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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한마당 열려면··· 지면기사
스위스 국민들은 국회의원을 일컬어 '국민의 양심'이라고 말한다. 영국에서는 하원의원의 약자인 MP(Member of Parliament)가 명함이나 저서에 표기돼 있으면 그 신뢰도가 절대적이다. 의사당에 출근하는 의원의 통행로를 무조건 먼저 열어주는 나라가 영국이다. 나라일을 보는 의원의 길은 아무도 못막는다는 불문율 때문이다. 의사당 앞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의원이라면 시골에서 막 상경한 초선 의원이 틀림없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다. 우리국민도 이런 국회의원을 가져보는 게 소망이다. 소망을 이루는 방법이야 간단하다. 신뢰할 수 있는 대표를 선출해 국회에 보내면 된다. 문제는 이 일이 말 만큼 쉽지않다는 점이다. 쉽지 않은 이유는 신뢰할 수 없는 정당 때문이다. 신선한 인재를 국회에 보내봐도 정당이라는 쓰레기통에 장미를 심은 결과로 나타나니 국민 입장에서는 기가 찰 일이다. 더 이상 쓰레기통에 이식되기를 거부하고 불출마를 선언한 인사들은 국민의 절망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정말 다행인 것은 우리가 긴 터널의 끄트머리에 서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지난 1년간 국민이 국가권력의 원천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뼈에 사무칠 정도로 깨달았다. '리무진'과 '티코'의 이전투구를 지켜보며 국민의 정치혐오는 극에 도달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 대통령으로선 유례없이 저조한 지지도를 기록한 것이나 여야 정당의 지지도를 모두 합해도 40%에 못미쳤던 것이 몇달 전의 일이다. 그러나 국민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대통령과 국회 두 권력기관에 상생의 정치를 제안했다. 대통령은 사과하고 야당은 탄핵을 시도하지 말라는 여론을 통해 나라를 안정시키려는 슬기를 발휘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도 야당도 이를 거부했고, 상대적으로 야당이 거부의 대가를 더욱 잔인하게 치르는 중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국민에 의해 파산을 선고당한 정치권 전체가 신용불량 상태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참에 구제되지 못하면 아예 소멸되는 정당도 나올 것이고 민주노동당과 같이 이념과 정책이 선명한 정당이 국회안에 둥지를 틀게 될 것이다. 정당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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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대통령…대단한 여론 지면기사
잘 하겠지…그래서 실력 검증도 안 하고 학급 반장을 뽑았더니 의외로 또는 예상대로 성적이 평균 20점대까지 내려갔다. 그런 점수로는 반장 자격이 없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자 학급의 주먹 짱이 앞장서 반장 축출을 시도했고 상당수 아이들도 동조의 눈길을 보냈다. 그런데 그들 주먹 짱이라고 해서 성적이 좋을 리는 물론 없었다. “알아서 가져와! 아니면 코피 정도가 아니라 엉치뼈까지도 나갈지 몰라!” 해가며 부잣집 애들 돈 뜯어내기에 바빴던 A짱의 성적은 물론 그와 합세했던 B짱의 성적도 그랬고 출반(黜班)을 반대했던 C짱의 성적 역시 '고기서 고기'로 평균 20∼30점에 불과했다. 한데 그런 A짱과 B짱의 주도로 막상 반장 축출을 결의하자 담임 교사가 버럭 화를 냈다. “반장의 함량은 미달일지 모른다. 그러나 전학만은 안 된다. 네깐 놈들이 감히…”가 화난 이유 내용의 95%였다. 그런데 놀라운 건 주먹 짱들에 대한 담임교사의 앞 뒤 안 가린 감정적인 점수였다. 반장 축출을 결의한 A짱 B짱의 점수는 30∼20점에서 10∼5점으로 끌어내린 반면 반장 축출에 반대했던 C짱 점수는 성적에 관계없이 80∼90점대로 다락같이 올려버린 것이다. 그런 상상 밖의 높은 반발 점수를 C짱에게 매긴 담임교사의 처사에 여타 교사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하늘만 쳐다보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청사(靑史)에 두드러질 대단한 대통령이다. 당장 노무현 대통령 지지도를 조사한다면 어떨까. 그야 엊그제의 20%대가 아니라 90%대까지 수직 상승할 것이다. 