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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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떠난 이가 남긴 일침 지면기사
"지역주의는 안되지만, 애향심은 돋보여야 한다."정계를 떠난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지난달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경기도를 지역구로 뒀지만, 지역적 연고가 약한 후배 정치인들을 향한 당부이기도 했다. '자기네만 다 해먹겠다'는 식의 계파 패권주의는 지양하되, 지역발전을 위해선 주체적으로 앞장서야 한다는 메시지였다.각종 규제에 따른 '수도권 역차별'로 피해를 봐 온 경기도의 발전을 위해 21대 국회의원들이 나서줘야 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김용성 경기도의원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새 국회 시작부터 다시 수도권을 규제로 짓누르려는 지방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2일 부산지역 의원 5명이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나서는가 하면, 성장관리권역과 관련해 수도권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막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을 발의해 '싸움'에 불을 지폈다.이에 질세라 더불어민주당 소병훈·미래통합당 김성원 의원 등 도내 의원들도 "자기네만 살겠다"는 논리라며 대응법안 발의로 응수했다. 그러나 전국에서 가장 많은 59석을 확보한 '경기도' 임에도 공동발의자에는 대다수 의원들의 이름이 빠져 온도 차를 실감케 했다. 이 때문에 경기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지 않는 도내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하며, 보다 강한 응집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다시 문 전 의장과의 인터뷰를 회상해본다. 그는 "제 몫도 못 찾는 지역의 대표라면 그것은 할 일을 안 하는 거다. 그것을 누가 해주길 기다리면 안되고, 주체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어쩌면 이 말이, 오랜 경험을 쌓은 선배 정치인으로서 도내 주요 현안을 놓고도 '못 본 척', '모른 척' 하는 후배들과 수도권 개발이란 말만 나와도 경기부터 일으키는 비수도권 의원들을 향한 일침은 아니었을까. /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kyt@kyeongin.com김연태 정치2부(서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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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인천공항의 새 목표 '바이러스 프리' 지면기사
'Barrier Free(배리어 프리)'는 장애인과 고령자가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물리적인 장애물을 제거한 시설을 말한다. 휠체어가 이동하기 편하도록 계단 옆에 경사로를 만드는 식이다. 장애물(barrier)로부터 자유로운(free) 삶을 지향하는 것을 의미한다. 배리어 프리는 생활 곳곳에 녹아 있다. 아파트 등 최근 짓는 건축물 대부분은 배리어 프리 인증을 받는다.'Virus Free(바이러스 프리)'는 가능할까. 바이러스가 온 사회를 휩쓸고 있다. 마스크 착용은 일상이 됐다. 길을 가다 기침하는 이가 있으면 우려 섞인 눈으로 쳐다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잦아든다고 해서 바이러스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이후에 어떤 바이러스가 출현해 삶을 위협할지 모른다.바이러스 프리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 전체가 바이러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모든 공간을 무균실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범위를 좁혀 일정 공간을 대상으로 하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인천국제공항은 바이러스 프리가 적용돼야 하는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다. 인천공항은 한국과 세계를 잇는 관문이다. 안전한 인천공항은 안전한 대한민국과 연결된다. 인천공항은 전 세계 다양한 인종·국가·문화를 가진 이들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는 인천공항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공간이 된다면, 그 성과는 더 빛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이래 가장 한산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루 이용자가 5천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 한산함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공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그쳐선 안 된다. '바이러스 프리 에어포트(Virus Free Airport)'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jw33@kyeongin.com정운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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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반성문 지면기사
또 한 명의 아이가 부모의 손에 비참하게 죽었다. 어른들은 다시 분노했다. 하지만 늘 그랬듯 금세 잊힐 것이다. 아동학대만큼 오래되고 전형적인 범죄가 없는데, 이처럼 쉽게 잊히는 것도 없고 범죄에 대응하는 사회의 속도 또한 이보다 느린 것이 없다.2016년 3월의 봄은 기자의 기억 속에 삶의 아름다움과 비정함이 공존했다. 낮잠 든 아이가 품 안에 안겨 있었다. 무료함을 달래려고 휴대전화를 집어 습관처럼 포털의 뉴스를 훑다 결코 만나지 말았어야 할 단어들이 한 문장에 쓰인 것을 발견했다. '7살 남자아이', '살해', '암매장' 등…. 휴대전화 창을 껐다. 기사는 눌러볼 생각조차 못했다. 단 한 줄도 읽을 자신이 없었다. 품 안에 잠든 아이를 보니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그 후로도 아이들이 부모의 손에 죽는, 비정한 뉴스가 시시때때로 흘러나왔다. 심장이 쿵쾅거려 일부러 기사를 보지 않았다. 엄마이고 기자이면서도 외면했다.하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를 왜 구할 수 없었는지, 이 비극이 왜 멈추지 않는지, 아동학대를 둘러싼 사회 시스템을 더 파헤치고 따져봤어야 했다.