할 것이다."문화계를 잘 모르고 비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떤 관행도 '상식'을 벗어나선 안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만약 입사 이후에도 당신은 매년 다시 입사시험을 치러야 하고 그 결과로 해고될 수 있다면?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해고될 수 있다면? '열심히 기량을 갈고닦았는지'와 같은 추상적 기준으로 당신을 평가한다면? 사장이 지정한 날짜에만 휴가를 가야 하다면? 과연 이 의문에 '관행'이라며 속 시원히 넘길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 타박했던 그 공무원들에게 단원들과 똑같은 제재를 가한다면 그들은 감내할 수 있을까. 관행과 상식의 경계에서 갈피를 잡기 위해 수많은 의문을 던졌다. 하지만 '예술'의 영역이라며 묻어두기엔 이제 사회와 시민이 변했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관행'을 깨부수고 있지 않은가. /공지영 문화부 기자 jyg@kyeongin.com공지영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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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지방선거 후보들 '전과' 살펴봅시다 지면기사
3선 인천시의원을 지낸 A씨는 '도박죄'를 포함한 2건의 '전과(前科)'가 있어 선거에 나설 때마다 그 기록이 공개된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A 전 시의원의 전과 기록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몇 년 전 그와 함께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을 때 전과 얘기가 나왔다. A 전 시의원이 현직에 있을 때다. 그가 저지른 '도박죄'에 대해 무용담을 늘어놓듯 해명하더니 이렇게 하소연했다. "세상에 전과 없는 사람도 있습니까?"2016년 기준 법무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 대비 전과자 비율은 26.1%다. 적어도 우리나라엔 전과 없는 사람이 더 많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6·13 지방선거 예비후보 가운데 40%가 전과자다. '무면허'와 '음주운전'이 가장 많다고 한다. 인천지역 6·13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의 전과 기록을 살펴보다가 놀랄 때가 많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기초의원 예비후보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 2건, '야간·공동상해' 등 4건의 전과가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의 모 인천시의원 예비후보도 전과가 4건인데 '뇌물수수', '업무상 횡령', '공직선거법 위반', '상해' 등 죄명도 가지가지다. 인천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바른미래당 예비후보는 전과 6건 중 4건이 폭력 전과다. 정의당의 한 기초의원 예비후보는 현직 기초의원이던 지난해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전과를 남겼다. 후보들의 범죄 전력은 여야도, 진보와 보수도 가리지 않았다. 선출직 공직자 후보가 전과가 있는지 없는지, 죄명이 무엇인지는 유권자가 투표하는 데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선관위가 법에 따라 국민 모두에게 선거 후보자의 전과를 공개하는 이유다. 물론 "과거보다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항변이 나올 수도 있다. 이 같은 항변이 선거에서 통할지는 유권자가 판단할 몫이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pkhh@kyeongin.com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