대통령 당의 C짱이 받은 반발 점수 90이 그대로 대통령 답안지이자 '반발 지지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계사에 유례없는 단시일 내의 '역전 지지도'를 받은 대통령으로 '기네스 북'부터 올라야 할 것이다. 아니, 지난 1년간, 그리고 탄핵 정국인 현재까지 “노무현” “노무현”…전 국민의 열띤 찬반 토론에 주먹다짐 격론 소재로까지 오른 것만으로도 우리 역사상 그는 가장 유명한 인물이 된 셈이다. 궁금한 건 노 대통령의 현재 표정이다. 대단한 탄핵 반대 여론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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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해고야(You're Fired)' 지면기사
도널드 트럼프는 아이디어와 베팅으로 부의 왕국을 이어가는 미국 부동산 재벌이다. '세상을 뒤통수치는 재미'로 사는 듯한 그가 또 한 건 했다.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구호에 대해 특허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넌 해고야'는 그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NBC의 The Apprentice)에서 히트한 유행어다. 시청률 저조에 고민하던 NBC가 혹시나 하고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의외로 인기가 치솟아 벌써 2기 모집에 들어갔다고 한다. 연봉 25만달러짜리 트럼프그룹 자회사 CEO 자리를 걸고 대본도 없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서 지원자들은 과제수행 능력과 인터뷰를 통해 1주일에 1명씩 잘려 나간다. 이들은 트럼프로부터 'You're Fired'라는 말을 듣는 순간 보따리를 싸야 한다. 명목은 인재선발이지만, 실제로는 '누가 짤리나' 엿보고 즐기는 '해고 리얼리티 쇼'인 셈이다. 물 건너 얘기일까. 겹쳐서 떠오르는 장면이 둘 있다. 우선, 오래전에 본 영화 '백 투더 퓨처'의 신 하나. 몇 편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주인공 마티(마이클 제이 폭스)가 늙어서 해고통지를 받는 광경이다. 팩시밀리를 비롯해 집안의 모든 통신기기가 큼지막하게 쓰인 'You're Fired'를 사방에서 토해 낸다. '넌 짤렸어' '넌 짤렸어' '넌 짤렸어'…. 감독은 그 때 이미 트럼프의 길을 예비하고 있었다. 또 하나의 장면은 지난달말 한국에서 벌어진 상황. 노사 분규를 겪고 있던 한 카드사가 농성 중인 노조원들에게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날렸다. '…회사로서는 귀하에게 2004년 2월28일자로 정리해고 통보를 하게됨을…'. 우리도 억장 무너지는 통보를 이렇게 간단하게 하는 세상이 되었구나. 이 회사 역시 외국자본이 모회사를 인수하면서 진통을 겪던 뒤끝에 벌어진 일이다. 'You're Fired'. 참 섬뜩한 구호다. 춘분이 지났어도 새삼 오싹 한기가 돈다. 트럼프는 이 구호를 특허 내서 게임 놀이 의류 등에 활용하겠다지만, 우리네 정서로는 발끈 부아부터 치민다. 그게 그렇게 쉽게 내뱉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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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 당당한가 지면기사
인터넷에는 먹튀족 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매사에 자신의 실리만 챙기고 다른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무리로 정의 되고 있다. 먹을수 있을때 무조건 먹고 보자는 식의 황금 만능주의 사회병폐를 풍자한데서 비롯된 비속어라고 보는 견해가 옳을듯하다. 도저히 감잡히지 않는 다른 여러 인터넷속 합성어들과는 달리 먹튀족은 그 뜻이 쉽게 풀린다. 먹튀족=먹고, 튀는, 족속… 이 얼마나 간결한가. 비리 사실이 드러나면 도망치고 그 뒤 하나씩 시비가 가려지고 사건전말이 드러난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먹튀족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 용어가 무색하게 됐다. 왜냐면 먹고 도망가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면 먹는 행위가 없어졌단 말인가. 