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오늘의 창]얼굴 없는 천사의 안타까움 지면기사
지난달 28일 하남시에 사는 두 아들의 엄마가 한 소셜미디어 네트워크(SNS)에 애타게 얼굴 없는 천사를 찾는 글을 올렸다. 남편과 사별하고 고향인 하남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그에 따르면 얼굴 없는 천사가 편의점에서 돈이 부족했던 작은아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고 다시 만날 약속까지 했다고 소개했다.아이 엄마가 자신을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된 얼굴 없는 천사는 "예쁜 아기인데 눈치를 너무 많이 봐서 제 마음대로 아이가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과자 등을 골랐다"며 "하남에서는 어머님과 아드님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으시길 바란다. 이웃 주민으로서 챙겨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챙길 테니 꼭 제 번호로 연락을 주시기 바란다"고 답글을 올렸다.언론을 통해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포털엔 수많은 댓글을 통해 얼굴 없는 천사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얼굴 없는 천사에겐 부담이 되고 그만큼 꼬마 아이와의 약속도 지키기 어렵게 되지 않을까 한편으론 걱정이 든다. 더욱이 얼굴 없는 천사는 아이에게 상처가 남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그동안 키다리 아저씨, 얼굴 없는 천사 등 많은 미담사례와 비교해 볼 때 이번 얼굴 없는 천사에 대한 관심이 과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왜 그럴까? 밤이 깊어질수록 별이 더 빛나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현실의 어둠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아동학대, 4·7재보궐선거 등 수많은 뉴스 중에서 우리를 즐겁게 해 준 뉴스는 막상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가 마음껏 웃을 일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새벽이 깊어질수록 아침이 일찍 오는 것처럼 수많은 얼굴 없는 천사들이 깊은 밤 밝게 세상을 비춰 아침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웃음을 전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moon23@kyeongin.com문성호 지역사회부(하남) 차장
-
[오늘의 창]정치권의 '몹쓸 병' 지면기사
며칠 전 TV 뉴스를 봤다. 여지없이 정치권의 소식이 전해졌다. TV 속에선 여야가 공방을 주고받고, 물러섬 없는 정쟁을 벌이는 모습이 표출됐다.늘 보는 모습이지만, 올해 6살 된 아이는 이를 보고 부모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빠,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싸우는 거야?"난처해진 부모는 생각 끝에 "서로를 배려하지 않아서 그래"라고 답했다.그러자 아이가 대뜸 "몹쓸 병에 걸렸네. 쯧쯧쯧"하고 혀를 차는 것이 아닌가.아이는 전날 읽은 책에서 닭장 속 닭들이 새로 들어온 검은색 닭을 자신들과 색이 다르다고 따돌리고, 혹여 검은색 닭에게서 몹쓸 병이 옮지는 않을지 배척하는 모습을 떠올린 듯하다. 아이에게는 남을 미워하고, 힐난하는 모습 자체가 '몹쓸 병'으로 인식된 셈이다.아이는 이어 "병에 걸렸으면 주사 맞아야지. 근데 주사가 아프니까, 또 서로 먼저 맞으라고 싸우면 어쩌지"라고 말을 맺었다.짧은 순간 가볍게 웃고 넘겼던 이 말이 금세 현실이 됐다.지난해 코로나19로 힘겨운 나날을 보낸 우리 사회는 26일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다. 첫 백신은 안정성 논란이 제기됐던 아스트라제네카(AZ)다.야권은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먼저 맞아 보시라'고 압박했다. 이에 맞선 여권은 비열한 정치공세라며 백신 공포감 조장을 그만두라고 비판했다.결국 기다리던 백신 접종을 놓고도 정치권은 어김없이 정쟁이다. 국론보다는 당론이 정치권을 장악한 모습이다. 양측의 주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들 모두 국민의 안전을 염려해 '갑론을박' 하는 것으로 치부하면 될 일이다.다만 부모로서는 이 모습을 다시 아이가 보면 또 어떤 말을 꺼낼지 참 난감하다. 정치권의 '몹쓸 병' 때문에 당분간은 TV 뉴스를 보지 않아야겠다./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
[오늘의 창]님비쓰레기 지면기사
'나는 님비쓰레기가 돼도 좋다. 내 아이들이 임대주택 사는 아이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지 않을 수 있다면…!'취재 중 한 온라인 카페를 방문했다가 상위에 붙박이로 게재된 글을 보고 당혹스러웠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교육 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과 가족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애쓰는 게 무슨 별일이냐 만은, 하수처리장 같은 환경시설에 대한 거부와는 다르게 사람과 사람을 가르고, 사회구성원의 손가락질에도 부끄럽지 않다고 하는 자세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사회는 다양한 이해집단으로 차 있고,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툰다. 그런데도 사회가 무너지지 않는 것은 단순히 경찰력으로 대표되는 공권력 때문만은 아니다.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 이론에 기여한 라인홀드 니버는 자신의 저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Niebuhr, Reinhold (2nd ed) 이한우 옮김, 문예출판사, 1998)에서 "사회는 영구적인 전쟁상태에 처해 있어… 강제성 없이 국가를 보존하기란 더욱 불가능하다"고 하면서도 "어떠한 국가도 순전히 강제성에 의해서만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p.22~37)는 점도 인정하고 있다.니버가 말한 통일성을 유지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 기자는 공교육과 언론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교육은 사회 유지를 위한 가치를 충실히 전달해야 한다. 역사, 문화, 정치, 사회, 윤리가 그러한 매개체일 것이다. 언론 역시 그 사회의 가치를 형성하는 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체벌을 과거와 달리 지양하는 것은 언론의 이슈선정과 그 반향의 결과일 것이다.지금 '님비쓰레기일지언정 무조건 없는 사람, 복지 대상자가 내 가족과 함께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기심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지역사회가 부끄러워하기 보다 커밍아웃을 반기는 행태는 사회를 엮어내는 사슬 어딘가에서 잘못되고 있다는 뜻이다. 몸 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권순정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sj@kyeongin.com권순정 지역사회부(안양·과천) 차장