부끄럽게도 9살짜리 남자아이가 작은 여행가방 속에서 목숨을 잃고 나서야 시스템을 들여다봤다. 어른들은 지나치게 안일했다. 여러 차례 구조신호가 있었지만 눈을 감았다. 어른들은 너무 늦었다. 정부는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에 따라 '전담공무원 신설'을 내세워 아동학대 해결에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예산도 인력도 없는 정책이 성공할 리는 만무하다. 아이가 당한 고통이 매스컴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는 와중에도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미 정해진 법을 지키는 일조차 제대로 협의하지 않았다. 과연 이 정부가 아동학대를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그러는 사이, 9살짜리 여자아이는 목숨을 걸고 스스로 집을 탈출했다. 어쩌면 아이들이 용기를 내 스스로 그 문을 박차고 나와주길 기도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공지영 사회부 차장 jyg@kyeongin.com공지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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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후반기 가평군의회, 지향점 다시 찾기를 지면기사
가평군의회는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통해 큰 변화를 맞았다.그동안 군의회에 발을 못 들여놓던 더불어민주당이 선거를 통해 비례대표 포함 7석 중 4석을 석권하며 자유한국당 3석을 제치고 제1당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여기에 송기욱 의원이 민주당 최초 의장으로 선출되면서 한국당 출신 김성기 군수와의 미묘한 대립각이 형성되는 등 기존 정치환경과는 전혀 다른 형국이 조성됐다.이후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미래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겼을 뿐 현재도 당시와 같은 상황이다.이런 가운데 2년여의 세월이 흐른 요즘 가평군의회는 제8대 의회 전반기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는 정례회를 열고 있다.특히 의회는 이번 정례회 의사일정으로 2020년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면서 집행부의 사무 전반을 들여다보며 의회기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하지만 이번 행정사무감사 진행 과정을 지켜본 일부 주민 등은 의회에 일침을 가하는데 서슴지 않고 있다.정회, 현장 의견 대립, 사전·사후 자료 제출 요구 등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던 지난해 감사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진행되고 있어서다.일련의 문제 등 감사 사안에 대한 위원들의 태도나 자세 등이 지난해보다 느슨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문제 제기 한편으로는 "자세한 자료는 추후 의회에 제출해 달라"며 갈음하는 밑도 끝도 없는(?) 의원들의 마무리 주문 등이 이를 방증한다.이러한 행태는 문제 제기, 사실 확인, 대안 마련 등 의회 행정사무감사 본연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무언가에 희석됐다는 느낌마저 든다.이는 출범 당시 여야를 떠나 다수의 의원이 5분 자유발언, 건의문 채택, 입장문 발표 등 지난 어느 의회보다 적극 행보와 명확한 견해 등을 지향한 8대 의회 의정활동에 반한 것으로 지양해야 마땅하다. 모쪼록 후반기 의회는 지향점을 다시금 찾아 이 같은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kms@kyeongin.com김민수 지역사회부(가평)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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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톨게이트 노동자를 바이러스 취급 마라 지면기사
'한국도로공사는 톨게이트 노동자를 바이러스 취급하는 하이패스 차로 전광판의 홍보 문구를 수정해라'.최근 고속도로를 이용해 인천~수원을 오갈 일이 많았는데 하이패스 차로를 통과하다 전광판에서 발견한 하이패스 홍보 문구가 운전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다. '하이패스로 코로나19 예방하세요', '코로나19 예방은 하이패스와 함께! 안전한 하이패스!'라는 식의 글귀다.작성자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난 그 문구에서 '사람'을 인격체가 아닌 바이러스가 기생할 지도 모를 숙주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무리 '언택트' 시대라고는 하지만 하이패스의 비대면 특성만 강조해 홍보하는 방식이 과하다고 생각한다. 또 하이패스의 '안전'을 강조했는데 과연 대면 방식으로 운영되는 톨게이트 부스에서 요금 징수원을 만나는 일이 그렇게도 위험한 것인지 의문이다. 대면 방식의 요금 징수가 감염병 위험 때문에 안전하지 않다면 더 안전한 하이패스를 이용하라고 홍보할 것이 아니라 방역에 신경을 쓰는 것이 먼저여야 하지 않는가. 또 하이패스 차로 바로 옆에서 대면 방식으로 운영되는 톨게이트 부스 안에는 여전히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멀쩡히 일하고 있었는데 이 노동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는 않았는지 걱정도 든다.내 주변에는 하이패스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 지인들이 더러 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일터를 잃을 염려, 내 동선이 혹시나 다른 누군가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 무상으로 보급해야 할 단말기를 판매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운다.하이패스 이용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82.7%에 이른다. 한국도로공사가 이용률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시류를 탄 하이패스 홍보보다는 하이패스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ksh96@kyeongin.com김성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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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법 앞에 누구나 평등 지면기사