단언코 그것은 아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비리의 마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을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더이상 비리뒤에 세상의 그늘로 도주하지 않는다. 어리석게 도망치기 보다는 현장에서의 교란 작전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사회가 다원화되고 복잡 미묘해짐에 따라 사회의 구조적 혼란은 더할 나위 없이 미로 처럼 얽혀 버렸다. 따라서 힘들여 바보처럼 도망치지 않는다. 현란한 말솜씨와 간교한 논리를 내세워 끝없는 미로 속으로 원죄를 밀어넣어 버리면 그만인것이다. 이같은 수법은 특히 정치권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이들은 한마디로 튀는놈이 바보라는 초지일관의 자세를 견지하고 국민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늘 위풍당당한 자세로 발뺌을 하고 나선다. 어리석고 한 없이 바보같은 우리 국민들만 미로에 빠져 그들이 쳐놓은 그물속에서 놀아나기 때문이다. 설령 운 없게도 그들의 치부가 드러났다하더라도 이미 상대적 상황에 따라 적당한 핑계와 대책을 마련해 놓았기에 굳이 먹은 사실을 실토하지 않아도 일은 입맛대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말만 잘하며 비리에 따른 처벌도 없고 국민은 난마처럼 뒤엉켜 있는 사실을 규명하기가 절대 쉽지가 않다. 결국 고르디오스의 매듭처럼 교묘한 게임에 빠져 허우적대다 나가떨어지고 만다. 이러다보면 진실은 사라지고 초점도 흐려지기 예사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헌정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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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이 희극으로 변질되는 비극 지면기사
개혁이 시대의 화두로 등장한지 1년이 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개시와 더불어 시작된 개혁이다. 앞서 김영삼, 김대중 정권에서도 개혁은 정권 차원의 캐치프레이즈였으나 그들이 깔고 앉은 기득권과 원죄의 무게로 인해 좌절되거나 왜곡됐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개혁은 이와 달랐다. 잃을 것이 별로 없는 정치적 빈곤으로 인해 오히려 개혁 주체로서의 위상이 선명하게 빛났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개혁을 통해 국가 작동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는 것으로 국민적 기대를 모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민은 개혁을 통해 부정과 부패를 일소하고 구악과 구태를 청산하는 국가개조를 원했던 것이다. 그런데 개혁의 주체이자 총아(寵兒)였던 노 대통령의 요즘 처지가 딱하다. 감옥행의 동반자로 호명되고 탄핵 대상으로 거론중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전총재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검찰은 저에 대한 수사를 하루속히 마무리짓고 국법에 따라 저를 사법처리하기 바란다”면서 노 대통령에게는 “대의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이 먼저 불법대선자금의 원죄를 지고 감옥에 갈테니 대통령도 따라오라고 채근하는 형국이다. 그 태도의 결연함과 당당함이 앞선 두차례의 사과 기자회견과 때와는 천양지차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보조를 맞춘 듯 멈칫했던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논란은 있지만 노 대통령은 개혁의 주체로, 또 한나라당과 이 전총재는 개혁의 대상이자 구태의 장본인으로 여론에 비쳐졌던 게 엊그제다. 지금 국민은 개혁이 희극으로 변질되는 비극을 지켜봐야 하는 딱한 상황에 저절로 졸도할 지경이다. 더욱 딱한 일은 노 대통령이 이런 기막힌 상황을 자초한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 대통령은 개혁 주체로서 지녀야 할 도덕성과 진정성에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개혁주도권을 쥐어잡는 계기가 됐던 대선자금 수사정국의 시초 부터 단추를 잘못 채웠다. 그 때 자신의 불법자금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기업들에게 사면을 전제로 양심고백을 요청했어야 했다. 그리고 검찰이 이를 확인한뒤 대통령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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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점 짜리 문화감각…문화재 지면기사
