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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탁상행정(卓上行政)
    오늘의 창

    탁상행정(卓上行政) 지면기사

    탁상행정이라는 말이 있다. 현실적이지 못한 행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흔히 정부부처나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이 민원현장을 둘러보거나,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이론적으로만 추진하는 정책을 비유해 사용하곤 한다.탁상행정은 혈세를 비롯해 행정력과 인력 낭비뿐 아니라 주민 불편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넘어서 행정과 현장의 괴리로 인한 정책적 파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정부가 최근 교육현장에서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 통일부는 청소년들의 통일인식을 높이기 위해 초·중·고교마다 통일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일부는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교 학생 11만6천명을 대상으로 통일교육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이중 53.3%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통일부는 우선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과 학교 통일교육 내실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 이후 협약에 따라 학교별 교육과정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교과 시간에 통일교육을 편성해 교육하도록 한다는 것이다.하지만 통일부의 이 같은 계획은 교육현장에서 적용 시킬 수 없다. 일선 학교의 교육과정은 이미 학년 시작 전 세부 단원별 편성이 마무리된 상태다. 또 학년별 교육과정 편성은 초·중·고교 학생 모두 입학과 동시에 졸업까지의 일정이 짜여 있다. 때문에 간혹 수년 후 대입 정책이 바뀔 때마다 일선 학교에서는 대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특히 통일부가 통일 교육시간으로 제시한 학교별 창의적 체험교과 시간은 이미 학교폭력 예방, 학생인권, 흡연예방 등으로 학년별 의무교육활동 계획이 세워져 있어 변경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일선 학교에서는 통일교육이 도덕·사회·국사·윤리 등 기존 교과목마다 별도의 단원으로 편성이 돼 있기 때문에 신규 과목으로 교육한다는 것은 중복교육이라는 입장이다. 교육현장을 둘러보지 않고 실정을 무시한 통일부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통일교육은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들의 통일인식은 다가올 미래, 통일에 대한 계획을 긍정적이고 구체적으로 잡을 수 있도록

  • 선진화되고 있는 ‘경기 경찰’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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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화되고 있는 ‘경기 경찰’에 박수를 지면기사

    지난달 16일께다. 오전 일찍 경기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이하 여청과) 성폭력수사대에서 급하게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성폭력수사대는 부서 이름과 같이 성폭력을 전담으로 수사하는 부서로 피해자 노출 및 가해자가 특정하기 어려워 웬만해서는 보도자료 배포 및 언론에 사건을 밝히기를 꺼린다. 부서 특성상 아동 및 청소년, 그리고 장애인 성폭행 등 사건 자체가 매우 예민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날 긴급하게 배포된 자료 내용은 더욱 기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수원서부경찰서 소속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한 경위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긴급체포 됐다는 내용이다.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해 알게 된 여고생을 보호하고 상담해 준다는 명목으로 접근해 강제추행을 한 혐의 내용이다. 자료를 눈으로 직접 확인 하고도 믿기 힘들었다. 그동안 경찰관의 비위 사건이 있을 때 철저히 ‘내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경기경찰은 자료를 통해 피해자의 아픔이 조기에 치유될 수 있도록 심리치료와 상담을 진행한다고 했다. 해당 경찰은 언론사 보도 이후 구속과 함께 현재는 파면된 상태다.수원서부경찰서는 발칵 뒤집혔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어떻게 언론에 보도자료까지 뿌리며 ‘공개를 할 수 있느냐’는 섭섭함이다. 그것도 긴급체포 시에 공개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하지만 이번 경기경찰청 여청과의 발빠른 모습은 적절했다는 평가다. 비위 사건을 꼭꼭 숨기려다 더 큰 사건으로 키운 과거와 달리 제 식구 먼저 감시하고 적극적으로 수사한다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피해자의 상처까지 치유해주겠다는 경찰의 의지가 ‘믿음직함’으로 다가왔다.이처럼 김종양 경기경찰청장 취임 이후 경기경찰의 변화가 크다. 형사·수사는 물론 각 참모 부서의 언론대응 관도 변하고 있다, 그만큼 경찰이 투명해지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언론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경찰의 홍보 기능도 더욱 세련돼졌다. 무조건적인 보도자제 요청 보다는 적극적인 해명과 빠른 사건 전달, 그리고 언론과의 유대관계 증진으로 그 어

