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대기업임원 연봉공개에 따른 사회상
    오늘의 창

    대기업임원 연봉공개에 따른 사회상 지면기사

    지난해에 이어 최근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이 공개됐다.연간 보수 5억원 이상 등기이사(임원)의 연봉 공개를 명문화한 자본시장법에 따른 것으로, 지난달 31일 회계연도를 감안한 사업보고를 통해 대기업 임원들의 보수가 공개된 것이다.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한 해 동안 146억원을 받으며 올해 대기업 ‘연봉킹’에 올랐다.일부 재벌 총수 등이 등기임원에서 빠지면서 이번에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종균 사장의 실제 연봉 순위는 5~6위 권에 자리할 것이라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삼성을 단적인 예로 들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연봉만이 공개됐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경우는 공개가 안 됐다. 등기임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등기임원은 법적 권한과 책임을 지는 임원이다. 이사회에서 표를 행사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비등기임원의 경우, 기업의 필요에 따라서 임원직을 주지만 법적 실체는 없다. 재벌 총수 등이 비등기임원이라는 장막 뒤에 숨으면서 해당 기업의 주주들과 시민이 원하는 임원들의 모든 연봉이 공개되지 않은 부분은 책임경영을 부르짖는 대기업과 오너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부분이다.대기업 임원들의 연봉 공개에 자신을 ‘미생’으로 생각하는 많은 직장인은 믿기 어려운 금액에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기업에서 사업 보고한 다음 날인 4월 1일(만우절) 언론에서 공개되기 때문에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다.요 며칠간 국내 포털 사이트의 대화방이나 개인 SNS에는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 공개에 대한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댓글과 댓글로 이어진 결론은 대기업이 연봉은 높지만 울타리(평생직장)가 되어 주지 못하는 부분들을 이야기하며 스스로 위로하는 식으로 갈무리 된다.생산적 견해들이 댓글에 달리기도 한다. 대기업에 다니진 않지만, 자신의 회사와 업무를 사랑하며 열심히 일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자부심을 느낀다는 글들이다.봄 햇살과 산들바람에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 공개까지, 이 땅의 대다수 직장인의 마음을 흔드는 때이다.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굳건

  • ‘복지부동’이 화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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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동’이 화를 키우고 있다 지면기사

    미군 사격훈련장인 영평사격장에서 불과 400여m 떨어진 곳에는 107년의 역사를 간직한 영평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얼마 전 이곳을 찾았다.고즈넉한 건물에는 오랜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났다. 하지만 이 학교가 초연한 겉보기와 달리 사격장에서 나는 소음과 진동의 고통으로 속이 곪을 대로 곪았을 것이라 생각하니 왠지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학교를 찾은 그 날도 하늘에는 전투 헬기들이 굉음을 내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바로 옆 사람이 하는 말도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요란했다.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앉아 수업하는 교실 안도 바깥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얼마 후 사격장에서 쿵쿵거리는 벌컨포 포격 소리와 헬기의 굉음이 울리자 교실 창이 흔들렸다. 하지만 아이들은 잠깐 멈칫할 뿐 별로 개의치 않았다. 지축을 뒤흔드는 포 소리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을 보자 가슴이 더욱 아팠다.학교에서는 이러한 일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었다. 무려 60년 이상 참아온 고통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땅이 울리고 고막을 찢을 듯한 진동과 소음이 계속되고 있는 데도 학교에는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는 거였다. 도시의 그 흔한 방음벽조차 찾을 수 없었다. 말 그대로 그냥 참는 것이다.이 학교에서 오래 근무한 고위 교직자를 만나고는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기자를 이상하게 바라봤다. 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받은 인상은 교사로서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이 외부로 알려져 혹여 자신의 인사에 지장을 받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문득 복지부동의 전형이란 생각이 들었다. 복지부동은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청 담당 공무원은 한술 더 떴다. 사격장 인근 마을의 안전대책을 묻는 기자에게 “새삼스럽게 왜 지금 그것이 문제 되냐”는 어이없는 답변을 했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는 식이었다. 괜히 나서다 화만 당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한 학교 관계자와 똑같은 태도였다. 오히려 화를

  • 수학여행(修學旅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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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여행(修學旅行) 지면기사

    ‘교육활동의 하나로서 교사의 인솔아래 실시하는 여행’ ‘학생들이 평상시에 대하지 못한 곳에서 자연 및 문화를 보고 들으며 지식을 넓힌다’.수학여행(修學旅行)을 정의하는 말들이다. 표현은 다르지만 수학여행을 교육활동 또는 지식을 넓히는 산교육으로 정의하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수학여행의 유래에서도 분명 교육활동으로 규정한다.명확하진 않지만, 혹자는 18세기 영국 귀족들이 자녀가 교육과정을 마무리 지으며 1~2년간 유럽을 여행하도록 한 것이 수학여행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여행 역시 가정교사와 함께 다니며 어학실력을 키워줌과 동시에 유럽내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도록 한 교육활동으로 표현된다.또 다른 이들은 신라의 화랑으로부터 수학여행이 유래됐다고 말한다.화랑들이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고, 정신수양을 하기 위해 매일같이 공부하는 집과 학교의 틀을 벗어나 ‘크고 좋은, 멋있고 훌륭한’ 세상과 경치를 보며 몸가짐과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 역시 현장교육으로 표현하고 있다.이러한 현장교육이 사라지고 있다. 상당수 학교가 수학여행을 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물론 세월호 사고 이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많다.상당수 학교는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혀 수학여행을 당일치기 소풍이나 교내 축제로 대체하고 있다. 또 일부 학교는 세월호 사고 이후 학생안전과 관련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수학여행 추진 시 안전요원 의무배치, 교육지원청 컨설팅단 의무점검 등의 까다로운 절차와 규정으로 포기하기도 한다.학생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과 정당한 교육활동을 학생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배제하고 제외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어른들이 안전수칙만 준수한다면 충분히 안전한 수학여행이 될 수 있는데도 아예 빼앗고 있는 것에 대해 진한 아쉬움도 토로하고 있다.기자 역시 학생들의 평생 추억이 될 ‘작은 숨구멍’마저 닫혀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다./김대현 사회부 차장▲ 김대현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