-
[오늘의 창]고난의 인천 프로야구 역사와 신세계 구단 지면기사
"나는 태평양 돌핀스 때부터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만 좋아했는데, 응원하는 구단의 이름은 벌써 세 번이나 바뀌게 됐다."지난달 인천 SK 와이번스가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매각되자 야구팬인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1982년부터 인천 프로야구팀을 응원했던 팬이라면 벌써 6번째 구단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야구 커뮤니티에선 인천 SK 와이번스와 신생팀들을 묶어 이른바 '흥행참패동맹'으로 부르고 있지만, 인천지역 프로야구 열기가 애초에 다른 지역보다 낮았던 것은 아니었다. 인천의 첫 프로야구단인 삼미 슈퍼스타즈와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는 하위권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인천 야구팬들은 열정적으로 이들을 응원했다. 당시 야구장을 찾았던 '도원 전사'들의 모습은 아직도 야구 커뮤니티에서 회자하고 있다.1996년 창단한 현대 유니콘스가 1998년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 중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야구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2년 뒤인 2000년 현대 유니콘스가 서울을 연고로 하겠다며 '야반도주'를 감행하면서 인천 야구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전북 군산을 연고로 하던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단을 인계한 SK 와이번스가 인천에 자리를 잡았지만, 한순간에 응원팀을 잃어버린 인천 야구팬들은 프로야구에 등을 돌렸다.SK 와이번스는 국내 프로구단 중 최초로 응원 구호에 지역명을 넣는 등 인천 야구팬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짧은 기간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인천 야구팬의 새로운 자부심이 됐다.SK 와이번스가 신세계그룹에 매각되면서 이러한 노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선수단이 그대로 인수됐지만, 야구팬의 충격은 상당하다. 신세계그룹은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원대한 마케팅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또 한 번 연고지 팀이 사라져 버리는 아픔을 겪게 된 인천 야구팬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무엇보다 인천팬들에게 인정받는 야구단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kjy86@kyeongin.com김주엽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
[오늘의 창]탄소중립과 그린뉴딜 그리고 여주시 지면기사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인간과 자연의 단절문제라면 공존하는 접근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결법으로 공존의 지정학적 위치를 '나무와 숲'에서 찾아본다.지난 1월21일 국립산림과학원이 주최한 '2021 산림·임업 전망 발표대회'에서는 나무와 숲에서 인간과 동·식물이 대등한 주체로서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볼 좋은 기회였다. 반기문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로 인한 결과"라며 "많은 학자는 현시대를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로 별도 구분하며 100년 안에 '제6차 대멸종'으로 전체 생명 종의 70%가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지질학적 '인류세'의 개념이 정립되면서 인류·사회학자는 '정치 생태학'에서 '새로운 미학, 인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즉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과학과 경제라는 인간 중심적 사회성에 반해 21세기 생태계의 기원인 아마존 유역의 야노마미족이 숲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에서 새로운 인식을 찾아본다.지난달 28일 여주에서 열린 '산림뉴딜정책에 따른 임업 발전 방안 현장 설명회'를 주관한 원택상 한국임업협동조합 이사장은 "OECD국가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산림은 매우 중요한 탄소흡수원이지만 우리나라 숲은 수령이 다해 탄소흡수량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으로 그는 "수확기에 들어간 임목을 벌채 가공하고, 용도개발과 후계 경제림 조성, 임도 개발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녹색뉴딜정책이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수입목에 의존하던 임업을 국산목으로 대체할 기반시설 구축이 시급하다. 그런 면에서 여주시가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여주시 뒤에는 강원도의 산림이 있고, 앞에는 수도권 2천만 인구가 존재한다.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생태학의 기원을 찾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혜를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동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 coa007@kyeongin.com양동민 지역사회부
-