문화재엔 창조, 보전, 복원 3가지가 모두 중요하다. 문화재 창조부터 보자. 발칸반도의 루마니아는 놀랍게도 흡혈귀 드라큘라를 제재(題材)로 한 거대한 테마파크를 건설한다. ‘드라큘라’라면 아일랜드의 통속 작가 스토커(Stoker)가 루마니아 왕을 모델로 휘갈겨 쓴 한낱 괴기소설의 괴물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그런 픽션 속 인연의 끈을 붙잡아 문화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 창조의 극성과 혈안(血眼) 농도가 그런 정도다. 독일도 아돌프 히틀러가 2차대전 말기 애인 에바 브라운을 부둥켜안은 채 관자놀이에 총을 쏴 자살했다는 베를린 시내 그 우중충한 지하 벙커를 역사 유적으로 지정한 지 오래다. 영국은 어떤가. 일본 근대소설의 아버지이자 일본 돈 1천엔 짜리에 모셔진 화폐인물 나쓰메소세끼(夏目漱石)가 1901~1902년 머물렀던 런던의 하숙집까지 문화재로 지정, 2002년 3월 제막식을 가졌다. 그의 집도 아닌 하숙집이라니! 그쯤 되면 ‘혈안’도 아닌 광기(狂氣)다. 그에 비한다면 자격 미달이다 싶은 원폭 돔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신청하고 전쟁터까지 역사유적으로 지정한 일본의 문화감각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다음은 문화재 보전 보호다. 우리처럼 육당 최남선(崔南善)의 집 ‘소원(素園’과 빙허 현진건(玄鎭健)의 고택을 마구 철거하고 박목월의 집까지 때려부수지는 않는다. 문화대국인 인도는 마치 자기네들 좀 보라는 듯이 우리의 옛 조선총독부, 중앙청 건물에 해당하는 영국총독부 건물을 쳐부수지 않고 고스란히 영빈관으로 쓰고 있고 역사가 연천(年淺)한 미국에선 오래된 집이면 무조건 문화 유적으로 지정하는 안목을 꼬나든다. 전미(全美) 유적보존트러스트가 지정한 유적 중엔 굴을 따던 낡은 목선까지 끼어 있을 정도다. 더욱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일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일본 교토(京都)시의 한 여성이 사후(死後) 17억3천672만엔을 시 문화재 보호에 써 달라고 기부했다는 게 2002년 11월 13일 교토시 발표였다. 문화재 창조와 보전 못지 않게 중요한 건 또 복원이다. 불가리아가 ‘노아의 방주’를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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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의 풍경 지면기사
풍경 하나. 강남 백화점 아동복 코너가 북새통이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에게 입힐 옷을 사주려는 부모가 줄을 잇기 때문이다. 40만원대 봄재킷, 21만원 하는 페라가모 구두, 19만원인 버버리 바지 매출이 30~40% 늘었다고 한다. 한 세트에 100만원하는 투피스도 팔려 나간다. 내 아이 기죽이지 않겠다는 부모 심정을 어찌 비난하랴만 입맛이 쓰다. 풍경 둘. 이른바 '왕따 동영상' 파문이 일었던 창원 P중학교 교장 선생님이 자살을 했다. 가해 학부모의 사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사건이 뒤늦게 수업중 촬영 문제가 불거지면서 경남교육청이 재조사 결정을 내린 직후의 일이다. 극단적 선택을 한 교장 선생님은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생각하셨을까 입맛이 소태다. 풍경 셋. 안양 충훈고에서 무더기 미등록 사태가 빚어질 전망이다. 2시간이 넘는 통학거리에, 아직도 공사중인 학교에 내 아이를 보낼 수 없다고 학부모들이 배수의 진을 쳤다. 딱하게도, 교육 당국 또한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벌써 몇년째 되풀이되는 고교배정파동인가 입맛이 쓰다. 통계 하나. 우리 나라 학부모들이 자녀 유학에 들이는 비용이 2조원을 넘어섰다. 이것만 해도 지난해 교육부 예산의 10분의 1, 무역흑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런데, 비공식적인 편법 송금액을 합칠 경우 5조원으로 추산된다. 내 돈 내고 내 아이 선진교육시킨다는 데 시비를 걸 수야 없겠으나 분명 뭔가 잘못돼 있다. 통계 둘. 우리나라 명문대 출신이 국회의원, 장·차관 등 고위직을 독점하는 비율이 미국의 20배나 된단다. 미국은 10대 명문대 출신이 상원의 경우 17%, 하원은 7.5%이지만, 한국은 3대 명문만 따져도 57%나 된다. 