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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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학교, 붙잡아 둔다고 해결될 문제 아니다 지면기사
인천 제물포고 이전 재배치를 두고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많다. 당장 중구와 동구에 가보면 제물포고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지난달 16일 제물포고를 송도로 옮기고 현 학교 부지에 '인천교육복합단지'(가칭)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나타난 모습이다.현수막만 보면 제고 이전을 반대하는 의견 일색이지만 제물포고 이전 재배치에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다.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시민·학부모 단체 등이 지금까지 반대의 목소리를 낸 반면, 동문회는 제고 이전을 찬성하고 있다. 동문 10명 가운데 9명은 이전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이전을 반대하는 측은 제고 이전이 구도심 공동화(空洞化)를 가속화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전을 찬성하는 쪽은 제고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통·폐합의 위기에 놓여있어 이전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이전을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쪽 모두 구도심 인구가 줄고 학생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인구 추이를 보면 동구 인구는 2006년 7만5천699명에서 2011년 6만1천680명으로 15년 새 1만4천여명이 줄었다. 중구도 영종국제도시를 제외하면 2006년 7만5천699명에서 2021년 7만1천14명으로 줄었다. 인천시 전체인구는 꾸준히 늘었는데 두 지역 인구는 계속 감소했다.멀리서 학생을 채워야 하는 제물포고의 학생 선호도는 떨어졌다. 2021학년도 1지망 지원 학생 비율은 57.5%로 일반고교 평균 88.5%를 크게 밑돈다. 또 6지망 이하 지원 학생 비율도 37%로 일반고 평균 0.8%보다 월등히 높다. 결국 최근 5년 동안 학생 수가 30% 이상 급감하며 교육부의 통폐합 대상 학교의 처지로 전락했다. 해답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무작정 학교를 붙잡아두는 것이 과연 답이 될까.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할 때다. /김성호 인천본사 문체교육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문체교육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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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돈으로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지면기사
최근 군포 관내 개발제한구역(GB) 내 한 야산에서 불법 행위가 이뤄져 온 사실이 적발됐다. 일반 축구장 크기의 한 개 반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땅에서 허가 없이 벌채·개간작업이 이뤄져 왔던 것. 이는 명백히 법으로 금지된 불법행위다. 군포시는 해당 토지주 측에 즉각 원상복구를 통보했다. 한 달 기한 내에 야산의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놓지 않으면 시는 고발 조치와 이행강제금 부과 절차를 밟게 된다.이행강제금은 이행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금전적 수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행을 촉구토록 하는 행정절차다. 다른 강제집행 절차와 달리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반복 부과가 가능하다.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소위 '돈으로 때우는' 식이다. 군포 관내 한 베이커리는 3년 전 문을 연 이후부터 줄곧 각종 GB 내 불법 행위로 수차례 행정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원상복구 대신 몇 년째 수억원에 이르는 이행강제금을 내는 것으로 '퉁치고' 있다. 배경에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관리 당국이 손을 대지 못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군포시의회 임시회에선 당시 GB 담당 공무원이 "산에 고가의 조경수를 심어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건 한편으로 나쁘지만은 않다. 이행강제금도 매출액에 대한 세금도 충분히 내고 있다"며 불법 행위를 옹호하는 발언을 내뱉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지난해 군포시가 부과한 이행강제금은 5억7천여만원에 달했다.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기까지 원상복구 명령에 따르지 않고 버티는 건, 불법 행위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잠재 가치가 이행강제금으로 인한 손실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지 않을까.자본주의 사회에 살고는 있지만 최소한의 법과 규정, 도덕이라는 잣대마저 돈의 논리에 휘둘려선 안 될 것이다. '돈으로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한 영화 '베테랑' 속 황정민의 상식과 정의가 부디 영화 속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homerun@kyeongin.com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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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처리 매뉴얼'만 반복하는 하남시 성희롱 지면기사