  • 그 누구도 괜찮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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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누구도 괜찮지 않다 지면기사

    최근 실내 장식 및 공기정화, 관상수로 다육식물이 주목받고 있다. 산세비에리아·관음죽·파키라·행운목·선인장·아레카야자 등 이름도 다양한 이들 다육식물은 광합성과 호흡을 하며 유해물질을 흡수해 포름알데히드, 휘발성유기화합물, 중금속 등 새집증후군의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정집은 물론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 됐다. 특히 다육식물은 줄기나 잎 또는 식물 전체가 두껍고 수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 큰 관리가 필요 없기 때문에 너도나도 다육식물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다육식물 역시 무관심으로 놔둘 경우 말라죽는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괜찮겠지’하며 방치하는 경우를 흔히 목격하게 된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 식물의 효능으로 더욱 쾌적한 환경이 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저 사람은 ‘씩씩하니까’ ‘착하니까’ ‘화를 내지 않으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이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들 역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좌절도 하고 고민에 빠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결국 그 누구도 괜찮지 않다. 수년째 경기침체로 서민들의 삶 역시 녹록지 않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 때문인지 추석을 맞아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려는 온정의 손길도 많이 사라지는 분위기다.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오롯이 물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문제겠지만 그저 마음만으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 그 또한 어불성설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최소한의 배려와 마음가짐, 따뜻한 시선만으로도 각박한 사회 분위기는 바뀔 수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그저 주변 사람들의 기분과 분위기에 맞는 칭찬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행복한 위로가 될 수 있다. 그 마음가짐만으로도 사회는 시나브로 변화할 것이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사회보다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관심을 두는 것만으로 이 사회는 조금 더 따뜻해 질 수 있다. 이

  • ‘판도라의 상자’ 산지경사도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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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도라의 상자’ 산지경사도 완화 지면기사

    “어휴, 그건 판도라의 상자를 또 여는 건데….” “이슈임에는 분명 하지만 기사화하는 것은 시기상….” 얼마 전 광주시의 산지경사도와 관련해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참에 기사화 해보자’는 생각으로 몇몇 기관 및 지자체 관계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니 대부분 부정적인 말을 쏟아냈다. 일부 관계자들은 수년 전 있었던 광주시 경사도 완화 논란(경사도 완화를 골자로 하는 도시계획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발의됐으나 각계 입장차이로 부결된 일)을 의식한 탓인지 어떤 식으로든 이슈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사실 한달 전 쯤인가 광주의 한 시민단체 임원이 산지경사도와 관련해 공론화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일반적으로 볼 때 산지경사도 완화는 시민단체가 통상 반대하는 현안이기 때문에 먼저 공론화하기 힘든 상황에서 참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유를 듣고 보니 오히려 열린 마인드일 수도 있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연보전권역 규제 완화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에서 ‘4년제 대학이 들어오면 뭐하고 자연보전권역이 풀리면 뭐하느냐. 차라리 조례로 묶여 있는 경사도를 하루빨리 완화해 개발수요가 넘쳐나는 지역 내 숨통을 틔워달라’는 의견이 개진됐다고 한다. 광주시는 지난 2010년에도 통·이장 협의회로부터 개발행위 허가시 산지경사도 기준 완화를 요청하는 건의서가 접수돼 공론화된 바 있다. 당시 통·이장 협의회는 ‘광주시는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로 인해 상수원규제를 받고 있는 실정에서 산림개발 경사도기준을 타 시군보다 더욱 강하게 규제하고 있어 이를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들은 광주시는 전체면적 중 산림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인접한 이천과 여주시의 경우 경사도가 높은 산림이 상대적으로 광주시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산지개발 가능 경사도를 25도로 규정하고 있다며 광주시는 20도 미만으로 규정한 경사도 기준을 25도로 완화해 달라는 게 주요 골자였다. 지금 상황에서 보면 경사도완화는 시점이

