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수요광장]글로벌 약속과 우리의 책임 있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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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광장]글로벌 약속과 우리의 책임 있는 자세 지면기사

    국제적 약속은 전문가들 검토후지속가능한지 판단 신중히 다뤄OECD국가답게 반드시 지켜야세계적 이슈 우리의 역할 찾고공무원·공기업 직원 능력 개발과국민들 교육 강화시키는 전략 필요 글로벌 시대. 전 세계는 기후변화, 물안보, 이산화탄소 저감 등의 무수한 환경 문제를 비롯하여 인권, 기아와 가난, 전쟁과 테러, 빈부 격차 문제 등 크고 작은 사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했고, 그 와중에 무수한 약속도 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냉철하게 그 약속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잘 진행된 것도 있지만 그 밖의 여러 부문에서 세계와 국민을 대상으로 했던 약속들이 정부가 바뀌는 즉시 유야무야된 사례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 때 국제적 규모의 녹색성장이 그러하다. 녹색성장은 2005년 '유엔 아시아·태평양 환경과 개발장관 회의'에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 개념으로 등장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발전 전략으로 녹색성장을 추진하였으며 녹색성장을 주관하는 주체가 우리라 공언되었으나, 정부가 바뀐 후에는 우리의 역할이 없어져 관련 부처는 물론이거니와 이를 지켜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퇴색해 버린 현 시점에서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쉽게 무감해지고, 아예 체념한 상태가 되어 버린 듯하다.또 녹색성장과 관련한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GCF)도 마찬가지이다. GCF는 국제연합(UN)의 기후변화 협약을 근거로 한 기후변화 사업 지원 기금으로 2012년 10월 인천에 사무국이 유치 확정되었으나, 4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GCF 사무국을 유치했다는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GCF 출범 당시 중국의 대리이사국 자격을 보유하였으나 지난해 이마저도 다른 나라에 넘겨주게 되어 GCF의 의사 결정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GCF 사업에 우리나라가 참여한 실질적인 내용도 거의 전무하다. 또한 녹색도시로 도약한다는 약속도 공언에 불과

  •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관기소유:  그 말미암은 바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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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성어로 읽는 고전]관기소유: 그 말미암은 바를 본다 지면기사

    어느덧 한 해가 지나간다. 올 해를 지내며 한 해에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해보면 한마디로 '설마'의 한 해였다. 丙申년의 처음 '설마'는 알파고가 건네주었다.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믿었던 바둑의 영역에서 이세돌의 패배가 그것이었다. 두 번째의 '설마'는 국내 모든 여론조사의 예측을 뒤엎고 제1야당이 탄생한 것이었다. 세 번째의 '설마'는 브렉시트라는 국가이익을 우선하는 국수주의의 부활이었다. 하반기 들어서서 네 번째로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은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 대한 경각심과 더불어 아집을 버리고 다시 볼 것을 일깨워주었다. '설마 우리나라는 지진안전지대라는데'라는 말은 이제 없어져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다섯 번째 가장 큰 설마는 비선실세의 국정논단사태였다. 그리고 여섯 번째 설마는 미국 대선에서 cnn여론조사가 당일 아침까지도 91%의 확률로 힐러리가 승리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당선 된 것이다. 올해 일어난 이런 일련의 사건의 맥락이나 연유를 살펴보면 '설마'라는 짧은 단어에 있다. 우리의 인식은 일상적인 것에 익숙해져 최면이 걸리면 '설마'를 보기 힘들다. 공자는 논어에서 사건이나 사람을 관찰할 때에는 표면뿐 아니라 그 맥락내지 연유를 보라고 하였다. 올해 일어난 일련의 사건의 일관된 맥락은 '설마'에 있다. 특히 예측의 분야에 있어서 올 한해의 '설마'는 향후 시대를 읽는데 있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

  • 경인일보 독자위 10월 모니터링 요지·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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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일보 독자위 10월 모니터링 요지·인천 지면기사