한국 학부모가 기를 쓰고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려고 안달하는 현상을 이해할 만하다. 미국과 한국의 교육·사회 구조를 수평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분명 뭔가 잘못돼 있다. 통계 셋. 한국 고교생의 70%가 우울증 증세를 갖고 있고, 이 가운데 7%는 슬픔, 절망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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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들이 누구를 원망할까 지면기사
정신이 없다. 연일 터지는 각종 크고 작은 사건은 작금의 정치·경제·사회의 혼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짐작건대 아마도 더이상 보여줄래도 보여줄 사건 유형이 없을 듯 하다. 그중에서도 포천의 여중생 살해 사건이나 앞서 발생한 부천 초등생 2명의 주검은 오래전 미해결 사건의 유형과 흡사해 이땅에 있는 모든 모정의 가슴을 서늘케 만들어 주고 있다. 최근 유괴 납치·살해가 어린이와 부녀자를 가리지 않고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포천의 여중생 살해사건은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전국민의 관심을 새롭게 불러온 희대의 '화성연쇄살인사건'과 너무도 비슷해 동일선상에 있는 것인지 또는 모방범죄인지는 모르겠으나 또다시 국민을 전률케 하고 있다. 부천시 두 초등생 사건 또한 항거불능의 어린 생명을 무참하게 유린했다는 점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흉악무도한 범죄다. 국가를 떠들석하게 만든 개구리 소년의 악몽인 것이다. 경찰은 실종신고를 받고도 이들이 고학년인데다 협박전화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단순가출로 오판했다. 결국 초동수사가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시일이 지난 다음에서야 부산을 떨며 전면 수사에 나서는 전형적 공통된 내용을 지니고 있다. 뒤늦게 여중생이 발가벗긴채 배수관에서 사체로 발견되고 초등생이 산속에서 엽기적으로 살해되어 나타나는 차마 눈뜨고 볼수없는 불행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됐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생활고와 가계파산 등으로 인해 극한적인 가족 동반자살이나 아동학대의 피해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이들의 보호를 위한 어떤 유용한 수단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와중에 발생하는 -유약한 어린이와 부녀자의 목숨은 물론이고 주변의 인명을 마구잡이식으로 앗아가는- 흉악범죄의 야만사회를 무방비로 방치하는 현실은 지탄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엽기나 대형 사건·사고가 예고하고 찾아오거나 일부러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일은 우연의 일치로 사회의 관심이 온통 다른곳으로 쏠릴때, 방심과 방관 또는 혼란이 이어질때 연이어 밀려온다는 사실은 오랜 경험과 역사흐름 가운데 읽을수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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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천만 관객시대 지면기사
한국영화의 '1천만명 관객시대'가 도래했다. 한국영화사를 다시 쓰고 있는 '실미도(감독 강우석)'가 꿈의 기록인 '1천만명 관객'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대략 5천만명으로 환산했을 때 5명중 1명이 영화를 봤다는 결론이고, 여기서 어린이를 제외한다면 성인 3명중 1명이 이 영화를 감상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사실 이 기록은 우리보다 3배의 인구를 갖고 있는 일본에서도 거의 돌파가 불가능한 수치로 평가되고 있다.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1919년 김도산 일행의 연극과 영화를 접목한 연쇄극(키노드라마) '의리적 구투'가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지 실로 85년만의 일이다.