검찰 등 사정기관의 행동에 특별하게 반응하지 않고 침묵을 지켜왔던 삼성이 이번엔 발끈했다.검찰이 지난 4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이 부회장 등이 앞서 지난 2일 기소 타당성 등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이틀 뒤에 검찰이 즉각 구속영장 카드를 내밀며 맞대응했기 때문인데, 삼성에서는 이례적인 행동이다.물론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신변을 확보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일반적인 절차 중 하나다.하지만 이번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구속사유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할 때 현행 형사소송법 제70조는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및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구속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기업 총수인 이 부회장이 도주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 주거지도 '삼겹살 집회'가 열릴 만큼 공개돼 있다.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 만약 절차를 비켜가거나 무력화할 목적의 영장청구라면 법의 공정성이 오히려 흔들릴 수 있다. 기업 총수라고 반대로 차별 대우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국민들도 코로나19로 경제 절벽 위기에 직면해서일까.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조사결과, '선처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10명 중 6명(59.05%)이 내놓았다.코로나19에 더해 미·중 및 한·일 무역갈등 등 각종 대외악재가 동시다발로 터지고 있는 이때, '사법리스크'까지 겹칠 경우 제 아무리 삼성이라도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공정한 절차 속에서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법이 더 설 수 있다. /황준성 경제부 차장 yayajoon@kyeongin.com황준성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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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두 바퀴의 경제 지면기사
한강 북쪽 자전거길을 따라 파주 임진각 방향으로 가다 보면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를 조금 못 미친 지점에 송촌교라는 다리 하나를 건너게 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나 봤을 법한, 날 것 그대로의 초원이 공릉천변에 보존돼 장관을 연출한다. 바로 옆 자유로를 차량으로 질주할 때 전혀 볼 수 없던 풍경에 대부분의 라이더가 이곳에서 페달을 멈춘다.어느 날 송촌교에 다시 가볼 요량으로 자가용을 끌고 내비게이션을 따라갔는데 진입로를 찾을 수 없었다. 주변을 몇 바퀴 돌고서야 샛길을 겨우 발견해 도착했다. 어차피 걸어서라도 찾아갈 참이었다. 자전거가 아니었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절경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자전거가 급부상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전 지구적인 기존 과제에 더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녹색교통수단으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두 바퀴가 유발하는 경제효과는 잠재적인 자전거인구 만큼 무한하다. 먼저 자전거 및 부속품, 라이딩 의류, 수리업, 보험업 등 직접산업이 있다. 또 자전거인프라를 조성하려면 도로가 깔리고 조명과 표지판 등 시설물이 설치된다.간접산업으로는 관광객 유입 효과가 있다. 곳곳에서 소비가 이뤄지고, 캠핑과 연계를 하거나 좋았던 코스를 재차 방문하는 등의 과정에서 지역경제 파급력이 적지 않다. 틈새 광고판을 활용한 시정 홍보도 가능하다. 좋은 인상을 간직하고 돌아간 라이더들이 지역 홍보의 첨병이 될 수 있다.김포시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올여름 김포한강신도시에 공유 전기자전거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야생조류생태공원이나 금빛수로 등 지역의 차별화된 관광지를 더 수월하게 연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부응하듯 시의회에서는 자전거전담부서 설치까지 제안했다.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김포는 자전거 경제를 선점할 수 있다. /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김우성 지역사회부(김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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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메마른 땅에서 새싹이 돋다 지면기사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는 악몽과 같은 5월을 보냈다.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팀 역사상 두 번째로 긴 10연패의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순위는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악재까지 겹쳤다.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SK는 깊고 어두운 터널 속에서 희망의 빛을 봤다. 오랜 무명 생활을 버텨낸 만년 유망주들의 재발견이다. KBO리그 정상급 선수들의 그늘에 가려 좀처럼 빛을 못 보던 이들의 맹활약이 눈길을 끈다.지난달 3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옛 문학구장). 4-4로 맞선 5회 말 한화 이글스 투수 김진영이 던진 볼이 '딱!'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가르며 좌익수 뒤 담장 밖으로 넘어갔다. 이흥련의 역전 솔로 홈런이었다. 그는 부상으로 빠진 주전 포수 이재원의 빈자리를 놓고 고심하던 SK가 이날 경기 이틀 전인 29일 두산 베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전격 영입한 새 얼굴이다.이흥련은 팀 이적 후 바로 다음 날인 30일 8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솔로 홈런을 포함한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타격에서도 흠 잡을 데 없는 활약을 펼쳤다.