    재정파탄 日유바리시 사례에 '타산지석'김영란법 시행 지엽적 모습만 다뤄 아쉬움市 송도갯벌 습지 보전계획 불이행 잘 지적경인일보 지면을 평가하는 10월 인천본사 독자위원회가 지난 9일 인천본사 회의실에서 개최됐다.이날 독자위원회 회의에는 김하운 독자위원회 위원장(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과 이경환(SGI서울보증 삼화대리점 대표), 조강희(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독자위원이 참석했고, 이광수(인천시교육청 장학사) 독자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왔다. 경인일보에서는 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이 나와 의견을 들었다.독자위원들은 이달 71주년을 맞은 올해의 창간 특집과 해외 취재 기획보도 등에 관한 언급이 많았다.이경환 위원은 10월 경인일보 창간 '70+1'주년 다양한 특집 기사가 많아 반가웠다고 했다. 이 위원은 "특히 빛바랜 지면에서 '인천'을 읽다라는 주제로 71년 전 기사를 다시 읽어보며 해방 직후 격동기 인천의 시대상과 일제잔재 청산의 움직임 등을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또 6~7일 게재된 '독자와 함께 만드는 신문, 우리들의 이야기' 코너는 "사회 각계 각층의 순수한 목소리를 꾸밈없이 잘 펼쳐 놓아 좋았다"고 했다.4~12일 4차례 보도한 '재정파탄 10년 유바리를 가다' 해외 취재기획기사도 독자위원의 눈길을 끌었다.조강희 위원은 "일본 유바리시가 관광도시에서 재정 파탄도시로 변모하는 과정을 잘 소개하며 고령화, 재정난 등 인천과의 연관 관계를 조명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며 "굉장히 의미 있는 취재였다. 경인일보가 앞으로 해외 취재 활동에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이경환 위원은 "인천과 유바리시의 상황과 특성이 다르긴 하지만 과도한 투자와 도덕적 해이 등으로 빚어진 행정이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타산지석으로 삼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하지만 김하운 독자위원장은 이번 기사에 대해 다르게 평가했다. 그는 "두 도시가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다른 점이 더 많다. 일본 유바리의 사례에 인천을 끼워 맞춘 느낌이 없

  • 경인일보 독자위 10월 모니터링 요지·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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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일보 독자위 10월 모니터링 요지·경기 지면기사

    아줌마축제 기사 희망·진취적 내용 필요'꿈의 학교' 청소년 현장취재기 확대해야김영란법 시행후 변화된 모습도 다뤘으면경인일보 10월 독자위원회가 지난 7일 경인일보 3층 소회의실에서 열렸다.이날 회의에는 김준호(수원대 객원교수) 위원, 박은순(경기여성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위원, 이민상(협성대 교수) 위원, 이을죽(미래사회발전연구원 이사) 위원, 장동빈(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위원, 허성수(안산상록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위원, 홍문기(한세대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경인일보에서는 김성규 사회부장이 나와 의견을 들었다.10월 독자위원회의는 6~7일 자에 보도된 경인일보 창간 71주년 기념 특집호에 대한 평가로 시작됐다.장동빈 위원은 "경인일보가 '공감'을 창간특집 슬로건으로 정해 이틀간 40면의 신문을 발행했는데, 1면 사진기사를 통해 독자와 만드는 신문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생활 속 인물의 이야기를 배치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또 2~5면에 배치한 독자들의 공간도 매우 참신한 기획이라고 판단된다"고 호평했다.장 위원은 이어 "다만 7면에 배치한 특정 정치인의 기사는 창간특집이라는 전체 기획의 흐름에서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해석하기 어려워 '옥에 티'였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허성수 위원은 "창간특집으로 1면에 독자들이 스케치북에 메시지를 적어 전달하는 방식이 신선했다"며 "군인, 경찰, 셰프, 메달리스트, 연극인, 승무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메시지를 전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또 "동행취재를 통해 9급 공무원, 환경미화원, 푸드트럭 사장, 교사 등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진심토크를 통해 사회초년생들의 생각을 전했는데 평소 지면에서 다루지 않았던 대상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듣고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기회가 된 것 같다"며 "특집다운 기획이었다"고 덧붙였다.경인일보가 주최한 아줌마축제, 기자 꿈의 학교 등 행사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박은순 위원은 "아줌마축