최근 하남시는 팀장급 공무원의 성추행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상급자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불거진 것도 있지만, 하남시의 대응이 서울시 등의 피해호소인 대처상황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하남시의 행태를 보면 피해자 뒤쪽으로 숨은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 피해자를 방패막이 삼고 있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먼저 사실상 5급 사무관 승진이 어려운 6급 팀장에게 6~12개월의 승진만 제한한 견책 처분을 한 것은 솜방망이가 아닌 그냥 눈감아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피해자는 타 부서로 인사이동된 반면, 가해자 팀장은 보직 해임이나 전보 등의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지금도 사건 당시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정년까지 팀장 보직을 유지한 채 몇 년을 더 근무할 수 있다.견책징계로 인한 승진임용제한 6개월과 성추행으로 인한 6개월 기간까지 가산하더라도 내년 4월 말 이후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명퇴수당을 받을 수 있다. 명퇴수당 금액만 7천만~8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조사와 처리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취재에 하남시는 '피해자 보호'를 이유로 사실 여부를 '처리 매뉴얼'과 '여성가족부 등 관계 당국이 정한 절차에 따랐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궁금하면 피해자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하남시는 분명히 '직장 내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임에도 공식적으로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로 규정짓고 있다.분명히 여성가족부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매뉴얼'에는 '성적 언동'을 성희롱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남시가 이번 사건을 성추행이 아닌 성희롱사건으로 축소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다음 달 하남시에 대한 하남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가 예정돼 있다. 방미숙 하남시의장을 비롯해 전체 시의원 9명 중 5명이 여성시의원이다. 무소속 1명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소속·출신 시의원이 7명으로 김상호 하남시장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행감에서 우리 편 흠결을 그냥 덮고 가는지 아니면 30년 역사를 가진 민의의 대표기관으로 본연의 역할을 하는지 지켜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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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공직자 부동산, 화성시장처럼 약속하라 지면기사
내 집 마련이 평생 목표여도 꿈을 이루기 어려운 시대다. 청년세대 중 일부는 아예 이를 포기하고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에 올인했다. 기성세대가 위험성을 걱정하자 "당신들은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었는데, 우리의 투자 수단에 대해서는 왜 방해를 합니까"라고 항변한다. 권력자들의 영끌 투자가 매번 매스컴에 도배되는데, 기성세대의 조언을 귓등으로 흘리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부동산은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부(副)의 척도다. 최근 공개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공직자 재산 현황에서도 공직자들의 부동산 사랑은 잘 드러났다. 사회지도층 중 실제 자신이 살 집 한 채만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드물다. 그러면서 국민들에게는 하지 말라고 읍소하고 강요한다. 이러니 부동산 정책은 언제나 쳇바퀴를 돈다. 오히려 더 많은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파트값 오르는 게 문제인데, 선거철이 다가오자 정치권에서는 '역세권' 만들어 주기에 한창이다. 정책 하나하나가 모순덩어리인 셈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재산 증식에 대한 욕심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수요가 부동산에만 집중되면 탈이 나는 것이다.서철모 화성시장은 한때 다주택으로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식당을 운영하며 대출 없이 집을 구입했고 정부가 장려하는 주택임대사업이었음에도 다주택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서 시장은 논란이 일자 지난해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1년도 지나지 않아 약속을 이행했음을 공개했다. 또 "시대와 사회인식이 변하고 공직자에 대한 새 기준과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소유 주택의 매각절차를 진행했다"며 "공직에 있는 한, 매매대금으로 보유한 현금으로 어떠한 형태의 부동산도 매입하지 않겠다"고 재차 약속했다.