  • 맹탕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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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탕 국정감사 지면기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인천시 국정감사가 지난 21일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3년 만의 국감인 터라, 의원들의 날카롭고 강도 높은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인천시는 2013년 전국체전, 2014년에는 아시안게임 준비를 이유로 국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의원들의 국감 준비가 부족했던 탓인지, 인천에 이슈가 없었던 것인지 한마디로 ‘맹탕 국감’이었다. 올 인천시 국감에서는 송영길 전 시장과 유정복 현 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규모, 시청사 건립 관련 연구용역, 민자로 추진될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이관 문제 등이 주로 다뤄졌다. 이들 사안은 이미 지역신문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으로, 이날 국감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거의 없었다. 민선 5·6기 시장 업무추진비 논란은 동일 기간에 누가 업무추진비를 더 많이 썼느냐가 쟁점이었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직무 수행과 정책 추진 등에 사용하는 비용을 말한다. 사용 규모와 방식(현금·신용카드)보다는 용도에 맞게 효율적으로 썼느냐가 중요한 것 같은데, 국감에선 이런 부분까지 다뤄지지 않았다. 의원들은 시청사 건립 관련 연구용역 문제를 ‘재정난’과 연계해 질타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사 신축이 꼭 필요하냐 혹은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인천시도 당장 시청사를 신축할 생각이 없다. 계획을 갖고 시청사 신축을 준비해 나가겠다는 것이 인천시의 입장이다. 그나마 국감에서 하나 건진 것은 의원들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다. 한 의원은 “고속도로 기능 회복과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하루빨리 지하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다른 의원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를 위해 애써 달라”고 했다. 시민들의 통행료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원들이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하지만 사업 주체인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이 같은 질의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게 맞는 것 같다. 이런 질의는 시의회가 행정사무감사 또는 시정질

  • 불황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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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 극복 지면기사

    1주일 뒤면 추석이다. 4일간의 연휴를 코 앞에 두고 이번 한 주 동안 일이 손에 잡힐지 걱정이다. 하지만 들뜬 마음과는 달리 국내 경제는 축 처져 있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로 경기가 바닥을 치고 난 뒤 불과 1년도 채 안돼 또다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내수부진은 장기화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의 체감경제는 더 우울한 상황이다. 청년들의 실업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내수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매출이 줄어들면서 경영에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지역내 업체들의 추석 연휴 및 상여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예년보다 상여금 지급을 하지 못하는 업체가 더 늘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조치와 증시폭락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은 휘청거리고 얼어붙은 소비는 장기 침체의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정부가 추석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추석 전후 한 달 동안 전국 3천여개 백화점·전통시장 등이 참여하는 세일행사를 갖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보여진다. 특히 정부는 이번 추석 연휴가 내수 회복의 결정적 전환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서민층이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한가위 스페셜위크(9월14~25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10월1~14일) 등을 내실있게 운영해 ‘추석연휴 효과’를 극대화할 것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추석 자금을 지원하고 세정 지원책 등도 밝혔다. 정부의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정책과 대책의 혜택이 모든 계층과 분야를 막론하고 골고루 미치도록 운용의 묘를 살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생필품과 차례용품에 대한 원활한 공급은 물론 물가관리에 충실해야 할 것이고, 중소업체들의 자금 활용을 도와 생산과 유통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여기에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도 경기회복을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 매출 경쟁에 몰두하면서 자사 이익에만 급급하기 보다는 협력사들과의 상생을 통해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 창