  • [발언대]소중한 물! 아껴써야만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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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소중한 물! 아껴써야만 하는 이유 지면기사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모두 공짜"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가 그렇고, 마시는 물 또한 그 범주에 든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소중함을 가끔 잊을 때가 있다.우리나라 강수량 통계를 보면 연평균 약 1천400㎜이다. 이는 세계 평균보다 높지만 문제는 계절 편차로 여름철에 집중돼 실제 강수량의 약 27%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특히 산악지역이 많아 물은 바다로 빨리 빠져 나가버린다. 따라서 가을, 겨울에는 물이 부족한 상황으로 '세계물포럼'에서는 우리나라를 물이 부족할 수 있는 국가로 보고 있다. 2013년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282ℓ의 수돗물을 사용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하루 1톤 이상을 사용하는데 이는 페트병 1ℓ짜리 1천개 이상을 사용하는 것이며 선진국인 독일이나 덴마크에 비해 2배 이상의 물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이처럼 물을 낭비하는 이유는 역시 가격이 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물 가격을 1로 봤을 때 일본은 1.9배, 미국은 2.3배, 독일은 5배나 더 비싸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수돗물의 가격은 OECD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생산가격보다 판매가격이 낮아 수도사업은 적자이고 일반세금으로 보전하고 있다. 따라서 돈이 없어서 전국의 낙후된 수도관을 2% 미만밖에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10.7%의 수돗물이 누수가 된다고 한다. 이는 1년에 6억6천만톤으로 팔당댐 저수량의 2.6배에 해당하며 돈으로 환산하면 약 5천200억원이 낭비되는 셈이다. 이천시도 시민 1인당 하루 평균 282ℓ의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이를 4인가족 기준으로 볼 때 한 달에 약 34톤의 수돗물을 사용하게 된다. 아시는 바와 같이 수도요금은 누진율을 적용하고 있다. 가정용은 3단계, 일반용은 5단계를 적용하고 있다. 가정용은 1톤에서 20톤까지 1단계를 적용하며, 톤당 가격은 790원이다. 만약 20톤을 사용하였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만5천800원이고 여기에 정액료 600원을 더하면 한 달 수도요금은 1만6천400원이

  • [기고]새클턴은 무엇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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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새클턴은 무엇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았을까? 지면기사

    얼마 전 중소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의 인력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전반적인 방향이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임금이나 기타 복지수준이 낮고 환경이 열악해 청년들이 오지 않으니 정부가 나서서 임금도 보전하고 환경개선에 좀 더 많은 예산지원을 늘려달라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당돌하게도 필자는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과연 처우나 복지수준을 최고로 해주면 사람들이 몰리고 직원들이 조직에 충성을 할까요?1914년 12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던 해 영국에서는 작지만 의미있는 출항식이 있었다. 언스트 새클턴 선장이 이끄는 남극 횡단탐험대가 27명의 선원을 모아 출항에 나선 것이다. 전쟁 때문에 국가의 지원이 없는 것도, 얼마 전에 아문젠이 먼저 남극에 도달했다는 소식도 이들의 열정을 막기는 부족했다. 개인 기부자들과 새로운 탐험에 동조하는 어린 학생들의 성금으로 마련된 출항은 최초의 남극 횡단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출항 1개월만에 남극에 도달도 못하고 수킬로씩 늘어선 빙벽에 갇혀 꼼짝 못하게 되었다. 10개월이나 갇혀 지냈지만 얼음벽이 배를 조여와 급기야 배는 침몰해버렸고 3개의 구명정에 올라타 가까스로 인근의 작은 섬에 표류하였다. 백방으로 노력을 해보았지만 모두 헛수고가 되었고, 마지막으로 새클턴 선장은 중대한 결정을 한다. 새클턴 선장 자신이 직접 다른 5명과 함께, 남은 썰매와 개를 끌고 무려 1천300㎞ 떨어진 곳으로 구원요청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극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려 8개월의 악투 끝에 구조대를 이끌고 돌아왔고 이듬해 모든 대원을 이끌고 안전하게 귀환하였다. 놀라운 것은 무려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극심한 추위와 식량 부족, 그리고 미래를 알 수 없는 불안한 환경 속에서 단 한 명도 죽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보통이라면 극한 조건 속에서 사소한 의견차이로 다툼이나 폭동이 일어나기도 하고, 나 혼자 살겠다고 동료를 저버리거나 심하면 서로를 잡아먹기도 하지 않는가? (영화 '파이'를 본 독자들이라면 극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잘 알 것이다) 역

  • [자치단상]남한강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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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단상]남한강을 바라보며… 지면기사