이로써 한국은 자국 영화 점유율 50%대에 1천만 관객 시대를 열며 세계 영화계에 유례없는 ‘신화’를 속속 탄생시키고 있다. 이제 영화산업이 문화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입증하는 쾌거로 볼 수 있다. 사실 80여년의 한국영화 역사 속에 우리나라 영화가 산업적이나 문화적으로 제대로 대우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었다. 부족한 자본, 빈약한 기술, 미숙한 인력은 영화발전을 가로막는 현실적 제약들이었으며 일제의 식민지 문화말살정책, 남북분단으로 인한 이념적 대립과 긴장, 군사 정권의 통제와 같은 환경여건들이 각박했던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지난 93년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을 계기로 고급 인력과 자본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안정적인 재원 조달 창구가 마련되면서 방화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들이 코스닥이나 거래소에 속속 등록되면서 거대한 자본이 유입된 것이다. 이 결과 한국영화의 질적 도약도 함께 이뤄져 외화에 익숙했던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기여했다.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재미나 완성도 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데다 우리 정서를 잘 반영해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그래서 전문가들은 이제 영화가 일부 젊은 계층이나 마니아뿐 아니라 국민적 엔터테인먼트로 자리잡았다고 진단한다.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흥행 원인은 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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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와 '내고(乃古) 박생광' 지면기사
2004년 세계는 지금 달리 열풍에 휩싸여 있다. 초현실주의 대가인 살바도르 달리가 탄생한지 1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세계 곳곳에서 '달리 이벤트'가 봇물 처럼 넘치고 있다. 고향인 스페인 피게라스의 '달리 시어터 미술관'에서 부터 마드리드·바르셀로나·로테르담·베니스·쾰른 등 유럽대륙 전역과 미국의 플로리다에 이르기까지 달리는 올해의 지구촌 문화인물로 회고될 예정이다. 스페인은 국가차원에서 '달리 100주년 위원회'를 조직했고, 후안 카를로스 국왕은 지난해 10월 '달리 100주년 기념행사'의 공식출범을 선언하기도 했다. 달리 미술관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는 주정부가 앞장서 '2004 달리의 해' 행사를 지원중이라고 한다. 이제 국내로 시선을 돌려보자. 올해 우리 미술계도 두사람의 거장이 탄생 100년을 맞았다. 내고(乃古) 박생광과 고암(顧庵) 이응노 화백이 그들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달리와 같은 해에 태어난 두사람은 독보적인 화업(畵業)으로 미술계의 범위를 초월해 우리 현대 문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거장들이다. '내고'는 민족정서를 기반으로 채색화의 신경지를 이룩해냄으로써 수묵위주의 한국화에 채색화의 가치를 일깨워준 화단의 거목이다. 오방색을 중심으로 한 내고의 채색화는 그 화면의 강렬함 때문에 다른 작품과의 동반 전시가 어렵다는 평을 받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그의 작품 '전봉준'을 한쪽 벽면 전체를 할애해 따로이 전시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경기문화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명성황후' '무녀' '무속' '마야부인' '보살과 여인' '이조여인' '청담대종사' 등 9점으로 전시회를 열어 스페인 문화계를 열광시키기도 했다. 그 중 명성황후는 한국판 게르니카라는 찬사까지 나왔다고 한다. '고암' 역시 두말이 필요없는 화단의 역사이자 전설이다. 문화사적 족적이 뚜렷한 '내고'와 '고암'이 동시에 탄생 100년을 맞은 올해 두 사람은 당연히 국가적 문화이벤트의 주인공이 됐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문화부는 조용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차원에서 '이응노 회고전'이 기획중