  • 사랑과 관용이 결여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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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관용이 결여되는 사회 지면기사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인간이 변화시킬 수 있고 변화시켜야만 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며 변해야 하는 것 중에 인간의 이기심을 꼽았다. 지금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이기심으로 빚어진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짐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이를 두고 ‘세상이 각박해지고 있다’며 탄식하기도 한다. 얼마 전 터키 해변에 떠내려온 시리아 세살배기 아이의 주검은 세상을 충격에 빠트렸다. 내전을 피해 탈출한 난민을 유럽의 많은 나라가 고개를 돌렸고 한술 더 떠 이들의 길을 가로막은 나라도 있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 주변을 보더라도 이기심의 폐해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 최악의 참사로 남을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갈등하며, 요즘 새삼 주목받는 ‘불효자식 방지법’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널려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이 이웃의 위험을 모른 체하고 남의 불행에 쾌재를 부르기도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낳고 있다. 어느 시대, 어디서건 이기심은 존재했지만, 오늘날 위험스러운 것은 이기심이 미화되고 이타적인 행동이 ‘바보스럽다’며 놀림의 대상이 되는 묘한 풍조가 불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인가 남에게 양보하는 것이 손해로 비치고, 남을 돕는 것이 주제넘은 일로 여겨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주택가에서 주차 때문에 언쟁을 벌이는 일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됐고 건널목에 아직 보행자가 있어도 신호가 바뀌자마자 경적을 울리거나 그 앞을 쌩하니 달리는 차들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러한 시각으로 볼 때 며칠 전 광주광역시 도심 한복판에서 목격된 장면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일 수 있다. 한 청년이 어디선가 달려와 건널목에서 지팡이를 짚고 한발 한발 힘겹게 걸음을 떼는 할머니를 부축했다. 이 청년은 할머니가 건널목을 다 건널 때까지 느린 걸음에 맞춰 함께 걸었고 기다려준 차량에 고개 숙여 인사까지 하고는 다시 가던 길로 바쁘게 사라졌다. 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감동받은 많은 사람의 댓글이 오르며 할머니를 도운 청년은 ‘선행남’으로 화제가

  • 코리아 고스트,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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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 고스트, 난민 지면기사

    바닷가에 잠들어 있는 세살배기 아이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에 관한 사진 한 장이 SNS 등 전 세계로 타전되면서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우리 사회도 난민 문제의 심각성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난민은 한국 사회를 어슬렁 거리며 떠돌아다니는 ‘유령’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실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듯, 유령 취급하고 있다. 여전히 난민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전쟁 등으로 삶의 터전을 떠나 시리아 등지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난민을 받아들이는데 참으로 인색하다. 한국 기초 지자체에선 처음으로 김포시의회가 최근 난민법을 생활차원에서 보완·시행하겠다는 취지로 난민지원조례를 제정했다. 난민인정을 받기 이전의 그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심지어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경제, 혹은 지자체 살림을 핑계(?) 삼아 난민지원 정책 자체를 비난하기까지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도가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크다며 재의결을 김포시에 요청해 왔다. 2년 전 시행된 난민법이 규정한 난민지원대상 폭을 확대한 것이 문제가 됐다. 난민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난민에 준한 상황에 부닥친 그들을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게 잘못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일부터 추경 등을 처리키 위한 임시회에 들어간 김포시의회는 주중에 난민지원조례에 대해 재의결에 나선다. 정당별 견해차가 커 이 조례를 재의결할 찬성 의원 수가 한 표 부족, 난민조례 폐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기초 시의회가 통과시킨 난민지원조례가 쓰레기통에 버려질 상황인데도 정치, 혹은 상황 논리에 기대 이 사회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내 일이 아니라는, 시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진영논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선한 의지의 각 정당소속 의원들, 난민지원단체 혹은 시민사회조차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결과, 비 자발적으로 모국을 떠나 한국에 들어온 난민들을 또다시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