그는 2013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에 입단했으나 당시 주전 포수였던 진갑용(은퇴)과 이지영(키움)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입대를 앞둔 2016년 11월 자유계약선수(FA) 이원석(삼성)의 보상선수로 간 두산에는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NC)가 버티고 있었다. 포수 정상호의 올 시즌 두산 합류로 이흥련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SK 유니폼을 갈아입자마자 이틀 연속 홈런을 쏘아 올린 그는 "얼떨떨하다"며 환하게 웃었다.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무명 선수들의 등장은 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거듭된 부상으로 SK 입단 7년 차 만에 감격의 생애 첫 선발승을 거둔 중고 신인 이건욱,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뗀 내야수 남태혁과 불펜 투수 김정빈 등의 활약이 반가운 이유다. /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isj@kyeongin.com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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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속는 셈치고 또 믿어봐?" 지면기사
어찌됐든 여의도 시계는 돌고 돌았다.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동물국회, 역대 최악의 국회란 오명을 뒤집어썼던 20대 국회가 막을 내렸다.임기 첫해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겪으며 '파란만장' 여의도 시대가 펼쳐진 이후 4년 동안 갈등과 반목의 연속이었다. 이른바 조국사태와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위한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여야 분열은 국론 분열로까지 비화됐다.그러다 코로나19란 미증유의 위기사태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뒤덮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졌다. 누구보다 선제적으로 적극 나서야 했던 정치권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민생관련 법안은 제대로 된 회의 한번 거치지 못하고 쌓여갔고 사실상 20대 국회 임기 만료일인 지난 20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부랴부랴 의사봉을 두드렸지만 결국 1만5천여건의 법안이 폐기됐다.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36% 수준에 그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오는 30일 21대 국회가 시작한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치러진 지난 4월 총선에서 180석 거대 여당의 탄생이란 결과에 국민들은 '기대반, 걱정반' 심정으로 국회를 바라보고 있다. 앞서 국회의장 비서실에서 21대 국회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은 '갈등과 분열 해소를 통한 국민통합'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간 지긋지긋하게 반복돼 온 동물적인 국회 모습에 국민들은 늘 똑같은 마음이었다. 이번에 여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제1호 법안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추진하려 한다.그러나 경험칙에 비춰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회의감이 든다. 국민들은 '속는 셈 치고 또 믿어봐?'라며 여의도를 바라볼 것이다. 4년 여의도 시계는 또 돌아간다. 국난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무거운 책임감을 잊지 말고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lee@kyeongin.com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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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창]안산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지면기사
먼 장래를 내다보고 세우는 큰 계획을 백년대계 (百年大計)라고 한다. 당장 급급한 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오랫동안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교육이나 환경정책 같은 큰 사안에서 먼 훗날까지 고려해 세우는 계획을 말한다.안산시가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서 백년대계를 실행하기로 했다.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고, 학자금 대출을 안고 졸업을 하는 사회적 굴레를 끊기 위해 마련한 대학생 본인부담 등록금 반값 지원이 바로 그것이다.안산시는 코로나19 사태로 긴급생활지원금 지급, 방역, 마스크 지원 등 각종 지원사업을 벌이며 기존 예산을 수차례 재편성하는 등 긴축재정 중이다. 사정이 이렇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역 일각에서는 대학생 반값등록금 지원에 대한 반대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하지만 안산시는 오히려 지원을 확대했다. 올해 첫 대학생 등록금 지원부터, 당초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셋째 이상의 다자녀가정 대학생에서, 다자녀가정의 모든 학생으로 확대했다. 이렇게 되면 지원대상이 1천591명에서 4천700명으로 늘고 예산도 24억원에서 69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예산 등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 옳지만, 안산시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사업을 외면하면 안된다는 것이 안산시의 설명이다. 또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듯, 안산시의 많은 젊은 인재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아 훌륭한 인재로 자라나도록 지원하는 것도 행정관청의 역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전국 시 단위 자치단체로는 안산시가 처음 시도하는 대학생 등록금 지원사업이 코로나19 사태로 불투명한 미래를 준비하는 '사과나무'가 되길 바란다. /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 kimdh@kyeongin.com김대현 지역사회부(안산)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