    상부 '단강'·중앙 '여강'·하단 '기류'로 삼등분영욕과 애증으로 점철된 삶 강물로 씻고 싶어 여주 역사를 떠올리며 옳고 그름을 평가해 본다남한강을 떠올려봅니다. 원주와 충주의 경계인 늠름한 자산(紫山)에서 출발합니다. 신선이 사는 곳은 좋은 약을 제조하기 때문에 불그스름한 구름과 같은 연기가 떠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신선이 사는 곳을 자운동천(紫雲洞天)이라고 불렀듯이 자산은 이런 연유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우리의 조상들은 남한강을 삼등분하여 상부를 단강(丹江), 중앙을 여강(驪江), 하단부를 기류(沂流)라고 했습니다. 자산은 단강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조금 더 내려오면 청미천과 만납니다. 물이 맑고 깨끗해 이름도 청미천이라고 붙였습니다. 우측이 강천섬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되었지만, 남이섬보다 넓고 아름답습니다. 은행나무가 더 자란다면 명소가 될 것입니다. 강 건너가 여강길의 하나인 아홉사리길입니다. 옛 풍경을 간직한 작고 아름다운 길입니다. 낙엽이 떨어진 길은 더욱 호젓할 것입니다.조금 더 내려오면 우만리 느티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예전 강천과 점동을 오가던 배들이 이정표로 삼았던 나무입니다. 뱃사공은 이 나무를 보면서 거리와 방향과 힘을 조절했을 것입니다. 기준이 된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의 삶 또한 누군가의 좌표가 될 수도 있기에 더욱 조심스러워집니다.느티나무를 지나면 부라우 나루터에 닿습니다. 나루터 이름은 붉은 바위 때문에 생겼다고 합니다. 이름도 예쁘지만 풍경 또한 나루터 중에서 가장 으뜸입니다. 바위 맨 윗부분에 단암(丹岩)이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단암은 여양부원군 민유중의 아들인 민진원의 호입니다. 명성황후 생가와 연결하는 하나의 점(點)입니다.더 내려오면 신륵사 다층전탑과 강월헌(江月軒)이 보입니다. 다층전탑은 우만리 느티나무와 같은 역할을 했으며, 강월헌은 나옹스님의 다비(茶毘)장소입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무학대사가 지은 선

  • [윤중강의 음악살롱]성대의 태평소
    칼럼

    [윤중강의 음악살롱]성대의 태평소 지면기사

    천성대는 젊은 피리연주가다. 에스닉 팝그룹 '락(RA;AK)'에서 활동한다. 이 그룹은 '민속음악(에스닉)에 뿌리를 둔 대중음악(팝)'을 지향한다. '태평성대'는 '락'의 대표곡! '어진 임금이 잘 다스리어 태평한 세상을 태평성대(太平聖代)라고 부른다. 락의 콘서트에선 의미가 추가된다. "'태평'소를 부는 천'성대'"라고 해서도 '태평성대'다. 락(RA;AK)의 콘서트에선, '락(Rock)처럼 힘이 넘쳐나는 락(樂)'을 경험한다. 멤버의 기량이 모두 출중하지만, 천성대의 태평소는 특히 신명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 악기는 왜 태평소(太平簫)일까? 평화의 피리란 뜻이지 않은가! 오래전 이순신장군도 어디선가 들려오는 태평소소리를 들었다. 안타깝게도 그 시절도 난세(亂世)였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한산섬 달 밝은 밤에'를 잘 안다. 광화문에 가면 이순신 동상이 있고, 이순신하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충무공이 지은 한시를, 노산 이은상 선생이 시조로 풀어냈다. 시조의 종장은 이렇다.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茄)는 남의 애를 끊나니'. 호가(胡茄)는 바로 '태평소'다. 한시의 원문은 일성강적갱첨수(一聲羌笛更添愁). 원문에선 강적(羌笛)으로 되어 있다. 강적도 '오랑캐의 피리'란 뜻이다. 그런데 강(羌)이란 한자에는, '아!'하는 '탄식'과 함께, '굳세다'는 의미도 있다. 어쩜 예나 이제나 같을까? 강적, 곧 태평소 소리엔 나라를 걱정하는 깊은 탄식과 나라를 바로잡으려는 굳은 의지가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에 존재한다. 만약 이순신이 살아있어 지금 이 나라를 보면 뭐라 할까? 지금 이 땅에서 퍼지는 또 다른 호가(胡가)의 애끓는 절규와 강적(羌笛)에 담긴 굳건한 의지를 헤아리고 있을까? '광화문'하면 생각하는 전통노래가 있다. '진국명산'이다. 조선의 지식층이 사랑했던 가곡(歌曲)이다.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가곡의 '편수대엽'이란 곡조에 맞춰서 부르는 '진국명산'이다. "진국명산(鎭國名