고위공직자는 서철모 시장처럼 약속해야 한다. 권력이 있을 때 부동산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진정성이 있어야만, 그나마 이 광풍을 잠잠하게 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의 초석도 맑은 윗물이 있어야 세워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태성 지역사회부(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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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소 잃은 민주당, 외양간 만큼은 제대로 고쳐야 지면기사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내 차기 지도부와 의원들은 연일 '오만과 자만이 불러온 결과'라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사실 선거 전부터 당내에선 참패를 점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소(서울·부산시장)를 잃는 것이 어느 정도 예고된 결과랄까? 당시 조금이라도 앞을 내다본 인사들의 말은 이랬다. "질 거면 확실하게 져야 한다. 애매하면 안 된다"였다.민주당이 무참히 깨져야만 정신 차리고 사고의 눈높이를 국민에게 맞출 것이란 속뜻이 담겼다. 이 역시 당을 향한 충정에서 나온 말일 테다. 이들의 예견대로 민주당은 무참히 깨졌다. 이후 등장한 패배 원인 찾기에선 역시나 '부동산 문제'가 핵심으로 꼽혔다. 집값 폭등이 민심이반을 불러왔고, 내 집 마련의 꿈이 요원해진 2030세대가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바로 봤다.폭등하는 집값에 민심이 아우성칠 때는 "문제없다"고 당당했던 이들이 선거에 한 번 지고 나니 이제야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하니 국민들의 헛웃음도 커진다. 3년 뒤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갈 표심이 무섭긴 무섭나 보다.그래서인지 민주당은 곧바로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다. 그런데 분위기가 좀 묘하다. 종부세 부과기준 상향,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완화, 무주택자 대출 규제 완화 등 관련 대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국민들 반응은 영 시큰둥하다. 되레 자신들이 쌓은 25층 탑(부동산 대책)을 부정하는 모습엔 더 큰 실망감까지 비친다.이쯤 되면, 맥을 완전히 잘 못 짚었다고 봐야겠다. 민심은 집값을 잡아달라는 거지 오를 대로 오른 집을 살 수 있도록 빚내는 길을 열어달라는 게 아니다.이를 놓고 차기 당권주자도 일침을 날렸다. 우원식 의원은 "바람이 분다고 바람보다 먼저 누워서야 되겠나. 넘어져도 앞으로 넘어져야지 뒤로 넘어져야 되겠나. 선거 패배의 원인은 '집값 급등'이지 이른바 '세금폭탄'이 아니다"라고 했다. 제발 외양간만이라도 제대로 고치자. 그게 바로 민심이다. /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kyt@kyeongin.com김연태 정치2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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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황무지 vs 풀꽃 지면기사
4월이 되면 항상 떠오르는 시구(詩句)가 있다. '4월은 잔인한 달'로 시작하는 T.S 엘리엇의 황무지의 한 구절이다. 문학 소년을 꿈꾸던 학창시절 전문을 외운 적도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문구만 기억난다. 얼마 전 다시 찾아보니 '죽은 딸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기억과 욕망을 뒤섞고/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겨울은 따뜻했었다…'로 이어진다. 다시 읽어봐도 생소하다. 그때의 감성이 사라진 탓일까?그래도 지금껏 4월의 어느 날에 누군가가 '지금 생각나는 것 있어?'라고 물어보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 시구를 말하곤 했던 것 같다.얼마 전 어느 지인이 같은 질문을 했고, 또 같은 답을 했다. 그러자 그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고 화답(?)했다. 순간 '뭐지?'하는 생각과 함께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국민 애송시로 불리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으로 화답한 거였다. 서로의 처지가 같을 수는 없지만 필자는 '절망'을, 지인은 '희망'을 이야기한 거였다.간혹 필자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지인에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항상 싸우는 두 마리 늑대가 있다. 한 늑대는 '어둠과 절망'이다. 다른 늑대는 '빛과 희망'이다. 어느 늑대가 이길까?'라는 어느 영화의 대사를 건네며 답은 '네가 먹이를 주는 늑대'라며 위로하고는 했다.그랬다. 답은 내게 있는 것이고 나는 다른 이들에게는 희망을 이야기했지만, 나 스스로는 희망이라는 답을 잊고 있었던 거였다. 4월이어서 그랬을까? 아닌 것 같다.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을 것 같다. 나는 아니어도 내가 아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따뜻한 마음을 건네고 싶은 측은지심의 발로였다고 위로하자!그리고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말하자. 황무지에도 풀꽃은 피어난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걸. 그리고 당신도 그렇다는 걸. /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mirzstar@kyeongin.com최규원 지역사회부(오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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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도시의 상품화 지면기사