  • 국립·민간어린이집 벽 허무는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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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민간어린이집 벽 허무는 노력 필요 지면기사

    매년 연초만 되면 국공립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기 위한 엄마들의 사투가 벌어졌다. 그나마 서울·경기지역 일부만 가능했던 어린이집 인터넷 입소대기 신청(아이사랑보육포털)이 지난해 4월부터 경기도 전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엄마들의 눈치싸움이 다소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민간어린이집 원아 학대사건 등으로 인해 엄마들의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수그러들었던 국공립어린이집 선호도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국공립에 비해 비싼 민간어린이집의 보육료도 엄마들의 발길을 돌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때문에 엄마들은 아이들이 행복하고,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 해소 및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은 국공립어린이집 뿐 이라고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오죽하면 국공립어린이집 입학을 놓고 엄마들 사이에서는 ‘로또’라고 불린다. 지난해 안양시가 영유아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지역사회복지계획 수립 관련 복지욕구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 중 69%가 국립어린이집을 선호했다. 그러나 현재 안양지역 국공립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는 지난 7월 31일 기준으로 1만5천331명 중 2천204명에 불과하다. 전체 어린이집 555개소 가운데 국공립이 32개소 밖에 안되기 때문으로, 학부모들의 욕구를 반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인해 학부모들은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막대한 예산부담 등의 이유로 선뜻 학부모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양시가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가정)어린이집간 발생하는 보육료 차액 등을 보존해 주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민간어린이집 준공영화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해법을 제시하고 나섰다. 민간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부모들에게 추가 보육료부담을 없애주고, 아이들에게는 국공립수준의 보육서비스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업개시가 내년 3월인데 벌써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호하는 학부모들의 욕구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지자체가 내세우는 예산부족이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이유가

  • 대한민국 복싱 국가대표 ‘신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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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복싱 국가대표 ‘신종훈’ 지면기사

    인천 복싱은 전국에서 알아준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전에서도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4번째 우승이었다. 인천에는 한국 복싱을 대표하는 간판선수가 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인천시청 소속 신종훈(26)이다. 오랜 침체기에 있는 한국 복싱에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긴 장본인이다. 복싱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누려야 할 신종훈이 눈물을 머금고 가슴에 달았던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의 꿈도 그렇게 내려놓았다. 신종훈은 국제복싱협회(AIBA)와 프로복싱(APB) 진출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5월 AIBA 직원이 내민 영문으로 된 문서에 ‘등 떠밀리듯’ 서명한 게 그의 발목을 잡았다. APB는 WBA(세계복싱협회)나 WBC(세계복싱평의회)와 달리 선수들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에 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신종훈도 한때는 APB를 무척 뛰고 싶어 했다. AIBA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신종훈에게 별안간 그가 서명한 문서를 내밀며 APB 출전을 통보했다. 그러면서 전국체전 등 국내 대회 출전을 막고 APB 경기를 1년에 5~6회 뛰는 대가로 겨우 1천만원(각 경기당 약 180만원)의 보수를 주겠다고 알렸다. 아마추어 복싱 선수에게 국내 대회를 뛰지 말라는 건 소속팀(인천시청) 옷을 벗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신종훈의 후배인 함상명(용인대)에겐 APB를 뛰면서 국내 대회 출전도 허용한다는 점에서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 AIBA는 APB를 안 뛰며 맞서는 신종훈에게 1년 6개월의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내년 4월이 돼야 이 징계가 풀린다. 대한민국 복싱 선수가 이 단체에 의해 징계를 받는 현실도 참 의아한데, 대한복싱협회는 한술 더 떠서 자국 선수 구제는커녕 AIBA의 입장만을 두둔하려는 듯한 태도로 복싱팬들의 원성까지 샀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신종훈을 그토록 치켜세우던 협회는 지난해 12월 한국 복싱 100주년을 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