[오늘의 창]선심성 정치는 안돼 지면기사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보상 요구가 거세다.이에 여당에서는 손실보상법과 협력이익공유법, 사회연대기금법 등 이른바 '상생협력 3법'을 내걸고 2월 임시국회에서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강제 조치로 피해를 입은 업종에 대해 국비를 지원해 보상하겠다는 손실보상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 시책에 협조하라고 했다. 우리는 공정하고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관련 입법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했다. 상부상조(相扶相助), 환난상휼(患難相恤) 같은 성어처럼 서로 돕고 살자는데 이견이 있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제한된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선심 쓰듯이 쉽게 결정짓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현재 정치권에서 손실보상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손실 보상 금액과 방법, 지급 시기 등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같은 이유에서인지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이며 여당과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손실보상' 법제화를 둘러싼 당정 간 혼선을 직접 수습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방역 조치에 따라 영업이 제한되거나 금지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재정이 감당하는 범위에서 손실보상을 제도화할 방안을 당정이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발언이 나오자마자 당정은 입법과 함께 실제 필요 재원을 추계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정부와 정치권은 새로 법을 만들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일에 허투루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원칙과 기준, 범위, 형평성, 가용재원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정치인들의 '포퓰리즘'으로 인해 미래 세대 어깨에 짐을 하나 더 얹게 되는 일에 손을 들어줄 국민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lee@kyeongin.com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
[오늘의 창]신중하게 써야하는 표현 '비(非)' 지면기사
병원은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총무나 인사 업무 등을 맡은 행정직은 의료진을 '지원'하는 역할에 가깝다. 언론사에서도 기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모든 업무가 중요하지만 기자가 속해 있는 편집국이 언론사의 핵심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몇 년 전 '비편집국'이란 용어를 썼다가 한 선배에게 지적을 받았다. 편집국 중심으로 다른 부서를 명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비편집국'이란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최근 '비'자를 자주 보면서 이 기억이 떠올랐다. 다름 아닌 정부 때문이다. 매일 코로나19 상황을 전파하는 보건복지부는 확진자 수를 이야기할 때 '수도권 00명', '비수도권 00명'이란 표현을 쓴다. 정부 발표는 언론을 통해 기사가 되고 많은 이가 접하게 된다.정부가 서울·경기·인천을 일컫는 수도권과 나머지 지역(충청·경상·전라·제주·강원)을 구분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다 보니 이런 표현이 나온 듯하다. 언뜻 보면 효율적인 표현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상북도 주민들과 강원도 주민들은 '비수도권'이란 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수도권'이란 단어도 서울 중심의 사고가 발현된 결과다. 누구도 다른 이의 이름으로 자신이 불리길 원하지 않는다. 각 도시도 마찬가지다. 모든 지역을 하나하나 호명할 수 없는 점은 이해한다. 이 때문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옳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나라 전체를 바라보는 정부는 표현 하나하나에 신중해야 한다. 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은 매일 발표된다. 이제라도 '비수도권'이란 표현이 정부 발표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정부의 더 깊은 고민을 바란다.단 '비'자를 쓰는 것이 바람직할 때가 있다. '비장애인'과 같은 표현이다.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해 이들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수도권'이 소수는 아니다. /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
[오늘의 창]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사업 지면기사
2021년은 한국인 최초 천주교 사제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인 김대건(1821∼1846년) 신부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하지만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잠시 안장돼 천주교인들의 성지로 불리는 미리내성지를 보유한 안성시가 그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사업에 소극적인 것 같아 씁쓸하다.김대건 신부는 조선 정부의 천주교 박해를 무릅쓰고 포교 활동에 전념하던 중 1846년 국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나이 25세에 처형당한 인물로 로마교황 비오 11세는 1925년 그를 복자로 인정했고 1984년에는 성인으로 대내외에 선포했다. 특히 2019년 11월에는 유네스코가 김대건 신부를 2021년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해 국내외 천주교 성직자들과 교인들로부터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이에 국내 천주교와 그의 고향인 충청도를 중심으로 탄생 2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하는데 반해 정작 안성시는 남 일인 듯 미비한 수준의 예산 지원에만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실제 천주교와 cpbc대전가톨릭평화방송, 충남 당진시, 한국조폐공사 등은 그의 일대기를 담은 동화책과 기념주화는 물론 라디오 특집드라마를 제작해 김대건 신부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올해 추진 중이다.