드라마나 영화에서 인천을 배경으로 한 장면을 종종 접한다. 최근에 열심히 본 SF 드라마도 그렇고 그동안 내가 본 드라마·영화 속 인천 중에는 송도국제도시가 가장 많이 나왔던 것 같다. 인천이 멋지게 나오고자 지자체가 '협찬' 명목으로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인천에 사는 나는 드라마를 보다가 "어, 센트럴파크"라며 신기해한다. 그러나 어차피 가끔 지나는 그곳을 드라마 속에서 봤다고 일부러 찾진 않으므로 적어도 나에겐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한테도 신기하고 자랑스러울(?) 수는 있으나 동네 사람들을 위해 촬영지로 유치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목적은 다른 도시에 사는 외부인의 유입이다.인천이 드라마·영화 속에 등장하면서 외부인을 인천으로 모으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연구·분석한 자료는 아직 못 봤다. 특정한 장소와 건물이 영상에 등장할 뿐이지 인천이란 도시 자체는 삭제돼 있으니 홍보 효과가 얼마나 클지 개인적으로 의문이긴 하다. 내가 최근 열심히 본 드라마 속 송도국제도시 또한 서울의 어느 곳이었다. 인천이란 도시의 껍데기만 가져다 쓴 거나 다름없었다.'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 작가가 최근 장편소설 '곁에 있다는 것'을 펴내면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가난 상품화 행정에 분노해 썼다"고 말했다. 2015년 인천 동구는 쪽방촌이라 불리는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에 게스트하우스와 유사한 '옛 생활 체험관'을 조성하려다 비판 여론에 취소한 적이 있다. 김중미 작가 새 소설의 모티브다. 소설 '곁에 있다는 것'의 배경은 인천의 '은강'이다. 이곳은 바로 한국 문학사상 처음으로 300쇄를 찍은 조세희 작가의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주요 무대인 '기계도시 은강'이다. 기계도시 은강은 인천 만석동이 배경이다.드라마·영화 속에서 도시의 껍데기만 상품화하기보다는 그 속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외부인들의 도시에 대한 관심을 훨씬 더 불러일으킬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은강'은 인천을 빼곤 다른 곳을 떠올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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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한 유능한 공무원을 회고하며 지면기사
내 기억 속 그는 유능한 공무원이었다. 기업 투자 유치 업무에서 탄탄한 네트워크와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성과를 중시하는 경기도청에서 직업 공무원으로 출발하지 않았던 그가 무려 10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할 터다. 화성 국제테마파크, 고양 CJ라이브시티, 의정부 YG 복합문화융합단지, 시흥 웨이브파크 등 경기도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굵직한 사업들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간 것은 단순히 그가 그 자리에 있어서였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퇴직 후 다수의 기초단체가 그를 투자 유치부문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가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그분이 경기도청에 있을 때 조언을 많이 받았거든요. 시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 그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솔직히 그쪽 분야에서의 능력이나 네트워크는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요"라고 했다. 부인하지 않았다.그가 도청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투기 의혹 전직 공무원으로 불린다. 그가 투자 유치를 담당했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이 공식화되기 전, 업무 과정에서 얻은 기밀을 토대로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예정지 인근 부지를 매입한 혐의 때문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매입한 부지를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몰수보전이 이뤄졌다. 투자 전문가라는 명함은 빛이 바랬고 투기 의혹 전직 공무원이라는 오명만 남을 처지다.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줄을 잇고 있다. 유능한 공직자가 한순간에 파렴치한 공직자로 내몰린 것은 비단 개인의 문제일까. 이재명 도지사는 해당 전직 공무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부도덕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라는 인식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투기를 차단할 구조적 장치가 있었다면 지금의 그는 어떤 모습일까. 못내 씁쓸하다. /강기정 정치부 차장 kanggj@kyeongin.com강기정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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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4·7 재보궐선거의 비용·편익 지면기사