  • [월요논단]어명(御命) 없는 평등의 세상을 향하여
    칼럼

    [월요논단]어명(御命) 없는 평등의 세상을 향하여 지면기사

    2016년 이 나라에 왕은 없다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있을뿐국가·국민 권력 사유화 꾀했으니국권 강탈하는 내란기도인 것'어명'으로 절대 복종 요구하고이를 매개한 자들도 용서해선 안돼청와대의 전 비서실장은 청와대 내의 이상 현상, 예를 들면 이상한 지시사항, 결정 루트의 모호함, 잦은 명령 변경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참모, 직원들에게 "어명이다."라고 무조건 복종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 나라가 전제 왕권국가였던가? '어명'이란 단어가 21세기 한국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었다. 새삼 놀라운 것은 아니다. 필자부터도 '수첩공주'를 거쳐 '여왕폐하'라는 단어를 꽤 자주 사용해왔으니 '어명'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었다고 새삼 놀라는 척, 호들갑을 떨 수는 없다. 그러나 필자가 이 단어를 사용할 때는 풍자의 의미였지 곧이곧대로 공주고 여왕이라고 생각하란 뜻은 아니었다. 그렇게 사용될 줄은 정말 몰랐다.생각해보면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권력을 전제적 권력처럼 마구 휘두른 것을 바른 표현으로 비판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었다. 더구나 옛 왕조시절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자로 지칭한 것은 더 잘못한 것이었다. 오늘 날, 공주나 여왕이란 단어는 미와 고귀함을 내포한 것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풍자라기에는 미화가 과도하다. 그러니 갖은 부정으로 금메달을 따고 대학에 들어가 "돈도 실력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자가 "공주라는 데 좋죠."라는 당당한 반응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부적절하기로는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군주라는 혼군(昏君)도, 포악하고 막된 임금이라는 폭군(暴君)도 마찬가지이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조선왕조가 일제에 국권을 내주고 한낱 일왕의 봉작으로 내려앉은 것이 벌써 100년도 더 된 일이요, 이후로 이 나라에 '왕'이 제대로 고민된 적은 없었다. 속담으로 견주자면 '초가삼간이 다 탔어도 빈대 타죽은 것만은 속 시원하다'는 격으로 일제 침탈로 백가지가 비극인 중에 한 가지 다행을 조선왕조가 종료된 것으로 꼽는 시선마저 일면 타당한 데가 있을 정도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

  • [시인의 연인]첫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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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연인]첫 눈 지면기사

    전당포 외벽 철제계단 위로 미끄러지며커피 배달을 가는 여자 가죽스커트 터진 치맛단 속을 돌아백반집 앞 양파 다듬는 노부부 검버섯을 지우며종합병원을 막 빠져나온 영혼에도 잠시 머물다가저녁내 부엌 쪽창에서 어른거리다김선향(1966~)이 모든 사물에 처음과 마지막이 있는데, 계절의 끝에서 내리는 눈은 끝과 시작을 동시에 가졌다. 마지막을 상정하는 '사라지고' '떨어지고' '멀어지고' 등에서 우리는 끝 안에 있었던 처음과, 처음 안에 이미 와 있던 끝을 볼 수 있다. 첫눈은 끝에 내리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처음과 마지막을 함의한 중의적 이름이 아닐 수 없다. 희고, 검게 여문 그 씨앗의 이름을 '첫눈'이라고 한다면, 철제 계단을 올라가다 미끄러진 노동자 K에게, 커피 배달하다가 스커트 터진 가출한 양양에게, 자식들 모두 출가시키고 검버섯만 남은 노부부에게, 이제 막 생애를 빠져나온 영혼에게 눈은 검은 상처를 지우면서 하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하얀 눈이 내리는 사이, 촛불은 타올라 '하얀'의 'ㄴ'을 지우며 '하야'로 녹아내리고 싶은 밤도 태웠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김선향(1966~)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