안성시도 미리내성지에 민간경상보조비 2천만원을 지원키로 결정했지만 김대건 신부가 가진 대내외 위상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것 또한 현실이다. 미리내성지는 지역을 대표하는 안성 8경에도 포함돼 있으며 국내 천주교인들이라면 일생에 꼭 한번 방문하고 싶은 명소로 손꼽히는 만큼 매년 10만명 이상의 순례객과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현재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행사 추진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수수방관만 할 수 없는 만큼 지금이라도 김대건 신부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인간의 존엄과 평등사상을 구현한 업적을 기리는 기념행사에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해본다. /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muk@kyeongin.com민웅기 지역사회부(안성) 차장
-
[오늘의 창]정인아 미안해 지면기사
마감이 끝날 무렵, 후배가 조심스레 물었다. "선배, 지난번에 함께 봤던 소영이(가명)가 어린 시절 학대받은 이야기를 말하고 싶답니다."지난해 보호종료 아동 기획취재를 준비하며 소영이를 처음 만났다. 방황했던 10대 시절을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지금은 꿈을 향해 공부도 시작한 친구였다. 그런 소영이가 털어놓은 이야기(1월 8일자 5면 보도)는 충격이었다. 그 상처에 소영이는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조금은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정인이 사건'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학대 트라우마가 소영이를 괴롭혔다. 매일 밤 그때의 공포가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영이는 "이런 제 이야기도 기사가 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기사가 나온 이후 소영이는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고 했다. 그리고 당부했다. 정인이에게 정말로 미안하다면 지금 내 주변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지속적인 관심이 학대받는 아이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전에도, 그 이전에도 정인이는 있었다. 하지만 항상 그때뿐이었다. 잔혹한 학대 수법만 나열돼 밤잠 이루지 못한 채 분노하다 금세 잊었다.그래도 다행인 건 묻힐 뻔했던 정인이 사건으로 다시 불씨가 살아나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며 나름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아직 멀었다'는 게 중론이다. 아동학대를 신고했던 학교 교사가 부모에게 멱살까지 잡히며 보복당한 이야기,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과 부모를 분리하려 하자 아이 아빠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협박을 일삼은 이야기는 취재과정에서 심심찮게 들은 것이다. 아무리 많은 정책과 법이 생겨도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만은 못하다. 이웃어른이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지켜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것이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가 구호로만 그치지 않을 방법이다. /공지영 사회부 차장 jyg@kyeongin.com공지영 사회부 차장
-
[오늘의 창]수도권매립장 종료, 가평군의 대책은 지면기사
지난해 인천시는 2025년 수도권 매립지 3-1 매립장 반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폐기물은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 지자체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인천시의 입장이다.수도권 매립지가 반입을 종료할 경우 해당 지자체들의 쓰레기 대란이 우려된다. 가평군도 예외 일 수 없다.더군다나 수도권 매립장 종료가 군 매립시설 매립장 포화상태(조성용량 91%) 등과 맞물리면서 생활폐기물 처리를 두고 가평군의 고심이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 매립장 종료, 군 매립시설 용량 부족과 생활 폐기물 전처리(MBT)시설 노후화 등으로 생활폐기물 적정 처리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현재 군은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 매립시설, 재활용선별 시설과 수도권 매립지 반입 등으로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전처리시설을 통해 가연성·음식물 쓰레기는 중간처리 과정 등을 거쳐 각각 소성로 연료와 농가 보급용 퇴비로 활용된다.잔재물은 수도권 매립장과 군 매립장에 반입 처리하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 반입량은 연 2천700t 규모다. 군 매립시설은 3만3천800㎡ 면적에 45만7천㎥ 용량이다. 무게로 환산하면 연 3천여t에 이른다.수도권 매립장 종료 이후에는 기존 연 3천여t에 두 배인 연 6천여t이 군 매립시설 반입이 예상돼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군은 오는 2023년까지 기존 매립시설 4단 제방 증설과 소각시설 신설 타당성 용역을 추진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 대책은 반대 의견 등을 의식해 마련한 미완의 대안으로 읽힐뿐 현실 직시의 해결 방안으론 보이지 않는다. 현실성이 결여된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제라도 군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각오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여과 없이 드러내 매립장 확충, 소각장 조기 건설 등 현실에 맞는 해결책 마련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