932억원. 단 21명의 선출직 공직자를 뽑기 위한 4·7 재보궐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선출된 공직자의 임기는 다음 전국동시지방선거인 내년 6월까지 1년 2개월 남짓이라고 생각하면 지출비용이 상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하지만 재보선 비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휴일이 아닌 탓에 유권자들은 일과 중 따로 시간을 내 투표장까지 가는 데 들어가는 기회비용이 있을 것이고, 새로 선출된 공직자들이 그간 진행됐던 업무를 이해하기까지 불가피한 행정 공백도 비용에 포함돼야 한다. 게다가 정책 결정의 변화로 기존 정책이 폐기되거나 노선이 수정된다면 일정 부분 매몰 비용까지 생길 수 있어 유·무형의 비용을 모두 포함한다면 수천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그럼에도 우리는 단 21명의 공직자를 뽑기 위해 투표를 한다. 단지 내년 대통령선거, 지방선거를 미리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어서? 그게 아니라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단 하나의 이유로 압축한다면 결국 수천억원의 비용을 뛰어넘는, 편익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 압축하자면 새로 선출되는 공직자들이 더 나은 방식으로 자원을 재분배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한정된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공동체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가장 합리적으로 제시할 후보자가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서울'특별시'나 부산'광역시'가 아니더라도, 상대적으로 예산 규모가 적은 시·군·구라 할지라도 어떻게 자원이 배분되느냐에 따라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의 질은 큰 차이가 날 수 있다.이제 유권자들은 각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자원 분배의 기준을 살펴 투표장으로 향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 사회적 갈등,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속 방역대책 및 경기부양책, 복지지출, 교육, 저출산 문제 등 다양한 이슈 속에서 어떤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할 것인지 마음속에 품은 채. 당선증을 받는 후보는 기억해야 한다. 수천억원 이상의 가치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김성주 정치부 차장 ksj@kyeongin.com김성주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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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여주 제일시장 도시재생으로 거듭나길 지면기사
여주시의 최대 현안이며 낙후돼 시민들에게 외면받아 온 제일시장. 지난해 12월10일 여주시는 제일시장(주) 소유의 토지와 건물을 100억원 상당의 공유재산으로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4월 말까지 땅과 건물의 명도(인도)만을 남겨 놓고 있다. 2018년 8월 제일시장(주)가 여주시에 건물 등의 매입을 제안하면서 2년 8개월 동안 얼마나 수많은 고비를 넘어왔는가. 이제 제일시장은 시민의 품으로 그리고 여주시의 관광명소로 거듭날 것이다.아직도 경매가 38억원이면 매입 가능한 것을 100억원(감정평가액)에 매입한데 대한 혈세낭비 지적과 제일시장 내 점포주 또는 세입자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또한 그 자리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음해도 존재한다.1983년 준공된 제일시장은 2014년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개발에 참여했던 용역사들과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10여건의 송사에 휘말려 강제경매에 넘겨졌다. 두 번의 유찰로 매입가는 38억원까지 내려갔다. 다시 경매가 진행되면 부채 20억원과 15~20%에 달하는 지연 이자 등을 빼면 94동 상점의 이해관계자들 74명은 빈손으로 쫓겨날 처지였다. 우리는 2009년 '용산 참사'로 7명이 사망하며 얼마나 큰 희생과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는지 알고 있다. 이 같은 비극이 여주에서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그동안 여주시는 점포소유주 전원의 매각 동의와 매각 잔금 배분방식 합의를 위해 점포소유주 인터뷰와 설문조사, 수차례에 걸친 공동대표 회의, 비상대책위원회와 총회를 거쳐 최종제안중재의 시행을 결의했다. 제일시장 공유재산 매입은 이항진 시장의 남한강을 중심으로 한 친수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다. 앞으로 사업 계획수립 용역과 함께 시민이 참여하는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미래 청사진을 만들어 갈 방침이다.불확실성의 시대에 전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 여주에서는 역사가 되고 있다. 진정한 시민을 위한 공적 자본(공유재산)이 만들어지고 있다. 잔인한 4월, 여주 제일시장이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